이틀 전, 80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삼십 분을 온전히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8주간 세 번씩, 24번 뛰면 될 것을 미련하게도 80번이나 뛴 것은 내가 그만큼 달리기에 서툰 사람이라는 뜻이고, 작년 여름부터 서너 번 도전했다 포기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달리기만큼은 언제나 꼴등이었다. 달리기를 하고 싶었던 적? 없다.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을 달리는 게 싫어 헬스장도 등록 안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왜, 갑자기?🤔 순전히 코로나19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 강화되는 덕에 요가를 갈 수 없었고,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술과 담배로만 잊기엔 더 이상 청년이 아니었다. 안 좋은 것을 하면 몸은 안 좋아졌고, 좋은 것을 하면 몸이 확실히 좋아졌다. 더 이상 젊은 몸이 아니라는 증거였지만 나란 인간에겐 그게 좋은 편이다. 아무리 자신을 해치는 선택을 해도 그게 뭔지 모르는 건강한 몸은 대체로 당연해서 젊은 시절 난 몸 자체를 아예 잊어버리고 살았다. 그가 고장의 신호를 여기저기서 보내오기 전까지. 

다행스럽게도 젊음과 건강이 빠져나가는 것을 다소 이른 이십 대 후반에 느꼈다. 그 후로 몸 혹사를 그만둔건 아니지만, 그래도 운동은 꾸준히 했다(기보다는 운동에 돈을 꾸준히 썼다). 운동으로 체력이 좀 생기면 술도 더 잘 마실 수 있었고, 일도 기운내서 할 수 있었고, 덜 지친 몸으로 돌아와 영화 한 편 - 책 한 권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렇게 운동이 가져다주는 선순환을 조금은 맛본 터라 운동없이 과로만 있는 코로나19의 시간은 너무도 괴로웠다. 지치고 지친 상태에서 카페인과 니코틴으로 각성상태를 유지하기를 반년이 지나니 몸에서 또다시 고장 신호를 보내왔다. 7월이 넘도록 코로나19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극한에 달할 때쯤, 퇴사 대신 달리기라도 하자고 마음먹었다. 달리기는 혼자 하는 운동이었고, 운동화만 있으면 되는 거니까. 런데이라는 어플을 깔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영화 <아워 바디>를 봤다. 영화를 보고 달리기 뽐뿌가 왔냐면, 전..ㅎㅕ.... (달리기만 아니라 삶에 대한 의지마저 잃을 뻔). 한 가지 교훈은 있었다. 달린다고 해서 무언가 크게 변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말자.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했다. 겁나 힘들었다. 그런데 그거라도 하니 살 것 같았다. 확실한 건 달리기보다 일이 더 힘들다는 것이었다.

“(18~9) 야행성 러너야 말로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임을 이내 깨달았다. 밤의 뜀박질은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위안을 품에 안겼다. 달리는 이유라면 수십 가지도 댈 수 있지만 그중 가장 뾰족한 건 내 안의 자존감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일상에서 숱한 파도를 겪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느 순간 무척 작고 초라해진 내 모습과 조우한다. 스트레스야 어떻게든 잊거나 풀면 그만이지만 내가 무너지고 소멸하는 기분마저 들 때면 어찌할 줄 모르고 발만 굴렀다. 


심야의 뜀박질은 그때마다 나를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 뛰는 순간만큼은 근육부터 호흡까지 몸의 변화에만 집중하며 생각을 비워냈다. 멘탈에 놓는 모르핀 주사처럼, 도무지 떨치지 못하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달릴 때는 잠시나마 자취를 감췄다. 더불어 목표로 했던 거리를 어렵사리 완주해내면 그 자체만으로도 용기를 얻었다. 자존감의 회복은 위대한 성과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오히려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성취가 금 간 마음의 빈틈을 메우고, 그런 성취들이 모여 단단한 삶의 방파제가 되어준다. 짧은 거리라 할지라도, 혹은 빠른 속도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세운 목표를 어떻게든 달성할 때면 어김없이 자기애를 손에 쥐었다.  - <아무튼 달리기>, 김상민 ” 



어떻게든 부여잡아야 하는 자기애의 몸부림. 검색 및 지인 추천으로 런데이 어플을 설치한 건 신의 한  였다. 1분 달리고 2분 걷기부터 시작해 끝끝내 30분을 달리게 만들어버리는 이 앱은 나이스 한 목소리의 청년이 뛰는 내내 계속해서 “좋아요~” “정말 훌륭합니다~” “잘하고 있습니다” 칭찬을 해준다. 쪽팔리지만 고마워서 두 번 정도 울었다. 원래 이 나이 먹으면 누구한테 칭찬받는 경험이 별로 없어져서 상업용 칭찬에도 마음이 녹고 막 그런다. ㅋㅋㅋㅋㅋㅋ 난 대부분 그가 시키는 대로 아주 의존적으로 달렸다. 새 신발을 사거나 새 옷을 사진 않았지만, 뛰라면 뛰고 멈추지 말라면 죽을 것 같아도 멈추지 않았고 30미터 앞을 보라면 30미터 앞을 보고 막 그랬다.

달리기가 몸에 좀 붙을라 치면 야근 폭풍이 몰아치는 탓에 보름 뛰고 한 달 쉬고를 몇 번 반복했다. 주말에 조금 뛰는 것 말고는 도저히 루틴을 잡을 수가 없었다. 다시 시작할 때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뛰기를 반복했다(24번을 80번 뛰게 된 사연). 영원히 8주 차에는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회사를 그만두었고, 마스크를 쓰고 요가를 할 자신은 없었고, 내 달리기는 5분 언저리에서 멈춰 있었으므로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 번에는 정말 다 달릴 거고, 목표는 삼십 분을 뛰는 거야. 맘을 잡으려고 책도 한 권 읽었다. 우리의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달리기>였다. ‘페이스’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LSD, 하프 마라톤 등에 대한 지식을 얻었다. 마라톤에 도전하고 싶어 졌냐고? 전혀. 지금도 저~언혀. 다만 작가님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나에게 맞는 루틴과 밤/낮 달리기 스타일 등을 좀 찾을 수 있었고… 스마트 워치를 사고 싶은 뽐뿌에 맞서 싸워 이겼다.🙄 



겨우내 달리기를 쉬었으므로 처음 마음먹었던 대로 오로지 30분을 쉬지 않고 뛰어보고 싶었다. 1분 조차 수월하게 뛰지 못하는 내게 30분은 30만 광년처럼 멀게 느껴졌고, 30분 달리기가 가능한 고성능 심장과 다리가 생기는 건 굉장히 근사한 일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유튜브에서는 드라마틱한 몸의 변화를 간증하는 영상들이 즐비했고, 나도 달리기를 통한 체중감량의 소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효과로 생각하기로 했다. 거짓말이다. 중간에 살짝 다이어트 욕심이 돋아서 저녁 식사를 샐러드로 일주일 먹어봤는 데, 인생이 우울해져서 그만뒀다. 


대신 맥주 보상을 조금씩 해주었다. 매일은 아니고 2회 성공 후 1회 맥주 정도?? 그리고 석 달의 시간이 흘러 어느덧 삼십 분을 달릴 수 있게 된 지금 저의 체중은요.... (두구두구두구///) -1kg 되시겠습니다!!!!! (너 이 씨.. 맥주 새끼..)

“(263) 달리기의 이상함은 한 번 한 것은 그것이 실현되었다는 것 이외에 더 이상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달리기, 기욤 르 블랑”

달리기를 하고 나서 뭐가 변했냐면, 요로케~요로케~ 되었답니다^^쨘! 이런 글을 쓸 수 있지도 않을까?라고 달리면서 몇 번 생각했었는 데, 생각할 필요도 없을 만큼 변한 게 없다. 1킬로그램의 체중감량을 성과로 제시하기에는 달릴 때 얼마나 힘들었냐면 막 숨이 가빠서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온몸이 천 근 만 근, 땀이 줄줄, 마스크는 얼굴에 엉겨 붙고, 중간에 무릎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병원 가고 엉?!...!!!!!! 그 고생해서 1 킬로그램…… 장난해? 그 힘듦을 근력운동에 투자했으면 살이 더 빠졌을 것이다… 워… 이처럼 1분도 못 뛰어서 헥헥 대던 사람이 30분을 뛸 수 있게 된 것 말고는 정말 레알 아무것도 변한 게 없긴 하지만, 


그렇지만. 


그냥 나는 30분을 달려보고 싶었고. 달렸고, 잘 못 달리면 반복해서 달렸고, 🏃🏻‍♀️🏃🏻‍♀️🏃🏻‍♀️🏃🏻‍♀️


그렇게 조금씩 달릴 수 있는 분을 늘려서 30분을 달릴 수 있게 되었다. 

3분을 못 뛰던 내가 30분 동안 달린다.


그리고.


그게 다다. (씨익)

“(10) 달리기 위해서는 빨리 걷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걷기에서 두 발은 지면에 머문다. 두 발은 피할 수 없는 중력을 번갈아 흡수한다. 문제는 한 발 한 발 체계적으로 지면을 탐색하는 것이다. 반면 달리는 사람은 이 중력의 법칙과 작별한다. 그에게는 두 발이 더 이상 지면에 놓이지 않는 짧은 순간이 존재한다. 그때 그는 어떤 시간과 공간에 놓일까? 무중력의 섬광과 같은 아주 짧은 순간, 지상의 존재 조건 바깥으로의 탈출, 지상에서의 삶의 괄호 치기. 


달리기와 함께 두 발은 더 이상 지상의 축제에 머물지 않는다. 물론 두 발은 번갈아 차례로 지면으로 다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두 발은 걷기와 다른 것을 한다. 따라서 걷기와 달리기 사이에는 환원할 수 없는 경계가 존재한다. 비록 양쪽 모두 육상이라는 같은 이름에 속하는 다른 종류의 운동일지라도 말이다. 두 발 중에 한 발을 지면에서 떼지 않는 한, 당신이 아무리 빨리 걷는다고 해도, 당신은 여전히 걷는 사람이다. 반면 당신의 두 발이 더 이상 지면에 머물지 않는 순간, 당신은 달리기 상태에 있고, 당신은 다른 차원으로, 걷기의 경험이 접근할 수 없는 새로운 모험 속으로 진입한다. - <달리기>, 기욤 르 블랑 ”

걷기와 달리기는 다르다. 다른 경험이다. 이어폰 속 런데이 청년은 “힘들어서 걷기보다 더 느린 속도로 달리더라도 달려야 한다”라고 했다. 처음에 난 그 말이 뭔 말인가 했다. 걸을 때 팔을 앞뒤로 더 거세게 흔들라는 걸까? 걷는 것보다 느리게 달리라니? 걷는 것을 더 빨리 하는 것과 달리기는 무어가 다르단 말인가? 하지만 걷는 것과 달리는 것은 분명히 달랐다. 내 뇌는 내 몸에 다른 명령을 내렸다. 나는 런데이가 시키는 대로 분명히 걷기보다 느린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무엇이? 책을 읽다가 알았다. “두 발이 지면에 놓이지 않는 짧은 순간”이 달리기의 순간에는 있었다. 아하. 

중력에서 벗어나 보려 하는 그 순간이 내 심장을 이렇게 뛰게 하는 걸까. 쿵쿵. 처음에 달릴 때 내가 가장 크게 인식하는 것은 심장의 존재감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호흡기의 존재감, 무릎의 존재감, (PMS때는) 가슴의 존재감, 골반의 존재감, 장경인대 - 대퇴근막장근의 존재감 (아팠던 곳들 쓰고 있다...) 

요즘 가장 강하게 느끼는 존재감은 어찌저찌 다시 돌아와서 호흡기의 존재감. 뛰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호흡량이 많아진 건지, 서울의 공기는 여름에 더 안 좋아지는 건지 달리고 난 후에 목이 칼칼해서 이제는 무릎 때문이 아니라 목 때문에라도 하루~이틀 씩 달리기를 걸러야 할 지경이다. 그러고 보니 런데이 청년도 오버하지 말고 일주일에 세 번씩 달리라고 했었다(말 안 듣고 매일매일 달렸다가 인대 부어서 병원 신세를 지고 보름 동안 못 달리게 되기도 했음...). 과유불급. 이젠 좀 지키자, 하루 걸러 하루. 하루 걸러 하루. 

하루 나온 김에 하루키 책 이야기를 하자면(ㅋㅋㅋ 자연스러웠어!!), 이 엄청 유명하고 표지가 부담스러븐 책은 달리기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던 11월부터 읽다가 말았다가 30분을 뛰는 러너가 된 것을 스스로 자축하기 직전에 다시 읽었다. 허허. 하루키는 작가 데뷔 후에 소설을 잘 쓰기 위해서 마라톤을 시작했다고 한다. 소설가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러너라는 정체성에 대한 애정과 장편소설을 쓴다는 것과 장거리 달리기를 한다는 것의 닮은 점 등을 꽤 즐겁게 읽었다. 듣던대로, 명성답게 확실히 스타일 있는 아재였다... 

“(116)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

하루키 소설이라곤 딱 한 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에세이가 소설보다 더 좋을지도 모르지만, 읽다 보니 그에 대한 없던 애정이 생겼다(모두 가진 중년 남성이라고 생각하며 재수 없어했던 것도 사실). 소설가로서도 러너로서도 퍽 훌륭한 태도로 살아가는 어르신이지 싶어서 소설도 흔쾌히 읽어주마 싶었다. 참, 그 야구 보다가 불현듯 소설 쓰고 싶어진 썰도 바로 이 책에 나온다. ㅋㅋㅋ 고작 일 킬로그램의 감량 외엔 달라진 게 없는 줄 알았는 데, 책 읽다가 하루키와 나 사이의 공통점도 발견했다. 

“(61) 그래서 나는 스포츠 종목으로, 거의 망설임 없이 혹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달리기를 선택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있다가 담배를 끊었다. 매일 달리게 되면, 담배를 끊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었다. 물론 금연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지만 담배를 피우면서 달리기를 매일 계속할 수는 없다. ‘더 달리고 싶다’는 자연스런 욕구는 금연을 계속하기 위한 중요한 동기가 되었고, 금단현상을 극복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담배를 끊는 것은 이전 생활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상징 같은 것이었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그렇다!!! 나도 *자연스럽게* 담배를 끊었다. 얼마나 자연스럽게 끊었냐면, 끊은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끊어져 있다. 아마 4월 중순쯤으로 기억하는 데. 일기를 찾아보니, 

“(21/4/16) 쉬지 않고 5분을 뛸 수 있게 되었다. 놀랍다. 여전히 무리를 하지는 않지만 (무리하면 하기 싫어질까봐) 조금씩 조금씩 페이스를 올려보라던 OOO 말이 생각나서 겁 안 먹고 내리 높였더니... 정말로 뛰어졌다. 그치만 5분에서 15분으로 바로바로 늘릴 순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겁먹게 되어 암튼 이번 주는 5분 뛴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저녁 하늘이 핑크 핑크 너무 근사해서 사진을 찍었다. 오늘의 코스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트랙을 도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는 데, 어제도 그렇고 인조잔디 한가운데 누워서 땀 흘리며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은... 엄청나게... 쾌감이다.. 행복...!!! 처음으로 잘 달리고 싶어서 담배를 끊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런데이 아저씨가 담배는 스트레스 때문에 피우는데 달리기를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가셔서 자연스럽게 끊게 된다고 하였는 데, 너무 맞는 말인 거다.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담배 -> 스트레스 때문에 피움 -> 백수, 스트레스 요인 없음 -> 달리기 할 때 호흡 딸림 -> 끊을까? 생각해봄 -> 피우러 나가는 게 더 귀찮음 -> 사러 나가는 건 더더 귀찮음 -> 안 삼 -> 끊음 -> 달릴 때 호흡이 좋아짐 -> 스트레스 풀림 -> 담배생각 안남

 

10년 흡연 인생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진 않겠지? 스트레스받으면 다시 피울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일단락된 것으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금연을 마음먹을 때는 항상 금연을 마음먹으면서 담배를 생각했고, 얼떨결에 금연 중인 지금은 그냥 아예 담배 생각이 없다. 그러고 보니 <드링킹>작가, 캐럴라인 냅 언니...  알콜을 끊을 수는 없었답니다?... (대신 담배를...)

“(225) 달리기는 부상 때문에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것으로 돌아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는 부상과 더불어, 신체 안에 고통을 느끼면서 달린다.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그렇다. 어깨, 허리의 고통, 무릎 통증, 근육통 등등. 우리가 자신의 신체에 반해서 달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만일 그렇다면, 1킬로미터도 달리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신체와 더불어 달린다. - <달리기>, 기욤 르 블랑”

30분을 달리기 전 보다, 나는 건강해졌을까? 글쎄. 여전히 근육은 없고, 뱃살은 있고, 되려 안 하던 달리기 때문에 삐걱대는 무릎과 담배를 피울 때 보다 더 기분 나쁜 칼칼한 목 상태를 가지게 되었다. 체력이 더 좋아졌을 수 있긴 한데, 막상 일을 안 하니까 체감 못하고 있다. 그럼 정신이 더 건강해졌나? 아니,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죠? 담배 중독에서 달리기 중독으로 중독된 종목이 변했을 뿐 뭔가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는 같을 지도...?

음...
음...
....

그런데 오늘도 분명히 달릴 것 같다. 
왜지?... 런데이 앱도 다 했고... 30분 달리기의 목표도 이뤘는 데... (목표를 이룬 자의 허망함) 

지금 생각나는 것은. 죽을 것처럼 힘든 데 머리 위로 떨어지던 벚꽃이 아름다웠던 거랑, 땀 흘리고 난 뒤에 부는 미적지근한 바람이랑, 달리는 내 속도를 따라서 천천히 바뀌던 거리의 풍경들, 인조 잔디운동장에 벌렁 드러누웠을 때의 하늘. 그리고 뭔가 아무 생각 없이 자유로운 느낌. 이 느낌은 러너스 하인(runner’s high)가 뭐시깽인가하는 경험은 아직 아니다. 그냥 너무 힘드니까 생각이 없어지는 느낌.... 나는 뛸 때마나 겁나 힘들기만 했다. 단 하루도 안 힘든 적이 없었다.... 

지난주부터 런데이 청년🤖이 너무 잘했으니까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자기를 추천하라고 했다. ㅋㅋㅋ 나에게 생애에 없었던 달리기라는 힘든 시련을 겪게 해 준 그의 부탁에 따라 알라딘 마을 친구들에게 자랑과 추천을 해본다. 솔직히 추천은 하고 싶지 않다. 


추천사 : 석 달 달려도 살 안 빠진다. 스트레칭 충분히 안 해주고 좋다고 맨날 달리면 무릎 등에 부상 생긴다. 힘들다.  힘들다. 뿌듯함? 힘든 거에 비하면 진짜 조금 있다. 하루키가 달린다고 합디다. 그리고 하루키 본인도 추천하진 않... 던데요?

오늘의 창밖은 축축해 보인다. 역시 달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삼십 분을 달릴 수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건 하면 된다. 할 수 없는 건 안 하면 되고. 근데 겨우 할 수 있어진 것을 다시 할 수 없어지 게 만드는 건, 다른 할 수 있는 게 생겼을 때 아닐까? 달릴 이유가 없지만 안 달릴 이유도 별로 없고, 안 달리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걸 보니 달리는 게 좋을 것 같고, 더군다나 내가 달리는 코스는 축축한 날씨에 특별한 흙냄새를 뿜어내고, 그 냄새를 맡는 것이 나쁘지 않았고. 오늘은 축축하고. 어찌저찌 나는 달릴 수 있게 되어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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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5 17: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공쟝쟝님 완전 의지의 한국인이시네요~!!. 실천하는 책 읽기라니~ 전 걷기만 하는데 대단합니다😄
대신 보상은 맥주 대신 소주가 좋지 않을까요? 살도 안찔거 같고 ㅎㅎ

공쟝쟝 2021-06-15 17:32   좋아요 3 | URL
실천하는 책읽기....... (후두둑 소름이 돋았다..) 아니요. 실천에 도움되는 책읽기!로 합시당. ㅋㅋㅋㅋ
운동하기 싫을 때는 운동 에세이 읽는 게 짱이예요. ㅋㅋㅋ
파랑님.. 맥주는 안주 없이 마시지만 소주는 안주 없이 마실 수 없습니다. 보상하다 10킬로 찔 큰일 날 소리를 하십니다요.

새파랑 2021-06-15 17:44   좋아요 3 | URL
아 깡소주 드실꺼 같으셔서...안되면 보드카라도 ㅎㅎ 열 운동 응원합니다~!!

잠자냥 2021-06-15 17:50   좋아요 5 | URL
새파랑 님 운동하고 나서 소주 마시면 더 목타욬ㅋㅋㅋㅋㅋ 하, 생각만으로도 목타ㅋㅋㅋㅋㅋㅋㅋ 시원하게 맥주를 마셔야지!

공쟝쟝 2021-06-15 17:55   좋아요 5 | URL
깡쏘쥬요? 보드카요… ? 파랑님 러시아 소설 당분간 금지ㅋㅋㅋㅋ 미국소설 읽어요 ㅋㅋ 맥주마시는 ㅋㅋ

새파랑 2021-06-15 18:03   좋아요 5 | URL
아~목타는 걸 생각 못했네요 ㅎㅎ 운동 후에는 🍺가 확실히 맞네요~!! 전 독한걸 좋아해서...제가 러시아 문화에 너무 빠졌나봐요 😅

mini74 2021-06-15 1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추천안하신다니 자랑만 받을게요 ㅎㅎ

공쟝쟝 2021-06-15 20:11   좋아요 2 | URL
자랑 받아주셨으니 저는 감사해서 인사드립니다. 🙇🏻‍♀️ 좋은 저녁 보내시어요 ㅎㅎㅎ

붕붕툐툐 2021-06-15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쟝쟝님, 왤케 멋있는 거예요? 인간이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구욧? 와~ 그리고 글을 왤케 실감나게 쓰는 거예요? 제가 달리고 있는 줄 알았잖아요. 멋지다, 진짜~~ 진심 축하드려요!!

공쟝쟝 2021-06-17 10:1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전 삼십분짜리 심장을 가진 멋진사람 🫀꺄~~~

단발머리 2021-06-17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십분 달리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랍디다. 의지의 한국인, 놀라운 실천력에 기립박수 보내드려요.
평생 운동과 담쌓은 사람이어서 달리기 실천은 자신 없지만, 거실에 저기 저기 저~~~ 자전거라도 좀 타볼까. 나는 내 몸을 너무 아끼는구나, 생각합니다. 잘 읽고 가요. 날로 진화하는 그대야말로 알라딘 최고의 신인류!!!

공쟝쟝 2021-06-17 12:26   좋아요 0 | URL
의지의 한국이라니요. 중독을 중독으로 대체하는 중독순환의 법칙이랄까요. 도파민이랑 엔돌핀이요. 어차피 그거얻으려고 하는 거거덩요… 안 얻을 순 없으니 대상을 다른 걸로 교체하며… ㅋㅋㅋㅋ 신인류 좋다…. 일 안하면 책이라도 읽어야쥬.. 솔직히 요즘 신이난 신인류…맞습니당💪

초딩 2021-07-0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07-07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이하라 2021-07-08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모나리자 2021-07-0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나 따위가 책을 평가할 기준이란게 있나? 읽은 책은 다 좋은 책!! 했었는 데, 읽기가 쌓일 수록 ‘내’가 읽기에 너무 좋은 책들은 별 다섯을 주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별 반개가 없는 북플의 특성상 (도입좀 해주라 제발), 모든 책이 별 네개가 되어가고 있었고…. 또 그건 아닌 것 같아 깎다보니 좋은 책들도 별 세개가 되어 본의아니게 좋은 책들에게 별점 테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름의 기준을 정하고, 또 별 셋이 별로라는 뜻은 아니라고 항변하기 위해 페이퍼를 써보는 중이다. 시작은 이러한데 언제나 그렇듯 쓰다보면 맨날 다른 글을 쓰고 있는 나…. 두시까지 후딱 쓰고 일하러가자.


사실 책에서 만큼은 양다리 세다리 문어다리인 내가 마지막 장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완독하는 책은 내게 좋은 책에 속한다 싶다… (예외 : 너무 좋아 아껴 읽는 경우, 너무 어려워 못읽은 경우가 있음) 집 앞에 도서관이 생겨서 다양한 책을 고를 선택지가 많아지니까 더 뒤적뒤적 하게 되서 완독이 수월하지 않으니 점점 더 ㅋㅋㅋ 그렇게 될 예정이다..


도서관에서 일단 책을 편 후 나는 보통 세가지 기준으로 완독 할지 말지를 판단한다. 


1. 내가 몰랐던 세계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를 주거나

2. 재미있거나

3. 아름답거나


과거 1-2-3 이 충족되었던 저자라서 아묻따 의리로 읽는 경우도 있음. 중요도 순서는 평등한거 같다. 사회과학이나 철학, 인문교양 책에 1 번이 2,3은 주로 에세이나 소설에 해당한다.


1. 정보 혹은 의미


기실 모든 책은 정보를 주기 때문에 별 다섯에 다다르기는 좀 까다롭기로 해보자. 


(내 기준에)새로운, 알아서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주는 책의 최고는 별 넷

새로운 지식 + 인식하는 방법론 자체를 재구성하게 하는 책 에는 별 다섯 (정희진과 푸코가 별다섯인 이유)

읽었고 의미가 있었던 독서 였다면 별 셋 -> 별 셋을 기준으로 더 깔지 더 할지 생각함

새로운 지식을 줬는 데 빻았으면 별 하나씩 깜 (윌 스토)

새로운 지식을 ‘재밌게’ 풀면 별 하나 추가 (유발 하라리) 

같은 맥락에서 정보전달을 아름다운 문체로 하면 더욱 관대해짐(별 하나가 아까울 때가 있어 반개가 필요함ㅋㅋㅋ)

정보가 새롭진 않았지만 분석력, 통찰력이 돋보이거나 설명을 정말 잘했거나. 취재 과정에서 너무 열심히 쓴 노고가 느껴지면 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다.

굳이 상향평준화 되어있는 평점들이 보이면 일부러 별을 낮게 매기는 경우도 있는 것 같긴 하다.. 

좀 싫었던 책은 별하나… (이건 별점 테러용...)



2. 재미


음… 재미는 진짜 주관인데… 내 개그 코드가 기준이며.. 그래서 이 부분 만큼은 기준이 없는 것 처럼 보이기도ㅋㅋㅋㅋ? 일상에서 보통 재밌는 사람은 눈치가 빠른 사람(!)인데, 글로 독자를 웃기는 건 눈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봄. 전적으로 지적 설계의 문제임 ㅋㅋㅋ (읭?) 세상에서 글이 재밌는 사람이 제일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번역을 했는데도 재밌어 버리면? 음.. 헤어나올 수 없어지지요. 최근에 에런 라이크 책이 그랬고, 페미니즘 책 읽다보면 풍자와 해학의 고급 개그코드들이 느껴지는 데, 그럴 때 가끔 영어공부를 하고 싶어져… (마음만 그래) 


독서에 습관이 붙으면서, 책과 책의 연결 고리로 아는 게 많아질 수록 웃기고 더 재미도 생겨나는 것 같다. 금며들었다고 표현했는 데… 예전엔 이뭥뮈 했던 금정연 작가가 좀 그랬음. 책 덕후용 유머였어.


웃기겠다고 노력하다가 불편하게 만드는 유머(김영민 교스님ㅋㅋㅠㅠ)를 구사하거나,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두세 페이지 안에 너무 많은 유머가 들어가 과유불급이 안타까운(혼비님의 아무튼 술😭이 그랬다.. 웃기려고 너무 애쓰는게 티났어…) 경우도 있다. 이렇듯 저는 글로 웃기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재밌기만 참 재밌고 웃기기만 겁나 웃기다고 생각하던 도중 뼈가 있어 버리면 바로 폴인럽.. (사실 혼비님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가 그랬는 데 ㅠㅠ 아무튼 술에서 ㅠㅠ..무리하셔가지고 ㅋㅋㅋ) 여하튼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 중 독보적인 분으로 손꼽는 에세이스트에 <계간 홀로> 발행자이신 이진송님이 있음. 20대 부터 그녀의 글을 읽어왔으나 생각해보니 제가 애정하는 만큼 그분의 책에 대해 페이퍼를 쓴 적은 없었더라고요? (왜지? 스스로 의아함)


여하튼 그녀의 주옥 같은 책을 살짝 페이퍼에 공유해드리겠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젠가는 묵혀둔 리뷰도 써보겠음다.
















신예로 이주윤님 있다 들었으나 (대놓고 웃기다는 오빠 맞춤법을 아직 읽지 못한 고로) 아직은 판단을 유보. 솔직히 요즘 에세이 시장이 활활 타올라서 내가 발견하지 못한 웃기신 분 진짜 많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소설 계에서는 독보적으로 박상영(나오는 사람들 하는 짓이 웃김..)이 있고, 그 밖에는 소설을 안 읽어서 나 잘 몰라… 앗;;;


참고로 알라딘 마을에 글로 웃기는 분 많다 ㅋㅋㅋㅋ 특히 댓글로.. (여러분 내가 애정해여😚) 이는 이 마을의 지적 능력이 한국의 평균 이상이라고 ㅋㅋㅋㅋㅋ 쓰려고 했는데, 가끔 유튜브 댓글들 보다보면 한국의 지적 총량이 이렇게나 세계적임을… 아 어떡해 쓰다보니 또 쓸데 없는 소리 계속 쓰고 있어…. 


암튼 소설의 별표 기준은 이렇다.


흡입력있는 (페이지터너) 소설 < 생각할 것이 많은 소설

캐릭터가 매력적인 소설 = 구조가 촘촘한 소설

문장이 이쁘고 좋은 소설 < 내 마음 같은 공감이 많은 소설 


힘빼고 그냥 즐겁게 읽는 소설이 많아져야 할텐데… 작가가 소설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뭘까?를 많이 생각하는 편(황정은 작가님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그렇게 읽다 보니 자꼬 힘이 들어가고 읽는데 힘들면 피로해지니까 소설 안읽고… 고치고 싶은 점임.



3. 아름다움


글이 아름다운 책 < 태도가 아름다운 책

 

이 좋지만 점점 문장이 아름다운 게 왜 중요한지 알아가고 있는것도 같다… 아, 이 문장을 만나려고 내가 이 책을 읽었나? 싶을 때도 있고. 이 아름다움 역시 재미만큼 주관적이라서ㅋㅋ 그래도 객관적으로 아름다운 글들도 있다. 한강 작가님 김애란 작가님 아름답고, 신형철 평론가 글도 아름답고, 김혜리, 이슬아… 아, 아름다운 글 너무 많지만… 근래에 읽은 책중에는 김상욱의 <떨림과 울림>이 탁월하게 지적이면서 아름답고 아름다우면서 지적이더라… (물리학이라고는 에프는 엠에이밖에 모르는 문돌이가 과학책에 매료되는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이과가 글까지 잘쓰면 그거 진짜 반칙 아닌가?)  


버뜨!! 문장을 꾸미지 않아도 진실한 통찰이 묻어나는 글에 훨씬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다. 아주 가끔 미문으로 만들어졌는 데 지적이지도 재밌지도 않으면서 하나마나한 착한 소리를 하면 빡이 칠 때도 있다. 어이 당신,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워? 째려보고 싶달까… 그 문장력으로 착할거면 차라리 아름다운 개소리를 해줘. 물론 개소리보다는 하나도 안꾸민 소박한 문장으로 적혔을지라도 하루를 살아가는 데 용기를 주면 그 글, 그 책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에세이는 전업 소설가들(에세이 김연수님 만큼 쓸거 아니면 소설가들은 소설을 쓰자.. 물론 에세이 잘쓰시는 분들이 소설 잘쓰는 경우도 거의 없더라... 헛...)보다 직업인(?)이나 엔잡러(!)들의 글이 더은 것 같다. 예를 들자면 허혁님의 <나는 그냥 버스운전사입니다>같은?


태도의 아름다움도 주관적이다. 주관적이기만 한가, 나 자체가 일관성 없어서 자꾸 자꾸 좋아하는 태도들이 변한다. 솔직히 나는 잘 살고 싶다. 그 잘사는 게 어떤 건지는 공부하는 중이고, 그 공부로 책만한 게 없는 것 같아서 열심히 읽는다. 읽고 또 읽으면서 잘 사는 태도를 삶에 적용해보는 것 말고 다른 잘 사는 방법이 있다면, 책 따위 다 불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세상을 해석하는 이야기가 정말 중요하다. 또 그렇기에 못사는 사람들의 글도 중요하다. 정 반대의 의미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별표를 다는 것이 다 뭔가 싶다가도. 이거 잊지 않고 해보려마하는 사람들이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우리가 같은 이유로 이 공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좀 덜 외롭다. 


사실 요즘은 외롭다는 감각에 꽂혔다. 그래서 요즘 내 별표의 기준은 ‘멋지게 외로운 태도’다. 


(+)

정리 및 추후에 덧붙임,

⭐️별하나 별점 테러용 (ㅋㅋㅋ)

⭐️⭐️별둘 굳이 안읽었어도 상관없었을 책

⭐️⭐️⭐️별셋 한번은 꼭 읽어야하는 책

⭐️⭐️⭐️⭐️별넷 재독해도 좋은 책

⭐️⭐️⭐️⭐️⭐️별다섯 (내 기준에)여러번 거듭 읽을 책


나도 몰랐던 나의 기준을 하나 추가하면, 디자인이다 고유의 기능을 잃지 않은 범위 안에서의 가독성을 보장한 아름다움과, 종이 벌크감과 때타는 것과 휴대성과 들었을 때의 그립감을 포함한 ㅋㅋㅋㅋ 여러가지 면을 본다 ㅋㅋ 

그게 많이 충족되면 내용까지 좋게 느껴지더라.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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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02 14: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캬 이 페이퍼 참으로 재미납니다?!

그나저나 쟝쟝님 웃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6-02 14:19   좋아요 2 | URL
아이 참, 그대 내가 만난 알라딘 서재인 중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웃긴 사람 ㅋㅋㅋ (이라고 쓰고 천재라고 생각한다)

잠자냥 2021-06-02 14:27   좋아요 2 | URL
사실 왠지 어머 나? 하고 생각하면서 이런 댓글 달았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다부장님 자뻑 닮아간다....)

공쟝쟝 2021-06-02 14:37   좋아요 2 | URL
큰 엄지 손가락에 다코타 부장님 계신다고 합디다??? 그나저나 이 행간의 맥락을 읽어내는 웃긴 것 아는 잠자냥님... 이제 아시겠죠?? 페이퍼 안에 재밌음의 티키타카를 설계하는 저의 재미력(천재력)을 요?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02 15:37   좋아요 2 | URL
다코타 존슨 부장님의 자뻑력이 세상에 널리널리 퍼져야 합니다. 모두모두 자뻑으로 하나되는 세상 만들어가도록 해요.

그럼 이만.

공쟝쟝 2021-06-02 15:48   좋아요 1 | URL
다부장님의 자뻑은 천재력을 구성하는 코어라고 할 수 있죠. 자뻑력을 단련할 수록 재미력이 증가하는 근력형 유머의 세계. 글로 웃기는 사람에게 누가 근육이 없다고했던가.. 커몬커몬 !! 다 오ㅏ랏!!!

난티나무 2021-06-02 15: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아직 안 썼지만 쓸 지 확실치 않지만 오빠를 위한 맞춤법, 음 저는 글케 웃기지 않더라고요. 내가 어떤 시선으로 글을 읽고 있는지 가끔 헷갈렸어요. ㅎㅎㅎ
떨림과 울림, 그렇단 말이죠? 담아만 두고 살 생각은 안 했는데 흠흠.

공쟝쟝 2021-06-02 15:49   좋아요 1 | URL
야한걸로 웃기면서 피씨하기가 어디 쉽당가요… ㅋㅋㅋ 그 어려운 걸 해내는 사람이 이 알라딘 마을에 있다니까요?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6-02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에 제가 별을 다슷 개! 드립니다.
(웃겨보려고 애 쓰는 거 보이시죠?;;;)

공쟝쟝 2021-06-02 15:51   좋아요 2 | URL
만두님.. 하아, 정말.. 의미와 재미와 아름다움을 두루갖춘 천재님을 쉽게 알아보는 당신은 안목의 천재…🤭??

붕붕툐툐 2021-06-02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게 외로운 태도 넘 좋네요~ 저도 타인을 웃기는 게 최고의 지식&재능이라는 데에 공감합니다~ 얼마전 읽었던 syo님의 글에서도 소설 읽을 때 작가에게 감정이입하신다 했는데, 공쟝장님도 그러신 거 같아요. 비법 알았어! 글 잘쓰는 사람들은 작가에게 감정 이입을 한다!!ㅎㅎ

공쟝쟝 2021-06-03 14:06   좋아요 1 | URL
잉? 쇼님이랑 저랑 읽는 스타일 다른 편 인데 ㅋㅋㅋ 저는 이 사람 뭔 말하고 싶은 지(서사나 문장 뒤에 숨긴 하고 싶은 말)를 생각하는 데, 쇼님은 스타일까지 두루보시는 것 같더라고요. 특히 어떻게 이렇게 ‘쓸‘수 있지? 이렇게요ㅋㅋ 저는 스타일 잘 안 보고요. 내용 좋으면 형식 신경안쓰고 문체에 관대하며 엉망인 번역도 용서 가능해요 ㅋㅋㅋ 쇼님은 번역에 자비 없으심.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면 한달 전에 치킨 뜯으면서 만나서 이야기했던 내용)

붕붕툐툐 2021-06-03 14:19   좋아요 1 | URL
앗! 하나 더 추가. 글 잘쓰는 사람들은 자신의 읽기 방식을 디테일하게 알고 있다!ㅎㅎㅎㅎㅎ

공쟝쟝 2021-06-03 14:21   좋아요 0 | URL
매번 잘쓴다고 칭찬해주셔서 제가 정말로 잘쓰는 줄 알겠네요?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나는 재밌게 쓰고 싶다!!!!!!!!! (천.재.되.고.싶.다)
 
박하사탕 SE (2disc)
이창동 감독, 김여진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스포일러주의 / 한남용어주의 *

5ㆍ18 이니까 관련 영화 안본거 한편 땡겨주자! 설경구팬 불한당원 꼬셔서 봤다. 패러디 된 기찻길 장면만 알았지, 이런 영화일거라고 생각도 못했다.(대충 영호가 계엄군인 것만 알았음) 80년 5ㆍ18과 영화 속에서의 현재 1999년 사이에는 대략 20년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한 후 명작의 반열에 오른지 20년이 지나 지금은 2021년이다.

난 지난 20년 동안 이 영화를 안봤길 너무 다행이다. ‘5ㆍ18을 다룬 몇 안되는 영화 중 가해자의 삶을 다룬 최초의 영화!’라는 타이틀로, 누가 가해자이며 누가 피해자인가, 격랑의 한국 현대사 속 망가져가는 인간의 선택! 혹은 설경구 연기 죽인다~!! 뭐 이런류의 평들만 읽었으면 진짜 속터져 죽었음.

영화보고 너무 불편하고 이해안되고 빡쳐서 100자평 뒤졌다. “남성끼리 피해자 가해자 다 해먹고 화풀이는 여성한테 전부해대는 쓰레기 같은 사회. 그 사회를 담은 영화에 감정이입해 눈물 흘리는 수많은 박하사탕의 주인공들. - ID : 채고, 별은 0.5, 왓챠피디아” 내말이여, 제말이요, 예!! 제가 제가 이런 평을 너무 읽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는 ‘(자기연민으로 꽉찬)나쁜 한국 남자의 일생’ 이라는 부제달고 보는 게 차라리 맞고, 감독이 거장이라고 하니까 일부러 그렇게 그린 건가 싶을 정도로 너무 여혐이 심각해서 얼탱이가 없었다. 영호가 해대는 여혐은 혐오의 표본이고, 그걸 비틀어서 보여줬다고 치더라도 기본적으로 영화가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이 불쾌했고, 그것까지도 한국사회였으니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사료적 가치(?)가 있는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난 좀 다른 의미로 한번쯤 보아야하는(한 번 이상 볼필요는 없을 듯)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박하사탕의 이야기는 역순 구성을 취하지만 정방향으로 돌리면 이렇다.
‘순수청년 - 계엄군 - 고문경찰 - 사장님 - IMF - 도산 / 이혼 / 자살’
나름 그가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다!!가 영화적 반전이라면 반전일 테지만, 첫사랑 순임(문소리역)을 순수한 시절, 돌아가고 싶은, 박하사탕!!으로 그린 것부터가 너무 한(국)남(성)스럽다. 성녀/창녀(혹은 숭배와 혐오) 이분법이 고전적인 여성혐오의 시작인데, 어떤 순수(박하사탕)가 깨지고 짓밟혔을 때 그렇게까지 쉽게(?) 흑화(!!)해버리는 놀라운(!!!) 비약적 합리화와 순수에 대한 강박적 집착에 코웃음이 쳐졌다. 가장 깨끗할 것이 아니면 쓰레기가 되겠어!! 라니?? 야, 넌 중간없어? 물론 우리는 순간순간 양자택일이란 선택지 앞에 서긴 하지만, 인간은 반성이라는 걸 하거든.

영호는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걍 자기반성을 졸라 할 줄 모르는 인간에 불과하고 그 전형적임이 전형적으로 기능해온 한국사회 진짜 참 엉망이었구나 싶어서 새삼 없던 인류애 다시 한번 식었다. 그래, 한 사회의 질이란 그를 구성하는 인간들의 총합이겠지. 우리가 그런 시대를 살아왔던 거지ㅋㅋㅋ

자, 여러분 이제 우리는 평범한(?)인간으로 호명된 ‘김영호’를 다시 봅시다. 그는 평범하지 않습니다. (평범한 한국남자는 성매매 그렇게 많이 자주 하나요?) 성급하게 일반화 하면 안되죠. 하지만 아마도 영화는 평범한 인간으로 그리고 싶었을 (감독의 의도가 다분한) 그는 유별나게 자기반성을 할줄 모르는 이분법의 소유자로서, 언제나 그는 그를 연민(?)하는 여성들에게 기대고 있습니다. 혹시 영화를 보면서 그를 욕하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연민을 느끼며 이해해주고 싶어지셨나요? 
노노~ 그럴 필요 전혀 없어요. 이해와 위로라는 노동을 한쪽 성의 역할로 고정시켜버리면 그들은 자기가 자신에게 느끼는 연민이 진짜 타당한 연민인줄로 압니다. 불쌍히 여겨주면 진짜 지가 불쌍한 줄 알아요. 정신차리라고 불쌍히 여겨준건데 정신 절대 안차립니다. 그 이해의 결과로 죽는 순간까지 끝까지 허접해진답니다. 쓰레기에게 쓰레기라고 가해자에게 가해자라고 쪽을 주고 혼내주고 해야합니다. 안그러고 우쭈쭈해주면 버릇나빠져요. 그런 인간을 그린 영화가 바로 ‘박하사탕’입니다 여러분.


쓰다보니 말이 길어졌는 데, 사실 영화에서 가장 건지고 싶은 역할은 김여진이 연기한 ‘양홍자’였다. 솔직히 첫사랑 순임이야 그냥 남자들 판타지고, 영호 부인 ‘홍자’가 그나마 인상적인 캐릭터 였는데 아무리 구글링을 해도 김여진은 조연 취급하고 노출씬어쩌고만 나와서 졸라 빡침... 그래서 나라도 여기에 리뷰를 남겨 영화에서 남편한테 매맞는 예수쟁이 부인으로 퇴장하는 홍자언니를 꺼내주고 싶었다. 실제로 영화보면서 친구한테 “아니, 저 새끼(영호)는 김여진이 위로해주는데 우리 여진언니는 누가 위로해줘? 엉? 설마.. 하나님??? 오노..”하면서 격분했음.


처음에 자전거를 배워달라고 끼를 부리며 영호 앞에 등장하는 홍자는 나중에는 자가용 운전선생으로 보이는 청년이랑 바람이 나고(엄청 처 맞는다.. 개 ㅉㅏ증남... 진짜 그 시절엔 그랬겠지?), 영호의 사업이 망한 후 이혼했으며, 거지꼴로 대가리를 들이미는 영호에게 아파트 문을 절대 열어줄 생각이 없는 걸로 보아 아주 깎듯이 절연해 버린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 - 자동차 - 이혼(영호버림)’ 이것을 ‘이동 범위의 넓어짐(자유로워지고 싶음)’으로 읽는 다면 별다른 자원이 없는 그녀는 (처음에는 남자들의 도움을 얻어서라도) 다른 곳으로 나아가고 싶었다라는 은유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남들에게 그것들을 배운 그녀가 더더 멀리 나아가는 삶을 떠올리면서, 이 영화가 투척한 찝찝함을 떨쳐보기로 한다. 

죄는 영호가 지었다. 홍자는 죄의식을 가질 필요없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영호따위 기찻길 위에 올려놓고 돌아가서 죽든 치어 죽든 말든 생까버리고, 울 홍자 언닌 미래로!! 언니 퐈이팅!! 울 홍자는 영호 새끼 버리고 딸이랑 잘살자. 아주 겁나 잘살자. (이건 정말 내 뇌피셜인데) 영호한테 위자료로 받은 아파트는 제발 강남 아파트였어라!!!!!!!!! 쒸익쒸익 😤

생각한다. 남자 주인공의 편협한 자기연민에 가려져서 실종돼버린 각 여성들의 서사에 대해. 스포트라이트 바깥인, 남자 창작자가 보여주고 싶은 대로만 편집되어 납작한 그녀들을 위해 이런 외전을 써본다.

사랑 받지 못해 못말리는 예수쟁이가 된 것 처럼 그려진 홍자는 교회 안의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강남에 아파트 여러 채 가진 건물주가 되고, 납작하게 그려진 ‘순수’의 상징(공장에서 박하사탕을 천개씩 쌌다는) 순임이는 야학선생을 하다 518을 겪고 야학-노동운동을 하는 지하 운동권의 대모로 자라나, 실은 그날 경찰이 된 첫사랑 영호를 포섭하러 온거였던 것이쥨ㅋㅋㅋ 마지막으로 군산에서 물망초를 운영하시는 다방 언니는 사실 영호한테 연기 연습 중이셨던 배우 지망생이었던 걸로.... 암튼 모두에게 골고루 입체적인 캐릭터를 나눠줘 보아도... 하, 하지만 정말인지. 이 영화... 역사 속 가해자를 구구절절하게 설명하기 위해 도구처럼 사용되는 너무도 간단한 성녀/창녀..들... 이거 너무 지독했다. 그녀들을 그렇게 취급해서 만들어진 전형적인 한 남자(당시에는 인간이었겠지? 남자가 아니라ㅋㅋ)에 대해 질문해 보는 게- 대체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필요했었다고 치고/

이젠 정말로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그건 되돌릴 수 없는 어떤 흐름이면 좋겠다.

영호는 나 돌아갈래!하고 외치지만,
영호 말고는 거기 나오는 어떤 여자들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 현대사 역시 그렇다. 가끔 한숨 나올 정도로 한심한 상황들이 있긴 하지만, 여성들에게 돌아갈만한 과거는 없었다. 확실히 떠나와야 하는 어떤 기이한 부정의의 세계들만이 말해지거나 서사가 부여되지 않은채로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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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5-17 2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렇게 읽어주시니 뭣같은 거, 절대 돌아가면 안 되겠네. 안 돼 못 돌아가 노 빠꾸

공쟝쟝 2021-05-17 22:09   좋아요 4 | URL
응 절대 직진만 할껴! 노빠꾸!!!!!

잠자냥 2021-05-17 22: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 멋모르고 새해 1월 1일에 봤다가 증말 기분 잡쳤던 기억이.... 으으

공쟝쟝 2021-05-17 22:53   좋아요 3 | URL
제가 개봉 당시의 분위기는 잘 몰라서요. 2021년에서야 봤는데... 막 당시에는 (지금도)정말로 영호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다들 이해하고 싶어했던 거 같아서요.. 근데 그거 아니야.. 처음부터 아니었어.. 이러고 싶었어요...

붕붕툐툐 2021-05-17 2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대학생 때 보고 진짜 별루였는데, 뭐가 별루인지 확실히 집어주신 공쟝쟝님께 감사를!!😍

공쟝쟝 2021-05-17 23:12   좋아요 1 | URL
어떤 소설의 주인공이 별로라고 해서 그 소설이 안좋은 소설일 수는 없듯, 영화자체는 좋은 영화겠죠? 상도 많이 받고 명작인 이유도 있을 테고요. 사실 저는 김여진에 대해서 쓰고 싶었어요 ㅎㅎㅎ 쓰다보니 길어졌지만 ㅋㅋ 물음표가 많이 생기는 좋은 영화이긴 하지만, 그치만 2021년을 사는 저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다락방 2021-05-18 06:29   좋아요 2 | URL
저 이 영화 안보고 하는 말인데요, 상도 많이 받았다고 명작인건 아닐듯 해요. 상 주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르지 않겠습니까. 이 영화에 만약 쟝님이 심사위원이었다면, 상 줬겠습니까? 저는 이 처절한 남성 위주의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봐요. 이렇게 만들고 이런 영화에 상주면서 이어지고 이어지고..

공쟝쟝 2021-05-18 09:12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2000년 당시에 518가해자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 신선했을 테지만, 그건 그시대 이야기로 기능했기에 받은 거라는 생각. 그런데 제가 이 영화가 가치있다면 그때 상받아서라기 보다는 적나라해서요. 우리가 옹호해서는 안되는 가해자에 서사부여해주기가 정밀하게 잘 짜여져서 상찬받은 작품인 걸루..
한국판 메일 게이즈의 완성...

단발머리 2021-05-18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피해자성을 생각하는 광주의 아침이네요. 너무 좋아요, 오늘 이 리뷰!!
맥락이 아주 딱이야!!!!

공쟝쟝 2021-05-31 18:58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맥락이 딱이었던 듯?!!! 영호를 추호도 용서하지않겠다!!

난티나무 2021-05-18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안 봤지만 공쟝쟝님 쨩이야요!!!!

공쟝쟝 2021-05-31 18:59   좋아요 0 | URL
전 난티님이 짱 😣 우리는 짱짱 걸!!

thekissxxxx 2021-05-3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공쟝쟝 2021-05-31 18:59   좋아요 0 | URL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너는나의시절이다 #정지우 의 무려 사랑‘애’세이라고 한다. 나는 이 책을 펴기도 전에 이 책이 근질+오글 거릴 것임을 안다. 다만 반듯한, 냉소가 없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느끼곤 하는 정화의 감각도 안다. 망가진 나를 인정하지만 더 망가지고 싶지 않은 나에겐 그의 글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정지우 에세이는 벌써 네권째 사서 읽는 중이다. 

#정찬 의 #완전한영혼 은 정희진 샘의 거듭거듭 추천 때문에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 펴볼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난 소설이 힘들다.

#몸_하나이고여럿인세계에관하여 #샹탈자케 알라딘 추천마법사가 알려준 이 책은 목차가 매력적이었다. 내게 ‘몸’은 오래된 관심 주제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생각을 쌓아나갈 수 있을까가 항상 고민이었고, 책이 도움을 줄 것 같았다. “우리는 몸과 함께 세계로 오게되었다” 첫줄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훑어본 결과 내 독서력은 아직 부족하다는 게 확 느껴진다.


알기도 전에 안다고 말하고 싶은 #프로이트 가 쓴 진짜 글을 읽을 때는 된 것 같다.(지났을지도?) #정신분석학의근본개념 은 선물받았(혹은 강제 삥뜯기?)고, 오늘 왔다. 표지가 무섭다. 어 그러보니 프로이트.. 대ㅁㅓ리…? 응…?

#줄리언반스 의 #아주사적인미술산책 사실 영화보다는 영화평을 미술작품 보다는 작품에 관한 ‘잘 쓴’ 글을 좋아한다. 그 글들을 읽기 위해 영화를 보고 미술품을 감상한다. 텍스트형 인간은 이렇게 진화중이다.

#카오스의글쓰기 가 왜 읽고 싶었더라? 푸코 때문이었나? 아닌데… 무슨 책에서 나와서 읽고 싶어졌는 데… 어쨌든 좀 읽어볼까? 역자의 말과 첫페이지만 살짝 까봤다. 응? 카오스다. 젠장 프랑스 놈들한테 알고도 또 당했다. #모리스블랑쇼 이름부터 난해하잖아. 대체 왜 샀어? 책을 읽을 준비가 전혀 안됐군, 내 지식과 사유의 한계 앞에서 투명하게 좌절한다. 독서라는 취미가 이렇게나 헤비하다. 책이 5년 안에 내게 열리길 바라지만, 불행중 다행인 것은 안열려도 그냥 꽂아두고 싶은 디자인이라는 사실이다.

#넥스트머니 ㅋ 아놔 ㅋㅋㅋ 친구가 비트코인으로 평생 먹고 살 돈 벌었다고해서 갑자기 비트코인 뭔지 지대한 관심(욕망)이 생겼다. 챕터 1만 읽었는 데, 달러패권을 신랄하게 까서 어릴 때(?) 읽던 좌파 경제학 책 읽을 때처럼 신나버렸다. 얽… 모처럼 거대담론… 고향에 온 듯 너무 익숙해…. 욕망에 그럴듯한 명분을 부여해준다면?… 그러나 욕망은 승리할지도…? 그래서 나 코인해? 말아? 코인은 무신… 주식도 없는 게… 별별 생각을 하면서 계속 웃으면서 읽었다. 재밌어서 무리없이 다 읽을 것 같긴 한데, 딱 하나는 알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유시민은 … ㅋㅋㅋ 어후…. 유시민이 썼던 경제에 관한 책들은 내가 대학생 때는 충분히 고전(?)이었고, 나는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게 진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다. 진영논리나 페미니즘이 아니더라도 기본소득 + 반노동ㆍ탈노동의 가치 + 이런 식(기술+욕망)으로 그 쪽 류의(?) 생각이 도전 받는구나 싶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가장 새로운 것 처럼 보이던 것이 가장 진부한 것이 되어버린다.

이 푸르른 책들 중에 홀로 새빨간 마지막 책은 #518민주화운동 5월이니까…

그것들이 진부하다고 해서 모두 폐기처분 할 필요는 없다. 진부해지기까지의 노동과 노력에 기대어 난 지금의 언어를 겨우 얻었으니까. 나만의 해석을 조금씩 추가해보는 형태로 기억해나가기로 한다.

여기까쥐!! 택배상자 한번 거창하게 뜯었다. 지금 쓰고 싶은 말은. 진부해지고 싶다는 욕망이다. 진부할 만큼의 영향력을 갖는 삶에 대한 욕심. 혹은 결코 진부해질 수 없는, 괴상하고, 이상하고, 소외된, 변방의, 존재도 될 수 없는 아주아주 어중간한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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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5-14 2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샹탈 자케 역시 한글로 봐도 어려운 것이죠? 불어로 보고 싶은 마음만 가득 ㅎㅎㅎ 현실은 한글도 이해 못 함 ㅠㅠ 책은 안 봤지만 정말 어려울 것 같은데 이 글 보고 확신하고 지나갑니다.ㅋㅋㅋㅋ

공쟝쟝 2021-05-14 23:17   좋아요 1 | URL
샹탈 자케 보면서 그래도 흐음~! 했는데 블랑쇼 보고서는...... 헐 (절레절레절레) 했어요!! 일단은 지나갔다가 미련생기면 다시 집어들어보려고요. 산 책 중에 읽는 거잖아요 ^^?? ㅋㅋㅋ

mini74 2021-05-14 2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말 푸르딩딩하네요. 제가 갖고 있는건 사적인 미술관 하나 ㅠㅠ 넥스트 머니! 도지코인에 탑승해야하는지 여부를 가르쳐 줄까요? ㅎㅎ 즐거운 독서 되세용 ~~

그레이스 2021-05-14 22:20   좋아요 3 | URL
저도!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이 책 좋았어요~

공쟝쟝 2021-05-14 23:18   좋아요 1 | URL
알라딘 마을에서 호평이 일길래 사적인 미술관을 집어 들어보았습니다. 넥스트 머니는 제가 읽어보고 가능하면 페이퍼를 써볼께요 ㅋㅋ 즐거운 독서 되겠습니다 ^^

수이 2021-05-14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찬 제일 끌리지만 읽고 지진 올까봐 뒤늦게 읽도록 하겠습니다. 파아란 빛깔 한가득해 시원합니다. 봄이 벌써 다 지나갔다면서요??!!

공쟝쟝 2021-05-14 23:37   좋아요 0 | URL
맞아요. 더워요. ㅜㅜ 밤에 달려도 이제 바람이 후끈 후끈 해요 ㅜㅜㅜ 오지마 여름아.....

han22598 2021-05-17 0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르다와 파랗다가 똑같은 신기한 우리말 ㅋㅋㅋ 정신분석학 책의 푸르딩딩한 아저씨 얼굴.....너무 심각한거 아니에요?

공쟝쟝 2021-05-18 00:2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러고보니 신기한 우리말이네요!!!!
프로이트.. 중요하신 분이기는 한 것 같은데... 이렇게 책으로 전면으로 보니 너무 부담스러버서 ㅋㅋㅋㅋ ^^
 

아무래도 읽다 제쳐둔 푸코 다시 읽어야 할까보다. 그치만 푸코 너무 정떨어져버렸는데…?(소아성애강간이라니요. 아오.) 그치만 그래도 읽고 싶거든. 읽을까? 아니야.. 그거 말고 읽을 거 많은데.. 시간이 많으니 별걸로 다 번민한다…? 


오늘은 빛나고 날 선 장도에 흐르는 꿀을 빨아먹는 느낌으로 권력을 다루라는 희진샘의 글에 부비적 부비적 해본다. 일상에서 나의 권력 시험 장은 고양이와의 관계이다. (응?) 느무 귀여워서 이를 악물게 되는… 대체적으로 주무시는, 만지고 싶지만 만져서는 안되는, 만질 수 있지만 만지길 원하지 않는, 만져달라고 요구할 때는 꼭 내가 일할 때인, 그릉거리는 순간 내 모든 힘을 다해 꼭 안아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하아….. 


정희진 샘은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쓰신다는 데. 나는 치열하게 읽고 편협하게 쓰고 싶다. 


사실… 뭐라도 쓰자고 생각하며 컴터 앞에 앉았는데 드럽게 멍때리는 중… 술마시고 싶다… 달리기 대신 산책하고 왔는데 너무 너무 술 마시고 싶다… 내가 알콜 중독이 진짜 맞구나.. 고도 적응형 알코홀릭이 아니라.. 이쯤 되면 그냥 알콜중독이여… 술은 정말 아예 딱 끊어버려야 하는 건가…? 괴롭다… 괴로워… 



"내가 24시간 끼고 있는 렌즈(세계관)는 권력을 행사하든 권력에 희생당하든 ‘권력 앞에 선 인간의 선택’이다. 그 순간, 나의 선택. 그것이 내 인격이고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도취, 우월감, 비굴, 자신을 잊음, 도망, 회피, 공포, 저항, 민망함, 복수심……. 그래서 내가 쓰고 싶은 모든 글은 인간과 권력의 관계, 그리고 권력의 재개념화이다."
-🌝 페미니즘을 통해 권력을 이해하는 눈이 바뀌고부터는 내 인격이 참 많이 바뀐 것 같다. - P70

"미셸 푸코는 다르게 생각했다. 주권은 밑에서부터 ‘두려움을 지닌 사람의 의지’(강조는 필자)에 의해 형성되며, 권력 관계는 법이나 주권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배 구조 안에 널리 퍼진 수많은 관계 안에 있다고 보았다."
-🌝 수 많은 관계. - P73

"한마디로 소유로서 권력 개념이 인류의 역사를 자연의 선택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으로서 약육 강식의 역사로 만들었다. 이것이 수많은 혁명이 실패한 이유다. 진정한 혁명은 권력의 탈환이 아니라 권력의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 그렇다면 어떻게? - P74

"이런 권력의 유혹과 싸워 이길 수 있겠는가. 권력이 선사하는 쾌락을 거부하는 정신력은 마치 갑자기 중독을 멈추는 경지, 단 한 번의 사랑에서 남녀 모두 사정(射精)하지 않을 절제, 평생 절실히 원했던 무엇인가를 포기하는 순간의 긴 시간과 같은 것이다. 이 결정을 좌우하는 주제는 나와 상대방에 대한 사유다. 이때 사유하지 않음이 폭력이라는 한나 아렌트의 말은 정확하다. ... . 맞는 사람의 상태를 살피는 구타자는 없다. 외부 개입 없이 폭력이 중단되는 유일한 순간은 가해자가 지치거나 귀찮아질 때다. 대부분의 인간은 주어진 권력을 끝까지, 남김없이, 다 쓴 뒤에도 한계를 잊은 채 자기 엔진이 탈때까지 쓴다."
-🌝 아름다운 문장. 남김없이 쓰지 않음에 대한 이해. - P78

"인간은 인간이 만든 세상을 일상에서부터 다시만들 수 있다. 선한 권력자의 등장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권력의 재개념화다. 권력이 힘과 영향력과 통제력이 아니라 책임감과 보살핌 노동이라면 지금처럼 사람들이 권력을 원하겠는가. 이때 권력은 ‘귀찮은 노동’이다. 권력을 책임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리를 고사한다. 책임감으로서 권력일 때우리는 그것을 소명, 사명감이라고 부른다.
현대 사회의 권력은 ‘영향력 대 책임감’으로 이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일 수도 있다. 이제 ‘고문자(좋은 경찰)’와 ‘고문자(나쁜 경찰)’가 바톤 터치를 하는시대가 아니라 ‘고문자’와 ‘피고문자’가 역할을 분담하는 시대이다. 우리는 모두 이 상황의 참여자가 되었다. 이것이 새로운 일상이다. "
-🌝 어떻게?의 답인 것 같다. 영향력이 아닌 책임감으로서의 권력. - P80

"권력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빛나고 날선 장도(長刀)에 흐르는 꿀을 빨아먹는 일과 같다. 조심스럽게 먹어야 혀를 보존할 수 있다. 그러려면 사회와 자신을 알아야 한다. 이제 권력은 선악, 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권력의 행위자들(agents)이며, 정확한 사용(책임, 저항)을 통해 권력의 개념을 변화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촛불 시위는 좋은 권력자를 뽑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권력자가 되는 과정이었다. 그래야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다양한 억압(계급, 젠더, 인종, 나이, 성 정체성, 국적, 건강 약자……)을 드러낼 수 있다.
우리는 <얼음의 집>의 주인공처럼 권력을 정확히 사용하는 예술가를 만날 확률이 거의 없다. 우리 자신이 그렇게 되어야 한다."
-🌝 좋은 나 자신이 되고 싶다. 관계에서 나의 권력을 인식할 것.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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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4-29 0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에 부비적 부비적 너무 좋아욤~ 저도 갑자기 푸코 정뚝떨~ 한 권도 안 읽길 잘했어!(😳?)
술은 결국 드셨나요? 제가 아는 작가들은 다 술을 엄청 드시던데.. 공쟝쟝님 합격!!

공쟝쟝 2021-04-29 00:05   좋아요 2 | URL
아니요~~~~~~~~ 안 마셔요!! 저는 자주는 아닌데 마시면 못끊어요 ㅠㅠ... 이게 중독증상이래여...

scott 2021-04-29 0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장쟝님 푸코 정떼버리꼬!
공장쟝님만의 편협하게 읽은 이야기 올려주삼333

공쟝쟝 2021-04-29 23:51   좋아요 0 | URL
어머낫! 하지만 오늘은 읽지 않았다요!

수이 2021-04-29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흘 동안 와인 두 잔씩 마신 1인 알콜중독 초기 증상입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금주합니다. 술 한번 빠지면 술독에 들어가는 거라 가능하면 우리 매일 와인 한 잔만 합시다. 하지만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한 병 되니 그냥 만날 때만 마십시다;;;;

공쟝쟝 2021-04-29 23:52   좋아요 0 | URL
두잔씩만 마신거잖아요... ㅜㅜ 저는 그러지 모탑니다.... 이놈의 취하도록 먹는 습관 (그러나 엥간치 안취하는 주량..)... 요즘 제일 고민이예여... 아예 안마셔야하는 건가...

2021-05-15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8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08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