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눌와 출판사, 알라딘 인문학 스터디 - 박상진 교수님의 궁궐의 우리나무 경복궁편

 

안녕, 지난 겨울에 내가 보낸 편지를 잘 받았다고 하니 고마워.

많은 사람들이 내 편지를 좋게 읽어주고 칭찬해주니 나도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

인상 깊었다는 분들이 많아서 언제 또 편지를 쓸까 하다 이번에 이렇게 쓰게 됬네.

 

신록의 경이로움이 펼쳐지는 5, 이 눈부신 봄날에 너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바로 경복궁의 우리나무 이야기이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나무 박사님이신 박상진 교수님의 궁궐 나무 답사 경복궁 편에 참가해서

좋은 강의를 듣고 그것을 토대로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먼저 본격적인 경복궁의 나무 답사를 하기에 앞서 경복궁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을 소개해줄께!

바로 근정전과 어우러져 좌우로 펼쳐진 인왕산과 북악산의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야.

12일에 유홍준 교수님이 나오셔서 경복궁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다고 말씀하신 곳이 바로 이 구도였어!

인왕산과 북악산의 능선이 근정전의 처마와 어우러져 기가 막힌 선의 미학을 감상할 수 있거든.

차경, 자연을 빌려 내 정원으로 삼는다 라는 우리 조상들의 건축법이 그대로 투영되어 경복궁의 뒤뜰은 바로 인왕산과 북악산이 되는 셈이야.

그리고 마당에 깔려있는 하얀 박석은 비가 왔을 때 배수로 역할을 해준다고 해.

일본이 잔디의 정원 문화라면 우리나라는 박석, 돌의 문화이거든!

 

자자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경복궁의 나무 이야기로 떠나볼까?

 

 

 

박상진 교수님과 함께하는 경복궁 나무답사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출발하여 홍례문과 근정문 사이에 있는

금천교에서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궁궐 나무 관람이 시작되었어.

경복궁 금천교 주변에도 매화, 살구, 복사, 앵두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대게 4월에 피는 꽃들이라 지금은 초록 잎을 띄고 있어서 아쉬웠어.

궁궐 전각 앞에는 대게 큰 나무들이 많지 않은데 그 이유는 자객이 숨을 공간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무가 집 안에 들어갔다 하여 (곤란할 곤) 자가 되는데 이는 왕이 곤궁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전각 앞에는 나무들을 많이 심지 않았다고 하네^^

일반 양반 집 마당에도 대게 나무를 심지 않았고 심는다하더라도 나무가 지붕 위로 올라가면 정기를 빼앗는다고 하여

항상 지붕보다 낮게 잘라 내었대^^. 흥미로운 사실이지

 

 

 

 

근정전을 지나 경회루 일원으로 들어와 수정전 앞에 있는 말채나무를 보았어.

이름이 특이하지? 말채! 말채찍으로 만들어 사용하기 편리한 나무여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네.

그리고 이 나무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어!

옛날에 한 무사가 백성들을 위해 장렬히 싸우다 전사했는데 그 장수가 사용하던 말채찍을 땅에 꽂아 놓았더니

그것이 자란 나무라하여 말채나무가 되었다고해.

때문에 무사를 상징하는 나무이기도한데, 그래서인가 수정전 앞에 소나무 한그루가 놓여있어.

말채나무가 직접 수정전을 바라볼 수 없게 소나무를 심어놓아 한글을 연구하던 문신들을 보호하지 않았을까?

 

너도 알다시피 임진왜란 때 조선의 궁궐을 모두 불타버리자나.

임진왜란 이후 경복궁의 터가 좋지 않다하여 복원을 하지 않고 창덕궁을 복원하여 주궁으로 사용하다가

흥선대원군 때 경복궁을 복원하게 되었어! 하지만 그마저도 일본에 국권이 침탈당하면서 많이 훼손되었어.

그리고 그 때 창경궁을 비롯하여 궁궐에 일본 사람들이 벚꽃을 많이 심어놓았다고 해.

그래서 해방 후 궁궐의 옛 모습을 복원하면서 벚꽃들을 대부분 뽑았는데 몇 그루의 벚나무는 남아있어.

그 이유는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바로 우리나라, 제주도이거든!! 

 

 

 

수정전을 지나 영추문 쪽으로 가다보면 서어나무, 산수유, 벚나무, 라일락 등등의 많은 나무들을 만날 수 있어.

그 중에 서어나무는 마치 사람의 근육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서 특이해.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니 울퉁불퉁한 근육에 불끈불끈 힘줄이 움직이는것처럼 보여. 그리고 나무를 자세히 보면 꽃차례가 달려있는데

바람이 불면 그것들이 춤을 추어서 마치 아기방에 걸려있는 모빌이 움직이는 듯 해.

그래서 서어나무 밑에 누워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고 싶어지더라구.

  

 

 

 

그리고 영추문 앞에는 수수꽃다리(라일락꽃)이 활짝 펴 있어.

라일락에서는 청춘의 향기가 나. 그 향기에 잠시 취해봐도 좋을듯해.

라일락꽃의 꽃말은 젊은 날의 추억이거든.

오늘이 우리 생애 남은 가장 젊은 날이야. 이 눈부신 봄날에 좋은 추억을 꽃 피워보도록 함께 노력하자!

 

 

 

 

 

영추문에서 다시 경회루로 가다보면 굵은 왕버들 나무를 만날 수 있어.

왕버들 나무는 항상 습기가 가득한 몸체로 살다보니 둥치가 썩어서 고목을 보면 가운데가 뻥 뚫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서 곤충이나 작은 동물들이 죽어버리면서 사체에서 나오는 인 성분 때문에 비오는 날 밤에는

불빛이 번쩍이게 되고 이게 바로 도깨비불이 되었다고 해. 때문에 왕버들은 도깨비가 사는 나무라하여 귀류라고 불리었다고 하네.

 

그리고 왕버들에는 재미있는 야사가 얽혀있어.

조선 세조가 수양대군 시절 14살의 어린 나이에 기생집에 출입하였는데 기생의 기둥서방이 찾아와 수양대군이 급히 도망쳤다고 하네.

도망치다보니 왕버들 나무가 보여서 그 썩은 구멍 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고 하더라고.

헌데 얼마 뒤에 어떤 사람이 이 왕버들 나무 앞에서 오줌을 누며 임금이 버들에 의지하는 상인데, 거참 이상한 일이다라고 중얼거렸다고 해.

수양대군은 이 일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왕에 오른 뒤 신기하게 여겨 그 사람을 찾았는데 이미 죽고 없어 그 후손들에게 상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있어.

어때? 재미있지? 그 사람은 왕의 재목을 알아보는 천리안을 가진 사람이였나봐^^

 

 

그리고 왕버들나무 뒤로 경회루가 보이고 그 앞 쪽으로 버들나무와 노란색의 황매화가 있어.

사진에도 잘 보이지? 저 노란색 꽃은 개나리가 아니고 겹황매화야!! 노란꽃이 빛을 받으니 더욱 예쁘게 반짝이더라고.

경회루 앞에 있는 버들가지는 부드럽고 연약하여 가냘픈 여인을 상징한데. 그래서 버들나무에는 사랑과 이별이야기가 많이 얽혀 있다고 하네.

 

그리고 이 버들나무에도 세조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단종을 영월로 유배 보내고 낮잠을 자는데

꿈에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가 나타나서 당신의 아들도 데려가겠다며 얼굴에 침을 뱉었다고 해.

이 후에 세조의 장남이 병에 들자 버들로 둘러싸인 경회루 아래에 승려 20명을 모아 재를 올렸다고 전해져.

하지만 세조의 장남은 20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고 말아.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권력투쟁에서 형제들을 살육하고 왕이 된 태종은 그의 손자들이 자기의 모습을 반복하는 것을 보고

죽어서도 마음이 편치 못하지 않았을까?

 

또한 봄의 궁궐에는 복사꽃도 피어나.

중국 전설 속에 복숭아는 9천년마다 한번씩 열매가 열리는데 이를 먹으면 불로장생할 수 있다는 신선의 열매야.

서유기를 보면 손오공이 복숭아를 몰래 따먹다 걸려서 500년동안 바위틈에 갇히는 벌을 받기도 하지.

우리나라에서도 복사나무는 병마를 쫓는 힘이 있다고 믿어 세종은 모후가 위독해지자 복사나무를 붙잡고 기도를 올렸다고 하더라고.

또한 귀신을 쫓는 나무라고 믿어 제사상에 절대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다고 하네. 조상들이 오셔서 제사 밥을 드시고 가야하니깐 말이야.

 

 

 

 

경복궁 교태전 뒤로 가면 화계가 나오는데 철쭉과 옥매화가 꽃동산을 이루고 있어.

화계는 말그대로 꽃계단이라는 뜻이야. 교태전은 왕비가 거처하였던 침전이거든. 그래서 그런가?

여인네를 위한 화계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더라구.

예전 조선의 왕비님들도 꽃처럼 이토록 아름답고 지조가 넘치셨겠지?

봄의 경복궁을 둘러보다 지칠 땐 잠시 교태전 뒤에 앉아 화계의 아름다움을 감상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겨우내 황량했던 너의 마음에도 활짝 꽃을 피워줄게야.


 

120년 된 느티나무가 현재 경복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고 해.

아무래도 임진왜란 때 전부 불타 없어졌고 흥선대원군 때 복원되어 100년이 좀 넘었으니까 오래된 나무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

세계의 역사를 둘러봐도 500년이나 한 왕조가 명맥을 유지한 나라가 거의 없고 그 중에 하나가 우리의 조선인데,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남아 있는 것이 많지 않아 참 아쉬워.

그래도 우리 후손들에게 이것들을 물려줘야하니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켜야겠지?

예전 경복궁 후원은 지금의 청와대 자리인데 그 곳에는 옛 경복궁의 고목들이 남아있지 않을까하고 예상하시는 교수님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어!

경복궁 후원이 남아있다면 잘 보존되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

창덕궁 후원이 많은 사랑을 받듯이 언젠간 경복궁 후원도 빛을 볼 날이 올거야

 

 

 

아참 그리고 궁궐에 뽕나무가 많았다는 사실 알아? 얼마나 있었을 것 같아?

100그루? 500그루? 1000그루? 모두 다 틀렸어.

세종 5년에 잠실을 담당하는 관리가 올린 공문에는

경복궁에 3590그루, 창덕궁에 1천여 그루, 밤섬에 8,280그루가 있으니 누에 종자 210냥을 먹일 수 있습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해.

어마어마하지? 모두 합치면 1만 그루가 넘는 뽕나무를 왕실이 직접 관리했다니 말이야.

그야말로 뽕나무대궐이지?

예전의 국가들은 농상국가라고 불릴 만큼 농상은 의식의 근본이라 여겼는데 여기서 '농상'의 농자는 농사 농이고, 상자는 뽕나무 상()을 쓰는거야.

아무래도 예전에는 비단이 주요한 물품이자 큰 값어치를 해서 중요시 여긴 것 같아.

뽕나무는 이런 누에치기 말고도 오디열매나 뽕나무에서 기생하는 상황버섯도 약재로 유용하게 쓰였기 때문에 버릴 것이 없는 나무라고 하더라구.

뽕잎을 먹기도 하였고 말이야. 궁궐은 꽃대궐이자 뽕나무대궐이였지 뭐야^^

 

 

 

교수님과의 경복궁 궁궐 이야기의 마지막 일정은 건천궁이였어.

고종의 거처였던 건천궁을 복원하면서 고종이 좋아하여 고종시라고 이름이 붙었다는 고종시 감나무를 경남 산청에서 옮겨와 심었다고 해.

청나라 관리들은 만주를 근거지로 하여서 중국 남부가 원산지인 감을 쉽게 구경도 하지 못했다고 하네.

그래서 조선에 해마다 홍시 3만개를 보내라는 요구를 했다고 하는 기록이 있대.

무려 3만개라니 재미있지 않아? 홍시를 맛보고 얼마나 그 맛에 빠졌으면 3만개를 요구했겠어.

그 당시에 3만개의 홍시는 청나라로 가다가 다 썩지 않았을까.^^

왜 고종께서도 감을 그토록 좋아하셨는지 상상이 되지? 갑자기 나도 홍시 한입 베어 물고 싶어지네.

고종께선 좋아하시는 감을 맛보실 때만큼은 잠시나마 위태로운 조선의 안위를 잊고 평온하시지 않았을까 싶네

 

 

이 밖에도 경복궁 안에는 많은 나무들이 있어.

5리마다 심어서 이정표 역할을 했다는 오리나무,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이야기에 나오는 느릅나무,

세종이 좋아하신 앵두나무, 활모양처럼 생겼다는 화살나무, 이성계의 무용담이 깃든 돌배나무,

그리고 살구나무, 전나무, 은행나무, 명자나무, 병아리꽃나무, 조팝나무 등등....

정말 생각도 못했을 만큼 많지? 궁궐에서 이 나무들만 보는데 시간을 써도 모자를거야^^

 

너무 많아서 다 모르겠다고? 괜찮아. 나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많이 공부했어.

그래도 아직은 모르는게 훨씬 많지. 나와 함께 차근차근 배워나가자.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우리 곁에 있는 나무들을 더 아껴주는 마음이 생길 거야.

그러다보면 길 위에서 만나는 사소한 것들마저 온전히 나에게로 다가오겠지?^^

 

 

 

 

자자, 그럼 마지막으로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박상진 교수님을 소개하도록 할게.

어때? 산수유꽃보다 더 멋지시지? 꽃보다 교수님^^ 내가 감히 그렇게 붙여봤어.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나무이야기이지만 적절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이어진 강의는 정말 유익하고 재밌는 시간이었어.

어린 시절, 마치 할아버지 무릎 위에 누워 옛 이야기를 듣다가 잠들듯이 편하고 즐거웠어. 너도 기회가 되면 다음에 꼭 참가해봐.

 

그럼 우리 다음번에는 기와 위에 봄이 내려앉은 궁궐에서 만나도록 하자!

  

 

 

 

사진과 글에 대한 저작권은 별헤는로망(http://blog.naver.com/yegam84)에 있습니다.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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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씨에 박상진 교수님와 함께한 나무답사는

 

경복궁에 대한 첫기억으로 남을 거 같아요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그냥 지나쳤던 나무들의 숨은 이야기도 알게되었고

 

무엇보다 경복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였습니다


다른 분들도 이렇게 좋은 기회를 함께 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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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대단하시네요...

언제 사진들을 찍으셔서 올리셨는지...

관심이 많아서  틈나는데로 공부도 하고 열심히 쫒아 다니면서  배우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안타까움이....

경복궁에 복사꽃이 많더군요...여러번 갔었지만  복사꽃이 그렇게 예뻤었던가 싶었어요...

연로하신 선생님께서 오랜시간 설명해주셔서 더 감사하구요...

출판사 측의 <나무지도> 참 고맙습니다.~~

 

다음 번 강의도 참석하면 더 좋겠구나 싶네요...

 

황량한 경복궁이 언제나 다 채워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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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 가득한 날에 박상진 저자의 안내로 경복궁의 우리 나무들을 만나고 왔다. 우리 문화재 특히 자연 풍광이 대체로 잘 보전된, 궁궐과 그 속에 깃들어 있는 동식물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번 답사에 기대가 컸다저자는 홍례문-어제교-근정전-수정전-영추문-경회루-함원전, 교태전 후원(아미산)-자미당 터-집경당 앞향원정-건춘궁 장안당-민속박물관입구 순으로 돌면서 갖가지 과일나무들과 버드나무, 산수유, 벚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에 얽혀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나무의 습성과 재질, 그 나무에 관련된 역사이야기들을 풀어서 설명하였기에 귀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쉽고 흥미 있었다. 때 마침 복사꽃, 수수꽃다리, 황매화, 옥매화, 병아리꽃, 조팝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서 무척 싱그러운 꽃밭 산책이었다.

 박상진 선생님의 <궁궐의 우리나무>라는 책을 접하지 않았거나, 사전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비유와 설명을 해 주신 저자께 감사드린다.

 

[건의]

1. 연중 사계절 7회에 걸쳐 이루어지는 대규모 답사인 만큼, 7회 중반부나 후반부에 전체 궁궐 답사를 아우르는 실내강의(PPT나 사진 자료, 또는 지도를 활용한)”가 있으면 합니다. 물론 궁궐에 심어져 있는 개별 나무에 대한 답사도 의미가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조경개념의 전체 나무의 종류와 배치, 궁궐의 목재 건축 재료(나무 문화재) 등에 대한 전반적인 조명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 개인적으로는 <동궐의 우리 새>와 관련, 궁궐의 조류 분포에 대한 강의(탐조, 답사, 실내 강의 등)도 신설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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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숙 작가의 글을 읽고나면 스스로 조금 가라앉는 느낌을 받곤 했다. 문체의 어려움이 느껴진 탓도 있지만 조금 어두운 이야기라고 여겨지곤 하였다. 

  그런데, 최근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신경숙 작가의 글이 맞나?" 싶을만큼 유쾌하고, 짧은 글 속에 책장이 잘 넘어가는 경험을 하였다. 짧은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내가 직접 경험을 하였거나 내 주변에서 누군가 경험했을 이야기들이 녹아있다. "하하하" 웃게 하는 경우도 있고, 요즘 표현대로 "웃프다"라고 이야기할 만한... 읽고 나서 빙그레 미소를 짓게는 하지만 왠지 조금 쓸쓸한 느낌은 남아서 여전히 신경숙 작가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글을 쓰는 작가와 만남, 책을 넘어서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곤 한다. 책을 쓴 작가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같은 책을 읽고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이기도 하니깐...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일종의 연대의식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시간. 나 혼자서 책을 읽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신경숙 작가님과 함께 했던 이 시간이 아마도 시간이 흘러 아주 작은 기억으로 남는 다면, 나는 작가님께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생각을 가다듬던 짧은 적막과 이야기 중에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실 때의 그 느낌이 간직될 것 같다. 또 사인을 받고 나오면서 보았던 달도...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신경숙 작가와의 만남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신경숙 작가와의 만남 2013년 4월 24일 (수) 19:30 @ 카페 꼼마 1호점



진행: 뮤지션 시와 _ 여는 노래 <랄랄라> <잠 못 이룬 당신> 

  "2006년에 데뷔한 7년 차 가수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깊은 슬픔》과 《외딴방》을 읽었었는데 이런 자리에 서게 되어서 영광이니다. 어린 시절에 신경숙 작가님 글을 읽으면 이렇게 성장합니다. (웃음)" 

 

Q. 오늘 오시기 전에 무엇을 하셨고, 어떤한 마음으로 오셨을지 궁금합니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출간과 관련해서 인터뷰를 한 시간 정도 하고 왔습니다. 인터뷰 할 때마다 조금씩 다른데, 말을 잘하는 경우고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오늘은 말이 잘 되었던 인터뷰를 하고 왔습니다. (웃음)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은 폐간 되었지만, 서평잡지 <북새통>이라는 잡지에 연재되었던 글을 묶은 책입니다. 2년 동안 연재를 했는데, 스물 여섯 가지 이야기입니다. 제가 쓰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썼습니다. 혼자서 밤에 산책을 하다보면 하늘도 보고 하는데... 그때 보았던 것이 달입니다. 그 달에게 말을 걸기도 하면서 글을 썼는데, 그 달이 여러분, 독자분들이라 생각하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쓴 것 같습니다. 

  작가의 말에도 썼는데, 직접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달라는 독자분들도 계셨고, 사람들을 만나서 제가 웃으면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의외로 잘 웃으시네요.", "웃으실 줄도 아시네요." 라는 반응을 보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하게 되었던 글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었습니다. 

  한 달에 하나의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글을 쓰기 위해서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생각하다보니 저의 일상 재발견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한 달동안의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는 시간도 되었고, 인상 깊던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이야기를 덜어내야 했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책에 실린 이야기는 그런 순간의 선택된 글들 입니다. 슬며시 미소 짓게 하는 글이 있다는 반응이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달()은 해()와는 다른 느낌으로 은근하게 환한 느낌이 들잖아요. 해와는 또 다른 느낌도 있고, 모성의 느낌을 갖고 있기도 한 것 같았습니다. 

  이번 글들은 한번 쓰기 시작하면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썼습니다. 마침표를 찍고 자리에서 일어섰던 글들입니다. 마감 덕분에 그렇게 쓸 수 있던 것도 있었지만, 짧은 글이라고 쉽게 쓴 것은 아니었습니다. 장편을 쓰는 것보다 쉽게 쓰여지지 않았습니다. 장편은 작가가 처음부터 이야기를 만들면서 인물의 머리길이, 옷, 이야기의 복선을 고려하면서 썼다면, 짧은 글은 함축적인 리듬을 중요하게 생각되어서 한 문장을 쓰더라도 조금 신중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독자들의 반응? 저의 느낌이기도 했는데, 저의 이야기라는 느낌으 드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달의 이미지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어머니 같은 모성의 느낌도 있으니깐 그런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 독자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는 글이 있어서 공감이 되고, 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옵니다.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해서 그런 것이 같습니다. 작가와의 만남 신청하면서 남긴 덧글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Q. 우연한 기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질문보다는 늘 작가님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입니다.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는 독자가 있다는 것은 글쓰는 작가로 독자에게 감동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이전에 썼던 저의 작품들이 시간이 흘러서 지금의 스무살, 또는 고등학생들이 읽고 있다는 것은 작가를 긴장시키는 일입니다.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하고 계신 독자분께 감사합니다. 사인회나 오늘처럼 독자들과 만나는 시간에 즐거운 경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만약, 연재를 계속하고 있었다면 오늘 여기에서 직접 겪은 이야기를 썼을 것 같습니다. 

 

  독자에게 감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작가와 독자는 책을 사이에 두고 시간을 통과합니다. 행복 일이기도 하고, 기쁜 일인데 책을 읽는 것은 어쩌면 가장 늦은 일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에 비하면 느린 일인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렇지만 오랜 시간동안 마음이 벽돌처럼 쌓여서 읽는 사람에게로 전해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지만, 언어로 각인된 이미지에 독자가 공감하면 이전과 다르게 변화하게 합니다. 그 흔적이 가장 오랜시간 동안 남아서 직접적으로 마음 안에 반영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글쓰는 사람으로 참 고맙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시간이 직선이 아니라 둥근 것 같습니다. 과거 속에 미래가 존재하기도 하고, 30년 전 순간인데...  현재의 시, 소설 속 이야기를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다른 시각으로 변화를 하기도 하고, 우리가 지낸 어제가 내일이기도 하고... 이렇게 생각해보면 신기하게도 살아가는 날들은 이전의 시간과 만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어느 한순간에 미래가 담겨 있기도 하고 그와는 반대로 먼 과거가 있어서 문득,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Q. 책을 읽으면서 특히, "모르는 사람에게 쓰느 편지" 속 삽화를 보고 놀랐습니다. 할머니가 돌아 가신 경험때문에 생각이 났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삽화를 그린 삽화가 (방현일)를 직접 만난 것은 한 번뿐이었는데 유머있고, 상상력이 풍부한 느낌이었어요. 상실하면 그런 느낌일 것 같다고 삽화를 그려주었는데, 그 삽화를 보고 할머니가 떠올랐다면 앞으로의 시간에도 조금 더 자주 그런 느낌과 마주치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포스트잇 질문

Q. 여전히 유지태씨를 좋아하시나요?

  네. "아직도"가 아니라 "지금도" 좋아하고, 앞으로 더 좋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무엇을 하는 사람으로, 또 큰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이 좋아보입니다. 영화 <동감>에서 봤을 때와 지금의 변화를 생각하면 본(本)이 작은 것에서 커져가는 것을 보여주는, 나무 같은 사람 같아요. 지금은 영화를 출연하는 것에서 영화감독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하고, 또 책도 많이 읽으시고... 더 좋아하게 될 것 같습니다.


Q. 소설가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어 좋은 점은?

  눈물 한 방울처럼 작은 것을 보는 것에서 시작해서 이야기들이 모여 새로운 한 세계가 형성되는 것을 느낄 때의 느낌. 물론, 그것이 언어 속에 갖혀서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품 속 은서, 리진, 윤희, 영서, 미루 같은... 아, 그들에게 갑자기 미안해지네요.

  제가 만든 인물들을 인간의 영역에 섞어놓는 역할이 작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 마음이 흔들렸다." , "소설 속 인물과 공감 되어 좋았다." 는 반응. 

  그리고 소설 속 인물들의 성장을 보는 것도 좋은 점 같아요. 원래 이 인물은 잠깐 동안의 필요에 의해서 도구적으로(?) 설정한 인물이었는데 결국 그 인물이 작품 끝까지 남게 되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잘 눈치채지는 못하시겠지만, 《깊은 슬픔》 속의 화연은 은서에 방에 노크를 하기 위한 인물로, 노크하는 순간 이후에도 계속 남아 있게 됩니다. 

  모든 작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의 경우는 소설을 쓸 때, 소설의 3분의 1 정도는 소설 속의 인물에 전적으로 개입 해서 지어내는 느낌이라면, 그 이 후로는 인물들이 각자의 길을 갑니다. 각자의 생명력을 갖고 그들의 생명력대로 움직입니다. 자기 스타일로 그 생을 살아가는 것이죠. 

  → 작가님 이야기에 공감이 되는 것이 작가님도 글쓰는 순간의 집중을 하면 그들 각자의 길을 간다는 이야기처럼, 저도 노래를 만들 때, 노래의 3분의 1 정도의 멜로디만을 만들면 나머지는 그 노래가 자기의 길을 가게 됩니다. 

 

Q. 국어 교사의 질문>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입장에서의 괴로운 마음이 듭는 것이 문학작품을 먼저 시험으로 접하게 되어서 각자 감상하는 느낌이있는데, 정답만을 고르려고 하는 문제?

  저라고 해답이 있겠어요. (웃음) 문학시험의 텍스트로 외딴방》이 수록되고 교과서에서도 실렸다고 하더라구요. 

  글쓰는 순간의 경험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글쓰는 순간의 경험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밤에 외딴방》의 한 부분인 죽은 자의 이야기를 쓰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를 들었던 경험이있습니다. 초인종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고 또 누르면 나가려고 했는데, 사실은 의자에 걸어놓았던 물건이 떨어졌던 소리입니다. 그때의 저의 느낌을 설명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근접하는 답은 존재하지 않을까요? 시험은 시험으로써 접근하는 것을 찾고... 시험 이후에 시험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읽는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다시 읽는 기회를 주는 것. 문학 작품을 접하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의 마침표는 작가가 다 썼을 때 찍는 것이 아니라, 진짜 마침표는 누군가 읽는 것으로, 독자가 읽는 것을 찍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읽는 이에게 들어가는 것 아닐까요?


  친구가 들려준 어느 어부의 이야기를 듣고 만든 노래.  가수 시와가 마지막으로 들려줄 곡 <마시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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