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하다 죽으리
이수광 지음 / 창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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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도 시대에 따라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해봤다.보고 싶으면 언제든 만날 수가 있는 이 시대와 조선 시대는 엄연히 시대도 시대이지만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격세지감마저 든다.이 글의 주인공은 조선의 시인이며 객인인 김려와 관기 지연화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인데 읽으며 읽을 수록 정감과 애틋함이 묻어옴을 가슴으로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또한 작가는 김려가 남긴 <감담 일기>, <사유악부>,<담정총서>를 토대로 시대상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절묘하게 전개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김려는 시를 짓는 선비로서 강이천의 배신으로 부령으로 유배를 가게 되고 그곳에서 배수첩인 관기 연화를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되고 연모의 정이 싹트게 되며 순조가 즉위한 해엔 천주교인들을 대거 탄압하는 신유사옥이 일어나는데 김려 또한 이에 연루되어 진주로 유배되는 불운한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김려는 연화가 꽃보다도 더 예쁘고 앵두보다도 더 고운 자태에 반하게 되고 연화는 밥과 빨래를 거들어 주면서 남모르게 사랑의 싹을 틔우게 되며,신유사옥의 박해로 진주에서의 유배가 순조의 장인 김조순에 의해 해제가 된다.

 김려는 연화가 그립고 보고 싶어 남도에서 북쪽 끝 부령까지의 삼천리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녀를 만나러 가지만 연화는 무인 조상길이 김려를 사랑한다는 시기와 질투에 의해 뼈가 으스러지는 고초를 당하게 되지만 연화 또한 김려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육체적인 고통은 감내하지만 서서히 죽어가는 그의 육신은 한계에 이르고 김려가 부령 땅에 당도하기 전에 희미한 추억과 기억만 영혼에 담은 채 슬프게도 싸늘하게 주검으로 변하게 되며 둘은 재회의 환희를 만끽하지 못하게 되고 만다.한때 연화는 정2품 이광표의 첩으로 한양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당시 양관법에 의해 이광표는 옥고를 치르고 연화는 김려가 성균관 유생으로 있었기에 성균관 근처에 거처를 정해 김려를 만나고 그의 사랑을 받고저 했던 부분도 인상적으로 다가 온다.

 김려와 연화가 좋은 시대를 만나 마음대로 만나고 사랑을 나누며 행복하게 삶의 파트너로서 금슬좋게 살아갈 수만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본다.또한 주위에 수많은 시선과 질시를 뿌리치고 오직 김려 한 사람에게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연화의 지고지순한 마음과 열녀와 같은 사모의 정은 읽는 내내 애틋하고도 슬픔을 자아내게 했다.아마 그들은 사후에라도 구천에서라도 상봉하여 못다한 사랑을 나누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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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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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을 만났다.사람의 조상이 원숭이로부터 진화되었다느니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왔다느니 하는등 역사인류학에서도 거론되듯이 과연 인간이 물고기로부터 진화되어 왔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아가미'를 만나면서 도서의 두께는 얇지만 빨리 읽기에는 어려움도 있었다.등장 인물,스토리의 배경,스토리의 전개 방향등을 곰곰히 생각하지 않고는 빨리 읽어 가다간 작가의 의도를 간파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할아버지와 외손자가 살고 있는 외내촌 근처 호수에는 물풀이 무성하고 어느날 홍수가 지면서 불어난 물에 익사체가 할아버지 손에 의해 뭍으로 올라 오는데 그가 바로 곤(鯤)이다.뜻은 아가미라는 뜻이다.그 어린애는 부모를 잃고 결국 아가미 달린 몸으로 환생하게 되는데 귀와 목에 숨구멍이 달려 있다고 한다.그는 강하에 의해 내동댕이쳐지며 물을 뒤집어 쓰는등 살고 죽음을 정상인에 의해 시험을 받게 된다.또한 꼬리지느러미를 갖고 있는 곤은 강요된 심부름과 횟집 같은 곳에서 놀림감이 되기도 하는등 수많은 고초를 겪어 나간다.

 게다가 술주정뱅이 이녕이라는 여자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서 살고 그녀의 행패,부탁,잔심부름,돌보기를 묵묵히 하지만 결국 정신병에 걸린 이녕으로 인하여 곤은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이쯤해서 곤은 왜 인간 세상에 올라오게 되어 무시당하고 종노릇을 해야 하는지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할아버지와 강하는 소가 닭보듯이 무관심으로 대하는지 안타깝다는 생각과 곤의 운명은 무엇이며 그의 조상은 과연 인간이었는지를 생각해 본다.

 구병모작가는 외내촌과 호수 언저리라는 좁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촘촘하게 엮어가고 있다.사람과 물고기,물고기와 사람은 같은 생물이라는 전제하에 누군가에 버려지고 괄시당하며 온몸이 찢겨지는 고통을 견디어 내야 하는 과정이 사람과 물고기를 적절하게 조화시켰다고 생각하며,곤의 아가미를 통하여 짓밟히고 억눌린 자의 말 못하는 고통과 속으로부터 발산하려는 하소연을 대변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살아서 좋은 일,남에게 해코지 하지 않는 선한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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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조용호 지음 / 문이당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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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 부르는 사람은 신과 인간 사이에서 기쁨과 사랑과 위로를 전달하는 매개자 역할을 한다.

흔히들 노랫꾼하면 실의에 빠지고 도탄에 빠진 우리네의 슬픔을 환희로 바꿔주고 망자의 혼을 달래주고 그 혼이 영원히 편안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불러주는 구슬프면서도 체념섞인 만가,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한 가운데에서 스크럼을 짜고 목청껏 불렀던 오월의 노래,판소리와 민요의 구성지면서도 독특한 창법으로 민중의 한을 달래주었던 노래들...그 노래들을 따라 보헤미안마냥 이 도서는 흘러갔다.

주인공도 어린 시절 할머니 슬하에서 자라며 시골의 정취와 <성주풀이>등을 귀동냥하며 뜻모를 인생의 허무함과 슬픔을 노래로서 익혀나갔던 거같다.다만 가정이 원만하게 돌아가지 못하며 아버지마저 속칭 세컨드집을 제집 드나들듯 하다 결국 간음과 술로 생을 마감하게 되며,주인공의 성격도 자연스레 밝고 활기찬 모습보다는 음울한 면이 마음 한 켠에 도사리고 있겠다 싶었다.

민주화 열풍이 한창이던 1980년대 대학공연의 민요패에서 서로 알게된 연우,선화,승미등이 이 글을 이끌어 가는 주역이고,연우는 승미하고 결혼까지 했지만 선화에게 이끌려 자취를 감추며 자신을 잊어달라는 비망록을 남기고 남미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게 되면서 ’나’와 승미는 그들을 찾으러 사방팔방으로 발품을 부지런하게 판다.선화에게 음악의 끼를 물려준 어머니,성남에서 포장마차를 하면서 대금으로 좌중을 감동시키는 대학선배,피가 다른 선화언니의 주거지를 찾으면 연우도 만날 수 있겠지 하면서 칠레의 어느 산자락에서 연우와 선화가 춤사위를 보이고 해금을 불어대는 모습에서 살아있음을 알고 뒤돌아선다.

연우가 결혼한 몸이고 부인이 있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선화에게 그토록 마음을 빼앗긴 것은 대학시절 민요패에 선두로 나서다 전경들에 의해 연행이 되지만 다시 살아있음을 알게 되면서 그녀가 신명나게 불어대던 ’해금’의 깊이 서린 정한에 한몸,한뜻으로 나가려 했던거 같다.
해금 소리의 마디마다 흐느끼고 숨죽이고 환호하고 포효하는,하소하고 매달리고 토라지고 달려와 안기는,청명하고 부드럽고 밝고 따뜻한 저소리.난바다를 떠돌면서 고향을 향해 가던 오디세우스를 파멸시키기 위해 세이렌이 연주한 악기가 선화의 해금일까.그 천변만화 감미롭고 서글픈 연주로 날 유혹하는 선화가 상반신은 여자요 하반신은 새의 모습을 지녔다는 세이렌의 화신일까 P246참조
결국 연우와 선화는 칠레의 어느 바닷가 절벽에서 해금만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채 둘은 방황의 늪을 견디지 못하고 산화하고 만걸까?

개인적으로는 판소리,민요,만가,민중가요등 약자들의 편에서 흥얼거리고 소리사위를 보여주며 신과 인간의 사랑,영혼,환희,위로를 조금이나마 알게된 시간이었고,칠레의 피노체트정권에 맞서 노래로 민중을 달래려 했던 하라,시인이고 아옌데 정권하에서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네루다의 참혹한 죽음도 정치적 희생양이지만 민중들에게 커다란 존경을 받고 있음도 알게 되었으며,저자의 어린시절의 성장모습등의 묘사가 무척이나 서정적이고 순박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갔던 어른들의 투박한 모습도 제 자신의 어린시절과 비교하면서 읽다보니 어느덧 마음은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지내던 시절로 되돌아간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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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찾아서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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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세계의 흐름을 유쾌,통쾌,씁쓸,보복,처연,싸늘함등으로 점철된 성석제작가의 끊이지 않은 입담과 다양한 어휘가 총동원되어 그 세계의 내면과 심리 세계를 일괄적으로 알아가는데 더할 나위가 없었다.갱,마피아,야쿠자,조폭등으로 알려진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이면서도 왕성한 번식력과 영역 다툼,이권 개입,밀고 당기는 모습들이 쉼없이 흘러가는 한 폭의 강줄기와 같았다.또한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뚜렷한 개성과 가치관,적자 생존의 법칙까지를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마사오의 장례식에 가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유신조,마사오,조창용,박재천으로 권력이 이동하고 중간에 양념으로 나오는 미쓰코,세희라는 여인은 나름대로 글의 건조함을 달래주는 역할도 했는데 세희의 파란 만장한 인생과 그녀 나름대로의 삶의 목표가 있음에 인상적으로 다가왔다.마사오,유신조 두 명에게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일제 강점기때 일본 세력에 아부하며 살아왔던 마사오의 가정은 해방과 동시에 가정은 몰락해 가고 마사오는 그 나름대로의 삶을 지키고 살아가는 법을 갖추기 위해 주먹과 의리를 통하여 자신의 입지를 굳혀 나가고 유신조 역시 대한민국의 지도 대통령으로 자부하면서 살아가는 특유의 뚝심의 소유자지만 전자는 정적에 의해 죽게 되고 후자는 병사하게 되며 조창용,박재천 역시 호텔업과 관련하여 유흥업소,나이트클럽등 이권에 개입하면서 그들의 영역권 다툼에 치열한 접전을 벌이게 되는데 조창용은 차를 몰다 다리에서 낙상하여 불귀의 몸이 되고 박재천만이 최후의 조폭 세계의 정상을 거뭐쥐게 된다.

 그들은 달리기,담 타넘기,칼,맷집,모내기,삽질등으로 명성을 날리다 기회와 인연을 따라 조폭의 권력의 길에 들어서고 그 권력의 맛이 때론 씁쓸하면서도 때론 달콤하기에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거리의 왕을 자처하게 되며 그 수하에 수족들 또한 나날이 불어가기도 하고 밑빠진 독에 물이 새듯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는 작자들도 있음을 알게 된다.또한 유신조,마사오,조창용이 죽었을땐 장례식장이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남아 있는 자들의 세력 모의 장소이고 전열을 가다듬는 장소이기도 함을 알게 된다.

 태어날 땐 평등이라는 허울 아래에 태어나지만 사회가 받아 주지 않는 세력과 계층은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과 띠를 이루고 무리를 지어 개척해 나가는데 이권과 세력을 확대해 가는 과정에 사회 유명인사들과 유착이 되고 불건전한 사회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한국 현대사의 조폭의 형성과 암울했고 암울한 그들의 행각을 통하여 한층 그들을 가깝게 대하고 이해해 보는 시간이 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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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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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는 어릴적 부모님께서 객지에 나가 장사를 하셨기에 조부모님의 애정과 잔소리를 들으며 성장했다.부모님보다는 매섭지는 않지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길을 건널 때는 신호등을 잘 지켜라,학교에 돌아오면 꼭 손발을 씻고 숙제를 한 다음에 친구들과 놀아라등 귀에 못이 박힌 말씀을 아직도 쟁쟁하다.그래도 손자,손녀를 위해 찬밥을 먹이지 않으려고 따뜻한 솥단지 안에 뚜껑을 덮은 밥을 국과 반찬과 함께 내주실 때에는 그땐 몰랐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왜 이리도 그 때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과 자애로움이 한없이 그리운지 모르겠다.할아버지는 많이 배우시진 않았아도 늘 속담과 격언을 섞어 교훈과 지혜가 담긴 말씀을 참으로 많이 해주셨다.훗날 사회 생활,아이들 가르치는데에 부지불식간에 할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도 든다.

 19세기 후반 미국이 남북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국권을 수호하고 원주민인 인디언을 격리시켜 통치하기 위해 동부 지방에 살던 그들을 오클라호마주로 강제 이주시키며 죄없는 원주민들이 행군과 이주길에서 춥고 배고프고 허약해서 하나 둘 쓰러져 가면서 인디언들은 맥없이 무너지고 그들의 언어,문화,풍습등이 하나 둘 사라지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또한 현재 미국엔 인디언의 후예(체로키족)들이 멸종 위기에 있음도 간접적으로 알게 되는데 저자 포리스트 카터는 어릴적 할아버지의 얘기를 바탕으로 주인공 '어린 나무'가 들려 주는 얘기는 처연하지만 인동초마냥 꿋꿋하게 삶의 희망을 놓치 않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비애와 지혜,사랑과 나눔,헌신등을 일깨워 주었던 시간이다.

 나(작은 나무)는 할아버지,할머니 밑에서 강제 이주 당한 산중턱에 오두막을 짓고 낮에는 할아버지와 위스키 제조,여우 잡기를 통해 살아가는 법을 익히고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먹고 성장한다.특히 할머니로부터는 인디언들의 고통을 참는 법을 배우는데 육신과 영혼의 고통법이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들려 준다.산과 흙을 벗삼아 할아버지의 수발이 되어 주고 심부름도 하면서 착한 어린이로 성장을 하는 나는 윌로 존(두 명 모두 유대인)를 통하여 교회에도 나가게 되고 귀가 어둡고 건망증이 심했던 와인 씨를 통하여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가 있었던거 같다.

 주관이 뚜렷하고 삶을 자연과 함께 긍정적으로 살아가시던 할아버지,할머니께서도 나이가 드시고 쇠약해져 내 나이 열 살이 되던 초겨울에 돌아가시고 할아버지,할머니는 죽어서도 영혼만은 함께 있고 싶어하셨던 마음을 헤아려 다정하게 한 자리에 모셨다.그리고 기르던 개마저도 죽게 되자 날짐승,들짐승들에게 뜯겨 먹히지 않도록 시체를 단단히 흙으로 묻고 그 위에 돌멩이를 쌓아 놓았던 것을 통하여 어린 나무는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육신은 없어지고 진토가 되겠지만 영혼만은 오래도록 살아 숨쉴거란 믿음으로 충만해 있음을 알게 된다.

 쇠락하고 몰락해 가던 인디언의 후예로서 당당히 살아가고저 했던 어린 나무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조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 속에서 훈육을 받으며 인디언 고유의 풍습과 언어,생활 태도를 올곧게 전수받아 어엿한 청년으로 자랐으리라 여겨지며 바람직한 생활 방식이 무엇인지도 한 수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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