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2012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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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재난영화의 종합선물세트. 딱 상상한 만큼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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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지음, 유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되는 것은 '작가'이다. 그 다음이 내용, 그리고 평점 정도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름을 기억하기도 힘든 콜롬비아의 낯선 작가 '라우라 레스트레포'의 작품은 선택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순위에 놓여있다. 거기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실제로 책을 봤다면, 띠지를 벗겼을 때의 표지가 상당히 선정적이라는 점에서 구입하기가 망설여졌을 것이다. 또한 '광기'라는 주제 자체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역시 기대를 갖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진 단 하나의 기대는 '마르케스'의 추천사 정도였다.   

  "작가는 기자 특유의 취재력과 문학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소설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애절한 멜로드라마로 전락할 위험에 빠지지 않고 고고함을 유지하면서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가의 감각이 탁월하다. 문학적 유머감각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나는 마르케스만큼의 안목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당연하겠지만, 이 글에서 문학적 유머감각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 하지만 읽는 즐거움은 발견했다. 이 글은 특이하게도, 대화와 서술을 구분해주는 그 어떤 표지도 쓰이지 않는다. 따옴표도, 문단을 나누어 문장을 구분해주지도 않기 때문에 처음 읽을 때엔 괴롭다. 어디까지가 대화이고 어디까지가 서술인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챕터가 온전한 한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서술자가 번갈아가며 달라지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 이야기의 흐름을 잡아내게 되자, 읽는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누가 이야기를 하는지 파악하고, 실제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받게 되었다.  

 처음부터 광기에 사로잡힌 여인으로 등장하는 아우구스티나가 왜 그렇게 되었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하는 <광기>는 아우구스티나의 남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확실히 말하자면 동거 중인 남자) 아길라르, 아우구스티나의 옛 남자친구이자 큰오빠의 친구인 미다스, 아우구스티나의 이모이자 그들의 가정을 파괴한 장본인인 소피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물론 아우구스티나가 가끔씩 원래의 정신으로 돌아올 때 들려주는 과거의 이야기도 있다). 그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아우구스티나가 광기에 사로잡히게 된 이유를 알아내려 하고. 그 이유가 '과거'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길라르가 아우구스티나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일기를 발견하여 엮어가는 과거,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아우구스티나가 방황하던 시절을 함께 했던 미다스의 과거, 아우구스티나의 가족을 뿔뿔이 흩어지게 했던 소피의 과거가 모두 합해져 '아우구스티나가 광기에 사로잡힌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읽기가 쉬운 작품은 아니었지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마르케스를 위시하여 중남미 작가들의 작품은 문화적 이질감에서 오는 낯설음은 존재하지만, 충분히 몽환적이고 그래서 매력적이다. '라우라 레스트레포'의 이름도 다른 작품을 위해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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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 우먼 - The Unknown Woma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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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가벼운 마음으로는 보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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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케옵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토탈 케옵스 - 마르세유 3부작 1부
장 클로드 이쪼 지음, 강주헌 옮김 / 아르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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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토탈 케옵스>는 사랑과 복수,라는 거대한 두 줄기의 이야기를 가지고 사건이 진행되는 작품이다. 여러 민족이 한 공간을 공유하는 마르세유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좀더 외롭고 쓸쓸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마르세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복수를 그린 내용이다. 어린시절부터 이어져온 우정과 사랑, 친구의 죽음과 사랑할 뻔한 여자의 죽음으로 뒤쫓기 시작한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결국은 복수를 달성하게 되고,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이렇게 단순화시키면 왠지 이 소설을 폄하하는 것 같지만(그런 의도는 전혀 없다).  

 아르테 출판사의 '느와르'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작품답게, <토탈 케옵스>는 어두운 분위기에서 범죄가 연달아 벌어지는데 딱히 한 장르로 묶지 않아도 될 듯하다. 남자 주인공인 파비오 몬탈레는 사건의 중심에서 밀려난 경찰관으로, 한 여자에 정착하지 않고 사랑을 두려워하는 남자다. 인생을 결정지은 우정을 나눈 친구들이 있고, 친구들의 죽음을 파헤치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복수를 실행해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일을 시작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추진하며, 자신보다 힘센 적에게 얻어맞기도 하는, 부족한 면이 있는 남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토탈 케옵스>를 읽으며 하드보일드 소설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감정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터질 때는 확실히 터져주고, 냉소적으로 세상을 대하고 있으면서도 진정성을 갈구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덕분에 간결한 문체로 메마른 느낌을 주는 서술방식이 이어진다. 객관적인 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지고, 전적으로 주인공인 파비오의 시선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가고 있는 마르세유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마르세유를 의미하는 책의 소제목들(잠을 자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 곳, 징그러운 세상의 하찮고 하찮은 일에 부대껴야 하는 곳 등) 역시 객관적이기 보다는 상당히 주관적이고, 그래서 오히려 인상적이다.  

 <토탈 케옵스>란 단어는 마르세유의 랩 그룹 IAM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신조어라고 한다. '대혼란'이라는 뜻의. 파비오가 뛰어든 사건의 복잡한 구도 속에서 '토탈 케옵스'라는 말이 인용되는데, 사건의 성격을(혹은 마르세유라는 공간의 상징성을) 잘 나타내주는 단어라 생각된다. 랩 그룹 IAM 뿐만 아니라, 챕터별로 여러 곡의 노래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 소설의 특징이다. 파비오가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분위기를 표현한다든지 자신의 기분을 표현할 때 노래의 느낌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인공인 파비오의 취향이라든지, 성격을 알려주는 것으로는 손색이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 음악들을 잘 모르는 독자인 나로서는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노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기획 CD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옮긴이의 말로는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니, 음악을 듣기 위해서라도 한번쯤은 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2편의 이야기가 더 남았다. 주인공만 같을 뿐이지 내용이 연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다리는 조바심을 느끼지 않아 좋다. 전형적인 것 같지만, 전형적이지 않은 주인공이라 어떤 사건을 들고 나타날지 조금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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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자 - The Excution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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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집행자>를 보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어떤 남자가 통화를 하며 <집행자>가 '끝내주게' 재미있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도 그럴것이 내게는 그다지 재미있는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래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사형제도와 같은 관심의 초점이 되는 소재를 선택했다고 하면, 내가 '싫어하는 배우'가 나온다 하더라도("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외치던 실제 인물을 소재로 만든 영화라고 덮어놓고 봤던 <홀리데이>도 그런 경우다. 정말 싫어하던 최민수란 배우가 정말 싫은 모습으로 나왔기 때문에 보는 내내 괴로웠다는.) 일단은 보고야 만다. 보고나면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경도되어 분노하고, 동의하고, 한동안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나다. 사실, <집행자>는 윤계상의 연기력을 의심하는 내게 그다지 반가운 영화는 아니었지만, '사형제도'라는 소재 하나를 믿고 보러 갔었다.   

 이 영화의 문제는, 나처럼 단순명료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택' 혹은 '판단'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아니, 그것을 영화의 문제라고 하기 보다는 역시, 내 취향의 문제라고 해야겠다. 감독의 시선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라고 꼽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형수는 여러명의 애꿎은 목숨을 앗아간 살인자이고, 그러므로 사람이 아니라 쓰레기다,라고 생각하는 차교사 종호(조재현)가 등장한다. 사람을 여럿 죽인 사형수와 친구가 되어 내기 장기를 두는 김교위(박인환)도 등장한다. 오랜 감옥생활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선한 눈빛의 사형수가 등장하는가 하면, 감옥에 들어와서도 정신 못차리고 피해자 가족에게 으름장을 놓는 질나쁜 사형수도 등장한다. 그러니,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이분법적인 도식, 그러니까 교도관은 좋은 사람이고 사형수는 나쁜 사람이라는 도식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영화를 보는 내가 판단해야 한다. 도대체 누가 나쁜 것이고,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하지만 김교위와 사형수의 우정을 보며 사형제도가 불필요하다고 느낀 것도 잠시, '개과천선'이란 말의 뜻을 모르는 사형수를 보니 그래도 필요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를 보고 나서도 혼란스러웠다.   

 사형을 집행하기까지 영화는 사형수가 어떤 사람인지, 교도관이 어떤 사람인지 그들의 캐릭터를 잡아나가는 데 주된 시간을 투자한다. 윤계상이 맡은 재경이란 캐릭터는 신입 교도관이어서 그런지 이렇다할 특징 하나를 보여주지 못하고 여기저기에서 겉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지만, 이질적인 면이 강한 차교사와 김교위는 지나칠 정도로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차교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나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사형집행이 끝나고 난 후의 영화는 흡사 공포영화 같았다.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다 결말로 가면서 지나치게 감정적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어쨌든, 감독의 의도는 잘 살린 영화인 것 같고, 내가 예상한 그대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신선한 느낌은 덜 했고, 생각할 여지를 너무 많이 남겨서 머리가 아프다.  

 어쨌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형수가 아니라, 교도관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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