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문화심리학
김정운 글.그림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나이 사십 후반부터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보다는 있는 친구라도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관심과 애정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그렇다고 자신에게 이상적인 친구를 찾고 만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그 나이대는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 부딪혀 가면서 순수함보다는 이해관계에 더 치중하여 살아갈 수 밖에 없었기에 새롭게 사람은 만나 우정을 다져간다는 것은 쉬운 문제도 아니다.설혹 그러할 시간과 의지가 있다면 삶의 자산이라할 오래된 친구에게 더 정을 주고 만나면서 삶의 깊이를 더욱 깊게 엮어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현실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인간은 누구나 부모의 슬하를 떠나게 되면 대부분의 시간이 타인과의 만남,접촉의 연속이다.내가 삶의 정글의 법칙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모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야 할 때도 있다.삶의 현장은 늘 다양한 경우의 수와 부딪히면서 스스로 시험대에 맡겨진 몸이다.그것도 일정 시간이 지나게 되면 물거품과 같이 꺼지면서 사라지고 만다.삶이 극히 유한할 뿐더러 사람의 욕망도 정비례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 가고 명예와 권력을 쟁취하기도 하지만 결국 혼자 남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혼자가 되어 있다는 자신을 잘 다독이면서 기쁘게 즐기고 버텨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한국인의 의식 구조상 혼자,홀로 된다는 것은 사회에서 배제된 낙오자를 일컬을 정도로 별로 좋은 의미는 아니다.그런데 인간이 혼자가 되어봐야 자신을 성찰(省察)하고 그것에 익숙해져야 타인을 십분 이해하면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나 역시 사회생활을 하다 잠시 쉬면서 느끼는 점은 혼자가 되니 왠지 외롭고 궁색하고 흐르지 않던 눈물도 날 때가 종종 있다.낮엔 식구들이 모두 떠나고 횅한 집에 혼자가 되었을 때는 '왜 나는 혼자가 되었을까,혼자가 되어 너누 외롭고 쓸쓸한 삶을 못견뎌 죽고 마는 것은 아닐까'라고 여린 마음을 갖었던 적도 있다.다행히도 책이라는 벗이 있어서 때와 상황에 맞는 도서를 골라 읽는 시간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희열(喜悅)을 만끽한다.높은 산을 허덕이며 오르다 목이 마르던 참에 누군가 내게 건네는 한모금의 생수와 같은 맑고 상쾌한 느낌이라고나 할까.그래서 인간은 혼자가 되어 자신을 되돌아 보고 앞날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시간은 자신과 타인 사이의 윤활 작용을 해 주기에 충분하다고 믿는다.

 

 '한국여가문화학회'를 만들고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저자는 나이 50을 넘기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잘 나가는 교수직을 던지고 그림을 그리려고 일본으로 건너갔다.교토사가예술대학 단기대학부에서 일본화를 전공하고,2015년 수료했다고 한다.그의 꿈은 화실을 마련하고,진돗개를 기르며 그림 그리고 글 쓰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삶의 전성기에 있고 가족 부양,노후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한국의 50대 중장년층은 김정운 저자와 같은 약간 삐딱한 삶도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일 수도 있다.

 

 이 글은 저자가 일본 유학 생활 가운데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특히 고독에 대한 문제를 비교해 놓은 점이 인상적이다.한.일 양국 공히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지만 고독에 대한 인식과 수용법은 사뭇 다르다.일본 사회는 고독이 보편적이고 순응적인 반면 한국 사회는 고독이라는 낱말은 실패한 삶을 반영하고 상징하는 말로 들린다.고독하면서도 고독하지 않은 체를 하는 셈이다.그래서 여기 저기 열심히 다니고 움직인다.몸과 마음은 고달프지만 고독하지 않은 체를 하지 않기 위해 치뤄야 하는 대가인지도 모른다.우리는 결국 모두가 죽음 앞에 평등한 존재이면서 필연적으로 혼자가 되야만 하는 존재이다.그래서 혼자가 되어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익히고 즐길 줄 알아야 제대로 된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게슈탈트(하나의 통합된 형태,Gestalt)를 바꾸는 방법은 누구에게든 유용한 삶의 팁이라고 생각한다.동창회,산악회 같은 항상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사람'바꾸기,생각과 태도가 바뀌는 '장소'바꾸기,전혀 몰랐던 세상에 대해 흥미를 더하고 공부까지 하게 되는 '관심'바꾸기다.남의 눈치보고 기존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가 바뀌려는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

 

 행복이란 강가의 부드러운 물결에 기분 좋게 흔들리는 배와 같다.내면 깊은 곳의 가볍고 즐거운 리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다가올 내일의 작은 변화에 대한 기대로 오늘의 삶에 잔잔한 리듬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이 같은 기분 좋은 마음의 리듬을 '설렘'이라고 한다. -P135

 

 이 글을 읽다 보면 심리학 용어가 꽤 많이 등장한다.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관련 심리학 용어를 소개하고 있어 문맥 이해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또한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도 인간 심리학적 차원에서 감상해 볼 수가 있었다.때론 내면 깊숙이 살아있는 잠재력을 밖으로 끄집어 내어 살려야 한다.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온전히 거듭나기 위해서 말이다.외롭고 불안하고 우울하다면 삶의 게슈탈트를 바꿔 보는 것이 어떨까.그리고 후회없는 삶을 살았노라고 후일 되새길 것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 온전한 나를 위한 혜민 스님의 따뜻한 응원
혜민 지음, 이응견 그림 / 수오서재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삼스러운 얘기일지 모르지만 요즘 세상에 착하게 살 수가 없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착한 본성은 속으로 유지하되 바깥 생활 속에선 냉정하고 야무진 자세와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그래서 부단한 자기계발을 통해서 인간관계,처세술에 능해야 사람 구실을 했다고 할 것이다.이것은 내가 살아보니 몸과 마음으로 크게 느끼는 바이다.마음이야 누군가에서 자비와 선을 베풀고 싶지만 혹여 이것으로 인해 역이용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또 바랄 것이다.그러나 물질 우선주의가 팽배하다 보니 돈과 자본에 의해 인간의 삶의 지수가 매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누구는 힘들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고서도 갑부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대부분은) 정말이지 뼈가 휘도록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겨우 생계를 유지할 정도이다.늘어만 가는 교육비,의료비,노후 준비 등은 언감생심 요원하게 다가오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생물학적 나이 60이 넘으면 대개 노인 취급 당하기 마련인데,요즘에는 정년 또는 은퇴 이후에도 노후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수명은 늘어났지만 노후는 그리 반가운 손님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삶의 후반부에 살고 있는 존재로서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과거 인생 경험을 총정리하고 있다.후회가 되는 일이 대부분으로 나름대로 성찰을 거듭하고 있다.기질과 성격,준비 부족 등으로 실기(失機)했던 바가 크다.'좀 더 크게 앞날을 내다보고 삶의 목표와 준비를 했으면 좋았을텐테'하고 되뇌인다.내 과거의 잘못된 삶을 자식들에겐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자식 앞에선 말과 행동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또한 인생의 길라잡이 역할로 크고 작은 일에 대한 우선 순위를 구분하여 잘 해나가도록 코치하고 있는 셈이다.그 가운데 인생에 있어 독서의 힘이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고 있다.자식들이 아직은 학생 신분이기에 학업과 스펙을 중시하되 독서를 통해 스토리텔링을 쌓아가도록 힘주어 말해주고 있다.

 

 세상은 각박하고 재미없는 시니컬한 뉴스들이 연일 매체에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과연 무엇이 결핍된 것일까.사람이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며 사랑으로 상생해 나가는 것이 최상일진대 요즘 세태는 존중,사랑은 커녕 서로를 못잡아 먹어 한(恨)인 꼴이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신의 안위만 주판으로 셈하는 세상이다.게다가 윤리와 도덕은 이미 실종되고 말았다.부모와 자식 간의 천륜은 찾을 길이 없게 되었다.좀 더 기다리고 참고 온유한 태도를 지녔더라면 살벌한 세상은 많이 해소될텐데...세상의 어떠한 존재든 완벽한 사람도 없고 결핍 투성이의 존재도 없다.힘과 권력을 쥔 자들이 만들어 놓은 이념과 체제가 사회.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틀림없다.사회 구성원은 당연 주류 이념과 체제의 틀 안에 갇힌 꼴이다.어느 노정객(老政客)의 말처럼 지나간 일들은 모두 허업(虛業)일 수도 있다.인간이 가장 고귀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자애,공감,수용과 같은 상생의 그림들 말이다.

 

 선하고 편한 인상의 혜민 스님께서 새로운 도서를 내놓으셨다.자신이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부터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삶의 지침들이 솔직하고도 담대한 필치로 다가왔다.자신이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남들도 자신을 귀하게 생각할 줄 안다는 말씀은 매우 공감이 간다.남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은 받을 것을 생각하지 않고 주는 마음이야말로 삶의 보험에 드는 것과 같다.인간은 받으면 주는 법이다.주지 않고 받으려고만 하는 것이 문제이고,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 존재는 더욱 더 나쁜 존재다.또한 인간의 감정은 개인차가 있기에 서운하고 못마땅한 일이 있으면 상황을 봐서 직.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또한 이념과 환경을 떠나 잘하는 사람에겐 네거티브를 벗어나 파저티브를 맘껏 쏘아야 한다.개인의 생각과 주장을 일방통행식으로 쏟아붓는 것보다는 좀 느긋하고 여유있는 자세로 경청과 수용의 자세를 펼쳐보면 어떨까.

 

 모든 일은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가정환경,부모에게 물려받은 물질적,정신적 상속성 유전,개인성향이 어떠하든 늘 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혼자 있기보다는 사람과의 호흡과 더불어 사는 마음자세가 매우 중요하기에 타인에게 먼저 다가서면서 마음을 넓게 먹어야 한다.동시에 인생의 진리를 독서를 통해서든,삶의 조력자를 통해서든 찾아 깨달아야 한다.이 글을 읽으면서 크게 느낀 바는 사욕(私慾)을 좀 덜어내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베푼다는 정신으로 임한다면 각박하고 매몰찬 세상은 좀 더 완화되지 않을까 한다.그 가운데 사랑이 최고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얼빈 할빈 하르빈 - 박영희 여행 에세이 도시산책 1
박영희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만주의 심장 하얼빈을 찾아 가다

 

 

 계절에 어울리는 도시가 있기 마련이다.그 가운데 중국 하얼빈은 겨울이 잘 어울리는 도시로 각인되고 있다.그에 걸맞게 매년 얼음축제가 성대하게 열린다고 하는데,얼음조각을 완성하기 위해 동원하는 인원,기간도 7,000여 명에 14일간 축제준비를 한다고 한다.1월에서 2월 사이에 이루어지는 얼음축제는 설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꼭 가볼 만한 곳이다.이번엔 하얼빈으로 몸과 마음이 이미 떠나 있다.

 

 1898년 러시아가 시베리아에서 하얼빈을 잇는 동청철도를 건설하는데,하얼빈도 그때 생겨난 도시 중 하나라고 한다.중국 동북 3성(헤이룽장성,지린성,랴오닌성)의 요지로써 우리에겐 항일운동과 관련한 안중근 의사와 일본 세균부대인 731부대가 연상되는 곳이기도 하다.나는 업무상 중국에 있을 때 만난 조선족 가운데 하얼빈을 고향으로 둔 사람을 알게 되었다.머나 먼 만주에서 산동성 웨이하이로 돈벌러 왔는데,말씨는 북한 말씨와 거의 비슷하고 북방 기질이 있는 듯 대범하고 화통했다.의리와 인정을 중시하던 조선족에게 남모르는 동족의 정을 느끼기도 했었다.

 

 

 

 하얼빈은 워낙 북방에 위치에 있다 보니 사계의 감각보다는 매서운 겨울 내음만 연상된다.하지만 그곳도 봄도 있고 여름도 있다.봄에는 모래조각전,여름에는 피서지,겨울에는 빙설축제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중국 정부가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던 대약진운동 시기인 1958년 하얼빈 태양도(太陽島)만큼은  '태양도공원'으로 지정하여 외화벌이에 나섰다고 한다.현재 하얼빈시는 9개 구(區)에 인구 1,000만에 육박하는 거대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명실공히 만주지역의 요지인 것이다.

 

 

 하얼빈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으로 러시아 색채의 잔재가 남아 있다.또한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아지트 가운데 하나이다.러시아 연해주부터 만주 쑹화강을 타고 독립운동가의 꿋꿋한 기개와 기상이 아직도 꿈틀거리는 듯하다.구한말 독립운동가 및 만주,연해주로 이주한 조선족들의 후예가 면면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중국어를 할 줄 몰라도 조선족이 있는 그곳에 가면 투박하지만 조선족의 도움을 받을 것만 같다.하얼빈에는 독립운동가를 비롯하여 문인,음악가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동방의 모스크바로 불리는 소피아 성당의 이국적 풍물과 오색찬란한 빙설축제,조선민족예술관의 이모저모,마지막 관청 다오타이부(道台府),늙은 거리(라오따오와이구 역사문화구) 등이 구경할 만한 곳이다.또한 어느 곳이든 시장을 빼놓을 수 없는데 베이산차이시장(北三菜市場)에도 들러볼 만하다.그 외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 역사의 현장과 일본 세균부대였던 731부대의 진상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사람을 통나무로 여겼던 세균부대의 잔인한 실험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인간의 내면에는 야수와 같은 본성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기회가 닿으면 백두산 천지,하얼빈 등을 돌아볼 예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 당신과 문장 사이를 여행할 때
최갑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느긋하게 여행을 만끽해 본 적은 없다.그저 주마간산격으로 사람,거리,풍경들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그런데 내가 관심과 흥미가 있었든 없었든 파편과 같은 편린들이 하나 둘씩 생각날 때가 종종 있다.삶이 무한경쟁에 지치고 찌들려 있을 때 더욱 생각이 난다.화려하고 찬란한 유행의 선도자와 같은 트렌드물이 아닌 다소 시대에 뒤지고 촌스럽게 보이지만 공동체라는 울타리 속에 인정과 배려가 숨쉬는 곳이기에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또한 그리워 다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곤 한다.

 

 생은 내 자신을 버려야 할 때가 너무나 많다.육아,생계,자녀 교육,노후,건강,인간관계 등을 챙기느라 학창시절의 꿈과 희망은 마음 속에 질식되어 버리고 만다.이상과 낭만보다는 현실 속의 삶을 갈무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듯 과외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언감생신 꿈도 꿀 수가 없다.나 역시 그러한 사람 중의 하나이다.시간이 흐르고 나이도 먹어가면서 후회가 되는 것은 삶을 망가트리는 탈선이 아닌 후회없는 멋진 탈선을 좀 해보지 못한 것이다.그것은 내 가슴 속에 비어있는 공허,상실,무의미 등과 같은 결핍된 삶의 증상을 채워 주어야 다가오는 삶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갑수 여행 작가 여행 에세이는 몇 권 읽은 적이 있다.산업화,도시화로 사람과 자동차,건축물 등이 북적북적한 곳을 떠난 한적한 시골 풍경을 스케치한 여행 이야기가 꽤 인상에 남는다.나 또한 북적북적하고 소음,매연으로 뒤덮인 도심(都心) 속의 풍경은 이상형이 아니다.비포장도로에 포플러 가로수가 즐비한 시골길을 좋아하고,살아 있는 시골 풍경이 더 매력적이다.시골 풍경은 아무래도 인간의 순수함과 인간미가 살아있어 더욱 좋다.돈과 물질은 비록 풍족하지 못하지만 주어진 환경에 자급자족하면서 살아가려는 태도와 모습이 보기 좋기만 하다.

 

 이번 여앵 에세이는 최갑수 작가의 다년간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총정리하고 있다.일종의 여행 산문집이라고 할 정도로 문장과 문장들이 차분하고 고요하기만 하다.예비 여행자들에게 "여행은 바로 이런 거예요"라고 강의하는 듯한 느낌이다.그러고 보니 나도 이젠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더 늦기 전에 가고 싶은 곳을 맘껏 다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지고 있으니.인생 뭐 별 것 있는가? 라고 누군가 말했듯 사람 구경,풍경 구경,풍물 구경 하다 보면 재미없던 삶,의기소침하던 삶이 조금씩 긍정의 에너지가 충전될 것이다.자동차에 비유하면 휘발유와 같았던 마음이 하이브리드와 같은 친환경적 마음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무엇보다 이 아름다운 행성,지구에서 지각력을 갖춘 존재였고 생각하는 동물로 한평생을 살았으니,그 사실 자체만으로 나는 대단한 특혜를 누리고 모험을 즐겼다." -p87

 

 지구촌은 흔히 5대양 6대주라고 불린다.동서남북 어디라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가 있는 세상이 되었다.(일부 적성국가 제외)찌든 삶에서 때로는 일탈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마음만 있으면 안된다.우선 저질러 보는 것이 최고가 아닐까 한다.행선지,여행일수,경비,컨디션 등을 고려하여 가보고 싶은 곳을 정하여,여행 준비,떠나기,여행지에서 맘껏 즐기기,여행 체험 공유하기 등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여행지에선 번뜩이는 풍경과 풍물의 순간을 예리학 캡처하고,기록하고 싶은 부분은 반드시 메모하여 다녀 오지 못한 예비 여행자들에게 겸손한 척 자랑해 보기(Humblebrag)를 해본다.현지에선 소소하고 쓰잘데기 없는 풍경도 이방인에겐 보석과 같은 소재가 되어 주기에 센스,감성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

 

 나는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다.내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권도 좋고 비언어권도 용기와 담대,친근감과 우호적인 태도로 여행지의 사람과 풍경,풍물과의 만남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조그마한 한국 땅에서 근시안적인 편협되고 비개방적인 사고가 누적되어 있기에 색다른 세계와의 만남은 내 자신의 그러한 것들을 변화시켜 줄 것이다.여행지에선 내가 품지 못한 폭넓은 사랑의 사연을 풍성하게 담아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그래서 여행이라는 두 글자는 국민학교 1학년 때 봄소풍을 기다리며 설레이던 밤의 기분과 똑같다.또한 여행은 설렘이고 동경심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로운 일본의 섬 여행 - 비밀의 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소 32곳 새로운 여행 시리즈
세소코 마사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꿈의지도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섬나라 일본은 네 개의 굵직한 섬을 비롯하여 수많은 부속 도서(島嶼)들로 이루어져 있다.혼슈,홋카이도,큐슈,시코쿠가 주요 섬이고 나머지 부속 도서들의 이름과 숫자는 알 수도 없고 셀 수도 없을 정도이다.그런데 특이하게도 부속 도서들이 혼슈 남단과 시코쿠 북단 사이와 큐슈 서남쪽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특색이다.혼슈 남단은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세토나이카이이고,큐슈 서남쪽은 고토열도에서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실타래와 같이 길게 뻗어 있다.

 

 기약은 없지만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가운데 하나가 오키나와 근방의 섬 여행이다.그림으로 자주 본 오키나와는 근대 류큐 왕국으로 자체적인 언어와 문물이 아직도 잔존해 있는 곳으로 일본 속의 또 다른 일본이다.오키나와는 뛰어난 천혜의 풍광과 .맑고 깨끗한 근해의 에머랄드 물빛은 여행지로 꼭 가볼 만한 곳이다.탁 트인 전망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모습과 각박하지 않은 섬사람들의 낙천적이고 느긋한 생활상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다.인간의 삶이 문명의 발달에 비례하여 각박해지고 있지만 개개인의 마음먹기에 따라 삶의 패턴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편집자이며 작가인 세소코 마사유키는 오키나와의 매력에 푹 빠져 2012년 오키나와로 이주하여 오키나와만의 특장점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아열대 기후인 오키나와를 비롯하여 나가사키현의 고토(五島)열도,한국의 한려수도에 버금가는 세토나이카이의 풍광과 삶의 모습을 스케치 하고 있다.여행으로 가보는 것과 실제 거주하면서 느끼는 점은 판이하겠지만 이 도서에 실려진 섬의 풍광과 가볼 만한 곳들은 느긋하고 유유자적하는 삶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카페,빵집,공방(工房),숙소 등을 소개하고 있다.4개의 주요 섬들 속에는 32곳 사람들의 이런 저런 사연과 에피소드과 듬뿍 담겨져 있다.가장 인상적인 것은 세속적인 욕망과 경쟁심을 많이 내려 놓고 살고 있다는 점이다.

 

 오키나와에서 서남쪽으로 4,5백키로 떨어진 야에야마,미야코,아마미는 오키나와현 소속이고 날씨가 아열대성 기후를 띠고 있는 탓에 풍광은 싱그러운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소개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면서 삶을 최대한 즐기면서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특히 야에야마(요나구니) 섬은 거리상 타이완과 가까워서인지 일본적인 냄새보다는 중국적인 냄새가 짙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아기자기하면서도 자신만의 삶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그들은 섬의 본토박이들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사람과 사람을 잇고,나아가 지역과 사람을 이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세토나이카이와 고토.아마미 섬 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오십보백보일 정도로 큰 차이는 없다.넓게 트인 근해를 벗으로 삼고 자급자족하는 삶이 소박하기까지 하다.일본인 특유의 축소지향적인 의식구조가 삶의 모습에도 이입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자연에서 채취한 식재료와 나무들을 이용하여 카페,공방,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또 하나 특색이라면 부부 간에 합심해서 카페,공방,빵집,숙소를 영위하고 있다는 점이다.청정지역을 배경으로 욕망과 경쟁을 낮춰 자급자족하면서 사람과 사람과의 호흡이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는 일본 섬 여행은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