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처녀의 사랑 옛이야기 그림책 7
강숙인 글, 김종민 그림 / 사계절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아이들의 옛이야기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순히 옛이야기 한 가락을 전해주는 차원이 아니다. 짧막한 이야기 한편이지만 읽고 나면 왠지 마음이 든든해진다. 영양가 높은 음식으로 막 식사를 끝낸 것처럼.


<호랑이 처녀의 사랑>.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호랑이 처녀의 이뤄질 수 없는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다. 사람으로 둔갑할 수 있는 호랑이 처녀가 어느날 김현이라는 화랑을 보고 사모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호랑이. 결코 사람이 될 수 없다. 그저 김현이 무예연습을 하는 걸 몰래 숨어볼 뿐이다. 


어느날 호랑이 처녀는 탑돌이를 하기 위해 흥륜사를 찾는데 마침 그곳엔 김현도 있었다. 그들은 만나자마자 서로의 눈동자에 담긴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마음에 품게 된다.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김현을 뒤로하고 호랑이 처녀는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자신은 그저 인간으로 둔갑할 수 있는 호랑이일 뿐이라는 걸 알지만 김현을 향한 사랑을 감출 수 없어 눈물을 흘리는데...


인간과 호랑이 처녀의 사랑.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얘기다. 말도 안된다. 그런데 이렇게 그림책으로 보니 얘기가 달라진다. 마치 누군가에게 조용조용 얘기를 건네는 듯한 구어체의 문장과 섬세하고 세밀한 그림이 만나면서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호랑이 처녀와 김현의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이 너무 가슴이 아파서 어느 CF광고에서처럼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하고 빌어주고 싶을 정도다.


특히 이 책은 그림이 돋보인다. 표지부터 인상적이다. 커다란 눈에 두 손을 가슴에 모은 호랑이 처녀의 모습! 무언가를 간절히 소망하는 듯하다. 자신의 안위보다 가족과 김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호랑이 처녀의 가냘프지만 곧은 성품이 느쪄진다. 거기에 책 모서리의 수채화처럼 물감의 번짐 부분은 마치 호랑이 처녀의 눈물자욱인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속표지와 본문의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무척 공을 들인 듯하다. 탑돌이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은 정말 너무너무 아름답다. 골짜기나 굽어진 길과 호수, 산에 있는 불상이며 탑... 이런 것들을 무척 세세하게 표현했다. 마지막 부분에 호랑이처녀가 마을에서 날뛰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놀라서 당황하는 모습이나 숨어서 몰래 지켜보는 모습...을 잘 포착한 것 같다. 특히 호랑이 처녀를 쫓는 김현의 모습은 그의 마음상태를 고스란히 나타낸 것 같다. 손에 칼을 들었지만 보일듯말듯 찡그린 눈매나 표정은 정말 보는 사람의 마음이 아플 정도였다.


사실 호랑이 처녀와 김현의 사랑이여기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덕분에 내가  우리의 신화와 옛이야기에 대한 공부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 홍륜사 탑돌이에서 김현을 만난 호랑이 처녀가 도망치듯 절을 빠져나오는 대목의 문장이 마음에 걸린다. 


’그런데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는 건 무슨 까닭?

김현이 끝까지 따리오지 않은 것이 이토록 가슴시린 것은 또 무슨 까닭......?’


문장의 끝부분에 ’무슨 까닭’이 두번 반복해서 나오는데 처음부터 줄곧 구어체이던 문장이 갑자기 문어체로 바뀌었다. 책을 눈으로 읽을 땐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소리내어 읽으면 확실히 드러난다. 매끄럽지 않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 수정해보면 어떨까 싶다.


’그런데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는 건 왜일까?

김현이 끝까지 따리오지 않은 것이 이토록 가슴시린 것은 또 무슨 이유에설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낙원섬에서 생긴 일 Dear 그림책
찰스 키핑 글 그림, 서애경 옮김 / 사계절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올여름, 드디어 찰스키핑을 만났다.




존 버닝햄,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와 함께 영국의 3대 일러스트레이터로 손꼽히는 찰스키핑과 의미있는 첫만남을 가졌다. 계기는 <낙원섬에서 생긴 일>. 도시의 재개발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문제들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결코 쉽지 않은 책이었다. 평소처럼 한번 쓰윽 읽어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어떤 얘길 전하고자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여느 그림책과 달리 어둡고 칙칙한 그림은 더위에 지친 머리를 쉬이 지치게 했다. 에고, 몰라...포기하다시피 책장을 덮어버리길 여러번...




어느날 문득, ‘낙원섬’이란 이름부터 상징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낙원’. 정확한 뜻이 궁금했다. ‘아무런 괴로움이나 고통이 없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즐거운 곳.’ 혹은 ‘고난과 슬픔 따위를 느낄 수 없는 곳이라는 뜻에서, 죽은 뒤의 세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도대체 누구에게, 누구를 위한 ‘낙원’인건가...




오래되고 낡은 작은 돌다리 난간에 소년이 앉아있다. 무슨 생각하는 걸까. 어딜 바라보는 걸까. 코를 킁킁거리며 다리 위를 지나가는 비쩍 마른 개를 보는 걸까? 시선의 끝을 따라가보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무심해 보이는 표정이 왠지 어둡다.




흙탕물이 흐르는 샛강 한가운데에 작은 섬이 있는데 사람들은 그 섬을 ‘낙원섬’이라고 불렀다. 낙원이라고 할만한 곳은 아니지만 주인공소년 애덤에겐 고향이었고 그 섬에 사는 것이 행복했다. 오래된 점방거리 양쪽으로 늘어선 가게들에선 갖가지 물건들이 보기좋게 놓여있고 밝은 표정의 주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낙원섬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친다. 낙원섬이 무질서하고 난장판이라고 여긴 육지의 시의원들이 고속도로를 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낙원섬을 ‘진짜’ 낙원섬으로 만들려는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시작한다. 점방거리에 늘어서있던 가게들과 창고, 집들이 불도저에 의해 헐리고 부서진다.




그 와중에 낙원섬에서의 생활이 행복했던 애덤은 친구들과 함께 철거하면서 나온 폐자재들을 모아 습지에 자신들의 공간을 만들어나간다.

 





자신들에게 고향이나 다름없던 낙원섬을 타의에 의해 떠난 사람들은 새로운 곳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작아도 자신의 가게와 집을 갖고 있고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이주한 곳에선 대형 슈퍼마켓의 점원이 되버린 모습이나 어떤 특징도 찾아볼 수 없는 공동주택은 삭막하기만 하다. 그에 비해 시의원들의 화려한 집이란....극과 극의 대조를 보여준다.

 





그리고 도로가 완공되어 개통식이 열리는 날, 습지에선 또하나의 작은 축하파티가 벌어진다.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놀이터에서 애덤과 친구들은 여러 동물들과 함께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무질서 속에도 엄연히 질서가 존재한다. 그런데 그것을 번듯하게, 보기좋게 하기 위해 억지로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 진정한 개발이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던 책, 찰스 키핑의 <낙원섬에서 생긴 일>.




알록달록 밝은 원색보다 어둡고 칙칙한 갈색계열에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칼라톤의 그림의 왠지 무겁고 혼란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흑백톤이냐, 칼라톤이냐...거기엔 저자의 치밀한 계획이 숨어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집이나 가게들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나온 폐자재들이 처음엔 흑백톤이었지만 나중에 아이들의 손에 의해 탄생한 놀이터에서 아름다운 색깔을 띄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또 다리가 개통되는 날 시위대들이 들고 있는 피켓 중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가난한 자를 먹여살리는 것이 성스러운 일이라면, 그들이 왜 가난한지 묻는 것은 혁명이다”... 이 짧막한 문장이 바로 찰스 키핑의 주장,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낙원섬에서 생긴 일>.  이 책은 글보다 그림을 더 세심하게,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꼼꼼하게 들여다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림책 곳곳에 숨겨둔 암호와 상징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퍼즐조각처럼 맞춰보자. 그럼 아마도 찰스 키핑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의 앞 뒤 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통통이는 똥도 예뻐! 샘터어린이문고 12
이상권 지음, 정지윤 그림, 김성수 감수 / 샘터사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큰아이가 1학년때 학교 수업준비물로 <곤충도감>을 챙겨간 적이 있다. 아이의 책은 전집보다 단행본 위주로 구입했던지라 <곤충도감>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도 끌겸 부랴부랴 대형서점으로 뛰어갔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도감들...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이리저리 뒤적이고 있으니 함께 갔던 아이와 남편은 대충 고르고 가자고 성화였다. 아무리 골라도 곤충은 그게 그거고, 거기서 거기....라는 게 남편의 생각이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버텨서 한 권의 <곤충도감>을 골라 다음날 아이 가방에 넣어줬다.




<통통이는 똥도 예뻐> 이 책을 읽으면서 작년의 일이 생각났다. <곤충도감>을 고르기 위해 뒤적일때 사진속의 곤충들이 어찌나 징그럽던지...저절로 얼굴이 찡그려졌다. 하지만 비슷한 책을 계속 반복해서 보니까 처음의 느낌이 조금씩 줄어들고 적응이 되더니 곤충 그 자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단후라는 여자아이다. 5월의 어느 일요일, 아빠와 함께 산을 찾은 단후는 우연히 작은 애벌레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온다. 처음엔 애벌레를 어떻게 기르는지도 몰랐던 단후 가족. 그들은 애벌레에게 ‘통통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먹이를 구해주고 생김이 어떤지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조금씩 애벌레와 가까워진다.




단후가족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통통이를 관찰하면서 느낀 점과 이야기들을 만화를 곁들여 재미나게 풀어놓은 책 <통통이는 똥도 예뻐>. 이 책을 통해 바람이 불어도 애벌레가 나뭇잎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애벌레의 배다리가 빨판처럼 생겨서라는 것, 위험이 닥치면 고치 속의 애벌레가 “삐이삐이”하는 소리를 낸다는 걸 알게 됐다.




책에는 ‘나방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까요?’하는 부분이 있는데 나방과 나비가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점도 짚어주고 있다. 또 내가 어릴 때 어른들이 ‘나방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눈이 먼다’는 얘길 해주셨는데, 그 이유가 바로 ‘독나방’ 때문이란 것도 알 수 있었다.




내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라길 바라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환경, ‘집-학교-학원’으로 꽉 짜여진 일상은 아이들에게 자연의 존재, 소중함, 위대함을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조차 뺏어갔다.




아이의 새끼손가락보다 작았던 애벌레가 한 마리의 유리산 누에나방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이 책을 통해 내 아이들이 ‘생명’이란 무엇인지 그 소중함과 신비함을 느낄 수 있었길 바란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8-08-18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책이네요. 근데 이거 보고 애벌레 기르자면 어쩌죠? 전에 유치원 숙제땜에 누에랑 달팽이 길렀는데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ㅎㅎ 저부터도 전혀 자연친화적이 못돼니 우리 애들이 뭘 배울라나요? ㅎㅎ
 
코끼리 아빠다! - 물구나무 그림책 66 파랑새 그림책 63
마이클 그레니엣 글.그림, 김정화 옮김 / 파랑새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주고 싶은 게 바로 부모 마음.  이런 부모의 마음을 담은 그림책이 있다. 마이클 그레니엣의 <코끼리 아빠다!> 표지엔 안경과 모자를 쓴 커다란 코끼리가 아이를 태우고 있다. 등에 탄 아이는 양 손을 번쩍 들고 있는 모습이 무척 신이 난 듯한데...대체 이 코끼리와 아이는 과연 무슨 관계일까.







책장을 넘겨 본문을 펼치자마자 어딘선가 재잘재잘...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유치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란 모자를 쓴 아이들. 그 한 켠에 허겁지겁 달려오는 남자, “키아라, 늦어서 미안!” 그 아빠 품으로 달려가는 귀여운 여자아이 키아라. 아빠와 키아라는 집으로 돌아갈 때면 늘 장난감 가게 진열창 안을 들여다본다. 거기엔 키아라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코끼리가 있기 때문이다. “저 코끼리 정말 멋지다. 우리 집에도 저런 코끼리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하는 키아라. 아빠는 키아라를 위해 정말로 코끼리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코끼리가 아빠에게 “이거 받으세요”하며 상자 하나를 건넨다. 그 속엔 <당신도 코끼리가 될 수 있습니다>란 책과 사람을 코끼리로 만들어주는 약과 크림이 들어 있었다. 코끼리로 변신한 아빠, 키아라를 데리러 유치원에 간다. “뿌~, 뿌우우~” 외치면서. 아빠가 코끼리로 변신한 걸 보고 신이 난 키아라는 목청껏 만세를 부르고 코끼리 아빠도 덩달아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게 끝이 아니다. 여기서 얘기가 끝나면 재미없다. 유쾌한 반전이 나타난다. 코끼리 아빠를 갖게 되어 정말 기쁜 키아라는 아빠에게 친구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가던 장난감가게에 있는 어떤 동물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한다. “있잖아, 저 사자, 코끼리 아빠랑 친구하면 좋을 것 같지 않아?”







푸하하하하!!! 난 여기서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코끼리 아빠와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는 동물이 하필이면 밀림의 왕, 맹수 사자일 줄이야!!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딸 키아라의 말을 우두커니 서서 듣고 있는 코끼리 아빠를 그림책에선 뒷모습만 보여주고 있는데 앞모습은 어떨지 상상이 된다. 보나마나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지 않을까. 게다가 더 웃긴 건 그 다음장에 사자가 그려진 상자 하나가 놓여있다. 누구에게 온 걸까? 상자의 임자는 누구?!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아빠가 코끼리로 변하는 장면은 작가가 어떻게 표현할지 무척 궁금했다. 크림을 온몸에 펴 발라서 멋진 코끼리 피부색으로 바뀌고 길쭉한 알약을 삼켜서 몸집이 커지고 꼬리가 길게 자라고 동그란 알약을 먹고 다리가 굵어지고 발톱이 커졌다. 여기까진 그다지 특별한 게 없다. 하지만 코끼리의 가장 큰 특징인 긴 코와 펄럭이는 커다란 귀! 이 부분을 어떻게???







여기서 작가의 기막힌 상상력이 발휘된다. 맛있는 냄새를 찾은 다음, 머얼~리서 킁킁킁 냄새를 쫓아가다 보면 코가 쭈우욱 길어지는데 이 부분은 한쪽의 책장을 옆으로 펼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코가 쭈우욱 길어지는 걸 더욱 실감나게 표현했다.







마치 키아라 또래의 유치원 아이가 그린 듯 크레파스로 아무렇게나 쓱쓱 그린 그림. 그림책을 예쁘고 화려하게 꾸며줄 어떤 장식이나 배경도 없이 단순히 캐릭터의 특징만을 뽑아 그린 그림과 짧막한 문장으로 이뤄진 그림책. 어른의 눈엔 너무 성의없는 거 아닐까...싶은데도 아이들은 달랐다. 큰아이, 작은아이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아 버렸다. 이런 그림을 아이들이 좋아하나?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 그건 아마 아빠의 사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척척 해내는 슈퍼맨을 자청하고 나서는 아빠.(쫄쫄이바지는 안 입겠지만) 아이가 말타기를 하고 싶다면 즉석에서 인간말이 되어주고 비행기를 타고 싶다면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다리로 비행기를 태워주거나 그게 안된다면 튼튼한 두 팔에 아이를 태워 비행기를 태워줘야 한다. 그냥 하면 재미없다. “히히힝~” “슈우~웅”하고 입으로 소리를 내줘야 직성이 풀린다. 신이 난 아이가 입 크게 벌리고 까르르...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오늘도 이 땅의 모든 아빠는 온몸을 던진다. 아빠 만세!!







참, 아빠가 코끼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장면을 유심히 보자. 뒤쪽의 장난감 가게에 전시되어 있던 코끼리가 안 보인다. 어디로 간 걸까? 또 앞쪽과 뒤쪽의 면지도 꼭 챙겨봐야 한다. 앞면지엔 코끼리 그림이 그려진 상자가 잔뜩 쌓여있는데(누구에게 가는걸까?) 뒤쪽엔 하나가 비어있다. 아마도 키아라 아빠에게 배달된 거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랑 뽀뽀 아기 그림책 나비잠
김동수 지음 / 보림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뽀뽀. 어감이 참 이쁘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하루에도 시시때때로 뽀뽀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기를 깨울때부터 눈을 맞추며 기저귀를 갈거나 밥을 먹고 그림책을 읽거나 놀이를 할 때 뽀뽀를 빼놓을 수 없다. “엄마, 뽀뽀!” “쪼~옥”

 

 

이쁜 걸 어떡해. 난 팔불출, 고슴도치 어민걸...

 

 

때로 아이는 토라진다. 장난감이 맘대로 되지 않거나 형한테서 “내꺼 만지지마!!” 접근금지 당하고 식사시간에 먹기 싫은 반찬을 억지로 먹이려면 아이는 고개를 돌려버린다. 내가 아무리 “엄마, 뽀뽀” 해도 눈을 내리깔고 외면한다. 고집대로 하지 못하는 게 불만이라는 듯 앞으로 쑥 내민 입, 볼록하고 둥근 뺨...그 모습도 정말 이쁘다.

 

 

이그~~, 비싼넘. 이럴땐 “어, 화났네? 화내지마...엄마가 뽀뽀해줄게”하며 내가 기분을 풀어주는 수 밖에. 추가로 뽀뽀 대신 얼굴을 부비부비...

 

 

아이와의 스킨십, 특히 뽀뽀는 부모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애정표현이다. 부모의 충치가 아기에게 옮길 수 있으니까 뽀뽀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얘기도 있어서 한편으론 걱정되지만 부지런히 양치를 하고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엄마랑 뽀뽀> 이 책은 처음부터 끄~읕까지 뽀뽀만 나온다. 표지의 고릴라를 비롯해서 올챙이와 개구리, 거북, 돼지, 개, 메뚜기...등이 등장해선 왜, 언제 아기와 뽀뽀를 하는지 알려준다. 귀여워서, 순해서, 장난꾸러기라서...다양한 동물만큼 별명도 뽀뽀하는 모습이나 상황도 정말 다양하다.

 

 

같은 건 오직 하나! 단순한 그림이지만 엄마와 아기의 사랑이 뚝뚝 묻어난다는 것.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아기...란 걸 실감하게 된다.

 

 

정말 사랑스런 책이다. 그림도 색감도. 보드북이라 혹시나 아이가 찢진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울둘째는 이 책을 하루에 적어도 10~20번 정도는 읽는다. 읽고 또 읽고. 하도 읽다보니 내용을 달달 외울 지경이건만 아이는 그래도 읽어달랜다. 그럼 당연히 읽어줘야지.

 

 

책에서 “엄마랑 뽀뽀”란 말이 나올때마다 뽀뽀!!

 

 

귀염둥이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   재롱둥이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장난꾸러기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  부끄럼쟁이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순둥이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   개구쟁이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얌전이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  똘똘이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잠꾸러기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   꼬마둥이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튼튼이 우리 아가 / 자기전에 엄마랑 뽀뽀

 

 

첨엔 왜 사람이 등장하지 않을까...궁금하고 한편으론 아쉬웠다. 그런데 나중에야 깨달았다. 앞표지에서 엄마고릴라와 아기 고릴라가 뽀뽀하는 장면에선 몰랐는데 뒷표지를 보니 아하!!하고 무릎을 쳤다.

 

 

내가 아이를 안거나 업고 동요를 부르고 그림책을 읽어줄 때마다 친정엄마가 하신 얘기가 생각났다. “그~래, 잘한다. 아빠한테는 설거지하고 청소랑 빨래시키고 느그는 맨날천날 원숭이처럼 꼭 끌어안고 노래만 부르냐??”



 

 

아이고....그러고보니 아기를 꼭 끌어안은 엄마고릴라의 모습이 영락없이 나와 아기의 모습일세그려...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