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열전 - 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
강판권 지음 / 글항아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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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전'이라 함은 '여러 이야기를 차례로 벌여서 기록하였다'는 문자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 <나무열전>이라함은 문자그대로 '여러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차례로 벌여서 기록하였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기인열전, 여인열전, 효부열전 등등 사람들의 이야기에 '열전'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처음에는 <나무열전>이라는 제목을 보며 어떤식으로 내용을 써내려갔나 하는, 작가의 상상력에 대한 호기심이 앞선 책이었습니다. 책 소개에서 본, 각 나무들의 한자이름을 사용한 2부 부분은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지요.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나무에 대한 작가 나름의 독특한 시각과 내용을 담고 있으리라는 기대가 컷던 것이지요.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먼저 첫 단원에서는 나무 일반에 대한 내용입니다. 나무에서 시작하여 줄기와 가지, 잎과 꽃과 열매 등에 대한 이야기로 내용을 풀어갑니다. 하지만 단순한 나무에 대한 과학적 상식이나 그동안의 연구결과나 감상 따위를 내용으로 삼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독특한 방식인데, 바로 한자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나무를 바라본다는 것이지요. 수천년 동안 형성되어온 표의문자인 한자를 사용하여 나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먼저는 단순히 나무자체에 대한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저자 자신의 개인적인 연구결과나 감상 등의 기록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즉 사람들이 수천년동안 쌓아온 나무와 인간의 상호작용의 결과라 할 수 있는 한자라는 수단을 사용한 것이기에 인류가 그동안 쌓아온 유산의 일부-또는 의식의 일부-로서의 나무의 의미에 대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무에 대한 인문학적 관점이나 해석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이것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용어로 말한다면 '식물의 인문학'이나 '나무의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부에서는 각개 나무를 나타내는 한자어를 중심으로 그 나무에 관련된 이야기,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나무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사용하였는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참으로 적절하게 나무의 특징을 표현한 한자도 있고, 사람의 상상력이 더 빛을 발하는 한자도 있고, 나무자체보다는 쓰임의 유용성에 촛점이 맞춰진 한자도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에 그 한자어를 본다면 음으로 읽지는 못하더라도 뜻으로는 금방 알아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마지막 3부에는 나무의 죽음과 목재로서 그리고 집을 지을 때 그 일부가 되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둥이 되고, 서까래가 되고 문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이 내용은 단순한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자라는 틀을 통해서 본 나무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한자를 통해 보는 나무의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안에는 방대한 '나무 목'변을 부수로 갖는 한자들의 이야기, 나무의 이야기, 그리고 나무와 연관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페이지를 더하는 것을 허락한다면, 아마도 저자는 모든 '나무 목'변을 가진 한자에 대해서 논할 수도 있을 듯 하다는 경의를 표할 정도로 방대한 자료와 노력과 열정을 기울인 흔적이 가득합니다. 차분히 이야기하는 내용속에 방대한 자료를 적절히 조화시켜서, 나무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독자들로 하여금 느끼고 맛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을 허락합니다. 저자 스스로 '나무에 미친' 나무 박사라고 하였는데, 정말로 나무에 미친 사람, 그리고 한자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책을 구상하지도,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 내지도 못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저자의 안보이는 열정과 꿈이 담긴 책이기도 할거라는 생각입니다. 모처럼 장인정신(?)이 담긴 책을 대면한, 기분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작가가 풍부한 상상력과 자료들로 빚어낸 독특한 시각에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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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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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에 언급된 <핑크대왕 퍼시>의 이야기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동화인 듯합니다. '핑크색을 좋아해서 자신의 왕국을 온통 핑크색으로 칠해대던 퍼시에게 파란 하늘만은 어찌할 수 없는 곳이었는데...... 그 해결책은 핑크색 안경알이었고, 그로 인해 고통스럽게 당하던 왕국의 사람들이 핑크색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간단한 이야기 속에 세상을 관통하는 통찰력 있는 지혜가 숨어있었습니다. 물론 심리학자의 눈으로 해석하였기에 그러한 이야기 속의 통찰력이 세상에서 빛을 보게 되었겠지요.^^

 저자가 말하는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말합니다. 그리고 프레임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사느냐에 따라서 생기는 결과가 결정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일깨우고 있습니다. '기도중에 담배를 피워도 될까?'와 '담배를 피우는 중에 기도를 하면 안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정반대되는 답변이 얻어지고, 작은 월급에도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기꺼이 자신의 일을 즐길 수 있는 청소부가 되고, 장기기증을 하기 위해서는 장기기증 동의서를 작성해야 되는 나라의 경우와  장기기증이 당연시 되고 자신이 싫으면 거부를 위한 절차를 신청해야되는 나라의 장기기증에 대한 접근 프레임의 차이로 생기는 장기기증자 숫자의 엄청난 차이는 세상을 보는 방식에 따른 결과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줍니다. 또한 불확실한 우리의 감각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구축한 프레임을 통해서 일정한 규칙이나 질서가 부여되는 예를 통한 깨우침은 우리 삶에 프레임이라는 개념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알게 합니다. 또한 '자기 프레임'을 통한 나의 자기 중심성, '현재 프레임'을 통한 과거와 미래의 왜곡, '이름 프레임'을 통한 돈을 소비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다양한 모습, '변화 프레임'을 통한 경제적인 선택과 판단이 달라지는 예들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의 프레임의 위력을 재차 알려줍니다.

 지혜를 어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성경에서는 하나님을 아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라고 하였는데, 저자는 이 책을 쓴 목적이 자신이 심리학을 통해서 배운 지혜를 알리는 데 있다고 하였고, 지혜란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즉 프레임 속에 갇혀서 세상을 어떤 모습으로든지 왜곡하여 볼 수 밖에 없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절대겸손을 추구하는 것이 지혜의 출발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프레임의 한계속에서도 더 지혜롭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저자의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미중심의 프레임을 가져라.

 2. 접근 프레임을 견지하라.

 3. '지금 여기' 프레임을 가져라.

 4. 비교 프레임을 버려라.

 5. 긍정의 언어로 말하라.

 6. 닮고 싶은 사람을 찾아라.

 7. 자신의 마인드에 맞게 주변의 물건들을 바꿔라.

 8. 소유보다는 체험 프레임으로 소비하라.   

 9. '누구와'의 프레임을 가져라.

 10. 위대한 반복 프레임을 연마하라.

 아마도 저자가 말하는 '프레임'의 개념은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어렴풋이나마 알고,  또한 때로 느끼고 살았지만 정확하게 정의된 언어로 표현하고, 그 영향력이 얼마만큼 큰지를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의미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스스로 세상을 바라보던 창과 세상을 살던 방식을 되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이 감사의 제목이 됩니다. 저자의 말처럼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경험하는 절대 겸손, 자기중심적 프레임을 깨고 나오는 용기, 과거에 대한 오해와 미래에 대한 무지를 인정하는 지혜, 돈에 대한 잘못된 심리로부터의 기분좋은 해방 등을 느끼고 얻을 수 있는 이야기와 설명들을 통해서, 마음속에 세상을 좀더 지혜롭게 살 수 있는 요령 - 즉 더 나은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을 채울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함이겠지요.

'프레임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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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READ 니체 How To Read 시리즈
키스 안셀 피어슨 지음, 서정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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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체.
 앞을 응시하는 강렬한 눈빛에, 덥수룩한 콧수염, 조각상을 깍아 놓은 듯한 옆모습. 그를 소개하는 책에는 항상 실려있는 그 사진을 통해 대하는 그런 모습의 강렬함이 더 먼저, 더 강하게 뇌리에 기억되어버린 사람입니다. 그의 광기어린 후반기 인생에 대한 기억들도 아마 그의 철학을 더 강렬한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데 일조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가 쓴 책들의 제목에서 느끼는 마음의 깊은 곳을 찌르는 강렬함도 있습니다. -비극의 탄생, 즐거운 학문, 이 사람을 보라, 권력(또는 힘)에의 의지, 우상의 황혼, 서광,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반그리스도 등등-
 학생때 모 출판사의 전집을 어렵고 이해하기가 어려웠지만 매 페이지 가득히 밑줄을 그어가며 오기를(?)를 부리며 읽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의 철학 외적인 부분에서 느꼈던 강렬함에 매료된 면이 있었고, 다른 하나는 크리스챤으로서 단순히 '신은 죽었다'는 그의 선언 하나만으로 신앙생활에 금기시 되는 분위기에 대한 반발심도 있었던 듯 합니다. 신앙의 바닥이 다져지기 위해서는 그가 그리 말하게 된 것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그의 저작들을 내 팽개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는 것이 정직한 신앙이라고 생각하였으니까요. 하지만 약간의 허영심(?)과 그런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거였지만, 철학에 대한 기초가 미약한지라, 읽으면 이해되고 기억되는 것보다는 머리속에서 그대로 증발되어버리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내가 읽었다는 기억은 있는데, 그가 말한 것들에 대한 기억은 흐릿할 뿐입니다. 철학의 초보자가 한번 읽고 다 알려고 한것부터가 과욕이었겠지만, 하여간에 알려고 했지만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고 것이 옳겠네요. 주저앉은 이유는 어려워서라고 한다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의 사상을 명확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했고, 그러하였기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여 천천히 되새김질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에 인색하였기 때문이겠지요.
 
'번역은 반역이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서적이나 소설도 그럴진대 철학서적들은 말해 무얼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내 능력이 안되기 때문에 번역된 책을 읽는 것은 그런다 치고, 이 책처럼 어떤 사람의 사상을 다시 자신의 관점에서 정리하여 독자를 이해시키는 책들은 반역에 다시 반역을 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번역된 책이라도 철학자의 원저작을 읽는 것이 맞는 것이라는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원저작의 방대함이나 혼란스러움, 그리고 한번 읽기를 마치고도 이해하지 못한 점 등으로 인해서 '원전의 난해함을 덜어줄 수만 있다면' 이러한 종류의 안내서들도 유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연유로 이 책을 읽게 된것이구요. 다른 사람의 해석과 눈을 통해 다시 그를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이 조금은 거리낌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내게 남겨진 원전의 난해함을 덜고, 그를 보는 눈을 높일수 있다면 다시 한번 그에 대한 이해를 위한 노력을 내 삶에 곁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로 말입니다. 
 
 차라투스트라로 대표되는 초인, 신은 죽었다는 선언이 말하고 있는 반기독교 반형이상학, 명랑성, 디오니소스적인 인간상, 신과 형이상학의 죽음뒤에 오는 허무주의,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영원회귀..... 이러한 것들이 니체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요점들일것 같습니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명제들입니다. 그래서 저자도 이러한 것들에 요점을 맞춰서 자신의 이해와 설명을 곁들여 니체의 사상을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문에 먼저 밝히고 있네요. 우리는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니체는 느리게 읽는 것을 가르치는 자이며, 그런 연유로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복해서 곱씹으며 잘 읽는 기술이 필요로 하다고.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알고자 하는 자세와 그 과제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리 서문에 천천히 그와의 여정을 즐길것을 주문한 저자는 본론에 들어서는 니체의 핵심사상 10가지를, 니체의 저서에서 저자 자신이 고른 열 가지 아포리즘과 함께 진지하고 세밀하게 설명해가고 있습니다. 디오니소스적인 어둠과 아폴론적인 빛의 대립으로서의 세계, 절대진리나 영원한 것은 없다는 형이상학의 부정과 세상은 대립물이 아닌 하나의 승화과정 속의 현상만이 있을 뿐이라는 역사철학의 옹호,우주만물의 질서와 목적이라는 허구의 해체를 통한 신의 죽음의 선언, 진리 자체에 대한 의심, 현재와 똑같은 삶의 반복이라는 의미에서의 영원회귀, 인류를 위한 목적을 창조하고 미래에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고 선악을 결정짓는 자로서의 초인, 허무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제시된 영원회귀 등이 저자가 독자들에게 하나씩 풀어가며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를 노력하는 주제들입니다.
 마지막 장을 덮고서도 아직도 여전히 니체라는 거인(?)은 네게 그의 모습을 다 드러내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예전의 그림자의 윤곽이 좀더 선명해진 정도라고 해야 할까요. 여전히 어렵고 난해하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저자가 서문에 밝혔듯이 천천히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알고자 하는 진지한 열정을 보태서 다시 읽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좀더 니체라는 거인을 알고 이해하게 되었다는데 만족하여야 할 듯 하구요.
 '나를 말을 이해하였는가?' 그가 묻습니다. 여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무엇일까요?
 '당신을 잘 읽을 수 있는 시간과 관심을 발견하겠습니다.' 저자의 서문 마지막 말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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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빠지다
김상규 지음 / GenBook(젠북)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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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말에 대한 책들을 대하다 보니, 우리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여러가지이고,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도, 정보를 대하는 방식도 여러가지이듯이, 우리말을 대하는 방식도 여러가지로 다양할 수 있다는 새삼스러운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어떤 책은 비슷하지만 엄격하게는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우리 말에 대한 기록이고, 어떤 책은 우리가 자주 쓰고 있지만 잘못 쓰고 있는 말들이나 헛갈리는 말들에 대한 기록이고, 또 어떤 책은 사라지고 있는 우리의 아름다운 말글에 대한 기록들이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모양으로 우리의 말과 글을 소개하는 책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에 기대와 설렘이 오롯하게 자라납니다. 내 것, 우리 것에 대한 풍요로운 식탁을 보는 즐거움에서 생기는 그런 감정이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이런 여러 우리말들에 대한 태도에서 조금 더 독특한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의 어원, 그러니까 어떤 단어나 말의 유래에 대해서 세심하게 파고 들어서, 그 말이 그렇게 변하게 된 연유나 과정, 그리고 정확하게 나타내는 의미에 대해서 읽기 쉽고 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라디오에 방송되었던 내용을 기본으로 쓰였기 때문에 각각의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게 한두 페이지에 걸쳐서 담겨 있는데, 그안에 우리말의 어찌하여 그리된 쓰임의 역사를 참으로 재미있게 담아 두었습니다. 읽는 이로서는 우리말에 대한 이해와 깊이를 더하는 쏠쏠함이 있고, 좀더 세심한 독자라면 말을 통해서 나타나는 우리 문화의 이면까지도 살펴볼 수 있으니 이것 또한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의 무시못할 부분입니다. 저자가 지하철이나 버스, 사무실에서 잠시 짬이 날때 언제라도 펼치고 읽을 만한 분량으로 억지로 조절하여 구성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시간에도  유용하게 읽을 거리가 될거라고 자신한 것처럼, 독서에 많은 시간을 낼 수는 없지만 우리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짬짬이 생기는 시간들을 활용하여 우리말의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 하구요. -저는 아예 푹 잠겼다가 나왔습니다만......

 '어처구니'. 얼마전 '어처구니 이야기'라는 아이들 책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처구니의 어원에 대해서 여기저기 논란이 있던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어처구니의 어원을 셋으로 설명해 놓았습니다. 첫째 바윗돌을 부수는 농기계의 나무자루 부분, 둘째 맷돌의 나무 손잡이, 셋째 궁궐이나 성문의 추녀마루를 장식했던 잡상. 이리 세가지로 설명되고 있는데, 저자의 말대로 다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 어느 하나만 우기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외에도 서방과 마누라, 아름과 한솔, 골목대장 마빡이, 돌팔이, 복덕방, 육개장, 을씨년스럽다, 헹가래, 수리수리 마수리, 사랑과 다솜과 괴옴, 싸가지,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 엄마와 아빠, 손 없는 날, 오지랖이 넓다 등 많은 말들에 대한 유래와 그것을 통해 그리 의미를 가지게 된 과정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우리말의 '엄마, 아빠'와 똑같이 엄마 아빠를 부르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여러분은 '지스러기'가 되지 말고 '머스러기'가 되세요. '알짬'만 기록한 노트는 학생들의 시험기간에 인기가 으뜸일겁니다. 한참 기다렸네의 '한참'은 어느 정도의 시간일까요? 학창시절 상장의 '품행이 방정하고...'가 어찌되어 '방정맞다'로 쓰이고 있을까요? 등등....... 이 책속에서 찾을 수 있었던 즐거움에 대한 일부 기억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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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1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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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지식채널 e, 5분간에 걸쳐서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그리고 때로는 웃음을 담고 때로는 눈물을 담아서 시청자에게 보여주었던 영상과 글들이 종이위로 자리를 옮겨 이리 내 손에 들려졌습니다. 5분이라는 시간적 제한과 시각과 청각에 의존한 기존의 TV 프로그램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 깊숙한 외침과 자각에 대한 물음을 던져 주었을 내용들이 종이위에 많은 여백을 만들면서 책으로 이리 꾸며져 있습니다. TV 프로그램이 방송이라는 특성과 시간적 제한으로 사람들에게 문제제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숙고의 시간을 허락하지 아니하고 영상을 바꿔가며 그 짧은 시간을 메꾸었던 것에 비해, 책속으로 옮겨진 지식들은 한곳에 머물러 생각하고 반성하고 답을 구하고 희망찾기를 시도해 볼만한 한없는 여유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 책은 TV라는 영상매체에 대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이야기라도 책을 통해서 이야기 될 때, 영상매체로 옮겨진 언어와 어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예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물론 문학작품들이 영화로 만들어진 예들은 수도 없이 많기는 하지만, 선후관계가 서로 바뀐 것이니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말을 인용한 뒤 '느낀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말을 덧붙이며 시작되는 책의 첫머리는 아마도 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지식의 의미를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단순한 정보와 꽉 짜여진 논리로서의 지식, 겉모양을 화려하게 꾸민 지식이 아닌 생각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지식, 그리고 여백이 있는 지식, 그런 의미로서의 지식 말입니다. 이야기의 첫시작은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인데, 침략자로서의 서구인과 그들에게 꺽인 인디언의 존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파이조각 1%를 가져가는 커피 생산농가와 99%의 파이를 차지하고서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거대커피업자와 중간거래상, 소매업자에 대한 우울한 커피 한잔에 대한 이야기, 100g의 고기 생산을 위해 소비되는 2000L의 물과 사라지는 5제곱미터의 숲으로 인한 지구상의 수많은 이상기온과 자연재해를 돌아보는 햄버거 컨넥션, 아동들과 가난한 나라의 노동착취를 통해 생산되는 축구공과 화려한 축구스타와 월드컵 등을 대비시켜 생각해 보는 축구공의 경제학, 풍부한 다이아몬드나 생산물들로 인해서 피를 뿌리는 내전의 소용돌이 속의 아프리카와 강대국들의 각축을 들여다 보는 Blood Phone 등 40가지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인간답게 산다는 것, 바르게 산다는 것, 평등하게 산다는 것, 꿈을 가지고 산다는 것 등에 대한 물음을 현실속의 삶의 모습들을 통해서 던져주고, 그 안에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들을 또한 담아서 들려줍니다.

 책을 읽어나가는 중간중간, 함께 실린 사진을 보거나 내용들을 보며 잠시 멈추어서 의미를 생각하고 이유를 생각하고 어찌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시간들 속에서, 이 책의 의미가 단순히 다른 책들이 다루지 못했던 방식으로 지식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마음을 울리는 공명이 있음을 느낍니다. 하루 23시간 55분을 5분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들였던 이들이나 책으로 이리 펴낸 저자들의 열정속에 담겨 있던 소망이 이러한 울림을 만들어 내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들은 진정한 앎이 필요한 시사문제를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단순하게 던지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할지라도, 단순한 성찰 너머의 무엇으로 연결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곳곳에 담겨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하게 되구요.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기에 생각되어진 적도 없고, 또한 관계가 있더라도 내가 불편하지 않아서 너무도 가볍게 취급되어졌던 이러한 문제들과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서 이제는 감성적으로 가슴을 울리고 적시는 지식으로서의 방송, 책의 역할 '그 다음은?', 그리고 그러한 지식을 가슴에 품은 독자로서의 내가 해야할 '그 다음은?'에 대한 진지한 물음으로 글읽기를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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