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는 선배작가분께서 내가 판단하기에 작은일에 지나치게 반응한다 싶어 무례를 무릅쓰고 "선배님께 의외로 소심한 면이 있군요." 한마디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선배께서 "나는 소심한 게 아니라 세심한 거"라고 한다. 덧붙이기를 "대저 대인은 소인이며 소인은 대인"이라는, 소인인 것이확실한 나 같은사람이 듣기에는 다소 아리송한 말을 한다. 그 말인즉, 마음이 큰 사람은 작은 일에까지 마음을 쓰며 자신도 모르게 혹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나, 말하자면 남을 세심하게 배려하지만, 마음이 좁은 사람들은 그저 큰 것만을 바라며 남에게 상처 주는 일을 아무렇지 않아하며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 공선옥의 이 에세이에는 줄긋고 싶은 구절이 많지만,,,, 이 글은 특히나 사람살이라는 것이 어떠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하는 일화이다. 가급적 크고, 많고, 사람이 몰리는 어떤 것으로만 향하려는... 우리의 마음... 그러면 그럴수록에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마지 않던 삶의 질....이라는 것과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텐데... -100~101쪽
내 직업이 글 쓰는 일이 아니었을 때 나는 이따금 글 쓰는 사람들이 글을 쓸 때 내 글이 내 글을 읽는 사람들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수용될 수 있는 글인가, 아닌가를 스스로 검열해야 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자기의 글을 검열하게 하는 현실이 슬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아니, 자기가 자기 글 쓰면서 무슨 검열을 한담, ...왜 글 쓰면서 남의 눈치를 보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혹시 이 시대에도 자기 글에 대해 스스로 검열을 하고 있고 또 글 쓰는이로 하여금 검열을 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누가 눈치를 줘서가 아니라,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 속에 아직도 검열을 할 수밖에 없는, 남의 눈치를 보는 뿌리 깊은 습성이 남아 있어서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검열을 하고 자기단속을 하는 행위의 기저에는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생각이 깔려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 확실히 나에겐 그런게 있다. 남의 눈치를 보는 습성, 남이 나와 다른 의견의 말을 하면 게다가 그것이 대세라면 그만 나는 내 생각을 발설하지 않는다. 속으로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른데..." 하고 만다. 발설을 해버리는 순간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대세를 거스르고 혼자 외로운 투쟁을 벌여야 할 것만 같아서 말이다. 사실 내가 하는 말과 글이 모두 옳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틀리건 맞지 않건 좌우간 하나의 내 생각일 뿐인데... -155~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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