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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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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친구가 어떤 것인지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라는 문구에 눈이 갑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진정한 친구를 만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되는데요.

어린 시절 친구는 묻고 따지지도 않고 마음을 주고 받았다면 어른이 된 이후에 만나는 관계는

아무래도 이해관계로 엮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내 속마음을 다 드러내 보이진 않게 됩니다.

몇번은 어린 시절친구처럼 다가갔다가 크게 상처를 받기도 하면서 점점 그런 깊은 관계는 만들지 않게 되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게 되는데요.

이오덕과 권정생, 이 두사람이 주고 받은 편지를 보며 어른이 되서 우정을 나누는 것.

그게 꼭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더이상 누군가에게 마음 속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꺼내놓기는 어렵다 생각할 나이.

이 둘은 마흔아홉, 서른일곱에 만나 편지를 주고 받으며 마음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됩니다.

1973년부터 2002년까지 이어온 이오덕과 권정생이 주고받은 편지들은 긴 세월 끊이지않은 서로의 우정을 엿보게 합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는 것, 손편지로 마음을 드러내보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됩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손편지, 편지라는 것을 쓰지 않습니다.

그대신 문자나 이메일을 사용하죠. 그래서인지 그 마음이 그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글에도 마음이 담겨있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온라인을 통한 글전달은 보내는 사람의 의도와는 다르게 마음이 전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한자 한자 정성들여 써내려간 손편지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를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요즘은 어떠냐고 안부를 묻는 손편지를 받게 된다면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참 따뜻해질 것 같습니다.

권정생, 그의 삶을 알게되면 참 안타깝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왔지만 전쟁과 가난으로 스무 살에 결핵에 걸렸고 홀로 아프게 살았다고 합니다.

죽을 힘을 다해 동화를 썼다는 저자의 약력 문구에 마음이 찌릿찌릿해집니다.

그의 동화책 '강아지똥'을 읽다보면 정말 마음이 찡해지고 마는데요. 그의 삶이 보이는 것 같아서란 생각이 듭니다.

한평생 참 외롭게 살았다는 생각에 더 마음이 아팠는데 그의 곁에는 이오덕과 같은 마음 따뜻한 사람도 있었단 생각이 드니 그 안타까움이 덜하긴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게 권정생 곁에 있었다면 더 좋았겠단 생각도 듭니다.


"출생지가 남의 나라였던 저는 여지껏 고향조차 없는 외톨박이로 살아왔습니다.

아홉 살 때 찾아온 고국 땅이, 왜 그토록 정이 들지 않는지요?

나에게 한국이라는 조상의 나라가 있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어머니의 무명 치마폭에서만 느낄 수 있었을 뿐입니다.

소외당한 이방인이었습니다.

고국은 나에게 전쟁과 굶주림, 병마만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 위에 몸서리쳐지는 외로움을......

누가 자기 나라를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답니까?

나는 무던히도 나의 이 한국 땅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메말라진 흙 속에 한 방울 찾을 수 없어, 여지껏 목말라 허덕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사람이 싫었습니다. 더욱이 거짓말 잘하는 어른은 보기도 싫었습니다.

나 자신이 어린이가 되어 어린이와 함께 살다 죽겠습니다."

- 13page


권정생의 편지를 읽다보면 그 외로움과 아픔이 느껴집니다.

이오덕에게 마음을 열어놓으며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있었단 생각이 듭니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원고료를 받지 않아도 어디든지 그냥 발표해 달라는 권정생과

어떻게해서든 원고의 가치를 인정받고 원고료가 있는 곳에 발표하려는 이오덕, 두 사람의 마음씀씀이도 보입니다.


교도소에서 금방 나온 사람이 10년 형기를 끝내고 갈 곳이 없다며 권정생의 집에 글의 주소를 보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가난한 권정생을 그를 내치지않고 이오덕에게 그 사람의 살 길까지 부탁합니다.

동화책에서도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만 편지를 통해 알게되는 권정생은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아무도 없는 이 언덕빼기 집이 그래도 가장 편안하게 누워 있을 수 있으니, 서글프지만 괜찮아요.

어딜 가도 무엇을 해도 누구와 같이 있어도 자꾸 목이 메고 눈물겨워집니다.

요즘처럼 울면서 지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 313page


돈이 생기면 자신을 위해 쓰기보다 다른 곳에 쓰길 바라던 권정생.

보면 볼수록 참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요즘처럼 자신을 제대로 챙겨야 살아지는 세상에서 사뭇 정있는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참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편지 한줄 한줄 느껴지는 외로움이 느껴져 더 안쓰러움이 느껴집니다.


평생 서로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을 담은 편지들이었습니다.

누군가 나를 이렇게, 나도 이렇게 누군가를 마음 깊이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오덕과 권정생 그들은 함께해서 참 행복한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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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편견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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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틀렸어. 다음 생애는 잘 살아볼 거야. 이렇게 투덜대던 벗이여 다음 생은 벌써 시작되었다."


책 표지 문구에 끌려 계속 이 문구룰 읽게 됩니다. 이번 생은 틀렸어. 이런 생각은 가끔씩 살면서 하게 됩니다.

왠지 이번엔 힘들 것 같고 의지박약에 기회가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더해지는데요. 다음 생이 진짜로 있건 말건 그건 중요하지 않죠.

결국은 지금 내가 어떻게 이번 생을 살아내느냐가 중요하니까요.

투덜대던 당신! 정신 좀 차려봐란 말을 던지고 있단 생각에 책 속 이야기는 과연 어떤 말을 건네올까 궁금했습니다.


흔히들 사람들에게 편견을 갖지 말라고 합니다.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고 눈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라고.

편견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고. 그런데 작가는 편견을 사랑한답니다.

그런데 그 편견은 아름답고 올바르답니다. 편견이? 어떻게? 작가가 말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해집니다.


이 책은 2008년 11월부터 2012년 5월 경향신문에 손홍규의 로그인이라는 칼럼에 연재된 글을 묶었다고 합니다.

긴 호흡의 이어지는 글이 아닌 짧은 글들이기에 좀 더 손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라면과 계란"이라는 글에서 라면에 계란을 넣지 않는다고 아버지는 고함을 지르며 분개를 합니다.

딱히 계란을 꼭 넣어 먹어야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만 아들의 사는 꼴이 탐탁지 않았기에 아들에게 무언가 훈계를 하고 싶지만

머리 굵은 아들이 들어줄리 만무해서 코투리를 잡았던 것입니다.

아들은 다음부터는 반드시 라면에 계란을 넣어 먹는다 약속을 하고 말았는데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합니다.

그 뒤론 꼭 라면에 계란 한 알을 넣어 먹는데 오래 살 것 같은 행복한 착각이 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뭐 대단할 것도 없는 단순한 라면과 계란에 관한 이야기지만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평범함에서 뭉클한 뭔가를 끄집어냅니다.

왠지 산문이라고 국어 교과서에 등장할 것만 같은 무거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처음 산문집이라는 단어에 어렵지않을까란 편견을 가졌습니다.

물론 후반부에는 조금 무거운 이야기들도 등장합니다. 주관이 있기에 모든 이야기들에 고개를 끄덕이긴 힘들수도 있겠지만

초반 길고양이를 한마리 입양해 키우며 일어난 일들을 들으며 참 정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과 주변의 따뜻함을 소소하게 담아내는 이야기를 읽어가며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충무로 어느 식당에서 배달을 하던 시절, 눈이 엄청 많이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저자는 눈길을 헤집고 배달을 하다 미끄러져서 쟁반을 엎어버리고 맙니다.

자신의 하루치 급료보다 비싼 음식값과 뚝배기값 변상할 생각에 걱정이었던 그에게 식당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어떤 대답을 건넸을까요?

과연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떤 말을 건넸을지 상상해보며 저자의 말처럼 상처받은 사람에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되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저자가 사는 세상은 지극히 현실적인 세상입니다. 목돈이 없어 전세를 얻지 못해 월세방만 전전하며 잦은 이사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생을 한탄하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런 그의 생각들이 지독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힘이 되줄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랑을 할 때 상대방의 장점만을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을 말할 때 상대방의 아름다움만을 일컫지 않는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을 때 각오가 되어 있다. 그이에게 내가 알지 못하는 단점이 있더라도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추함이 있더라도

기꺼이 용납하고 감싸주겠다고. 그러니까 결국 사랑이 요체도 이해에 있는 것이다." - 123page


두페이 분량의 짧은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 틀에 딱 갇혀 사는 나를 돌아봅니다.

각박한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좀 더 따뜻하게 살아도 될 것 같습니다. 내 것 챙기기에 바쁘게 살기보다 내 것 좀 덜어내주고 살아도 될 것 같습니다.

편견이 필요하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었는데 '편견을 사랑함'이라는 이야기에서 철거민들에 관한 이야기를 할때 그렇게 말한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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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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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사람을 볼 때 51점만 되면 100점 주자, 목마른 자에게는 물을 주어야지 꿀 주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진심보다 태도이다,

미워할 것은 끝까지 미워하자, 땅은 원래 사람 것이 아니니 죽을 때까지 단 한 평도 소유하지 않는다. 따위를 생활신조로 갖고 있다." - 작가 소개 중에서


"글쎄, 왜 쓸까. 당장 대답하기 좋기로는 원고료 때문이다. 이거 틀린 말 아니다.

원고료 없으면 쓰지 않는다. 내가 일기를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원고료가 없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들 탄원서 또는 파산신청서 같은 것을 쓰거나 고쳐주는 경우는 간혹 있다)

나는 직업이 작가다. 소설가다.

원고를 쓰고 돈을 받아야 쌀 사고 전기료와 수도세, 방세를 내고 딸아이 납부금도 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대답하면 성의 없다고 할 것이다. 이것도 맞다." - 6page


작가소개에서 아! 이 작가 뭔가 색다른데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왜 쓰는가란 질문에 대뜸 이런거 물어보는거 아니라면서 원고료 없으면 쓰지 않는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이 작가, 급 호감으로 다가온다. 가식적이지않은 솔직함을 담고 있을 듯하다. 책을 읽다가 멈춰 한창훈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검색하게 만들어버린다. 알면 알수록 궁금해지는 작가다. 강연회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 그의 글들이 궁금해진다. 지금까지 왜 모르고 있었을까?싶다.


이 책은 저자의 첫 산문집 "한창훈의 향연"을 개정한 것으로 일곱 편의 글을 새로 담았다. 책 제목처럼 글쓰기를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다. 어려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처음 책을 들었을 때는 왠지 무거운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한장 한장 읽어갈 수록 사람냄새 폴폴나는 이야기란 생각에 한줄한줄 꼼꼼하게 읽어가게 된다.

대충 읽어갈까하다가 다시 자리잡고 앉아서 천천히 읽게되는 이야기다. 글은 참 거칠고 진솔하다. 그래서 더 가까이 다가가게된다. 책 속 이야기가 작가의 이야기기에 한창훈이란 작가에 눈이 간다. 그는 제대로 문학수업을 받지 않은 작가라한다. 삶을 치열하게 살았다. 오징어잡이배를 타기도 했고 포장마차도 하고 다방 DJ, 공사판 잡부까지 다양한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그가 드려주는 이야기가 더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무심코 돌아보다가 동서가 자기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통에 넣는 장면을 보았다. 그가 화장실 갈 때마다 갑자기 팔렸다는 것은 동서 돈이었다.

동서의 고마운 그 마음 하나 의지 삼아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서 그녀는 웃었다." - 36page


걸쭉한 입담을 자랑하는 연등천의 여인들, 소주 안주로 커다란 양은냄비에 물과 함께 날로 푼 달걀 다섯개, 가을 운동회 날 잘 달리다가 손에 든 쪽지 하나에 멈추고 만 누나가 등장하는 앞부분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이렇게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다음이 궁금해져서 손에 놓지 않게 하고 쉽게 읽히는 거 그런게 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글쓰기를 가르쳐주는 책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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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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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의 <걸어본다>

여행이 아닌, 관광이 아닌, 바야흐로 산책. 느긋한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거닐 줄 아는 예술가들의 산책길을 뒤따르는 과정 속에서 저마다의 '나'를 찾아보자는 의도로 이 시리즈는 시작했다. 좁게는 내가 사는 동네에서 넓게는 내가 사는 나라에 이르기까지. 산책이라는 '오감 열기'를 통해 나만의 사유 자유 여유를 확장시켜가는 발 디딤의 아름다움을 '삶'이라 불러보기 위함이랄까. 만만하나 그리 간단하지 않은 텍스트들이 곳곳의 이름으로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이다.


시리즈의 의미가 참 인상깊다. 박상미 에세이 나의 사적인 도시는 난다 출판사의 걸어본다 시리즈의 세번째이야기다.

이 책은 저자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자신의 블로그에 뉴욕에서의 삶을 기록한 글들을 수정해서 담은 것이다.

오랜 기간 뉴욕생활을 하면서 한국의 친구들과 공유하기 위해 시작했던 일기같이 쓰여지던 글들이다.

책으로 내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던 그녀에게 700장이나 되는 분량의 블로그 포스팅 출력물을 들고온 '사적인'친구가 궁금해진다.


"나라는 짐승은 무슨 먹이를 찾아 어떤 발로, 어떻게 걷고 있을까. 어떤 길을 다니고, 어떤 풀의 냄새를 맡고, 어디서 물을 먹으며, 가끔씩은 멀리 보기도 할까.

실제로 원고를 읽어나가니 길고, 암담하고, 눈물나고, 때로 눈앞에 환해지기도 하는 여행이 시작된 듯했다." - 서문에서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담았던 블로그의 글들을 수정해가며 그녀는 '자귀 짚다'라는 표현을 한다.

짐승을 잡기 위해 그 발자국을 따라간다는 뜻이라는 '자귀 짚다'.

나는 10여년동안 블로그에 글을 옮기며 내 글을 다시 읽어보고 정리해본 일이 없다는 걸 깨닫게된다. 나도 한번쯤 내 발자국을 따라 '자귀 짚다'를 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일상적이고 사적인 이야기라고 한다. 특별한 뭔가가있을까? 저자의 특별한 뉴욕, 그녀의 사적인 도시엔 뭐가 있을까? '뉴욕'이라는 왠지 멋들어진 분위기의 도시에서의 삶이기에 호기심이 동한다. 시간 순서에 따라 1부에서 4부로 나눠지긴 했지만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어도 상관은 없을 듯하다.


일기같은 기록이라고 했지만 번역가이자 예술가, 에세이스트의 글이라서 그런지 수다스러운 일상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뉴욕의 문학, 패션, 미술, 뮤지컬등에 관한 전문적인 냄새가 풍긴다.  여행에세이나 일상을 들려주는 에세이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저자를 조금 더 알고 이 책을 본다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일 것 같다.


"처치 스트리트로 걸었다. 알 만한 뉴오커들은 다 아는 홈메이드 파키스탄 음식점 파키스탄 티하우스에 들러 싸로가 양고기 스튜를 사 들고 작업실로 돌아왔다.

오래전 이윤기 선생 책에서 읽었던가. '탄'은 '땅'과 어원이 같다고.

음식을 담아주는 아저씨나 나나 쌀 먹는 사람들이 빵 먹는 나라까지 참 멀리도 왔다." - 98page


큐비즘의 영향을 받은 추상 작가로 알려진 프란시스 피카비아? 저자는 알고 있지만 예술을 잘 모르는 내게는 생소한 그런 단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쉬운 점은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쪽에 더 관심이 있고 알고 있다면 저자가 뉴욕에서 직접 본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와닿았을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좀 더 친절하게 사진설명을 덧붙였으면 좋았겠다란 생각도해보지만 그러면 에세이가 아닌 전문서적이 될테니... 궁금한 것들은 검색을 통해 내가 직접 찾아보는 걸로 만족해야할 것 같다.


"뉴욕타임스에서 기사를 읽은 <모피를 입은 비너스>를 보러 갔다. 마광수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때 읽은 책이었고, 데이비드 이브가 썼다고 하고, <아메리칸 뷰티>에 나왔던 웨스 벤들리가 나온다고 했다.(그 가슴 미어지게 아름답던 소년!). 이스트빌리지 13번가에 있는 '클레식 스테이지 컴퍼니'라는 작고 명망 있는 극장이었다." - 291page


뉴욕에서 저자가 살았던 일상은 한국의 주부로 살고 있는 나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일상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느끼는 일상도 남다르다.

그녀의 지난 발자국을 따라가보며 이런 생각으로 하루 하루를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란 생각에 잠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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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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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이 문구를 읽고 있으면 나는 어떤 가치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를 생각하게 된다.

순간 멈춤. 머리가 멍해지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이 키우느라 먹고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가치'라는 단어는 점점 나와는 상관없는 단어가 되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다가 어느 순간 지금 내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공허함이 느껴질 것 같아 두렵다.


저자는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 이란 태도를 통해 삶의 문제를 접근해간다.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에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세상의 모든 의미는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라 말하는 저자에게선 자신감이 넘쳐난다.

10년간 칼럼, 방송, 강연을 통해 다져진 내공이 담겨져 있어서일까.


"문단에서 등단하지 않았다고 해서 '작가'라고 불러주지 않는 것에 화가 나는 게 아니다.

작가, 라고 불러줘야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어색한 머뭇거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버리고 마는 그 무신경함에 나는 짜증이 났던 것 같다."

- 133page


미등단 작가로서의 고백도 솔직하게 담았다. 어쩌면 마음에 담고 꿍하고 있어야 할지도 모를 예민한 상황인데 이 작가 참 솔직하다.

한국의 글쓰는 사람들은 글만 써서는 밥을 먹고 살지 못한다고 말한다.

예술은 배고프다고 했던가. 초판도 미처 다 팔리지 않는 작품들이 수두룩하다고 하니 '작가'라는 타이들 아니 '등단한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어야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도 먹고 살아야하니까!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평소 막연하게 받고 있던 스트레스들을 직면하게 된다. 애써 외면하고 싶고 머리아프다는 핑계로 생각하지 않으려는 것들을 하나 둘 끄집어내서 잘게 잘게 부숴버린다. 머릿속이 꽉 차서 답답하다면 저자의 글을 통해 차근차근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제한된 인생이 시간 속에서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데에 시간과 마음을 더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 95page


인간관계 스트레스 대처법에서 들려주는 말들의 결론에 정말 끄덕끄덕하게 된다.

대부분 사람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때문이다.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

좋아하는 사람이나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신경쓸 에너지도 부족한데 다른 곳에 집중하고 있으니 한편으론 참 바보같단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다 좋아한다고 하면 당신에게 문제가 있을 것이다. 당신은 모두를 기쁘게 할 수는 없다는 파울로 코엘료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고 다 나를 좋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 사고부터 바로잡아야겠다.

나답고 편안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중요한데 그걸 잊으면서 사는 것 같다.


"내가 누군가를 미워할 때는 상대보다 '나'에 대한 일말의 진실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니 초점을 상대에게 두기보다

자신의 마음에 먼저 두어야 할 것이다. 타인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쉽다. 나 자신을 정직하게 보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내가 어느 순간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열을 올린다면 나는 그것을 내 안의 공허함이나 불안함에 시선을 돌리라는 자가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 210page


이상하게 싫은 사람도 있다. 주는 것없이 받는 것없이 이상하게. 살다보면 그런 경우가 있는데 '복잡한 미움이 가르쳐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결국은 문제는 남이 아닌 '나'에게 있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모든 일에 쿨해보이는 작가도 집안일에서는 보통사람이었다. 남편과 집안일을 나누는 것으로 다투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보며 사는 건 누구나 다 똑같구나라며 위안을 얻기도 한다. 나도 이런 멋진 생각을 하며 살아야겠단 의지도 생기고 위안도 받고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읽어가게 되는 이야기였다. 괜시리 마음이 붕붕 뜨고 허전할 때 이 책을 들어 읽다보면 스스로 문제의 답을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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