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보트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작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살피게 되는 것이 작가의 프로필이니까. '남 레'라는 작가는 처음 접하는 작가고 특이하게도 베트남에서 태어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자랐다고 한다. 더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보트>에 실린 첫 번째 단편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에서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읊조리고 있다.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은 에세이를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작가의 모습이 투영된 작품인 듯 했다. 원고를 태워버리는 아버지의 행위는 극적인 느낌을 부각시키는 소설적 장치라 생각되었지만, 그 외의 모든 것들이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느낌은 작가의 문체에서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호흡이 짧고 의미가 명료한, 간결한 문체로 거의 모든 작품이 서술되고 있어 한 편의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현재형 어미를 많이 사용해서 현실감을 살리고 있다. 단지, 지나치게 짧고 감정이 절제된 문장은, 서사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을 주어서 잘 짜여진 이야기구조를 보여주고 있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도달하고 싶은 어느 곳을 찾지만, 그 곳이 어디인지 몰라 방황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보트>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이 어떤 장소를 의미하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주인공이 가고자 했으나 결국 가지 못했던 '카르테헤나', 주인공의 유년시절 모두가 담긴 학교 '해프리드', 그리고 '히로시마', '테헤란의 전화'까지. 머물 곳을 찾아 방황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단편집에 실린 단편들이 쉬운 내용은 아니다(물론 '일리스 만나기'처럼 신파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진 작품도 있긴 하다). 이국적인 소재와 배경을 가지고 창작된 작품이 많아서(그렇다고 친철히 묘사해주지도 않는다) 더욱 그렇다.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일독할 자신이 있는 분들께 추천한다.   

 한가지. 걸리는 것은, 역주다. 이 단편집에 실린 주는 모두가 옮긴이의 주인데, 단어마다 괄호를 열어 뜻을 설명하고 역주라고 명시해 두었다. 한두 개 정도면 거슬리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겠지만, 책에 실린 두 번째 작품 '카르테헤나'의 경우 지나치게 빈번하게 나와서 끊임없이 몰입을 방해했다.  

 내가 '치바'(버스라는 뜻의 스페인어:역주)를 타자고 말하자, 루이스는, 아니, '푸토'(스페인어 욕: 역주), 그 버스는 그 길로 안 간다고 말했고, (p52) 

 내가 어릴 때, '메디오'(0.5킬로그램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역주) 용량의 '론 드 메델린'(콜롬비아의 럼주:역주)을 두 병이나 마시고도 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58) 

 어머니는 신에게 내 '델린쿠엔시아'(범죄라는 뜻의 스페인어:역주)를 용서해달라고 빌며, (p59) 

 '부에노'(음, 글쎄요라는 뜻의 스페인어:역주). (p61) 

 위에서 언급한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굳이 스페인어를 살려서 쓰는 것도 그다지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이렇게 많은 주석이 필요하다면, 하단에 달아놓는 것이 독자의 가독성을 높이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더구나 각각 작은 따옴표로 강조되어 있는데, 원서에서 작가가 강조하고 있는 단어인지, 옮긴이가 '주석을 달았기 때문에' 강조하고 싶은 단어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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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문>을 읽고 리뷰해주세요.
달의 문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이시모치 아사미의 작품은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이후 두 번째로 접했다.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는 흥미로운 전개를 보이다 동기가 밝혀지면서 허무해지는 '용두사미'를 확실히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는데, 우려한 것과 같이 <달의 문> 역시 그런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달의 문>은 처음부터 기대감이 낮아 조금은 덜한 듯 하다. 표지부터가 왠지 성의없이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 서점에서 쉽게 손이 갈 타입이 아니고,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자 왠지 종교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초인적'인 인물이 등장했다.  

 일단 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남다른 치유력을 지니고 캠프를 열어 상처받은 아이들을 치료하는 이시미네란 남자의 존재다. 이 남자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다른 세 명의 인물들이 스승님이라 부르며 경애하는 사람인데, 그가 무고하게 검거되자 비행기를 납치하여 스승을 '해방'시켜 달라는 요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륙도 하지 않은 비행기 내에서 한 여자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다.  

 비행기 내의 좁은 화장실에서 시체로 발견된 여자. 이 여자와 관련된 이야기는 본격소설의 탈을 쓰고 있다.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게 된 자마미 섬의 티셔츠를 입은 남자(자마미 군이라고 불리게 되는)와 범인 중 한 명인 마카베의 불꽃 튀는(?) 추리 대결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트릭으로, 어떤 동기가 있어서,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까지 밝혀내려는 두 사람의 논쟁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감탄하게 되었다. 그것은 본격 추리소설의 팬인 나의 개인적 취향일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여기까지가 딱 좋았다.  

 제목인 '달의 문'의 비밀이 밝혀지면서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이시미네와 관련된 서사구조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등장인물인 자마미 군도 어처구니 없어 하는 그들의 사연을 누가 이해해줄까? 터무니없는 동기로 일어나는 반전까지 더하면, 책을 읽으면서 쌓아왔던 좋은 느낌이 한순간에 전복되는 기분이다. 반전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뻔 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시모치 아사미는 인간성에 대한 탐구를 좀더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독자에게 공감을 주지 못하는 소설은, 아무리 추리소설이라 하더라도, 결국엔 외면받는 게 아닐까. 더구나, 개인적으로 마음에는 들었으나, 자마미 군의 캐릭터는 지나치게 우연적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단순히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던 보통 사람이 왠만한 탐정 뺨치는 추리 능력을 가지고 있다니. 이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왠지 이 작가의 작품이 나오면 또 읽을 것 같다.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에서도 그랬고, 이번 작품 <달의 문>에서 그랬지만 흡입력 있게 글을 잘 쓰는 작가다. 거기다 독자에게 아주 상세하게 사건의 트릭을 설명해준다. 그러니, 마지막에 욱-하게 될지라도 읽는 동안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라도 다시 찾을 것 같다. 다음엔 제발, 좀더 나은 작품이 번역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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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프레지던트 - Good morning, Presiden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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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장진 감독의 영화는, 그만의 느낌이 나서 참 좋다. 평가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아들>도 재미있게 봤고, 억지스러운 설정도 나는 이해가 되더라. 가장 최근에 제작했던 <바르게 살자> 역시 몸을 뒤틀어대며, 눈물을 흘리며 웃어대며 봤더랬다.  

 오랜만에 내놓은 그의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 기대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시트콤으로 코믹한 캐릭터를 잡아놓은 이순재라는 배우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의 고두심(내가 중년의 배우 중 가장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고!), 눈에 힘을 뺀 '꽃미남' 장동건이 장진을 만나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거기다, 라디오에서 시사회를 다녀온 영화프로그램 DJ가 장진 감독과의 인터뷰 중에 했던 한 마디, 이번 작품은 그 어떤 작품보다 '아는 여자'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는 그 한 마디에 두 주먹 불끈 쥐고 반드시 봐야지! 결심했었다.  

 흥행을 하고 있긴 한지, 조조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하러 왔다. 덕분에 혼자 앉아 낄낄거려야 하는 수모는 면했으나, 의외로 큰 웃음을 주는 부분은 없어서 혼자 봤어도 덜 민망할 뻔 했다. 그만큼 큰 웃음을 기대하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만족을 주지 못할 것이란 말이다. 오히려 웃음의 장치가 뻔히 보여서 웃을 수 있는 부분에서도 웃지 않게 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여러 배우들의 특별 출연이 주는 기쁨도 있었으니,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보러 간 내게 공형진이나 박해일, 이한위와 같은 배우를 잠깐이나마 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박해일의 경우에는 특별 출연이라고 하기에는 꽤 비중 있는 역할이라, 그와 장동건이라는 두 배우가 같이 연기를 하는 모습이 왠지 보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랄까.  

 내용은 시놉시스를 잠깐 읽은 그대로 진행되었다. 244억이라는 돈이 걸려있는 복권에 당첨되어 자신이 가질 것인지, 사회에 기부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대통령, 강경한 외교정책에 곧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지지율이 급하락하는 대통령,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서 의욕을 갖고 일을 처리하지만 한낱 보통 사람인 남편 때문에 위기를 맞게 되는 대통령, 이렇게 세 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 사람은 모두 정치권에 몸 담고 있거나 전직 대통령으로 극이 끝날 때까지 모습을 비추며 연결고리를 이어간다.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의 모습이라는 점은 좋다. 대통령이 정치하는 기계나 냉혈한이 아니라, 지켜야할 가족이 있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좋다. 지금 우리의 대통령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통령 근처에 가지 못해도 좋다. 영화를 보고 좀 배웠으면 하니까. 하지만,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고, 대통령을 위주로 사건 전개가 흘러가고,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것은 오히려 허무하다는 느낌을 준다. 지나치게 '착한' 사람만 존재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그리는 대통령은 '절대' 현실에서 나타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현실을 무시한 완벽한 비현실적인 소재였다면 허무함이 덜 할텐데, 대통령이란 존재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완벽한 현실의 문제아닌가. 그것이 내가, 이번 장진 감독의 영화에 조금은 실망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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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프레지던트 - Good morning, Presiden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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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착해서, 영화가 아니라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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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9 - District 9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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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로 재미있다! 여러 매체에서 보도하고,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디스트럭트 9>을 개봉 첫 날 보고 왔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이 틀린 것 없다고 하지만, 이번은 틀린 것 같다. 기대를 꽤 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대보다 더좋았다.  

 일단은, 진짜 같은 느낌이 들도록,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취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이러한 영화 기법을 모큐멘터리라고 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거주하는 외계인들이 온갖 비행을 일삼자 정부에서는 이들을 외계인 집단거주지역을 정해 이주시키려는 정책을 내놓게 된다. 이 일의 책임자로 비커스가 임명되어 이주 동의 서명을 받기 위해 카메라와 함께 외계인들의 거주지로 출동한다. 외계인을 프런이라 부르며 비하하고, 무지하다고 무시하고, 고양이 먹이로 유인하여 애완동물 취급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던 '대표적인 사람'인 비커스는 외계물질에 노출되게 된다..  

 비커스란 인물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인데, 일반적인 SF영화에서 주인공이 상당히 멋있는 남자로 등장하는 것에 비해 정말 왜소한 몸집을 가진, 카메라를 무척 의식하는, 약간은 잘난 척하는 남자로 설정되어 호감형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왜, 대부분의 SF영화에서는 '악'의 상징인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야하기 때문에 영웅적인 인물이 많이 나오지 않나. 그러나 비커스는 그러한 전형적인 주인공과는 상당히 다른 인물로 그려지고, 때문에 영화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역할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외계인을 지구인에 동화시키는 것이 일반 SF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비커스는 외계 물질에 노출되어 점차 '외계인화' 되어가면서, 지구인인 자신이 오히려 '외계인'에 동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인다.   

 어느 영화 비평에서 겉모습이 외계인에 가까워지면서 비커스는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게 된다는 글귀를 읽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결과에 대한 여러 상상을 하게 되지만(혹은 2편에 대한 기대까지도), 누구나 느끼게 되는 감정은 '애틋함'일 것 같다. 인간일 때보다 훨씬 더 인간다워진 비커스의 면모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수준이 한참 낮은 외계인이라고 멸시했던(사실, 훨씬 발달한 무기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도 외계인 문명이고, 움직이지 못한다고 단언했던 모선을 움직이게 하는 것도 외계인 아니던가.그리고 결국 승리하는 것도 강제 이주에 성공하는 지구인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별로 돌아가 군대를 이끌고 올지도 모를 외계인이다,) 지구인인 인간에 대한 조롱이라고 보여진다.  

 플롯은 전형적인 SF영화에서 벗어나지 않고,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조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이 영화다. 모든 단점이 장점으로 보이는 묘한 영화, 예측 가능한 결말로 진행되지만 흥미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 영화,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보여주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인종 차별 정책을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현실 비판의식까지 겸하고 있는,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그래서 시간과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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