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눈을 위한 송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406
이이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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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마약이다. 계속 살면 피폐해진다. 사랑은 이별한다고 잊거나 잊히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덮어두고 떠나는 것이다. 나는 그 안에 중독되어 독신의 처방을 얻었다. 누군가 우는 것을 보면 울게 된다. 세상에는 더 이상 반전(反轉)이 없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동안 모든 걸 그리워하게 되었다. 서로 죽이지 않고 어떻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반려의 몸이여. 뒤돌아서면 등지고 온 무덤들이 많았다. 진짜 생각이란 없다. 생각을 떠나면 누구나 사랑할 수 있다. 나는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잔류하는 이형(異形)의 삶이어도 삶이기에 죽지는 않는다. 이 색을 간직하겠다. 서로를 닮은 황홀경들이 착종하는, 인간의 미로. 그 주저흔의 골목길에서 우리는 재회하여 서로의 피를 확인할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헤어질 수 있을까. 어떤 참담은 아직도 종종 나를 죽인다. 아무도 나를 갖지 못해서 나는 나를 부둥켜안았다. 이번 삶을 유폐시켜서 모두 유감이다. 기필코 돌아올 것이다. 반드시 돌아오겠다. 아니다. 멀리 떠나서 돌아오지 말아라, 돌아오지 말아라.

 

여전히 시집이 팔리는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문지의 시집은 뒤표지에 시인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시집을 다 읽고 나서 해설까지 훑은 후에 마지막으로 시인의 육성을 듣는 것 같아 표지 뒷면을 읽는 눈길은 탐욕스럽다. 질리지 않는 디자인과 판형을 유지하며 전통을 이어가는 문지의 시집을 쓰다듬다가 문득 88년생 시인의 시집이라는 사실 때문에 세월을 절감한다. 이 시인이 태어날 무렵 나는 처음 시에 눈을 뜨기 시작했었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가고 있다. 모든 것이 지나가고 있다. 이미 당도해버린 줄도 모르고 애타리게 기다리던 봄의 뒷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처럼 아쉬움만 남긴 채.

 

이이체라는 이체로운 이름의 시인은 올해 스물다섯이다. 벌써 그럴 나이는 아니지만 시집을 읽는 내내 이십대를 더듬었다. 나이가 사고를 가두지는 않지만 살아보지 않은 시간에 대해 말할 수는 없는 법이다. 죽은 눈을 위한 송가는 삶에 대한 불확실성과 규정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으로 가득하다. 그 시니컬한 눈빛과 사물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아름답다. 그것은 젊음과 자신감에 대한 반증이므로.

 

불은 무엇을 태우기 위해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타오르기에 무엇을 태우지 타올라서 흘러버리는 물이었지”(‘배신놀이- 김승일에게중에서)라고 말하는 것은 본질과 현상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도전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는 늘상 무언가 목적을 향해 달려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삶이 어디 그러한가. 무엇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은 아닌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인연 혹은 연인을 시인은 우리는 서로의 몽타주다 나는 세계를 지우는 일을 했고 너는 세계를 구성하는 구멍에 빠졌던 가난”(‘연인중에서)이라고 말한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배운 것 같은데, 인간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보일 것 같은데 뒤돌아보면 시간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죽는 것들을 표정 없이 떠나보내는 법을 터득하는 중이다. 사라지는 것과 죽는 것을 분별하기로 한다. 나는 모래 알갱이들을 하나하나 헤아릴 만큼 지루해져간다. 바다는 소금의 타향. 결말의 출신에 대해 깨닫고는 운다. 나는 나의 삶보다 오래된 내가 밉다. - ‘날짜변경선중에서

 

그래서 시인도 죽는 것 혹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미리 염려하는 지도 모른다. 시인이라는 천형을 받아 를 토해내는 행위를 하는 동안 스물다섯 시인에게도 세월의 파도는 몰아치겠지. 그리고 내 죽음으로 평생을 슬퍼해야 할 사람을 만나겠지.

 

 

몸에 당신의 일기를 베끼고 바다로 와서 지운다. 내 죽음으로 평생을 슬퍼해야 할 사람이 한 명 필요하다. 당신은 말해진 적 없는 말. 모든 걸 씻고. 이렇게 당신이 바다에서 눈물을 흘린 게, 눈물을. 바다의 푸른 계단이 차례로 무너져 내리고, 절벽에서 하얀 고통들이 비명을 지르며 부서진다. 거품들이 분말처럼 흩어지면 당신이 흘려둔 해식애로 세워지던 안개 도시. 파도는 내 몸에 맞다. 나쁜 말들뿐이다. 나는 아직 당신에게 내 얼굴의 절반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당신은 몇 개의 얼굴을 갖고 있는가. 나는 쓴다. 쓴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쓴다. 쓴다고 생각하기 위해 쓴다. 쓴다. 지운다.

 

때로는 그것이 간절한 거짓일지라도 말이다.

 

나는 누군가의 간절한 거짓이었다 당신, 정말 날 사랑하는 거야? 아니, 난 당신을 믿어. - 이이체, - ‘거짓말의 목소리중에서

 

떨어지고, 흔들리고 멀어지면서 상처가 없는데도 아픈 경험을 하게 된다. 너무 멀리 와버렸다고 말할 땐 이미 비가 내리고 눈 내리는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모든 인간의 삶은 언젠가 무너진다. 폐허에서 눈 감고 꼭 안을 수 있는 사람 하나 없는 것이 생의 종착역이다. 부정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모든 사람은 겸손해지거나 혹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몸부림치거나. 넉넉하게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낼 수 있었다면 시는 그저 작은 위로에 불과할 뿐이다.

 

너는 내게 손 내미는 대신 말을 내건다. 떨어지려는 것처럼 흔들리는 도토리들. 칡넝쿨이 더 세게 너를 옥죄고. 나는 너를 풀지 못한다. 아련해져 가는 너를 잡아보려고 손을 뻗으면, 선은 손에서 멀어져가고 손은 선에 닿지 않고. 바람을 지나쳐 보내며 신기루를 믿고 싶다고 말한다. 너무 멀리 와버렸어. 상처가 없는데 아프다. 눈 감은 내 눈앞에 눈 내리는 풍경이 펼쳐지고. 모든 것이 무너진 폐허에서 너를 안고 눈을 감는다. - ‘사라지는 포옹중에서

비가 내리고, 참으로 울상이다. 하늘을 가릴 우산 따윈 필요 없다. 내가 썼던 일기들로 나는 나를 지워갈 예정이다. , 암송하지 않는 일기를 보아라. - ‘친절한 세상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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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를 만나는 스무살 철학 - 혼돈과 불안의 길목을 지나는 20대를 위한 철학 카운슬링
김보일 지음 / 예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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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일등이 모든 것을 갖는 게임의 법칙에서 이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생태계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적자생존의 법칙은 냉혹한 현실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그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 그러나 우리들의 삶을 순위로 결정할 수 있을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금메달 유망주였던 이원희 선수를 이기고 당당하게 올림픽에 출전해서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왕기춘 선수의 부담감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갈비뼈 부상을 무릅쓰고 지구에서 두 번째로 유도를 잘한다고 인정받았는데도 눈물을 흘린 왕기춘 선수는 여자 펜싱부문 최초의 은메달리스트가 된 남현희 선수가 보여준 환한 미소와 비교되었다. 상황에 따라 은메달의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이등을 하고도 눈물이 나는 현실은 우리들의 각박한 삶을 돌아보게 한다.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 대신 성적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믿음을 갖게 되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 전교 1등을 해도 다른 학교 전교 1등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지만 꽃들에게 희망을의 애벌레처럼 우리는 정상에 오르기 위해 오늘도 쉬지 않고 공부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잠자고 꿈꿀 시간도 없다. 하지만 철학은 이런 현실에 대해 여전히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철학자가 아닌 우리들에게 철학은 학문의 대상이 아니라 삶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온 김보일 선생님의 나를 만나는 스무 살 철학은 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타율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난다. 대학생이 되거나 사회에 진출하는 스무 살은 성인을 의미하는 동시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나이로 볼 수 있다. 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일등만 부러워할 수는 없다. 내가 가진 것만 좋다고 여기는 것도 문제지만 여우의 신포도처럼 다른 이의 삶을 부러워만 한다면 지는 거다. 삶의 목적과 방향이 없다면 일등도 불행한 현실에서 모든 청춘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존재한다. 돈과 명예와 권력을 탐하지 않아도 행복하고 보람 있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막연한 불안과 상실, 욕망과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는 스무 살에게 김보일이 보내는 애정어린 충고와 철학적 조언은 가슴을 열고 진지하게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에는 어렵고 복잡한 철학 개념이나 철학자들의 삶은 소개되어 있지 않다. 대신에 스무 살로 상징되는 사춘기에서 이십대 초반의 청춘들에게 우리들의 삶에 철학이 왜 필요한가를 말해주고 있다. 철학을 공부하라고 권유하는 책이 아니라 불안, 선택, 고독, 욕망, 행복, 성공, 사랑 등 우리가 현실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책이다. 성공을 위한 지침서, 자기를 계발하라고 독촉하는 실용서가 아니라 철학적 사유와 고민 속에서 스무 살은 현재와 미래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스무 살의 불안은 희망의 다른 측면이라는 말을 기억하자.

상처받지 않을 권리리뷰보기

작가
강신주
출판
프로네시스
발매
2009.07.01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지금 당신이 욕망하는 것이 진정으로 당신이 욕망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최신형 스마트폰과 MP3, 대한민국 1%라야 탈 수 있다는 자동차,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아파트……. 나의 욕망은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언제 끝날 것인가. 철학자 강신주는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통해 우리들의 욕망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 위력은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라면 강신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책에는 이상과 짐멜, 보들레르와 벤야민, 투르니에와 부르디외, 유하와 보드리야르가 등장하기 때문에 어렵고 딱딱하게 느낄 수 있지만 청소년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돈과 욕망, 유행, 도박, 불안, 허영, 소비와 교환 등 현대 사회의 면면을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두툼한 분량이지만 재미있게 읽힌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강신주의 장점은 대상에 대한 정확하고 날카로운 분석 능력과 그것을 독자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글쓰기 능력이다. 낯선 사람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강신주의 안내를 받으면 철학과 현대 사회를 재미있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작가
헬런 니어링
출판
보리
발매
2002.07.30

21세기 첨단 사회를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보다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을 원한다. 그러나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살펴보자. 미국에서 대공황이 최악이었던 1932년에 뉴욕에서 버몬트 숲 속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독립적인 경제와 건강, 사회를 생각하며 바르게 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직접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책은 일벌레로 살아가며 더 많은 것을 원하는 현대인들에게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노동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에는 책을 읽고 산책을 즐기며 대화를 나누는 삶은 어떤가. 모든 사람이 물질문명 사회를 등지고 살수는 없지만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한 두 사람은 온몸으로 삶의 철학을 말하고 있다.

결국 철학은 우리에게 삶의 목적과 방법을 고민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은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그 하나하나의 과정과 결과가 우리의 삶이 된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고 싶다면 철학에게 길을 묻고 스스로 그 길을 찾아 떠나야 한다. 그렇게 철학은 우리들 삶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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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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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원을 말하는 게 좋았다.

그 소원을 하나하나 이루다보면 어른이 되리라 생각했다.

아니면 그 반대로 어른이 되면 그 소원을 다 이룰 수 있게 되거나.

열다섯 살 무렵, 어른이 된다는 건 내게 그런 뜻이었다.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몇 가지 방어기제를 갖게 된다. 마음이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은 달팽이처럼 연한 속살을 단단한 껍질 속에 가둔다. 낯선 사람과 쉽게 친해지기 어렵고 타인과의 지나친 친밀감은 부담스럽다. 자기만의 세계가 단단해서 혼자가 편할 때가 많다. 그래서 냉정하고 정확해 보이지만 그건 내 영역 안에 누군가 발을 들이밀 때의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서다. 운전을 하다가 왼쪽 뺨을 물들이는 저녁노을 때문에 울컥하기도 하고 금요일 오후 창밖의 안개비를 내다보다가 가슴이 먼저 젖어버리기도 한다. 예민한 감수성 때문에 스스로 생채기를 내는 타입이어서 차라리 이어폰을 꽂고 혼자 걷는 데 익숙하다. 이런 종류의 사람에게는 완벽주의 콤플렉스가 생기기 쉽다.

 

어른이 되어서도 유년시절의 정서를 잃어버리지 않은 사람은 상반된 평가를 받는다. 어린왕자처럼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영혼을 가졌기 때문에 세속적인 욕심이 없고 현실적인 것들을 하찮게 여긴다. 유치하게 행동하거나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상황판단이 안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세상에는 애늙은이도 있고 철없는 노인도 있는 법이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저 시류에 휩쓸려 가는 평범한 생활인일 수도 있다. 어느 부류의 사람이든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그것에 반응하며 살아가는 패턴은 제각각이며 나름의 이유를 만들고 그 안에서 괴로워하고 즐거운 일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작가에게는 어떤 덕목이 필요할까? 세상에 대한 예민한 촉수, 철들지 않는 여린 감수성, 대상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 좋은 작가의 작품은 재밌는 이야기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기보다 책장을 덮고 시간이 지나도 오래 여운이 남는 울림을 준다. 김연수의 소설 원더보이를 읽고나서 며칠이 지났고 그의 소설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다가 김연수라는 작가에 대해 문득 떠오른 생각들이다. 장난기 어린 표정과 예리한 눈빛, 시인의 감수성과 깊은 사색이 만들어낸 문장들은 독자들을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인다.

 

스토리 위주의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지나치게 요설적인 부분이 없지 않으나 그의 소설을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은 여전히 김연수 특유의 감성과 그 감성이 빚어내는 발랄한 상상력이다. 세상에 대해 다소 시니컬한 표정으로 킬킬거리는듯한 사춘기 소년의 언어가 드러나기도 하고 인간의 삶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세계에 대한 진지한 호기심이 묻어나기도 하는 원더보이

김연수의 말대로 매순간 삶이 놀라움으로 가득 차기를.’(87) 바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똑같은 하루하루를 견뎌낼 수 있을까. 이 지루한 세상을 버텨낼 수 있을까. 그래서 어쨌든 우리는 모두 한 번 죽을거야. 하지만, 여러 번 살아. 영원히 존재하기 위해서’(91) 같은 문장에 밑줄 그으며 삶의 허무에 대해 한번쯤 멍한 눈길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반공이 국시(國是)였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원더보이는 마친 윤대성의 <출세기>처럼 낯설지만은 않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일 수 있다. 자신이 꿈꾸고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우리는 주변 상황과 시선으로 인해 거추장스런 누더기를 걸칠 때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때도 있다. 원더보이는 어느 날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현실과 마주하면서 제 힘으로는 한발짝도 움직이기 힘든 삶의 올가미를 경험해 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원더보이에게 공감을 보낼 것이다. 이 소설은 단순히 지나간 시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삶의 불가해함에 대해 엄살을 떠는 것도 아니다. 읽는 사람이 걸어온 길과 켜켜이 쌓아온 시간의 결에 따라 다양한 층위를 드러낼 수 있는 소설이다.

 

많은 사람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는 소설과 특정한 매니아층을 거느린 소설, 어느 쪽이 더 행복한 작가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모든 소설을 두 가지로 분류할 수도 없고 김연수가 어느 쪽이냐고 묻는 것도 무의미할 수도 있다. 다만 지금까지 읽어온 김연수의 소설과 원더보이가 특별히 구별되지는 않는다. 전작에서 보여준 문장과 패턴, 문제의식과 소설의 방법들이 다시 한 번 그의 색깔을 내는데 기여하고 있지만 또 다른 변화와 새로움을 간절히 소망하는 독자들에게는 조금 아쉬움을 남긴다.

 

삶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외로울 뿐이라는 박두진의 <도봉>이 떠오른 것은 김연수 소설의 바탕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것 또한 얼마나 허망한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열망,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대한 도전,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상상력 그리고 내 삶에 대한 겸손함. 이 모든 것들이 보여주는 세계가 소설이라면 김연수는 여전히 이제 시작에 불과한 소설가가 아닌가. 그의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무한하지 않은가. 그래서 그는 여전히 이렇게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뤄질 가능성이 없는 몽상들, 두 눈을 뜨고 바라보는 꿈들, 문장으로 만들 수 있을 뿐 아무런 현실성도 없는 소망들. - 119

 

12033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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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인생 -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우석훈의 액션大로망
우석훈 지음 / 상상너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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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재벌 회장은 1명의 천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릴 것이라며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말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알게 된다. 인간은 나눔과 배려를 통해 협력해 왔고 공동체를 만들어 더불어 함께 살아왔다. 인간이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의 어원도 따지고 보면 폴리적 존재 즉,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존재라는 뜻이다. 효율과 경쟁이라는 관점만으로 바라볼 때 1명이 1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것이라는 발상이 가능하다. 재벌의 눈에는 신기술로 많이 벌어줄 사람을 천재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그 사람 또한 이 사회에서 교육받고 사회적 자산을 공유하며 성장한 사회적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발한 상상력 그리고 뛰어난 기술개발을 통해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더라도 삶의 목적과 방향은 새롭게 발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무엇을 위해 왜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닐까.

 

나이와 무관하게 진짜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이든 기업이든 오로지 을 목적으로 한 삶은 얼마나 불쌍해 보이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을 우습게 여기거나 하찮게 여길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인간도 수단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 방황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 뚜렷한 목적과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고 해도 그것이 과연 깊은 철학적 고민에서 나온 주체적인 삶인지 말이다. 돈을 벌기위해 재테크에 미치라고 권하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며 상속을 하며 불법을 가르치는 재벌 회장, 국민에게 봉사할 줄 모르고 권력과 치부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국회위원 등 우리 주변에는 1인분 만큼의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우석훈은 1인분 인생을 외치는 것일까. 특이한 제목의 이 책은 우석훈의 산문집이다. 에세이의 특징은 우선 자유로운 형식에 있다. 분량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글쓰기는 저자의 감성과 이성을 종횡무진 누빌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우석훈은 똥 고양이에 대한 살뜰한 애정과 태권도 사범 실력을 갖춘 아내에 이르기까지 일상적 삶의 모습을 공개한다. 트위터를 통해 잘 알려진 우석훈의 고양이는 이 책의 시작을 알린다. 길고양이로 죽음 직전에서 살아난 녀석을 통해 우석훈은 자본과 생명에 대해 성찰한다. 돈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를 잃어버린 세상에 대한 참담함이 묻어난다.

 

 일상적 삶의 모습이 이 책을 편안한 수다로 읽을 수 있는 장점이라면 함께 잘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C급 경제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는 감성 에세이로만 읽을 수 없는 장점이 된다. 88만원 세대이후 우석훈의 책을 참 많이도 읽었다. 촌놈들의 제국주의, 괴물의 탄생, 나와 너의 사회과학등 경제학자의 관점이 뚜렷한 책들이었다. 하지만 생활인으로서의 우석훈은 스스로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다. 국제기구에서 활동했고 정부의 요직에서 일했지만 자본의 논리에 굴복하지 않고 권력의 달콤함에 녹아버리지 않은 삶의 태도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석훈은 우러러 보고 존경받아 마땅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이 선망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읽어내야 하는 것은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외모와 나는 꼽사리다를 통해 들려주는 어눌한 목소리를 가진 한 남자의 외로움이다.

 

세상을 향해 최소한 1인분어치의 삶을 제대로 살자고 외치는 경제학자의 목소리가 쓸쓸하게 들리는 이유는 얼마나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인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책읽기와 글쓰기 강연과 팟캐스트를 통해 가난한 자유를 누리는 우석훈은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이다. 지금은 성공회대 외래교수와 타이거 픽처스의 자문을 맡고 있으니 먹고사니즘에서는 조금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그는 여전히 경제와 사회, 문화와 생태에 대해 날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들의 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그는 보다 나은 삶이 무엇인가를 늘 고민하고 있다. 그것이 단순히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해결될 수는 없다. 정치와 경제의 관계, 정책 결정자들의 생각과 실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우리들의 삶을 직접 지배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석훈은 이 편안한 에세이들을 통해 그 질문에 간접적으로 답하고 있다. 1인분의 인생을 충실하게 사는 것조차 힘겨운 세상이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부지런하다. 근면하고 성실함으로 한 세상을 살아온 부모와 그 윗세대를 살펴보자. 신산스런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폐허 위에서 생존을 강요했다. 위정자들에게 기대지 못하고 스스로 한 목숨을 부지해야했던 사람들은 모질게 세상을 버텼다. 생존을 위한 경쟁과 나부터 살고 보자는 마음은 여전히 각박한 세상을 만들고 있다. 나눔과 배려, 소통과 대화보다는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만 고민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남의 자식은 곧 나의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내 자식만 잘 되는 방법을 고민하고 내 가족만의 행복을 추구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불행해지고 있다면 그건 불가능한 게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분 인생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개인의 게으름과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구조적인 모순과 시스템의 문제가 많다. 고개를 들고 전체를 보고 내 삶의 조건을 결정하는 외부를 분석해보자. 우리의 삶은 근면 성실만으로 개선되지 않는다. 1인분 인생을 충실히 살기 위해서는 타인도 1인분을 살고 있는지 반칙을 하거나 남의 1인분을 뺏어가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보자. 불신과 비난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자는 말이다.

 

이제 40대 후반에 들어선 우석훈의 에세이 한 편 한 편에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담겨 있다. 개인적인 소회와 감상적 일상으로 점철된 산문이 아니라 진솔하고 애정 어린 타인에 대한 시선과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걱정이 가득하다. 국민 모두가 정치를 할 수는 없지만 언제나 감시자의 시선으로 권력을 바라보며 우리 삶의 조건을 성찰하고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는 세상이다.

 

120318-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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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네 대화 편 - 에우티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헬라스 고전 출판 기획 시리즈 3
플라톤 지음, 박종현 엮어 옮김 / 서광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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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눈은 일차적인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시각은 촉각이나 후각과 달리 가장 중요한 감각이다. 한 시간만 눈을 가리고 생활해 보자. 코나 귀, 입을 막고 생활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불편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눈은 우리에게 그만큼 중요한 감각 기관이다. 그렇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시각적 이미지가 사물의 진면목을 드러낸다고 볼 수 없고 세상의 진실을 보여주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철학도 이와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현상대신 숨은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

위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관점에 따라 다른 동물로 보인다. 이 그림은 20세기의 가장 명민했던 분석철학의 대가 비트겐슈타인이 그린 오리-토끼그림이다. 어떤 동물인지는 보는 사람마다 해석의 틀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들의 생각도 이렇게 단순하고 일방적일 때가 많다. 굳어버린 생각, 편향된 시각은 경주마처럼 우리들의 시야를 점점 좁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목표를 이라고 말한다.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수단이긴 하지만 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있을까. 돈만 있으면 저절로 행복하게 살아지는 것일까.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넓고 깊은 통찰력과 다양한 관점이다.

서양철학의 기원이 되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2,5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민주적 절차에 의해 법을 지키고 재판 결과를 받아들여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를 우리는 위대한 철학자로 기억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단 한 줄의 글도 남기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그의 제자 플라톤에 의해 전해질 뿐이다. 이렇게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를 우리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박홍규의 소크라테스 두 번 죽이기는 소크라테스를 전혀 다른 측면에서 살펴본다. 소크라테스는 과연 민주주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가. 그는 아테네의 시민들과 민주적인 절차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가. 죽음에 직면한 소크라테스는 왜 탈옥을 거부했는가. 이 책은 수천 년간 소크라테스의 철학만큼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그의 죽음에 관한 새로운 성찰이다.

박홍규의 책을 읽기 전에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먼저 읽어야 한다. 원전을 해석한 플라톤의 네 대화편 에우티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박종현 역주, 서광사, 2003)은 분량이 많고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이종훈이 편역한 소크라테스의 삶과 죽음이 좋다. 이 책은 가장 최근에 번역된 책으로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만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요약해 준다. 플라톤의 네 대화편을 모두 읽는 것이 좋지만 원전에 부담을 느끼는 독자에게 입문서로 적당한 분량과 내용을 갖추고 있다. 1소크라테스의 변론1, 2차 변론과 최후 진술을 모두 담고 있으며 2크리톤은 크리톤이 면회와 탈옥을 권유하는 내용과 소크라테스가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주장하는 내용 그리고 아테네 법률의 논고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제자 플라톤이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대화형식으로 기록했기 때문에 당시의 재판과정과 소크라테스의 논리만을 담고 있다. 마치 동전의 한 면만을 보는 것과 같다.

박홍규는 소크라테스 두 번 죽이기에서 민주주의 사회였던 고대 그리스에서 민주주의에 반하는 언행을 한 소크라테스의 반민주적 행위는 응당 비판받아 마땅하다.”라고 말한다. 소크라테스의 언행을 플라톤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회상과 호메로스, 소포클레스의 저작 그리고 민주주의에 관한 투키디데스의 전쟁사, 헤로도토스의 역사등 충실한 자료 분석을 통해 독자들을 설득한다.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평가한다. 소크라테스 재판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재판 제도와 방식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그리스 민주주의가 어떻게 전개 되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소크라테스에 대해 구체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소크라테스의 삶과 죽음의 의미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오리일 수도 있고 토끼일 수도 있는 그림처럼 소크라테스 역시 위대한 철학자일 수도 있지만 궤변론자일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관점과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좀 더 다양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들어보자. 오가와 히토시는 철학의 교실을 통해 열 네 명의 철학자를 소개한다. 하이데거와 헤겔, 칸트를 비롯해서 마르크스, 사르트르, 니체에 이르기까지 주로 현대 철학자들이 직접 등장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철학교실에는 고등학생과 직장인, 주부까지 모여 수업을 듣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은 자신의 핵심적인 철학 사상을 알기 쉽고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서 이해하기 쉽고 요점 정리까지 해 주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어려운 철학 개념과 용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인간과 삶에 대한 다양한 철학자들의 관점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2009년 용산 참사를 바라보는 여러 개의 시선이 존재한다. 철거민의 입장, 경찰의 입장, 국민의 입장, 정부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 그 죽음에 대한 원인도 책임도 제각각 다르게 말한다. 2,500여년 전 소크라테스의 죽음처럼 말이다. 하나의 사물,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과 주장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의 시선이 아니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통찰력과 인간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다. 우리들 주변에는 그런 일이 또 없는지 잘 살펴보자. 생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 생각이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생각의 힘을 기르면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타인과 세상을 살펴보자.

 

120312-02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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