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는 만큼 행복이 커지는 가족의 심리학 ㅣ 토니 험프리스 박사의 심리학 시리즈 1
토니 험프리스 지음, 윤영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읽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인내심을 요구하다니....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한 책이었습니다. 예전에 <학대받는 아이들>과 스캇 벡 박사의 <아직도 가야할 길>이란 책을 읽을 때보다 몇 배 더 힘겨운 시간들이었습니다. 한 장 한장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지금 자신의 과거, 현재가 투영되어 있고 나아가 미래의 모습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책들처럼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한가지 주제가 끝날때마다 책장을 덮어두고 한번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야한달까....
이 책을 보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하는 것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흔히 결혼을 앞두고 배우자를 고를때 상대 집안의 가정이 얼마나 화목한가....를 보라고 합니다. 더 확실하게 얘기하자면 시부모될 어른, 장인장모가 될 어른들의 금술이 얼마나 좋은가...를 봐야 하는 거지요. 시어른이든, 장인장모가 될 어른이든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틀어져 있거나 서로에게 무관심, 또는 무시를 할 때 그 자녀들의 성격이나 앞으로의 행보가 드러난다는 거지요.
난폭하고 폭력적이며 권위적인 남편과 순종적이며 내성적인 아내의 결합에 의해 태어난 자녀는 그 부모의 어느 한 쪽을 닮아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더라도 자신의 부모와 같은 성향을 가진 남자든 여자를 만나고 선택한다는 건데요. 이 부분이 얼마나 뜨끔...하던지...더 가슴아픈 사실은 그런 올가미같은 불행이 다시 아이에게 이어진다는 거예요. 부모에게 순종적인 아이는 매사에 고분고분하지만 그 이면에 '내가 이렇게까지 해주면 당신은 날 사랑해줄거야?'하는 마음이, 반항적인 아이에겐 '당신이 나에게 가르친 게 이거잖아'하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는군요. 결국 부부관계가 왜곡되어 있으면 온전히 아이를 사랑할 수 없다는 거지요.
또 행여 무의식 중이라도 난폭한 행동한 행동이 나오진 않는지, 아이에게 조건적인 사랑을 하고 있진 않은지 항상 돌아보고 자신뿐 아니라 부부, 가족 전체가 변화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가족마다의 욕구는 무엇인지 알아내야 하구요. 감정 표현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책임의식과 자아의식은 어떻게 심어주고 실현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행동을 다루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책을 읽어보는 것이 더 좋을 듯 합니다.
물론 이 책이 100% 완벽한 해결책이 되진 않습니다. 우선 우리나라가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에 있어서 강경한 대응을 하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다뤄지는 내용이나 방법들이 지금 우리에게 고스란히 적용되지 못하는 측면도 있어요.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들때도 설명보다 좀 산만해지더라도 저자가 직접 상담했던 내용들을 실었더라면 좋았을걸....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가정의 문제이니만큼 내용이 왠지 중복된다는 느낌도 들었구요.
저자와 우리나라와 사회분위기가 다르기에 느껴지는 괴리감도 있습니다. 20살이 된 자녀는 내보내야 한다...그래야 스스로 독립성과 책임감을 기를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씌어진 책이기에 부분적으로 지금의 우리에겐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서 새로이 느낀 것은 가족의 범위에 시부모나 장인장모, 형제자매는 속하지 않는외부인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안정적인 가족을 형성하려면 자신이 나고 자란 가족과 완전히 분리되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렇지 않고 외부인에게 휘둘리거나 정서적으로 분리되지 못한다면 그에 따른 심각한 문제-앞서와 같은-가 발생한다는데요. 지금의 우리가 새겨봐야할 점이 아닌가...생각합니다. 어릴적부터 무조건 부모에게 효도해야한다...고 강요아닌 강요와 압박 속에서 자란 나머지 결혼하고 나서도 상대방에게 자신의 부모에게 애정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양 여겨지도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니까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효자와 효녀가 또다른 불행의 시작일수도 있다고 얘기합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읽어봐야할 책...이 책은 서두에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를 사랑한다. 모든 아이는 자기 부모를 사랑한다. 하지만, 모든 가족이 행복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