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 문학과 예술로 읽는 서울의 일상
류신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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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뿐만 아니라 부산,대구,인천 등 광역도시 어디를 가든 아케이드 공간이 점증되어 가고 있다.열주(列柱)에 의해 지탱되는 아치 반원형의 천장 등을 연속적으로 가설한 구조물과 그것이 조성하는 개방된 통로 공간을 아케이드라고 부른다.역사상 대표적인 아케이드 건축물은 콜로세움과 폼페이를 들 수가 있다.아케이드의 역사도 역사이지만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한국의 도시들을 명품화 한다는 명목하에 기존의 재래식 건물,재래식 시장 등을 일거에 헐어 내고 그 자리에 최신식 아케이드를 조성함으로써 쾌청하고 편리한 건축물의 공간과 위용을 과시하고 이동인구 확보,상업적 메커니즘을 겸비할 목적으로 아케이드의 조성은 도시문화의 대세가 되어 버렸다.

 

 나 역시 1980년대 초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기 위해 지방에서 상경했다.당시엔 현재와 같은 아케이드 공간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최신식 건물보다는 아파트보다는 문화주택이 많았고 대형마트보다는 재래식 시장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대학촌에는 으례 싸고 맛있는 음식가들이 즐비하였다. 부모에게 타 온 용돈이다 보니 대학생들의 지갑은 얄팍한 투명지갑이었기에 당연히 일반 음식점보다 대학촌의 음식값이 매우 저렴하고 인기가 있었다.한참 먹을 나이였기에 부모에게 타 온 용돈은 금방 없어지다 보니 '신문배달'도 하고 열공모드에 들어가 중간,기말고사 성적이 좋으면 성적 장학금도 받았다.성적 장학금을 받게 되면 솔직하게 부모님께 말씀 드렸다.대신 부모님은 수업료 전액을 은행으로 부치셨는데 할머니와 자취생활을 하다 보니 장학금은 생활비로 충당할 수 밖에 없었다.아무튼 싸고 맛있으며 정이 오갔던 서민들의 발자취가 물씬했던 재래식 시장을 몇 십년 만에 가보니 이제는 상전벽해로 변했다.특히 교보문고 옆자리는 피맛골라고 하여 싸고 맛있으며 전통 있는 음식점들이 즐비하였는데 그 자리도 도시계획에 의해 사라지고 그 자리는 아케이드 형식으로 바뀌었다고 들었다.

 

 프랑스의 유명한 현대철학자이면서 유대인이었던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1,2>를 글의 소재로 삼고 한국 현대소설가이고 9인회의 멤버이었던 구보 박태원작가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속의 내용을 소설가 구보가 가상 인물로 화(化)하여 그럴 듯하게 스토리를 전개해 주고 있다.재미있는 것은 구보의 실제 인물은 이 글의 저자인 류신이라고 생각한다.<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1934년대에 출간되었기에 현재 시점으로 보자면 80년 전의 일이고,글 속의 구보는 80년 후에 환생하여 독자들에게 그의 신분과 위상을 고스란히 전해 주고 있는 것이다.소설가 구보씨는 모더니즘 바람이 불던 1930년대 기득권으로부터 소외된 지식인이고 무능력한 존재로 비춰졌는데 이 글에서도 그러한 내면을 반영하고 있어 문학작품과 예술성 간의 교묘한 매칭을 실감하게 한다.

 

 서울의 풍경을 여섯 군데로 나뉘어 안내해 주고 있다.영등포에서 숭례문,경복궁에서 서울광장,롯데호텔에서 세운상가,홍대입구,코엑스몰,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강남역 그리고 구보(저자)의 보금자리가 있는 영등포로 이어지게 된다.무섭도록 빠르게 변화해 가는 서울의 모습은 검은 아스팔트 길과 무심한 인간군사아의 표정들 그리고 격자무늬를 띈 다양다종의 건축물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서울의 모습을 저자는 사유적 이미지로 포착하고 소설가 구보씨를 가상인물로 거리의 산책자로 등장시켜 스토리의 흥미를 더 해 주고 있다.인문교양 서적이지만 현대 서울의 모습을 피상적인 것이 아닌 완전 발가벗겨 놓은 상태로 보여 주기에 생생하고 현장감이 짙기만 하다.개인적으론 30년 전의 서울의 모습과 현재 서울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어서 읽는 의미가 컸다.특이한 점은 류신저자는 현대소설가 뿐만 아니라 유명인사들이 남긴 서울과 관련한 글귀들을 인용하여 서울 아케이드에 대한 이해도와 공감도를 높여 주었다는 것이다.

 

 "건축은 명백히 한 시대를 '고발'한다." - 함성호,『반하는 건축』-

 

 

 세종문화회관의 가늘고 긴 열주는 남성적이고 영웅적인 색깔이 짙은데 이는 박정희시대가 낳은 산물이고 복합상가의 최초의 대명사격인 세운상가는 짓자 마자 한국의 엘리트들이 대거 몰려 들어 갔던 곳이다.당시에는 파격적으로 보였을지 몰라도 아케이드라는 상품이 사유적 가치,이미지가 더해져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을지로 지하상가,롯데백화점 본점 지하상가,태평로 지하상가 등이다.나아가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내리면 코엑스까지 이어진 미로와 같은 아케이드 쇼핑몰과 하늘이 보일 정도의 반원형의 아케이드 형식,잠실역의 롯데월드 등은 소비자에 따라 도취의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우울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케이드 문화가 결코 일반인들에게 즐거움과 도취성만 주는 것이 아닌 공간이다.군대식 규율사회였던 군사독재시절에는 ~해야 한다,~해서는 안된다 등이 사회를 지배했는데 이제는 탈규제의 부정성을 폐기하고 사회의 긍정적인 면을 띠는 '예스 위 캔'이라는 긍정은 사회의 긍정적 성격을 정확하게 드러내 주면서 금지,명령,법률의 자리를 프로젝트,이니셔티브,모티베이션이 대신하고 있다.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규율 사회의 부정성은 광인(狂人)과 범죄자를 낳고 반면 성과 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의식 변화면에서 커다란 대조를 이룬다.아케이드 공간이 확장되고 점증되는 것이 과연 명품도시,서울에 합당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많다.좁은 공간을 밀도성 있고 상업적 메커니즘에 맞물려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한국 고유의 전통 건축양식을 시대에 맞게 잘 살린다면 관능미,시선의 교환,인간 상호 관계 증진,한국인의 정체성 확립에 일조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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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 혁명 - 안전한 식수를 향한 인간의 권리와 투쟁
제임스 샐즈먼 지음, 김정로 외 옮김 / 시공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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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의 현안이고 미래의 자원이 되고도 남는 것들 중에 에너지 자원,식량 자원,수자원 등일 것이다.이 모두 인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다.산업화,도시화의 진전은 삶의 편리함과 쾌적함 등을 안겨 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지구촌의 생태계와 오존층 파괴,온실가스 등으로 인한 기후이상 등이 감지되면서 20세기 말부터 서구선진국들이 그럴 듯한 00협정 등을 발표하고 있다.하지만 불편한 진실에 대해 개선된 정책을 내놓는 정부측과 손익을 놓고 촉각을 곤두 세우는 기업측과의 짜고 치는 '고스돕'과 같은 형국이 내밀하게 이어지고 있기에 생태계 문제,기후온난화 문제,제(諸)자원 문제가 실질적으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물은 인간에게 생명을 관장하는 젖줄이고 요람이다.너무도 자명한 사실이지만 물,식량이 없다면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수가 있겠는가.물은 하루 권장량(1L 정도 즉 여섯 컵)을 마셔 주어야 하는데 세계 각국의 수자원 사정이 그리 썩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중동 각국은 물부족 현상이 오래도록 지속되고 있는데 이상갈증과 열대현상으로 죽어 가는 인구가 많다고 한다.그들을 위해 자선모금이라도 하여 수자원 개발을 앞당기는 것이 인류가 공생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그렇다면 현재 각국의 물사정은 어떠할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 글이 미국인 저자 제임스 샐즈먼에 의해 쓰여진 것으로서 주로 미국 및 서구유럽의 물사정을 중심으로 엮어져 있지만 읽다 보면 한국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물은 기본적으로 음용수,가정용,공업용으로 나뉘어지는데 (일종의)수도세가 가정용이 단연 공업용보다는 비싸기에 조금이라도 물을 절약하는 생활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설겆이,빨래,샤워,세수,소.대변보고 물내리기 등으로 물을 사용하고 있다.특히 여름날 샤워 겨울엔 온수를 이용한 샤워로 인해 물의 사용이 많은 편이다.겨울엔 온수를 이용하기에 가스비도 만만치가 않다.전기,가스,물 모두가 쓰는 만큼 과세가 붙는데 기준량 이상을 초과하면 누진세까지 붙기에 절약하는 것이 개인과 나라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깨끗하고 건강에 유익한 '미네랄 워터'라고 하면 모두가 귀를 쫑긋할 것이다.그런데 이러한 맑고 깨끗한 샘물은 이제는 찾아 보기가 어렵게 되었다.한강의 발원지 검룡소(儉龍沼)의 물은 명경지수 그 자체이다.바위틈을 뚫고 돌돌 흘러 내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여 한강을 이루면서 서해로 유유히 흘러 가게 된다.그런데 맑기만 하던 물이 각종 오염물과 섞여 마실 수 없게 되어 버렸다.우리가 마시는 물에는 미생물과 무기질이 혼합되어 있는데 과연 안심하고 마실 수가 있는 것인가.물에 침전된 각종 유해성 발암물질이 한때는 콜레라균과 장티푸스균이 들어 있었다.그래서 수원지에서 끌어 온 물을 정수장에서 다시 한 번 걸러 내면서 불소와 염소로 살균 처리를 한다고 한다.수돗물에서 가끔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이는 불소와 염소 성분이 아닐까 싶다.불소 성분은 치아를 상하게 하고 염소 처리는 특히 일반 시민들의 불만이 컸다.

 

 염소 처리된 식수에 대한 불만은 여러 가지인데 이질적인 맛과 냄새,복통 유발,물고기와 새를 죽이는 것,차(茶)에서 탄닌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추출되는 것,식물과 꽃을 시들게 만드는 것,수도관 부식,말과 그 밖의 짐승들이 마시려 하지 않는 것 등이 포함된다. - 본문 -

 

 

그래서인지 일반 가정에서 마시는 수돗물은 소비자들이 믿지 못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어떠한 경로로 유통되고 있는지는 모르나 한국에는 생수천국이 되어 버린 듯 어디를 가나 생수를 살 수가 있고 생수를 마셔야 안심을 한다.나아가 정수관련업체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홍보와 마케팅,방판,관리 등을 하고 있다.생수의 시원이 중세 성지순례자 대상으로 성수(聖水)를 판매했던 것에서 비롯되었는데 1800년대 말 물을 병에 담는 기술을 선보이면서 근래에 이르러서는 생수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시판되는 생수가 과연 지하수를 끌어 올려 정화한 물일까 아니면 일반 수돗물을 정류한 물일지(역삼투압 이용)는 따지고 들어가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물 부족,기후변화,고령화 및 인구 조밀화,의약품 사용 증가,물 재사용 의존도 심화 등으로 머지 않아 지하수와 지표수,식수에 의약품이 더 많이 함유될 것이다.그 결과 물 안전이 위태로워지거나 위험이 예상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 - 본문 -

 

 

 환경오염방지법,식수안전법 등이 나라마다 기준치가 다르겠지만 소비자가 마시는 물이고 생명과 관련이 있는 만큼 식약청은 음용에 부적합하고 적절치 않은 것이 있는지 엄격하게 관리하고 감독해야 마땅하다고 본다.수돗물을 끓여 마셔도 혹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들어 있지는 않은가 싶어 염려가 되는 상황이다.수돗물에 대한 규제 담당 관리는 안전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지만 지하수,지표수,강과 호수의 물의 담수화 모두가 공업용수,낡은 도수관의 파열 등으로 식수에 대한 불안과 염려는 클 수 밖에 없다.게다가 급수시설을 공격을 하는 영화도 소개되는데 그 위협은 가공할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근육 제어를 약화시키고 기억 상실을 유발하는 물에 비소 넣기,크리비토스포리디움 박테리어이라는 미생물에 의한 식수의 오염은 치명적이다.정수장에서 염소처리를 불충분하거나 살모넬라균이 염소에 저항력이 있는 경우 (큰 비중은 아니지만) 생물학적 오염이 아닐 수가 없다.요근래에는 사이버 공격이 커지고 있는데 컴퓨터에 의한 급수시설의 작동 여부를 관장한다는 것이다.지능범인 해커가 공급되기 전의 물에 중독을 일으킬 정도의 정수 화학약품을 넣게 할 수도 있고,필요한 정수 화학약품을 넣지 않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전세계적으로 물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더 많은 식수 공급을 위한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물이 풍부한 지역에서 부족한 지역으로 옮기는 것과 새로운 급수체계를 지역마다 자체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첫번째 전략은 예컨대 오대호의 물을 가득 실은 탱커가 서아시아를 향한다든지 남.북극에서 빙산을 끌고 오는 것 등이다.둘째는 담수화 공장이나 '화장실에서 수도꼭지로 물을 옮기려는 노력' 즉 더러운 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잘 처리해 다시 분배하려는 노력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펩시콜라,코카콜라와 같은 대형기업도 이제는 생수시장에 진출했을 정도로 생수시장은 황금과 같은 거위알이다.수자원이 중요한 시기에 물과 석유는 등가가치를 지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수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오염된 물은 소비자가 안심하고 믿고 음용할 수 있는가는 국가의 과제이고 선결요건이 아닐 수가 없다.비소,염소의 과다 처리로 인해 인체 및 동물,어류 등에 커다란 영향이 가지 않도록 관계자들은 더욱 감시와 통제를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또한 생수를 판매하는 생수기업들도 안일하고 방만한 자세로 생수유통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소비자의 생명이 제일이라는 초심을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이를 수미일관 지켜내어야 소비자는 믿고 안심하면서 건강을 유지해 나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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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 어느 유쾌한 도덕철학 실험 보고서
뤼방 오지앙 지음, 최정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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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과 윤리가 현시대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가라고 물어 본다면 대답은 "글쎄요"라는 말 밖에 나오지를 않는다.사회적 치안문제의 결핍,가족 구성원간의 대화 및 소통의 부재 등이 가깝게는 물질 만능주의에서 비롯되었고 멀게는 사회의 구조와 분위기에서 기인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몇 십 년 전의 농경시대,촌락을 단위로 한 공동체 생활 속에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강오륜,조상숭배,어른에 대한 예의범절이 어느 정도는 지켜졌다.이러한 현상이 한국의 미풍양속이면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미칭(美稱)을 받기도 했던 것이다.그러던 것이 서구유럽의 문명과 사조가 한반도에도 깊숙이 파고 들고 농경문화 대신 도시문화가 급속히 전파되면서 한국 사회는 인간관계에서의 기초적인 도덕과 윤리의 상실 및 결핍 현상이 여기 저기에서 목도(目睹)되고 있다.

 

 손아래 사람,손윗사람이 먼저 태어났느냐 뒤에 태어났느냐로 양분되는데 한국사회는 아직도 조상에 대한 예우를 어느 나라보다도 숭상하고 존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추석,설 명절만 되면 한반도의 산하는 차량의 물결,귀성객의 인파로 몸살을 앓게 된다.본가,처가의 어르신를 찾아 뵙고 조상의 묘를 찾아 은덕을 기리는 고귀한 연례행사는 비록 짧은 시간에 몸은 피곤하지만 다녀 오고 나면 '사람 구실'을 했다라는 거뜨한 마음이 생긴다.그런데 이러한 명절행사 뒤의 일상의 풍경은 미풍양속이 아니다.아파트,빌라,단독주택 등으로 가옥의 형태는 획일화 되고 집번지도 행정편의에 따라 바둑판을 짚어 가듯 정렬화 되어 있다.이것을 뭐라고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행정구역이 획일화,정형화 되다 보니 개개인의 마음 역시 빈틈,여유,풍요로움,따뜻함,인간미 대신 개인주의,형식적,사무적,각박함,몰인정 등으로 바뀌어 버렸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손윗사람에게 공손히 하고 부모를 부모답게 대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본다.요즘 젊은 세대에서 느끼는 점은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고 교육지원을 해 주지 못하면 부모를 부모답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부모 역시 죽자 살자 벌어도 하우스 푸어,에듀 푸어 시대에 각박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데 자식들은 이렇게 어려운 부모의 사정과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고 때론 서글플 때도 있다.

 

 모두가 먹고 살기 바쁘게 살아 가는 현대사회에서 사회의 구조 및 인습,지도자들이 정책을 이끌어 가는 마인드와 태도를 보면서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인 도덕과 윤리 등을 어떻게 체득해 나가는 가는 그 사회구성원들의 자화상이고 삶의 척도,지수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정치민주화가 이루어졌지만 진정한 정치선진국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경제민주화 역시 요원한 문제이다.지난 MB정권 시절 수많은 부정과 비리가 발생했어도 문제를 일으킨 경제사범들에겐 '종이 방망이'로 훒어 내렸을 뿐 정의와 상식을 심어 주지는 못했다.부정과 거짓,비리가 득실거려도 사법계에서는 이를 바로 잡으려는 의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이런 저런 이유로 힘있는 자는 풀려 나고 힘없는 자만 당하게 된다.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교육수준과 의식(비판)수준이 높아진 국민들이 정부관료 및 사회고위층을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또한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문제가 개인이 쌓아 온 인성이 문제인데 사회적 학습과 경험은 사회의 구조,인습에 많이 좌우된다.너도 나도 돈 많이 벌어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의식을 막을 수야 없지만 사회지도층부터 정의와 상식을 숨김없이 진실로 보여 주고 실천해 나가려는 노력과 의지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이 글의 저자인 뤼방 오지앙(Ruwen Ogien)은 프랑스 현대 철학자로서 감성.윤리.사회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학자이다.윤리와 도덕에 대한 개념부터 실험 도덕철학 등을 가벼운 이론과 사례를 들어 주고 있다.그중에 실험 도덕철학이 도덕적 성찰에 유용한 경험적 소재 5가지를 제안하고 있는데 인상적이다.그것은 인간의 도덕적 직관에 관한 조사,인간의 도덕적 추론에 관한 조사,인간의 관대함 혹은 잔인함에 관한 실험들,어린이의 도덕성 발전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도덕적 체계의 다양성에 관한 인류학적 보고들로 나열하고 있는데 도덕과 윤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떠나 개인의 인간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그런데 도덕과 윤리를 시대에 맞지 않게 지켜야 한다는 당위성은 없다고 본다.도덕과 윤리라는 문제가 비단 개인과 개인과의 관계를 떠나 도덕과 철학,종교,정치,경제,문화,체육,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는데 사회적,문화적 영역이 어떠하든 도덕,관습,개인의 영역을 구분하면서 때와 장소,상황에 따라 도덕과 윤리규범을 지켜 나가게 마련이다.또한 이러한 세 가지 문제는 나라와 사회문화적인 인습과 규범에 따라 달라지기에 이를 획일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은 없다고 본다.

 

 도덕,관습,개인의 영역을 구분하면서 인간이 본능적으로 해야 할 일,해서는 안 될 일을 스스로의 책임성을 갖고 구분 지어야 한다.때에 따라서는 통찰력 있는 직관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낙태,할례,임신중절,동성애,줄기세포,인공수정 등 윤리의식과 관련한 문제들도 현대사회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 이는 국가별로 다소 상이하기에 자신이 속한 나라의 규범에 따를 필요가 있다.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메타 윤리라는 것이다.모든 사람의 도덕적 판단을 설명하고 나아가 철학적 관점에서 의미 있는 특성들을 확인하려는 야망을 가지는데,메타 윤리는 의미론적,의무론적,인식론적,그리고 심리학적 문제까지 아우르고 제기한다.도덕과 윤리가 개인에게 내재하기도 하고 외재하기도 하는데 꼭 지켜야 할 정의와 상식 등은 성문화하고 강제성을 띨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부정과 거짓을 밥먹듯 일삼는 부류들에게는 도덕,윤리의 차원을 넘어 자신의 명예와 권력,부를 채우기에만 혈안이 되고 정작 챙겨야 할 민생은 외면하기 때문이다.도덕,윤리,정의,상식 모두가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고 정착이 되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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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의 역사 - 역사 속 억압된 책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
베르너 풀트 지음, 송소민 옮김 / 시공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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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열.금지곡 등에 대한 말을 국민학교 시절 참으로 많이 들었다.당시에는 왜 검열을 하고 가요를 금지시키는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크게 갖지 못해서인지 도외시했다.그러면서 중.고교시절로 들어 오면서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것들 예를 들면 장발족,성문란을 조장할 수 있는 도서 및 가요 등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금지가 이루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조금씩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그런데 이러한 단속,금지에 대한 항목들은 비단 도덕과 윤리적인 문제에 어긋나고 국가의 정책 및 이념에 반하는 것들일지라도 정권을 귀고 있는 권력의 수장자의 생각과 이념에 따른 극히 독재적인 것에 다름이 아니었다는 판단이 들었다.

 

 누구 말마따마 '누가 성행위를 하면 에로스이고 누가 성해위를 하면 불륜이다'라는 편협적인 자가당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쉽게 수긍이 간다.그래서 권력을 갖은 자들은 오래도록 권좌에 앉아 권력의 단맛을 오래도록 맛보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권력의 속성상 '눈에 가시'는 참지를 못하는 것 같다.이렇게 정권을 쥔 자들의 정책이행에 걸림돌이 되는 대상은 어느 시대든 검열,금지,척결의 대상이었다.심한 경우에는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시대가 바뀌고 서민들의 의식수준의 제고,SNS의 발달로 시시각각 정보를 주고 받는 소통의 시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쥔 자들은 어떠한 방식을 사용해서든 억압된 정책이 상존하고 있다.경우에 따라서는 민주화가 퇴행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사회의 발전을 꾀하는 건전한 비판은 당연히 있어야 하고 이를 수용하는 것이 정책을 이끄는 자들의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하지만 한국 사회의 속을 들여다 보면 흑과 백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에 따라 먹고 먹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 글이 도서에 대한 금지 목록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도서 제목을 보면 인지도가 매우 높은 도서들이 많다.모두에서도 말했지만 이념과 사상을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서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다.도서 금지를 했던 명목은 질서를 잡고 악을 근절시키고 정신의 지배를 위하고 믿음과 권력을 수호하는 등 표면적으론 사회의 공기를 맑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윤리적인 면에서는 음란서적으로 취급 당하기도 하고 부도덕과 독재,허위와 기만,(지극히)사적인 것,호기심에 연유하는 것들이 눈에 띈다.예를 들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사랑의 기술,돈키호테,몬테크리스토 백작,율리시스,삼총사,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닥터 지바고,제4의 검열,채털리 부인의 여인 등이 지난 시절 검열과 금지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갈 뻔한 도서들의 운명은 기사회생된 셈이어서 더욱 값지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대형 도서관은 비밀을 숨기고 있다.'제거된 서적'과 '분류된 서적'은 단단히 잠궈둘 수 있는 책장 속에 보관된다.(중략) 그 구역에는 관계자만이 들어갈 수 있고 누가 열쇠를 가지고 있는지도 아무도 모른다.도서관 사서가 '분리'표시가 되어 있는 구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불문에 붙이고 있다가 후임자에게 알리지 않고 사망하는 게 이상적인 경우다. - 본문 -

 

 도서관의 비밀이 이렇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제거한 서적은 일반 목록에는 나와 있지 않고 따로 만든 목록에만 기입되어 있다는 것이다.이렇게 책을 독자들의 호기심으로부터 보호하고 독서를 하다 생기는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한다고 한다.독일의 경우 경찰이 압류한 서적은 재판 절차가 끝난 후 낡은 서류로 파기 처리가 결정되지만 내각의 결정으로(1920년부터) 국립도서관에 수집되기도 한다.

 

 중국의 경우에는 진시황의 재위시 이사에 의한 분서갱유 사건과 청의 건륭 황제시 진귀한 서적을 찾을 것을 지시했는데 그 서적 안에는 황제의 왕조를 비판하거나 지체 높은  귀족을 조롱하고 비웃는 서적을 중심으로 불태워지기도 했다.진시황은 황권을 확립하려 분서갱유 사건을 일으켰고 건륭 황제는 문학적 가치의 결여 및 나쁜 문체로 인해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도서들이 불살라지는 비극을 맞게 되었던 것이다.그외 검열과 금지 도서들은 신성모독죄,이념과 사상에 어긋나는 도서,도덕과 윤리라는 잣대로 인한 도서 등이 금서의 도서로 분류되는데 그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 보면 '이어령 비어령식'이 대부분이다.도서는 정신을 지배하는 데에 일파만파의 영향을 줄 수도 있다.언론의 자유를 짓밟게 되면 의식있는 사람들은 도서로 시선을 돌리면서 비판과 저항의 힘을 기르기 마련이다.도서의 검열부터 금지,분서에 이르는 방대하고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이 다른 나라의 일과 같지 않게 다가온다.한국 사회의 검열과 금지의 잣대는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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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인문학 서재
크리스토퍼 베하 지음, 이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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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마다 유수의 대학이 있듯 전세계적으로 역사와 명성을 날리고 있는 대학이 있는데 그 대학이 바로 하버드 대학이다.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다고 하는 하버드 대학은 한국과 같이 주입식 교육과 성적에 의해 들어 가는 곳이 아니다.하버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교시절의 다양한 독서를 기반으로 한 에세이 작성부터 우수한 성적과 봉사활동 등 리더십과 창의력을 요구하고 존중하고 있다.이러한 입학사정관제가 있기에 하버드대에 들어가려고 하는 예비생들은 하버드대의 입학조건에 맞추기 위해 중학시절부터 부단하게 학업을 비롯하여 리더십,창의력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SAT라는 영어시험에 만점을 받아도 개인적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입학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비리그의 총아로 불리는 하버드대는 18세기 영국 청교도인에 의해 설립되고 어언 370여 년이 흘렀다.현재는 여성총장이 대학을 진두지휘하고 있기도 하다.이렇게 세계적으로 알려진 하버드대가 인문학 서재를 공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한국에서도 유수 대학의 추천 및 필독독서들을 보면 꽤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자연을 위주로 한 자연과학과 인간의 생각과 사유를 직조할 수 있는 인문학이 잘 융화되어 인문.자연과학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갔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오랜 역사와 전통,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하버드대의 인문학 서재는 추천 도서와 함께 글쓰기의 요령과 작업이 잘 제시되어 있어 글을 읽고 칼럼과 서평을 올리는 이들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든다.

 

 비단 학부생만 독서를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일반인 가운데서도 교양과 사유에 메마른 사람들은 인문학서재를 많이 탐독하고 생각과 사유를 다져 나가는 연습을 하다 보면 평생학습과 개인의 창의력에 도움이 될 것이며 현시대가 요구하는 조건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50여 권의 인문학 서재는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밴저민 플랭클린부터 하버드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만 하다.하버드대에서 추천하고 있는 인문학서재가 대부분 고전작품의 반열에 들고 있다.현대작품도 좋지만 고전작품은 아무래도 순수하고 담박하기만 하다.읽고 또 읽어가다 보면 감동과 사유가 더욱 깊어질 것이다.이것은 인류문명의 발달에도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바가 크기도 하다.그리스.로마신화의 영웅전,상상력의 보고인 고전소설류와 전기.회고록.대중 역사서,과학서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만 하다.구체적으로는 문명사,종교와 철학,교육,과학,정치,항해와 여행,문학비평과 예술이라는 주제와 드라마,전기,편지.에세이,서사시,소설과 같은 장르로 나뉘고 있다.

 

 역사가는 "모든 종류의 책을 소장해야 하며,작가의 펜 끝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 충실히 기억된 특별한 사실을 묻고 탐구해야 한다.그래야 불가결한 요소가 빠짐없이 들어 있는 작품을 쓸 수 있다." - 플루타르코스 -

 

 개인적으로 생각하건대 작품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진실과 정확성,현장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가능한 현장을 취재하고 현장에서 겪은 체험담,살아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글쓰기가 독자들에게 훨씬 공감을 안겨 주고 친밀감을 느끼게 할 수가 있기에 나는 이러한 작품들을 선호한다.문자가 발명되기 전의 일들은 사람들의 설화(민담,전설,신화 등)에 바탕을 둔 작품들이 많고 문자와 문명이 발달되면서부터는 어느 정도 사건의 개요와 정확성을 바탕으로 둔 작품들 그리고 인간의 이성적 존재로서 필수적인 덕,지혜,훈육,배움 등이 겸비해야 할 것이다.이러한 네 가지 조건들을 두루 갖춤으로써 글을 쓰는 작가 뿐만 아니라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영감과 사유의 기초를 부여해 주리라 생각한다.하버드대 인문학서재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는 제시된 50여 권이 읽을 만한 가치와 의미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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