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0년 만의 교통사고

나는 1990년 초가을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나 2020년 여름 다시 교통사고를 당했다. 두 교통사고는 인과관계는 없다. 단지 한 두가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고, 공교롭게도 거의 30년 차이라는 시간 상의 우연이 존재할 뿐이다. 첫 번째 공통점은 사고가 크게 났다는 것과 큰 사고였음에도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고, 영구적인 손상을 입지 않은 점이다. 쉽게 말해 사고가 난 것 자체는 운이 나빴지만, 불행중 다행이었다는 말이다. 나는 이런 상태를 다른 말로 악운이 강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악운이 강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이상하게 운이 나쁘다고 여겼지만, 불행중 다행으로 아주 심각한 상황은 피해서 나중에는 원만하게 해결되곤 했다. 물론 이런 경험과 표현이 추상적이기도 하고, 어느 경우에나 대입해 볼 수도 있어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도 있는데, 내 경우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알아볼 것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그 시기가 어떤 전환점이라는 것이다. 첫 사고를 당한 시점이 하필 중학생이어서 그랬겠지만, 그 사고 이후 많은 변화가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사고 이후 나는 갑자기 키가 확 자라고, 근육량이 늘어 육체적으로 성장했지만(실은 그 전에 워낙 키가 작고 비쩍 마른 몸이어서 성장한 후에 간신히 평균적인 키와 몸무게가 되었지만), 정신적으로도 가족들과 내 삶과 사회에 대한 인식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올해 당한 두 번째 사고도 마찬가지다. 이제 40대 중반의 나이에 이번 사고가 내 삶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갈 것이다.

이번에 당한 사고로 나는 엄청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다들 살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나 역시도 이번에는 어쩌면 죽을 수도 있었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사실 사고 직후 너무나도 고통스러울 때는 차라리 죽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잠시 들 정도로 힘들었다. 조금씩 회복하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내 삶을 하나하나 돌아보기도 했고, 최근의 내 삶에 대해 짚어보기도 했고, 앞으로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혹은 어떻게 살아보고 싶은지를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잊지 않으려고 틈틈히 메모를 많이 했다. 퇴원 후 처음 할 일을 그 메모들을 정리해나가면서 몸과 마음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회복 일기를 쓰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건 개인적으로 보관만 할 용도의 아주 자질구레한 것들가지 다 기록한 것과 다른 사람들(특히 사고 이후 회복 경과를 궁금해하는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약간 다듬어진 것으로 나눠서 작성할 예정이고, 이왕 이렇게 글을 쓸 거라면 이곳, 알라딘 공간에 이어쓰면서 전자와 후자를 섞은 버전인 세번째 버전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이번 사고를 내 삶을 바꾸는 계기로 만드는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회복 경과에 따라 달라지겟지만, 아주 천천히 적어나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2. 1990년의 교통사고

당시 중학생이었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깜빡이길래, 빨리 건너야지 싶어서 횡단보도 구획선에서 살짝 아래로 뛰어 건너다가 차에 치였다. 당시 가해 차량은 횡단보도 직전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해 있는 걸 보고 중앙선을 넘어 버스를 추월하느라 신호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차에 차량 우측 사이드미러 쪽 옆면에 부딪혔다가 몸이 공중으로 떠서 차량 반대편의 차도로 떨어졌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데,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고 표현해야 하나. 그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차에서 내린 운전자가 뛰어왔고, 차에 치이는 걸 본 친구와 학생들. 버스 정류장에 계시던 어른들이 내 곁으로 동그랗게 모였다. 내 시야에는 사람들이 하나 둘 하늘을 가리는 걸로 보였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곳에서 쓰러진 사람 위로 얼굴들이 하나 둘 등장해 둥글게 에워싸는 장면이 정말 사실이구나. 내 시야에 정확히 그렇게 보였다. 아, 그리고 잠시뿐이긴 했지만 쓰러진 직후에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운전자가 괜찮냐고 묻는 질문과 친구가 뭐라고 말하는 것이 잘 들리지 않았다. 사실 처음에 나는 차에 치인 줄도 몰랐다. 그냥 무언가 아주 빠르고 단단한 것에 부딪혀 몸이 튕겨 나온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빠르고 단단한 것이 무엇인지 엄청 궁금했는데, 달리는 차였다. 

운전자는 중학생이었던 나를 안아 들어서 차에 태웠다. 혹시 몰라서 옆에 있던 친구도 내 옆에 태웠다. 그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운전자와 내 친구는 내 상태가 무척 이상하다고 여겼는지 계속 이름, 학교, 집 등을 물어보며 제 정신이 맞는지 살피는 것 같았다. 이제 들리기는 했지만, 말은 잘 나오지 않아서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 점점 감각이 돌아오고 손발 등에 힘이 들어가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병원에 도착했을 무렵 나는 몇 군데의 찰과상과 멍을 제외하고는 딱히 아픈 곳이 없다고 여겼다.

나는 2주 진단을 받고 꼬박 2주 동안 병실에 입원해있었다. 차에 치인 충격에 비해 정말 이상할 정도로 다친 곳이 없었다. 어디 부러진 곳도 없었고, 어디가 터지지도 않았다. 의사도 이상하다고 여겼고, 경찰들도 이상하다고 했다. 가끔 이유없이 머리가 아프긴 했다. 가족들과 의사는 혹시 뇌에 어떤 충격을 받았을지를 걱정했고, 혹시 나중에 후유증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때 머리를 다치긴 했는데, 결국 그로 인해 크게 어떤 손상을 입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후로 친구들은 가끔 농담을 하긴 했다. ˝네가 그날 머리를 안 다쳤다면 완전 천재였을텐데, 머리를 다쳐서 이런거야.˝ 뭐 이런 류의 농담들. 중,고등학교 시절 딱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성적은 늘 상위권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갔지만, 그렇다고 아주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성적을 보고 말한 것이었으리라.

그 사고 이후 나는 그 전부터 느껴왔던 사회의 부조리를 보다 직접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우선 나중에 교통사고로 인한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첫 번째는 실제로 나를 친 차량과 나중에 서류 상으로 확인한 차량이 달랐다는 점이다. 내가 기억하는 사고 차량은 픽업이었다. 예전에 우리 집에 픽업이 있었기 때문에, 픽업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이 내민 서류에는 세단이라고 부르는 승용차였다. 아마도 보험 때문에 차를 바꿔서 신고한 것 같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두 번째 문제는 내가 횡단보도 위를 건너지 않고 횡단보도 구획선에서 몇 미터 아래를 건넜기 때문에 보행자인 나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가해 차량측 보험회사에서 주장했다는 점이다. 이 이슈는 나중에 한참 시간이 지나서 법적으로 횡단보도 인근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보행자 과실이 없는 것으로 법적 보완이 된 것으로 아는데, 아마 그 당시에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장소는 약간의 특수성이 있는데, 학교에서 나온 골목길과 그 옆의 산 아래로 내려가는 내리막길과 내가 건너서 올라가려는 임대아파트 진입로 길이 모두 횡단보도 보다 몇 미터 아래에 위치해 있었고,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학생들과 어른들은 모두 횡단보도까지 가서 건너지 않고 그냥 그 몇 미터 아래의 차도를 건넜다. 오히려 횡단보도까지 몇 걸음을 걸어갔다가 횡단보도 구획선 안에서 걸어서 건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루종일 그 교차로에서 서 있어도 몇 명 발견하지도 못 햇을 것이다.

첫 번째 문제는 아버지의 지시로 내가 그 사실을 터트리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우리가 병원 치료를 원활하게 받으려면 보험이 필요하니 그냥 못 본척 하라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속으로 나는 그 문제에 대해 계속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두 번째 문제는 당시 지방법원 행정관으로 일하던 친척의 개입으로 해결되었다. 이런 식의 해결 자체도 나로서는 문제라고 느꼈지만, 나는 중학생이었고, 어른들의 일 처리에 대해 개입하지 못했다. 암튼 그렇게 고위직도 아니었던 친척이 전화 한 통 하자마자 상대측 보험사는 두말없이 이 부분을 더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그 횡단보도는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건너다니는 위치로 내려왔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봐도 신기할 정도로 다치지 않았던 것이 이상하게 여겨지는 것이 당시의 사고였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30년이 지나 두 번째 교통사고는 이 사고와는 완전히 다르게 아주 크게 다쳤다. 아주 심각하게 다쳤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쳤고, 나 자신도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은 아무리 후회해도 다시 바꿀 수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얼마나 잘 회복하느냐 하는 일이다. 나는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 먹었고, 지금 쓰는 이 글은 그 회복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일단 첫 글을 이렇게 시작하고 다음 글에서 사고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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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8-21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이... 지금은 좀 괜찮으신거죠?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을 정말 써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교통사고는 휴유증도 크니까 모쪼록 잘 괸리하셔서 건강 회복하시길 빌어요

감은빛 2020-08-21 19:36   좋아요 0 | URL
네, 바람돌이님. 다행히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요. 염려해주시고 말씀 남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조선인 2020-08-2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알라딘에 글을 올릴 수 있을 만큼 회복되신 거죠? 천만다행입니다. 부디 쾌차하시길.

감은빛 2020-08-21 19:3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조선인님. 다행히 많이 회복되어 이렇게 알라딘에 글도 남겼습니다.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8-21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빠른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감은빛 2020-08-21 19:40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겨울호랑이님. 덕분에 더 빨리 회복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2020-08-21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8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0-08-21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쾌유를 기원합니다.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감은빛 2020-08-28 20:07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안녕하세요.
덕분에 빨리 낫고 있나봅니다. 고맙습니다!

syo 2020-08-22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간 이런 사연이.... ㅠㅠ
얼른 완쾌와 함께 만나요...

감은빛 2020-08-28 20:07   좋아요 0 | URL
쇼님. 안녕하세요.
그러게요. 그간 이런 일이 있었네요.
다 나으면 연락드릴게요.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0-08-22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는 이야기 같군요. 일단 이렇게 글을 쓰신 걸로 보아 회복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여깁니다. 읽으면서 명이 긴 분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건 또는 경험이 그 사람의 미래 인생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걸로 믿는 저로선 감은빛 님이 보통 사람과는 다른 뭐가 있을 거라 여겨지기에 글을 쓰기로 한 것은 잘한 것 같습니다. 글 쓰면서 머릿속 정리도 하고 마음 치유도 되리라 봅니다.

얼른 완쾌되시길 바랍니다. ^^

감은빛 2020-08-28 20:1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페크님.
말씀처럼 빠르게 낫고 있어서 이렇게 알라딘에 글도 쓰고 있어요.
이번 경험을 잘 갈무리해서 전환점으로 삼고 싶어서
그걸 정리하는 글을 폰에 계속 메모하고 있어요.
그런데 막상 또 여기 알라딘에는 어느 정도로 내용을 정리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저 혼자만 보려고 정리한 글은 정말로 양이 많거든요.

덕분에 잘 낫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0-08-29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2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좀전까지 장장 5시간 넘게 지금까지 알라딘 서재에 적은 어떤 글보다 긴 글을 쓰고 있었다. 평소에도 긴 글을 좋아하고 올리는 글 다수가 긴 편이지만, 이번 글은 상상을 초월하는 긴 글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지금껐 긴 글을 써도 대체로 2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없었는데, 이번엔 같은 속도로 아니 오래 생각했던 거라서 오히려 평소보다 더 빨리 타자를 드드렸는데도 5시간을 훨씬 넘겼다.

막판에 너무 졸려서 급 일차 마무리를 하고 다음 편 예고를 적어주고 등록 버튼으로 눌렀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알라딘 글쓰기 창에 직접 두드려놓은 내용을 따로 저장할 생각까지는 못했다. 그런데 등록 버튼을 누르는 순간 로그인 페이지로 넘어갔고 로그인을 한 다음 순간 5시간 넘게 쓴 내 글이 사라져버렸다. 피씨버전에서 쓴 거였다.

너무나도 허탈하고 어이 없어서 화도 못 내고 설마 아니겠지? 6시간 가까운 내 노동이 없어진 것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며 뒤로가기, 취소하기, 불러오기 등 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몇가지 방법을 미친듯이 써보다가 깨달았다. 예전에도 이런 오류 때문에 한 시간이나 두 시간 가량 쓴 글을 날려먹은 적이 여러 번 있어서 아예 처음부터 메모장에 글을 쓰거나, 알라딘 글쓰기 창에 다 써놓고 등록버튼을 누르기 전에 꼭 백업을 해놓는 습관을 들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완전 소 잃고 마굿간 고치는 기분이다.

아악! 알라딘 책임져라. 이 오류를 어떡할거냐? 내 6시간 가까운 노동이 날아가버린 걸 어떻게 책임질거나? 흑흑

도저히 복구할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정신이 번쩍들고, 오기가 생겨서 지금부터 다시 메모장에 5시간동안 글을 써서 올리고 나서야 잠을 자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포기했다.

꼭 이렇게 공들었던 글이 날아가버리면 다시는 같은 내용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어쩌면 그 글은 앞으로 나시 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너무너무 아깝다 정말 집중해서 쓴 글인데, 이제껏 이렇게 집중했던 적이 없는데 말이다. ㅠㅠ

모르겠다. 잠이나 자야겠다. 내일 맑은 정신으로 다시 생각하자. 그래도 알라딘 서재에 쓴 글이어서 다행이긴 하다. 돈 받고 써야하는 원고를 이렿게 어이없게 날렸으면 진짜 죽고싶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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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8-1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오랫만에 인사드려요. 그런데 이런 통곡할 일이... ㅠㅠ 제 좋아요는 안타까움의 표현입니다. 사실 저도 오늘 북플에서 30분가량 썼던 글을 날리고 허탈해하고 있는데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군요. ㅠㅠ

감은빛 2020-08-21 19:2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바람돌이님. 저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저처럼 허탈하고 억울한 일을 같이 겪고 계셨군요. 그래서 저도 알라딘에 자주 글쓰던 시절에는 항상 메모장에 글을 먼저 쓴 뒤에 붙여넣었던 기억이 나네요.

안타까움과 공감의 표현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로 2020-08-1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좋아요는 동병상련의 공감의 좋아요입니다. 저도 얼마 전에 정말 맘 잡고 멋진 페이퍼를 쓰겠다며 리포트 쓰는 것처럼 자료까지 찾고(저 그런 사람 아이거든요. 즉흥적인 사람;;;ㅎㅎㅎㅎ) 사진에 등등.....그런데 저도 님과 거의 비슷한 일로 3시간이 넘게 아마도 4시간? 정말 오래 작업한 글이 날라갔어요.ㅠㅠ 그런데 보통으로 알라딘에 임시저장된 글 뭐 어쩌고 하는 기능이 있어서 저장이 되는 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고작 두 단락 정도와 사진 몇 가지 정도였어요. ˝너무나도 허탈하고 어이 없어서 화도 못 내고 설마 아니겠지?˝ 그 심정 저 경험자로서 잘 알아요!!!ㅠㅠ 저는 제 자신을 얼마나 혼을 내고 저주하고 그랬는지,,,그런데 돈 받고 써야하는 것이라도 죽고 싶은 마음은 먹지 마세요...우리 그러지 않기로 해요. ^^;; 그냥 반성하고 다음엔 그러지 말자,,,뭐 그런 결심해요, 우리. ^^;;;

감은빛 2020-08-21 19:2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라로님. 저랑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일을 겪었군요. ㅠㅠ

우리의 아까운 시간을 어떻게 보상받나요? 우리의 이 허탈한 마음을 어찌해야 할까요?

댓글 창을 닫아두시고 당분간 공부에 집중하신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습니다. 부디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시구요. 다시 알라딘에 소식 남겨주실 날을 기다릴게요.

다락방 2020-08-1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가 생겨서 지금부터 다시 메모장에 5시간동안 글을 써서 올리고 나서야 잠을 자겠다는 생각을‘ 포기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허탈한 건 사실이지만(저도 압니다 ㅠㅠ) 그렇지만 에너지를 아끼세요, 감은빛 님.

감은빛 2020-08-21 19:28   좋아요 0 | URL
네, 다락방님. 오기가 생겨 그렇게 쓰긴 했지만, 사실 그럴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어요. 애초에 너무 졸려서 급하게 글을 올리려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거구요.

마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락방님.

페크pek0501 2020-08-1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똑같은 경험이 있어요. 저 역시 다시 같은 글을 쓰게 되지 않더군요. 당장은. 화가 나서. ㅋ
그러나 언젠가 다시 쓸 날이 올 겁니다.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것들은 언젠가 토해져 나오더라고요. 그러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마시길...

저는 그래서 아예 폴더를 바탕화면에 만들어 놨어요. 알라딘 걸로.
거기다 글을 쓰고 그 글을 복사 붙이기 해서 메모장에 들어갔다가 다시 메모장의 글을 복사 붙이기 해서 알라딘에 옮기면 됩니다. 아주 안전한 방법이죠. 강추합니다.

감은빛 2020-08-21 19:32   좋아요 0 | URL
네, 페크님. 저도 알라딘에 자주 글쓰던 시절에는 항상 메모장에 먼저 글을 써서 복사해오곤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기억했어요. ㅠㅠ

조금만 일찍 떠올렸어도 좋았을텐데요. 이런 게 인생인가봐요. 항상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 어쩌면 허탈하기도 하고, 또 어쩌면 어이없기도 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페크님.
 

길 안내 + 외국어

아마 6월 중순 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도착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정이 있어서 급히 가야할 상황이었다. 갑자기 덩치가 큰 남성이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다가왔다. 아마 동남아쪽에서 오신 분일거라고 짐작했다. 이 동네는 관광지와 거리가 먼데, 어쩌다 혼자 여기서 저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다니나 싶었다.

그는 내게 ˝익스큐즈미˝ 라고 말을 걸었다. 길을 물으려는 것 같아서 친절을 가장한 웃음을 머금고 그에게 다가섰다. 그의 한글 지명 발음은 서툴렀다. 두어번을 다시 물어본 후에야 인천의 어딘가 숙소를 묻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나는 인천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었다. 동인천의 몇군데 근대문화유산과 월미도 등을 제외하면 거의 가본적이 없었다. 게다가 대중교통으로 인천을 가는 법을 얼른 떠올리지 못했다. 어쩔수없이 나는 인천이 여기서 아주 먼 곳이며, 거기까지 가는 법을 모른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내가 타야할 버스가 왔다. 나는 미안한 표정으로 가봐야 한다고 말하고 버스에 올랐다. 조금 더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도움이 될 수 있었을까? 앱으로 검색해서 방법을 알려줄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약간의 미안함을 느끼며, 그가 택시를 타거나 누군가 다른 친절한 사람을 만나서 무사히 숙소를 찾아갔기를 바란다.

떠올려보면 부산에 살 때 외국인들에게 길안내를 많이 했다. 영어회화 학원을 다니면서 자신감이 붙기도 했고, 주로 놀았던 곳이 해운대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만났다. 가끔은 그들과 친해져서 함께 해변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

이런 것들도 다 경험이라고 외국인이 영어로 말을 걸어와도 당황하지 않고 친절을 가장한 웃음을 보이며 다가갈 수 있다. 그때 만난 분으로서는 날 만난 것까지는 행운이었을 수 있는데, 너무 엉뚱한 장소에서 만났다. 아니 내게 시간 여유가 좀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결과적으론 운이 나빴다.

과거 오늘 쓴 글들

페이스북처럼 북플도 과거 오늘 내가 쓴 글들을 알려준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나는 글을 자주 쓰는 편은 아닌데, 신기하게 그게 같은 날짜인 경우가 가끔 있더라.

오늘 알려준 글은 2개인데, 8년전 쓴 글과 3년전 쓴 글이다. 8년전에는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해 일어난 일들을 쓰면서 그 증상을 난치병 혹은 불치병이라고 했다.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은 아주 오래된 것이고 난치 혹은 불치라고 표현했듯이 여전히 이로 인한 해프닝이 생기곤한다. 이제는 이걸로 생긴 각종 곤란하고 난처했던 이야기들을 모아 책 하나를 낼만한 분량이 될 것 같다. 오래전에 엄마를 못 알아보고, 여동생도 못 알아본 적이 있는데, 그런 내용이 뷰티 인사이드 라는 드라마에 나오더라.(물론 나는 단 한번씩이었지만, 드라마에선 아예 다른 사람들을 전혀 못 알아본다는 설정으로 항상 못 알아봄) 또 언젠가 전유성 씨의 딸이 띠비에 나와서 ˝아빠가 길에서 마주치면 나를 못 알아본다.˝ 고 말했던 걸 봤는데, 막상 화장하고 다니는 큰 아이를 길에서 마주쳤다가 못 알아볼 뻔 했다. 언젠가 우리 딸들이 ˝아빠는 길에서 마주치면 나를 못 알아봐요.˝ 라고 말할까봐 겁난다. 제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3년전에 쓴 글은 독립운동가 김단야, 박헌영, 주세죽 세 분에 대한 이야기로 이 분들의 삶에 대해 처음 들었던 것도 이젠 제법 오래전 일이다. 이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기에 딸들의 이름을 지을 때에도 반영했고, 나중에 언젠가 시간이 나면 자료 조사를 철저히 해서 소설로 써야지 하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3년전에 소설로 나왔다. 내가 구상했던 것과는 살짝 촛점이 다르긴하지만.

우리나라는 독립과 건국 과정에서 아주 많은 역사를 잃어버렸다. 미군정에 의해 제대로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친일파들이 그대로 득세하고, 독립운동가들이 오히려 계속 쫓기고 탄압받는, 독립이 아닌 일본과 미국이 바통 터치만 한 것 같은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수많은 훌륭한 독립운동가들의 삶이 묻히고 잊혀졌고, 수많은 친일파들이 많은 권력과 재산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그것을 누리고 있다.

역사를 잊은 이들에게는 미래가 없다. 더 늦기전에 잃어버린 독립운동가들의 역사를 복원하고, 친일파들의 실체를 드러내야 할 것이다. 더 많은 김단야, 박헌영, 주세죽들이 발굴되기를 바란다.

폰으로 글을 쓰다보니 어제 완성하지 못하고 하루를 넘겨버렸다. 그래서 여기 소개한 글들은 8년전과 3년전 어제 썼던 글들로 정정한다.

오늘도 기분좋은 근육통으로 시작하는 토요일 아침이다. 재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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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07-12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육통으로 시작하는‘과 ‘기분좋은‘을 병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콜라를 마셨더니 콜라만 먹고 취하던데요? ㅎㅎㅎ

덕분에 잘 먹고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다음 번에는 제가 한 턱...

감은빛 2020-08-21 19:02   좋아요 0 | URL
답이 많이 늦었네요. 약 한 달 전에 사고를 당해 그간 답을 달 수가 없었음을 양해해주세요. 지난 번에는 아직 회복 중이라 연락을 받고도 못 나갔음을 또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 낫고 나면 꼭 뵈어요.

페크pek0501 2020-07-17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으로 글쓰기 불편해서 어떻게 쓰십니까? 짧은 글도 아닌데 말이죠.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합니다. 근육통도 날려 버릴 마음으로 사시기 바랍니다...

감은빛 2020-08-21 19:08   좋아요 0 | URL
폰으로 글쓰기가 불편하죠. 그런데 많이 쓰다보면 조금은 익숙해지더라구요. 폰으로 회의록도 남기고, 메일도 보내고, 간단한 문서도 작성하고, 어지간한 글의 초안도 쓰는 등 자주 쓰게 되어서요.

답이 아주 많이 늦었어요. 그 중 약 한 달은 교통사고로 인해 답을 남기기 어려웠어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실수1


지난 주였다. 아침에 겨우 피곤을 물리치고 일어나 힘겹게 씻으러 갔다. 급하게 서둘러 씻고, 이제 면도를 하는 중이었는데 전화가 왔다. 급한 연락이라 씻다 말고 한참을 통화하고 급하게 옷을 입고 나갔다. 회의 시간이 간당간당해서 뛰었다. 간신히 회의 시작 시간에 맞춰 도착해 회의를 했고, 회의를 다 마치고서야 겨우 숨을 돌리고 화장실에 갔다.


거울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뺨과 턱과 양쪽 입술 옆의 수염은 다 밀었는데, 콧수염을 덜 밀었다. 아예 안 깎은 것은 아니고, 위에서 내리는 방향으로 한 번은 밀었는데, 밑에서 올리는 방향으로 다시 여러번 조심조심 밀어야 하는데, 그때 하필 전화가 왔고, 전화를 끊자마자 이러다 늦겠다 싶어서 허둥주둥 나왔다.


이러고 뛰고, 버스를 타고, 또 뛰어서 회의 장소로 왔구나. 아! 그때까지는 마스크를 써서 사람들이 몰랐을 수도 있겠구나. 회의 장소에서는 서로 충분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아 있었기에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회의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왜 면도를 하다 말고 왔지? 혹시 수염을 기르려고 그러나?'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분명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 아무도 내게 그 사실을 말해준 이는 없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이다.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예비용으로 사무실에 놓아둔 면도기로 남은 수염을 밀었다. 참! 살다보니 별 실수를 다 하는 구나.


실수2


일요일 저녁이었다. 작은 아이를 데려다주고 사무실에 나가 일할 생각이었다. 지난 금요일에 다 마치지 못한 일을 다 마치고 월요일을 맞이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금요일 저녁에 보내도 월요일 아침에 확인할테고, 일요일 밤에 보내도 월요일 아침에 확인할테니.


아이 손을 잡고 걸어서 애들 엄마 집으로 가서, 아이랑 작별 인사를 나누고 돌아섰다. 천천히 할일들을 정리하면서 사무실로 걸었다. 미리 머리속으로 정리해 둔 내용들을 도착하자마자 다다다다 두드리기만 하면 빨리 끝나겠지. 빨리 끝내고 집에 돌아와 운동하고 자야지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 사무실까지 약 5분 남았을 때, 문득 깨달았다. 사무실 열쇠가 어디 있었지? 주머니를 뒤져보니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열쇠는 금요일에 출근할 때 입었던 바지 주머니에 있었다. 사무실에 나가서 일할 생각이었으면 당연히 열쇠부터 챙겼어야 했는데, 열쇠도 없이 사무실에 어찌 들어간단 말이냐!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냥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터덜터덜. 갑자기 힘이 확 빠져서 걸을 힘도 없었다. 여태 걸어오면서 정리해 놓은 내용들도 문득 머릿속에서 휙 사라져갔다.


그렇게 집에서 애들엄마 집으로, 거기서 다시 사무실까지 5분 거리에 있는 어느 골목길로, 거기서 다시 집으로 한시간 하고도 20분 가량을 걸었다. 저녁 산책이라 치기에도 제법 먼 거리였다. 집에 도착해서 땀에 젖은 옷을 벗으며 고민했다.


1. 샤워를 하고 열쇠를 챙겨 사무실을 향한다. / 이미 너무 지쳤다.

2. 샤워를 하고 그냥 잔다. 일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한다. / 이미 마음은 누웠다.

3. 이왕 땀을 흘렸으니 샤워하기 전에 운동을 조금 하고 샤워한다. / 지쳤지만 일단 운동은 조금 하자.


땀에 젖은 옷은 다 벗어버리고 맨몸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운동을 시작하니 관절도 하나도 안 아프고 평소 잘 안 되던 동작들도 너무 잘 되고, 새로 산 케틀벨과 불가리안백을 휘두르는 일이 너무 재밌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평소보다 훨씬 오래 운동을 하고서야 몸을 씻었다.


운동을 하고 나니 갑자기 배가 고팠다. 냉장고를 뒤져 가볍게 먹을 것을 장만했다. 다 먹고 배를 두들기며 시간을 보니 이미 12시가 넘어서 월요일이 되어버렸다. 이 시간에 잠들어서 새벽에 일어나기는 글렀다. 특히 많이 걷기도 했고, 운동으로 지친 몸이 과연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를 걱정하며 잠들었다.


실수3


그리고 그 월요일 아침인 어제였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때까지 하루종일 강의가 있었다. 다행히 새벽에 깨서 노트북을 켜고 일을 했다. 그러나 일의 효율이 떨어져서 생각했던 일을 다 마치지 못하고 강의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오전 강의가 무려 3시간 연강이었고, 오후에도 4시간 연강이었지만, 오후엔 현장 견학 프로그램이라 이동시간이 있었다.


오전 강의 2시간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왔다. 이어서 3시간째 강의를 시작했고, 강의를 다 마친 후에는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점심을 다 먹고 화장실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헉! 바지 지퍼가 열려있었다. 아마 2시간째 마치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면서 깜빡했던 것 같다. 깜빡할 일이 따로있지! 그럼 셋째 시간 강의 내내 열려있었다는 얘긴데, 강의장에 있던 삼십여명이 모두 봤다는 얘긴데. 앞에서 강의하는 내 전신을 보면서 이걸 못 봤을 리는 없을텐데, 그런데 왜 아무도 얘길 안 해줬지?


다행히 바지의 구조 상 속옷일 보이진 않았을 것 같고, 그저 열린 상태의 지퍼만 살짝 보였을 것 같은데, 그래도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시 안 볼 사람들이라면 차라리 좋았을텐데, 오후에도 내내 붙어 있어야 했고, 심지어 다음날인 화요일(글을 쓰는 오늘이다.) 오전에도 3시간을 같이 있어야 할 사람들이다.


뭐, 지난 일을 어쩌겠나? 정말 오늘 둘째날 강의를 마칠 때까지 아무도 그 얘기를 안 해줘서 오히려 다행이었던 것 같다.


요즘 왜 이리 실수가 많나! 나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닌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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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7-08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사람들이 외출할 때 많이 하는 실수가 마스크를 안 쓰는 거래요. 예전에 저도 한 번 마스크를 안 쓰고 외출한 적이 있었는데 버스정거장에 와서야 그 사실을 알았어요. 버스에 탈 때 알았으면 버스 승차 거부당했을 거예요.. ㅎㅎㅎ

감은빛 2020-08-21 19:13   좋아요 0 | URL
매번 답을 남겨야지 생각하고도 나중에 깨닫고 보면 한참 지난 후네요. 이번엔 교통사고로 약 한 달 넘게 답을 남기기 어려웠으니 이해해주시길.

요즘은 그래도 익숙해졌는데, 이 글 썼던 시점의 저는 매일 마스크 안 쓰고 나왔다가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집까지 돌아가곤 했어요. ㅎㅎ
 

홈 짐(Home gym)

여름이라 운동 강도를 높이고 싶었는데, 여러 이유로 자꾸 일정 수준에서 운동을 멈추고 더 나아가지를 못하고 있다. 이런 정체기를 좀 극복해보려고 큰 맘 먹고 새 운동기구를 3개나 질렀다. 며칠 전 저녁 회의를 마치고 맥주 한 잔 하자는 말을 거절 못 하고 딱 두 잔을 걸치고 12시 무렵 돌아오니, 현관 문앞에 운동기구 3개를 포함한 택배 상자 4개가 놓여 있었다.

술도 한 잔 걸쳤고, 걸어오느라 조금은 지친 상태였는데, 그 밤에 운동기구들이 도착한 걸 보고 갑자기 신이 나서 포장을 풀었다. 케틀벨을 꺼내다가 실수로 쿵 떨어뜨리고는 너무 놀랐고 아랫집에 죄송한 마음이 들어, 이후로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심조심 움직였다.

내친 김에 이번에 장만한 12킬로그램 케틀벨과 17킬로그램 불가리안백으로 가볍게 운동도 했다. 그리고 부피가 큰 불가리안백을 놓기 위해 운동공간을 조금 정리했다. 걸어온 후에 무게를 들었더니 땀으로 온 몸이 젖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보니 이 정도면 홈 짐으로 어느 정도 구색이 맞겠다 싶었다. 비록 공간이 협소해 계속 원하는 벤치프레스용 거치대가 달린 벤치는 사지 못하고 있지만, 그 외에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은 대체로 갖췄다.

1. 실내철봉
가장 부피가 큰 건 바로 이 철봉이다. 일단 높이가 약 2미터 더 높여서 쓰고 싶지만 집 천장이 낮아서 이 정도로 맞출 수 밖에 없다. 양 쪽에 풀업을 위한 바가 달려있고, 한 쪽엔 딥스 바와 레그레이즈를 위한 쿠션도 달려있다. 거의 쓸 일이 없지만 다리 한 쪽엔 푸쉬업을 위한 손잡이도 달려있다. 아, 다양한 당기기 동작을 할 수 있는 튜빙밴드도 달려있다. 그야말로 다양한 동작들을 수행할 수 있고, 생각보다 무게중심도 잘 잡혀있어 안정적으로 매달려 풀업을 할 수 있다.

이전 집에 있을 때 망설이고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구매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이걸 사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피로보나 무게로보나 엄청난 짐이 하나 늘었기에 이 집으로 이사올 때 도와주던 후배가 엄청 투덜거렸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도 가끔 저것 때문에 방이 좁다고 잔소리를 하기도 하는데, 나로서는 이제 방안에 철봉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힘들다. 아침에 씻기 전에 한 번 매달리고, 저녁에 씻기 전에 또 한 번 매달리고, 매일 두 번씩 매달리면 정말 기분이 좋다.

2. 덤벨들
내가 가진 운동기구들 중에 가장 오래된 것들. 언제 구매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아마 고등학교 시절이거나, 대학시절이었을 것 같다. 약 20년전 무일푼으로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내 커다란 짐 가방에는 무게가 같은 한 쌍의 아령과 무게가 다른 두 개의 아령이 들어있었다. 당시 내 짐을 함께 들어주기위해 서울역까지 마중나왔던 후배는 내 가방에서 아령들이 나오자 기겁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기본적인 운동이 가능해 여러모로 쓰임이 많지만, 최근에는 다른 걸 주로 활용하느라 별로 손을 안 대고 있다. 가끔씩이라도 이용해줘야지.

3. 바벨
바로 앞에 살던 집에서 실내철봉과 함께 구매했다. 술자리와 야근으로 피트니스클럽에 매일 가지도 못하는데, 비싼 돈을 갖다 바치는 게 아까워 차라리 그 돈으로 집에서 운동하자는 마음이었다.

20킬로그램 대봉을 사고 싶었으나 집이 좁아서 15킬로그램중봉을 산 것이 지금까지도 아쉽다. 원판은 처음에는 내 몸무게에 살짝 못 미치게 구매했고, 이후에 한 번 더 구매해서 몸무게 이상을 들 수 있도록 갖췄다.

초기에는 무게를 많이 드는 데드리프트와 백스쿼트 위주로 운동했으나, 스쿼트 랙 없이 백스쿼트는 위험해서 낮은 무게로만 시도하게 되었고, 스내치를 열심히 연습했으나, 어느날 무릎을 다친 이후로는 푸쉬프레스와 오버헤드 스쿼트 위주로만 운동한다. 벤치프레스를 못 한다는 점이 늘 아쉽다. 언젠가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간다면 제일 먼저 벤치프레스용 벤치를 들여놓을테다.

4. 완력기
이건 아마도 서울살이 중 가장 먼저 구매한 운동기구일 듯. 일자형 완력기로 원래 용도 외에도 봉으로 활용해 야구배트처럼 휘두르거나, 마치 광선검인양 스타워즈 놀이를 할 때 사용한다. 가끔 기억을 더듬어 총검술을 해보기도 하는데, 길이가 좀 짧아서 아쉽다.

5. 악력기
평택 농사짓는 마을에 살면서 환경단체에 일할 때 구매했다. 당시에 비교적 쉽게 쥘 수 있는 것 말고 힘이 많이 드는 고급자용을 구매했는데, 지금도 그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때 나는 오른손에 비해 왼속 악력이 형편없이 약했다. 오른손으로는 쉽게 쥘 수 있는 이 악력기를 왼손으로는 몇 개 쥐지 못했다. 이걸로 꾸준히 연습한 결과 이젠 왼손도 어느 정도 능숙해졌다.

나중에 여유가되면 무지개 악력기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그거 색깔별로 7개 구매하는 것도 돈이 제법 들 것 같다. 물론 내 악력이 상위 단계까지 도전할 정도는 아닐거라서 당장 모든 색깔을 다 구매할 필요는 없겠지만.

6. 벤치
결혼 후 꽤 오랫동안 운동을 안 하다가 애들 엄마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 같이 많이 먹어서 ˝니가 임신했냐?˝ 혹은 ˝몸매보고 결혼했는데, 속았다.˝ 등등 구박을 듣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운동을 해야지 마음 먹었을 때 구매했다.

벤치프레스가 가능한 벤치를 정말 사고 싶었으나 당시에는 바벨까지 구매할 엄두가 안나서 그냥 평벤치를 구매했다. 운이 나빠서 발걸이가 불량인 벤치를 받았는데, 교환하기가 귀찮아 그냥 발걸이를 활용하지 않고 다른 운동을 중심으로 했다.

몇 년 전부터는 운동에는 거의 활용하지 않고 그냥 의자 용도로 쓰거나 물건들(특히 작은 아이 장난감) 놓는 받침대로 쓰이고 있다.

7. 케틀벨
케틀벨 운동을 처음 배운게 10여년 전이었다. 어려서 역기를 배웠기에(꾸준히 하지는 않았고, 그냥 배우기만 했다.) 무조건 역도가 최고의 운동이라 여겼는데, 케틀벨을 배우고 나니 좁은 공간에서 손쉽게 운동하기에 최고라 생각했다.

특히 케틀벨 스윙은 마무리운동으로 이만한 게 없다 싶은 최고의 운동이다. 데드리프트도 바벨보다 훨씬 쉽고 안정적이며 스내치는 또 얼마나 리듬감이 있고 재밌는 지 모른다.

처음부터 25킬로그램을 사고 싶었으나 너무 비싸서 당시 애들 엄마가 용인해줄 수준인 16킬로그램을 샀다. 요 무게가 참 애매했다. 스윙을 하기엔 적절하거나 가벼웠고, 데드리프트로는 많이 가볍고, 한 손 스윙이나 스내치를 하긴엔 또 무거웠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12킬로그램과 25킬로그램을 사고 싶었는데, 계속 망설이고 미루다가 이번에 12킬로그램을 샀다. 나중에 언젠가 25킬로그램도 사야지.

8. 추감기 봉
배우 장혁이 몸 만들때 전완근 단련을 위해 사용했다는 바로 그 기구다. 나는 몸통 근육에 비해 팔 다리 근육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편이다. 특히 운동 좀 했다는 분들은 상완과 전완의 크기가 큰 편인데, 나는 크기를 키우는 방식의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서 팔만 보면 운동을 오래한 표시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남들 이두나 삼두 크기를 보면 가끔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특히 전완은 키우기가 쉽지 않은데, 전완이 잘 발달된 사람을 보면 특히나 멋있어보인다.

어느날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러저런 운동기구들을 구경하다가 발견하고 바로 주문했다. 고립운동은 내 운동 철학에 맞지 않지만, 그래도 전완이 발달된 사람은 부럽다. 일단 열심히 해보자.

9. 중량벨트와 모래주머니
발목에 감을 수 있는 1킬로그램짜리 모래주머니는 어느날 마트에서 발견하고 구매했다. 발목에 차고 다양한 하체 운동과 풀업과 딥스 등을 할 때 조금의 무게를 주는 용도로 잘 쓰고 있다. 특히 무릎을 높이 올려 제자리 달리기 동작을 할 때 유용하다.

중학교 때 같이 운동하던 친구는 늘 발목에 2킬로그램짜리 추를 차고 다녔다. 그 녀석은 평소 늘 그걸 차다가 달리기 할 때 풀면 훨씬 가볍게 달릴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발목에 달고 다닐 추를 검색해보려다가 관절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그건 포기했다.

대신 맨몸운동에서 무게로 부하를 주고, 특히 풀업과 딥스에 활용하기 위해 중량벨트를 구매했다. 중량조끼를 살지, 벨트를 살지 고민했으나, 조끼는 아무래도 갑갑하고 불편할 것 같았고, 집에 있는 다양한 크기의 원판을 활용하기 좋아서 벨트로 결정했다.

10. 불가리안백
운동은 하고 싶은데, 관절통증으로 못 하는 날엔 다양한 운동 동영상을 찾아본다. 어느날 불가리안백 운동을 보고 재미있겠다 싶어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거 하나로 정말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다는 점, 주로 코어를 활용하고 온 몸의 협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내 운동 원칙에 딱 맞았다.

그래도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많이 망설였다. 일단 집이 좁아서 부피가 큰 이 아이를 막 돌릴 운동 공간이 아쉬웠다. 지금 운동공간은 큰 방의 한쪽 구석에 운동기구들을 몰아놓고 전신 거울 하나를 걸어놓은 곳인데, 이 아이를 돌리려면 방 중앙으로 나와야 하는데, 거긴 거울이 없어 동작을 제대로 익히고 체크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가격도 만만치않았다. 정품이라고 인증받은 제품을 사려면 너무 비싸서 이것저것 많이 검색해보고 고민하다가 중국산 저렴한 제품을 구매했다. 잘은 모르지만 일단은 만족스럽다.

다만 무게에 대한 욕심 때문에 처음부터 17킬로그램을 샀는데, 확실히 초보자에겐 무리인 것 같다. 사실 불가리안백을 시작할 때 남성은 12킬로, 여성은 8킬로가 적당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처음엔 12킬로를 사려고 했다가, 막판에 마음을 바꿔 무게를 늘렸다.

지금은 일단 이 아이에게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고중량에 적합한 동작 중심으로 익히고, 나중에 조금 시간을 두고 12킬로그램을 하나 더 구매해야겠다.

11. 기타 운동 보조용품들
관절통증에 시달리게 된 이후로 각종 보호대들(발목, 종아리, 무릎, 손목)과 장갑은 필수가 되었다. 이외에도 맨몸운동에서 다양하게 활용하는 밴드들이 있고, 스트레칭 할 때와 버피를 할 때 바닥에 까는 요가 매트 등이 있다.

또 자주 하지 않는 스트레칭 동작할 때 참고하려고 사놓은 스트레칭 책이 3권이나 아령들 옆에 놓여있다.


이렇게 적어놓고나니 의외로 운동기구가 많고 여기에 들인 돈도 많구나 싶다. 여기서 더 갖추고 싶은 것들은 ① 벤치프레스용 벤치 ② 샌드백 ③ 대봉(올림픽 규격) ④ 짐볼 등이 있다. 욕심을 부리자면 끝이 없겠지. 무엇보다 더 넓은 집이 필요할 것이고, 층간소음 걱정 없이 운동하려면 바닥 매트 시공도 꼭 필요할 것이다.

가끔 하루종일 먹고, 운동하고, 쉬고 또 먹고, 운동하고, 쉬고 이렇게 반복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불가리안백을 받고 요 며칠의 내가 그렇다. 일터에서도 계속 운동 동작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

토요일 아침 기분좋은 근육통을 느끼며, 오후에 할 동작들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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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07-04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한번 지도 편달 받아야겠다 ㅎㅎ 😎

감은빛 2020-07-07 19:40   좋아요 0 | URL
제가 감히 지도 편달까지 할 입장은 안 되겠지만,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소인이 아는 만큼 최선을 다해 말씀드리겠나이다. ㅎㅎ

다락방 2020-07-0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의 운동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뽜샤! 전완근 홧팅!! 💪

감은빛 2020-07-07 19:4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응원 덕분에 일요일엔 오버트레이닝을 해버렸나봐요.
저는 정확히 이틀 후 아침에 근육통이 오는 편인데,
오늘 아침에 근육통으로 꽤나 힘들었습니다. ㅎㅎ

비연 2020-07-05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홈트 완전체를 가지고 계신 듯!

감은빛 2020-07-07 19:44   좋아요 0 | URL
인간은 늘 욕심이 앞서나봐요. 비연님.
철봉만 사면 좋겠다 싶다가 철봉을 사면, 바벨을 사고 싶고,
바벨을 사면 좋겠다 하다가 바벨을 사면 또 케틀벨을 사고 싶고,
케틀벨을 갖고 나면 불가리안백을 갖고 싶고.
이거 무한 반복인 것 같아요. ㅠㅠ

stdms2869 2023-08-30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이야기인 줄 알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