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드라마 - 여자가 꿈꾸는 사랑의 모든 것
가쿠타 미쓰요 지음, 안윤선 옮김 / 예담 / 2007년 4월
절판


드라마 거리

내게는 젊은 사람으로 분류되는 연령이었다.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고, 현실과 상상 속의 자화상과의 괴리감을 알지 못하는 나이.

내게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상대를 만나기 위해 초조하게 기다리는 시간도, 잠자는 것도 아까워하며 상대를 바라보는 밤도, 갑작스러운 선물에 가슴이 방망이질하는 순간도, 다시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결정할 때 반드시 적극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면서 생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무언가가 결정되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난 외국에 가본 적이 없어. 이 나이에 이젠 무리겠지. 남편이 25년 전에 죽었는데, 보험금이 쪼금 나와서 그것을 착수금으로 맨션을 지었어. 내가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임대료 수입으로 태평하게 생활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아주 큰 착각이었지. 집주인 따위 할 만한 게 못된다네. 번번이 말썽이 생겼고 대출금 갚는 것도 힘에 부치고 25년이나 얼간이마냥 저 건물한테 휘둘렸던 거라고."
-#쪽

목표의 거리

클래식 음악을 트는 곳은 별로 안 좋아해. 감정이 그쪽으로 치우쳐서. 곤토라 씨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고, 그때 나는 ‘전원’ 같은 가게를 차리겠다는 목표를 접었다. 생활의 농도에 억눌린 사람이, 섬세한 단어를 주야장천 떠올릴 수 있는, 지나치게 곤란할 정도의 그런 가게를 차려야지, 라고 생각했다.

"당신들 지금 너무 외로워서 불안하지. 하지만 잘못하고 있는 건 당신들이야. 좋아하는 것만 골라 취하기 때문에 안 되는 거라고. 그대들의 공통점은 무제한 케이크 먹기에 도전한 욕심 많은 아가씨들 같다고 할까. 무엇부터 먹을까, 어떻게 하면 본전을 채울까, 라는 생각을 하는 동안 제한 시간이 끝나 버리지. 그대로라면 패배할 거야. 그 사실을 깨달았으면 틀림없이 잘 풀릴 거고. 미래는 밝아. 정말 살길 다행이라고 매일 감탄하게 될거야."

-#쪽

아이의 거리

네가 지금 임신하면 우리 아이들은 같은 학년이 될 거야, 라는 언니의 말을 듣고 나니 언니와 같은 학년의 아이를 맹렬하게 갖고 싶어졌다. 언니보다 약간 늦게 아이를 낳아 공동으로 육아를 하면, 불안감도 스트레스도 줄어들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다.

-#쪽

의욕의 거리

누구보다 평범한 여자였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줌마였다. 지성이라든가 섬세함이라든가 나긋나긋함이라든가, 또는 예리함이라든가 개성이 강하다든가, 타인과 비교해 특출난 곳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손가락으로 꼽아 볼수록 그것은 나 스스로를 형용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사랑하는 남자의 집을 염탐하러 온, 그런 행동을 불사하였으면 자신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실감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다.

-#쪽

이별의 거리

나는 엄마를 모르고 성장했다. 기억 속의 엄마는 점점 희미해졌고 어렴풋한 윤곽에 이상형이 첨가되어, 엄마를 떠올릴 때는 항상 조용한 미소를 머금은 낯선 여인이 나타났다.
나는 시어머니의 과거를 모른다. 그녀가 어떤 아가씨였고, 어떠한 결혼 생활을 했으며, 어떻게 육아를 했는지 모른다. 그녀의 삐뚤어진 성품이 도대체 어느 시점에서 형성되었는지, 아니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러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내 어머니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어떻게 자랐고 어떤 어머니가 되고자 했는지. 자신이 그린 이상적인 어머니 상과 현실의 자신 사이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었는지.

-#쪽

승화의 거리

포스터를 바라보면서 나는 ‘승화’라는 말을 가슴 속으로 되풀이했다. 사춘기의 남자가 넘치는 성욕을 운동으로 발산하는 것을 승화라 하지 않던가. 나도 저돌적으로 운동하면 승화되지 않을까.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로드 쇼는 한 쪽 집의 비디오가 되었고, 레스토랑은 근처의 술집이 되었으며, 이따금 생각난 듯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신경을 쓰지 않게 되면 상대의 결점이나 자신과의 차이점이 보다 명확하게 보인다. 어느 한쪽이 그것을 참지 못하게 되거나 또는 좀더 맞는 상대를 발견하거나 하면, 연애는 끝장이 났고, 다시 새로운 상대를 찾아 디즈니랜드에서 새롭게 시작했다.
그런 것에 나는 진력이 나 있었다. 결승점이 없는 마라톤 같다고 생각했다. 교제하던 남편이 우연히 로드 쇼에서 홈 비디오로 전환했을 때, 결혼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여기고 제안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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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미국의 역사
실비아 엥글레르트 지음, 장혜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절판


좌충우돌 개척시대

백만장자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부를 과시했다. 성 같은 집을 짓고 대리석과 금으로 내부를 장식했다. 뉴욕의 백만장자 클럽에서는 100달러짜리 지폐로 담뱃불을 붙였다. 집에서 키우는 개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고 다녔다. 브로드웨이의 번화가나 센트럴 파크에는 귀부인과 신사가 순수 혈통 말을 자랑하려고 마차를 몰고 나왔다.
이들에게 양심의 가책은 없었다. 수십 년 동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사회진화론의 철학에서 도덕적 정당성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사회 진화론은 사회 역시 일종의 진화를 통해 완전하게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의 주장에 따르면 이는강자가 득세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스펜서는 돈 많은 기업인이 사회를 발전시키고 선행을 베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27 쪽

본격적인 흑인 집단 운동의 시발점은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의 버스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1954년 12월 1일 흑인 여성 재봉사 로사 파크스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 일을 했기 때문에 몹시 피곤했다. 한 백인 남자가 버스에 올랐다. 만원이라 앉을 자리가 없었던 남자는 파크스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요구했다. 공식적인 규정에 따라 흑인은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눈을 내리깔고 백인의 명령에 복종해야 마땅할 그녀가 백인 남자의 요구를 거절했고 그녀는 체포당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몽고메리 시의 흑인이 이 사건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 그들은 덱스터 에비뉴 침례교회에 모여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을 벌였다. 몇달이 흘렀다. 버스는 텅텅 비었고, 인도는 사람으로 가득했다.-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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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p.26

"칠면조란 놈들도 사람하고 닮은 데가 있어. 이것 봐라. 뭐든지 다 알고 있는 듯이 하면서, 자기 주위에 뭐가 있는지 내려다보려고는 하지 않아. 항상 머리를 너무 꼿꼿하게 쳐들고 있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 배우는 거지."



p.101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게다가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부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



p.321

"내가 죽으면 저기 있는 소나무 옆에 묻어주게. 저 소나무는 많은 씨앗들을 퍼뜨려 나를 따뜻하게 해주고 나를 감싸주었어.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걸세. 내 몸이면 이년치 거름 정도는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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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7 1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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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7 2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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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7 22: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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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7 23: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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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8 1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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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8 14: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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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9 16: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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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30 20: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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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구판절판


어린 아이의 하루와 한 해는 농밀하다. 점과 점의 틈새에 다시 무수한 점이 빽빽하게 차 있을 만큼 밀도가 높고, 정상적인 시간이 착실한 속도로 착착 진행된다. 어린아이는 순응성이 뛰어나고 후회를 알지 못하는 생활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간 일은 냉혹할 만큼 싹둑 잘라내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광채나 변화에 지조하고는 없을 만큼 대담하게 전진하고 변화해 간다.
그들에게는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 같은 건 없다.
어른의 하루와 한 해는 덤덤하다. 단선 선로처럼 앞뒤로 오락가락하다가 떠민 것처럼 휩쓸려간다. 전진인지 후퇴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모양새로 슬로모션을 ‘빨리 감기’한 듯한 시간이 달 리가 그린 시계처럼 움직인다.
순응성은 떨어지고 뒤를 자꾸 돌아보고 과거를 좀체 끊지 못하고 광채를 추구하는 눈동자는 흐려지고 변화는 좋아하지 않고 멈춰서고 변화의 빛이라고는 없다.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이 덧없이 흘러간다.


-81쪽

댄서가 되겠노라 상경했던 얼간이는 한 번도 댄스를 해 보지 못한 채 규슈로 돌아갔다. 뭔가 큰 뜻을 품고 상경했다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돌아가는 친구를 몇 명이나 보았던가. 하지만 그건 그들이 게을렀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아주 작은 계기가 문제였다. 제아무리 노력해도 시작되지 않는 일이 있었다. 시작하려나 싶다가 금세 끝나버리는 일도 있었다. 제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빛이 비치치 않는 일도 있었다.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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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4-30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금 책의 순간이 떠오르네요

icaru 2007-05-0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은이는 이제 뒤집기 맹렬 연습에 들어갔담서요? ㅋ
우리 찬이는 거의 5개월이 되어서야 제대로 뒤집더라고요.
아~ 그리고 이 책 읽으셨군요. ^^
뒤에 옮긴이의 글을 읽으니까, 마치 이 사람 천재인양... 한번 쓰고 퇴고를 안 한다죠? 그래선가... 소설이 아니라 자서전이나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궁금했던 것... 나은 정보다 기른 정이 무섭다는 말에 대한 사실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
 
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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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엄마들은 평소 품행이나 학업 성취도와 관계없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학교에서 퇴학당한다. 임신 중에 휴학했다가 출산 후 복학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다른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 교육 기회의 박탈은 직업과 자아실현 기회의 박탈로 이어지고, 결국 어린 엄마들은 사회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철없는 나이에 실수한 어린 엄마들에게 학습권을 빼앗아 그들의 인생 전체를 징벌할 권한이 과연 학교장에게 있단 말인가?



-p.50~51쪽


후쿠오카 켄세이는 <즐거운 불편>이라는 책에서 정말 시간 여유가 있으면 아이들은 무언가 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생각해 보면 우리 부모 세대도 부추김 속에서 살아왔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존재 가치에 자신감이 없고, 숫자나 성적, 세속적인 평가와 같은 구체적인 형태로 증명해 보이지 못하면 자아가 흔들려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p.67쪽


"(...) 어떤 종교이건 신자 중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지 않나요. 이슬람교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은 소수고 나는 그런 사람들을 무슬림으로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에 17억(이슬람 자체 추산. 일반적인 통계로는 13~14억)이나 되는 무슬림을 모조리 싸잡아 테러리스트로 본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p.158쪽



"김선일 씨의 죽음에 그토록 비통해하던 한국인들이, 왜 하루에도 200~300명씩 죽어 가는 이라크인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토록 무관심합니까?"

이라크에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미국의 무차별 폭격으로 저항 세력만이 아니라 어린들을 비롯한 민간인들이 수없이 죽어가고 있다. 왜 우리는 이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가슴을 치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않는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일에 대해서만 감정을 느낀다면, 이라크 해방을 명분으로 김선일 씨를 살해했던 이라크의 테러리스트들과 다를 게 뭔가? 김선일 씨가 희생된 이유는 명백히 한국군 파병이었다. 나는 자문한다. 이라크 전쟁의 원인과 진행을 따져 보면 가해자일 수밖에 없는 미국에 동조해서, 미국, 영국, 다음으로 대규모의 군대를 보내 놓고, 그로 인해 벌어진 비극을 피해자인 이라크와 무슬림 탓으로 돌리는 우리 한국인들이야말로 폭력적이지 않은가?

-p.165~166쪽

경쟁력이 없으면 포기해야 한다고, 부가가치가 낮은산업은 재빨리 후진국에 넘겨 버려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말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그러나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 봉제일에 종사해 온 노동자들은 그 후에 무엇을 하고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지 대책을 제시하는 이들은 없다. 국가가 실업 수당을 지급하고, 주거, 교육, 의료 노후 문제를 해결해 주겠는가? 살아남은 기업들이 세금을 내어 이들은 평생 먹여 살리겠는가? 그리고 그게 과연 효율적인 방식일까? (...) 중제가 제품은 중국 등에 넘기더라도 제품은 우리에게 경쟁력이 있습니다. 봉제 산업은 사양 산업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산업이고, 살려 내야 할 대한민국의 자산입니다.
-p. 280~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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