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젊었을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새삼스레 가슴에 와닿는다.교복,교모,운동화를 신고 학창 시절을 보냈던 청소년 시기도 엊그제 같다.다만 세월이 흘러 그때와 지금은 세대 차이도 나지만 우선 사물을 보는 관점과 부모에 대한 의지도도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물론 태어나고 살아 온 환경이 달라서 일률적으론 단언하기 어렵지만 1960년대의 고교 시절은 추억과 낭만,밖으로 튀어 보고 싶은 모험심과 용기가 한껏 있었던거 같다.공부도 좋지만 인생의 쓴 맛,단 맛을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고 산과 물을 따라 막노동도 해보고 탁발승처럼 동냥도 해보는등 가장 밑바닥 삶을 겪어보고 세월이 흘러 '이런 때가 있었구나'하고 추억을 되살려 볼 수도 있겠으니 말이다.

 황석영작가의 성장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빛바랜 추억 속의 앨범을 뒤적이는 듯했다.1965년 한일협정으로 어수선했던 외교문제와 베트남 참전이라는 국익 차원의 문제가 어우러지고,나는 고교 시절 친구들과 무전 여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이곳 저곳을 젊음과 낭만을 무기로 이곳 저곳을 떠돌며 배도 곪아 보기도 하고 우정이라는 것도 쌓아 가기도 하고 노동의 신선함과 그에 따르는 보수,놀고 마시면서 피끓는 청춘을 발산해 보기도 하는등 막연하기도 하고 사회체제에 미숙한 시기를 산과 물,흙,공기,바람 소리,순박한 시골 농부들의 후덕한 인정을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다.

 서울을 거점으로 하여 완행 열차를 타고 가는 무전 여행은 용기와 모험심이 없다면 별 재미도 없고 추억에도 남지 않을거 같다.무임으로 승차하며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했던 시간과 검표원의 눈을 속이기 위해 출구를 빠져 나갔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 오는등 그 시절의 풍속을 엿볼 수가 있었으며 참외밭 주인이 오두막에서 자고 가라고 하여 한 여름밤을 별을 세며 잠이 들었던 시절,용돈이 떨어져 막노동을 하면서 외상으로 먹은 밥과 술 값을 월말에 간죠(월급 계산)하고 나니 겨우 차비밖에 남지 않았다는 무계획의 증표등이 '그때가 그래도 좋았다'라는 생각을 그 시절을 살아왔던 초로에 접어든 이들은 희미한 기억과 공감을 갖게 될거 같다.

 나에게도 그러한 시절이 있었다.도회지를 벗어나면 개발이 덜 된 산골 마을의 후덕한 인심과 비포장 도로를 한없이 걸었던 시절이 생각난다.무전 여행은 아니었지만 함께 한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가다 피곤하면 깨끗한 풀밭에 누워 쉬기도 하고 시원한 냇가에 몸을 담그기도 하며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땐 텐트를 치고 눈이 시리도록 빛나는 수많은 별들과 미래에 대한 꿈과 이상,우정과 낭만을 그려 보기도 했었다.고교 자퇴와 베트남 참전에 차출되기까지의 작가의 청소년 시절의 여정이 맑고 순수하고 무모하면서도 낭만이 가득 서린 이야기이기에 읽는 내내 타임 캡슐을 타고 날아간듯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헤란의 지붕
마보드 세라지 지음, 민승남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란의 독재 체제에 맞서고 희생되며 이란인들의 내면적인 성향,기질,삶의 역정등을 살펴보는데 좋은 독서시간이 된거 같다.이란하면 이슬람교 즉 알라신을 믿으며 호메이니가 국권을 철통같이 쥐고 있을때 수많은 반체제 인사,지하 조직,그와 연루된 사람들이 잡혀가 쥐도 새도 모르게 극악한 고문 속에 죽고 살아나더라도 반병신이 되어 사회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을 한국 현대사의 질곡과 연관지어 되새겨 보기도 했다.특히 개발도상국에 있는 나라일수록 독재 정권에 세습 정치의 색깔이 농후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주인공 나(세파),아메드,파히메,자리,닥터등이 등장 인물이 되어 이야기를 엮어 간다.아메드가 좋아했던 파히메가 그녀의 부모의 의지에 따라 강제 결혼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가부장제,중매제가 이란에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낡은 사회제도를 고치고 혁신적인 진보성향을 띠게 된 닥터는 사비크(경찰 요원)에 의해 죽게 되면서 여기에 나오는 청소년 및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동요하게 되고 그의 애인 자리는 몸에 석유를 붓고 중태에 빠지게 된다.나는 닥터가 죽은뒤 자리마저 없어지자 그녀에 대한 환영과 환상에 빠져 갈피를 못잡는데 아버지의 뜻에 따라 미국으로 유학을 결정하게 되고 식구 및 주위 사람들과 조촐한 이별식을 갖게 되는데 내 옆에는 죽었다고 생각한 자리가 자신의 정체를 세상에 알리지 않기 위해 가장을 하고 나타나며 나도 자리를 사랑하고 자리도 나를 사랑한다고 서로의 마음이 합치하게 되면서 이승에서 가장 고귀하고 소중한 것은 변치 않은 사랑이고 영혼의 순결함임을 알게 되었다.

 아메드 역시 그가 미치도록 좋아하고 평생을 아껴줄 파히메와 인생을 함께 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귀결이 되는데 17,8세의 이란의 청소년들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무엇이며 가정 안에서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부모상이 될것이며 이란의 지식인들이 미국에 대한 적대심과 증오심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도 함께 이해하고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다.

 나와 아메드가 한 여름밤 옥상에서 얘기를 나누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삶 속에서 사랑과 우정을 '제일 크고,제일 밝은 별'이 되어 주기를 서로가 말을 하지 않아도 빌어 주는 훈훈하고도 서사적이며 가슴 뭉클한 이야기였다.이란에 대해,이슬람권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갖을 수 있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밤의 궁전 안개 3부작 3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인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가물에 콩나듯 거의 읽어 보지를 안했지만 '한밤의 궁전'을 통해 암울했던 시대와 황량한 공간,치열한 추격전과 함께 스릴이 넘치는 환상을 느끼게 했다.쌍둥이 부모를 살해한 자와할과 그들을 지켜 주려는 사람들과 자와할의 행적등이 어둡고 을씨년스러우며 공포심을 자아내게 하는 공간에서 진행이 되는데 쌍둥이 벤과 쉬어의 비극적인 운명과 부모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쌍둥이는 범인을 잡아 복수를 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을 불사르게 되고 이는 이언등 7명이 주가 된다.

 1916년 영국에서 온 피크 중위는 지터스 게이트 역사 개관식에 참석하게 되고 아이들을 실어 나를 객차가 터널로 들어가는 순간 폭발음과 함께 쌍둥이의 아버지는 바로 죽게 되고 어머니는 가까스로 살아나고 쌍둥이를 낳게 되는데 바로 그 폭발범은 자와할이다.또한 범인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피크 중위는 범인 일당들이 쳐놓은 유인책에 의해 희생이 되고 16년이 흐른 뒤 쌍둥이들은 그들의 부모가 어떻게 해서 죽게 되고 범인은 누구인지를 밝혀 내기 위해 악의 화신으로 변모하게 된다.

 무쇠와 같은 철인의 소유자인 자와할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자신도 인간이고 양심이 있기에 16년전 게이트 역사 화재 사건에 대해 담담하게 쌍둥이들에게 알리는데 자와할이 쉬어에게 자신의 애인이 되어 달라고 할때는 후안무치중에서도 극한의 후한무치라는 생각이 들었다.쌍둥이와 차우바 소사이어티 멤버들은 범인을 찾아 냈지만 그를 마음 속으로 단죄를 하고 16년전의 비극을 마음으로 삭이며 다음 삶을 향해 감을 알게 되었다.

 부모가 누구인지도 몰랐던 쌍둥이 벤과 쉬어는 보육원과 차우바 소사이어티 멤버들의 보살핌과 지원하에 범인을 찾아 내고 지난 날 이유도 없이 스러져간 부모님의 원한을 관용으로 포용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음을 간파했다.16세가 된 쌍둥이의 앞날은 그리 밝지만은 않을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상에 숟가락 하나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현기영 지음 / 실천문학사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히 지인의 추천으로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알게 되어 접하게 되었다.유소년기가 얘기의 대부분이고 6세무렵 토벌대들에 의한 무차별적인 양민학살을 목도내지 얘기로 들어가면서 소년은 공포증으로 시달리고 가정은 아버지의 부재로 늘 허전하고 어쩌다 아버지를 만나도 반갑지 않은 손님으로 여겨지는 시간이었던 거 같았다.

 한 여인(어머니)의 몸으로 악착같이 절약하면서 집안을 꾸려나가는 모습은 한 머슴아 같기도 하고 꿋꿋한 여인네의 모습을 그려놓아 가슴 뭉클했다.그 당시는 암암리에 사회적으로 둘째 부인을 갖는 시대였는지 아버지도 사업차 인천에 머무르면서 알게된 여인과 오래도록 사귀어 오고 결국 백부에 의해 사실이 밝혀지며 어린 작가의 뇌리에 아버지의 존재는 어떠했을지 일종의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4.3항쟁으로 많은 양민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가면서 소년은 그 참상을 직접 겪으며 몸서리치는 기억을 담아가고 집안에서는 내성적이고 신경질적인 모습이 주위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 마냥 비쳐지지만 국어선생님 댁을 찾아가면서 서가에 꽃혀있는 책을 빌려 아프고 말못하는 시름을 책으로 달래면서 문학도로서 밑거름을 배양하는거 같았다.중학생이 되어서는 물가에서 보는 여인네의 육체및 서울에서의 자취생활 안에서 앳된 새색시의 좁은 공간에서의 목욕하는 모습을 통해 이성을 알아가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제가 겪었던거 마냥 가슴이 콩콩콩...이게 제2의 성징이가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왜 가정을 등한시했는지 참 궁금했다.어머니가 싫었는지 딴 마음을 먹고 계셨는지는 모르지만...주인공은 성년이 되고 아버지를 저 세상으로 보내드리며 어릴적 일을 회고하면서 자주 고향을 찾는 모습이 귀소본능인거 같고 다음에는 자신의 차례라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거 같고 임종장면에서 아버지 몸을 향을 낸 물로 씻겨 드리며  아버지와의 불행했던 시절을 작가는 화해하고 용서하는 걸로 보이기도 했다.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또한 어릴적 깨끗하고 무구한 작가의 고향및 주위환경이 건설로 인해 뭉글어지며 전혀 다른 세계를 보면서 작가는 그 시절 속으로 돌아가 마음으로 보고 반추하면서 다가오는 죽음과의 준비를 하는거 같다. 어머님과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는지,어머니는 어떻게 살다가 가셨는지 내내 궁금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게 다가오는 것은 지나간 어린 시절을 더듬어 볼 수가 있었다는 점과 지우려고 해도 지울 수가 없는 상처와 연민,비밀들이 한꺼번에 밀려 온다는 것이다.특히 철은 없지만 눈 앞에 펼쳐지고 들려 오는 범상치 않은 이야기가 당시엔 이해가 가지 않고 막연하게 호기심으로 다가 갔던 일들이 어른이 되고 나면 새삼스레 미소를 짓게 하기도 하고 좀 더 나은 과거의 환경 속에서 나를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편린이 구질구질하게 느껴지지도 않을테고 보통 사람들의 말과 행동,도덕과 윤리의 기준으로 보았을때 특이하게 남는 한 컷 내지 두 컷 정도는 희미한 필름마냥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내면에서 잠자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1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 소소한 일상과 유년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고 1세대를 뛰어 넘는 이성간의 사랑과 기혼이지만 빈가슴,빈자리를 채워줄 상대가 이성이 아닌 동성을 동경하고 사랑을 희구하는 마이너리티적인 요소가 주를 이루면서 우정과 사랑,상실과 허무함,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해체되면서 겪게 되는 유년기의 고독과 방황등은 쓰린 마음으로 남아 있기에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기혼인 교수가 제자를 이성으로 대하며 마음 편한 친구로 대화 상대로 교제를 하는 모습에서 제자는 황당함을 느꼈겠지만 진실함과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교수에게 마음을 주고 곁에 있는 애인과의 관계가 어떻든지 교수를 연모하게 되는데 결국 그는 림파종으로 유명을 달리하게 되고 마음 속에 쌓인 연모의 정이 한 순간 무너지면서 설움과 회한의 눈물을 짓는거 같다.(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코네티컷에선 평범하고도 가정을 지키는 주부이지만 그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동성의 연인이 있었는데 어린 아들은 엄마와 벤틀리 아줌마와의 범상치 않은 말과 행동을 근거리에서 보고 듣는다.뜨거운 포옹과 키스가 어른이 되고서야 엄마가 동성애를 갈구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데,일반적인 생각과 말,행동은 누구나 갖기를 바라지만 소수자들의 말과 행동,관계는 대부분 비극적이고 쓸쓸한 종말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10편의 단편은 글의 주인공의 10대에서 20대 초반이기에 감수성과 예민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시기로 보여지지만 작가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형제,부모,이웃,친구들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을 평이하게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거 같다.특히 지나간 시절의 암울하고 우울하기만 한 시절도 지내놓고 보면 후회와 자책,비겁함과 부지의 소치등을 깨닫게 해주는 거같다.인간에게 비밀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는 감춰진 비밀과 기억을 하나 하나 담담하게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한거 같고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보고,들어 본 사연들이 되살아나리라 생각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써니람다 2011-05-2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스런 서평 잘 읽었습니다.

우보 2011-05-25 15:08   좋아요 0 | URL
써니람다님,댓글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