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비늘 1 - 이외수 오감소설 '환상'편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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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새벽 선잠결에 벽 속으로 떼지어 질주해 가는 바람 소리를 들었다. 새벽열차가 설레임의 세월 저편으로 멀어져 가는 소리를 들었다. 유년의 꿈들이 매몰되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새우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바람 소리가 점차로 높아져 가고 있었다. 이따금 창문이 밭은 기침소리를 뱉아내고 있었다. 텅 빈 내 늑골 속으로 절망의 새떼들이 푸득푸득 날아가고 있었다. 나는 하늘을 향해 끊임없이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황금비늘'중에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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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털 같은 나날
류진운 지음, 김영철 옮김 / 소나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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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위트있다. 잘 읽힌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고 있는 것은 '지옥'같은 현실이다!

 임의 집에 두부 한 근이 상했다.

두부 한 근 상한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대수로운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두부 한 근 상한 것이 숨통을 막히게 하는 괴롭힘이 되는 현실. 그것이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이다.

임은 그러한 가난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나이어린 가정부의 철없는 행동들이 그를 괴롭히고, 통근버스가 없는 회사에 다니는 아내의 불평이 그를 숨막히게 한다.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적도 있는 은사가 모처럼만에 찾아와도 하룻밤 묵고 가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절실한 가난, 그러한 가난이 임의 숨통을 막히게 하는 괴로운 현실들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은혜로움은 있을 수 없다. 그들은 고마웠던 스승이 죽어도, 그 일은 기억 저편으로 던져버릴 수밖에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줄을 서서 두부를 사야하고, 배추를 정리해야하고, 딸 아이의 유치원 비를 걱정해아하고, 오늘 저녁에 먹을 것들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싸우지 않고 무난하게 둘러앉아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이어질 수있다면 불만스럽지 않은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 류진운의 '닭털같은 나날'은 가히 한 편의 소설이 갖추어야할 모든 미덕이 깊이 있게 담겨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완벽한 소설이다. 비단 이 소설이 '20세기 100대 세계 명작'에 선정되어서가 아니라, 오늘날을 살아가는 90퍼센트의 소시민들에게 이 작품은 소설이라기보다 절실한 그들의 삶이 되어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작금의 현실을 돌아보면 10퍼센트의 선택받은 사람들이 이 세상 부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90퍼센트의 보통 사람들이 나머지 10퍼센트의 부를 나누어 가져야한다. 단순 셈만으로도 부자들은 1인당 9를 갖게 되고, 보통 사람들은 1인당 0.1을 가져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소설은 바로 0.1을 가진 90퍼센트 대다수 소시민들의 처절한 애환을 그린 것이다. 

제목이 뜻하는 닭털같은 나날은 비참한 현실을 뜻하는 중국인들의 말이라고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부자들의 현실을 양털로 만든 묵직한 이불이라고 한다면 가난한 자들의 현실은 닭털 하나인 것이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이러지리 멋대로 날아가버리는 닭털 하나, 그러한 불안한 삶이 바로 오늘날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인 것이다.

 

이 작품 '닭털같은 나날'에는 이 작품 외에도 '관리들 만세'라는 작품과 '1942년을 돌아보다'라는 소설이 실려 있다. 세 편의 소설은 모두 매우 긴 중편에 달하는 소설들이다.

'관리들 만세'는 중원의 삼국지를 오늘날 중국 관리들에게로 옮겨놓은 작품이다. 중원에서 치열한 삼국전투가 벌어졌던 것처럼 오늘날 중국에서는 그보다 더 살벌하고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바로 관리들 사이에서 말이다.

한 정부 기관에 새로운 부장이 취임해온다. 신임 부장은 놀랍게도 전 부서의 정리를 감행하려 한다. 이에 목이 달아나게 생긴 국장과 부국장들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과 암투가 벌어진다. 서로 모략하고 책략하고 또한 연합하고 협력하고 한편으로는 배신하고 다시 동맹하고 등등,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놀라운 계략들이 오고간다. 작가는 이 과정을 다소 블랙코미디 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오늘날 관리들의 실태는 물론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감정선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리고 있다.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배가 가라앉고 구명보트는 1인용이라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이의 등을 떠밀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너희들을 위해 내가 스스로 물에 빠져 주마, 라고 말할 수 있는 성인은 결코, 나올 수 없는 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현실이다.

국장과 부국장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심리전은 그대로 이 사회의 한 조각을 떼어놓은 그림이었다. 그들은 갖은 계략과 권모술수들은 서로의 발목을 물고 물리며, 엎치락뒤치락하며 끊임없는 반전과 반전을 거듭한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최후에 웃는 자가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어제까지 탄탄하다고 여겼던 자신의 자리가 바로 오늘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현실은 언제나 풍랑을 만난 배처럼 위태로운 것이다. 한시도 안주할 겨를이 없다. 자신이 살기 위해 끝없이 함정을 파야하고, 방어벽을 구축해둬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감없는 속살이 아닐 수 없다.

 

'1942년을 돌아보다'는 한 마디로 처참한 지옥도와도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하남성의 지옥같았던 1942년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해 하남성에는 혹심한 기근이 발생해 굶어 죽은 사람들만 3백만이 되었다. 기아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마저 무너뜨린다. 나무 껍질을 먹다먹다 그것이 동이 나자 진흙덩이를 퍼먹는다. 어린 자식들을 헐값이 팔아넘긴다. 심지어 죽은 시체를 뜯어먹는 사람들, 자신의 자식을 삶아 먹는 사람들, 죽은 사람의 시체를 뜯는 개들. 언뜻 믿어지지 않는 이 처참한 지옥도가 1942년 중국 하남성의 현실이었던 것이다.

작가는 당시의 처참한 현실을 기록하면서도 날카로운 풍자를 잊지 않는다. 3백만이 굶어 죽을 때 쟁개석을 비롯한 중국의 부유한 관리들은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는 것이다.

분개하는 것은 굶어 죽어가는 하남성 백성들이 아니라 그것을 취재한 미국 언론기자다. 장개석은 죽어간 3백만 백성은 두렵지 않으나 한 명의 미국기자는 두려웠다. 그 미국기자를 상대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미국정부를 상대하는 일이니까. 그는 늘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외적으로 해결하고 손봐야할 문제들이 있었다. 때문에 장개석은 중국 역사적 지위로 볼때 한 알의 땅콩보다 중요하지 않은 3백만은 눈에 들어올리 만무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국민당과 공산당, 그리고 일본의 침략 전쟁등이 맞물려 국가적으로도 어수선할 때였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백성들이 죽어도 땅은 역시 중국인 것이다. 만약 군인이 굶어 죽으면 이 나라는 일본군에게 접수되어 관리될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탄식하듯 이렇게 말한다. 이 문제를 굶어 죽어가는 기아 난민들에게 그대로 묻는다면, 이 문제는 '차라리 굶어 죽어 중국 귀신이 될 것인가? 아니면 굶어 죽지 않고 매국노가 될 것이가?'라고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백성들에게 엄청난 군량비만 거두고, 비참하게 죽어나가는 모습은 외면해버린 국가를 위해 굶어 죽어가면서까지 애국할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렇게 결론을 맺고 있다. 한 사람 백성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백성 하나, 하나가 있어야 국가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놀랍게도 이 소설 속에서 현재 국내 정치 현실을 보았다. 우리나라는 과연 잘 사는 나라의 반열에 올랐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집이 없어 잘 곳이 없고,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들이 오늘날 우리나라에 없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1942년 중국 하남성과 같은 현실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현실의 한 부분인 것이다. 가난 때문에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마저 무너뜨린 현실은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하남성을 공격했던 메뚜기떼만큼이나 많다! 오늘날 우리 사회, 우리 정치, 우리 현실도 1942년 지옥같았던 하남성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자각하면서 살아야한다. 제 자식을 삶아 먹는 일이 먼 나라, 먼 과거의 일만은 결코 아닌 것이다. 대지가 있고 인간의 삶이 있다면 역사는 반복되고 부패와 모순은 되물림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다음의 구절이다.

어린아이는 국가와 정부의 바로미터이다. 어린아이가 책가방이 너무 무겁고, 숙제가 집에서 다 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많아, 아이들이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다면, 그 나라는 비틀거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처럼 만약 정부가 아이들이 수없이 굶어 죽어도 관여하지 않고 그 책임을 외국인에게 미룬다면, 그 정부는 오래 존속하지 못할 것이고, 존재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가난이란 궁극적으로 '부조화'라고 생각한다. 기근, 기아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서 부조화야 말로 가장 가난의 속성을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90을 가진 10퍼센트의 부자들의 삶은 무척 조화롭다. 그래서 10을 가진 90퍼센트의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더욱 감당할 수 없는 부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 소설집 '닭털같은 나날'이야 말로 그 조화와 부조화의 아득한 거리를 다시한번 절실히 생각해보게 하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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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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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하라. 날마다 확인하라.
이 텅 빈 네 주변을. 그러나 외로움을 두려워 말라.
외로움은 껴안으면 껴안을수록 더욱 외로운 것이다.
그러나 더욱 있는 힘을 다해 껴안으리라.
마침내 헐벗은 네가 보일 때,
이 냉혹한 기후의 황무지에서 홀로 살아 온 네 알몸이 보일 때
비로소 네 그림은 빛날 것이다.
-'훈장'중에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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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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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현전의 학자들이 한 명씩, 매일 밤, 연속적으로 처참하게 살해된다.

첫번째 학자는 우물 속에서 칼에 찔린 채 발견된다. 두번째 학자는 전신이 불에 탄 상태로 발견된다. 세번째 학자는 머리가 으깨어져 발견된다. 이 끔찍한 살육의 끝은 과연 어디이며, 그 목적은 무엇인가!

살해된 학자들은 모두 기이한 단서를 남기고 있다. 뜻모를 숫자가 그려진 마방진 조각, 팔의 문신,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그림 한 장, 사라진 금서의 행방 등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다. 게다가 궁 안에는 밤이되면 귀신이 출몰한다는 흉문이 자자하다. 사건을 맡은 젊은 겸사복 채윤은 수사를 해 나갈 수록 사건 이면에 거대한 비밀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말못하는 벙어리 소녀 소이는 사건의 중심에 서 있다. 그녀는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채윤의 수사를 흐리게 만든다. 소이는 죽은 학자들과 내통을 했고, 심지어 임금과도 내통을 한다.

채윤은 경복궁 이곳저곳에 흩어진 기묘한 단서들과 죽은 학자들이 남긴 실마리들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조합해나간다. 마침내 그는 최후의 희생자가 누가 될 지를 추측해내고, 범인이 누구인지도 추리해낸다. 긴박한 밤이 다시 찾아오고 채윤은 강녕정에서 목숨을 건 최후의 대결을 펼친다.

 

이정명의 '뿌리 깊은 나무'는 올해 필자가 읽은 최고의 한국소설이다. 이만큼 재미있고 깊이 있는 한국소설을 읽기란 참 오랜만인 것 같다. '뿌리 깊은 나무'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진입 40일만에 10만부가 넘게 팔렸다.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책이다. 국내 소설이 어떻게 화려한 외국 소설의 흥행에 맞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모범 답안을 작가는 제대로 제시하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요 근래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국내 문학에 단비와도 같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치밀한 얼개와 탄탄한 구성, 끊임없이 다음 장을 궁금하게 만드는 흡입력있는 스토리. 그리고 수학, 천문학, 역사, 미술, 언어학 등의 방대한 지식과 그러한 지식들의 흥미진진한 배열. 또한 근래 국내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동적인 서사, 극적인 긴장감의 조성, 카타르시스 마저 느껴지는 라스트의 짜릿한 반전과 감동! 정말 세계에 내놓아도 자신있을 그러한 걸작 미스터리 스릴러다!

요즘 거의 줄만 기다리면 다 타는 '무슨무슨 문학상' 따위는 받지 않았지만 독자들은 '뿌리 깊은 나무'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낸 이 작품이야 말로 명실상부 2006년 국내 소설의 최후의 승자다!

일단 읽어보라!

엄청난 흡입력과 속도감으로 밤을 새우게 만들 것이다.

훈민정음 스물 여덟 자에 숨겨진 충격적인 비밀과 놀라운 반전! 필자는 실로, 마방진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 심장이 격하게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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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 -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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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야시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야시는 밤에 열리는 기묘한 시장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사고 파는 곳이다.

소년은 야시에서 동생을 판다. 동생을 판 대가로 소년은 특별한 능력을 받게 된다. 야구를 잘 하는 능력을. 현실 세계로 나온 소년은 야구를 굉장히 잘해, 주변인들로부터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그뿐이다. 그것 때문에 동생은 영영 사라진 것이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세월이 흘러- 소년은 성인이 된다. 그는 다시 야시를 찾아간다. 이번에는 잃어버린 동생을 되찾기 위해...

제12회 일본호러문학 대상 수상작인 '야시'는 최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걸작이다! 정말 이렇게 잘 된 공포소설을 만나기란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 이후 처음이다.

쓰네카와 고타로는 '야시'가 데뷔작이다. 그러나 이 데뷔작으로 그는 일본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하는 놀라운 쾌거를 이루었다. 뿐만 아니라 '야시'는 나오키 상 강력 후보로도 추천될 정도로 일본 내에서 평단의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중편에 조금 못 미치는 이 짧은 분량의 소설이 역대 일본호러문학 대상 수상작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야시'는 그러한 찬사가 결코 과장되지 않은 놀라운 수작임에 틀림없다. 우선 작가의 그 기발한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상상력의 폭이 이렇게 넓고 깊을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한다. 다음으로 작가의 수준높은 문장력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의 문장은 무척 세련되다. 단문을 구사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작가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은- 그의 천재적인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야시'의 이야기는 어디로 방향을 틀 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오싹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던 초반부 이야기는 중후반부로 치닫으면서 뒤통수를 때리는 급반전을 이룬다. 작가는 정말 M나이트 샤말란 감독도 울로갈 만한 반전의 고수인 것이다.

그리고 반전 뒤로 이어지는 놀라운 진실과 감동의 라스트는 이 작가가 엔터테인먼트로서도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발휘할 줄 아는 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한 마디로 그는 탁월한 이야기꾼인 동시에 상상력의 천재인 것이다.

'야시'와 함께 수록된 '바람의 도시'는 작가가 두 번째로 발표한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수작이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야시'와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몽환, 환상, 괴기, 비애, 애수, 향수, 충격적인 반전까지!

'야시'와 마찬가지로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고 있는 세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숨겨진 진실은 믿는 자만의 영역인 것이다. 그러한 믿음은 사실- 세상이라는 거대한 미로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각자의 길을 제시해주는 등불인 것이다!

아무튼 작가는 '야시'와 '바람의 도시'를 통해 숨겨진 놀라운 재능들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래서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울러서 이제 세 편을 보게 된 '일본호러문학대상' 타이틀을 모두 다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잃어버린 동생을 되찾기 위해 무시무시한 야시의 소굴로 다시 뛰어든 남자...! 그는 과연 동생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 놀라운 반전과 비애감 마저 흐르는 아름다운 공포소설, '야시' 절대로 놓쳐선 안될 보기 드문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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