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은 당연히 아니고 그렇다고 비하도 아닌데 내가 좀 까막귀다; 어린날 남들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피아노학원을 때려쳤을 때 이미 이런 상태였다. 핑계를 궁리하자면 이렇다. 그때 우리집엔 피아노는 고사하고 멜로디언도 없어서 음악에 재능이 있던 언니조차 음악 시험은 다 리코더로 쳤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다니는 걸 보고 내가 졸랐던 건지, 하여간 나는 피아노학원을 다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집에 피아노가 있어도 연습이 그렇게 싫다는데, 나는 종이 건반을 두드리는 처지였으니 재미가 있을 리도 실력이 늘 리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매주 청음 시험은 나를 좌절의 늪으로 떨어뜨렸다. 선생님이 건반을 두드리면 오선지 카드에 음표를 그리는 거였는데, 나의 정답률은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것도 집에 피아노가 없어서는 아니었을까, 약간 애틋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래, 어쨌든 재능은 없었던 거다.

 

고등학교 때 음악 선생님은 학교를 통틀어 가장 엄격한 할아버지셨다. 음악시간은 언제나 클래식 감상으로 시작했고, 시험엔 늘 듣기 평가가 들어 있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선 시험범위에 해당되는 곡들을 녹음한 카세트 테이프를 팔았다. 어리고 둔한 귀에도 음질은 엉망진창이었고, 듣기 평가의 정답률은 청음 시험의 경우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사지선다였으니까). 클래식 음악에 호감을 갖기엔 열악한 성장 조건이었다.

 

대학 때 종로 뮤직랜드에서 엉겁결에 산 컴필리에이션 카세트 테이프에서 처음 브란덴부르그 협주곡을 듣고 테이프가 늘어나도록 들으면서도 '브란덴부르그'라는 말조차 외우지 못했다. 계기도 까먹었을 정도로 우연히 기든 크레머 할아버지(♡)를 알게 되어 CD를 몇 장 사서 들으면서도 그것뿐이었다. 잠이 안 올 때 즐겨 들었던 글렌 굴드의 변주곡? 들으면서도 한동안 글렌 굴드가 사람 이름인지, 연주 형식 이름인지, 자.... 작곡가인지 연주자인지도 구분하지 못했다. (악, 저 얼굴 빨개졌어요.)

 

그래서 누군가 클래식 애호를 자랑하면 공연히 (부끄럽습니다) 빈정이 상했다. 누구의 무슨 곡은 누구보단 누구 연주가 더 좋다거나, 역시 무슨 곡은 어디 필이 좋다거나 하는 말을 들으면 그래 뭐 어려서 교육 잘 받았나 보네, 그러거나 심하게는 흥, 알고 하는 소리겠어? 하기도 했다. 더 나쁜 것도 있다. 집앞 도서관에서 '오페라 감상 길잡이' 강연을 한다는 포스터를 보고는 뭐야 음악도 배워서 들으라는 거야? 하면서 못난이처럼 굴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창피하지만 후련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책 읽고 집안일 하고 하는 데도 소위 '노동요'가 필요해 아끼던 CD들을 들었는데, 온종일 틀어두기엔 역시 라디오가 좋았다. 광고도 피할 겸, 혹시 영어처럼 자꾸 들으면 귀가 트일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클래식 FM을 주로 듣는데 가끔 타령도 듣고 간지러운 퓨전 음악도 듣고 괜찮긴 하지만 그걸로 음악에 한 톨이라도 지식이 더 생기거나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주 어느 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어떤 연주가 서재방에서 뒹굴던 나를 거실 라디오 앞으로 불러세웠다.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아름답고 정직한 연주였다. 나는 처음으로 스마트폰에서 '음악 검색'이라는 것을 해서 그것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라는 것을 알았고, 연주가 끝나고 박수 소리가 잦아들도록 그렇게 서 있었다. 진행자 말로는 이 앨범에 수록된 곡 중 하나라 했다.

 

 

 

 

 

 

 

 

 

 

 

 

이렇게 해서 갈등 끝에 내 처지에서는 정말 큰 돈을 들여 이 음반을 사게 됐다. 아직 리뷰도 페이퍼도 쓰신 분이 없어서 땡스투도 못했다. 그래도 안 쓰고 간직해둔 알사탕을 몽땅 적립금으로 바꾸고, 음반 할인 쿠폰, 회원 쿠폰, 중고서점 이용하면서 어쩌다 받은 쿠폰, 모아둔 적립금을 탈탈 털어서 133,000원짜리 음반을 97,250원에 샀으니 돈 번 거라고 (ㅠㅠ) 애써 기뻐하고 있다. 내가,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싶으면 서둘러 중고서점에 내다 팔 책들을 찾는다. 뒤로는 아련히, 하루 한 장씩만 듣기로 한 켐프 할아버지의 연주가 흐른다. 라디오에서 들었을 때처럼 아름답고 정직하며 CD로 들으니 어쩐지 더 기품 있는 것 같은 그런 연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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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0-01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네꼬님을 라디오 앞으로 끌어들인 피아노 소나타가 어떤 곡이었는지,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인지 궁금해지네요. 저도 낮에 FM 듣는 날 많거든요.

네꼬 2013-10-01 14:32   좋아요 0 | URL
나인님, 그때 곡은 안 적어놔서 모르겠어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였다는 것밖에.. (제 수준은 위에서 고백했지요. ㅎㅎ) 어느 순간엔가는 나인님이랑 같은 라디오를 듣고 있겠군요. :)

다락방 2013-10-0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땡투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이 음반을 살 돈도 돈이거니와 이 음악을 들을 귀가...쿨럭.

저는 지금 있는 부서로 오기 전에 사무실에서 라디오를 들었었거든요. 클래식 FM 듣다가 저도 완전 쑝가서 시디를 사게 된 경우가 있어요. 그 시디가 '비탈리'의 '샤콘느' 였는데, 그 시디야 말로 제가 제 돈 주고 산 유일한 클래식 시디였죠. 정말 열심히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역시 막귀라 그 음반에서도 그 곡만 열심히 들었....지금도 아는 클래식은 그것 뿐이고 그래서 좋아하는 클래식도 그것 뿐이에요. 너무 좋아요, 비탈리의 샤콘느!!

저는 2CD 였는데 아니, 네꼬님, 저 음반은 몇장 짜리인거에요? 클래식 듣는 네꼬님이라니. 좀 멋지다...♡

네꼬 2013-10-01 14:38   좋아요 0 | URL
그니까 이걸 누가... ㅠㅠ

다락님1 (일단 꺅.)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저도 좋은 음악 들으면 그냥 그것만 듣는 거지, 확장된 적이 없어요. 그러니 클래식이든 가수 노래든 내 마음은 다 똑같... 아니, 한결같다고 합시다. 이 씨디는 모두 9장에요. 케이스도 예쁘고 튼튼해서 뽀대나고, 일본에서 나온 앨범이라 일본어도 되게 많아요.(응?) 나 좀 멋짐? 크하하.

치니 2013-10-01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나 이 글을 읽고 받은 감동이 네꼬 님이 저 음반 듣고 받은 감동 만큼이나 커서, 주체가 안 될 정도로 좋아요, 지금.
하지만 가격대가 ㅠ 정말 세네요. 저는 나중에 생일 선물로 받으려고 찜해놨어요. 하하.
클래식 채널 라디오에서는 장일범인가? 그 분 거 좋던데. 가끔 들으면, 해박하면서도 내세우지 않고 차분하게, 클래식 모르는 이건 아는 이건 부담없이 들을 수 있게끔 잘 리드하시는 것 같아요.

작은오빠가 음악이라면 사족을 못 써서 저는 중딩 때 오빠로부터 록의 역사를 들으며 자랐어요. 근데 그 오빠가 사십 대 넘어가더니 하는 말 - 모든 음악의 귀결은 클래식이다. 난 이제 클래식이 아니면 들을 수가 없어. !!!! 놀라우면서도 한편 납득이 되더라고요. (하지만 요새 다시 대중음악 듣게 되었다는 게 반전 ㅋㅋ)

네꼬 2013-10-01 14:43   좋아요 0 | URL
가격이 진짜 세죠. 들어본 적도 없는 호로비츠 실황 앨범을 케이스에 홀려 살 뻔 했는데 안 사길 천만 다행. ㅠㅠ 클래식은 부자들의 음악인가요! (씩씩) 아아 저도 장일범의 가정음악을 들어요. 오페라 소개할 때 막 성악가들이랑 같이 발연기하는 것도 웃기고, 맞아맞아 해박하면서도 잘난척하지 않고 조곤조곤 설명해주셔서 좋아요. 좀 귀여우시기도 하고요. (그러나 그 많은 소개곡들을 다 흘려들었습니다....)

작은오빠님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 ㅋㅋㅋ 저는 그럼 록은 패스하고 클래식으로. (나 나이 들었어!!)

Mephistopheles 2013-10-01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겠지만.....클래식만 주구장창 틀어주는 라디오 주파수도 있어용....그걸 활용해보시는 것도.. 그리고..형식에 얽매이지 마시고 그냥 귀에다 음악 감는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들으세요...ㅋㅋ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음악을 가요로 시작해 팝송으로 가고 락과 헤미메탈을 거치고 그다음에 결국은 클래식....마지막은 뽕짝으로 진행되더라고요..ㅋㅋ

전 이쯤에서 네꼬님의 노래실력은 과연......!!! (그리고 제 점수는요...!)

네꼬 2013-10-01 14:45   좋아요 0 | URL
남편이 그 주파수를 찾아 주어서 들어보았어요. 근데 주구장창 그것만 듣기보단 가끔 창도 듣고 타령도 듣고 가야금 거문고도 듣고... 합창도 듣고 하는 게 또 재미더라구요. 뭐, 가끔은 사람 목소리도 듣고, 몇 신지도 듣고요. ㅋㅋ

노래실력은 과연! 귀가 까막인데 목이라고 과연! 자진 사퇴하겠습니다. (팔뚝으로 눈물을 닦으며...)

레와 2013-10-0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을 위해 오늘부터 열심히 땡투하겠어요!!

작곡가가 누군지 연주자가 누군지 곡명은 뭔지, 아이고 머리 아파요.
그냥.. 들으면 안되나...ㅎㅎㅎㅎㅎㅎ;;;

네꼬 2013-10-01 14:50   좋아요 0 | URL
이 앨범은 비싸니까 틈틈이 다른 땡투를... (오열)
그래요 우리 그냥 들읍시다. 들어서 좋으면 됐지 뭘! (돈 생각도 잊읍시다. 또 오열.)

paviana 2013-10-0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도 막귀에요. 오디오나 연주가 차이도 잘 모르지만 , 그런거 구분해내는 사람들보면 막 부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해요. 예전에 낮에 출근할 때눈 생생클래식을 들으며 출근했는데 ... 네꼬님도 막귀라서 좋아요 . ㅎㅎ

네꼬 2013-10-01 14:52   좋아요 0 | URL
빙고~ 저도 부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했어요. 사실은.... 너무너무 얄미웠어요;; 내 비록 막귀지만 마음만은 순정하다오! (<-파비님아 왤케 오래간만이에요!)

다락방 2013-10-0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댓글들에 대해서..댓글 달기 되게 힘들것 같아요, 네꼬님. ㅎㅎㅎㅎ

네꼬 2013-10-01 14:53   좋아요 0 | URL
응? 머? 왜? ㅋㅋㅋ 다락님 밥 잘 먹었죠? 난 커피랑 아이스크림이랑 아껴놨지롱!

moonnight 2013-10-01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용감하게 땡투하고 보관함에 넣었어요. 불끈 ;;(어, 얼마라구요? ㅠ_ㅠ)

네꼬님 글 읽으면서 막 공감을 ㅠ_ㅠ;;;;;;; 저도 어렸을 적 피아노 학원을 졸라 다니긴 다녔으나 집에 피아노는 당연히 없고 종이건반에 연습을 하니 재미는 없고. 얼마 다니다 결국 때려쳤었지요. ㅠ_ㅠ
클래식이라 하면 좀 사는 집 애들이 듣는 거라고 생각하고 누가 클래식 얘기를 하면 열등감에 사로잡혀서 혼자 얼굴이 불그락푸르락 했던 아픈 기억이. ㅠ_ㅠ;

그랬던 제가 이제는 하루 왼종일 클래식 에프엠을 틀어놓게 되었어요. 히히 ^^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잠자는 동안에도 침애 옆 작은 오디오로 약하게 틀어놓아요. 막귀에 음치, 박치라 -_- 음악 좋아한다는 말 꺼내기는 심히 부끄럽지만 (ㅠ_ㅠ) 그리고 사실 잘 알지는 못하지만요. 저도 에프엠 듣다가 어, 이거 뭐지 하며 편성표 검색해보고 그럴 때가 있어서 네꼬님 글이 너무 반가와요. 어떡해. 네꼬님 사랑해욧!!!! (격한 고백으로 갑자기 마무리;;;)

네꼬 2013-10-02 18:20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너무 무모하시다! ㅎㅎㅎㅎㅎ 그러나 절 위해 보관함에 담아 주시는 그 마음 잊지 않겠어요. (불끈)

저 지금 문나잇님 댓글 읽다가 어? 이거 내가 썼나? 했어요. 으왕 이거 완전 빙고네. 그런 마음 아시는 거죠 그쵸. 그리고 지금도 저랑 같은 마음이신 거죠 그쵸. 꺅. 우리 막 너무 죽 잘 맞는다 히히히히. 좋아라.

마노아 2013-10-0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사랑스러운 네꼬님의 이 앙탈 가득한 페이퍼라니, 좋아요, 좋아! 음악을 듣지 않고도 이미 그 음악에 빠진 것만 같아요.
음악 찾아주는 어플도 깔아야겠어요. 나도 이런 순간이 닥칠지도 모르잖아요. (>_<)

네꼬 2013-10-02 18:21   좋아요 0 | URL
아..아...앙탈요? 그렇게 좋게 말씀해주시니 몸둘 바를... (보통은 심술이라고 하던데...) 마노아님, 어플 아니고 포털 사이트에서 음악 검색했어요. 와 신기하게도 금방 찾아주더라고요. 좋은 세상이에요~

이순화 2013-10-23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와 같음. 음반을 사야겠음. 멜론에서도 서비스 될라나???

이순화 2013-10-23 13:3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소영 덕분에 캠프님 연주 영상을 찾아봤어. 고령의 모습으로 연주하는 것 그 자체가 감동이네...

네꼬 2013-10-28 15:30   좋아요 0 | URL
으헹 선배 언제 오셨어요? (제 서재에.) ㅎㅎ 멜론에서 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원래 할아버지 연주자들한테 약해서.. ㅠㅠ 요즘 아껴서 아껴서 듣고 있는데 좋아요! 평생 두고 들을 음반으로 살 만해요 선배!
 

예상대로 역시, 가을이 왔네.

 

*

 

 

바늘땀

 

'따뜻한 유머'라는 표현을 다섯 사람에게만 쓸 수 있다면 나는 절대로 데이비드 스몰을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리디아의 정원』의 그림이, 이토록 삭막한 어린시절을 견딘 사람에게서 나왔다니. 불행을 이겨냈다는 사실만큼 강력한 자부는 없는 것. 좋아했던 이 작가를 이제 존경하게 되었다. 굿바이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아무래도 싫은 사람

 

그래요, 저도 이 책을 읽었습니다. 우선 제목만으로도 이 책이 나한테 할 일은 다 했다는 마음으로(ㅠㅠ) 별 기대는 없이 읽었는데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보다 좋았다. 글도 그림도 범범하니 싱겁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거 나만 그런 거 아니지?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위로가 되냔 말이지. (아우, 나 진짜 그런 사람 있었어요. 나도나도.)

 

 

에밀은 사고뭉치

 

'사고뭉치'라는 고전적인 표현이 딱 맞는 에밀. 읽으면 하여간 세 번 이상 큰 소리로 웃게 된다. 그중 동네 사람들이 돈을 모아 에밀 엄마한테 주면서 애를 미국으로 보내는 게 어떠냐고 진지하게 권하는 대목이 제일 웃겼다. 린드그렌 여사님은 어쩌다 이런 유머 감각을 갖게 됐을까? 개정판이 나왔다니 반갑다. 개정판으로 사야지!

 

 

어떤 아이가

 

읽고 나면 기분이 좀 이상해지는 동화책이다. 웃긴 것도 같고 무서운 것도 같고 절망뿐인 것도 같고 희망이 있는 것도 같고. 그러라고 만들어진 책 같다. 알쏭달쏭하지만 웃기거나 슬픈 것만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니니까. 독후감을 쓰려면 더 오래 생각해야 하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어떤 아이가」와 「어른 동생」이, 그리고 그림들이 좋았다.  

 

 

밤이 지나간다

 

다른 분들의 감상을 보니 작가의 예전 작품에 비해 강렬하지 않다고 서운한 기색들도 있던데, 나는 예전 작품들이 좀 무서워서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책에서 비로소 작가가 하려는 말을 똑바로 듣게 되었다. 세상은 고통스럽다. 그런데 어떤 통증은 살아있다는 것을 자각케 한다. 통증은 비밀스럽고, 비밀은 또 나를 나로 완성시킨다. 그리고 어둠은 '지나간다'. 하지만 긴장해야 한다. 우리 제목은 '밤은 지나간다'가 아니고 '밤이 지나간다'다. 지금 밤인 것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어휴 나는 이런 소설이 좋다. 빠르고 웃긴 것. 앞뒤가 맞아떨어지는 것. 심각하지 않은 것. 길어도 후딱 읽게 되는 것. 무엇보다 할아버지 나오는 것!

 

 

 

 

*

그때그때 메모하지 않았더니 읽은 책 몇 권이 벌써 날아간 것 같다. 반성하고 부지런히 써놔야겠다. 결국 그러지도 못하면서 괜히 잘 쓰고 싶어가지고.. 미루다가 이렇게 되곤 한다. ㅠㅠ

 

 

*

집에 시집이 많다. 이 책 저 책 사이에 무심히 두었는데 문득 그렇게 두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작고 얇아서 눈에 안 띈다. 잘 읽지도 않는데. 시인들은 열심히 썼을 텐데. 그래서 목장갑을 끼고 먼지를 털어가며 시집들을 한데 모아보았다. 창비시선과 문학과지성 시인선은 많으니까 번호대로 모으고, 오래 간직하고 있는 것이나 헌책방에서 구한 것 등은 따로 모았다. 백석 김수영 김규동(♡) 전집과 진은영 기형도 시집은 명예의 전당에. 그러고 보니 이거 좋잖아! 시를 잘 모르지만, 심지어 요새 너무 안 읽기까지 한 듯해서 최근의 시집들은 거실에 꽂았다. 그리고 뒷번호부터 읽기로 했다. 가장 신선한 언어들과 함께 가을을 맞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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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9-2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진짜 네꼬님이 내 친구라는게 막 자랑스러워요. 난 이런 사람하고 멸치똥도 빼고 쥐포도 뜯고 돈까스도 먹고 그러네. 나는 어쩌자고 이런 사람을 첫눈에 알아보고 친구하자고 했을까.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째려보고만 있었는데, 좋단 말이죠? 알았어요. [바늘땀] 과 [에밀은 사고뭉치] 도 담아가야지. 히히. 물론 나는 [리디아의 정원] 읽고 무슨말인지 몰라 멍때렸지만 그래도 열심히 시도해봐야지. 동화도 그러니까 훈련하면 잘 읽을 수 있게 되는거죠?

네꼬 2013-09-26 23:55   좋아요 0 | URL
다락님, 내 페이퍼 읽고 하는 말 맞아요? 남의 거 읽고 그러는 거 같아; 어느 순간 아차 하는 거 아니죠? ㅠㅠ

글쎄, 다락님도 좋아할진 사실 잘 모르겠지만 ㅎㅎ '창문 넘어... 노인'은 나한텐 아주 재밌는 책이었어요. (다락님 지금 티비에 하정우 광고 나온다. 나 하정우 보면 자꾸 다락님 생각나요. '두번째 사랑'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3-09-26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비드 스몰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저도 늙어서 양로원을 탈출할 힘과 의지가 남아있는 할머니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잇태리라는 책속 사진에 이탈리아 할아버지들을 찍은 사진을 봤는데 참 좋더군요. 가서 이 동네 맛집이 어디예요?라고 물어보면서 같이 맥주한잔 하고 싶은 분들이셨어요 ㅎㅎㅎ

저는 어제 율리시스를 읽어볼까 하고 빼들었는데, (네, 조이스의 그 책입니다... 신랑이 sf인줄 알고 착오로 사들인 거대한 두께의 책)책 날개와 서문에 계속 '당신은 읽어낼 수 있다'며 겪려하는 문구가 있길래 겁먹고 다시 책장에 넣어버렸어요 ㅋㄷㅋㄷ

네꼬 2013-09-26 23:58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데이비드 스몰 좋아하실 거예요!

어우, 할아버지 어찌나 왕성하신지, 트렁크 끌고 버스 타시는 데부터 완전 신났지 뭐예요. 만나는 친구들도 죄다 아저씨고 막.. ㅋㅋㅋ 율리시스라니! 도전한 것만도 장한데 아니 그런 격려 뭐야. 어딘가 너 진짜 읽을 수 있니? 라고 조심스레 묻는 것 같은 격려네요!

치니 2013-09-26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읽어주는 남자, 요새 잘 안 읽어줘요? 오늘 이쁘게 재정비했으니 함 읽어달라고 하시면서 오붓한 밤을 ~ :)

네꼬 님은 늘 겸손하지만 네꼬 님의 동화책 리뷰를 요렇게 짧게만 읽어도 냉큼 저기 있는 책 다 사고 싶게 만든다고요.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실까나. '바늘땀'이 그중 젤로 읽어보고 싶어요.

네꼬 2013-09-27 00:01   좋아요 0 | URL
치니님, 시 읽어주는 남자 아니고, 시 읽어주는 여자였죠! 제가 또 시 낭송이라면 일가견... 이라고 하지만 그러니까 네, 외칩니다. 시 웅변? 오붓한 밤 좋지만, 북콘서트에 이어 오늘은 출간 모임... 아우우우~ (늑대가 되어 보았어요.)

치니님, 저 좋아하시는 마음 그 마음 그 사랑 변치 마세요. ㅠㅠ 저... 저 제가 잘할게요! (뭐래)

레와 2013-09-2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문 넘어 도망친 할아버지는 미리 읽기로 쫌 맛보고 깜빡 잊어버렸던 책인데, 네꼬님 재미있단 말이죠?! 알았어요!! ㅎㅎㅎㅎㅎㅎㅎ 내 당장 읽어볼게요!! (회사 창문 넘어 뛰어가는중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 누구에게나 한명씩은 있다니.. 아휴.
오늘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맛이 써요. 잉..

다락방 2013-09-27 13:43   좋아요 0 | URL
일단 나한테는 아닙니다.

네꼬 2013-09-30 20:57   좋아요 0 | URL
응 재밌어요. 나한테는 그랬어요.

그리고 레와님. 물론 누구나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 될 수 있지만, 왜 그런 생각을 레와님이 해요? 돈 워리. 입맛 쓸 일 없어요! (안 그래요 다락님? ㅎㅎ)

레와 2013-10-01 09:41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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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 '관심 신간' 페이퍼 쓰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일단, 새로운 달이 빨리 온다...(이제 처음으로 한 달을 보냈는데 허허.).. 또 신간이 참 많기도 하다....(어렵습니까, 출판계, 정말입니까.).. 그리고 사실을 고백하자면 나름대로 꽤 신중하게 책들을 살펴보고 페이퍼를 쓴다. 다른 분들도 그럴 텐데 굳이 이런 말을 쓰는 건, 처음엔 그럴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간을 쓱 훑어 보고 관심 가는 거 있으면 찜해서 쓰면 되지, 라고 태평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쓰려고 보니 그게 아닌 거다. 은근히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나를 보고 놀란다(일할 때도 그러지 않았는데!)... 말 그대로 내 나름대로일 뿐이지만, 정말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보고 싶은 책과 다른 분들도 보면 좋아할 것 같은 책을 구분해야 되고, 실용서라 해도 요즘 세상과 연결해서 할 애기가 많은 책이었으면 좋겠고, 안 그래도 인기 있을 책과 응원하고 싶은 책도 구분해야 되고, 그러면서도 어느 쪽이든 책을 쓰고 만든 사람들이 역차별을 안 받았으면 좋겠고(... 그만해!)

 

죄송해요. 마감 두 시간 전에야 이렇게 씁니다, 페이퍼.

 

*

 

자동차와 거짓말

 

지난달 페이퍼 쓸 때는 이 책을 보지 못했다. 서지정보를 보니 출간일이 7월 31일로 되어 있다. 그래서 혹시 해당 도서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책 소개를 봐서는 꼭 보고 싶다. 자동차 1900만 시대라는데 나만 해도 운전을 시작하지 십여 년이 되어 가지만 차와 운전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 자동차 전문 기자가 업계의 비밀과 거짓말을 털어놓는 책이라니 관심이 간다. 읽고 좋으면 다른 사람들한테 선물해 주고 싶은 그런 종류의 책이다. (좋으면!)

 

 

다정 선생님의 반찬 수업  

 

 사거나 선물받아서 갖고 있는 요리책이 몇 권 있는데, 어쩌다 보니 대부분 유명 블로거들의 요리책들이다. 그런 책들은 메뉴도 조리법도 어렵지 않은 것이 장점인데, 대신 가끔은 누가 차근차근 요리의 기본과 원리 같은 것들을 알려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미리보기를 보니 조리도구 선택, 장보는 요령, 재료별 염두 맞추는 비율 등이 바로 내가 바라는 대로 정리되어 있는 것 같다. 미리보기에선 못 봤지만 '재료 다듬기'까지 알려준다니, 실용적인 책일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365 샐러드

 

나와 남편은 모두 술과 고기를 좋아한다. 과일은 맛있으면 먹는데, 채소는..... 죄책감에 먹는다. 우리 이 정돈 먹어야 돼, 하는 심정으로. 나물 반찬은 손이 너무 많이 가고 할 수 있다면 샐러들을 많이 해서 먹고 싶은데 아는 드레싱이 몇 개 없고, 재료도 늘 거기서 거기. 다양한 샐러드 구경도 하고 따라서 만들어 보면 좋겠다. 체질 개선을 위해 음식 조절을 하고 있는 ㅇ ㄷ ㅇ 님한테도 좋지 않을까요? ㅇ ㄷ ㅇ 님 보고 있어요?

 

 

어이없는 놈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제1회 수상작이 책으로 나왔다. 기존 동시들과 다르다고, 아이들 눈에 맞추었다고,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책 소개에 나와 았다. 사실 이런 말들은 거의 이상을 표현한 것이어서 다른 동시집 소개에서도 자주 쓰인다. 그런데 나는 김개미 시인의 시들을 다른 자리에서 읽은 적이 있기 때문에 저 소개들이 결코 거짓이 아닐 거라고 믿고 있다.

 

 

세계와 만나는 그림책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사는 곳도 생김도 다르고 또 비슷하다. 전세계 사람들이 그렇다. 달라서 동경하거나 무시할 것 없다. 다르다는 걸 알고 사이좋게 지내면 된다. 요 단순한 진리를 어린이들과 함께 얘기해보고 싶다. 이 책이 그런 책인 것 같아서 보고 싶다. 어쩐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한테도 도움이 되는 좋은 그림책일 것 같다.

 

*

 

8월에 출간된 유아 / 어린이 / 좋은 부모 / 가정 요리 뷰티 / 건강 취미 레저 / 여행 분야 책들을 살펴보다가 세 가지 생각이 났다.

 

1. 얼마 전 만난 독일 사는 어떤 분이(한국인) 딸에게 ㄱ,ㄴ,ㄷ을 알려줄 수 있는 포스터 예쁜 거 어디 가면 살 수 있냐고 물으셨다. 모 서점에 가니 A B C는 수입품으로 예쁜 것들이 있는데 한글용은 없다며... 마침 8월 신간중에 있는 '학습벽보'들을 보다가 우왕... 내가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by 네꼬, 단어 선택 by 네꼬. 아 아 아녜요.

 

2. 그 프로그램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나는 '착한 식당'이란 말이 싫다. 아마도 그 프로그램이나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깨끗하게 조리하며 손님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식당, 그러면서도 비싸지 않은 식당이 아닐까?(값에 대해서 직접 나오진 않지만, 고급식당은 찾아가지 않는다 =_=) 만일 그런 식당이 있다면 '정직한 식당' 정도로 부르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착한 식당'에 부합되는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값에 반영되지 않거나 제대로 계산되지 않은 노동이 포함된다. 노동은 정직할 수 있지만 착할 수는 없다. (프로그램 볼 때마다 되새기는 우리 부부의 결론.)

 

3. 북유럽! 북유럽! 그만 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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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9-09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유럽, 북유럽이 왜요!! 완전 궁금해요!!

아무개 2013-09-09 12:21   좋아요 0 | URL
북유럽, 북유럽이 왜요!! 완전 궁금해요!! 2.

네꼬 2013-09-12 09:34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아무개님
저는 북유럽 디자인이 좋지만, 너무들 북유럽 북유럽 갖다 붙여서..... 지긋지긋해요. ㅠㅠ 여기 가도 북유럽 저기 가도 북유럽.

시...실망시켜 드렸나요. ㅠㅠ

또치 2013-09-09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나도 신간 살펴보면서 '그놈의 북유럽...!' 했어 ㅠㅠ
딱히 북유럽 것이라 주장할 수도 없는데 북유럽 자수라고 하고
인테리어 쪽으로는 북유럽 안 붙으면 장사도 안되나, 다들 왜...

네꼬 2013-09-12 09:37   좋아요 0 | URL
요새 예쁘고 쓸만하게 나오는 물건들은 이른바 북유럽 스타일 디자인 모양새잖아요. 북유럽 디자인이 예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여기저기서 다 끌어다 쓰는 건 좀 이상해요. 흑. 왠지 나도 유행 따라 좋아하는 것만 같아서(사실일 수도 있지만) 주저하게 돼요.
 

예로부터 나는 도서관과 친하질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어떤 경로였는지 학교에서 보낸 바람에 구립 도서관에서 하는 독서 캠프에 참여한 게 아마 나와 도서관의 첫 만남일 것이다. 그때만 해도(라고 쓰지만 수십년 전;; ) 책을 찾으려면 서랍 가득한 카드 목록을 뒤져야 했고, 서가에서는 눅눅하고 달달한 냄새가 났다. 한 일주일 정도 다니면서 책 찾는 법, 독후감 쓰는 법 같은 걸 배웠는데 참 재미가 없었다. 기억에 남는 인상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버스에서 내려 도서관 표지판을 보면서 도서관은 참 먼 데 있는 거구나 하고 생각한 것, 또 하나는 그곳 선생님이 (아마도 여러 종류의 글쓰기를 가르치다 그랬겠지) 편지 봉투에 주소 적는 법을 설명하면서 우체부 아저씨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쓰면 좋겠다고 가르친 것이다. 그때 선생님의 가무잡잡한 얼굴과 긴 퍼머 머리, 진지한 표정이 어제 본 것처럼 생각난다. 왜냐. 선생님이 "우체부 아저씨 감사합니다. 주소 대로 찾아오시면...(머뭇) 물이라도 한 잔 드릴게요." 라고 쓰라고 예를 들었는데 열한 살 네꼬의 생각에도 우체부 아저씨가 별로 좋아할 말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난해?)

 

중고등학교 도서실은 별로 인상에 없고, 대학시절에도 도서관이 내겐 썩 좋은 곳이 아니었다. 꽤 넓고 책도 많았는데도 수업 참고 도서는 언제나 자리에 없었다. 다만 전공과 관련 없이 어린이책 서가는 제법 자주 찾았다. 나의 퍼스나콘 고양이도 그 서가에서 알게 되었다. 동화책을 빌려 전공 시간에 몰래 읽은 적도 있다. 그렇지만 그게 다다. 도서관 앞 건물에서 '케찹 양파 볶음 얹음'인 스파게티를 거의 날마다 사 먹었고, 시험 기간이면 혼자 도서관 옆 계단에 앉아 맥주를 홀짝였다. 대학시절 도서관은 그래서 그 바깥 풍경이 훨씬 선명하다.

 

*

 

지금 우리집 앞에 제법 큰 도서관이 있다. 걸어서 5분 거리. 거실에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고개를 돌리면 도서관 간판(?)이 보인다. 이 집을 구했을 때 도서관이 가깝다는 게 남들한테 자랑거리였는데 사실 도서관에 간 적은 거의 없었다. 일을 그만두고는 곧잘 가서 시간을 보내고 온다. 그림책을 쌓아 놓고 읽다 오는 날도 있고, 개 도감을 구경하다 오는 날도 있고, 필요할 땐 살짝 공부 비슷한 걸 하고 오기도 한다. 한참 더운 지난 며칠은 늘어져 있느라고 코앞 도서관에 갈 기운도 못 냈는데, 어제 오늘은 좀 다닐만 해서 공부하러 다녀왔다. 물론 나는 일관성 있는 사람이라 예나 지금이나 공부는 하기 싫으므로, 옆 자리에서 너무 저돌적으로 필기하며 공부하는 아가씨(책상이 울렸다) 때문에 신경 쓰여 자리를 옮겼다가, 역시 옆자리에서 땀냄새 풍기며 신문을 휙휙 넘겨 보는 아저씨 때문에 자리를 옮겼다가, 초집중해서 얌전히 공부하는 앞자리 학생 때문에 더이상 핑계댈 게 없어 시무룩했다가, 끝내는 공부하던 책을 덮고 서가 사이를 기웃거렸다. 한약에 대한 책들을 지나고 요가에 대한 책들을 지나고 회사원 매너에 대한 책들을 지나고 박물관에 대한 책들을 지나고 책에 대한 책들을 지나자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방을 쌌다. 

 

나오는 길에 보니 할머니 한 분이 안경을 쓰고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계셨다. 로비에서는 초등학생 여자애 너댓 명이 저희끼리 와서는 까치발을 하고 회원 카드를 작성하고  있었다. 안내하는 청년이 보일듯 말듯 웃으면서 여기에 주소를, 여기에 이름을 적으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햇볕을 조금이라도 덜 쬐려고(나는 소중하니까) 지하로 해서 도서관을 나서려는데, 여태 밖에서 뛰어놀았던 게 분명한 초등학교 5,6학년 쯤 되어 보이는 건달, 아니 남자 어린이들이 지하 복도를 어슬렁거리며 땀을 식히고 있었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자애 둘이 재잘거리면서, 손가락으로 긴 생머리를 경쟁적으로 빗어내리면서 지하를 통해(역시 소중하니까) 도서관으로 들어왔다. 예로부터 도서관과 친하지 않았던 나는 이제 생각해본다. 도서관은 좋은 곳일까? 정말,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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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8-2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에~ 도서관은 좋은 곳 맞아요!^^
요즘은 마을마다 작은도서관까지 있으니 예전보다 많이 가까워져 친하게 지내기 좋아요.
네고님 페이퍼는 언제나 좋아요, 라고 쓰고 '옳아요'라고 읽어요!!!

네꼬 2013-08-23 17:19   좋아요 0 | URL
옳긴요 ㅎㅎ 그런 말은 저랑 어울리지 않아요!!
마을 도서관도 좋고, 저희 집 앞 공공도서관도 좋고 다 좋아요.
구경하면 더 좋고요. ㅋㅋ

세실 2013-08-2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대한 인식도, 수준도 많이 좋아졌지요^^
좋은 프로그램도 많이 한답니다.

네꼬 2013-08-23 17:20   좋아요 0 | URL
역시 세실님 ㅎㅎ
저희 집앞 도서관에도 좋은 프로그램이 많아요.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것도 좋고, 심지어 독서동아리 회원들이 막 새벽에 모여서 토론하고 그래요. (이 열심들...)


게으른 건 저뿐인가 봐요. ㅠㅠ

다락방 2013-08-23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도서관을 가 본 일이 거의 없어요. 이 날까지 살면서 다섯 번쯤 갔으려나... 여튼, 대학시절에도 3학년때까지는 도서관 출입을 안하다가 4학년 때 친구와 한 번 학교 도서관 갔다가, 그 다음에 두번째는 혼자 갔거든요.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 구경을 간 거였어요. 그런데....길을 잃었지 뭡니까!! 출구를 못찾겠는거에요. 출구가 안나와요. 꽥!!

결국 친구한테 전화하고 어떤 책들이 있는지 불러주고 나서 친구가 너 거기 꼼짝말고 있으라고 찾아가겠다고 해서 정말 거기 꼼짝않고 있었더랬어요. 하아-

난 도서관 이란 말만 들으면 그 기억이 자꾸 떠올라요. 휴..

네꼬 2013-08-23 17:22   좋아요 0 | URL
꽥! 출구가 안 나와! 정도가 되어야 도서관이죠. ㅎㅎ 도서관에서는 멀미 한번 해야 제맛. (뭐래.) 그 에피소드 재밌네요. 무슨 책 있는지를 보고 찾아 오는 친구 얘기.

서점은 그렇게나 좋아하면서, 도서관이라면 한숨이 나오는 당신이란 여자. ㅎㅎ

Mephistopheles 2013-08-2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책을 읽고 접하는 공간이라기 보다 수험생들이 득시글거리는 시기를 거쳐 왔기 때문에 사실 좋은 기억이 없어요. 그런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더군요. (그런데 개는 언제 나와요? 개요..개...!!)

네꼬 2013-08-23 17:27   좋아요 0 | URL
메피님, 요새 도서관도 수험생은 많은데, 그냥 저냥 책 보고 잡지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아서 재밌더라고요. 사람 구경하러 가는 것도 있어요.

글쎄 좀 기다려 보세요. 이번 주말에 개 한 마리 풀게요. (에헴..)

레와 2013-09-10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글은 신기해요.
단어를 따라 눈으로 걸어가면 마치 내가 네꼬님 곁에 있는 것 같아요. 히히히히


대학 다닐때 한동안은 학교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도서관 자리 잡기였어요. 네. 저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만 엎어져 잤던 시간이 더 많았어요. 도서관을 그렇게 다녔는데, 책을 읽었던 적은 거의 없어요. 맨날 숙제만했다는. 대학생이였는데!!ㅋㅋㅋㅋ

아, 우리 학교 도서관은 학교 꼭대기에 있었어요. 산행을 해야했어요. 그래서 중앙도서관엔 예비역들만 바글바글. ㅋㅋ 아침 일찍 올라가면 저기 바닷가에서 뱃고동 소리도 들렸어요. 계단을 다 올라가 뒤돌아 보면 저 멀리 바다가 보여요. 참 좋았는데..
졸업할땐 중간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바람에 그 풍경 조져놨어요 아놔.... ㅡ.ㅜ

근데 나 왜 이렇게 말이 많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08-23 11:08   좋아요 0 | URL
조져놨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꼬 2013-08-23 17:26   좋아요 0 | URL
레와님, 잘 따라 오고 있어요? 내가 글자 깔아 놓을 테니 잘 밟고 따라 와요. ㅎㅎ 귀여운 레와님. 어찌 그렇소? 아이고. 이뻐.

맞아. 나도 자리 열심히 잡았는데. 근데 열심히 그래 노력은 했는데 잘 잡지는 못했어요. 게..게... 게을러 가지고. 그나저나 그 도서관은 멋지네요. 뱃고동 소리가 들리는 도서관이라니, 어머, 나 설레요..라고 쓰려 했는데... 풍경 조진 아파트...(다락님아, 조지다는 국어원에 등록된 말이라구. 웃지 마요. 웃지 마. 웃지 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3-08-2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은 시원하고, 요즘 어린이 도서관들을 좀 다녀보니 아늑하기까지 하더라구요.
아.. 저도 대학다닐때는 도서관에서 공부외에 다른건 많이 해봤는데 ㅋㄷㅋㄷ

네꼬 2013-08-23 17: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에어컨의 은혜를 입으러 가요, 저도. 간 김에 사람들 구경도 하고. 도서관에서 다른 거 뭐요? 저처럼 케찹 볶음 스파게티 먹는 거? 맥주 마시는 거? 낮잠? ㅎㅎ (난 어떻게 예나 지금이나 도서관에서 공부한 친구가 없어요. ㅋㅋㅋㅋ)

밤의숲 2013-08-26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마음에 드는 도서관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우리 동네 도서관 역시 애새끼들이 시험공부하러 오는 데거나 주말에 마음붙일 곳 없는 아저씨들이 손으로 맨발 만지면서 신문 보는 데라 너무 싫어요. 최근에.. 이진아기념도서관이 좋다고 해서 꾸역꾸역 찾아가봤는데 거기도 생각보다 좁아서 탈락... (저 왜 이렇게 까다로움? ㅜㅜ) 제가 가본 도서관으로는 서강대 로욜라 도서관이 짱.
네꼬님, 글 좀 자주 올려주세용. ㅎㅎ

네꼬 2013-09-04 16:12   좋아요 0 | URL
으앗, 이 댓글을 못 봤네요. 동네 도서관은 아무래도 그렇죠. 저희 도서관도 그래요. ㅎㅎ (애들.. ㅋㅋㅋ) 근데 그래도 저는 구경 삼아 가니까 또 좋더라고요. 서강대 도서관은 너무 학구적이지 않나요? @_@ 밤의숲님 그런 분이시구나! ㅎㅎ

moonnight 2013-09-06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학교 다닐 때는 도서관은 책 읽는 곳이라기보다는 시험기간에 공부하는 곳이어서 좋은 기억이 없어요. ㅠ_ㅠ(사실 가 본 적도 몇 번 없;;;)

그러고보니 멋도 모르는 신입생 때 중간고사기간에 친구가 중앙도서관 자리맡아달라해서 맡아줬다가 건방지게 자리 맡아놨다고 뻔뻔스럽다 그랬던가 이기적이라 그랬던가 3학년이라는 여자분에게 엄청 혼났던 트라우마가 있네요. 늦게 온 친구는 자리 안 맡아놨다고 또 짜증냈다는 -_-;;;;;; 그 이후로 도서관과는 빠빠이했던 것 같아요. 흑. ㅠ_ㅠ

작고 예쁘고 조용한 도서관에서 실컷 재미있는 책 읽는 걸로 이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싶어요. ㅎㅎ


네꼬 2013-09-06 23:03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문나잇님, 하하하 그래요그래 문나잇님이 옛날에도 문나잇님이었을 테니까.. 하하하하 웃어서 죄송하지만, 왠지 그때의 문나잇님이 지금이랑 겹쳐져서... 어유 착해라. 어유 순해라. 내가 그 친구도, 그 3학년도 만나면 혼쭐을 내줄게요! 트라우마는 나의 복수로 극복하세요!
 

초등학생이 엄마한테 뺨을 맞았다며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다고, 뉴스와 신문에서 알렸다. 내가 먼저 본 건 뉴스였는데 논조랄 건 없었지만 아이가 엄마한테 욕을 해서 엄마가 뺨을 때렸다며 이상하게도 살짝 한쪽을 편드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곤 지나가듯이, 경찰이 본 아이는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코피를. 엄마한테 뺨을 맞아서 코피를. 신문에는 좀더 어조가 있었다. 어느 신문에서 보면 아이가 아주 함부로인 것 같았다. 게임하고 있는데 밥 먹으랬다고 엄마한테 욕을 하고 맞았다고 신고를 하다니. 그런데 다른 신문을 보니 엄마가 술 문제로 가족 안팎으로 갈등이 많았고, 아이도 자주 때렸다고 한다. 아이는 열 살. 초등학교 3학년. 열 살. 알콜중독과 상습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있던 열 살. 그래도 그렇지 엄마한테 욕을 한 건 잘못이다, 라고 말하는 건 비겁한 일인 것 같다. 그런데 두 번째 신문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이 아이의 사정을 알아줄까? 스마트폰 게임에 중독된, 커서 뭐가 될지 걱정스러운 '요즘 것'이 아니라, 지금 처지가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할 수 없는 어떤 꼬마로 그 아이를 기억해줄까.

 

*

 

공교롭게도, 미크의 아빠는 알콜중독자다. 언제나 숙취에 시달리거나 술에 취해 있거나 둘 다인 상태란 뜻이다. 미크에게는 지금 엄마가 없고 아주 멋지고 자상한 형이 있다. 수업이 끝나면 미크는 서둘러 집에 가는 많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집에 형이 먼저 와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아주 천천히 걷는다. 미크에게는 형이 전부다. 그런데 그 형은 점점 더 자주 집을 비우고, 미크는 아빠 옆에서 더욱 혼자가 된다. 미크의 사정을 알게 된 사회복지국에서 미크와 아빠를 격리하면서 미크는 한동안 시골 마을에서 혼자 사는 고모와 지내게 된다. 그 마을에서 미크는 고모에게 사랑을 받고, 괴팍하고 꼭 그만큼 푸근한 이웃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그곳을 사랑하게 된다.

 

절망에 늪에 있던 미크는 새 가족과 이웃을 얻었다. 어린이가 겪기에는 이미 충분한 절망이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이야기의 겨우 절반이다. 발버둥치며 거부했는데도 미크는 법에 의해서 위탁가정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은 상상 이상의 학대가 기다리고 있는 지옥이다. 탈출 계획은 좌절되고, 보복이 가미된 학대가 미크를 덮친다. 사회복지국 직원들은 미크의 말을 믿지 않는다. 마침내 탈출에서 성공했을 때 미크는 고모를 찾아가서 말한다. 무덤에서 나왔다고.

 

이제 고모도 있고 마을 사람들도 있으니, 미크를 학대한 사람들은 벌을 받고 미크는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사회복지국에서는 탈옥수를 찾듯 미크를 쫓고, 미크는 친구들과 함께 탈출 계획도 세우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저 홀로 오로지 홀로 법에 맞선다. 목숨을 걸고.

 

절망 다음에 희망이 왔는데, 어떻게 다시 절망이 찾아올까. 그것이 분해 운 날이 나에게도 많았다. 미크도 그랬을 것이다. 늪이 지났는데 왜 다시 늪이 나오는 거지. 무덤에서 나왔는데 왜 지옥이 있는 거지. 절망은 단순히 겹겹이 있지 않고, 절망 다음 희망 다음 절망 다음 희망으로 겹쳐 있다. 죽음 다시 삶 다시 죽음 다시 삶으로 겹쳐 있는 낭기열라, 낭길리마처럼.

 

*

 

미크가 절망을 견딜 때 가슴에 새긴 이야기는『사자왕 형제의 모험』이었다. 미크 자신은 스코르빤이었고, 형은 요나탄이었다. 그를 품어준 시골 마을은 낭기열라, 벚나무 골짜기였을 것이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병약한 스코르빤과 근사한 형 요나탄이 죽음 뒤에 도착한 낭기열라에서 겪는 모험 이야기다. 죽음은 절망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낭기열라는 거대한 절망 위에 세워진 나라다. 그런데 이 세계는 오히려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해, 스코르빤의 병은 치유되어 있고 요나탄은 영웅이 되어 있다. 여기서 펼치는 그들의 모험은 다시 한번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두렵고 절박한 것이다. 이들은 슬프거나 두려워서 또는 절망 때문에 미치지 않으려고 모험의 한가운데서 직진으로 달리고 마침내 또 한번의 죽음 끝에 더욱 빛나는 다음 세계, 낭길리마의 문을 연다. 물론 다음에는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죽음이 한 번이 아니라는 것은 삶이 한 번이 아니라는 뜻이다. 절망과 희망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지금 살아 있는 것, 목숨을 걸고 나아가는 것이다.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는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 바쳐진 작품이면서,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 준 아름다고 위대한 판타지를 현실에서 격렬하게, 처절하게 실현해낸 이야기다. 두 작품은 공히 말한다.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두려울 때 피하지 않는 것이 용기라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쓰레기'가 된다고.

 

*

 

그 열 살이 언젠가 이런 작품들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속 편한 먹물의 소리가 될 것이다. 다만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는 그 열 살이, 이 사실만은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팩트를 전한답시고 "엄마 욕하다 뺨 맞은 초등학생, 경찰에 신고" 같은 헤드를 뽑은 기사들, 싹수가 어떻다는 댓글들은 용기와 상관 없이 그냥 쓰레기다. 구겨서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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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8-09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 읽을래요. 네꼬님이 써준 저 글만으로도 어쩐지 울 것 같아. ㅠㅠ

네꼬 2013-08-09 15:37   좋아요 0 | URL
다락님 울 텐데. ㅠㅠ 책 소개에는 유머도 있다고 하는데, 유머도 약간 슬퍼요. ㅠㅠ 그렇지만 훌륭한 소설.



생일 축하해요!
생일 축하해요!
생일 축하해요!
생일 축하해요!
생일 축하해요!

(복사해서 붙인 거 아니에요!)

생일 축하해요!
생일 축하해요!
왕창 축하해요!

다락방 2013-08-09 15:53   좋아요 0 | URL
어므낫. 고마워요!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아 네꼬님이 이렇게 페이퍼 써주니까 난 진짜 넘흐 좋아!! >.<

moonnight 2013-08-10 12:59   좋아요 0 | URL
어멋 다락방님 생일이구나. 축하드려요. ^^ (울다가 웃었어요. ㅠ_ㅠ;;;)

네꼬 2013-08-13 12:22   좋아요 0 | URL
다락님 아직 생일 주간이죠? ㅎㅎ

moonnight 2013-08-1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를 어쩌나. 마음이 너무 아파요. ㅠ_ㅠ;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는데 그 귀한 아이를... 네꼬님 말씀대로 그런 처지가 된 건 아이의 잘못이 아닌데. ㅠ_ㅠ;;;; 두 권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눈물바다 될 것 같아요. 우엉. ㅠ_ㅠ;;

네꼬 2013-08-13 12:22   좋아요 0 | URL
우엉. 눈물바다 보증하죠. 그런데 읽고 나면 이상하게 기운이 좀 나요. 문나잇님은 착해서 더 울지도..? =_=

moonnight 2013-08-1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글 너무 좋아요. 훌쩍. -_ㅠ;

네꼬 2013-08-13 12:23   좋아요 0 | URL
꽥꽥. 부끄러워서 오늘은 오리 소리를 내 보았어요.

비로그인 2013-08-10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용기가 안나서 못 읽고 있어요 ㅠㅠ

먹물 하시니 찰스 부코스키가 생각나요^^

네꼬 2013-08-13 12:26   좋아요 0 | URL
아른님, 저 찰스 부코스키 찾아봤잖아요. ㅎㅎ 진짜 먹물인 거잖아요. ㅎㅎㅎ

"얼어도 멀어도 비틀거려도"는 저도 어쩐지 미루다가 읽었어요. 엄두가 안 났거든요. 근데 걱정만큼 슬프지 않고(?) 따뜻하고 유머도 있어요. 아른님 독후감도 기대 되어요!

서니데이 2013-08-14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자왕 형제의 모험>, 저 샀어요.^^ 두 권 중에서는 그 책부터 읽어야 할 것 같아서요.

네꼬 2013-08-22 20:14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제가 댓글을 늦게 봤네요! 재밌게 읽으셨나 모르겠네요. 울지 말고 끝까지 읽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