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감은빛 > 록펠러를 무너뜨린 한사람의 힘

요즘 북플이 내게 알려주는 과거 오늘 내가 쓴 글 중에 유난히 10년 전에 쓴 글이 많네. 2011년 초에 여기 알라딘 서재에 글을 자주 썼나보다. 북플이 알려주는 걸 매번 공유하는 건 아니고, 다시 읽어도 의미있다고 생각한 것들만 공유하는데, 특히 이 책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은 정말 책이라서 망설임 없이 다시 소개한다.

7년 전 쓴 글로 [커피의 역사] 퀴즈 당첨자 발표 글도 있던데, 내가 알라딘 서재에서 이런 이벤트도 했었구나 하고 새삼 그때 기억을 떠올려본다. 댓글을 보고 아직도 내 서재를 찾아주시는 분들의 댓글을 발견했다. 시간 내서 찾아주고 댓글을 남겨주시니 고마운 일이고 또 이런 재미없는 글들을 읽으러 와주시는 건 신기한 일이다.

10년 전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을 읽고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당시 내가 이 책의 흥미로운 점과 뛰어난 점들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다시 읽고 쓴다면, 이것보다는 잘 쓸수 있을 것 같은데, 불행히도 다시 읽을 엄두가 안 난다.

그때 당시에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시간이 흘러 뭔가 이름을 남길만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생물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생물학에 대한 꿈을 펼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이 언론인으로서 많은 업적을 이루는 발판이 되었다. 덕분에 그는 집요하게 체계적으로 독점재벌의 비리를 캐어나가 결국 거대한 자본을 무너뜨려 펜이 돈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나도 어려서는 소설을 쓰고 싶었지만, 환경운동으로 시작해 다양한 사회운동으로 폭을 넓혔고 이런 저런 일들을 거치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언젠가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할 수도 있으리라. 보잘것 없는 한 인간이 그래도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내겐 타벨이 삶의 목표 같은 존재라 볼 수 있다.

타벨과 록펠러의 삶을 번갈아 소개하며 두 사람의 인생을 겹쳐 보여준다는 것이 이 책의 큰 특징인데, 장단점이 분명하다. 단점은 이 글에도 적었듯이, 한참 타벨에 집중하고 있는데 흐름이 끊어진다는 점이고, 장점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둘을 입장을 모두 고려할 수 있다는 점과 또 훨씬 더 폭넓은 역사적 사실들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쓰다보니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진다. 읽으려고 쌓아놓은 책 탑을 잠시 옆으로 밀쳐두고 이 책이 어디있는지 찾아봐야겠다. 다시 다 읽지는 못하더라도 부분 부분 발췌독이라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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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2-28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븍플의 그 기능 전 꽤 좋더라구요. 추억돋는다는.... ㅎㅎ 이렇게 다시 보고 싶은 책도 생기고요. 어떤 책은 내 리뷰를 다시 읽는데도 하나도 생각이 안나서 내가 진짜 이 책을 읽긴 읽은건가 싶기도 하고요.

감은빛 2021-03-03 16:09   좋아요 0 | URL
네, 바람돌이님.
저도 과거 오늘 기억들을 돌아볼 수 있어서 꽤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도 무척 공감해요!
이거 내가 읽은 책이었던가?
이 글을 내가 썼다고?
이런 경우가 가끔 있더라구요. ㅎㅎ

라로 2021-03-01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플의 그 기능 너무 좋아해요!! 특히 아이들에 대한 얘기 써 논 것을 읽으면 너무 좋더라구요. 다시 새록새록 기억도 나고. 다만 감은빛님처럼 소환할 수 없다는 단점이...아이폰은 안 되나봐요.ㅠㅠ

감은빛 2021-03-03 16:11   좋아요 0 | URL
아이폰은 공유 기능이 안 되다니!! ㅠㅠ

정말 공감해요!
아이들 어릴 때 적어놓은 글들 다시 읽으면,
그땐 이랬구나 새삼스럽게 기억을 되새겨보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좀 더 부지런히 아이들 이야기를 써놓았다면 좋았겠다 싶기도 해요.
 

아기 고양이


작년 11월 초였다. 애들 엄마가 사무실 근처에서 아기 고양이를 마주쳤는데, 주위에서 엄마 고양이를 찾지 못했고, 건강 상태가 나빠보여서 동물병원에 데려갔다가 집으로 데려왔다. 마침 그 날은 내가 아이들과 만나는 날이었다. 애들과 밖에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데려다주면서 잠시 그 집에 머물렀는데, 애들 엄마가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애들과 함께 나중에 애들이 '차차'라고 이름 붙인 고양이를 처음 만났다.


그렇지만 나는 그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차차와 함께 시간을 보낼 일은 별로 없었다. 그 집을 나온 지도 이제 시간이 제법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는 그 집에 있는 것이 불편하다. 아이들은 차차와 빠르게 친해졌고, 차차만 바라보고 지내게 되었다. 이젠 나를 만나는 저녁에도 나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차차와 시간을 보내느라 나는 뒷전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의 심정을 백 번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수 없었다.


그러다 12월 말에 애들 엄마가 애들과 제주에 여행을 계획했다고 하면서 나에게 그 집에 들러 차차의 밥과 물을 챙겨주고, 화장실을 치워주길 부탁했다. 그 정도는 해줄수 있으니, 당연히 승락했다. 그런데 큰 아이가 갑작스레 여행을 안 가고 혼자 집에 남겠다고 선언했다. 애들 엄마는 당연히 안 된다고 했을텐데, 큰 아이가 아빠 핑계를 댔다. 아빠랑 같이 지내면 괜찮지 않냐고. 나는 큰 아이의 요청으로 그 집에서 며칠을 보냈다. 


아이들과 떨어져 살면서도 일주일에 항상 3일 정도는 아이들이 우리집에 머물도록 해왔지만, 큰 아이는 학원과 숙제, 공부, 친구들과의 약속 등을 이유로 오지 않는 (혹은 못 오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작은 아이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큰 아이와 둘이 지낸 경우는 많지 않았다.


엄마 보다 아빠 라는 말을 먼저 했던 아이, 어려서부터 유난히 아빠 딸이었던 아이,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시를 잘 써서 나 뿐 아니라 유명한 시인도 놀라게 만들었던 아이, 어느 날 갑자기 작가가 되고 싶다고 예고 문창과를 가고 싶다고 했던 아이, 원하던 예고 문창과에 합격했다고 엄청 좋아하던 아이, 몇 년 전부터 키가 훌쩍 자라 엄마를 제치고 이젠 아빠와 비슷할 정도로 자란 아이. 태어나자마자 처음 품에 안았던 순간, 탯줄을 잘랐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한데, 언제 저렇게 자랐나 싶은 아이와 며칠 연속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함께 그 집에서 생활하는 일은 낯설면서도, 너무나도 그리운 느낌이었다.


그 집에 며칠 머물면서 큰 아이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장난도 많이 치면서 사춘기 이후로 다시 한층 가까워졌는데, 또 아기 고양이 차차와도 친분을 많이 쌓았다. 물론 내 관점에서 차차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몇 가지 측면에서 아이들과 애들 엄마는 차차가 동거인인 자신들보다 나를 훨씬 더 좋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단 애들 엄마나 아이들이 차차를 안으면, 곧바로 내려달라는 듯 애처로운 느낌의 울음소리를 내곤 한다. 그리고 곧바로 내려가려고 몸을 뒤틀고 네 다리를 버둥거린다. 그런데 내가 안으면 가만히 내게 안겨 있는다. 울음소리도 안 내고 얌전히 내 품에 안겨 있는다. 한참을 그러고 있어도 내려가려고 버둥거리지 않는다. 물론 시간이 좀 지나면 그땐 버둥거리다가 내려가버리곤 한다. 몇 번이나 그런 일이 반복 되었는데, 내가 그 집에 가서 차차를 안는 순간 아이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배신감을 호소하는 감탄사를 내질렀고, 애들 엄마는 물끄러미  나와 내게 안긴 차차를 쳐다보며 샐쭉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또 한 편으로 차차는 다른 고양이들이 으례 그러듯이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몸을 부비지 않는데, 그러니까 동거인인 애들 엄마와 아이들에게는 그러지 않는데, 가끔 내가 그 집에 가면 내게는 그런 행동을 한다. 작은 아이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차차가 수컷이라서 남자인 아빠만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좀 많은 편


어린이들이 유난히 나를 잘 따르고 좋아하곤 하는 일은 익숙하다. 차차도 어린 고양이니까 어린이라고 본다면 나는 유난히 어린 생명들이 좋아하고 따르는 어떤 숙명을 가진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단 어려서부터 명절이 되어 할머니네 댁에 가면 내 밑으로 사촌과 육촌 동생들이 줄줄이 있었는데, 대략 10명 가량의 동생들을 모두 내가 돌봐야했다. 어른들은 내게 돈을 쥐어주며 동생들에게 공평하게 과자를 사주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잘 챙기라고 신신당부를 하곤 했다. 나도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이였건만, 나는 늘 맏이라는 이유로 한 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숫자의 동생들을 떠맡아야 했다.


대학 시절 농활을 가면 동네 어린이들은 모두 내 꽁무니만 따라다녔다. 고작 열흘 남짓의 농활에서 돌아오면 그 꼬맹이들 중 한 두명이 연필로 삐뚤빼뚤 눌러 쓴 글씨로 내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다음 해에 그 마을에 또 가면 다시 아이들은 내 주위를 둘러싸고, 서로 내 손을 잡으려고 싸우고, 내 무릎에 앉으려고 싸우곤 했다.


대학 시절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는데, 그 중 쌀 배달도 있었다. 쌀 한 포대 값을 치루려면 액수가 좀 크다보니 보통 지갑에서 그만큼의 돈이 나오지 않고 어디 서랍장을 뒤지거나 하느라 돈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 엄마가 그렇게 돈을 찾느라 바쁜 순간, 아이들은 낯선 사람인 쌀 배달부에게 관심을 갖게 되더라. 쌀을 어깨에 이고 오느라 땀이 범벅인 내게 아이들이 다가와 뭔가 질문을 한다던가. 관찰하면서 가까이 다가오곤 했다. 한번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아기가 내 쪽으로 기어오다가 내 바로 앞에서 일어서더니 양 팔을 벌려 안아달라고 시늉을 했다. 땀에 젖은 몸으로 아기를 안으면 안 될것 같아서 웃으며 지금은 못 안아 라고 말했는데, 아기는 팔을 벌린 자세 그대로 내게 한 발 다가오다가 넘어질 것처럼 몸이 기울어졌다. 나는 급하게 아기를 붙잡아 안았다. 아기는 내게 기대어 뭔가 옹알이를 하기 시작햇다. 잠시 후에 아기 엄마가 돈을 찾아왔길래, 상황 설명을 하고 아기를 돌려주려 했다. 엄마가 안아서 받으려고 하는데도 아기는 그 작은 손으로 내 옷을 쥐고 가지 않으려고 했다.


시민단체 활동가로 삶을 시작한 후로는 선배 활동가들의 아이들이 또 나를 엄청 따랐다. 어느 출장에 아이를 데려올 수 밖에 없었던 선배가 있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3일 정도 같이 지냈는데, 3일 내내 내 옆에만 붙어 있었고, 헤어지는 날에는 나와 떨어지기 싫다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었다.


애들 엄마가 큰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을 때, 동네 찜질방에 같이 놀러갔었다. 구석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예닐곱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 둘이 인형을 갖고 놀면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 아이들은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인 내 옆에 꼭 붙어 앉아서 인형 놀이를 했다. 그걸 보면서 당시 애들 엄마는 꽤나 놀랐던 모양이었다. 나중에 그 이야기를 하면서 어쩌면 내가 전생에 '피리 부는 사나이'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얘기하기도 했었다.


이 외에도 사소한 사례들이 무수히 많은데, 정작 나는 왜 그런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내가 아이들과 장난치고 놀기를 좋아하고, 잘 노는 건 맞는데, 단지 그 이유 만으로 낯선 아이들도 쉽게 다가오는 건 설명하기 어렵다.


아기 고양이 차차 이야기를 하다가 좀 멀리 왔는데, 어쩌면 차차도 같은 이유로 나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외에 다른 이유는 생각하기 어려워서다. 













지인들 중에 강아지를 기르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더 많다. 그들의 집을 방문하곤 하면서 고양이에 많이 익숙해져 있었지만, 이번에 아이들이 반려묘 차차와 함께 살게 되면서 나도 덩달아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며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가고 있다. 고양이는 참 신기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와 SNS 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일상에서 저자가 찍은 고양이 사진을 자주 봐왔고, 고양에 얽힌 이야기들도 많이 읽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엄청 많은 것에 비해 그들의 반려 고양이들이 그만큼 그들을 좋아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척 도도하게 행동하는 것이 고양이에게 확실히 더 어울리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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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2-27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런 얘기 너무 좋아요. 감은빛님은 분명 투명하고 맑은 어린 존재들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아우라가 있으신 걸거예용! 멋져용!

감은빛 2021-02-28 19:54   좋아요 1 | URL
아우, 붕붕툐툐님. 이렇게 자꾸 칭찬에 길들여놓으시면 큰일납니다. ㅎㅎ
아우라 까지는 모르겠지만, 첫 인상이 선한 느낌이란는 얘기는 어려서부터 자주 들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쉽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제가 또 유독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구요.

희선 2021-02-28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한테 잘 해 줄 것 같은 걸 아이가 아는가 봅니다 어디선가 아이는 그런 걸 잘 안다고 하는 본 적 있는데... 새끼 고양이도 좋아한다니, 그것도 좋을 듯하네요 고양이와 살아 본 적은 없지만, 괜찮은 듯해요 잘 모르지만, 그냥...

이월 마지막 날이네요 어느새 그렇게 되다니... 시간은 늘 잘 갑니다 이월 마지막 날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감은빛 2021-02-28 19:57   좋아요 2 | URL
2월의 마지막 날이 이렇게 가네요. 희선님.

또 3월의 첫날이 올테니, 2월의 마지막 날을 미련하게 붙잡으려 둘 필요는 없겠지요.
그럼에도 붙잡을 수만 있다면 붙잡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인가봐요.

3월에도 희선님의 시와 산문들을 계속 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출처 : 감은빛 > 두 번째 책

10년 전 오늘 쓴 글이다. 처음 공저자로 참여했던 책 [100인의 책마을] 이후, 두 번째 공저자로 참여했던 책 [녹색당 선언] 곧 출간될거라는 소식을 전하고, 당시 참석했던 문학상 수상식에서 오랜만에 만났던 선배들의 책 몇 권을 담은 글.

지난 10년간 내 삶도 참 많이 변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술잔을 부딪히곤 했던 노동자 문학 판의 선배들과 못 만난지도 오래되었고, 예전에 일했던 단체들의 선후배 활동가들과도 연락을 안 한지 오래다. 그 뿐 아니라 그렇게 친하게 지냈던 출판계 친구들, 선후배들도 아주 가끔 소식을 주고 받을 뿐, 점점 관계가 멀어져 감을 느낀다.

책 한 권 쓰자는 제안을 몇 번 받고도, 제대로 된 아이템을 찾지 못해 기획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기회를 잃어버리기만 했다.

그래도 북플이 알려준 덕분에 10년 만에 그 시절의 기록을 읽어볼 수 있어서 좋다. 오늘 쓴 글을 또 10년 지나서 읽어볼 수 있으려나. 과연 알라딘 서재가, 북플이 그때까지 서비스를 제공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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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5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6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6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6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1-02-26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의 지난 오늘은 가끔씩 읽어보기 좋은 기능 같아요.
10년은 긴 시간 같은데, 진짜 빨리 지나가네요.
감은빛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감은빛 2021-02-26 23:36   좋아요 2 | URL
북플이 페이스북 따라해서 만든 기능이죠.
저는 정작 페이스북에서는 별로 좋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북플에서는 꽤나 괜찮다고 여겨요.
과거의 오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뭐라고 적었는지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서니데이님도 편안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부고

비록 친하지는 않았더라도, 잘 알지는 못 했더라도 얼굴을 알고 어떤 공간과 어떤 시간을 함께 한 적이 있는 아는 사람의 갑작스런 부고는 한순간 나를 일시정지 시킨다. 뇌를 비롯한 모든 인체 기능이 잠시 중단된 느낌이었다. 마치 전자제품이 EMP Shock wave 를 맞은 것처럼. 제주 지역에서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해온 활동가의 부고였다. 내세를 비롯해 죽음 이후의 어떤 것도 믿지 않는 나로서는 영면을 빈다거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들이 모순이긴 하지만, 그를 애도할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고생 많으셨다고 짧지만 그대와 함께한 기억을 잊지 않겠다고 생각해본다.

요즘 오랜만에 다시 만나거나 연락이 닿은 많은 이들은 일단 깜짝 놀라고 시작한다. 죽을 뻔 했다면서요? 크게 다치셨다고요? 이제 좀 괜찮으세요? 아이고!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등등.

그 말과 마음이 너무나고 고맙고, 잠시라도 그에게 걱정을 끼친 것이 미안해진다. 업무로든, 운동으로든, 마을 활동으로든, 녹색당 활동으로든 나와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잠시라도 나를 떠올리며 생각해 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어쩌면 끝났을 지 모를 내 남은 삶이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으로 그렇게 하루 하루를 살아야겠다.

당장 어제 밤 11시까지 온라인 회의를 마치고, 스트레스에 괴로워하다 쓰러져 누워,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런 삶을 살고 싶었던 건 아닌데 생각했는데, 자고 일어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하긴 하루에 몇 십번이라도 바뀔 수 있는 것이 사람 마음일테니.

오늘도 할 일이 많다. 일시정지 버튼을 풀고 이제 다음 일정으로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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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2-25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항상 건강 조심하시길..

감은빛 2021-02-25 22:08   좋아요 2 | URL
이렇게 말씀 남겨주셔서 무척 고맙습니다! 비연님께서도 코로나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책 왔다!

꽤 오랫동안 한번에 많은 책을 사지 않았다. 가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서너권 가량을 골라오는 정도가 한번에 산 걸로는 지난 몇 년 동안 가장 많았을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씩 계속 늘어나는 책들이 쌓이고 쌓여 더 책을 놔둘 공간도 없었고,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이 늘 마음 한 구석에 무겁게 자리잡고 있어서 그랬다. 그런데 설 연휴를 앞두고 [듄] 신장판 발매 소식에 갑자기 마음이 동해버렸다. 이왕 질러보기로 마음 먹은 김에 보관함도 한 번 털어봤다. 그런데 보관함을 살펴보다가 너무 시간을 끄는 바람에 연휴 전에 배송받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을 놓쳐버렸다. 정확히는 주문을 다 끝낸 다음에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갑자기 배송 예정일이 연휴가 지나고 한참 후로 바뀌어 있었다. 그제서야 안내를 자세히 읽어보니, 한 20여분만 일찍 주문했어도 연휴 전에 받을 수 있었던 거였다. 뭐 어쩔수 없는 일. 연휴 동안 듄을 읽으려던 계획을 수정해 집에 쌓여 있던 책들 중 한 두 권 정도를 읽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리고 지난 주에 연휴 전에 주문했던 책들이 도착했다. [듄] 6권을 포함해 총 13권이었다. 예전에는 여유가 생기면 한 번에 책을 주문하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동네 서점이나 중고서점에서 책을 소량으로 꾸준히 구매하는 것으로 습관이 바뀌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한 번에 10권 이상의 책을 주문했다. 암튼 크고 무거운 책 상자를 받아들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 어서 상자를 열어 제일 먼저 듄 상자를 열었다. 책들과 박스는 외관상으로 별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책을 꺼내 보려니까 책들이 너무 꽉 끼어 있어서 잘 빠지지 않았다. 박스가 너무 작아서 책들이 너무 빡빡하게 들어찬 것 같았다. 이게 조금은 여유가 있어야 부드럽게 스르륵 책을 넣고 뺄 수 있을텐데, 이렇게 빡빡해서야 책을 넣고 뺄 때마다 힘이 들기도 하고, 잘못 힘을 주다가 책이 상하거나 박스가 찢어질까봐 걱정이 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것 참! 이렇게 비싸게 책을 팔면서 이런 사소한 것들도 못 챙기나 싶다.

책을 꺼내느라 한참 애를 쓴 것 때문에 약간 기분이 상한 탓에, 책이 오면 바로 [듄] 부터 읽겠다는 생각이 바뀌었다. 듄을 장식용으로 책상 위에 잘 놔두고 나머지 책들도 여기저기 빈 공간에 잘 쌓아놓고 제일 먼저 [오 헨리 단편선]을 집어들었다. 큰 아이가 글을 쓰고 싶다고 한참 글쓰기 공부를 하더니 목표로 삼았던 예고 문창과에 합격한 후로 나는 적극적으로 아이에게 이런 저런 책을 골라주고 읽어야 한다고 권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 아이가 주로 쓰는 단편소설과 꽁트에 도움이 될 책으로 가장 적당한 것은 단연 오 헨리의 단편들이라 생각했다. 나는 아마 국민학교 5학년 무렵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기가막힌 반전들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그 생각이 얼마나 강했던지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당시 나보다 5살이 더 많아진 아이에게 오 헨리의 단편들을 바로 추천한 것이다. 두 달쯤 전에 중고서점에 오 헨리 단편집이 하나 있길래 아이에게 사 주고, 나중에 나도 오랜만에 다시 읽었는데, 내가 다시 읽고 싶었던 단편이 이 판본에는 없었다. 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엄청난 반전의 단편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는데, 막상 그게 없으니 너무 서운했다. 그래서 이번에 민음사에서 낸 판본으로 다시 구매했다.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봐도 그 단편의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서 이번에도 찾을 수 있을지 어떨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 아마도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배송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원하던 그 단편을 찾아 다시 읽을 수 있었다. 확실히 어릴 때의 기억에 비해 지금 읽어보니 그만큼의 강렬한 반전은 아니었다. 30년이 훨씬 넘은 시간 동안 내 생각이 많이 변한 탓이리라. 그래도 그 어린 시절에 감명깊게 읽었던 걸 다시 찾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얼른 다 읽고 아이에게 갖다 줘야겠다. 그리고 아이가 다 읽고 나면 어떤 단편이 제일 좋았는지, 인상적이었는지를 물어봐야겠다. 과연 아이는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다.

마감 스트레스

지난 주 금요일까지 소식지 원고 하나를 넘기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원래 다른 사람이 쓰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분에게 다른 급한 업무가 생겼고, 원고의 주제가 내가 잘 아는 내용이기도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나만큼 잘 쓸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내가 쓰겠다고 손을 들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맡지 않아도 될 원고를 덜컥 맡아놓고 정작 다른 일이 바빠서 계속 그 원고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착실히 머리 속으로 글의 얼개를 구상해놓고는 있었다. 자리에 앉아 두드리기 시작하면 3시간 정도면 충분히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수요일과 목요일에 갑자기 몸이 좀 안 좋았다. 날씨 영향도 있었고, 업무 복귀 후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한 탓인지 금방 피곤해지고 회복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결국 금요일 오후까지 원고를 쓰지 못하고 퇴근하면서 주말동안 완성해서 월요일 아침 출근하면 바로 열어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요일 저녁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기절하듯이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 토요일 밤이었다. 토요일 하루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정말 겨울잠을 자듯 먹지도 않고, 화장실 한 번 가지도 않고 약 20시간 동안 잠만 잤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자마자 원고 마감에 대해 떠올렸다. 막상 책상 앞에 앉으면 3시간이면 충분할텐데, 빨리 끝내놓고 마음 편히 주말을 즐기자고 머리 속으로 생각했지만, 그대로 생각만 했다. 내 몸은 이불 밖으로 나가는 걸 거부하고 누워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24시간 이상 아무것도 먹지도 않았는데,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음악을 틀어놓고 이불 속에서 잠시 뒹굴거리다가 나와서 간단히 먹을 거리를 준비했다. 먹기 전에는 잠시 몸을 움직여 근육을 긴장시켰다. 제대로 운동할만큼 여유는 없으니 간단히 몸을 풀어서 온 몸의 근육을 깨우는 정도로 만족했다. 배를 채우고는 책을 조금 읽다가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 기어들어갔다. 잠시 누워서 SNS와 유튜브 등을 보다가 다시 잠들었다. 그렇게 자고도 또 잠이 오다니. 정말 겨울잠이라도 자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뜬 것은 일요일 오전이었다. 어차피 오늘 안에만 해결하면 될 일. 조금 여유를 부렸다. 시간이 흘러 늦은 오후가 되었다. 이제는 원고를 써야했다. 써야했는데, 써야..... 아! 왜 이렇게 몸을 움직이가 싫은 건지. 책상 앞에 앉기만 하면 금방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책상 앞으로 가질 못하는 건지. 왜 이불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건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나는 또 잠이 들었고, 꿈 속에서 나는 이불 속에 누워서 원고 마감 걱정을 하고 있다가 잠이 들었다. 그 꿈 속에서도, 그러니까 꿈 속에서 꾸는 그 꿈의 나는 또 이불 속에 누워서 원고 마감을 걱정하며 책상 앞에 앉기만 하면 되는데 라고 혼자말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어! 이거 거울 속의 거울 속의 거울 속의 거울 같은 건데. 이거 영화 [인셉션] 처럼 꿈 속의 꿈 속의 꿈 이런 식으로 무한 반복되는 건가 하고 꿈 속에서 생각했다. 그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 거짓말처럼 꿈에서 깼다. 이제 일요일 저녁이었다. 이쯤되면 정말 일어나서 빨리 글을 써놓고 다시 누우면 될 것을. 나는 그러면서도 이불 속에 계속 머물렀다.

결국 어떻게든 글을 완성해서 월요일 아침이 되기 전에 원고를 보내는 것은 성공했다. 그리고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이것보다 더 잘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자만에 가득찬 생각을 떠올리며 출근했다. 주말은 정말 잠만 자고, 원고 걱정만 하다 시간을 다 보냈다. 꿈 속의 나는 끝없이 걱정과 잠을 반복했다. 그렇게 계속 꿈속의 꿈으로 들어가다보면 영영 깨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런 상태에 빠진다면 내 몸은 어떻게 되는 걸까? 식물인간처럼 되어 버리는 걸까? 이런 허튼 생각들을 하면서 월요일 아침을 시작했다. 그렇게 오래 잤는데도 몸은 여전히 피곤했고, 머리는 멍했다. 또 바쁜 한 주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 머리가 지끈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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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4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6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1-02-24 0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고 일어나기 힘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꿈속에서도 잠이 오고 잘 일어나지 못해요 실제와 꿈이 섞이고, 어떤 때는 꿈인지 제가 생각한 건지 모를 때도 있어요 감은빛 님은 꿈속의 꿈을 자꾸 꿔서 잠을 많이 잤다 해도 피곤했던가 봅니다

읽고 싶은 책이 잘 빠지지 않아서 아쉬웠겠습니다 그런 건 책이 잘 빠지게 만들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지 않나 싶어요 그래도 힘을 줘서 빼면 빠지겠지요 책 즐겁게 보시기 바랍니다


희선

감은빛 2021-02-25 22:12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경우 많아요. 희선님. 그게 꿈이었는지, 꿈에선 깬 후에 상상했던 건지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요.

cyrus 2021-02-24 11: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이상하면서도 재미있는 꿈을 꿨어요. 꿈속의 제가 혼자 등산을 하고 있었어요. 하산하는 도중에 책이 잔뜩 꽂힌 책장들을 발견했어요. 저는 야외 도서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책을 그냥 가져갈 수 있게(!) 만든 책장이었어요. 책장에 붙여진 조항에 두 권의 책을 가져갈 수 있다고 적혀 있어요. 그런데 그 순간 욕심이 생겼어요. 왜냐하면 책장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분량이 두껍고 가격이 비싼 책들을 막 골랐는데, 어느새 내 손에 쥔 책들이 사라지고 없는 거예요. 그런 와중에 저는 사라진 책을 찾는 동시에 새로운 책을 찾으려고 계속 책장을 살펴보고 있었어요. 예전에 헌책방에서 책을 고르는 꿈을 몇 번 꾼 적 있어요. 그런 꿈을 꾼 날에 저는 항상 헌책방에 갔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헌책방에 가고 싶은 유혹을 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무의식 속에 책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욕구를 최대한 줄이고 방에 있는 책이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

감은빛 2021-02-25 22:14   좋아요 1 | URL
사람의 욕심이란 건 참 무서워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책 욕심이 클 수 밖에 없겠죠.

저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두껍고 비싼 책들 위주로 열심히 챙겼을 것 같아요. ㅎㅎ

붕붕툐툐 2021-02-24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왤케 공감가요? 하고 놀면 좋을 것을 늘 끝까지 끝까지 미루다가-그 사이 노는 것도 아닌 것도 아닌 어정쩡하게 스트레스만 받다가-하는 패턴. 지금 제가 딱 그런 거 같아요... 새학기 준비 할 거 많은데, 놀 시간도 이제 별로 안 남아서 둘 사이에서 계속 갈등하는데, 지금까진 역시 계속 놀고 있어요..ㅋㅋㅋㅋㅋ

감은빛 2021-02-25 22:20   좋아요 1 | URL
이렇게 격하게 공감해주시다니! ㅎㅎ

저는 늘 저렇게 살아와서 이젠 나 자신에게 화를 내거나 한심해하는 것도 지쳤어요. 그냥 저렇게 살다 죽어야 할 것 같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