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소리가 딱따그르르
숲의 고요를 맑게 깨우는 것은
고요가 소리에게 환하게 길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고요가 제 몸을
짜릿짜릿하게 빌려주기 때문이다.
딱따구리 소리가 또 한 번 딱따그르르
숲 전체를 두루 울릴 수 있는 것은
숲의 나무와 이파리와 공기와 햇살
숲을 지나는 계곡의 물소리까지 서로
딱,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 김선태, ‘딱따구리 소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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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가 제 몸을 짜릿짜릿하게 빌려주고
나무와 이파리와 공기와 햇살과 계곡 물소리가
어느 정점에서 딱, 만나 빚어내는 소리.
귀 기울여 보세요. 그리고 들어보세요.
세상을 맑게 울리는 자연의 소리를.
나는 매일 오후(강의가 없을 때)
연수원 산책로와 연계한 뒷산을
홀로 오르곤 한다.
1시간 30분정도를 등산(산책)할 수 있기에 너무 좋다.
요즘 날파리가 많이 달려들긴 하지만
이렇듯 자연을 벗삼아 산책을 하노라면
짓누르고 있는 세상의 모든 짐을 벗어버릴 수가 있다.
또한 자연이 내뿜는 온갖 냄새를 향유하고
몸으로 느낄 수도 있기에
자연과 한몸이 되는 카타르시스의 세계에 빠져들곤 한다.
가끔 꿩(특히 장끼)이 사람의 인기척에 놀라
후다닥 날아오를 때면 모골이 송연해 지는 놀라움도 겪지만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깬 것이 죄스러워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으로 대신한다.
지난주까지는 멀리서도 산의 속살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요즘은 파아란 색으로 옷을 입고 있는 중이고
그 푸르름이 더해가기에 속살을 볼 수는 없지만
직접 산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즐거움이 있어 더욱 좋다.
이제는 내가 그속에 들어있기에 산과 동화되고
산속의 푸근함을 몸으로 느끼는 즐거움속에 푹 빠져있다.
정말 산의 품은 애인의 몸에 안긴 것 처럼 뜨겁고 신선하다.
여러분도 이번주 시간이 되신다면
푸르름이 짙어만 가는 녹음의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세요.
온몸으로 느끼는 자연의 간지러움으로 인해
황홀해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