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선생님을 따라서 철원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철원의 두 중학교 학생들과 같이 [1945, 철원] 배경이 된 곳을 돌아보는 행사. 바람 쐴 겸 같이 가자는 선생님 말씀에 노느니 장독 깬다고 따라 나선 건데 날도 참 잘 잡았지. 강원도에 들어서자마자 어서 오시라는 듯 눈발이 거세지더니 점심을 먹고 나오자 이런 풍경이 되어 있었다. 철원엔 눈이 정말 많구나.

 

 

 

 

[1945, 철원]은 해방 직후 철원을 배경으로 한 청소년소설. 처지와 이념이 다른 아이들이 각자 희망과 좌절, 의지와 불안을 안고 세상에 나아가는 이야기다. 이현 선생님은 우연히 철원 '노동당사' 건물을 비롯해 허허벌판에 겨우 남은 옛 철원 시가지 흔적을 보고 대체 이곳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가 하고 매료되었다 한다. 해방무렵 춘천보다 컸던 도시, 남북 모두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던 도시, 전쟁이 한 도시를 어떻게 없애 버릴 수 있는지 증명하는 도시.

 

철원에 살고 있는 아이들과 이 작품을 읽은 선생님들이 강연과 함께 기행을 마련했고, 향토사학자 선생님도 여기 동행하셨다. 우리는 학교에서 중3 아이들이 만든 어설프고 귀여운 [1945, 철원] UCC를 보고, 선생님의 강연을 잠깐 듣고, 다같이 버스에 올라 '안보관광' 코스로 철원의 제한구역을 방문했다. 설명을 열심히 들으면서 따라 다녔는데, 늘 그랬듯 사진은 엉뚱한 것만 찍었다. 눈 구경 실컷 했네.

 

 

 

길이 미끄러워서 버스가 아주 천천히 갔다.

 

 

 

 

5만평 규모, 역무원만 80여 명이었다는 철원역의 터.

 

 

 

 

두 갈래 철로. 하나는 원산으로, 하나는 경성으로 향했다고.

 

 

 

 

월정리 역사 뒷뜰의 나무. 나는 이런 거나 찍고.

 

 

 

 

방해 되지 않으려고 일행과 떨어져 구석에서 사진 찍는 날 보던 군인 청년이 와서 사진을 좀 보자고 한다. 이 사진을 보더니 저도 웃긴지 피식 웃고 돌려주었다.

 

 

제한구역의 황망한 아름다움도 인상 깊었지만 그보다 내 마음에 새겨진 것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이었다. 춥다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싫단 소리 안 하고 작가 선생님 얘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역사 선생님 말씀에 따라 주위를 둘러보는 아이들이 예뻤다. 저희도 입이라고, 추우니까 열량 높은 게 당기는지, "느끼한 거 먹고 싶다" "난 떡볶이." "난 탕수육." 하며 재잘대다가, 또 정색하곤 "작가가 되려면 자격증 있어야 돼요?" 하고 묻는 아이들. 속으로 아이구 이뻐라, 열 번쯤 말한 듯.

 

그 예쁜 아이들 뒤에는 좋은 선생님들이 계셨다. 세 개밖에 안 되는 계단이 눈 와서 미끄럽다고 한 명씩 손을 잡아 내려오게 하고, 조곤조곤 살뜰하게 아이들을 챙기던 담당 선생님은 버스 기사님은 물론 불청객인 나에게조차 정중하고 다정하게 대해주셨다. 향토사학자 역사 선생님은 애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너희 증조할아버지들이 이 땅을 어떻게 일구고 무슨 일을 당하고 어떻게 살아남으셨는지, 우리가 같이 기억하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선생님 얘기에 귀를 기울여줘서 선생님이 너무 고마워."라고 하셨다.

 

 

 

 

플래카드에 적힌 말, "70년 전 철원 사람들의 꿈과 사랑을 찾아서." 이 소박한 문구의 진정성.

 

 

 

 

 

철원역 터에서 준비해온 옛날 사진을 넘기며 설명하는 향토사학자 선생님. 꽁꽁 언 손과 눈밭을 헤친 발. 아이들은 그 손과 발이 보람 있도록, 동그랗게 모여서 선생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들이 손을 잡고 폴짝 뛰었다. 핸드폰 카메라라 0.5초 늦게 찍혔지만, 그애들 웃음소리까지 여기 담아 왔다. 철원은 어쩔 수 없이 척박한 곳이었다. 그러나 사랑받는 아이들은 어디서든 태가 난다. 덕분에 즐거웠어요, 아가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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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8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9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13-11-29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읽으며, 사진을 보며 울컥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이현 선생님한테 같이 가자 옆구리 찔리는 네꼬님도 부럽고,
눈 내린 철원역 하얀 들판을 배경으로 폴짝 뛰어오른 저 아이들의 발랄함이 예쁘고,
향토사학자 선생님의 꽁꽁 언 손과 눈 범벅이 된 신발을 눈여겨 보고 사진에 담을 줄 아는
네꼬님의 다정한 마음이 사랑스러워요.

네꼬 2013-11-30 12:47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이현 선생님 좋아한단 말씀 전해 드리면 이현 선생님 또 엄청 뻐기면서 다니실 거예요. ㅎㅎ 꼭 전해드립죠!
거기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다 예쁘고 좋았어요. 눈이 와서 힘들었지만 덕분에 잊을 수 없는 여행이 되었지요. 헤헤. 저 좋아요? 헤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좋아한다 막...)

프레이야 2013-11-29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토사학자 선생님, 참 다감하시군요. 아이들의 왁자한 웃음소리가 사진 속에 오롯이 들어있네요. 철원은 한번도 가보지못한 곳인데ᆞᆞᆢ그들의 꿈이 제 아버지의 꿈이기도 해요. 네꼬님의 눈사진으로 제 눈이 호강합니다^^

네꼬 2013-11-30 12:49   좋아요 0 | URL
그쵸. 그 선생님도 철원에서 나고 자라셨대요. 철원의 역사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그곳 할머니 할아버지들 인터뷰를 녹취하고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자부심이 강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다감하셔서 멋졌어요!

Mephistopheles 2013-11-29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에겐 분단이 아픔이며 향수인데....

누구에겐 욕심을 채우기 위한 근사한 아이템인 세상입니다.



군인 아저씨 사진 검열했을 때.

네꼬님이 "이러지 마시라요. 내래 이상한 것 안찍었시요" 라고 했다면.....

네꼬 2013-11-30 12:50   좋아요 0 | URL
ㅋㅋㅋ 메피님, 정말 그래볼 걸 그랬네요. ㅋㅋㅋㅋ 군인 청년 깜놀하게. ㅋㅋㅋㅋㅋ

작가 선생님도, 역사 선생님도 하나같이 말씀하셨어요.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데, 함부로 입에 올리는 거 아니라고요. 아이들도 가슴에 새겼을 것 같아요.

밤의숲 2013-11-29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철원 가고 싶은데, 저도 향토사학자 선생님 설명 듣고 싶은데.
날씨까지 저렇게 근사했다니 부럽네요. >_<

네꼬 2013-11-30 12:51   좋아요 0 | URL
최소한 날씨는 부러워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엄청 춥고 미끄러웠거든요. 음, 덕분에 확실한 인상을 남겼지만요. 밤의숲님, 일단 저 책, '1945, 철원'을 읽어보심 어떨지. (이미 읽으셨으려나~)

레와 2013-11-29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훈훈해졌어요. ..
좋은 선생님들이 고맙네요. 우리 주위에 이런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

네꼬 2013-11-30 12:53   좋아요 0 | URL
좋은 선생님들 정말 감사하죠. 아이들을 사랑하면서도 "내애애가 얼마나 애들을 사랑하는데!" 하고 생색 안 내시는 게 신기했어요. (-_-) 그 틈에서 덕분에 저도 사랑받는 청소년 코스프레.... (퍽)

서니데이 2013-11-29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원이 겨울엔 많이 춥다고 들었는데, 진짜 눈이 많이 오나 봅니다. 올 때도 눈 때문에 고생하셨겠지만, 사진올려주셔서 저는 잘 보고 갑니다. ^^

네꼬 2013-11-30 12:54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눈이, 진짜, 진짜, 지이이인짜 많더라고요! 올 때는 깜깜한데 미끄러운 국도 뒷길 운전하느라 이현 선생님이 고생.. (그러나 그녀는 베스트 드라이버). 저만 보기 아까운 풍경, 같이 봐 주셔서 감사해요 :)
 

참 어려운 시절이었다. 회사를 바꾸었을 뿐인데 두 회사 분위기가 얼마나 다른지, 마치 직업을 바꾼 것 같았다. 늘 긴장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랬기 때문에 번번이 실수를 했다. 일도 사람 관계도 다 어려웠다. 살면서 그렇게 자신감이 추락한 적이 없었다. 그래도 버티겠다고 마음 먹었고, 헤엄치는 마음으로 띄엄띄엄 책을 읽고 엉망으로 끄적였다(수영을 못한다..). 다락님을 만난 건 그때였다. 독후감 써봤자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다락님처럼 인기 많은 사람이, 게다가 미녀가(그땐 진짜 안젤리나 졸리처럼 생긴 줄 알았..) 내가 징징대며 써내려간 메모에 댓글을 달았다니, 좀 문화 충격이었다. 여기는 막 그러는 덴가 봐. 게다가... 마음을 담아서 썼어!

 

나는 맥락을 따지지 않은 호의, 남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어떤 힘을 갖는지 다락님한테 배웠다. 물론 여기에는 적절한 간섭과 현명한 거리두기가 포함된다. 다락님 덕분에 나도 나만의 개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다른 사람들한테 관심을 가지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술과 고기를 좋아하는 것, 특정 책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나와 다락님은 취향이 별로 겹치지 않는다. 다락님의 서재를 찾는 그 많은 친구들 중에 나 같은 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녀의 글들을 이토록 좋아하는 것은, 다락님이 사람에도 문학에도 세상에도 그런 호의과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솔직하게 쓰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확실히 그렇다.

 

그래서 다락님이 책을 준비한다면서 '흔한 블로거 글 모음'이 될까 봐 걱정하고 '서평 잘 쓰는' 다른 사람과 비교될까 봐 걱정할 때 나는 그딴 소리는 집어치우고 맥주나 마시라고 했다. 그리고 책을 만드는 쪽에서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독보적인 매력이 있는 필자라고 말해 주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댓글과 거기 대한 댓글들, 그 행간에 숨어 있는 온기를 보라고 했다. 다락님이 좋은 필자인 것은, 그런 교류를 통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기 생각을 수정하고 또 고집하면서 늘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말을 한 다음, 내가 생각해도 말을 참 잘한 것 같아서 술 먹다 까먹을까 봐 핸드폰에 메모해두었다!)

 

다만 나는 다락방이 아니라 네꼬인 관계로 우리의 다락님을 이제부터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아직은 마뜩찮다. 이 옹졸한 네꼬의 질투까지도 마음 넓은 다락님은 이해해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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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3-11-25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말을 한 다음, 내가 생각해도 말을 참 잘한 것 같아서 술 먹다 까먹을까 봐 핸드폰에 메모해두었다!)

ㅋㅋㅋㅋㅋ 아 귀여운 네꼬님 ㅋㅋㅋㅋㅋ

네꼬 2013-11-25 22:49   좋아요 0 | URL
쳇 그러면서 왜 만날 놀려먹는 거요! 똑똑하면 다요? 다요. (읭)

레와 2013-11-25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공유하기 싫어요.. ㅡ.ㅜ


하지만 책은 많이 팔고 싶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네꼬 2013-11-25 22:50   좋아요 0 | URL
아아 그쵸. 레와님, 제 말이 딱 그거예요. 책 많이 팔렸으면 좋겠고, 공유는 하기 싫고.. 역시 방법은 우리가 많이 사는 거...?

아무개 2013-11-25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같진 않겠지만 대부분 다락방님이 거의 먼저 마수(?)를 뻗치셨군요.

저도 다락방님의 호의 가득한 댓글덕에 여태 알라딘에서 버티고 있는데요 ㅎㅎㅎ

네꼬 2013-11-25 22:5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마수인 것입니다. 거미줄일 수도 있고요. 그럼 우린 다락님의 거미줄에 옹기종기 매달린 곤충.. 아니아니, 이슬이라고 해두죠;;;

치니 2013-11-25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줄에 참 공감가요. 하지만, 좋은 건(사람은) 늘 그렇게 되더라고요, 나 혼자 꽁꽁 싸매지질 않고. :)

네꼬 2013-11-25 22: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우주의 흐름인 것인가!! 그러나 저는 당분간 더 꽁해 있겠습니다. 제가 젤 잘하는 것 중 하나죠. 꽁. ㅋㅋㅋ

paviana 2013-11-2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노가리 먹을줄 아는데....ㅠ ㅠ

네꼬 2013-11-25 22:52   좋아요 0 | URL
허허 파비님. 저는 노가리보단 멸치파예요. 사실 패이보릿은 쥐포. 그럼 한 쥐포 하실까요?

moonnight 2013-11-25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다락방님이 너무 바빠지셔서 내 댓글에 답 안 해 주실지도 몰라. 라는 패닉 -O-;;;;;;;

다락방님도 네꼬님도 어쩜 이렇게 따스하신지. 그리고 다락방님이 쓸데없는 걱정하지 않게ㅎㅎ 맥주나 마시라고 말해주셔서 고마워요. 네꼬님. 수고하셨어요. ^^

네꼬 2013-11-25 22:53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우리, 다락님이 우리 댓글에 대꾸 하나 안 하나 같이 지켜보고 있다가 변심한 것 같으면 막 뭐라고 그럽시다. 같이요. 알겠죠?

실제로는 좀더 과격하게 했어요.. 음.. 잔이 깨지지 않을 정도로만...;; 나란 여자 터프한 여자.

Mephistopheles 2013-11-2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카사블랑카를 보면 이런 대사가 있어요..

릭(험프리 보가트)이 옛 애인을 그것도 자신을 배신한 애인(잉그리트 버그만)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며 경찰서장이 이런 말을 하죠.

"내가 여자였으면 반드시 당신과 결혼했을 것이다." 라고요.

네꼬님도 거의 내가 남자였음 다락방님과 결혼 혹은 연애했을 것이다...까지 보여지는 페이퍼네요...

네꼬 2013-11-25 22:54   좋아요 0 | URL
(정중) 메피님, 그러나 죄송하게도, 제가 남자였다면 여자로 태어났을 남편하고 결혼했을 겁니다. (진지) 아마 다락방님도 그걸 원하실 겁니다. (어쩐지 한숨)

Mephistopheles 2013-11-26 09:58   좋아요 0 | URL
남편님 검열이 의심되는군요.

네꼬 2013-11-28 17:42   좋아요 0 | URL
노코멘트. ㅋㅋㅋㅋㅋ

하늘바람 2013-11-25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우리 다락님이어서 생긴 질투 전 그 질투가 질투나네요

네꼬 2013-11-25 22:55   좋아요 0 | URL
하하 재밌는 얘기네요, 하늘바람님! ㅎㅎ 질투는 질투를 낳고 그 질투는 질투를...?

2013-11-27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13-11-26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책 출간 소식을 이렇게 여기서 네꼬님께 듣네요.
정말 멋진 소식이에요.

네꼬 2013-11-28 17:41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오래간만이에요! 멋진 섬사이님 (응? ㅎㅎ)
 

건널목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데 산책하던 개들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였다. 주인이 알면 싫어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 양해를 구하자니 내가 좀 이상한 여자로 보일 것 같아서 이럴 땐 어지간하면 사진을 찍지 않는다. 그런데 아... 세 마리...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중형견... 짧은 순간 갈등했지만 결국 몰래 사진을 찍기로 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흩어진 낙엽을 찍는 척했다.

 

 

 

 

다가온다.

 

 

 

 

 

 

 

 

 다가온다!

 

 

 

 

 

 

 

다가온다!!!!

 

 

 

 

... 그러나 이쯤에서는 주인이 의심할까 봐, 오히려 개들을 피해서 찍는 척 잠시 연기를 하면서 개들을 보내주었다...

 

 

 

 

..... 텅 빈 거리.

 

 

소용없는 것이다, 개가 없는 풍경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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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3-11-1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노노 ~ 제가 견주 입장에서 보건대, 웬만한 분들은 자신의 강아지를 이뻐해서 사진 찍는다면 싫기는커녕 기쁠 거에요. 무, 물론 개에게도 초상권이 있다, 이런 분도 간혹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선 개를 산책시키면 똥 쌀까 봐 눈을 흘기는 분들이 이뻐하는 분들보다 많기 때문에 ㅠ 서러움을 훅 날려주는 네꼬 님 같은 분에게 오히려 고마울 걸요.
저도 저번에 신호등 대기하고 섰는데 옆에 임산부가 서 계셔서 혹시라도 두리가 냄새 맡고 접근하면 싫어할까 봐 잔뜩 쫄았다가, 그분이 두리더러 착하다며 예뻐하고 웃음 지으니 얼마나 마음이 놓였는지 몰라요.

네꼬 2013-11-10 20:05   좋아요 0 | URL
아아 그런가요! 저는 왠지 싫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을 못 붙였어요. 음, 그리고 아마 저 같은 주인이라면 엄청 뻐길 텐데 그러면 너무 얄미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담 주인 없이 있는 개는 찍어도 되냐! 네, 저도 물론 개의 초상권에 대해 생각해봤는데요, 어차피 된다 / 안 된다 우리한테 말해줄 순 없으니까 그냥 저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하하하하;;;;;

신호등 대기하고 서 있는 두리를 보면 누구라도 그럴걸요. 으왕, 만지고 싶다, 두리!

moonnight 2013-11-1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워라 네꼬님. >.<
제 생각에도 예뻐서 사진 찍으면 주인분들도 좋아할 것 같은데요. ^^

네꼬 2013-11-10 20:06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나는 문나잇님이 이러시면 이상하게 산적처럼 웃게 돼요. 껄껄껄...
(전 사실, 주인이 너무 잘난척할까 봐도 좀 망설여져요. 저란 여자.)

프레이야 2013-11-10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개가 없는 거리에 낙엽만 뎅그러니ᆞᆢ 낙엽 찍는 척하며 두근두근 하셨을 귀여운 네꼬님^^

네꼬 2013-11-10 20:08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ㅠㅠ 네 진짜 두근두근 했어요. 주인이 째려볼까 봐요. 오히려 약간 촬영에 방해된다는 듯 비켜 섰는데 왠지 서러움 -_-;; 아 언제까지 이렇게 도촬해야 할까요. ㅠㅠ

BRINY 2013-11-1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가 있는 거리 좋아요~
유기견 두마리가 사이좋게 붙어서 지나가면 한마리가 지나갈 때보다 더 찌잉해요.

네꼬 2013-11-17 23:09   좋아요 0 | URL
ㅠㅠ 붙어 다니는 유기견 두 마리라니. ㅠㅠ 어쨌든 개들은 여럿이 같이 있을 때 더 마음을 흔드는 것 같아요. 좋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요.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까먹고 있었다. 오늘은 강남역까지 가야 되는 날. 나는 한 번 외출하려면 별로 하는 것도 없이 오래 걸리니까(왜죠), 서울 가는 버스 타는 데까지라도 남편 출근길에 묻어 가려면 '조금'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실패했다. 30분 일찍 일어났으면 1시간쯤 절약할 수 있는데. 결국 아침 먹고 대충 정리한 다음, 삶은 고구마 한 개랑 초콜릿과 젤리 한 줌을 가방에 넣고 보온병에 커피까지 담아 집을 나설 때는 이미 10시.

 

이 시각에 외출한 게 너무 오래간만인 건가 으악! 추워! 조금만 더 걸어 보자. 해가 있는 쪽으로 가면 나을 거야. 나 자외선 차단제 충분히 발랐나? 햇볕이다. 으왁!!! 그래도 추워. 빨리 걸어가면 좀 나을 거야. 아아악! 맞바람 추워!!! 뛰다 걷다 15분 걸려서 버스 정류장 앞 횡단보도에 도착했는데 눈앞에서 버스가.... 안녕... 다시 15분을 기다려 버스를 탔다. 그러니까 10시 30분. 30분 일찍 일어났으면 출근 차 얻어 타고 못해도 9시 10분에는 버스 탔을 텐데. 창밖을 내려다 보며 곰곰 생각하다 보니 어딘가 한심하다.

 

어딘가 한심하다. 

그래 어딘가 한심해.

어디지?

악! 지갑!

지갑을 놓고 왔어!!

 

핸드폰 케이스에 교통카드가 있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쨌든 버스는 탄 건데, 돈 없이 하루를 보내야 된다니 왠지 불안하다. 교통카드가 신용카드 겸용이니까, 현금도 뽑을 수 있을 거야. 내려서 은행에 갈까? 하지만 버스에서 내리면 곧바로 전철역 입구. 추워 추워 하면서 버스를 탔는데, 이미 이렇게 시간이 늦었는데... 일단 가 보자. 전철역 근처에 현금인출기가 있긴 한데, 내 카드 은행 전용은 아니다. 내가 내 돈 꺼내 쓰는데 돈을 내는 건 너무 억울하므로 일단 오늘은 돈 없이 지내보기로 한다. 강남역 가는 길에 검색해 보니, 나의 목적지인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까지 가는 길엔 역시 그 은행 지점도 현금인출기도 없다. (삼성물산 같은 데만 현금인출기가 있다. $%#@$%) 오늘따라 높은 언덕을 낑낑대며 올라 도서관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1시간 30분쯤 늦은 시각에.

 

안내 데스크랄까, 거기 계신 직원이 왜 왔냐고 묻는다. 회의 일정 있을 때는 회의 이름 말하면 그냥 들여보내 주던데. 오늘은 회의는 없지만 관련된 일로 자료 조사를 하러 왔노라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말했더니, 사물함에 가방을 넣고 들어가란다. 나 먹을 거 가방에 다 들어 있는데.... 용기를 내 보았다. "네, 그렇군요. 그런데 죄송하지만, 메모도 해야 하고 두루 가방이 필요한데요, 꼭 가방을 두고 들어가야 하는지요." 직원은 원래는 회원가입하고 가방도 맡기고 방문증도 써야 하는데 너 하는 일이 있다니까 특별히 봐주는 거다. 고마운 줄 알고 가방 맡기고 들어갓! 하는 내용의 말을 이것보다는 나은 투로 (그러나 거의 비슷하게) 읊조렸다.

 

사물함으로 갔다. 100원 동전을 넣으란다.... 내 지갑.... 지폐가 없다고 둘러대고 100원만 빌려 달라고 해볼까? 근데 옆에 지폐 동전 교환기가 있네? 그리고 이미 약간 사정을 봐달라 아쉬운 소리를 했는데 거기다 대고 다시 제가 오늘 마침 지갑을 안 갖고 와서요, 하고 말을 꺼낼 용기가 안 난다. 나는 터벅터벅 도서관을 나와 언덕을 내려가 편의점을 찾았다.

 

이런 날도 있는 거야. 수수료 좀 내면 어때? 그런데 기계가 내 카드를 거부한다. 두 번 세 번 마찬가지다. 아, 이거 신용카드라 현금서비스로 받아야 되는 건가? 해본 적 없는데, 아 몰라 일단 그어 보자. 겨우 통과... 마지막 확인 버튼을 누르기 전, 수수료 윗줄에 지금 뭐라고 써 있는 거야? 이자가 뭐 얼마? 15%? ㅁ...ㅝ, 뭐?

 

현금인출을 포기하고 도서관에 돌아왔다. 그리고 가방의 짐을 도서관 내에서 쓰는 비닐 가방으로 옮겼다. 고구마와 초콜릿과 젤리는 화장품 파우치에 우겨넣었다(빵빵). '규정'에 의하면 개인 책과 물도 반입 금지라지만 그것만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어기기로 했다. 제일 구석 사물함에 불쌍한 빈 가방을 구겨 넣고 자물쇠는 못 채운 채로 열람실로 들어갔다.

 

자료도서를 찾았다. 그런데 그중 몇 권은 열람실이 아니라 서고자료실에 있단다. 그렇다면 신청해야 꺼내준단 뜻이겠군. 열람실 안내 직원에게 갔다. 나는 다시 예의를 갖추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삐삐삐삐 일을 맡은 네꼬라고 합니다. 회의는 없고, 자료조사차 왔는데 이런 책들이 서고자료실에 있다고 나오네요. 볼 수 있을까요?" (여기서 한 가지. 삐삐삐삐 일이 좀 복잡해서, 원래 담당 직원한테 하루 전날 볼 책을 말하면 미리 찾아서 회의실에 가져다 준다. 그런데 혼자 와서 그 서비스 받기가 민망해서 그냥 쓸쩍 와서 보고 가려던 것이었다. 딴에는 착한 마음으로. 그러니 그 책들만이라도 가져다 주길 내심 바랐던 것이다......바보같이.) 직원님은 아까 그분보다 훨씬 무뚝뚝한 얼굴로 (아마도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비치된 컴퓨터로 신청하면 10분 뒤에 올라가서 받아볼 수 있다고 한다. 네 고맙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았다.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 내가 헤매는 게 보였는지, 그 직원 옆에 있던 젊은 직원이 다가와 회원가입했냐고 묻는다. 아뇨, 그동안 회의 때만 와서... 그랬더니 난감한 얼굴로, 그렇다면 담당 직원께 연락하셔서 상의하시는 게 좋겠어요, 한다.

 

여러분, 죄송해요. 조금 더 있어요.

 

담당 직원은... 이번 주부터 출산휴가 들어가셨다. 하하하하하. 앞으로 누구한테 연락하라고 했더라? 하하하하하하하하.... 같이 이 일을 하는 다른 선생님한테 전화를 걸었다. 원래 전화 잘 안 받으시는 분인데... 와! 받으셨어! 눈물 날 것 같아! "어, 네꼬씨!" 아아아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서, 선생님? "네꼬씨! 응? 네꼬씨? 안 들려! 하나도 안 들려!" ...... 하하하하하 아 참, 어제 저녁에도 그러더니 내 전화가 또 먹통이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결국 문자 메시지로 겨우 후임자의 연락처를 받았다. 전화기를 껐다 켜서 남편과 시험 통화를 해보긴 했지만, 전화는 또 안 될 수도 있고, 처음 통화하는 그분과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를 할 수도 없고.. 나는 다시 열람실 직원에게 정말 최선을 다해 예의바르게, 내선 전화로 후임자님을 연결해달라고 부탁했다. 직원은 대놓고 싫은 내색을 했지만 나는 모른척했다(어쩔 수 없잖아 ㅠㅠ) 후임자님께 사정을 설명했더니, 자기 이름으로 신청해줄 테니 잠시 뒤에 가서 받고 본 다음 역시 자기 이름으로 반납하란다.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고 직원에게도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직원은 나를 쳐다도 안 보고 고개를 약 5도 까딱했다.

 

책상에 앉아 가만 생각해보니, 저분 입장에서는 나 좀 진상 방문객. 너무 우울하니 내려가서 고구마나 먹자. 얼마나 다행이야! 커피도 싸 왔잖아! 기운 내자! 휴게실에 내려갔다! 어 그런데 나 커피 언제 다 마신 거지! 반 남았네! 고구마 반 개 먹고 나니까 목이 막혀! 다 틀렸어!!!

 

주섬주섬 고구마 반개를 다시 파우치에 넣고 서고자료실에 예의 그 책을 찾으러 갔더니, 뭐라고요? 후임자께서 책을 찾아갔다고요? 아니 왜요? 저 빌려주신다고 했는데요? 그곳 직원님도 무뚝뚝은 똑같다.... 정책인가? "글쎄요, 아무튼 그분이 갖고 가셨어요." "저 그럼 죄송하지만, 그분 자리에 내선전화 부탁 드려도 될까요?" 어렵게 전화. 다른 분이 당겨받네? 자리 비우셨는데요, 란다. 안 계세요.... 안 계신다고요.....

 

아, 여기까지 쓰고 나니 지친다. 거의 다 왔어요.

 

우여곡절 끝에 후임자님을 만나 책을 받고, 이런 저런 사정도 듣고, 네 시간 가량 꼼짝 않고 책들을 보았다. 어린이열람실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되는데 슬리퍼가 없어서 너무너무 발이 시려웠다. 나올 때쯤엔 코끝 손끝 발끝이 모두 꽁꽁 얼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유니클로까지 가서는 세일중인 방한용 조끼를 샀다(지난주에 하나 샀는데 너무 좋아서 하나 더...). 전철역까지 걸어가는데 떡볶이 오뎅 냄새가 귓속을 파고들었다(분명히 귓속이었다). 눈물 날 것 같아. 오늘 진짜 왜 이렇게 추워. 사주 아저씨가 올해는 힘들다고 하더니, 오늘을 말한 건가? 그런 거면 좋겠다.   

 

*

 

동네 중국집에 가서 고추잡채와 짜장면(원샷)으로 약간 위로를 얻었다. 

이럴 땐 역시 남편이 최고고 그 다음은 짜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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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꼬님의 페이퍼에 다는 좀 긴 댓글
    from 마지막 키스 2013-11-06 09:37 
    줌파 라히리의 소설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을 보면요, 미국에 살고 있는 주인공 아시마가 고향인 캘커타를 방문하기 위해 쇼핑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할머니를 위해 엄마를 위해 이것저것 쇼핑을 하죠.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서요. 고향에 가서 그들이 선물을 받고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정성스레 이것저것 골라요.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누군가 자리를 양보해줘서 고맙게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는데 아시마는 그만 졸아버리고 말아요.
 
 
레와 2013-11-0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가 반 남았다는 글을 본 순간, 행여 가방에 흘렸을까봐 조마조마 했어요!!네꼬님!! ^^

그런날이 있더라구요. 어제는 지나갔어요! 오늘은 새날!!

네꼬 2013-11-06 10:30   좋아요 0 | URL
레와니이이임 ㅠㅠ 안 그래도 보온병에서 커피 흐를까 봐 노심초사했어요. 다행히 그 사태는 없었지만.. 같이 떨려해줘서 고마워요.

네, 오늘은 또 새로운 날! 씩씩하게 살게요, 고마워요!

아무개 2013-11-0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쓰려고 했는데 다락방님의 좀 긴 댓글을 읽고나니
달리 할말이 없어졌어요. ^^::::::::::::::

뭐 점심에 짜장면 먹으러 갑니다 이정도?


네꼬 2013-11-06 10:31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그쵸 다락님이 댓글 다 먹었음(응?)
짜장면 맛있게 드세요! 전 마셔버렸답니다!

(그리고 왠지 감사해요.)

아무개 2013-11-06 11:03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이...
이젠 드디어 댓글까지 먹고 있는건가요?
크흐흐흐


다락방 2013-11-06 11:48   좋아요 0 | URL
내가 너무 많이 먹나요...(시무룩)

네꼬 2013-11-06 17:48   좋아요 0 | URL
다락님, 그래도 고기만 많이 먹잖아요. 댓글하고...

마노아 2013-11-06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건 뭐 평소 제가 자주 쓰곤 했던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곤 했던 페이퍼 같아요. 어찌나 감정이입이 되는지... 네꼬님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주르륵...ㅜ.ㅜ

네꼬 2013-11-06 17:48   좋아요 0 | URL
안돼 안돼 동일시 안돼 안돼 ㅜㅜ 마노아님 그러고 보니까 어딘가 기시감이... (제길슨)

마노아님, 그러면 안 되지만 혹시혹시 또 코 깨지면 말해요. 내가... 같이 울어줄게요. ㅠㅠ

웽스북스 2013-11-0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네꼬님 읽는 제가 같이 긴장 긴장.. 네꼬님한테 따뜻한 국물 사주고 싶어지는 페이퍼...

현금 서비스 이자는 연리 기준이라, 15% 였다면 그건 연 15%라서 며칠 빌리는 걸로 그렇게 크게 이자가 부과되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어요. 5만원 뽑으면 한달 이자가 625원. 담부턴 이런 일 없겠지만 ㅠㅠ 자주 받으면 기록 남으니 안좋겠지만 그래도 추운 날 한번 정도는 마음 편하게 빌려요. ㅠㅠ (근데 나 이런 거 왜 알아? 대출계의 큰손이다... 저, 저도 안받아봤어요 ;;; 계산은 첨해봤는데 현금인출 수수료보다 싸다니 좀 충격 ㅋㅋㅋ)

네꼬 2013-11-06 17:47   좋아요 0 | URL
큰손 웬디 선생님 ㅋㅋㅋㅋ 우와 근데 역시 웬디님 똑똑하구나.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똑똑해 야무져. 우리 오래오래 친구 합시다. 꼭요.

수수료는 따로 내니까 어쨌든 비싸긴 비싸요. 흥, 나쁜놈들. 웬디님 국물은 내가 사줄 게요(현금으로). 만나만 주세요 똑똑한 휀디님 :)

세실 2013-11-06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안타까워라......눈물나려고 해요. ㅠㅠ
에이 백원쯤이야 얼마든지 드릴 수 있고, 커피도 드릴 수 있는데.....
그러지말고 우리도서관으로 와요!!!!!!!!!!!!!!!!!!!!!!!!!!!!!!!!

네꼬 2013-11-06 17:44   좋아요 0 | URL
으허허허헝 세실님, 으허허..(오열)
내가 진짜 백원 동전 하나 땜에... (오열)
나도 가면 아는 사람 있는 도서관 있다!! (어딘가에 외쳐 보아요.)

BRINY 2013-11-0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네요.

그런데, 유니클로에서 사신 방한 조끼란게 어떤 건지 궁금해집니다.

네꼬 2013-11-06 17:43   좋아요 0 | URL
브라이니님! 제가 산 조끼는 '플러피 후리스 베스트'예요. 실내복인데 엄청 따뜻해요. 브라이니님한테 설명하려고 잠깐 생각해봤는데, 마치 수면바지로 만든 조끼 같아요! (전달이 될랑가..) 원래 2만 얼만데, 내일까지 세일해서 1만 5천원 정도 하더라고요. 전 집에서 번갈아 입으려고 두 벌 산 거예요. (침이 튀고 있다..) 으와 강추! (스웨트 보아 팬츠와 더불어...)

네꼬 2013-11-06 17:50   좋아요 0 | URL
저기.. 브라이니님. 저 유니클로하고 아무 상관 없는데.. 하여튼 온라인에서 지금 플러피 후리스 베스트랑 스웨트 보아 팬츠랑 같이 사면 배송비 무료일 거예요. 혹시 추위 많이 타시고 난방비 걱정되신다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BRINY 2013-11-06 20:39   좋아요 0 | URL
내일까지 세일이라니 유니클로 홈피를 둘러봐야겠네요. 다음 주부터 추워진다니 슬슬... 상세한 정보 감사드려요~

하늘바람 2013-11-07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꼬님 고생하셨어요

하늘바람 2013-11-07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꼬님 고생하셨어요

네꼬 2013-11-08 21:18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저 고생 두번...? -_- 농담입니다. ㅎㅎ 감사해요(?) ㅠㅠ

moonnight 2013-11-10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네꼬님. ㅠ_ㅠ;
뒷북치는 거지만;;; 수고많으셨어요. ㅠ_ㅠ;;;;;;;;;;;;;;;;;;
계속 이를 어째 이를 어째 하며 읽다가, 그 후임자분이 책을 가져갔다는 얘기에는 대폭발! 크르르릉~~~~~!!! 도대체 그 책은 왜 가져간 거래욧!!! (네꼬님을 만나보고 싶으셨던 걸로 결론;;;;;)
추운 날 얼마나 서러우셨을까. ㅠ_ㅠ 거기다 떡볶이와 오뎅의 냄새(만) ㅠ_ㅠ
수고하셨어요. 다시는 이런 날 없을 거에요. 토닥토닥.;;

네꼬 2013-11-10 20:12   좋아요 0 | URL
이제 와서 그러면 어떡해요!!! 크하항. 댓글은 둘째 치고 페이퍼 많이 써주세요!

그나저나 그 후임자님은 저한테 책 갖다 주려고 하셨대요. (그럼 그러겠다고 말을 하든가..) 그분은 그래도 저 하는 일 담당이셔서 괜찮았는데, 다른 분들은 지나치게 무뚝뚝하셔서 좀 그랬어요. 공무원들은 또 직무상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떡볶이 오뎅 냄새... (글썽)

이순화 2013-11-2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점쟁이가 힘들다고 한 올해... 이제 다 갔어. 이제 좋은 해 온다. 내년은 꼭 좋은 해일 것이야. 점쟁이한테 물어볼 거 뭐 있어. 좋은 해를 기대하고 있음 그런 해가 오는 게지. 홧팅!

네꼬 2013-11-28 21:28   좋아요 0 | URL
으잉 선배 여기 댓글 달린 거 몰랐잖아요 ㅎㅎㅎㅎ 좋은 해에는 더 웃기고 씩씩한 네꼬가 되겠습니다. 벌써 연말 기분이네! (선배 놀러 또 오세요!!)
 
유아/어린이/가정/실용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이번달 신간에서는 관심 가는 책들이 거의 어린이책들이네요. 오래간만에 편애해보았습니다.

 

똥개 존 늑대 대장이 되다

 

 

날씨가 추워지니 따뜻한 이야기가, 또는 웃긴 이야기가 읽고 싶다. 무릎 담요를 친구 삼아 킥킥대며 읽다가 감동으로 몸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바꾸어 말하면 잘 쓴 동화를 읽고 싶다는 뜻이다. 기무라 유이치는 유머감각이 풍부한 사람이고, 인생에 대해서도 (의외로) 진지한 사람이니, 똥개가 늑대들의 대장이 되는 이야기로 겨울을 시작해도 될 것 같다.

 

 

높은 곳으로 달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TV로 그것을 보면서 받은 충격을 잊기는 어려울 것이다. 멀리서 보는 내게도 두려움과 슬픔이 몰아치는데, 거기서 목격한 사람들은 어땠을까. 살아남은 아이들은 어떨까. 어린이에게 재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이 책을 읽는 데는 용기를 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용기를 내고 싶다.

 

 

짜장면 로켓 발사

 

 

최근 한국 아동문학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 한윤섭의 신작 동화가 나왔다. 저학년동화라고 하는데, 섬세한 묘사와 과감한 전개가 장점인 한윤섭의 유년동화 감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표지도 귀엽네.

 

 

곤충들의 편지

 

 

곤충들이 각자 고민을 담은 편지를 보낸다. 예를 들면 애완 곤충 가게에서 주인한테 늘 예쁨받던 바퀴벌레가 손님 중 한 명에게 못생겼다는 말을 듣고 충격받아 진실을 묻는 편지를 보낸다. 그러면 바퀴벌레의 생태에 대해 알려주며 고민을 해결(?)해주는 식. (글자가 작아서 고민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못 보았어요.) 컨셉이 재밌어서 궁금한 책.

 

 

 

그날, 어둠이 찾아왔어

 

 

아이들뿐 아니라 모두가 무서워하는 '어둠'을 따뜻하게 그렸다는데 작가가 레모니 스니켓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이라면 정말 새로운 감각으로 편견을 뒤집는 그림책을 썼을 것 같다. 미리보기로 보니 그림도 절제되어 있고 그러면서도 따뜻한 분위기가 유지되는 것 같다. 기대된다.

 

 

 

*

 

이번 페이퍼는 유난히 재미가 없네요.(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 쓰는 거 어려워요.)

그래서 이런 웃긴 걸 올려 보겠습니다.

 

 

 

 

 

 

 

보풀 잔뜩 일어난 헌 장갑으로 만든 곰인형.

어딘가 좀 닭 같죠.

이름은 초코라고 붙여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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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11-05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직접 만드신건가요!
정말 부러워욧. 손재주가 발재주라 아이들이 만들어달라고 하면 난감하다는!

네꼬 2013-11-05 23:29   좋아요 0 | URL
앗 꿀꿀페파님! 저도 그래서 발로 만들었.....
(뭉개져 보이는 사진으로 골랐다는 게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