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했다. 어린이가 우리집에 오면 차를 대접하고 한 주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눈다. 그중엔 책 읽은 이야기도 있다. 그러다 책을 더 읽기도 하고, 내키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고, 퍼즐을 맞추거나 게임을 한다. 집에 갈 때는 다음 주에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한다. 진지한 대화를 위해(?) 고객은 한번에 한 분씩만 상담. 요즘 고객과의 대화는 이런 식이다.

 

H (7세, 남, 문맹)

"선생님, 나 백 더하기 만이 뭔지 알아요."

"뭔데?"

"정답은 백 만."

"아.. 선생님이 그 생각은 못했네. H는 똑똑하구나!"

"제가 원래 똑똑하진 않았는데 그거 먹고 똑똑해졌어요. 사.. 싸.. 사.."

"??"

"아 그거 뭐지. 등이 파래 가지고, 그거 먹어서 똑똑해졌는데."

"삼치?"

"딩동댕!"

 

*

 

쑥스럽지만 나는 책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어떤 형태가 좋을지 몰라서 고민도 했고 지금도 완전히 정하지는 못했다. 어떤 분은 평론을 하고, 어떤 분은 가르치고, 어떤 분은 연구를 한다. 책 만드는 일을 하면서 그런 분야의 좋은 분들을 볼 때면 부러웠고, 한편으로 나는 그보다 가벼운 자리가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가벼운, 더 세속적인 자리가. 그게 어떤 자리일지 탐색하는 중이다. 다만 책읽기는 지극히 사적인 일이고, 좋아할 만한 책은 사람마다 다르며, 책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추천한 사람도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다.

 

1년 안 되게 쉬면서 약간의 공부를 하고 자잘한 일을 했는데 그것을 기반으로 곡괭이질을 시작한다. 얼마가 되었든 소출을 볼 때까지는 까다로운 계산을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다. 노트북에 나도 모르게 "최선을 다하자"라고 써붙이면서 이 촌스러운 말의 힘에 대해 생각했다. 흔한 표어 덕분에 조바심이 정리되는 것은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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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4-03-11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하트)

네꼬 2014-03-11 11:30   좋아요 0 | URL
아아 쩜쩜쩜이 더 좋은지 하트가 더 좋은지 갈등중. *_*

hnine 2014-03-1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길을 열어 가세요. 분명 후회하지 않으실거라 믿습니다 ^^

네꼬 2014-03-11 11:53   좋아요 0 | URL
hnine님 고맙습니다. 새로운 길이라기보단 약간 샛길.. -_-;

꿈꾸는섬 2014-03-11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멋진 일을 시작하셨군요.^^ 잘 되어갈거에요.^^

네꼬 2014-03-11 11:54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고맙습니다. 잘 되면 멋진 일로 더 포장해볼게요!

아무개 2014-03-1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만년 만에 영어공부를 시작했는데 네꼬님의 페이퍼덕분에 왠지 제가 분발하게 되네요.
우리 촌스럽지만 최선을 다해보아요^^

네꼬 2014-03-11 11:54   좋아요 0 | URL
앗 아무개님, 저도 영어공부 할까 하고 책 주문했는데. (하겠다고는 하지 않음 ㅎㅎ) 그래요 우리 같이!

moonnight 2014-03-11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문맹인 7세 남아 H . 너무 귀여워요. >.< 그리고 부러워. 부러워. 나도 네꼬님의 책읽기 교실에 가고 싶어요. 땡깡땡깡. ㅠ_ㅠ
조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뭔가 더 좋은 방법이 있는 거 아닌가. 고민되기도 하는데, 네꼬님이 제 곁에 계시면 좋겠어요. 네꼬님과 함께 하는 아이들은 행운아들이에요. ^^

네꼬 2014-03-13 11:12   좋아요 0 | URL
문맹 7세는 여러가지로 저를 당혹스럽게 하지만 웃기고 재미있어요. 잘난척 받아주느라 등골이.. ㅎㅎ 사실 책 읽는 시간은 잠깐이고 놀고 얘기 들어주는 시간이 더 많아요. 그러니까 결국은 저 좋자고...? 음 저도 놀고 자기들도 노니까 저 좋고 고객 좋고군요. (어머님들... )

2014-03-11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3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4-03-1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근사해라. 제 눈에 하트가 총총히 뜨는 걸요. 네꼬님을 격하게 응원해요!

네꼬 2014-03-13 11:16   좋아요 0 | URL
총총히 하트 ㅎㅎㅎㅎ 마노아님의 격한 하트와 응원 힘껏 받겠습니다. 영차! (감사해요!!)

껑충 2014-03-1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선배 보고싶단 말이지요 (이런 뜬금없는 댓글이라니)

네꼬 2014-03-20 09:55   좋아요 0 | URL
누구냐 넌! ㅎㅎ 아이 참 나 보고 싶다는 후배들이 한둘이어야지. 껄껄껄. 그러면서 임시 닉네임으로 짐작함. (늘 그리운 후배님들 ㅠㅠ)

paviana 2014-03-20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교실가면 차도 한잔(알코올이면 더 좋겠지만) 주시고,이야기도 하고
책도 한권 추천해주시나요? ㅎㅎ

네꼬 2014-03-23 23:49   좋아요 0 | URL
파비님은 오실 때마다 책 한 권씩 소개 받아야죠, 제가. ㅎㅎㅎ 알콜은 무한제공. 안주도. (오늘 음료는 뭘로 하시겠습니까, 고객님? ㅎㅎ)

술빵이 2014-03-20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독서교실에 가려면 애를 낳아야 되는 것인가! 흑흑

네꼬 2014-03-24 01:10   좋아요 0 | URL
그러냐! (만나자!)

이순화 2014-03-2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7세, 문맹' 크하하하... 작년 주헌이의 상태이고만... 아... 같은 동네에 살면 좋으련만...
주헌이는 학교 입학하고도 도통 공부 비스무리한 건 안하려고 하네. 수학 문제집을 하루에 두 장만 제발 풀어달라고 애원해도 소신있게 안하고 있다. 결국 소리를 빽 지르며 "수학문제집 하라고오오.." 하면 한자쓰기 책을 꺼내 한일, 두이, 석삼을 쓰고 있지. 방에 가서 보면 당당하게 "엄마, 나, 대신에 한자 하고 있어요." 학교에서 매일 책읽기와 줄넘기 숙제를 주는데 줄넘기만 열심으로 한다. 잘하는 게 하나쯤은 있겠지 뭐... 파주 밥 먹으로 오삼...

네꼬 2014-04-15 11:39   좋아요 0 | URL
소신 있는 주헌이 ㅎㅎ 꿋꿋한 아이가 좋아요. 줏대가 있어야 학교 생활도 하고, 친구도 만들죠. 많이 컸다 그쵸? (^^) 선배 정말 밥 얻어먹으러 가야 되는뎅. 비싸고 기름진 거 사주세요. (응?)
 
[일수의 탄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일수의 탄생

유은실 글 * 서현 그림

 

 

 

 

 

 

 

특별할 것 없는, 굳이 뜯어보자면 좀 모자란 부부 사이에서 일수는 태어났다. 사람이 모자랄 것까지야 뭐 있나 싶어서 방금 '좀 모자란 부부'라고 쓰기가 망설여졌는데, 작가가 그렇게 그렸다. 왜 모자란 사람들이냐. 서로 잘 알지 못하면서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보고 결혼한 거야 흔한 사연이니 그렇다 치고, 아들에게 건 기대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특히 엄마가 그랬다. 일수를 두고 툭하면 "언젠가 나를 돈방석에 앉게 해줄 아들"이라며 치켜세우고 동네방네 큰소리를 치고 다니는 엄마는 순박한 소시민이라기보다 아둔한 욕심꾸러기 같다. 그에 비해 일수는 어땠냐면 보통이었다. 무얼 해도 중간이었다. 학교 선생님이 특기사항 란에 적을 말이 없어서 "순한 아이입니다. 특기가 생길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많이 관심을 기울여 주십시오."(32쪽)라고 쓸 정도로 보통이었다. 이 책은 그런 딱 보통 일수가 나고 자라 어른이 된 데까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차분하게 또 능청스럽게.

 

초등학생 일수는 우연히 서예부에 들어 그저 성실하게 글자 교본을 베끼며 연습했는데 그게 어쩌다 한번 선생님한테 관심을 받게 되고, 엄마는 그걸 또 일수에게 서예가의 기질을 인정받은 것으로 오해해(이 엄마는 언제든 오해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다. 소란이 일단락된 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공고를 갔는데 기계공포증 때문에 자격증 하나 없이 졸업) 군에서 제대하도록(군대에서 이발 기술, 조리 보조 등을 배웠으나 모두 실패) 별 특기를 찾지 못한 일수는 예상 대로 엄마가 운영하는 문구점을 어슬렁거리는 백수가 된다. 예전에 잠깐 배운 서예 덕에 '독창적으로 서투른 붓글씨'로 초등학생 가훈 쓰기 숙제를 대신 해주며 자리를 잡는가 싶던 일수는, "선생님 가훈은 뭐냐"는 한 어린이의 질문을 계기로 어릴적부터 친구인 일석(중국집 운영)과 함께 자아를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

 

*

 

수십 년 전 이야기(어머 ㅠㅠ)이지만 대학시절, 성당 주일학교에서 어린이들을 만날 때 깨닫고 놀란 것 중 하나는 평범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것이다. 반듯한 아이들은 그게 예뻐서, 말썽쟁이들은 그게 골치 아파서 자꾸 보게 된다. 그 사이에 있는 범범한 애들은 자주 놓쳤다. 그런데 동화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일수처럼 '완벽하게 보통'인 아이가 주인공으로 내세워진 작품은 흔치 않고, 있다 해도 그건 1)'평범한 아이예요' 라는 작가의 주장에 의한 것이거나 2) 개성이 없는 아이일 때가 많다. 일수는 평범한 게 개성이다. 그런 점이 좋다. 얼마나 평번한지 실감 있게 그리기 위해 공들인 흔적이 보이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작가는 그렇지 않았던 걸까? 잘하는 것도 없어도(이 분야에서 일수는 오히려 보통 이하였다) 가훈 대필가로 그럭저럭 살아가던 일수가 돌연 자아를 찾아 떠난다는 설정이 내겐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 마음이니까!

 

덧붙여 한 가지. 일수의 부모는 물론이고 "너는 누구냐" "너의 쓸모는 누가 정하냐" 등 도사님 같은 질문을 하는 명필(서예학원장)까지도 희화화했는데, 덕분에 이 작품에서 믿을 만한 어른은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동화에 대해 내가 선입견이 굳은 탓인지 나는 주인공이, 독자가 기댈 구석이 어느 한 군데라도 있는 작품이 좋다. 멍청한 어른을 꼬집는 거야 동화의 특권이지만 이따금 냉소가 지나쳐 과연 어린이 독자들에게도 전달이 잘 될까 싶은 부분이 더러 있었다. 작가의 말 분위기로 보건대 작가는 동화의 독자 중 어른들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쓴 것 같다. 아이에게 권하기 전에 어른들이 먼저 읽으면 좋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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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4-01-22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네꼬 2014-01-28 22: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하늘바람 2014-01-2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픈 책이네요

네꼬 2014-01-28 22:57   좋아요 0 | URL
어른보다 아이들 반응이 궁금한 책이더라고요!
 

"둘은 싸우는 것처럼 보였지만, 물론 싸우는 게 아니었다." (『찰리의 시끌벅적 하룻밤』 중)

 

우리 동네에는 여덟살 소년 H와 S가 있다. 둘은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는데, 서로 다른 초등학교를 다니면서도 거의 날마다 만나서 논다. 그리고 거의 날마다 절교를 선언하고, 특별한 세리머니 없이 다시 만나서 논다. 노는 걸 봐도 하하호호할 때보다 티격태격할 때가 훨씬 많아서, 지켜보는 어른들은 대체 저러려면 뭐 하러 만나는가 싶다. 자동차에 먼저 타려고, 수영할 때 앞서 가려고, 레고 조각을 먼저 집으려고 둘은 몸싸움을 불사한다. 싸우는 게 보기 싫다고 둘을 떼놓으려고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H는 S 집에 온 사촌형들하고까지 놀고, S의 일기장은 H 이야기로 차 있다. "오늘 H와 게임을 했는데 내가 계속 이겨서 기분이 좋다." "오늘 H와 싸우는 바람에 엄마한테 혼나서 기분이 안 좋다." 소년들의 우정이란. 

 

그런데 나는 이 책들을 읽으면서 그들의 우정에 대해 깨달았다. 친구란 사이 좋게 지내서 친구가 아니다. 싸워서 친구도 아니다. 어떤 사이인가가 중요하지 않아서 친구다. 발냄새가 나도록 놀이터를 누비고 짝을 맞춰 탁구를 하고 서로 집의 냉장고를 공유하는 친구 사이를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없는 것이다. H와 S도 이 책의 찰리와 헨리처럼, 싸우는 거랑 친구인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의아해할 것이다. 아 이 이 귀여운 것들.

 

 

 

 

 

 

 

 

 

 

 

 

 

 

 

 

 

 

자주 그랬듯이 주관적으로 말해보자면, 이 시리즈는 내가 근래에 읽은 가장 웃기는 책들이다. 도서관에서 두 권씩 빌려와 킥킥대며 읽었더니, 네꼬남이 자기도 보자고 가져가서는 끅끅 웃었다. 그러다 잠들기 전에 한 챕터씩 번갈아 읽어주기도 했는데 어느 대목에서는 웃느라 낭독을 진행하기가 곤란했다. 사실 처음엔 표지 그림 때문에 (문화적 차이가 있을 것 같아서?) 왠지 손이 가지 않았는데, 본문 그림은 또 글과 되게 잘 어울려서 좋다. 특히 찰리가 멍청하게 웃을 때 표정. 이야기마다 편차는 있지만 각각 폭소가 터지는 부분이 있는 데다, 읽을수록 두 아이는 물론 주변 인물들에게도 애정과 이해가 쌓여서 점점 더 재미있다. 나도 그랬지만 네꼬남도 뭐가 제일 좋았는지, 뭐는 빼도 될지 결정하지 못해서 결국 다 장만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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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14-01-1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학 중인 우리 막내랑 같이 읽어 볼 책으로 찜해요. ^^

네꼬 2014-01-21 20:27   좋아요 0 | URL
꼭 읽어 보thㅔ요! (간만의 외침) 섬사이님 안녕하세요? (응?)

moonnight 2014-01-23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리뷰를 읽으며 조카아이들 모습이 계속 떠올라요. ㅎㅎ 남자아이 둘인데 둘이서 티격태격하며 놀다가 싸우다가 (싸우고 울 때가 더 많음 ;;) 할 때를 생각하며 웃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이 책들은 이제 아홉살 되는 큰 아이의 사회생활^^;에 대입하게 되네요.

저도 모두 다 장만해버릴 테예요!!! (비장;;)

네꼬 2014-01-28 22:59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장만했습니까? 조카한테 주기 전에 일단 문나잇님부터 읽어 보세요. 적절한 예는 아니지만, 일단 H의 엄마는 두 권 빌려 읽고 얼른 돌려주더군요. 자기도 산다고! 으하하! 나는 판매왕이다!
 
유아/어린이/가정/실용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요즘 이런 저런 일로 '책 목록'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데, 세상에 왜 이렇게 책이 많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상에 참 책이 많다. 시간은 없고.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 보라고 목록을 만든다. 그런데 목록에 들어가는 책이 너무 많다. (그런 목록만도 목록을 만들어야 될 만큼 많다.) 특히 어린이책 목록은 거의 학년별로 추천도서를 소개하는데, 아무리 좋은 책들로 꾸려져 있다 해도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이 책 읽기 전에 이 책, 저 책 읽은 다음 저 책. 어쩔 수 없이 어린이의 삶도 기획되고 있구나. 책을 고르고 추천하는 일이 점점 어렵게 느껴진다.

 

 

*

 

우리 땅 기차 여행

 

안 그래도 지도 책을 좋아하는데, 거기다 기차 여행. 철도가 얼마나 더 공공재다운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조마조마한 요즘이라 더 관심 가는 책이다. 미리보기로 봤더니 아주 꼼꼼하고, 심지어 재밌는 것 같아서 궁금하다.

 

 

꼬마 역사 학자의 한국사 탐험

 

"초등 3학부터는 역사 수업이 시작된다." 요 말이 학부모와 아이들을 얼마나 협박하는지 모른다. 잘은 모르지만 학교에서 차근차근 아이들이 알기 쉽게 가르칠지 보장이 없으므로, 필요한 공부를 도와줄 충실한 책이 있다면 응원하고 싶은 게 네꼬 씨 마음. 이 책이 그런 책이면 좋겠다.

 

밤의 초등학교에서

 

오카다 준(꺅!)의 책이라서 사심 50%로 골라 보았다. " 거인 / 가운데 뜰 / 발소리 / 토끼의 스프 / 웃는 아이들 / 볼펜 / 도와 줘! / 탱고 / 따라쟁이 부부 /방아깨비 과학 선생님 / 라쿤 / 금색 공...." 목차만 봐도 재밌어 보인다! 읽고 싶다!

 

 

거만한 눈사람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만든 커다란 눈사람이 어느 날부턴가 사람들의 삶을 지배한다. 그렇다, 이른바 '선출된 독재'(ㅠㅠ)를 생각해보는 이야기다. 어린이도 청소년도 어른도 함께 볼 수 있을 것 같다.

 

 

천하장사 옹기장수

 

속담 한 문장은 그대로 관용어구이면서 압축된 '스토리텔링'이다. (와, 방금 이 문장 쓰고 나 스스로 감동...) 옹기장수의 일화로 속담을 배우는 요 귀여운 책을 허허, 거 참 귀여운 작가가 쓰셨구려. 허허. 얼마나 잘 썼을꼬. 궁금하구려. 허허.

 

 

*

 

 

세상에 참 책이 많아요. 시간은 없고.

그런데

알라딘 예쁜 머그컵은 그래서 만든 겁니까?

 

 So many books. So little time.  

 

이라고 적힌 머그와 어여쁜 다이어리와 달력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재의 달인 선물 주신 거 아깝다 안 하시도록 기대에 부응... 할 것이냐 과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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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4-01-05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앍 알라딘컵 부러워요.
서재의 달인 뱃지 뽀대난다잉.

네꼬 2014-01-05 23:17   좋아요 0 | URL
무려 블랙이 왔소. 헤헤. 예뻐요! 여태 나온 중 젤 마음에 들어요! (ㄷ님 스타일은 아니라 하셨지만.) 뽀대 히히.

2014-01-05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9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4-01-06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서재의 달인!! +_+ 멋져요. 멋져. 짝짝짝 +_+;;;;;;;;;;;;;;;;;;;;;;;;;;;;;;;;;;
그리고 알라딘 컵! 저도 홀딱 반해서 책 두 박스 주문했어요. (컵 두 개 받고 싶어서 얍삽하게 두번으로 나눠 주문을 ㅠ_ㅠ;;;) 실물도 예쁜가봐요. 기대돼요. >.<

참. 저 <거만한 눈사람> 재미있을 것 같아서 주문했는데 네꼬님 추천하셔서 괜히 으쓱대고 있답니다. ㅎㅎ

네꼬 2014-01-09 22:25   좋아요 0 | URL
허허 알라딘도 참 뭘 이런 걸 다... 라고 의연히 말해 보지만 이거 이상하게 상 받은 기분? 컵 받으셨어요? 제가 받은 건 블랙인데, 화.. 화이트도 갖고 싶어서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어요. 알라딘은 컵 주고 컵 주네요. ㅠㅠ

"거만한 눈사람"은 어떤가요? 궁금해요!

코코죠 2014-01-06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엣헤헤헤!!! 전 정말 네꼬님이 좋아요. 단연컨대 네꼬님은 가장 완벽한 고양이에요! 네꼬님 너무 좋아. 진짜 진짜 정말 좋아요!!!

네꼬 2014-01-09 22:26   좋아요 0 | URL
나 이제 고양이 말고, 완벽한 여자 할래요! .... (야.) 오즈마님 안녕?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우리 온라인에서라도 자주 의기투합(?)합시다. 화이팅! (이라고 어떤 책에 말해 봅니다.)

카스피 2014-01-0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좋은 책이 참 많네요.저도 검정컵 받았어요^^
그나저나 늦었지만 네꼬님 서재의 달인 등극 축하드리고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O^

네꼬 2014-01-09 22:27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왠지 올해에는 서로 복 더 많이 챙겨 줘야 될 것 같아요. (우리... 달인끼리... 검정 컵으로 건배할까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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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면 여름이 제일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해마다 여름은 더 더워지고, 혼자 있는 집에 에어컨을 틀기도 좀 그럴 테니까. 그런데 지난여름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일단 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어컨을 곧잘 틀었고(네, 접니다, 저예요),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면 도서관에도 가고, 집 앞에서 아이스 커피도 사 먹었다. 알고 보니 문제는 겨울이네. 일단 '출근'이라는 지상과제도 없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게 어렵다. 그리고 빈 집에 보일러를 돌리는 것은 빈 집에 에어컨을 트는 것보다 훨씬 주저하게 되는 일이다. 큰맘 먹고 겨울 실내복을 샀지만, 몸에 추위가 들러붙으면 떼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물주머니도 쓰고, S 워머도 쓰지만 역시 좋은 것은 이불 속이다. 책을 보는 척하고, 집안일을 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자꾸만 이불을 노려본다. 저긴데, 내가 지금 저길 들어가야 되는데....!

 

*

 

우리 모두 틀림없이 다르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다른 채로 좀 살자!"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이 말을 설명하기가 어려운 걸까?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이해되기 어려운 걸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나도 막연히 생각하는 거지, 다양성 존중이라는 게 뭔지, 인권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어야 할지 잘 모른다. 책 보고 공부하고 싶다. 

 

 

갈색 아침

 

시절이 이렇다.. 책 소개에서 "국가 권력의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면 비극적인 상황에 부딪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우화다."라는 대목만 보고도 이 책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이런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내가 뭘 어떻게 하긴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마음은 더 불편할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봤으면 좋겠다.

 

 

작은 생활

 

나는 여자고, 일 년 가까이 집에서 쉬고 있고, 외식보다는 집에서 해 먹는 밥이 좋고, 빨래를 주도(?)하지만 스스로 '주부'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통상적인 의미의 '주부'라면 나보다는 남편이 거기 가깝다.) 크게 욕심이 없어서 그런지 특별히 살림이 어렵다거나 그렇지도 않다. 그런데 요즘은 점점 적게 사고 적게 쓰는 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박한 생활을 위해서......라고는 차마 못 쓰겠다(아 닭살이야!). 아껴 써야 하는 시기이지만, 최대한 아름답게 그러고 싶어서(웩) 이런 책도 보면 좋겠다 싶다.

 

 

김치

 

(근데 이 책은 제목을 왜 이렇게 표기할까?) 얼마 전 '포기 김치'를 담그면서, 다시 한번 쓰겠다, 포기 김치를 담그면서, 절인 배추(내가 절인 배추. 산 것 말고 내가 절인 배추) 반 통을 왼손에 잡고 한 장씩 바닥에 깔며 속을 넣으면서 나도 모르게 외쳤다. "나도 이제 일가를 이루었도다!" 그렇다. 열무김치, 배추 겉절이, 얼갈이 김치에 이어 이제는 통배추를 절여서! 포기 김치! 포기 김치를 담그는! 나는 그런 사람이! 된 것이다아아아아아아!!  ((그런데 두 포기.)) 남편이 도와주긴 하지만 잘난 척하려고 일부러 뿌리치고 혼자서 끙끙대며 김치를 담그다 보니, 늘 소소한 팁들이 아쉽다. 무채를 얼마나 가늘게 썰어야 하는지(이번엔 사실 무채를 너무 얇게 해서 김치 완성하고 보니 녹아 없어졌다. 허허허.), 찹쌀 풀은 어느 정도 되직하게 끓여하 하는지, 그런 것. 이 책에는 사진이 많다니까 도움 되지 않을까?

 

*

 

신간평가단 관심 도서는 5권 써야 되는데, 이번 달엔 4권만 골랐다. 읽은 책이 아니라서 쓰기도 어렵고, 열심히 자료를 읽어도 눈에 들어오는 게 많지 않았다. 실제 책을 안 봐서 놓친 것도 있겠지.  이번달은 여기까지만. 써놓고 보니까 근데 내 자랑으로 마무리했네? 야, 나는 죽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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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13-12-05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채를 손으로 썰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데!!
그걸 녹아버릴 정도로 얇게 썰다니!!!!!
네꼬님, 엄청난 요리내공, 혹은 요리 잠재력을 갖고 있군요!!!

네꼬 2013-12-05 20:24   좋아요 0 | URL
아뇨아뇨아뇨아뇨 섬사이님. 무채는 남편이 채칼로 해준 거예요.
(일정하게 써는 걸 제일 못하는 제 손. 제 손! ㅠㅠ)
그래도 그럭저럭 먹을 수 있는 김치는 담급니다.... 저... 섬사이님 실망시킨 거예요? ㅠㅠ

서니데이 2013-12-06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은 요리를 잘 하시나봐요. ^^
"날 추워지는데, 김장하셨나요?" 한동안 어른들은 만나면 그 얘기부터 시작하시던데요.^^; (저한테 그렇게 물어보시진 않으시지만.) 집안일이 익숙해진 어른들도 김치담는 건 큰 일같아요.

네꼬 2013-12-21 22:48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저 요리 못해요! 저 국하고 반찬만 하는 거예요.
그나마도 뭔가 분주해 12월 내내 뭘 해서 먹고 살았는지 모르겠네요.
댓글도 이제 달고...

그런데 김치는 잘 담급니다. (정색) 진짭니다.

서니데이 2013-12-21 23:02   좋아요 0 | URL
그... 그런가요. 수정, 김치를 진짜 잘 담그는 네꼬님으로.^^
네꼬님, 올해 알라딘 서재의 달인 되셨더라구요.
축하드려요. 앞으로도 자주 올게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레와 2013-12-0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치 그중에 김장김치는 최고에요!! 저 요즘 이거하나로 밥 한공기는 뚝딱하거든요.
(아, 생각하는데 침나와요.ㅋㅋㅋㅋㅋ)

네꼬 2013-12-21 22:49   좋아요 0 | URL
레와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저는 김장 김치까진 아니고 고작 두 포기 ㅎㅎ 그래도 그게 우리 부부에겐 김장이라고 입장 정리했어요. (근데 얻은 김장김치가 막 세 포기 ㅎㅎㅎㅎ)

치니 2013-12-06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네꼬 님 '김치' 읽어보고 리뷰 꼭 써주세요 ~ (알라딘 신간평가단이시니 어련히 쓰시겠지만, 생애 처음 김치 제대로 담가보려고 액젓만 사두고 시작도 못한 1인의 부탁. ㅋㅋ)

네꼬 2013-12-21 22:51   좋아요 0 | URL
치니님 ㅠㅠ 나 언제 그 책 읽죠? ㅠㅠ 안팎으로 밀린 리뷰 왤케 많아. ㅠㅠ 울고만 있는 1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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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번 김치 담글 때 새우젓 멸치액젓 까나리액젓 3종을 섞어 봤는데 우와 띠용! 이래서 엄마들이 김장할 때 젓갈들 섞어서 끓여서 막 하는구나 싶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