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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먼드의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당신은 궁금하지 않으세요? 언덕 위에서 알버트씨와 포옹한 캔디는, 결국 결혼을 했을까요? 정말 궁금하지 않으세요? 소공녀 세라는 얼마나 멋진 아가씨로 자라났을까요? 츠쿠시랑 츠카사는, 설마 헤어지진 않았겠죠?
작가들은 가끔 "당신의 상상에 맡깁니다."고 말합니다. 보는 이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작품성 있는 책(또는 영화)라고 말하는 평론가들이 많죠.
하지만 나는요, 정말 포근하고 정이 가는 이야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캔디가 아이를 몇이나 낳았는지(음....최소한 다섯은 낳지 않았을까?), 세라는 어떤 멋진 청년과 결혼을 하게 될지(몽모랑시 집안의 남자아이들 중 하나일지도 몰라! 아니다. 걔네는 세라보다 손 아래던가?), 츠쿠시는 졸업하면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설마, 츠카사 말고 루이랑 맺어지는 건 아니겠지?) 시시콜콜 알고 싶어요. 내가 상상하는 것 말고, 작가가 행복하고 달콤한 그 후 이야기를 풀어놓는다면 더더욱 좋을것만 같아요.
그래서 저는 <키다리 아저씨, 그 후 이야기>를 사랑합니다. 한 술 더 떠서 앤이 자라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먹는 것까지 모두모두 이야기 해주는 몽고메리 여사는....정말이지 꼭 껴안아 주고 싶습니다.
앤이 어디 몽고메리 여사만의 것이던가요. 주근깨 빼빼 말랐던 그 꼬마 여자아이는 내 친구였습니다. 부풀린 소매 드레스가 그토록 소원이던, 아름답고 낭만적인 로맨스를 밤마다 꿈꾸던 그 여자아이가 붉은 머리 회색 눈의 날씬한 처녀로 성장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더없이 뿌듯한 일이었습니다.
"여기 봐. 우리 앤이 대학엘 들어갔어! 공부도 잘하고 예뻐서 인기도 많아!"라고 어디건 자랑하고 싶어졌다면, 너무 바보같은가요?
레드먼드의 앤은 길버트의 청혼을 받아들이며 끝납니다. 책 머리에 앤의 그 후 이야기(아이를 낳고 오해를 거쳐 화해하는 모습까지)를 그냥 다 밝혀버린 것을 보면, 정말 시공사는 레드먼드 이후의 이야기는 출간할 계획이 없나봐요. 동서문화사판도 좋지만, 짱짱하고 고급스러운 시공사의 하드커버로 간직하고 싶은데...계획이 수정되어 앤의 이야기가 모두모두 출간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