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습속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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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 시간의 습속 

 

        "미하라는 생각할수록 알 수가 없었다.

언젠가 후쿠오카의 도리카이 형사에게 들은 말이 생각났다.

 

인간은 절대 틀림없다고 믿어버리면 언젠가 그것이 마음에 맹점을 만듭니다.

착각하고 있으니까 바로잡을 생각조차 들지 않지요.

이 점이 무서운 겁니다.

아무리 괜찮다고 믿어도 다시 한 번 그 믿음을 깨뜨려볼 일입니다.

 

어디서 착각한 걸까?" - 83page

습속이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어 인간 생활의 방법을 결정하는 행동의 규칙을 말한다.

동의어로 관습, 풍습이 있다. 개인적인 습관이 아니라 사회적 습관.

제목이 무척 독특하다.

 

사람은 한번 맹점을 만들면 그 착각에 바로잡을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조금씩 무너뜨리는 형사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사망 시간이라는 점에서는 ,미네오카를 사가미 호숫가에 세우는 것이 더이상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를 증명해보자." - 83page

 

요즘 유행하는 CSI형 수사형식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수사방식이 눈에 들어온다.

그 흔한 지문감식도 없다. 사건의 해결과정을 편지로 주고받는다. 핸드폰도 없다!

육감수사!

말 그대로 형사의 육감으로 직접 발로 뛰어가며 사람 한명 한명을 만나가며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탐문조사를 해가면서 범인의 동기를 알아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CSI에서 보여주는 수사방식과 셜록홈즈의 추리에 맛을 들인 사람이라면 조미료가 빠진 음식처럼 좀 심심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시간의 습속은 1961년 5월부터 이듬해 11월 잡지 여행에 연재된 작품이다.

점과 선의 2탄으로 후속작을 만들지 않는 마쓰모토 세이초 유일의 작품이라고 한다.

명콤비 도라카이와 미하라가 형사가 등장한다.

이들 형사는 딱 형사다!라고 느낄 수 있다.

어릴적 수사반장에서 형사수첩을 들고다니면서 탐문수사를 하던 그런 형사의 느낌을 준다.

 

"범죄가 발생한 2월6일 밤, 피해자는 접대부처럼 보이는 여자와 사가미 호숫가에 있는 여관에 들어갔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어두운 호숫가로 산책을 갔다.

여자는 그대로 행방을 감추었고 남자의 사체만이 남았다." - 178page

 

너무도 완벽하기만 알리바이를 하나씩 가설을 세워가며 확인해가는 형사의 육감을 맛볼 수 있다.

필름카메라와 일본의 교통환경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면 책에 푹 빠지는 맛이 덜할 것 같다.

 

궁핍과 학력차별을 뛰어넘어, 41세에 작가가 된 늦깍이.

마쓰모토 세이초가 소설가로 자리를 잡고 파고든 것이 논픽션었다고 한다.

일본 사회나 조직의 불투명한 비리를 표현할 때 검은 안개라는 말이 쓰이는 것이 바로 그의 소설 '일본의 검은안개'때문이란다.

작가 생활 40년동안 장편이 약 100편, 중단편등이 거의 1000편, 단행본이 70여권!

엄청난 작가다. 아쉽게도 그는 1992년 생을 마감해서 더이상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모든 작품을 내가 죽기 전에 다 만나볼 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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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에서 온 손뜨개 소품 - 머플러, 장갑, 모자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북유럽 스타일 겨울 소품 23종
스기야마 토모 지음, 맹보용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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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에서 온 손뜨개 소품

머플러,장갑,모자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북유럽 스타일 겨울 소품 23종

 

 

어머나! 책표지를 마자 이런 탄성이 나오게 됩니다. 오랫동안 표지를 바라봅니다.

이제 따뜻한 머플러와 장갑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는데요. 책만 봐도 따뜻해지네요.

책을 보고 냉큼 딸아이의 동네 문방구용 손뜨개를 가져왔습니다.

어디 나도 한번 살짝 따라해볼까!

아! 그런데 생각처럼 시작부터 쉽지가 않습니다.

 

분명 고등학교 가사 시간, 실기시험으로 장갑도 머플러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 걸 보면 머리 속에 지우개가 있는게 틀림없습니다.

어쩜 그렇게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 것인지 당황스럽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코만드는 법부터 기억이 안납니다.

 

어떻게 하지라며 책을 구석구석 살펴보니

다행히도 부록편에 기초코 만들기부터 초보자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겉뜨기, 안뜨기, 걸기코, 코막음, 모아뜨기, 코 늘리기등

대바늘 손뜨개의 기초를 꼼꼼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책을 보고 기초코 만들기부터 시작해서 간단한 것들을 따라해봤습니다.

아직까지는 겉뜨기, 안뜨기밖에는 안되지만 자꾸 하다보면 언젠가는

아이들이 원하는 모양을 이것저것 만들어줄 수 있겠지요!

 

 





손뜨개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아이들이 책을 뒤져가면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콕콕 찌릅니다.

엄마 나는 핸드워머 만들어줘, 나는 벙어리장갑 만들어줘라며 성화입니다.

아이고 이런, 엄마는 아직 겉뜨기 하나밖에 못하는데...그건 불가능하다.

인형 머플러는 하나 만들어주는 건 가능하겠는데 큰일입니다.

아이들이 봐도 나도 하나 갖고 싶다!란 생각이 들 정도로

북유럽 스타일의 손뜨개 소품들은 정말 감각적인 것 같습니다.

 

 

 

 

 

 

 

 

 

책에서 소개된 북유럽에서 온 손뜨개 소품은 어쩜 이렇게 포근해보일까요.

직접 만든 손뜨개 제품은 파는 것과는 다르게 티가 나는 줄 알았는데 왠걸요.

파는 것보다 시선을 확 사로잡는 것이 너무 예뻐서 나도 이렇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집니다.

손재주가 발재주인 것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손뜨개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이 책을 보면 감각있는 세련된 손뜨개 소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북유럽의 빈티지하고 아기자기한 패턴과 배색, 모든 아이템의 도안이 들어있습니다.

아직 손뜨개의 완전 초보인지라 도안을 봐서는 쉽게 따라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어른스러운 기하학적 문양에 산뜻한 색상을 조합하여 만들면

아이용 벙어리장갑으로 손색없어요. 아이용 소품에는 어느 정도 굵기가 있는 아크릴 혼합사가 적당해요."

- 29page

 

각 소품마다 일본의 인기 니트 디자이너인 저자가 들려주는 팁도 실려있습니다.

손뜨개 하는 방법을 알아도 색배색과 디자인을 잘못선택하면 어설퍼지게 되는데요.

이 책의 디자인들이 감각적인 소품을 만드는데 유용하게 쓰이겠습니다.

 

아이들 인형 머플러라도 예쁘게 하나 떠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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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8 08: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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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8 08: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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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학교 푸른숲 어린이 문학 31
크리스티 조던 펜턴 외 지음, 김경희 옮김, 리즈 아미니 홈즈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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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학교

 

이 책을 보고 나서 캐나다 원주민 말살정책, 이누이트 등에 관해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 중 "이누이트는 이글루에 살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에스키모(날고기를 먹는 사람)이란 말로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이누이트.

그들이 캐나다 원주민 말살정책으로 인해 겪는 고통은 현재도 여전히 진행중이었습니다.


1920년부터 1970년까지 약 15만 명의 원주민 자녀들이 강제로 지역 기숙학교에 보내져
그들의 언어 사용을 금지당하는 한편 육체적, 성적 학대를 받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 책이기에 자세한 학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있지는 않지만

화장실을 가는 주인공 소녀를 향해 얼굴을 바짝 대며 으르렁 거리던 남자가 갑자기 떠오릅니다.

 

이누이트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우리네 일제시대 민족말살정책이랑 너무도 유사하단 생각이 듭니다.

역사와 문화를 왜곡하고 자국의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그들을 뿌리채 흔들어 놓으려고 했던 정책은

1990년대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원주민은 살려두지만 원주민적 요소는 없앤다."는 목적을 이뤄내고 말았습니다.

1492년 콜럼부스 도착시 4천만명의 원주민이 살고 있었지만 1820년대는 20만명. 인종학살이었습니다.

어릴 적 당연하게만 여겼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라는 말이 구대륙 침략으로 느껴지는 것이

잘못된 생각일까요.

 

캐나다 원주민들은 이 정책으로 어릴 적부터 정체성을 잃고

기숙사 생활로 인해 새로운 문명을 접한 아이들과 전통양식을 살고 있는 부모는

서로 바라보는 것들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교육이나 문화적인 혜택을 받지 못한 원주민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도 있다고 하니

민족말상정책이란 우리의 과거를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나쁜 학교'는 이런 캐나다 원주민 말살정책을 실제로 경험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흑백의 실사 사진을 직접 보며 이누이트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올레마운 아홉살 이누이트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책을 읽어주는 언니가 너무도 부러웠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를 왜 따라가는지

직접 책을 읽고싶은 올레마운은 글자를 배우기 위해 학교에 너무도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엄마,아빠,언니는 학교는 좋은 곳이 아니라면서 보내주지 않습니다.


"엄마는 날 겁주려는 거야. 동생들이 아직 어려서,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훨씬 힘들 테니까.

내가 글을 배우는게 배도 아프고."

 

 

 

 

 

 

 

 

 

"외지 사람들은 너에게 자기들이 입을 까끌까끌한 옷을 입힐 거다.

그 옷으로는 모기도 추위도 막을 수 없어.
그리고 이누이트의 풍습을 버리게 하고 그들의 노래와 춤을 가르치지.

네 영혼이 사악해서 그들의 신에게 용서를 받아야 된다고도 할 거야."

 

이누이트들이 자신들의 생활터전에서 살아가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들은 기숙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올레마운의 부모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글을 배우고자하는 딸을 막을 수가 없었어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현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 끔찍한 기숙사에 보낼 수가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참혹한 원주민학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들에게 아이들을 지키기위한 선택일 수 밖에 없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자의와 타의로 기숙학교에 오게된 학생들은 이제부터 똑같은 머리 스타일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생활을 하게됩니다.

글을 배우며 공부를 하는 걸 기대했던 올레마운의 실생활은 끔찍했습니다.

까마귀처럼 보이는 수녀님에게 밉보여 남들은 다 신는 스타킹 대신에 빨간 스타킹을 신어야했고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오줌싼 팬티를 빨아야했습니다.

올레마운은 기숙사생활이 자신이 꿈꾸던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더이상 따뜻한 가족들의 품이 아니라는 생각에 슬펐지만 올레마운은 용감하게 버텼습니다.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보이게 하는 빨간 스타킹을 불태워버리고 새 스타킹을 얻어내기도 합니다.

 

집에 갈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올레마운을 기다리는 건 딸을 못알아보는 엄마였습니다.

곱게 딴 긴 머리가 없어진 것은 물론이고 피부도 식성까지 너무도 달라진 올레마운.

문명에 익숙해진 아이와 전통의 삶을 살고 있는 어른들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기숙 생활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했다는 사실같아요.

올레마운과 그의 동생들까지도 결국은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게 되면서 끝을 맺는데요.

앞으로 이누이트들의 미래가 보여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올레마운의 미래가 바닷가에 쳐박혀 있는 동맹이가 되지 않았길!

 

올레마운과 그 가족들의 뒷이야기는 '두개의 이름'이란 책에서 더 들을 수 있습니다.

기숙생활에서 얻게된 문명의 이름과 전통의 이름을 갖게 된 올레마운의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겠지요.

 

이 두권을 같이 읽어보면 민족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그 뿌리라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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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소녀 생각하는 숲 14
잭 샌닥 글, 모리스 샌닥 그림,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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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소녀 모리스 샌닥을 향한 형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

 



   20세기 최고의 동화작가! 모리스 샌닥의 별세로 그의 책들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1957년이 초판이이 벌써 60년이나 훌쩍
   지나버린 책이지만 서로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느껴지는 샌닥 형제의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 일까,.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서커스 소녀는 모리스 샌닥이 그림을 그의 형 잭 샌닥이 글을 썼습니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그림책 작가로 불리며 화려한 길을 걷던 
   모리스 샌닥과 달리 잭 샌닥은 라디오 방송국과 우체국에서 일하며
   조용한 삶을 살았다고 하는데요. 인기 여부와 관계없이 이 책에는
   모리스 샌닥의 생각보다 
   그의 형 잭 샌닥의 생각이 더 많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병상에 누워있는 일이 많았던 동생 모리스 샌닥에게 세상은 그리 무서운 
   곳이 아니라며 희망을 심어주고 용기를 주는 이야기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 누군가를 향하기보다 그 동생의 상황을 잘 알기에 더욱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있있던 것 같아요. 그렇기에 모리스 샌닥을 향한 형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아있는 듯합니다.

 

   모리스 샌닥의 책들은 '괴물들의 나라'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칼데콧상 시상식에서 “어린이의 갈등이나 고통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허식의 세계를 그린 책은 자신의 어릴 때의 경험을 생각해 낼 수 없는

   사람들이 꾸며 내는 것이다. 그렇게 꾸민 이야기는 어린이의 생활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라고 말했다고 하죠.
  

 

 

 

 

 

 

 

한바탕 신나는 모험 꿈을 꾸고 난 듯한 이야기가 모리스 샌닥의 이야기였다면

형 잭 샌닥의 글은 조금 더 차분하고 사랑하는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마도 그런 생각들이 자꾸 깊어지는 것은 샌닥형제의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모리스는 형 잭은 웃음과 위안을 주는 존재였으며 "형은 내 삶을 구원해 주었다."라고 했다는데요.

  모리스가 세상을 떠나기 나흘 전까지 병상에서 최종 원고를 검토했다는 책이

  나의 형 이야기라는 사실을 들었을때 더욱 마음이 아련해졌습니다.

  죽을 때까지 먼저 세상을 떠난 형을 그리워했다는 뜻일테니까요.

  그 의미를 알기에 '서커스 소녀'를 보는 내내 모리스를 향한 형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눈부신 별이 지구와 부딪혀 지구를 두동강낸다.
  형은 차가운 얼음 대륙에 갇혀 꽁꽁 얼어붙고 동생은 땅에 떨어진다.
  동생은 형을 만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 나의 형 이야기 줄거리.

 

 

 

 

 

플로라는 서커스 소녀입니다. 서커스단에서 태어났기에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은 전혀 접할 수 없었어요.

서커스단에서의 생활은 행복했지만 플로라는 접해보지 못한 세상이 궁금합니다.

밤이면 서커스를 찾아오는 관객들이 나오는 섬뜩한 꿈까지 꾸게 되었어요.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와 호기심이 더해지자 폴로라는 서커스 단원들에 묻습니다.

 

 

 

 

 

 

 

 

 

"밤에 우리를 보러 오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 사람들은 여기 오지 않을 때는 뭘 하나요?"

 

곡예사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머리를 땅에 대고 빙빙 돈다고 말해주었어요.

공중 곡예사들은 거미랑 비슷하다고 해요.

"그래? 하여간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일 것 같은데."

 

라며 누구도 관객들의 정체를 정확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럴수록 플로라는 더욱 더 관객들의 정체가 궁금해집니다.

신기하고 희한한 바깥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든 알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섬뜩한 꿈이 진실인지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서커스 단원들은 플로라에게 진실을 알려줄 수 있었어요.

하지만 플로라가 직접 그 진실을 알아가길 바랬던 것이죠.

플로라가 더이상 무서움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찾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줬어요.

 

아이들이 뭔가를 무서워하고 궁금해할 때 쉽게 그 해답을 알려주기보다

스스로 호기심이 폭발해서 찾아보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또 한번 알게됩니다.

 

 

 

 

 

 

 

어두운 밤 플로라는 용기를 내어 바깥세상으로 나가봅니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으면서 마을을 속속들이 살펴보기 위해 플로라는 계획을 세웁니다.

처음엔 강아지 그림자만 봐도 놀라 무서웠지만 점점 행복해지고 용감한 기분이 들게되요.

하지만 플로라가 생각한 계획은 오히려 바깥 세상의 사람들을 단단히 오해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술래잡기를 해보지 못했던 플로라는 아이들이 싸운다고 생각했고

농담을 주고 받고 있는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말다툼을 벌인다고 생각했어요.

플로라는 자기가 잘못 보고있는 것들이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플로라는 자기 생각이 맞는 확인해 볼 수가 없었어요.

너무나 겁이 나서 바깥세상 사람들 가까이에 갈 엄두도 내지 못했으니까요.

어쩌면 정말 다 똑같이 생겼는지 모른다는 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어요."

 

플로라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외로워지고 울고 말았어요.

자기가 멍청하게 군다는 건 알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맙니다.

 

바깥세상사람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 플로라는 서커스단으로 돌아갔을까요?

그 뒤로 플로라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플로라는 더이상 섬뜩한 꿈을 꾸지 않게 되었을까요?

 

아이와 어른들 모두에게 두려움과 용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을 모리스 샌닥은 잊을 수 없었을 겁니다.

모리스 샌닥의 유작 나의 형 이야기도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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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부터의 혁명 - 우리 시대의 청춘과 사랑, 죽음을 엮어가는 인문학 지도
정지우.이우정 지음 / 이경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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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삶으로부터의 혁명 -

넘쳐나는 인문서적에 딴지를 걸다!

 

"여전히 수많은 책들, 말들, 사람들이 당신을 최선을 다해 현실로 뛰어들라고 한다.

우리는 그런 당신을 응원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당신,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당신, 자살하지 않고 드디어 온전히

살아가고자 선택할 당신을 응원할 것이다." - 10apge

 

위 문구가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본다.

틀에 맞춘 듯 똑같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틀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청춘.

세상을 비틀어버리겠다는 열정을 가진 청춘, 생을 포기한 청춘, 타락한 청춘.

우리 시대의 청춘은 고달프다.

 

'삶으로부터의 혁명'은 자살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한다.

우리 삶을 다르게 상상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 기존의 나를 극복하고 조금 다른 접근법을 통해

새로운 나로 조금씩 나아가고, 나아가 주변 사람들과 다른 삶을 생각하고 사회를 바꾸어 나아가라 한다.

 

기존에 발간되고 있는 청춘을 위로하는 책들은 '우리의 현실'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데

그런 것들에 딴지를 건다. 고전적이고 희망적인 열정멘토, 좌파지식인과 운동권 중심의 체제비판으로

통칭되는 청춘위로서들은 진짜로 들여다봐야하는 것들을 놓치고 있다고 말한다.

맹목적인 현실주의자가 되는 걸 피하기 위해 선택한 꿈과 열정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청춘을 가장

훌륭한 현실주의자로 재탄생시킨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정치적 대안이 이상적인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사실도 격하게 공감한다.

 

더이상 외국의 담론에 우리의 청춘을 끼워 맞추면 안된다며

위로와 강요만 넘쳐나는 지금, 청춘들에게 '현실'이 아닌 '삶'을 돌려주는 것이 해결책이라 제시한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청춘 위로서를 읽어도 그 순간만 감흥이 있을 뿐

현실의 내 모습은 전혀 변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각자 어느덧 빠져있는 자기의 입장, 처지, 현실에서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다.

모두 자신도 정확히 모르는 새에 현실의 포로가 되어 고통을 호소한다.

취업준비생, 고시생, 방황하는 청춘이었던 이들은 머지않아 월급쟁이, 자영업자, 공무원, 워킹맘, 전업맘 등으로 불린다."

- 39page

 

취업준비생에 꿈은 대기업 취직뿐이 없을까? 다른 삶은 없는 것일까?

모두들 하나같이 같은 꿈만 향한다. 그 꿈에 도달하면 성공한 것이고 도달하지 못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된다.

인생의 낙오자가 되면 더이상 현실에서 설 길은 없고 나락으로 내몰리게된다.

취업을 못해 목숨을 내던지는 청춘의 심심치않은 자살소식들이 안타까운 청춘의 현실을 보여준다.

 

"맹목적으로 현실만 좇은 이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그리 행복하지 않다.

그들은 심각한 일의 강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자기 유지에서 오는 노이로제 등에 시달린다." - 41page

 

"내면의 모호함, 애매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우리 삶을 갈아먹는지

'현실'이라는 것은 우리 안에 들어와 죽지않는 기생충처럼 그 생명을 끝없이 연장해간다." - 63page

 

 

잉여와 냉소주의, 허무주의, 스펙 쌓기로 대변되는 청춘들에게

이 책은 이런 '현실'을 버리자는 게 아니라, 현실 중심에서 '삶'중심으로 옮겨가자고 강조한다.

현실이 이런데 어쩔거냐며 허무주의와 자포자기에 빠질 것이 아니라

내 삶에 집중해서 나부터 변하고 나를 들여다보면 새로운 삶이 보일거라 한다.

현실이 맞춰놓은 일관적인 틀에 맞춰서 내 꿈을 맞춰가고 그 틀에 어긋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21편의 영화, 24권의 책을 통해 아파하는 청춘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인용되고 있는 영화와 책들을 좀더 시각적으로 많이 보여주고

책과 영화 속 공감갈 수 있는 문구들을 한눈에 보이도록 시작적인 편집이 좀 부족하다는 것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매끄럽지 못한 편집으로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이 힘들었다.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논문 느낌의 책이 아니라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길 바란다.

 

기존 청춘 위로서들을 읽고 도대체 나에겐 왜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인지 의구심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고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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