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과학 (양장) 대우학술총서 신간 - 문학/인문(논저) 468
정진홍 외 지음 / 아카넷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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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저서는 과학사가 및 물리학자와 종교학자들이 모여 다양한 관점에서 종교와 과학 사이의 관계에 접근한 논문들을 모은 책이다. 과학사전공자인 성영곤은 서양 과학 전통과 그리스도교와의 관계를 다루면서 기존의 과학과 종교사이의 갈등관계적 시각과 좀 다른 견해를 내놓는다. 정진홍은 종교와 과학의 접근 태도를 현상학적으로 접근하여 그 같고 다름을 논한다. 최근 새만금간척사업 반대운동의 선봉에 선 물리학자 장회익은 종교와 과학이 과연 갈등적 관계에만 묶여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인지, 좀 더 차원높은 조화와 융합은 가능한지에 대해 논한다.

이 외에도 불교적 관점에서 현대 물리학의 원리를 논하는 물리학자 소광섭, '과학'이란 용어의 문화적 형성과 변천의 운명을 논하는 신학자 손규태, 사이버세계 및 가상세계를 둘러싼 철학적 논쟁을 불교원리를 통해 재인식해보는 글을 쓴 불교학자 윤원철님의 글, 환경과 종교의 문제를 다룬 김종서, 사람과 종교와 과학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다룬 김용옥의 형님인 김용준님의 글이 있다. 매우 유익하며 관련 분야의 최신 동향을 엿볼 수 있으면서도 우리 학자들의 진지한 문제접근을 실제적으로 살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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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와 예술 현대의 문학 이론 34
피터 브룩스 지음, 이봉지 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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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사용하는 '육체'라는 용어는 '생물학적 개체', '정신적, 성적 구성물', '문화적 산물' 등 매우 중첩적인 의미를 지닌다. 몸을 다루는 창작자는 전술한 각각의 의미 중 하나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그 셋이 서로 얽혀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저자는 이런 얽힘의 상태에서 주로 '육체가 무엇인지'를 정의내리기 보다는(과학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접근이 아니라), 육체가 무슨 이유로 어떻게 상상되고 상징되었나를 살핀다.

특히 근대, 즉 18세기 이후의 서사물에 있어서 육체가 중심주제로 등장하게 되는지 살핀다. 근대의 서사물이나 서사적 예술 속에서 육체는 이야기가 형태를 갖추게 하기 위해 아주 중심적인 뼈대로 작동하기 시작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육체론은 '문화적 구성론'이라고 할 수 있다. 뭐 특별히 새로운 관점은 못된다. 단지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적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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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
질 들뢰즈 지음, 주은우.정원 옮김 / 새길아카데미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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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우리나라의 소장 철학자가 들뢰즈를 소개하면서 그의 철학을 숙주를 뚫고 나오는 에이리언이라고 선정적으로 표현한 적이 있었다. 들뢰즈의 <씨네마>는 그 표현이 아주 잘 들어맞는 저작이다. 그가 칸트, 스피노자, 프루스트, 니체 등을 숙주삼아 그 만의 철학적 개념들과 사유방식들을 키워냈듯이 그는 영화를 숙주로 삼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영화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는 영화를 '관통하는' 책 혹은 철학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다.

바쟁은 영화의 존재론적 규정을 통해 영화에 다가갔다면, 들뢰즈는 영화란 양식과 이미지가 우리에게 어떤 (철학적이고 개념적인) 문제들을 야기시키는가를 제시해주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바쟁의 영화론이 영화를 철학적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이뤄진 작업이었다면, 들뢰즈는 영화를 통해 철학을 진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면 어떨까? 바쟁은 현상학에 영화를 적용시키고자 하는 반면, 들뢰즈는 영화를 통해 이제까지 없었던 철학의 에이리언을 키워내려 하는 것이다.

그는 영화를 특정한 사고체계에 따라 분석하고 그 가치를 역설하기 보다는 영화가 대상들에 접근하는 방식, 혹은 이미지화하는 방식에 주의하고자 한다. 그는 영화작업에서 이뤄진 대상에 대한 사고를 들여다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영화는 철학하는 도구이다'라고 언급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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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인 것의 슬픔
정재서 지음 / 살림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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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경 다시 읽기의 전략'을 인상깊게 읽었다. 저자에 따르면 산해경은 중화주의를 중심으로 세계의 변방들을 안정적인 질서의 형태로 표현한 위계적 텍스트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러지하지 않고 불안정한 실재와 충돌을 일으킬 수 밖에 없으며 그 충돌이 텍스트 상에 억압된 형태로 흔적을 남길 것이다. 이 흔적을 읽어내는 작업, 즉 이항대립적 위계질서를 해체하고 억압된 소리를 다시 읽어내는 노력은 단순히 해체로만 끝나는 일이 아니라 본래의 사실에 더 가깝게 복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의 심증에 의하면 후대에 주석된 <조선기>와 비교해 보면 조선기의 기술범위는 산해경의 구조상 세계의 중심에 해당되는 지역으로, 주석가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이런 흔적들을 통해, '산해경의 주요한 조성부분이 제준-고조선-발해 등의 신화, 지리소를 축으로 한 문화체계 위에 기초해 있다는 심증을 강화해준다'고 본다. 즉 이 책의 근원적 성립주체를 주-한 계통의 민족이 아닌 민족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아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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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지문 -상 신의 지문 1
그레이엄 핸콕 / 까치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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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행콕의 자기 정당화 논리를 따른다면 우리 동네에도 신의 지문, 그러니까 사라진 문명의 기호가 남아있는 것 같다. 뭔고 하니 우리 동네 관공서들(초등학교, 동사무소, 간이우체국, 방범초소, 그리고 관공서성격이 농후한 해병대 사무소가!!)은 정확하게 카시오페아좌의 W모양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아! 바로 내가 사는 곳에도 남극대륙의 사라진 문명의 표식이 남아있구나!!

저자의 증거들은 단지 신비적인 공상과 짜맞추기, 자의적인 해석, 별자리에 대한 아전인수격인 집착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 책은 소설책이지 역사책이 아니다. 누군가 아래에서 이 책이 추리소설같다고 했는데, 맞다. 이 책은 근거없는 자료와 타당성없는 논리를 억지로 짜맞춘 그야말로 저질 추리 소설이다.

이미 그의 주장들 중 많은 부분이 거짓이거나 자의적인 짜맞추기로 일관하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피라밋이 별자리의 각도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주장도 실측에 의해 거짓으로 판명되었고, 앙코르와트 사원이 용자리를 나타낸다는 주장도 믿을 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 사원 지역에 용자리를 만들어낸 사원의 갯수가 10여개 정도인데 그 지역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원들이 분포되어 있어서 어떤 별자리라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각 사원들은 그 사원이 그 자리에 지어져야 하는 역사적 이유들을 또한 지니고 있으니 그의 별자리론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행콕은 최근 그와 함께 탐사작업을 같이 한 동료들에게서조차 억지로 증거를 만들어내려고 한다는 비판을 들었고, 그는 그런 비판을 하는 동료들을 인신공격으로 일관했다. 그는 남극대륙에 최초 문명의 흔적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무언가 찾아냈다고 했지만 정작 그의 동료들은 그것이 인공물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긴 것에 불과하다고 증언했다. 저자는 수많은 반증들과 비판에 대해 일관되게 그것은 학계가 자신의 기득권을 잃을까봐 그러는 것이라는 둥, 자신의 동료들에게는 인간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거나 자신과의 불화로 자기의 증거를 고의적으로 해꼬지하려한다는 둥, 반증에 대한 논리적이고 사실에 기초한 반론을 하기 보다는 비판자에 대해 그 저의가 의심된다거나 인신공격으로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이런 책이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문제삼을 것이 못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마치 사실인 양 믿는 것은 심히 정신건강과 올바른 사고방식에 좋지 않다.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는 이 책이 쇄를 거듭해 내는 일에 대해 출판인적 양심을 통해 다시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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