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구판절판


도서관에서 빌린 적의 화장법. 인기 작가이니만큼,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 책의 경우 유독 정도가 심하다.

보시다시피, 책이 쩍쩍 갈라지면서 책장들이 분리되고 있다. 이 책 한 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서관에 꽂힌 문학세계사의 책 대부분이 이렇게 갈라지고 있다. 여러 사람 손을 타서 그렇다고? 활짝 펴면 갈라질까봐 고이고이 책장을 넘긴 내 책, '살인자의 건강법'도 벌써 한 두 군데가 갈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책장을 테잎으로 붙이다보니, 사서인지 대출자인지 누군가가 벌써 테잎으로 붙인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분리되는 책장도 문제지만....너덜거리는 표지는....쩝. 출간일이 2001년 11월인데, 3년 만에 이렇게 되다니... 양장본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양장본이라는 것은, 오래 두고 보관할 수 있는 튼튼하고 고급스러운 책을 말함이 아닌가? 대충대충 본드칠을 해서 두꺼운 종이 하나만 척 얹어놨다고 다 양장은 아닐것이다. 요즘 우리 나라 책들의 경우 분량 미달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기 위해, 혹은 화려하게 포장하고 책값을 올리기 위해 '양장'이란 말이 악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제발,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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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11-3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세계사의 양장본들...문제가 많다. 너무 화가 나서 '무슨 책을 이따위로 만듭니까?!'라고 제목을 달고 싶었지만, 음....소심해서 (그리고 내 친구 따우를 봐서) 참았다. ㅡ.ㅡ

세실 2004-11-3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유난히 잘 갈라지는 책들이 있어요. 많이 봤다기 보다는 제본이 문제인것 같습니다.

마태우스 2004-11-3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이 찢으셨?!!!!!! =3=3=3

진/우맘 2004-11-30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코멘트와, 예전에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시던 모습이 겹쳐서, 정신 없이 웃었습니다, 마태님. ㅎㅎㅎㅎ

세실님> 맞아요. 실로 안 꿰매고 접착제로만 떡, 붙여놓으면 저런 문제가 생긴다네요. ㅡ,,ㅡ

비연 2004-11-30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좀 많이 찢어졌네요...ㅜ.ㅜ

明卵 2004-11-30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세계사에서 나온 양장본은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적의 화장법' '살인자의 건강법'을 가지고 있는데, 앞의 두 권은 워낙 빨리 읽어치우다보니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살인자의 건강법은 학교에 두어번 들고가서 그런가 쩌억하는 부분이 좀 있어요. 책을 특별히 험하게 굴린 것도 아니고, 거의 넘긴 자국도 안 내고 읽는데도 말입니다!

불량 2004-12-01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격올리기용 양장본..결사반대!! ^^;

료마 2004-12-03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저도 그렇습니다. 갈라지면 찢어질것같아서요.

큰이모 2004-12-0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거요거 곧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올려진다지..

실은 상태가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내가 읽을때 연우가 와서 장난치는 바람에..ㅠㅠ 근데, 너무 약하더라 책장이.. --;

재스민 2005-01-09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우리나라 책 품질은 최고예요;;;;;-_ㅜ

미국책좀 보세요, =_= 무슨 신문지뭉치같고 표지도 딸랑 제목하나인게 7.9달러라니...

봄봄 2005-01-1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공감이 가네요. 저도 도서관서 빌린 책이 저정도만 하답니다.

씁쓸하다는...

akinamina 2005-04-08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책(특히소설) 사이즈도 너무 크고 종이 너무 좋은 거 써요,그런데 실상 오래가야 할 제본은 이런 얄팍한 상술로 떼우다니.문제네요,정말!솔직히 한번 많아야 두번 보는 소설책도 다 재활용종이로 써야합니다,많이 써야 값도 싸지고 인쇄 잘먹게 질도 좋아져요 볼때마다 낭비라고 생각.
 
밤의 순례
정태원 엮음 / 드림북스 / 1998년 8월
평점 :
절판


'세계적 문호들의 걸작 호러'라는 부제 밑에 쟁쟁한 이름들이 줄을 잇는다. D.H. 로렌스, 에밀 졸라, 찰스 디킨스, 헨리 제임스, 프로스퍼 메리메, 에드거 앨런 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루드야드 키플링, 프란츠 카프카, 기 드 모파상, 오노레 드 발자크, 바이라스 샤랑.....호오, 그렇단 말이지?


사실, 여름마다 공포 영화의 수위가 높아져가고 있는 요즘, 한 세기 전 문호들의 호러는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자극적인 공포를 원한다면 스티븐 킹을 읽는 것이 훨씬 낫지. 그러나, 문장의 좋고 나쁨을 가리기엔 내공이 부족한 나에게도 글이 뿜어내는 은근하고 우아한 힘이 느껴진다.


책을 여는 바이라스 샤랑의 '챠코와의 인터뷰'는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단편이다. 여자들의 몸이 상반신, 혹은 하반신 뿐인 섬 라잔에서 살다 돌아온 챠코와의 대화에서 사랑의 본질에 대한 예리한 성찰을 보여준다. <반전>에 집착하는 영화계 때문에 모든 작품에 반전을 전제하는 요즈음의 독자에게는 조금 시시한 결론일 지 모르지만, 기억하시라, 작품은 아주 오래 전에 씌여졌음을! (그런데....사실 나는 바이라스 샤랑이란 이름이 낯설다. 누구지? 뭘 쓴 작가인거야? ^^;;)


여러 작품 중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프란츠 카프카의 '유형지에서'. 카프카 다운 상상력이 200% 발휘된 소재이다. 어느 곳이라 특정지을 수 없는 나라의 잔인한 사형기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읽는 도중 몇 번이고 소름이 돋아 몸을 떨 정도로 힘이 넘쳤다. 책이 아니고서는 느끼기 힘든 전율이다.
대문호들의 음울한 외도를 들춰보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볼 만 한 작품이지만...어쩌나, 품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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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12-02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품절 상품을 뽐뿌질하는 건 패널티 있어야 함돠...

진/우맘 2004-12-03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떼루라도...^^;
 
아웃사이더 아트 다빈치 art 13
장 뒤뷔페 지음, 장윤선 옮김 / 다빈치 / 2003년 10월
절판


빌 트레일러의 '발길질 하는 남자'. 언뜻 봐도 질나쁜 종이에 색연필과 포스터칼라로 그린 그림. 빌 트레일러는 노예로 태어났다가 남북전쟁 후 해방이 되었지만 평생을 소작인으로 살았단다. 나중에는 노숙자가 되었는데, 세상에나 85세에 갑자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죽기까지 3년동안 1500매가 넘는 작품을 남긴다. 도대체, 무엇이, 여든 넘은 노인에게 그림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불러 일으켰을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슬퍼지기도 하고, 즐거워지기도 하는 신기한 그림이다.

안나 제만코바의 작품. 나는 조지아 오키프의 꽃그림을 참 좋아하는데....이 외계식물의 확대판 같은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뭐라 할까...조지아 오키프의 꽃에서 강렬하고 거친 정수만을 뽑아 재현한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모튼 바틀릿은 1909년에 태어나 여덟 살에 부모를 잃었단다. 이것이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되었을까? 그는 여든 세살에 죽을 때까지 혼자 살았다. 사후 그의 집에서 15개의 인형이 발견되었는데, 모두 아기부터 열다섯 살 정도의 아이 인형으로, 옷과 가발, 액세서리, 별도의 머리 부분과 손, 발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스물 다섯 무렵부터 30년 동안 진행된 비밀스러운 인형 만들기....석고로 만든 인형의 크기는 등신대의 1/2 정도, 해부학 책까지 참조하여 치아 하나까지도 정확하게 재현했다 한다.

모튼 바틀릿은 인형에 직접 만든 의복과 액세서리를 착용시켜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는 소녀', '발레 레슨을 하는 소녀' 등 시나리오에 맞춰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이 정도로 정교한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고충을 생각해 보면, 혼자서 비밀스러운 인형놀이를 즐기는 이 사람의 치열한 외로움이...섬뜩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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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아트 다빈치 art 13
장 뒤뷔페 지음, 장윤선 옮김 / 다빈치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아르 브뤼트는 가공되지 않은, 순수 그대로의 예술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1945년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창작작품을 지칭한 말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미술제도 바깥에서 창작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 '아웃사이더 아트'는 1972년 로저 카디널이 아르브뤼트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 머리말 중 -



이 책을 통해 '아르브뤼트'라는 장르(?)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질 좋은 종이에 큼직하고 풍부한 도판, 많지 않은 분량의 글은 수월하게 잘 읽힌다.
사실 나의 부족한 눈은, 제도권 안 화가들의 의도된 미숙함과 아르브뤼트 예술가들의 천진한 미숙함을 쉽게 가려낼 수 없었다. 게다가 '미술을 감상하는 법 = 많은 화가의 이름과 작품을 외우는 법'이라는 엉터리 공식이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머리 속 깊이 각인되어 있었나보다. 이 신선한 그림들이 전해오는 날것의 느낌 그대로를 즐기려 들지 않고 빌 트레일러의 작품을 보고서는 애써 키스 하링을 떠올리고, 매지 길이 그린 음울한 눈빛에서는 뭉크를 찾아내려고 덤벙댔다. 이후로도 계속 리히텐슈타인, 조지아 오키프, 클림트....머리 속의 빈약한 화가 색인들을 뒤지며 하나 하나 끼워 맞추려고 기를 썼다.



BANG~~~ 바보. ㅡ.ㅡ



완벽한 균형미, 붓자국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매끈한 화면, 금방이라도 살아 숨쉴 듯한 생생한 눈빛...그런 '명화'들에 경탄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명화를 그려낸 화가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미술사, 미술기법, 미술심리 등 수 많은 걸림돌을 걷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르브뤼트 예술가들의 작품에 다가서는 길에 장애물 따윈 없다. 빤히 들여다 보이는 거친 스트로크와 미숙한 붓놀림을 들여다보는 것 만으로도 그림을 그린 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지루한 수업시간, 붙박혀 움직일 줄 모르는 시계와 싸우느라 만화주인공의 한삼자락에 촘촘하게 그려넣었던 무늬들이 책 속에 있었다. 윗사람에게 꾸중듣느라 울적하게 가라앉은 회의실, 낙서 속의 우울한 얼굴들이 바로, 여기, 책 속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예술은 장식품, 혹은 지성을 뽐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해 준 멋진 책이다.



아르 브뤼트 작품에는 타오르는 듯한 정열의 고양, 끝없는 창의성, 강렬한 도취감, 모든 것들로부터의 완전한 해방 같은, 인간이 예술에서 바라는 모든 것이 어떤 유명 예술가의 작품에서보다도 넘쳐 흐른다. 물론 광기도 함께. 하지만 광기를 품지 않은 예술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니체의 말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머리 속에서 미친 듯이 춤추는 예술'이다. 여기서 확실히 해두어야 할 것은 '광기'라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다. 누가 정신 병원의 창살 안과 밖, 어느 쪽이 미쳤다고 확실하게 말 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근거를 알고 싶을 뿐이다. - 머리말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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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아이들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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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 다케지 선생님은 이런 말도 했다.
" 나는 수업을 거의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맡깁니다. 즉 학생들로 하여금 수업을 이끌어 나가게 하는 거죠. '설마 뭔가 계획이 있겠죠?라는 말을 곧잘 듣는데, 나는 늘 '절대로 없어요.'라고 대답합니다(웃음). 교사의 의도대로 이루어지는 수업은 시시해요.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의 발언에 교사가 당황하면서도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찾으며 진행되는 수업이 사실은 좋은 수업이에요. 그럴 때, 허둥거릴 수 있는 능력이 교사에게는 필요해요(웃음). 교사뿐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 허둥거리고 함께 좌충우돌하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 교사가 체면에 연연하면 자신이 대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를 억지로 끌고 가 버리게 되지요. 그런 태도는 수업을 매우 빈약하게 만들어요."-191~192쪽

"아이들의 불행은 교사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만 변화를 요구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 아닐까요?"

"아이들의 생활과 교사의 생활이 분리된 지점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게 문제예요."

"교사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차별에는 민감하지만, 교사 자신이 일상 생활 속에서 만들어 내는 차별에는 너무나 둔감해요."

"참된 상냥함은 절망을 헤치고 나온 사람만이 지닐 수 있습니다."

위의 말들은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하야시 선생님이 자주 하신 말씀이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195쪽

너희가 모르는 곳에
갖가지 인생이 있다.
너희 인생이
둘도 없이 소중하듯
너희가 모르는 인생에도
둘도 없이 소중하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모르는 인생을 사랑하는 일이다.
-《외톨이 동물원》중에서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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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11-2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모르는 인생을 사랑하는 일이다......짜릿.....^^

그런데, 저 외톨이 동물원이라는 거...시집일까요? 아는 바가 있으신 분?

그로밋 2004-11-25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사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차별에는 민감하지만, 교사 자신이 일상 생활 속에서 만들어 내는 차별에는 너무나 둔감해요." <--- 요 말에 무지하게 찔린다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퍼갈께요. ^^

진/우맘 2004-11-26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로밋님, 반갑습니다~ 월레스는 어디에 두고 혼자 다니시나요? (썰렁~^^;)

저도....그 부분에서 가슴이 따끔, 하더군요. 자주자주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