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충망 달기 

나의 초라한 자취방에는 요즘은 아가씨들 위험하다고 철망해주는 곳도 많다는데 왠만한 곳에는 다있다는 방충망도 없다 ㅠ.ㅠ 

작년 여름은 그냥 버텼다. 주먹만한 나방이 날라다녀도 '그래 산 속이라고 생각하는거야'라며 버티려고 했는데, 올해는 여름이 너무 일찍 시작되는데다 왔다가는 날라다니는 것들만이 아니라 뭔가 기어다니는 것들도 생기는 듯해 어쩔 수 없이 방충망 설치를 결심했다. 

문제는 나의 손이 고양이손이라는 것.. 그러니까 나는 뭔가를 반듯하게 하는 걸 잘 못한다. 자에 대고 그어도 일직선으로 죽 그어본 적이 거의 없고, 바느질을 해도 한쪽으로 자꾸만 올라가고, 심지어 개어둔 옷들도 삐뚤빼뚤하다.  

어쨌거나 인터넷에서 5천원을 주고 찍찍이 소재의 방충망을 구입했다. 창틀에 한쪽에 풀칠되어진 찍찍이 한면을 붙이고, 방충망을 얹고, 찍찍이를 그 위에 다시 붙여주면 끝!! 쉽다~ 찍찍이를 한면을 살짝 때고 창을 열고 닫을 수 있어서 더욱 좋고, 가위만 있어도 되고.. 

그래서 근처에 사는 황박사를 맥주 두병에 꼬셔서 데려왔다. 둘이서 30센티차리 창을 막는데 한 이십분쯤 걸렸다.. 완성품은.. 황박사는 계속 철학해야지 손으로 하는거 하면 절대 안되겠더라.. 한다는 변명이 '왼손잡이용 가위가 아니잖아?" --;; 

삐뚤빼둘 듬성듬성한 우리의 완성품으로는 모기를 걸러내기는 좀 무리겠지만 커다란 나방쯤이야 막을 수도 있지 싶다.. 어찌보니 설치 미술품 같다.. 멋으로 한게 아니라면 누가 저 퍼런 철망과 하얀 찍찍이를 저렇게 창이랑 아무 상관없이 붙일 수 있겠는가.. 우리는 실용을 거부하는 철학자이자 예술가들인거다 --;; 

좀도둑 

내가 일하는 곳엔 화장실 옆에 탕비실이 있어 그곳에 냉장고가 있다. 그런데 이곳이 요즘 손이 타기 시작했다. 한 이삼일에 한번 정도 뭔가 물건이 없어진다. 그런데 그게 좀 이상하다.. 

이 도둑님께서는 결코 과하게 취하는 법이 없다. 비싼 향수니 화장품이니 뭐 이런거에는 손대지 않고 늘 먹는 것만 가져 가는데, 수북히 싾여있어도 꼭 필요한 만큼만 가져간다. 쌀강정 몇 개, 우유 한컵(그렇다 컵에 따라가져간다 --) 요플레 한 개, 과일 한개 이런식이다. 수북히 있어도 매번 한사람 분량만 가져가는 걸로 보아, 도둑은 여성이고(여자화장실 옆이라 남성은 못들어옴) 한명이라는 것 밖에 알 수 없다. 

도둑을 잡기보다는 꼭 한번 만나고 싶다. 참으로 품위있는 도둑이다. 

독서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읽고 있다. 가끔 서재를 들릴 때는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들곤 했는데, 책은 정말 재미 있다. 

 도대체 영화평론, 번역론, 인문학의 전범위를 횡단하는 이 냥반은 모르는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궁금한게 있으면 로쟈님 서재에 가서 물어봐야지.. 이번 주까지 완독해서 어서 후기를 올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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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3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03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09-06-03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느질은 영 못해요.^^ 가위질은 잘 하는데...ㅎㅎㅎ
쌀강정은 제가 훔쳐 먹었어요.ㅋㅋㅋ
정말 믿으면 곤란한데...^^

무해한모리군 2009-06-03 13:44   좋아요 0 | URL
아하하 가위질 잘하시는게 어딥니까 ^^

건조기후 2009-06-03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산 속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아하핫^^

무해한모리군 2009-06-03 17:38   좋아요 0 | URL
구차해지기 싫은 발버둥 ㅠ.ㅠ

무스탕 2009-06-0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위질을 잘 못해요. 어지간한건 칼로 스윽~ 그게 더 깨끗해요..;;;
음.. 우유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전 아니네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6-03 17:38   좋아요 0 | URL
칼질도 못해요 ㅠ.ㅠ
저도 우유는 그닥이예요..
더군다나 항생제니 뭐니 전혀 행복하지 않은 젖소들이 생산하니 몸에도 안좋을 듯 하고..

다락방 2009-06-03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바느질 대박 못해요. 엄마도 바느질 못하시는데 그게 유전인가봐요. 중학교때 가사 시간에 바느질 점수가 무지 안나오길래 엄마한테 해달랬더니 선생님께서 검사하시고서는 "너는 발로 꼬맸니?" 하셨어요. 아, 거기다 대고 엄마가 해줬다는 말도 못하고 orz

그나저나 저 방충망 굉장히 유용한 정보에요. 제가 있는 비서실에 방충망이 없는데 창문 하나만 달면 되는데 뭐 좀 사람 안부르고 할 수 있는 방법 없나 살짝 생각중이었거든요.
고마워요, 휘모리님.

아, 그리고.
로쟈의 인문학서재 구입예정인데 땡스투 눌러드릴게요 ㅎㅎ


(푸른알약 땡스투도 두번 눌렀고 앞으로 더 누를거라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6-03 17:44   좋아요 0 | URL
우와~ 우와~~ 고마워요..
제가 땡투 제일 많이 받은게 88만원세대 서평인데 아주 아주 옛날이랍니다.
뭔가 제대로 흥행 리뷰를 써볼 때가 됐는데..
생각만 이렇지 설렁설렁 ㅎㅎㅎ

저는 펀샵이라는데서 구입했는데 제가 설치할수 있는걸로 봐서 만 10세 이상은 모두 설치 가능할 듯 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제가 만든 버선을 소중하게 보관중이신데요, 앞판과 뒷판 버선목 길이가 다릅니다 ㅎㅎㅎ 그렇게 만들기가 더 어려울텐데. (참 고슴도치지 어찌 저걸 귀엽다고 보관하시고, 손님들 오면 보여도 주십니다 --;;)

그러시는 걸 보면 사실은 절 시집보낼 마음이 없으신지도 몰라요 흠..

다락방 2009-06-04 08:32   좋아요 0 | URL
오늘도 푸른알약 땡스투 또 들어왔을걸요? ㅎㅎㅎㅎ

[해이] 2009-06-03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아리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ㅋ 저도 로쟈님 책을 어서 보고싶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6-03 23:20   좋아요 0 | URL
^^ 해이님 일기는 늘 감성적이예요.

비로그인 2009-06-03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워 할 수 없는 도둑이네요. 메모를 남겨서 소통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

무해한모리군 2009-06-03 23:20   좋아요 0 | URL
ㅎㅎ 다른 잃어버리신 분들의 분노가 커서 잡히면 큰일날거 같아요..

마늘빵 2009-06-03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그 도둑 나도 한번 만나보고 싶네. 내가 밥 한끼 사주고 싶다요.

무해한모리군 2009-06-04 08:09   좋아요 0 | URL
이건물에 옷 파는 곳이랑 화장품 파는 곳이 있어서 미인들이 아주 많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여름이 다가오는 요즘 아 과감한 의상에 눈둘 곳이 없어요~~
(놀러오시고 싶죠? ㅋㄷㅋㄷ)

마늘빵 2009-06-05 00:13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만나러 그 동네 가야겠는 걸요? 좀더 더워지면?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6-05 08:13   좋아요 0 | URL
아하하 한 4월부터 눈둘 곳이 없었습니다..
어디까지 가나 기대중 ㅎㅎㅎ

마늘빵 2009-06-05 19:46   좋아요 0 | URL
아 그럼 지금 가도 되겠는데요? ㅋㅋ 휘모리님 시간내주삼.

꿈꾸는섬 2009-06-0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장고 도둑 너무 귀여워요.^^
여름에 방충망은 필수죠. 전 모기가 젤 무섭더라구요.
로쟈님 서재는 저도 가끔 가는데 정말 어렵더라구요.ㅎㅎ 그래도 책은 재미있다니 제 팔랑귀가 또 솔깃해집니다.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6-04 11:32   좋아요 0 | URL
음 로쟈님 책도 쉽다 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원전 텍스트에 비하면 아주 쉬운편인듯 합니다. 평론가니 영화감독이니 하는 사람들이 자주 언급하는 철학자들이 무슨 얘기를 했나 쬐끔이라도 알 수 있으니 그대로 저는 만족입니다.

저는 야생성이 강한 인간이라 없이도 살아왔습니다만, 벌레 치우기 귀찮아서요 ㅎㅎㅎ

rosa 2009-06-0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일단 제가 도둑일리는 없고(전 한번 먹자고 들면 죄다 비워버리는 엄청난 식성과 소화력을 자랑합니다.^^ 품위있는 도둑님을 만나셨으니 다행이라고 해야지요? ^^)
바느질엔 제법 재주가 있고 심취하고 있으나 모든 취미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 급기야 중고재봉틀까지 구입하면서 활동비 받은지 얼마나 됐다고.. 보릿고개를 넘고 있습니다 --;
로쟈님 책은 아직 읽기 전이라 암말도 못 드리겠고..
어쨌거나 오늘도 좋은 하루~~ ^^

무해한모리군 2009-06-04 13:27   좋아요 0 | URL
저와 같으시군요.. 어제도 한밤중에 혼자 라면을 ㅠ.ㅠ
만드신 옷보니까 솜씨도 솜씨지만 색상을 보는 눈과 상상력이 있으세요. 그걸로 바지를 만들 생각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지요.. 암요!!
 

 어리석은 얘기지만 인간이란 결국 조금씩 싾이고 싾인 작은 후회에서 도망칠 수 없는 운명일지도 몰라. 마치 마음에 꽂힌 작은 가시처럼..  

<바텐더 11권 中>

========================== 

이렇게 매일매일 후회를 곱씹는 나는 공룡이다.  

그러나 후회로 부터 도망칠 수 있다는 믿음은 잃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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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6-02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글 기억은 안나지만 바텐더는 재미있더군요^^

무해한모리군 2009-06-02 07:34   좋아요 0 | URL
좀 너무 수다스럽긴 하지만 저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절망은 허무하다. 희망이 그러하듯.

- 루쉰

========================

이것이 루쉰이다.

지극한 절망을 말함으로서

그 속에 한자락 빛을 찾게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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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5-29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고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5-29 12:56   좋아요 0 | URL
요즘 루쉰을 다시 뒤적입니다.
힘이 들때 이 우중충한 사람이 위안이 되는게 참 희한해요 ^^

차좋아 2009-05-2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사실 땅 위에는 본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된 것이다. -루쉰



무해한모리군 2009-05-29 12:57   좋아요 0 | URL
아 이 구절도 늘 읽어도 좋습니다...

차좋아 2009-05-31 00:50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같은 분이 생각나는 글이라~~ (사실 모르지만..ㅋ)
저도 요새 루쉰 다시 봐요.. 반갑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5-31 11:52   좋아요 0 | URL
만남에도 이 구절이 인용되어 있지요..
요즘 백수데요 뭐 --;;
 

뭔가 불편하다. 

왜 불편한지도 알겠다. 

그런데 그걸 토해 놓지는 못하겠다. 
몇 번 글을 썼다 지우고, 임시 저장 하면서도 올리지는 못했다. 
한 두세달 후쯤으면 뭔가 할 말이 생길지 모르겠다. 
지금은 나도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10년지기 친구가 노짱의 열렬팬임을 몰랐다.
내가 가자고 하면 파병반대 집회도 가고,
민주노동당 후원당원도 해주고,
그래서 그냥 정치색이 없는 친구구나 했는데..
내가 친구 얘기를 잘 들어주지 못했나보다.
이제는 그렇게 부러지지 않는데 몇 마디쯤 해줘도 좋았으련만 하는 아쉬움과
나라는 인간의 오만불손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언제가 되야 입은 좀 다물고 귀는 열리는 순간이 오는걸까?

 잘 읽히지 않는 경제학 서적과 씨름하다 오늘 배달 온 소설책을 빼들어 본다. 두줄쯤 읽었다.  

"최초의 기억은 불과 관련이 있다" 

나는 첫문장의 힘을 믿는다. 사실 낭패를 보면서도 첫인상을 너무 푹 믿는 편이다. 이 책의 첫인상은 마음에 든다. 더 읽다가는 오늘 못잘거 같아서 얼른 두줄만 읽고는 내려놓는다.  

내일은 일이 많으니까 얼른 자고 내일 읽어야지.. 

아 근데 넘 읽고 싶다. 

에잇 안되겠다. 글 그만쓰고 읽어야지.  

내일 좀 졸립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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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9-05-28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오신거예요? 언제 오셨어요? 건강히 잘 돌아오셨다니 반갑습니다 ^^

무해한모리군 2009-05-28 07:50   좋아요 0 | URL
네 건강히 잘 돌아왔습니다.
가시장미님 서재에도 글 남겼는데 못보셨나봐요~~ ^^*

후애(厚愛) 2009-05-28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잠은 자야하는데 책은 꼭 읽고 싶고... 그런데 책이 속삭일 때가 있어요.
<저를 읽어 주세요!>라고 말입니다... 그럼 잠을 포기하고 책을 든답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5-28 07:50   좋아요 0 | URL
아~~ 졸려요 ㅠ.ㅠ
 

퇴계 이황의 자취를 따라가는 영남기행 

내려가는 버스안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소식을 접했다.  

조선시대 사화와 노무현.. 

진퇴 시기가 생사를 가르는 것이 정치인가..  

한번도 지지자 였던 적이 없으나, 

우리 역사상 가장 저평가 받는 대통령이라 늘 생각해 왔었는데..

괜스레 미안하고 울적한 마음이 된다. 

홀로 맥주 세캔을 들이키고 

오랜만에 집에와 몸을 누인다.

어젯밤 꿈에 생전 안보이던 사람이 보였는데, 

오늘 아침 메일을 열어보니, 

'**님의 생일축하 50%쿠폰'이 메일로 와 있었다. 

뭐하러 웹사이트는 대신 가입해줘가지고.. 흠. 

그거보다, 거 참 그 긴세월이 지났어도, 

나는 무의식중에 생일을 기억한단 말인가.. 

참 신기하다. 

오늘 일이 끝나면 밀린 서평이랑 여행기도 올려야겠다. 

아~~ 근데 사진을 정리하는 건 너무너무너무너무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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