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파리에 간다면 - 혼자 조용히, 그녀의 여행법
모모미 지음 / 이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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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파리에 간다면 혼자 조용히, 그녀의 여행법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해야 하고, 봐야 한다는 의무감을 내려놓는 순간 나는 비로소 이 낯선 도시,

파리에서 여유를 건져낼 수 있었다." - 12page

 

나만의 여행. 내 평생 가능한 일이기나 할까!

두 아이와 함께 가족여행을 많이 다니기는 했다. 하지만 늘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의 여행이었다.

아이들과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해야하고, 보여줘야하고, 뭔가 하나라도 더 보고 가야만 할 것 같은 느낌.

지금 내가 해오고 있는 여행은 그런 의무감의 여행이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파리에서 여유'라는 것들이 이토록 마음을 뺏기게 할 줄은 몰랐다.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그녀의 눈을 통해 들어오던 것들이 책 속에 담겨있다.

그 순간의 이야기와 느낌, 사진까지 함께해서 꼭 그녀가 본 것을 그대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좋은 곳에서 좋은 것을 보면 아! 이거 정말 좋다라면서 사진에 담게되는데 이 책의 사진들이 딱 그렇다.

책을 보고 있으면 저자가 보고 있는 것을 그대로 보고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는 이런 여유로운 여행을, 나만을 위한 여행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진다.

빼곡한 스케쥴로 가이드를 대동한 여행과는 차원이 100% 다른 진짜 여행을 소개하는 그녀의 여행법.

정말 마음에 든다.

 

 

 

 

 

저자는 호텔에서 지내는 것이 아니라 파리지앵이 사는 집, 스튜디오에서 머문다.

지난 번 살던 사람들의 자취가 물씬 묻어있는, 기름낀 후라이펜이 가득한 집이지만

자신의 방에 언제 빛이 드는지 알 수 있는 정도로 공간을 사랑하게 된다고 하니 그런 느낌 무척 궁금하다.

낯선 공간을 찾아가 적응하는 것도 바쁠 여행에서 자신만의 추억이 깃든 공간을 갖게 된다는 점, 어떤 느낌일까.

 

"오랜만에 돌아온 여행자에게도 추억을 만들어주는 도시가 파리다......

하지만 파리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혹은 거의 흐르지 않는 것처럼 느릿느릿 움직인다.

덕분에 다시 파리에 갔을 때 나는 변치않는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다." - 4page

 

친구들이 저자에게 파리를 자주 찾는 이유를 묻자 늘 그대로의 모습을 갖고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언제 찾아도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 이유도 그런 마음에서가 아닐까.

언제라도 찾아가면 어릴 적 놀던 골목이 있고 내가 살던 집이 있고 그 모습 그대로 있을 것 같아서.

예전에 방문한 기억에 너무도 좋았기에 다시 방문했던 곳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었을 때의 그 실망감은

다시는 찾지 않게될 곳임을 알기에 추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런 실망감을 주지 않는 곳이 저자에겐 파리였던 것 같다.

언제 찾아가도 늘 같은 모습으로 날 기다리는 곳. 추억에 또 다른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파리였다. 애펠탑만 떠올리게 되던 파리가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책상으로부터, 사람으로부터, 책임으로부터, 의무로부터, 번화한 거리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는,

소중한 휴식처다. " - 12page

 

"날씨 좋은 날, 숲과 기나긴 산책로가 이어지는 뤽상부르 공원에 가면 파리 사람들이 모두

집에서 뛰쳐나온 것 같다."  - 34page

 

"공원에 나와 자신만의 휴식 시간을 갖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의 여유는 누군가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 131page

 

책에 소개된 사진을 보면 유독 푸른 잔디밭에 돋자리도 깔지않고

여기 저기 아무렇게나 앉거나 누워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홀로 누워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는 사람, 여러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한자 왁자지껄한 모습,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아빠는 책을 보는 모습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와! 너무도 여유로운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풍경. 돋자리도 없이 성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고 누워있는 모습은 신선했다.

하루하루는 살아가느라 시간에 쫓겨사는 우리네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들에 마음이 허하다.

나도 얼른 저곳으로 달려가 철푸덕 드러누워 따뜻한 햇살 받으며 좋아하는 책한권 여유롭게 보고 싶어진다.

 

"그 풍경 안에 앉아 있으면 행복해진다. 격한 열정이나 특별한 그 무엇이 없어도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여행에서도 새롭고 독특한 것을 좇는 것보다 작은 것에 시선을 맞추면 기쁨이 보인다.

눈부신 햇살 속에서, 내 옆에 앉은 어느 가족의 웃음 속에서 모르는 이의 다정한 눈인사 속에서" - 34gpae

 

 

 

 

 

이 책에 소개된 사진 속 장소는 그 흔한 관광책자에서는 볼 수 없는 곳들이다.

관광객이 득실거리지 않는 곳, 파리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지내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곳,

그냥 쓱 지나쳐가다가도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정있는 곳이었다.

파리인들은 모르는 사람이라도 눈이 마주치면 눈웃음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라고 하니

마음의 문을 열고 먼저 인사하고 웃어주면 더 많은 추억들을 만들 수 있는 곳같다.

 

"마음 속에 혼자 품고 있던 완벽한 이미지와 전혀 다른 현실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바로 낙심한다.

그 누구도 환상을 품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에 대한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 - 60page

 

사람은 같은 것을 보고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추억을 떠올린다.

뭔가에 쫓겨 눈에 넣기 급급한 여행을 하던 내게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을 여행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더이상 어디를 가냐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내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떠나느냐가 문제일 것 같다.


 

 

"엄마가 내 곁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베란다의 식물들도 차례 차례 죽어갔다.

장례식을 마치고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수첩에는 '우리 식구들을 위한 텃밭 만들기'라는 목표와

작은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서 엄마는 진짜 밭도 아닌 베란다에서 작은 텃밭을 만들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 70page

 

파리의 호젓한 정원에서 떠올린 저자의 지난 추억이야기는 마음을 아련하게 한다.

나도 여행을 하며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자의 눈을 따라가며 보게되는 파리의 풍경들은 너무도 생생하고 정감이었다.

꼭 같이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든다.

파리를 여행할 수 없겠지만 책 속 사진을 보고 또 그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며

파리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따뜻한 여행을 체험했다.



 

 

 

 

 

창문 사이로 뜀박질하고 있는 고양이가 그려진 골목, 사방이 식물로 둘러싸인 아파트,

한가롭게 공원에 누워 있는 사람들 속에서 푹 퍼져 누워있는 나를 언제가는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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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홀리데이 (2013~2014년판, 휴대용 맵북) 최고의 휴가를 위한 여행 파우치 홀리데이 시리즈 3
이동미 지음 / 꿈의지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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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홀리데이 내 생애 최고의 휴가

 

"여행하며 밥 벌어먹고 사는 글쟁이" 라는 저자의 소개글을 보고 와아!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여행하며 밥먹고 산다니 정말 부럽다는 말밖에 안나온다.

깊숙하게 들어가면 그들만의 애로사항이 수두룩하게 나오겠지만 그런 것들은 눈에 하나도 안들어오는 순간이다.

해외여행이라고는 얼마전 가족여행으로 갔던 사이판이 전부인 내게는

도시 여행을 좋아해 베를린, 이스탄불, 방콕과 같은 세계의 도시를 무대로 살아간다는 말에도 격하게 부러움이 밀려온다.

내가 평생 가도 못가볼 곳이기에 저자의 여행기에 절로 눈이 갈 수 밖에!

 

 

 

 

 

해외여행을 처음 준비하다보니 정말 모르는 것이 많았다. 뭘 모르는지를 몰라서 찾아보지 못했다.

이 책을 여행 전에 만나봤다면 지금보다 더 만족스러운 여행준비를 할 수 있었단 생각이 든다.

많은 여행서를 접해봤지만 완전 초보자를 위한 깨알같은 세심한 설명을 듣기가 힘들었다.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 제발 아주 쉽게 처음부터 알려주는 책이 필요해!라는 말을 하게되는데

다른 여행서와 비교해서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흡족한 책이었다.

쌩초보를 위한 완전 사소한 것까지, 이런 것도 알려줘야 해?라는 생각이 드는 여행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저자가 만들어주면 참 좋겠단 생각을 했다.

꼭 여행사에서 패키지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는 일을 그대로 알려주는 책이라고 해야할까?

자유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말 도움이 될텐데말이다.

요즘 접하게 되는 여행서들은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고 도대체 어떻게 준비를 해야하는지는

뒷부분에 적은 분량이 페이지로 무조건 해보면 된다고 하니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물론 사람이 닥치면 다 하긴 하겠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여행을 닥치는 대로 하기란 불가능하다.

 

 

 

 

 

 

"방콕은 보통 2박 3일, 3박 4일, 4박 5일로 가는 여행지가 가장 많다.

하지만 개인의 성향과 여행 패턴에 따라 이 기간은 충분할 수도, 모자랄 수도 있다.

이 도시를 다양하고 풍성하게 즐기려면 최소 3박 4일은 필요하다.

4박 5일로 오는 여행자 중에 파타야나 코사멧을 일정에 넣는 경우가 많은데, 방콕을 여러 번 와본

여행자가 아니라면, 애써 다른 지역까지 가지 말고 방콕에서만 머물기를 권한다."

 

"툭툭은 정해진 금액이 없으므로 가장 흥정이 필요한 수단이다. 흥정을 해도 비싼 경우가 많으므로

재미를 위해 한두 번 정도만 타고, 많이 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갑자기 돈이 필요한 경우가 있으니 일정 금액을 따로 챙겨두거나 신용카드를 준비하자." -365page

 

 

 

여행을 경험한 사람만이 알고 있는 여행tip도 담고 있어서 자유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항공권 확보부터 여권확인, 여행일정 계획, 여행예산짜기, 숙소 예약, 여행자보험 가입,

환전하는 방법, 가져가기 편리한 준비물에서 손톱깍기와 면봉이 없으면 아쉬운 물품 1호로 뽑았다.

방콕입국에서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방법, 방콕필수 정보들까지 전체적으로 자유여행 준비의 큰 테두리를 알려주고있다.

세부적인 내용들을 접할 순 없었지만 어떤 목록을 확인하고 어떤 것들을 알아봐야할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 이상을 찾아보는 것은 독자의 몫이 될 듯하다.

 



 

 

 

해외패치지 가이드 여행에 신물이 난 사람이라면! 방콕 홀리데이를 보면서 자신만의 자유여행을 꿈꾸게 된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방콕 홀리데이 100배 활용법을 읽다보면 아! 정말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여행충동을 마구 느낀다.

방콕의 환상적인 풍경과 함께 내가 꼭 보고 싶은 것, 먹을 거리들을 한번 쓱 살펴보면서
첫번째 방콕 꿈꾸기 단계는 저절로 통과!

 

여행 스타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목적에 맞는 여행 스케쥴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가족여행인지, 식도락여행인지, 누구와 함께하는 여행인지에 따라 다양한 여행일정과 스케쥴을 알려주고 있다.

다른 지역의 자유여행을 생각하고 있어도 책 속 여행 스타일 정하는 방법을 참고하면 도움이 되겠다.

 

숙소 정하는 것도 정말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는데 방콕은 특급호텔도 다른 도시의 절반 값이라며 마음껏 욕심을 부리라는 저자의 말에

인터넷 검색을 해볼 용기가 솟아난다. 가이드없이 자유여행을 하면 영어가 필수일거라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많은 않다고 한다. 역시 여행은 어느 정도의 과감한 용기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저자가 들려주고 보여주는 방콕의 이야기와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방콕이 이렇게 볼 것이 많고 먹어볼 것이 많고 가봐야할 곳이 많은 것이였던가!라고 놀라며

3박 4일의 여행기간이 방콕을 여행했다가로 말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언제 가도 든든, 가족을 위한 호텔 Best 3 부분을 보며 내가 지금껏 생각하고 있던 방콕여행이

생각과 달리 이렇게도 멋질 수도 있구나를 느낀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들을 위한 편안한 휴식, 레스토랑 종류도 많고, 넓은 수영장을 갖춘 5성급 체인 호텔,

부엌과 세탁기 등이 잘 갖추어진 아파트먼트도 소개되고 있는데 아이들과 가족여행으로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지도위치, 주소, 전화번호, 대중교통이용방법, 비용, 웹사이트까지 각 호텔에 관한 깨알같은 정보도 담겨있다.

방콕에서 가장 싸게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직접 호텔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 예약하는 방법인데 방콕 여행통들에게는 타이호텔뱅크가 가장 좋다고 한다.

 

"직접 발로 뛴 세세한 리뷰가 많아 도움이 되며,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호텔 딜도 많으며

새로 생긴 호텔도 빨리 올라온다." -124page

 

자유여행의 만족은 열심히 손품과 발품을 판만큼 얻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여행고수가 알려주는 독자성향에 맞는 여행 팁을 엿볼 수 있었다.

방콕! 나도 한번 떠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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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들 - 역사 테마 소설집 바다로 간 달팽이 9
강기희 외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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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들 그들이 만들어준 '오늘'

 

 

"독종 같은 새끼, 끝내 바른말 하지 않지?"
"아닙니다."

얼굴이 찢어진 것처럼 그의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나온 다음에야 담임선생은 손을 멈췄다.
그제야 나는 바닥에 쥐새끼를 닮은 벌레처럼 나동그라졌다. -201page 벌레들 중에서

 

이제 겨우 3학년짜리 아들의 입에서 나온 '명치유신'의 진짜 뜻때문에

아버지는 대통령의 시월유신 조치 비방자로 몰릴 뻔했고

아들은 피투성이 얼굴을 보며 썩소를 날리는 담임에게 단원 만원의 치료비만 주머니에 찔러 넣게된다.

책 속 [벌레들]의 이야기다.

 

청소년들을 위한 역사테마소설집이라는 말에 쉽게 들었다가 마음의 울림이 너무도 크다.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절 최루탄 냄새가 코를 찌르는 동네길,

뉴스 시작마다 첫머리를 장식하던 대통령의 사진,

관공서마다 붙어있는 대통령의 사진들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인데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 시절, 모두들 눈감고 모르는 척하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 외면이 과거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 그저 예전의 일이라고만 치부되는 듯하다.

3.1절을 삼점일이라고 읽는 아이들. 역사를 수학공식처럼 외우는 것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더이상 역사의식을 강요하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런 생각으로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의식, 역사에 대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싶어한다.

 

역사적 사건을 경험하지 못했던 청소년들이 단편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사적 한 순간을 경험하고 있는 소설속 인물의 마음을 듣고 공감하게 된다.

조선 말의 동학부터 최근의 촛불 집회까지의 이야기를 짧은 단편들로 담아냈다.

처음부터 읽어야할테지만 도대체 왜 제목을 벌레들이라는 말로 지었을까?

그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마지막 제목 '벌레들' 단편을 먼저 읽어버렸다.

 

"벌레의 생각도 우리가 그것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꼭 벌레 같을 것 같고,
벌레가 글을 쓴다면 그 글도 꼭 벌레 같겠지요.
때로는 사람도 벌레 같을 때가 있고, 벌레의 생각처럼 보일 때가 있는데
정말 벌레라면 그렇지 않을까요" - 183page 벌레들 중에서

 

"같은 일을 놓고도 세상 주류들의 생각은 이렇구나.
무엇이 옳고 그름을 떠나 그들은 우리에게 너희들도
이렇게 생각해야지 주류로 들어올 수 있는거라고
말하고 있구나. 그 앞에 우리들의 생각이나
존재는 참으로 작은 벌레같구나. 저절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184page 벌레들 중에서

 

"돌아보면 그로서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둡고도 가슴 답답한, 어떤 벌레와의 악연이었다." - 벌레들 중에서

 

미선, 효순사건을 계기로 퍼지게 된 촛불집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과연 주류의 이야기가 벌레들의 이야기를 짓밟아야하는 진실일까라는 의문이 들게된다.

언론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자신의 생각과 역사적 의식으로 거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느끼게된다.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배웠으면 좋겠다.

 

동학농민운동,의열단의 독립운동,제주4.3,
국민보도연맹,부마항쟁,삼청교육대,광화문촛불까지.

국사책으로 접하면 너무도 어렵고 부담스럽기만 할 이야기들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에게 국사책보다는 이 책을 먼저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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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 - 개정판 다빈치 art 12
이중섭 지음, 박재삼 옮김 / 다빈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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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여신 이중섭 책

 

요즘 드라마에 책이 정말 많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주군의 태양에서는 폭풍우치는 밤에라는 동화가 주목을 받고

소년, 소녀를 다시 만나다에서는 마스다 미리 시리즈가 등장하고

결혼의 여신에는 이중섭 책이라 불리는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이 나왔습니다.

영화에서 책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것은 많이 봤지만

드라마에서 이렇게 책이 나오니 새롭습니다. 책과 관련된 드라마가 대세인걸까요?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건 이 책들이 다 드라마의 이야기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에요.

책을 읽고나서 드라마를 보면 괜스레 더 재미있어지는 현상!

과연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풀어갈지 상상하며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두 주인공이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납니다.

남자는 여자가 색연필과 볼펜으로 줄을 치고 그림을 그리며 느낌을 적어놓은 것을 보며

여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중섭생가를 함께 방문하게 되는데요.

그곳에서 남자가 던진 대사가 이 책이 말하고자하는 걸 콕 짚어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순수한 사랑? 글쎄요.

왜 이중섭하고 이중섭 부인의 사랑이 이렇게 책으로 남고, 기념으로 남았겠어요.

없으니까 이렇게 된 거죠. - 남자 주인공의 대사

 

지금 시대에는 없는 사랑.

남녀의 지고지순한 애절한 사랑이 점차 시들시들해지고 있는 것 같은 요즘.

도시인들에게 부부간의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에 깊게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인 것 같습니다.

 

 

 

 

 

 

 

이중섭의 편지와 그림들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내용을 알기 전에는 이중섭의 그림에 관한 이야기일거란 생각을 했는데

책을 다 읽고나면 그림보다 그와 그의 아내, 두 아들에게 시선이갑니다.

아내와 이중섭이 주고 받은 편지의 내용은 강인한 소 그림으로 각인된 이중섭을 다시 바라보게 했습니다.

 

일제 치하때 이중섭은 일본 제국미술학교를 그만두고 분카가쿠엔 미술과로 옮겼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야마모토 마사코(이남덕)을 만났는데요. 아! 이중섭의 아내가 일본인이었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검색을 통해서 책에는 언급되지 않은 이중섭에 대해서 찾아보았습니다.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고 친형이 친일파로 체포당해서 처형을 당했다는 걸 들으니

왜 아내 마사코가 그와 함께 한국에서 살지 못했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아! 그런데 편지 내용에서는 이렇게 절절하게 사랑고백을 하는 이중섭이

졸업후 정혼자인 마사코를 나두고 잠시 피아니스트, 최승희의 수제자와 잠깐의 연애에 빠졌다는 사실을

충격적이었습니다! 설마 아닐꺼야!라고 애써 부인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6.25 사변이 일어나고 유엔군이 북진할 즈음 부인과 두 아들은 일본 동경으로 건너갔고
이중섭만 홀로 한국에 남아서 작업에 매진했다고 합니다.

홀로 한국에 남았던 이중섭의 생활은 부유했던 어린시절과는 너무도 달랐던 듯 싶습니다.

지인들로부터 식료품과 도움을 받아야했던 처지.

생활고에 허덕이면서도 그림에 매진하는 남편을 어떤 심정으로 바라봤을지

오롯이 두아이를 키워야하는 엄마의 입장으로 그 마음이 공감가는 건 왜일까요?

제가 너무 속물적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이중섭이 그림을 그리면서도 늘 생각했던 것은 가족과 함께 사는 행복한 삶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서 대작을 그려서 아내와 아들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그 마음을 너무도 잘 이해하고 알고 있기에 아내 남덕은 그를 위해 삯바느질등의 일도

건강을 헤쳐가면서까지 열심히 살았던 것 같습니다.

 

 

 

 

 

 

 

책 속 편지 내용을 보면 아내도 그런 생활에 대해서 불만을 표출했던 것 같습니다.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지만 않았어도 이중섭의 일생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당시 27만 엔이면 2,3인 가족의 일 년 생활비에 해당하는 큰 액수였다.

이남덕은 이 돈을 갚기 위해 바느질, 뜨개질 등을 닥치는 대로 하다가 건강을 해치게 되었다."

 

나긋나긋하게 나의 소중한 특등으로 귀여운 남덕으로 시작하는 편지들과는 달리

아내의 불만에 답장한 이중섭의 문체에도 격한 마음이 느껴지네요.

이중섭도 천재 화가이기 이전에 평범한 가장이고 아버지였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의 이중섭을 만나게 됩니다.

 

 

 

 

 

 


밀항하여 가족을 만났지만 굴욕적인 처가신세가 싫어서 귀국하였고 줄곧 가족과의 재회를 염원하다가

1956년 정신이상과 영양실조로 40세에 적집자병원에서 죽었다고 알려져있는데요.

그의 마지막이 책에서 느껴진 것과는 달리 너무도 고독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신이상과 영양실조.

매 편지에 구구절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 조금만 기다리면 잘 살 수 있나는 희망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아내를 향한 마음도 편지를 통해 알 수 있었지만 제일 눈에 들어 온 것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였습니다.

글을 못읽는 아이에게 읽어주라며 짧지만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

 

"태성아, 아빠는 태현이와 태성이를 정말 사랑해요."

 

이중섭이 그린 아이들의 그림이 왜 그토록 정감있었는지. 이 편지들을 보며 이해하게됩니다.

두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재미있어할 그림들을 편지와 함께 그려줬다는 이중섭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책에는 평소 잘 접하지 못하는 이중섭의 그림들이 실려있습니다.

특히 가족에 관한 그림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동봉한 그림을 보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그림들을 그렸는지

그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집니다.

 

 

 

 

 

 

 

 

"당신과 아이들 생각으로 가슴이 조여서 어제저녁엔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오.

당신과 아이들이 정말 보고 싶소.

당신과 아이들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보고 싶다. 보고싶다를 반복하기만 할 뿐

속절없이 소중한 세월만 보내고 있구려.

왜 우리는 이토록  무능력한가요?"

 

이중섭의 이 편지를 적어가며 그 당시 그의 마음이 너무도 와닿아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앞으로 그의 그림을 볼때마다 이 문장이 떠오르며 사랑과 아픔과 외로움과 희망을 보게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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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2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2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발해 시대 보물찾기 한국사탐험 만화 역사상식 8
곰돌이 co. 글, 강경효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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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리 중국의 역사가 돼 버린다고?

 

 

물고기 모양으로 생긴 이것은 2009년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개편때 러시아에서 대여한 발해시대의 청동부절입니다.
5.6cm의 길이로 두개가 짝을 이루면 합동이라는 글자가 완성된다고 하는데요.

한쪽은 중앙정부에서 보관했다고 합니다.

벌써 몇년 전의 일인데요.

 

 

 

 

 

 

실존하는 이 청동부절을 소재로 삼아 아이들에게 발해시대를 쉽게 접하게 하는 보물찾기가 나왔습니다.

청동부절이 발해의 유물이라는 것도 얼마 전 발견된 사실조차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보물찾기에서 말하고 있는 것 처럼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정말 소리소문없이

우리의 역사가 모조리 중국의 역사가 돼 버리는 건 아닐지 순간 오싹해졌습니다.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중국이 추친한 동북쪽 변경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
- 동북공정

 

독도가 자기네땅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소식에 뒤이어 중국의 동북공정도 당황스러운데요.

2002년부터 꾸준하게 해오는 프로젝트라니 정말 너무도 역사에 대해 방관하며 모르고 살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일본처럼 세계 곳곳에 조금씩 조금씩 자신들의 의견들을 심어놓고 있는 건 아닌지,

그저 모르는 척, 관심없는 척 하고 있다가 뒷통수를 세게 얻어 맞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중국의 동북 공정 논리로 역사를 바라보게 되면
중국의 영토 안에 있었던 고조선과 고구려, 고구려를 이은 발해까지,
모조리 중국의 역사가 돼 버린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의 뿌리가 뿌리째 통째로 흔들리는 위기!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중국이 우리나라 학자들이 발해 유적에 접근도 못하도록 엄격하게 막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발해 역사를 동아시아 전체의 역사로 보고 연구하는 입장이라 발해 유적 발굴 내용을 공유하려고 하는데

너무도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한국사가 지금 수능 필수 과목이 아니기에 학생들에게 역사 수업이 소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수업이 된다고 해도 예전과 같은 수업방식은 이제 그만해야할 것 같아요.

시험을 위한 주입식 역사가 필요한게 아니라

우리가 왜 발해를 알아야하는지, 기억하고 있어야하는지, 연구해야하는지를 아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말 중요한 역사수업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2017년에 또 수능 필수 과목으로 채택된다고 떠들썩한데 수험생들의 머리만 터지게 하는 일이 되지 않았으면 해요.
시험에 나오는 과목이라고 공부를 하게된다고 역사의식이 생기는데 아닌데 말입니다!

한국사 수능 필수 과목 채택 소식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기엔 마음 한편으로 참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고려가 발해 역사책을 만들지 않은 건 잘못한 것이라는 조신시대학자 유득공처럼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더라도 꾸준한 연구와 관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발해시대 보물찾기를 보면서 정말 발해에 대해서 알려진 것들이 많이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당시의 지도를 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멸망했는지 조차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니 발해에대해서 알면 알수록 참 안타깝습니다.

유득공의 말처럼 조금만 더 빨리 발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발해는 더 많은 것을 보여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해동성국이라 불리며 번영을 꽃피웠지만 순식간에 멸망하고 만 나라. 발해.

이제 중국의 동북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많은 관심을 갖어야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우리 발해의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일거란 생각이 들어요.

막상 설명해주고 싶은데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저부터 역사 공부를 좀 해야겠습니다.

역사. 그동안 너무 모르고 살았던 게 후회가 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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