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란 무엇인가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 지음, 김태희 옮김 / 민음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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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현실 밖에서 꿈을 꿀 때가 있다. 그 꿈이 어떤 것이든 우리 모두는 꿈꿀 권리가 있다. 그 꿈은 자신만의 즐거움일 수 있고 또 하나의 세계일 수도 있다. 현실원칙과 쾌락원칙의 간극이 벌어질수록 더 몰입하고 열광한다. 상징계와 상상계가 현실계를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틀리고 왜곡된 환타지어도 좋고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어도 좋다. 다만, 우리들의 삶을 즐겁게 해 줄 수만 있다면.

4년에 한 번씩 지구인들은 발을 구르고 소리를 지른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동물적 본능에 가까운 스포츠 축구. 세련된 형태로 발전했고 자본과 매스미디어를 등에 업은 채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했지만 축구경기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흥분을 반감시키지는 않았다. 축구는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지구인의 스포츠가 틀림없다.

초등학교시절에 잠시 축구선수 생활을 하다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강압에 못 이겨 포기했기 때문에 언제나 운동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다. 20대 중반까지 축구 경기장 계단을 올라 녹색의 잔디를 보면 미친 듯이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떤 여자를 만났을 때 그렇게 내 심장이 90분간 두근거렸을까. 그것은 말할 수 없는 동경이며 환타지에 가까운 열망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축구는 때때로 관심과 증오와 환희와 열광의 대상이다.

1986년 박창선의 월드컵 첫 골 장면이나 최순호의 중거리 슛이 1982년 한일전 김재박의 스퀴즈 번트만큼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또 다른 세계에 대한 그리움이었고 열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런너스하이를 경험해 본 사람은 운동 중독에 빠지게 된다. 쉬지 않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드리블하고 상황을 파악하고 순간적으로 판단하며 숨이 넘어갈 듯 달리다보면 동물적 즐거움의 극치를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축구 경기를 즐기는 사람뿐만 아니라 경기를 보며 몰입하는 사람의 흥분상태를 포함한다. 독일의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의 『축구란 무엇인가』는 바로 이렇게 축구에 미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아니 왜 축구여야 하는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알프레드 바알의 『축구의 역사』와 이은호의 『축구의 문화사』가 축구에 관한 에피타이저라면 프랭클린 포어의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와 닉 혼비의 『피버 피치』는 축구에 대한 본격적인 몰입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축구의 역할과 기능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책이다. 『축구란 무엇인가』는 ‘축구’라는 경기에 대하여, 축구의 역사, 축구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축구의 모든 것에 대해 말한다. 실로 축구의 백과사전이라 할 만한 분량과 내용을 갖춘 책이다. 축구의 기원과 역사에서부터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까지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축구가 관중에게 주는 매력은 본질적으로 발의 허약함에 있다. 고집 센 공을 다루는 발의 허약함으로 인하여 자주 실수가 일어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가 절대 예견할 수 없고 거기에서 매력이 나온다. -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 <축구란 무엇인가>, 70쪽

이 책은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담고 있는 백과사전류가 아니다. 저자는 독일 축구의 주요 장면을 실감나는 문장으로 되살려내고 있으며 역대 월드컵을 기억한다. 축구에 대한 깊은 애정과 깊이 있는 분석을 토대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저자는 축구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샅샅히 훑어내고 있다. 참 많은 이야기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책이다.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이다. 온 국민이 열광하고 있지만 단기간의 축제여도 좋고 분위기에 휩쓸려 흥겨움을 즐겨도 좋다. 집단적 애국주의와 전체주의의 광기라고 욕하지 말고 국가주의를 공고히 하는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지 말고 ‘축구’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의외성 그리고 몰입의 즐거움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어떤 사람들은 축구를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여긴다. 나는 이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축구는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빌 생클리, 리버풀 감독) -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 <축구란 무엇인가>, 507쪽

미쳐야 미친다. 무엇에든 미치지 않고서야 그 지극한 즐거움의 언저리를 맛보지 못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즐거움이 있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행복과 기쁨을 만들어 간다. 축구는 인류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어떤 역사를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재미있게 즐겨보자.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스타디움이 아닌 TV를 통해 봐야하는 아쉬움은 사치에 불과하다.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면 ‘공은 둥글다’는 말을 믿어보자. 승부와 상관없이 이미 축제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우리들의 생이 늘 축제일 수는 없겠지만.



100616-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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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크 - 첫 2초의 힘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황상민 감수 / 21세기북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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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영화로 기억되는 <롤라 런>과 미국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는 비슷한 시기에 보았기 때문에 함께 떠오른다. 제목 그대로 달리는 롤라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객들은 ‘찰나’에 주목한다. 계단에 움츠린 개를 뛰어 넘고 달릴 것인지 무서워 잠시 멈칫거리는지에 따라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지하철의 문이 닫히려는 순간 그 지하철에 아슬아슬하게 뛰어올라 타는 사람과 그 지하철을 타지 못하는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면? 인생은 되감기가 불가능한 한 편의 영화와 같다. 매순간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역사와 인생에 가정법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현재가 중요하다. 그 순간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되고 인류의 역사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 벌어지는 모든 선택의 순간들이 모여 전혀 다른 인생과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것이 세상이고 인생이다.

blink 동사

1. 눈을[눈이] 깜박이다 wink
He blinked in the bright sunlight.
밝은 햇빛에 그가 눈을 깜박였다.
I'll be back before you can blink.
눈 깜박할 새에 돌아올게.
When I told him the news he didn't even blink.
내가 그 소식을 전했을 때 그는 눈도 깜박하지 않았다.

2. [자동사][V] (불빛이[을]) 깜박거리다[깜박이다]
Suddenly a warning light blinked.
갑자기 경고등이 깜박거렸다.

  『아웃라이어』를 보고 말콤 글래드웰의 책을 몇 권 더 읽어보기로 했다. 『블링크』는 세간의 주목을 충분히 받을만큼 받았던 책이지만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던 책이다. 2005년에 출간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아온 책이다. 2초의 힘! 우리말로 가장 적절한 번역이 떠오르지 않았을 법하다. 사물이나 사건을 인지하는 순간 전체적인 맥락과 상황을 파악하고 대상에 대한 핵심을 인식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능력은 개인차가 심하고 분야와 대상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블링크는 이렇게 긴급 상황이나 처음 만나는 사람과 상황에 대한 순간적인 판단능력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세상을 움직이는, 핵심을 꿰뚫는 첫 2초가 우리들 인생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 굳이 영화의 예를 들지 않아도 주변에서 늘상 벌어지는 일이고 분야만 다를 뿐 ‘척보면 안다’는 말이 통용되는 까닭이다. 순간적인 느낌이나 주관적인 취향과 달리 블링크는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의 결과이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전문적인 식견을 순간적으로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위급한 상황이나 첫인상을 결정할 때 많이 좌우되는 이 능력은 무의식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을 ‘적응 무의식’이라고 한다.

적응 무의식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데 필요한 많은 데이터를 신속하고 조용하게 처리하는 일종의 거대한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 말콤 글래드웰, <블링크>, 35쪽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능력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인 논리와 이성적 판단능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데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흔히 ‘첫인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주관적 판이거나 눈에 보이는 시각적 이미지에 의한 판단 오류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링크의 중요성이나 활용방법에 앞서 문제점과 오류에 대해 보다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 한 번의 오류는 열 번의 성공보다 깊은 상처를 남기거나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블링크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 빠르게, 그러나 여백을 두라고 충고한다. 완벽한 편견의 눈을 감으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로 성공적인 블링크를 충동한다. 반드시 필요하고 여전히 가지고 있는 능력이지만 저자는 이것을 정확한 데이터와 적절한 사례를 통해 훌륭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단순한 자기계발서와 달리 꾸준히 읽히는 이유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웃라이어’와 ‘블링크’는 기존에 있는 사례와 능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로 인식을 전환했다. 사람들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정리하고 가공하는 태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내용이 깊이 있고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알기 쉽고 재미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엮었기 때문에 책의 목적과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책장이 넘어가고 흥미 있게 저자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참 잘 썼다고 판단된다. 책에 대한 많은 정보가 책의 구매여부, 독서여부를 잘못판단하게 하는 오류를 줄일 수만 있다면 저자의 말은 충분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받을수록 판단에 대한 확신이 판단의 실제 정확성과 점점 더 멀어졌습니다.”(오스캠프) 숨겨진 '필적'이 많기 때문에, 단 1초나 2초라도 세세한 면에 조심스럽게 주의를 기울이면 엄청나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능력에 의지한다. - 말콤 글래드웰, <블링크>, 187쪽


100609-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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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는 것 - 고병권 선생님의 철학 이야기 너머학교 열린교실 1
고병권 지음, 정문주.정지혜 그림 / 너머학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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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나에 불과한 내 삶을 돌아보면 느리고 답답하게 보인다. ‘철이 든다’는 말은 세상에 대한 판단력, 사람들에 대한 이해, 삶에 대한 목표 등이 생겼다는 말이다. 아울러 생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고 사회역사적 안목이 생겼으며 삶에 대한 태도와 방법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살펴볼 때 나는 여전히 사춘기 소년에 불과한 지도 모른다. 영원히 철들고 싶지 않다는 꿈을 꾸고 때묻고 물들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며 청년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런 생각들은 겨우 서른이 넘어서야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직접 경험은 물론 간접적인 경험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세상사를 관찰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정리된 생각들이 지금의 나를 규정한다. 상식과 합리의 기준이 다르고 이성과 논리의 힘을 개인의 이익과 자기 합리화를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렵지 않게 우리가 나아갈 방향과 목적이 보일 것도 같은데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씩 다르다. 이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홍세화는 『생각의 좌표』를 통해 그 이유를 묻고 우리들이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반성을 촉구한다. 그러나 어른들의 경우 이 생각을 바꾸는 것은 산을 옮기는 것만큼 어렵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지도 않는다. 그러면 아이들은 어디에서 배워야 하는 것일까.

  너머학교에서 나온 고병권의 『생각한다는 것』은 십대를 위한 철학이야기 책이다. ‘철학’이라는 말만 들으면 딱딱하고 어렵다고 생각한는 친구들이 많지만 사실 철학은 생활이며 실천이다. 책 속의 어려운 개념이나 철학자들의 고리타분한 대화가 아니라 실제 삶을 위한 도구이며 행복한 삶을 위한 준비물이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삶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면 ‘공부’와 ‘돈’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어른들은, 학교에서는 왜 행복과 삶에 대해 진지하게 가르치지 않는걸까?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 공부 잘하는 방법, 돈버는 방법에 대한 관심과 이야기는 넘쳐난다. 대형서점도 학습법과 재테크, 자기계발서들이 점령한지 오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만큼 여유있고 행복해지고 있는 걸까.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활동하는 고병권은 다양한 철학적 탐구와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왔다. 이 책은 십대를 위한 철학 입문서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짧은 글들을 통해 철학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린교실’ 시리즈의 출발에 서 있는 이 책은 이후에 출간될 책들에 대해서도 관심과 기대를 갖게 한다. 새로운 기획과 신선한 책들은 청소년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선물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을 책을 통해서라도 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가 같은 꿈과 미래를 향해 부나방처럼 달려들지 않도록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이를 이해하는 사람들의 생각의 변화가 우선이지만 아이들의 생각도 조금씩 달라질 필요가 있다. 결국 아이들의 생각은 어른들의 생각이 세뇌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삶의 주인으로 우뚝 서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가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히만의 경우를 보면, 악마란 악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히만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따져보지 않았던 거예요. 그냥 주어진 일을 기계처럼 무조건 했던 것이죠. 생각이 없으면 우리도 언제든 악마가 될 수 있는 겁니다. - 고병권, <생각한다는 것>, 50쪽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생각’의 중요성과 ‘철학의 의미’를 아주 쉽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대목이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 왜 ‘악마’가 될 수 있는지 역사 속 인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청소년들을 우리들의 미래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키우고 무엇을 가르치는지 생각해보자. 삶을 이해하고 세상을 따듯하게 해 줄 수 있는 생각과 판단력과 능력을 함께 길러주고 있는지 공부하는 기계가 되어 수능 성적표로 인간의 등급을 매기는 일에 몰입하고 있는지 말이다.

  아이들의 다양한 꿈을 스스로 찾아나갈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고 생각을 이끌어 주고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땀흘려 일하고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어른인가 반성해본다. 다르게 산다는 것은 대충 산다는 말이 아니다. 굳이 남들처럼 살지 않겠다는 반항도 아니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고 이 길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고민이며 이렇게 사는 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고 내 삶이 행복해지는 길인가에 대한 반성이다. 그래서 생각한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생각을 낳는 것’, 즉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고, 그것은 또한 ‘다르게 살아가는 것’ 입니다. 철학은 ‘생각하는 기술’이지만, 그때 생각의 기술이란 ‘삶을 가꾸는 기술’이었잖아요. - 고병권, <생각한다는 것>, 76쪽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는 십대에게, 모든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는 청춘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그들을 행복하게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때대로 불면의 밤을, 고통스런 고민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렇게 ‘철학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고 공부하고 자유롭고 행복하다는 말과 다름없다. 조금 더 먼 미래를 보고 보다 나은 나를 위해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을 위해 철학 즉 생각한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생각을 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떤가.

‘철학을 한다’는 말은 참으로 여러 말과 통하는 것 같네요. 행복하게 산다는 것, 생각한다는 것, 공부한다는 것, 자유롭다는 것, 친구를 만든다는 것, 이 모든 말들이 ‘철학을 한다’는 말과 통하는 것 같습니다. - 고병권, <생각한다는 것>, 123쪽


100606-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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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고병권이 쓴 '민주주의'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5-25 15:43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묻는 책들이 태풍처럼 출판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바람이 채 가라앉기 전에, 뒤를 이어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여기에 다시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바람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고병권이 몰고 올 바람은 일시적으로 불고 지나갈 바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되돌아올 바람이다. 그것은 한국의 정치·사상 지형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열을 내는 이...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 이론의 쓸모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택광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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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바우디의 말투를 빌리자면, 이론은 문제를 해설하고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던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론은 낡은 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유의 모험이다. - P. 7

  이택광을 세 번째 만나다.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 『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에 이어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를 통해 저자의 문화이론에 대한 이해와 깊이를 확인했다. 책을 통해 우리가 읽어낼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사유의 폭을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저자의 내밀한 사적 공간을 기웃거리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얻는다. 그것은 물론 의도적인 저자의 책략일 수도 있고, 개별 독자가 확인하는 공감의 영역일 수도 있다. 저자가 읽은 책을 읽었던 기억과 낯선 글처럼 다시 만나는 자괴감, 생경한 개념을 내것처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오롯이 저자와의 깊은 대화를 나눈 느낌이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저녁에서 밤으로 저무는 시간을 함께 보내듯 그렇게 천천히 음미하며 읽은 책이다.

  저자는 문화이론에 관한한 국내에서 누구보다도 탄탄한 내공을 갖추고 있다. 그간의 저작들과 발표된 글들을 찬찬이 읽어보면 어설프게 낯선 이론을 도입하거나 소화되지 않은 개념을 소개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리처드 파인만은 어떤 개념을 쉽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수많은 이론가들을 호출한다. 마르크스에서 지젝에 이르기까지 근대의 철학자와 문화이론에 관련된 유럽의 사상가들은 물론 그들이 주창했던 핵심 이론과 용어에 대한 개념들을 철저하게 실천과 적용의 관점으로 풀어낸다. 관념적이고 지적인 태도로 말장난에 불과한 소개글이 아니라 실제 이 개념들의 차이와 반복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근대 이후, 아니 정확히 19세기 이후 정치와 사상적 지도의 정점에는 항상 마르크스가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나치게 확고부동하여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부담스런 이념적 존재가 되어버렸고 현실 정치에서 사회주의 국가의 실험과 몰락으로 20세기가 흘러가버렸지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거센 물결에서 자유와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 것은 왜일까?

  좌파가 세상을 구원할 것이고 미래의 희망이라는 어줍잖은 변명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이론의 중심에 서 있는 마르크스에서 출발해서 프로이트, 아감벤, 벤야민, 헤겔, 라캉, 사르트르, 지젝, 데리다, 네그리, 랑시에르, 알랭 바우디에 이르기까지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섭렵했을 법한 이론들을 총망라하여 정리하고 있다. 이것이 다음 세대를 위한 대안도 아니고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도구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정치한 이해를 돕기 위한 도구이며 특히 인문학이 무엇이며 현실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다. 실천과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론은 낡아빠진 구식 동력기에 불과하다. 갈고 조이고 다듬어서 보다 상식적인 혹은 개념찬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아야겠다.

새로운 이론은 없다. 다만 '다른' 이론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같은 풍경이라도 다른 위치에 섰을 때 우리는 보이지 않던 사물을 볼수 있다. 이론은 이런 위치 변경을 가능하게 해준다. - 이택광,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14쪽

  11장에 걸쳐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이론과 개념들을 소개하고 현실 적용의 문제를 고민하는 모습이 즐겁고 재밌을 수는 없다.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노력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이나 어렴풋하게 정리되지 않았던 개념들이 명확해지고 비교와 분석을 통해 분명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수많은 이론들을 정리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가이드’라는 제목처럼 출발선에 서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오히려 추천할 만하다. 의욕과 노력만 앞세울 일이 아니라 친절한 안내에 따라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노력이 단순히 이론을 모아 소개하고 해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부가 무엇이고 인문학적 사유가 왜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면 이 책은 의미를 넘어 선 것이다. 언제든 지적 호기심과 이론적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열린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이다.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간주곡’이다. 장과 장 사이에 놓여 있는 글들이 감칠맛 난다. 공부와 학문과 글쓰기와 과거의 책읽기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게 써내려간 이야기들이 오히려 이 책의 생기를 불어 넣고 현실감을 극대화한다. 뜬 구름 잡는 개념놀이가 아니라 현실과 정치 지형도의 위치를 가늠하며 인문학의 의미와 개념을 다시 한 번 고민한다. 우리에게 지식이 왜 필요하고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우리들의 현실과 맞물려 뼈아픈 충고로 들린다.

지식은 기본적으로 범용성이 있어야 한다. 범용성이 없는 지식은 아집에 가깝다. 그래서 학문은 집단적 노력의 산물이다. 공부는 재미있지만, 학문은 지루하다. 지금 한국은 학문을 내팽개치고 각자 공부하는 분위기이지만, 이런 분위기도 오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 이택광,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265쪽


10060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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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의 제왕
이장욱 지음 / 창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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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수많은 사람들의 열망을 담아낸다. 그것이 현실적이든 비현실적이든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확인하고 이루지 못한 꿈을 꾸기도 하며 내 삶에 대한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현실적인 욕망을 모두 이야기를 통해 실현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지루한 세상에 던지는 돌팔매질 같은 것일 수도 있고 말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이장욱의 소설집 『고백의 제왕』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공간과 현실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틈에 대한 이야기로 들린다. 8편의 단편은 제각각 불협화음처럼 다른 소리를 낸다. 통일된 주제도 없고 귀를 쫑긋 세우고 들을만한 흥미진진함도 찾아볼 수 없지만 다음 이야기가 못내 궁금하다. 기이한 소설들로 읽힌 것은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현실이라는 것이 어차피 유리벽 안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겐 저 너머의 세상일 뿐이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고백한다. 그것은 내 이야기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비밀일 수도 있겠다. 다만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닌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독자들은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상하게도 기시감이나 어디서 보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순전히 나만의 희미하고 어렴풋한 기억의 편린들일지도 모르겠다.

  소설도 독자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와 모습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당연하다면 객관적인 느낌이나 특징을 짚어낼 수 없는 소설들이 많다. 이장욱의 소설이 그러하다. 맨 앞에 내 놓은 ‘동경소년’이 그렇고 ‘변희봉’이 그렇다. 유끼를 사랑하게 된 나는 유끼를 사라진 유끼를 통해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무너져 내린 자신의 가슴의 빈 공간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괴물에서 아버지 역할을 맡은 변희봉을 사람들은 모두 김인문으로 기억한다. 내 입장에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하지만 죽기 직전 유언처럼 아버지의 입을 통해 변희봉이라는 이름 석자를 듣고 그것이 아버지와 나 사이에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주인공들은 현실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람들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단 하나의 기억, 단 하나의 경험이 어긋난다. 그것은 때로 치명적인 상처가 되고 세상과 화해하지 못하는 결격 사유가 되기 십상이다.

앞으로로의 인생에서 이런 생활이, 이런 감정이, 이런 시간이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하게 되는 때가 있는데, 그때가 꼭 그러했습니다. 일생의 모든 것이 갑자기 명백해지는 순간이 있는 법이니까요. - P.  ‘동경소년’중에서

  특히 표제작이 된 ‘고백의 제왕’처럼 지극히 일상적인,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사람들의 사소한 일상과 비루한 삶을 중얼거린다. 고백의 제왕은 사람들이 차마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해버린다. 그것은 타인을 불편하게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이중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그 고백의 신뢰성보다 중요한 후일담을 통해 끝없이 이야기를 확대 재생산한다. 아니면 모든 상황을 종료하거나.

  고백, 즉 이야기는 바로 소설이다. 이장욱의 소설은 바로 이런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혹은 자신의 욕망에 대해 충실한 소설이다. ‘아르마딜로 공간’과 ‘기차 방귀 카타콤’의 세계가 그러하고 간간이 흥얼거리는 김광석의 노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가 그러하다. ‘곡란’에서는 바로 그러한 인물들의 집합소이다. 생을 이별하고 싶은 사람들의 찌질한 인생. 죽음조차 생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두려움의 연장일 뿐이라면 얼마나 비참할까. 그래서 작가는 우리가 모두 ‘인형의 집’에 갇힌 사람들은 아닐까 반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은 왜 빛이며 죽음은 왜 어둠인가?

인생은 왜 빛이며 죽음은 왜 어둠인가. 삶은 오히려 어둠의 편에서 오는 것은 아닌가. - P. 73 ‘변희봉’중에서(‘인형의 집’에 나오는 대사 재인용)

  사람들은 하루하루 서로 다른 생의 목표와 즐거움을 찾아 떠나기도 하고 지루한 일상을 견디기도 하며 내일 혹은 희망이라는 피로회복제를 복용하고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 나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현실 세계를 유리창 밖의 이야기처럼 바라보기도 하고 뜨거운 열정과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생의 한 순간을 살아내기도 한다. 길고 짧다는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으로 우리들의 인생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을 바라보고 느끼고 살아내는 것은 소설가가 아니라 현실속의 독자이며 우리이고 바로 나 자신이다. 내 인생은 어떠한가? 나는 유리상자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무언가 고백한다는 것은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이 아니라 신산한 인생과 아득한 사랑에 대한 깨달음은 아닐는지.

 인생은 신산했고 사랑은 아득했으며 대학은 생각보다 세속적이었다. - P. 92 ‘고백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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