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란 쏙 성경, 성경 쏙 이슬람
박요한 지음 / 코람데오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911테러가 일어났을 때만 해도 나에게 '이슬람'이란 그렇게 험상궂고 무서운 단체가 아니었다. 사막과 먼지의 중동, 예수님도 거기서 태어났고 성경의 처음 무대도 거기인데 악감정을 가져서 뭐할텐가. 그런데 2004년 즘이었나? 이슬람 무장단체에 피랍된 한국인이 공개처형되고 그 동영상이 유투브에 떠돌았다. 어쩌다 그 동영상을 클릭하게 된 나는 정말 그야말로 정신이 고꾸라질듯한 충격을 먹고는 그후로 이슬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

 

 

성지를 향해 절을 하는 유순한 등을 떠올리는 대신 가장 먼저 총이 떠올랐고 끝이 구부러진 그들의 칼이 떠올랐고 알라 외에는 없다!고 외치며 살육도 불사하는 그들의 전투적인 포교가 그들에 대한 나의 감상들을 지배했다. 그러나 그들, 이슬람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교리가 과연 폭력적인가에 대한 의문은 언제나 그 공포스런 선입견 뒤에 슬그머니 나타났다. 알지도 못하면서, 제대로 알려고 해본 적도 없으면서 무턱대고 손사래를 치며 덮어두고 비난과 암묵적인 멸시를 하는 것은 과연 나의 신앙에 적합한 것일까.

 

 

교양삼아 성경을 읽었다는 어떤 스님처럼, 나도 그래서 교양삼아 코란을 읽어볼까 했다. 그러던 차, 코란 보다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이 책 [꾸란 쏙 성경, 성경 쏙 이슬람] 이다.

선교회에서 시무하던 박요한 선교사는 이슬람에 대한 많은 연구 끝에 이 책을 내 놓았다. 동일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서 출발하지만 너무나 다른 두 종교 기독교와 이슬람. 저자는 각 종교의 경서인 성경과 코란을 비교, 대조하면서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두 종교 사이를 파고 들었다. 총 5가지 주제에 따라 나뉘어 있는 각 장에서는 성경과 코란에 동일하게 기록되어 있는 사건들, 그러나 조금 다른 설명들, 코란에는 있으나 성경에는 없는 것들 그리고 성경에 있지만 코란에 없는 것들에 대해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비교적 잘 정리가 되어있다. 저자가 처음 머리말에서 쓴대로, 이슬람에 대해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성경과 코란을 대조해서 보여주고 있어서 둘의 차이와 비슷한 점을 파악하기가 쉽다.

 

 

그러나 이 책은 어디까지나 기독교인이 쓴,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꾸란이 실려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처음, 저자의 머리말을 읽고 난 뒤에 나는 성경과 코란에 대한 지극히 객관적이고 냉철한 비교와 대조를 기대했다. 실제로 저자는 이슬람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듯한 눈치여서 그런 내용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성경과 코란의 비교, 대조가 이 책을 이루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위에 쓴 대로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코란과 이슬람이다. 코란과 성경을 내용상으로 비교하고 대조한 것은 체계적이고 상세하지만 냉철하거나 객관적이지는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화로 읽는 십이지신 이야기 뱀 한중일 비교문화 십이지신 시리즈 4
이어령 책임편집 / 열림원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서운 겨울 바람에 바싹 얼어버린 감나무 가지에 까치가 날아와 앉는다. 동네 어르신들은 아침 햇살에 매달리는 까치 울음에 '좋은 손님이 오시려나.' 눈웃음을 지으신다. 그러나 어쩌다 까마귀가 길게 목소리를 흘리며 서쪽으로 날아가기라도 하면 침을 뱉는다. '재수없게 왠 까마귀가 울어'. 길조 까치와 흉조 까마귀는, 그러나 북태평양의 시베리아에서는 창세의 신으로 추앙받고 아랍에서는 부를 가져오는 귀한 새로 여겨지기도 한다.

까치나 까마귀나 다 거뭇한 날개를 가진 새들일뿐더러 더구나 한국 까마귀나 시베리아 까마귀나 다 같은 까마귀일텐데, 까마귀 입장에서는 참 억울할 일이다. 여기 사는 까마귀는 재수없다는 소리를 숙명처럼 듣고 사는데 어데 까마귀는 신으로 대접받으니 기실 문제는 까마귀에 있는게 아니라 사람에게 있는 것이겠다.

 

 

인종과 종족의 차이, 환경과 역사의 차이는 이와 같이 그 문화를 들여다볼수록 더욱 분명해진다. 특히나 산천과 동식물에 관련한 신화와 전설에는 거기 살고있는 사람들의 오랜 생활양상과 관습, 가치관 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가 십이지신의 각 동물을 주제로 동아시아의 민속문화를 분석해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는 [문화로 읽는 십이지신]은 한국, 중국, 일본. 반만년 이상의 시간 동안 공존해온 이 세 나라(지역)의 같은 듯 매우 다른 문화를 아시아 공통의 '십이지'라는 문화 코드 속에서 풀어가고 있다.

내년 용의 해를 맞이하기 때문일까. 용으로 거듭나 승천하기 전의 꿈틀꿈틀 '뱀'이 이번 네번째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위에서 까마귀가 으례 '재수없다' 소리를 듣고 사는 것처럼 뱀 팔자도 그렇다. 아니 사실, 그보다 더 심하다. 까마귀는 돌을 던지고 마는 정도지만 (그나마도 날아가버리면 그만이지만) 뱀은 온갖 저주를 다 듣고 살뿐 아니라 목숨 부지하기도 힘들다. 알을 많이 낳은 뱀의 생태적 특성은 사람들 사이에서 뱀을 정력의 화신으로 자리잡게 했단다. 그래서 뱀은 종종 산채로 잡혀서 독한 술 독에 담겨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종교나 기타 여러가지 속설들 때문이 크겠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다 차치하고서라도 뱀은 일단 징그럽게 생겨서 정 받기가 어렵다. 차가운 피부에 팔다리 없이 기어다니는 몸, 새파랗고 찢어진 눈, 날카롭게 휘날리는 혀. 서정주는 그의 시 [화사]에서 뱀의 야생적 아름다움에 대해 노래했지만 글쎄, 이번만큼은 그의 미적 감각에 동의할 수가 없다. 비호감과 혐오 사이를 아슬아슬 하게 오가며 오랜시간 눈총을 받아온 뱀은 과연 언제부터 이런 가혹한 대접을 받게 되었을까.

 

아주 멀리,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과 중국, 일본의 문화 속에서 뱀이 지금과는 사뭇 다른 위치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뱀은 아주 깨끗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지혜로운 동물이기도 한 반면에 징그럽고 사악한 동물로 가능한 한 멀리하고 꺼리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 민속에 뱀에 관한 인식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뱀은 죽은사람의 영혼, 명부의 수호신, 간교한 지혜와 애욕, 다산의 상징으로 묘사되고, 민간신앙에서는 업신, 당신의 수호신으로 모셔진다. 또 민속예술의 주제, 민간 의료의 주요한 약재로 쓰인다. 반면에 징그러운 요물로서 배척하는 상사일의 풍속도있다.

p212 한중일 뱀과 종교적 예식 - 천진기

 

 

수호신 - 불사불멸, 재생 뱀은 비록 그 외모나 행동거지가 아름답지는 못하나, 시대에 따라 달리 서로 부정과 긍정의 반복과 혼효 등 다른 상징으로 여러 다양한 의미를 아우르며 조형 미술 속에 등장한다. 오랜 세월 열두 띠 동물의 하나로도 한자 문화원 나름의 의미를 이어왔다.... 고대 유물 중에서 조각과 공예, 회화에 이르기까지 그 자취를 두루 살필 수 있다.

p96 한중일 회화 속의 뱀 , 이원복

 

 

오래전, 뱀은 중국에서는 창세신으로, 한국에서는 다산과 정력의 상징으로, 일본에서는 풍요를 관장하는 수신으로 군림했다.

농경사회에서 뱀은 알을 한꺼번에 많이 낳는 그 생태적 특성 때문에 풍요와 다산을 가져오는 동물로 여겼다. 남근을 닮은 머리와 몸통의 생김 때문에 한중일의 설화, 신화 등에서 뱀은 종종 변모한 남성 혹은 아름다운 여성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중국의 창세신, 여와와 복희가 뱀 형상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고구려 벽화 등에 자주 나타나는 현무 역시 뱀 형상을 띄고 있는 것으로 보아 뱀이 십이지신 중의 하나로 이름만 남겨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신성시되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에덴동산에서 하와를 미혹한 동물로 오랜기간 저주를 받아온 서양 문화 속에서도 뱀은 풍요의 상징이라는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데 특히 이집트에서가 그렇다. 파라오가 쓴 관을 보시라. 클레오파트라가 괜히 뱀을 단짝으로 삼은 게 아니었다. )

 

 

[문화로 읽는 십이지신 이야기 뱀]은 오랜기간 괄시 받아온 뱀의 허물을 한 겹 벗기고 '뱀'이라는 동물적 특성이 우리의 민속 문화 속에서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알려준다. 한국과 중국, 일본 각국의 문화가 조금씩 다른 데, 이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천진기, 이원복, 이나가 시게미 등 각국의 논객들은 회화, 조형 예술, 설화, 종교 등등 문화의 각 부문별로 주제를 나눠 뱀과 관련한 자료들을 제시하며 문화 속의 뱀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이가 그러더라. 내가 이 책을 골똘히 읽고 있는 것을 보더니 '왜 하필 뱀 이야기를 읽고 있어?' 하며 지나간다.

 

 

초록색 뱀이 에스라인을 자랑하고 있는 표지 때문일까, 혹은 '뱀'이라는 글자 자체만으로도 거부감을 느끼는 가치관 때문일까. 어쩌면 이 책은 '뱀'을 주제로 잡고 있기 때문에 꺼려질 수도 있을 터다. 하지만 뱀을 읽는 것은 뱀이 가지고 있는 사악함, 징그러움을 읽자는 것이 아니다. 까마귀를 바라보는 눈이 시대마다 지역마다 그 환경과 역사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그래서 그를 통해 각 시대와 지역의 문화 그리고 사람을 읽게 되는 것처럼 이 책이 그렇다. 문화를 읽고 사람을 읽는 책이다. 그러니 '뱀'이야기라고 해서 경기를 일으키지는 말기를..... 읽어두면 두고두고 (잡다한 지식과 넓고 얕은 앎 자랑에) 도움이 될 꺼리들이 가득하니 읽고나서 후회는 없는 유익한 책이다. [문화로 읽는 십이지신 이야기] 이전의 시리즈를 찾아보게 할 뿐더러 앞으로 나올 시리즈마저 기대하게 하는 책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1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핏 그런 느낌도 든다. 프랑스 감독이 찍은 로맨틱코미디영화의 제목같다.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발랄한 표지와 산뜻한 민트색 띠지는 편안하면서도 다정하게, 마치 고양이나 강아지의 체온처럼 다가왔다.

귀엽고 소박한 느낌의 그림이 예쁘고 발랄해보여서 나는 분명 웃기는 책이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초(정솔) 작가가 연재하고 있는 웹툰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를 단 한 번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코믹하고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들어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책을 열면서부터, 정확히 첫 에피소드를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울어버렸다. 그냥 눈물이 글썽거리는 것도 아니고 코만 훌쩍인 것도 아니다. 굵은 눈물 방울이 볼을 타고 뚝뚝 떨어져내리고 눈 앞이 흐려져 페이지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매번 눈물을 닦아내고 읽어야 할 정도로 울었다.



너무 오래 쓸쓸하게 하지 말아요.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를 힘껏 껴안아주길 바래요

그때도 늦지 않게 따라 나설수 있으면 좋겠어요......



주인의 입장에서 그려지기도 하고, 강아지나 고양이의 입장에서 그려지기도 하는 이 만화는 소박한 그림체로 빚은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크고 진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 체온, 그들의 배려, 그들의 관심, 그들의 애정, 그들의 삶이 생생해서 마치 우리집에서 반려동물들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 이래서 반려동물이라고 하는구나. 이래서 가족이라고 하는구나. 마냥 예쁘게만 포장해서가 아니라, 그 동물들의 생각, 심정, 작은 감정 하나까지도 와 닿아서 작가의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인지 공감했다.





너는 정말 갑작스럽게 나에게 왔어.



왜 여기 있을까. 누가 그랬을까, 무슨 일일까. 이렇게 예쁜데....

그런 생각의 정리를 미처 할 틈 없이 나는 너를 끌어안고 있었단다.



소나기처럼 찾아온 너는 봄비처럼 사랑을 줬어.

조건 뿐인 세상에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온 힘으로 나를 사랑해 줬지.



아가, 알고 있니? 너는 내 세상을 바꿨단다

이렇게 세상이 회색이었다면, 너는 야금야금 색을 칠해준거야.

아가야, 내 강아지야

걱정없이 살아다오.

아프지 말아다오.

언제나 이렇게 사랑해다오.



보물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단 말이야.....



(에피소드 _ 내 보물아)



뒷면 띠지에 어떤 누리꾼의 리뷰가 적혀 있다. '반려동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봤으면 하는 만화.'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나는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본다.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꼭 한 번은 봤으면 하는 만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는 언제나 내려다보는 높이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길강아지와 길고양이들을 쫓아내는 입장에서 그들을 볼 뿐 그들의 눈높이로 인간을 바라보지 않으니까. 반려동물을 좋아하지 않아도, 단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고 관심도 없더라도 나는 권하고 싶다.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정솔 작가가 그리는 순대와 낭낙이 그리고 많은 반려동물들의 이야기를 만나보라고.



갑자기 유기견에 애정을 갖거나 길고양이의 생태에 관심을 쏟게 되지 않아도 충분하다. 어린고양이와 늙은 개 그리고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에피소드에 코끝이 찡했다면 그것만으로 이 책을 읽은 감동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보물인 줄 모르는 사람에서 보물임에 동감하는 사람으로 격상된 것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쁜 고양이는 없다 -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 3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햄스터를 믹서기에 넣어 잔인하게 죽인 동영상 때문에 한동안 인터넷이 시끌시끌했었다.

그 동영상을 올린 이는 어린 학생이었다고 했고 출처는 외국이라고 했다.

나는 그런 동영상을 제작한 그 끔찍한 몰인성에 치를 떨었고 아무리 외국이라고 한들 우리나라 아이들의 정서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가 들었다.



어쩌면 그럴수도 있다. 어차피 동물인데, 뭐 어떠랴. 통점이 없다고는 하지만 낙지도 산채로 토막내어 잡아먹고 남자아이들은 장난처럼 잠자리 날개를 뜯거나 하지 않느냐고. 어쩌면 그렇게 큰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 어떤 존재라도 생명이 있는 것이라면 그 생명에 대한 존엄을 인지해야만 인간인 것이다.

호흡이 있어 살아 움직이는 것들에 대해 경외하는 마음, 생명 자체에 대한 존엄을 잃는다면 그것은 더이상 인간일 수 없다.

인간부터가 그 존엄을 인정받을 때에야 비로소 존재하는 동물 아니던가.



이용한 작가의 <명랑하라 고양이>가 우수교양도서로선정되었을 때, 그 소식이 나는 그래서 기뻤다.

나는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뒤지는 초라한 고양이의 뒷모습에서, 그 날쌔지만 조심스러운 몸짓에서 생명에 대한 존엄을 일깨울수 있기를 바랐다. 따라 읽기만 해도 아련한 애틋함이 느껴지는 제목과 길고양이들을 지켜보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빚은 이 책을 읽기만 해도 고양이는 물론 거리의 생명들이 한결 애처롭고 애틋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 고마운 책, 이용한 작가의 길 고양이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 이 책, <나쁜 고양이는 없다>라고 한다. 보송보송한 눈망울로 지그시 상대를 응시하는 영민한 고양이가 표지에 올라 있는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에피소드 하나 하나를 읽을 때마다 눈물 지었다. 애완동물이라곤 소라게나 거북이 같은 것들이 전부였고 지금도 그리 고양이나 강아지를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나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 애정이 가득한 눈으로 사진 속의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하찮아 보이는 거리의 생물들을, 생명이기 때문에 따스하게 바라보는 법을 되새겼다.



얼마 전 마을 버스 정류장 앞에 누가 참치캔 하나를 따 놓은채 버스를 타고 사라졌다. 건너편에 있던 나는 왜 저걸 저기다 놓고 갔을까 싶어 지켜보았다. 그리고 풀숲을 헤치며 배가 볼록한 암코양이가 나타나 참치캔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몸이 무거운 어미고양이의 심정까지 헤아렸을 이름 모를 그 사람이 존경스러웠다.



이제 날이 더욱 추워지고 겨울이 오면 아마 <나쁜 고양이는 없다> 의 에피소드들이 더 많이 내 머릿속에 떠오를터다. 얼지마, 죽지마, 봄이 올거야.... 거친 바람 속에서, 더 거친 사람들의 매몰찬 응대 속에 새끼를 잃고, 어미를 잃었던 고양이들을 책 속에서 끄집어 내겠지. 고양이들에게 들려주었던, 고양이들이 저희들끼리 위로했을지도 모를 그 말이 길고양이의 꽁무니를 볼때마다 내 마음속에 떠오를터다. 아마도 나 역시 마을버스 정류장 앞 가게에서 참치캔을 사게 될지도 모르겠다. 가을에 태어나 세찬 겨울 추위에 몸서리칠 새끼 고양이들을 위해서. 새끼들을 돌보느라 겨울 추위조차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는 어미 고양이를 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은 사진을 만드는 김주원의 DSLR 사진 강의 좋은 사진을 만드는 김주원의 사진 강의
김주원 지음 / 한빛미디어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DSLR을 장만한 지 어언 1년이건만, 아직도 나는 요 앙큼한 사진기를 데리고 씨름 중이다. 카메라를 구입하기 전에는 날마다 부지런히 공부해서 사진의 달인이 되고 말테다, 단단히 작정하고 있었건만 언제 그런 다짐을 했었냐는 듯 카메라는 고이 가방에서 잠을 자기 일쑤다. 아.. 더 이상 이럴수는 없다. 멋진 사진을 매일같이 블로그에 올리는 이웃님들의 반짝이는 포스팅에 자극받아 결국 본격적인 사진 입문에 돌입! 믿을만한 파트너 [좋은 사진을 만드는 김주원의 DSLR 사진강의] 를 부여잡고 거침없이 열공 해야지.













이미 몇 권의 사진 관련 책을 출간한 바 있는 사진가 김주원은 여러 관공서 및 업체들에 출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에는 스페인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경력도 탄탄하신 데 심지어 훈남! 프로필 사진보고 흐뭇한 미소가 머금어지더만요. ㅎㅎ) 책에 소개된 그의 소개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2008~2010 네이버 사진 부문 파워 블로거'라고 적힌 부분이었다. 사진가들만을 위한 사진가가 아니라 대중을 위한 사진가, 대중과 소통하는 사진가라는 인상이 강하게 와 닿았다. 그가 출간한 책 [좋은 사진을 만드는 김주원의 DSLR 사진강의]를 내 카메라 공부의 파트너로 삼은 것은 그래서였다. 감각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사람의 온기가 어려있는 거의 사진이 좋았을 뿐 아니라 블로그라는 공간을 잘 알고 있고 끊임없이 대중과 만남을 가지는 그의 책은 '블로그를 위한 사진이 필요한', '이야기기가 있는 사진을 찍고 싶은' 나 같은 사람에게 딱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기본적인 카메라 기능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출발하는 것은 이 부류의 다른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은 카메라의 각종 기능을 알고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이 설명하고 있는 내용은 '습관'이다. 피사체를 둘러싸고 있는 빛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사진 속에 담을 것인지, 풍경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떤 이야기를 포착해 낼 것인지, 셔터를 누르기 전에 어떤 준비를 갖추어두어야 하는지 등 사진가 김주원이 말하고 있는 것은 카메라 자체가 아니라 사진을 만들어가는 습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내용은 피사체를 바라보는 '관점'과 거기에 담아내는 '이야기', 순간을 포착하는 노하우와 감각적인 구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꽤 두꺼운 이 책이 그 두께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김주원 작가의 멋진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사진가의 자세에 대한 쏠쏠한 조언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주원 작가는 단순히 사진을 찍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찍은 사진을 편집하고 구성하는 데에도 노하우 전수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짐작되는 이 부분은 (내가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고) 멋진 사진을 찍는 것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주어야 가장 효과적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어볼만한 부분이다. 또한 심은식, 권오철, 이상현 등 동료 사진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실어 다양한 사진 감각을 예시로 보여준 내용도 상당히 좋았다.















사진작가 김주원, 그는 정말 그의 경험을 이 책에 담았다. 그가 세계 곳곳의 다양한 풍경들을 누비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체득한 '좋은 사진을 찍는 습관'이 실려 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동기 부여에 충분한 멋진 사진들을 감상하며 의욕을 불태우게 된다. 굳이 사진을 진지하게 공부할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도 한번쯤 읽어보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