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부녀 - 단편
모치즈키 미네타로 지음 / 세주문화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드래곤 헤드의 작가가 쓴 초기 작품! 한 권짜리 작품이지만, 일본내에서는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고 한다. 실제로 한 편의 공포소설을 보듯 치밀한 심리 묘사와 플롯 전개가 돋보인다.

이웃집에 한 여인이 찾아온다. 키가 무척 크고 얼굴이 길쭉한, 기괴한 여자다. 남자는 여인에게 아주 작은, 지극히 사무적인 친절을 베푼다. 그것이 여자의 정신세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그 기괴한 여자는 이제부터 남자에게 접근을 한다. 여자는 아주 작은 소리로 시종일관 뭐라고 중얼댄다. 알수 없는 글자들을 암호처럼 작고 빽빽하게 써댄다. 눈알 같은 것이 그려진 소름끼치는 그림들도 빼곡히 그려댄다. 언제나 한 손에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불길한 상상만 하게 될 뿐. 여인은 날마다 남자를 찾아온다. 지극히 공포스러운 스토커다! 남자는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본다. 친구는 가라데 유단자다. 그러나, 여인은 벽돌로 친구의 얼굴을 내리친다. 친구는 피를 흘리며 여인을 공격한다. 그러나, 여인은 끔찍하게도 계속 일어난다. 맞고 또 맞으며, 나중에는 울부짖기까지 하며 계속 일어서서 죽일듯이 친구에게 다가온다. 마침내 친구는 도망친다. 절대로 상대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님을 깨닫는다. 죽여버릴거야. 여자는 그렇게 소리치며 쫓아온다.

간략한 초반 스토리라인만으로도 이 작품이 가진 압도적인 공포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드래곤 헤드'에서도 보여주었듯, 작가는 극한 상황에 내몰리는 인간의 공포를 소름끼칠 정도로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재능이 전반에 걸쳐 빛을 발한다. 주인공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같은 여인에게 자신의 사생활이 고스란히 노출되며 끔찍하고도 암담한 공포 속으로 내몰린다. 과연 주인공은 '그 여인'으로부터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공포 미스터리 매니아라면 반드시 보아야 할 작품이다! '드래곤 헤드' 이 전에 이미 작가는 '좌부녀'를 통해 '암담한 공포'의 극한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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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시티 확장판 : 3disc (ost 포함)
로버트 로드리게스 외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액션과 폭력으로 점철된 펄프 느와르! 그리고... 판타지와 비애!


지금부터 거론되는 스타들...! 브루스 윌리스, 미키 루크, 제시카 엘바, 클라이브 오웬, 닉 스탈, 파워스 부스, 룻거 하우어, 일라이저 우드, 로자리오 도슨, 베니치오 델 토로 제이미 킹, 드본 아오키, 브리터니 머피, 마이클 클락 던칸, 칼라 구지노, 알렉시스 블레델, 조쉬 하트넷 마리 쉘톤,  마이클 매드슨...! 이 모든 스타들이 한 영화에 출연한다는 비현실적인 가능성! 이들 몸값만 합쳐도 블록버스트 한 편의 제작비가 나온다는 계산은 이러한 캐스팅이 도저히 나올 수 없다고 합리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현실적인 캐스팅을 합리적으로 처리한 두 괴물이 있었으니 그들은 헐리웃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영화 악동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두번째 에피소드를 연출한 타란티노는 로드리게즈와의 우정을 과시하듯 단돈 1달러의 연출료만 받았다고 한다! 과연 영화광답다!

기본적으로 씬시티는 미국의 삼류 펄프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녹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나치게 황당무계하고 지나치게 감상적이다! 마치 만화처럼! 아닌게 아니라 원작은 프랭크 밀러의 만화다! 미국 개봉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북미지역에서만 7천만불이 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평단의 평도 무척 호의적이었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가 일찍이 포기한 것 처럼보이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 바로 대담하고 타협할 줄 모르는 비전(vision)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화려한 디지털 영화. 디지털 시네마 기술과 영화제작의 예술, 양쪽 측면 모두에서 영화는 한단계 점프한다.""이 영화야 말로 순수한 펄프 메타픽션이다." 등의 찬사가 이어졌던 것이다!

개인적인 평을 내려보자면 위의 화려한 수식들은 이 영화가 가진 만화적 특성처럼 좀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실제로 또 과장됨을 미덕으로 하는 영화기에 과장됨을 미덕으로 찬사할 법도 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이제껏 보지 못한 화려하고 색다른 영화임에는 틀림없고 그것은 창작의 관점에서 분명 환영할 만한 사건이다. 스타일리쉬의 발전도 철학적 주제의 숭고함 만큼이나 영화 창작의 중요한 일부분이니까! 모든 영화가 오슨 웰즈나 페데리코 펠리니 같아야 훌륭하다는 법은 없으니까.

영화는 일차적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고 본다. 눈과 귀를 지루하게 하는 대신 네 인생에 무언가 커다란 철학을 던져주었지 않느냐, 하는 것은 이차적인 문제다. 눈과 귀도 즐겁고 무언가 커다란 철학을 던져준다면야 두말할 것도 없이 걸작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재미없는 영화를 만들어놓고 그래도 주제가, 철학이, 사상이 들어가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은 팔리지 않는 소설을 쓴 작가들이 연합해서 만들어 낸 '핑계'에 다름없다고 본다! 그네들은 이렇게 말할테지. 그래도 우리는 '순수'한 '문학'을 한다고! 웃기는 소리다! 그들은 다만 자기 만족을 위한 개인적인 '학문'의 '수순'을 밟는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말하자면 책상서랍속의 일기장이나 필사본과 같은 것이다.

각설하고, 이 영화는 재미있다. 시종일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반드시 제공해야할 일차적인 서비스, 관객들의 돈과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는 '재미'를 이 영화는 확실히 만족시켜 준다. 그래서 일단 별 세 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쯤에서 이 영화가 주는 거부감에 대해 일견을 가질 수 있는 부류의 사람들에 대해 말해보겠다. 블랙 느와르를 싫어하는 사람, 하드고어 잔혹 호러의 폭력 자극에 비위가 상하는 사람, 오락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도덕적 주제가 남기를 원하는 사람, 현란한 스타일리쉬 영상에 눈이 아픈 사람,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며 저건 너무 만화 같잖아, 라고 빈정대는 고상한 사람, 팝콘 무비, 펄프 무비에 일말의 매력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를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영화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일 테다.

마침 다행인지는 몰라도, 필자는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영화를 딱 좋아하는 사람이다! 오우삼과 하드보일드 소설이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킨 '데스페라도', 장르의 벽을 파괴해버린 '황혼에서 새벽까지', 스크림의 신체 강탈자의 침입 버전 '패컬티', 007의 유쾌한 아동버전 '스파이 키드' 등 그의 작품은 적어도 영화를 보는 재미라는 측면에서 필자를 만족시켜주었다. 철학적인 것을 원한다면 언제라도 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보면 되는 것이다. 때문에 필자는 로드리게즈에서 테리 길리엄을 찾는 일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이 영화를 영화적으로 비유하자면 '데어데블'+'데스페라도'+'펄프픽션'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데어데블보다 과장된 상상력을 자랑하고 데스페라도보다 현란한 스타일리쉬를 추구하며 펄프픽션보다 과격한 느와르를 지향한다. 참으로 이 영화에 비한다면 데어데블, 데스페라도, 펄프픽션이 점잖게 느껴질 정도니. 이정도면 이 영화가 어떠한 스타일의 영화인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영화는 크게 세 가지 에피소드가 엮어진다. 첫번째 이야기 '힘든 이별'은 하룻밤을 같이 한 여신(창녀)의 죽음에 대해 괴력의 사내가 펼치는 복수극이다. 세 에피소드 중 가장 만화적인 상상력이 큰 작품이다. 그만큼 가장 화끈한 에피소드다. 두번째 이야기 '엄청난 살인'은 창녀들로 이루어진 비밀 킬러조직이 한 부패 경관의 죽음을 두고 벌이는 사투다. 칼을 쓰는 미호라는 여자 킬러가 무척 인상적인 에피소드다. 세번째 에피소드 '노란 녀석'은 은퇴를 앞둔 경관이 '악질'에게 납치된 소녀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으로 나뉘어져 전개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이고 브루스 윌리스가 맡은 하티건이라는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각각 그다지 특별하다고 할 만큼 창의적이지는 않다. '펄프픽션'이 그러했듯 이 영화는 아주 창의적인 스토리라인으로 승부를 거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50년대 미국 펄프지, 하드보일드 추리물, 비정파 소설 등에서 찾을 수 있는 진부한 복수극, 추격, 암투 등을 역으로 이용하여(참으로 두 감독은 영리한 천재들이다) 식상함을 향수와 애수로 승화함으로써 관객들을 매료시켰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기획 방식을 필자는 두 손 다 들 만큼 축복한다. 조금 경우는 틀리지만 류승완 감독의 작품 중 '다찌마와 리'가 바로 이러한 기획 방식으로 성공한 사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50년대 펄프지, 싸구려 하드보일드 소설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와 비장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 중심의 스토리라인과 그것을 화려하게 포장해주는 과격한 영상미가 그것을 입증해준다. 엄청난 스타 플레이 만큼 엄청나게 쏟아져나오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들도 이 영화의 볼거리다. 또한 펄프 픽션 구성이라 할 수 있는 시간과 인물의 교차와 재분배 등도 흥미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필자가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하게 된 것에는 조금 다른 이유도 작용한다. 그것은 바로 이 영화만이 가진 '애수'였다. 그 애수란 것은 코넬 울리치의 작품이나 레이먼드 첸들러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바로 그 '애수'다. 겉모양으로 본다면 틀림없이 과격한 폭력물임에도 이 영화에는 전반적으로 도시 속에서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슬픔과 비장미가 묻어난다. 그것은 의외로 고혹적인 미학이다. 피와 복수, 암투와 죽음이 난무하지만 그 모든 사건들과 그 모든 인물들 속에는 그러한 미학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것은 마치 괴물의 가면을 뒤집어쓰고 도시를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는 어찌할 수 없는 고독의 쓸쓸한 뒷맛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죽어가는 이들은 두려움에 비굴해지기보다 씁쓸하게 웃어버린다. 참으로 코넬 첸들러 적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나레이션으로 내뱉는 말들에 많이 매료되었다. 그럴때면 정말로 한 편의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멋진 말들이 많이 나오고 그것은 하드보일드 답게 조금은 거창하고 조금은 감상적이고 아주 많이 비장하다. 그러나 비장미를 필자는 꽤 선호하는 편이고 그래서 브루스 윌리스의 마지막 대사가 무척 가슴에 와닿았다.

"늙은이는 죽고, 젊은 여자는 산다. 공평한 거래다!"

이 외에도 밑줄 긋고 싶은 대사는 많았다. 일일이 기억해서 기록할 수 없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객관적으로 평하자면 로드리게즈와 타란티노의 팬이라면 필견의 가치가 있는 영화다. 둘 중 한 명의 팬이라고 해도 볼만한 영화다. 데어데블, 데스페라도, 펄프 픽션을 잊지 못하는 팬들에게도 볼 만한 작품이다. 또는 무수한 스타들 중 어느 누구의 팬이라고 해도 볼 만한 작품이다. 특히 브루스 윌리스와 미키 루크는 상당한 호연을 펼친다. 제시카 알바는 굉장히 예쁘게 나온다.(다크 엔젤의 그녀)

이 영화는 미국 및 서양 쪽에서 큰 인기를 끈 반면 국내에서는 비교적 저조한 흥행을 기록 중이다. 아마도 국내 정서와는 별로 맞지 않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의 저변에 녹아있는 배경은 대다수 미국 및 서양 문화의 아이콘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정서가 국내 정서와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안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필자는 미국의 팝콘 문화, 하드보일드 펄프 문화를 정서적으로 잘 소화하는 편이라 이 영화에 별 넷 정도는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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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 [할인행사]
오치아이 마사유키 감독, 사토 코이치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충격적 라스트!

경영 위기에 빠진 병원. 많은 환자가 위기에 빠지는 일상이 건물에 배어 있다. 건물의 노후화와 경영위기가 겹쳐 최소한의 약과 비품도 보급되지 않는 곳이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거의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한계에 다다라 있다.

그러던 중 의료사고가 발생해 환자 한 명이 목숨을 잃는다. 의사들은 병원을 위해서도 자신들을 위해서도 사건을 은폐하기로 결심한다. 몇몇 반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결국 시체 은폐에 다들 동참하게 된다. 자의든 타의든. 마음 속 진심이야 어떻든.

그런데 시체 은폐의 과정이 아카이 의사에게 들키고 만다. 아카이 의사는 기괴한 인물로 모두가 기피하는 대상이다. 그는 의사들이 범죄 은폐를 모의할때 옆방에서 자고 있었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가 그들의 범죄 사실을 모두 엿들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카이 의사의 이상한 제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아카이가 제의하는 것은 괴상한 환자 하나를 연구해보자는 것이다.

괴상한 환자란 의문의 병에 걸린 환자인데 죽기 직전인 상태다. 그는 녹색의 피를 흘리고 있었고 내장이 완전 파열된 상태다. 하지만 그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웃고 있었다. 그는 곧 완전한 죽음을 맞이 하지만 잠깐 방심한 틈을 타 그 시체는 사라진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시체를 찾고자 병원 내를 샅샅이 살핀다. 그러나 시체는 찾지 못하고 대신 더욱 무서운 일들이 벌어진다.

간호사들이 차례차례 녹색의 피를 흘리며 기이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의사들은 이 기괴한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혀내고자 고군분투하지만 감염은 더욱 확산되고 마침내 어두운 병원은 컴컴하고 피비린내나는 지옥의 현장이 되어간다. 다들 미쳐가는 가운데 살아남은 의사는 최후까지 감염의 원인을 찾고자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충격적인 비밀이다.

이 작품 <감염>은 조금 특이하게 병원에서 일어나는 괴담을 다루고 있다. 라스폰 트리에 감독의 <킹덤>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어둡고 기괴하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한계에 다다라 있는 병원과 병원 내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감정은 억눌려 있고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하다. 그런 와중에 의료 사고가 발생하고 연이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녹색 피의 환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악몽같은 밤이 시작된다.

영화의 초반 분위기는 시종 어둡고 답답하고 무겁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긴장감이 계속해서 팽팽하게 유지된다. 다양한 인물 군상들, 의사와 간호사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과 문제, 압박과 스트레스 등이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내재되어 보는 이의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그래서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초반 30분의 흐름 조차도 시한폭탄의 초침이 돌아가는 것 모양 폭풍전야의 긴장감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감염>은 역시 일본 호러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물론 <링> <주온> 같은 거물의 탄생을 기대하고 본다는 것은 지나친 기대다. 아무리 호러 강국인 일본이라 해도 그런 세기의 작품들을 붕어빵 찍듯 계속 찍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꽤 신선한 스토리라인을 보유하고 있고 그 외 폭발할 듯한 시한폭탄의 긴장감을 멋지게 조율해내는 감독의 연출력이 탄탄하다. 주연, 조연들의 사실감 넘치는 연기력도 한몫 단단히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 안고 있는 문제와, 함께 공유하고 있는 문제가, 기막히게 얽히면서 치밀한 긴장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순간순간 섬뜩한 장면들도 많은 편이다. 특히 초반 30분 후 한 명씩 감염되어 가는 간호사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상당히 으스스했고 그것은 꽤 노력을 기울인 창조적인 공포였다.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백미는 충격적인 라스트의 반전이다. 병원 전체를 끔찍한 죽음으로 몰고간 감염의 정체와 맞닥뜨리는 라스트는 각본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각본은 이미 헐리웃에서 사들인지 오래고 리메이크 결정과 함께 제작에 착수했다고 한다. 역시, 일본 호러는 파워가 대단하다!

전체적으로 호러 매니아라면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다. 단, 초반의 지루함을 못 버티겠다거나, 이런 식의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의 호러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팝콘호러'나 찾아보길 권한다. 이 작품은 지극히 일본 호러적인, 조용한 가운데서 순간순간 폭발하는 그런 류의 공포영화이다! 라스트의 전율적인 반전은 인간에 대한 묵직한 고찰을 던지며 오래도록 여운이 남게 한다!

참고로 이 작품의 주인공을 맡은 사토 코이치는 오다 유지 주연의 <화이트 아웃>에서 열연한 바 있는 중견 배우. 그리고 기괴한 캐릭터 아카이를 연기한 사노 시로는 무수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펼친 일본의 베테랑 배우다.(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은 '트릭' 2기에서 가짜 초능력자로 분한 것. 그 에피소드에서 그는 "쫀~"을 늘 외치고 다녔다)

p.s. 이 작품 <감염>은 작년에 일본에서 <예언>이라는 영화와 동시 상영되었습니다. 일종의 프로젝트 무비였던 셈. 부럽습니다. 공포영화 두 편을 동시상영하는 이런 식의 프로젝트. <예언>은 <주온 2>에서 주연을 맡은 사카이 노리코가 주연을 한 공포영화로 일본의 인기 만화 '내일 신문'을 원작으로 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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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 - [할인행사]
장 뱁티스트 안드레아 외 감독, 레이 와이즈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꽤 무서웠던 영화였습니다.

데이비드 린치 매니아였던 두 젊은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6년간의 구상 끝에 만들어냈다고 하네요.

초저예산으로 최대치의 공포효과를 끌어낸 놀라운 시나리오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이 달랑 5명(+1명의 여자), 그리고 배경은 시종일관 넓게 펼쳐진 도로뿐. 스티븐 킹의 옥수수밭 아이들이 연상되는 넓게 펼쳐진 평야와 숲,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좁고 음습한 도로. 그 도로는 끝이 없고, 돌고 돌아도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됩니다.

유일한 소품이라 할 수 있는 자가용 한 대로 그 도로를 계속 질주하며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으로 공포효과를 창출해냅니다. 특히 가장 무서웠던 장면은 도로 위에 세워진 유모차 씬! 감독의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부분이라 할 수 있죠.

마지막에 모든 것을 뒤집는 반전도 있습니다.(반전 얘기는 이 이상 하면 안 되겠죠. 반전이 어쨌느니 저쨌느니 하는 것은...!)

전형적인 미국의 중산층 가족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차를 타고 떠납니다.

그리고 한 여자를 만나고- 공포는 시작됩니다!

미궁에 빠진 듯한 공포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이 작품은 상당히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 같습니다. 이 정도의 예산이면 한국공포영화 제작비보다 적었을 것 같은데- 참 어찌도 이렇게 '공포영화'다운 '공포영화'를 제대로 만들어내는지. 역시 두 감독의 놀라운 재능과 멋진 시나리오 덕분이겠지요~!

밤에 불꺼놓고 한 번쯤은 볼 만한 공포영화입니다-

끝으로 인상적인 장면 하나가 떠오르네요~

징... 글... 벨... 징... 글... 벨...

 

p.s. 엄마 역을 맡은 여배우는 예전 '나이트 메어'에서 조니뎁의 엄마 역을 했던 배우인 듯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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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오 금학도 - 이외수 오감소설 '신비'편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5년 2월
절판


문학은 예술이며 예술은 감상되는 것이지 분석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견해였다. 하지만 교수들은 열심히 예술을 통조림화시키고 있었다.-'벽오금학도'중에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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