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응의 건축 - 정기용의 무주 프로젝트
정기용 지음 / 현실문화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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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정기용이라는 이름을 몰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기적의 도서관들을 설계했고, 회자되는 건물들도 지었다 하니 아마 여기저기서 이름을 들은 적은 있을 텐데도 그랬다. 한때 서현 선생의 건축 관련 책들을 좋아했던 것 말고는 건축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다. 그러니 이런 책이 있는 것도 몰랐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그림일기 : 정기용 아카이브전'을 본 친구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보고 주말 나들이 삼아 미술관에 가기로 결심했고, 그 참에 정기용 선생 관련 책들을 찾아보느라 이 책을 알게 됐다. 친구가 올린 사진은 선생의 스케치 일부였다. 거기엔 이런 메모가 달려 있었다. '좁은 공간에 사는 사람들에게 큰 산 큰 하늘 큰 빛 큰 바위를 보고 살게 하자.'

 

이 책은 '건축계의 공익요원'이라는 별칭을 얻은 정기용이 10여 년 간 전북 무주를 오가며 말 그대로 한 지역을 설계한 기록이다. 책 뒤에 실린 좌담에서 농담처럼 얘기 되었듯이 정경유착이라든가 건축가의 전횡 같은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매우 낮은 수준(짐작컨대 손해 수준)의 비용을 받는 대신 건축가의 열정과 사랑, 실험을 고스란히 쏟아 부은 독특한 프로젝트였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이지만) 시대와 사회, 특히 농촌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면서 발언하고 운동해온 건축가다운 행보이기도 했다.

 

영세민의 집값을 낮추기 위한 방책으로 흙건축을 연구하던 정기용은 그 인연으로 진도리마을회관을 지었는데, 그 상량식에서 당시 무주군수를 만나 무주 프로젝트의 싹을 갖게 됐다고 한다. (마을회관 상량식에서!) 이후 십여 년, 정기용은 군수를 비롯한 공무원들과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대치하면서 무주의 여러 공공건축을 설계했다. 무주가 작은 군이니, 공공건축이라 해도 대형 경기장이라든가 시청 신축 같은 일이 아니다. 면사무소, 청소년회관, 농민의 집, 된장 공장, 요양원, 버스정류장 등 주민의 생활과 직결된 보통의 건물을 설계한 것인데, 각각을 지을 때 에피소드들이 다채로우면서도 정직하게 서술되어 있어 읽는 재미만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설계할 때 건축가의 이상과 실험정신보다 주민의 삶과 요구를 우선으로 한, 그러나 완전히 고집을 꺾지도 않은 정기용의 성품이 소박한 문장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를테면 면사무소를 지을 때 주민들은 "면사무소는 뭐 하러 짓는가? 목욕탕이나 지어 주지." 라며 심드렁했단다. 평생 농사로 안 아픈 데가 없는 마을 노인들이 몸 뜨끈히 담글 목욕탕이 없어 옆 동네까지 차를 빌려 가야 된다는 말에, 면사무소에 목욕탕을 마련한 이야기는 여러 번 다시 읽었다. 유지비를 줄이기 위해 홀수날은 남탕으로, 짝수날은 여탕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공설운동장에서 열리는 군내 행사 때 주민들이 하도 참여를 안 해 고심하던 군수가 이른바 VIP석에만 차양이 있고 주민들은 뙤약볕 아래 스탠드에 앉기 때문임을 알고 등나무를 심은 이야기도 있다. 정기용은 이 등나무가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소박한 지지대를 했다. 이제 등나무 넝쿨이 우거진 공설운동장은 산책 코스로,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한다. 리노베이션으로 주변이 정리된 군청이라든가 풍경을 끌어안는 방식으로 간결하게 설계된 버스정류장 이야기도 좋다.

 

그런데 더 좋은 것은, 이 책이 프로젝트의 성과만을 기록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노인요양시설을 침대마다 독립된 방 비슷하게 꾸민 것은 사생활을 존중하는 설계였으나, 요양원 운영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는 침대들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결코 이전보다 좋다고 말할 수 없다 한다. 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 수가 적어 취지와 달리 잘 활용되지 않고 있고, 감리를 하지 못한 식물원은 오히려 주변 경관을 해치듯이 자리 잡아 버렸다. 또 완공 이후 임의로 덧댄 공사가 건물을 망친 경우도 있다. 정기용은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듯 늘어놓지 않고, 지나치게 겸손한 언어로 포장하느라 옆길로 새지도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후학과 사회를 위한 것이지만, 마치 혼자 있는 방에서 쓰인 결연한 일기 같다.

 

건축가의 이런 태도 때문일까. 책을 만든 모양새도 그렇게 성실하면서 객관적이다. 설계도면과 메모, 완공된 사진들이 적절한 캡션과 함께 잘 정리되어 실렸다. 책 뒷부분에는 이 프로젝트의 성과와 한계를 짚는 좌담이 실렸다. 2007년말 희망제작소에서 진행된 이 좌담에는 강내희, 박원순, 홍성태 등 각계 연구자들이 함께했는데, 이들의 발언들에 밑줄 그을 부분이 많다. (2007년말....) 사람과 사회, 지역, 특히 농촌을 향한 건축과 사회운동이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한편,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드러난 문제점도 조목조목 짚었다. 이어 이유주현 기자가 실제 주민들을 인터뷰한 내용도 실렸다. 새로운 건축들이 주민의 삶에서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짚은 것인데, 다른 면사무소까지 번진 '목욕탕문화'에 대한 칭찬뿐 아니라 아름답긴 하지만 너무 얇아 역할을 다 못하는 전통시장 천막에 대한 불만, 인기에 비해 너무 작게 지어진 천문대에 대한 아쉬움 등 생생한 주민의 목소리를 솔직히 담았다. 나는 무엇보다 정기용의 설계도를 들고 동분서주한 사무실의 실무자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무주라면 치를 떨고 도망가고 싶다고 하면서도 선생의 스태프라는 사실이 더할 수 없이 자랑스럽다고 고백하는 그 인터뷰가.

 

*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2011년 작고한 건축가 정기용의 건축도면과 관련 자료들로 꾸며졌다. '국립' 미술관이면서도 외곽 산 밑에 자리잡아 찾아가기 어려운 곳, 심지어 놀이동산이 옆에 딱 붙어 있어 어수선한 곳. 모르긴 몰라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건축은 우선 건축물이 들어서기 전 '공간'과의 감응에서 시작한다고 했던 선생이 생전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전시에서는 아파트가 국토를 점령하고 농민에겐 여전히 땅이 없는 이 나라를 어찌하면 좋겠냐는 선생의 강의를 영상으로나마 들을 수 있다. 기증받은 것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지만 그 양이 방대해 관람객을 압도하는 자료들을 볼 수 있다. 복잡한 도면, 감정이 느껴지는 드로잉과 스케치, 꼼꼼한 메모들은 관람자에게 '감응'을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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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9-04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큐.."말하는 건축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을 보며 드는 생각은...짧고 굵게 살것인가. 아니면 길고 가늘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앞섭니다. 이 분의 단명 이유는 단하나겠죠. 체력이 열정을 이기지 못했으니까요.

네꼬 2013-09-06 12:25   좋아요 0 | URL
메피님, 안 그래도 리뷰 쓰면서 메피님이 한말씀 해주시겠구나, 했어요. (^^)
정말 돌아가시기 얼마 전 찍은 영상들을 보니 뭉클하더라고요. 다큐멘터리도 있다니 찾아봐야겠어요. 우앙. 훌륭한 분.

마늘빵 2013-09-05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 네꼬님 나도 이거 샀는데. 이분 전시회 보고서. 건축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참 다양하게 했더라고요.

네꼬 2013-09-06 12:26   좋아요 0 | URL
아아 아프님도 갔었구나! 그쵸. 모형(? 이렇게 말해도 돼요?)만 봐도 멋지고요. 자료들도 남기신 것의 극히 일부라는데도 그만큼! 책도 (의외로) 정독하게 되더라구요!

무해한모리군 2013-09-05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어보려구요.
도심의 주요 건축물이 서양건축가들의 작품으로 뒤덮이고 있어 아쉽고,(뭐 건물에 국적이 중요한건 아니지만 좀 건물만 너무 튀는듯도 하고) 꼭 기억해둬야 할 사람들이 평가되지 못하는 것도 너무 아쉽고 그렇네요..

[이렇게 말하지만 제 기억에 처음으로 인상적이었던 건물이 지금은 없어진 옛조선총독부(그러니까 제가 방문할 당시엔 박물관?)였어요. 초등학교 때 아주 맑은 봄날 방문했는데 마당 자판기에서 핫도그를 뽑아 먹으며 보던 그 건물의 당당함과 안에 들어섰을때의 환함이 아직도 생각나요. 어찌된 영문인지 그날 처음본 궁궐은 기억에도 없네요 =.= 대학생때 유럽에 가서 신전안에 들어갔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역시 어린시절 만큼은 아니었어요..]

네꼬 2013-09-06 12:2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건물 기억해요.....예.. 예뻤어요... ㅠㅠ 슬픈 일이지만 매우 인상에 남는 건물이었어요. 흙. 저도 소풍으로 갔었는데!

전 도시에 살아야 한다면 아파트가 어쩜 최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에요. 그나마 모여 있고 한꺼번에 해결하는 게 자연에는 덜 해가 되지 않을까. (체념.)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도시나 도시 근처에 몰려 살려면 그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여튼 생각이 복잡했어요. 튀는 건물들에 대한 유감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저 서울시청만 해도.. 아아 그만할게요. 아아.. 아아..

마노아 2013-09-0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하는 건축가 아주 인상 깊게 보았어요. 이 책도 같이 궁금해지네요. 사람이 먼저인 건축가, 참으로 아름다워요!

네꼬 2013-09-06 12:30   좋아요 0 | URL
응 마노아님도 그 다큐 보셨나 보네요. 저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어요. 사실 책은 원래 사진이랑 캡션만 보려고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꽤 정독하게 됐어요. (저 같은 사람조차!) 마노아님이라면 더 꼼꼼히, 더 많은 감동 받으면서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moonnight 2013-09-06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었어요. 면사무소 + 목욕탕 이야기 신문에서 읽었는데 이 분 이야기였군요. 이미 작고하셨다니 아쉽고 슬프네요. ㅠ_ㅠ

네꼬 2013-09-06 23:01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나 아까 문나잇님 서재 갔었는데. 혹시 그새 새 페이퍼 쓰셨나 하고요! 아까는 새 글이 없어서 (-_-) 털레털레 돌아왔는데, 혹시 그새 쓰신 거예요? *_*

책 읽어봐 주세요. 감동이 있는 책이었어요. 마지막엔 글쎄 약간 울 뻔..;;

네꼬 2013-09-06 23:04   좋아요 0 | URL
엇... 가 보니 아직 새 페이퍼는 안 쓰셨네..... =_=

moonnight 2013-10-01 18:50   좋아요 0 | URL
앗 미안해요. ㅠ_ㅠ;;;;
 
꼬마 할머니의 비밀 - 초등학교 저학년 동화 동화는 내 친구 55
타카도노 호코 글, 지바 지카코 그림, 양미화 옮김 / 논장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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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노인은 통한다고들 한다. 어린이들은 세상의 잣대를 아직 다 알지 못해서 본의 아니게 놀라운 통찰력을 보일 때가 있다. 반대로 (어떤) 노인들은 오랜 세월 세상의 잣대에 다치기도 하고 그것과 싸우기도 하고 지키려 애쓰기도 하면서 마침내 자유로워져서 지혜와 진짜 통찰을 얻기도 한다. 멋진 일인 것 같다. 


84세 에라바바 선생님은 옷 연구가로, 옷 만드는 방법이나 젊어 보이는 차림새를 연구하고 가르쳐서 아주머니 할머니 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런데 에라바바 선생님의 진짜 연구는 바로 진짜로 젊어지는 옷을 만드는 데 있었고 어느 날 한 겹 입을 때마다 한 살씩 젊어지는 옷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얇고 투명한 속옷을 여러 벌 겹쳐 입으면 원하는 나이로 돌아간단 말씀. 에라바바 선생님은 점찍어 둔 제자 효코르 할머니(68세)에게만 이 사실을 알리고 모험을 시작한다. 효코르 할머니는 한 오십살만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에라바바 선생님은 단호하다. "한 번 더 아이가 되어서 마음대로 놀 수 있는데, 물구나무 서기 하나 하지 못하는 중년 아줌마가 되는 걸로 좋다니, 바라는 게 그렇게 작아서야 원, 뭐가 제대로 되겠어요?"(27쪽)


이렇게 해서 여덟 살로 돌아간 두 할머니는 겉으로는 교양 넘치지만 허영뿐인 아주머니들을 골탕먹이기도 하고, 아이들 마음은 생각하지 않고 무섭게 합창 연습을 시키는 선생님을 혼내주는 등 소동을 벌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 할머니가 두 꼬마가 되어 어린시절을 다시 한번 만끽하는 것이다. 다시 어린이가 되자마자 "조금 전까지 그러고 싶다고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31쪽)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폴짝폴짝 뛰게 되고, 서로 간지럽히고 꺅꺅 소리 지르면서 뛰어다니면서 별것 아닌 일에 웃음을 터뜨리는 두 꼬마는 바로 보통 아이들이다. 길을 걸을 때도 가만히 지나가는 법이 없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역할극을 하고 저희들끼리 깔깔거리는 어린이들, 작가는 그런 것이 어린이에게는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공원에서 실컷 놀던 두 어린이가 인형극을 보러 들어간 장면을 나는 되풀이해서 읽었다.


"신 나게 뛰어논 뒤에 아담한 홀에 들어가 줄을 맞추어 의자에 앉으니 마음이 따스했습니다.(...) 마침내 인형극이 시작되었습니다. 제목이 '치콜의 모험'인데, 씩씩한 남자 아이 이야기였습니다. 사건이 연이어서 일어났습니다. 숨고, 발견되고, 거의 죽을 뻔하다가, 촐랑대다 실패하고, 나쁜 사람과 만나고, 도망치고, 붙잡히고, 이제 희망이 없다고 실망하고.... 그때마다 모두들 손에 땀을 쥐고 응원했습니다. 무서워서 눈을 가리다가, 배를 쥐고 웃기도 했습니다. 날이 저물고 해가 뜨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치콜은 지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도 지치지 않았습니다. 치콜과 같이 긴 모험을 했습니다. 나쁜 사람을 전부 물리치고, 보물을 손에 넣었습니다. 길고 즐거운 모험이 끝나자, 모두들 가슴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부풀어 오른 기분은 박수 소리가 되어 바깥으로 흘러넘쳤습니다."(121-122쪽)


얼마나 따뜻한 광경인가. 아이들은 이야기에 빠져서 자기도 같이 모험을 한다. 제 모험이기 떄문에 주인공이 지치지 않는다면 자기도 지치지 않는다. 이런 공감 역시 어린이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다. 폐장 위기에 놓인 극장을 구하기 위해 두 꼬마가 그런 어린이의 본성을 이용(?)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스포일러니까 밝히지 않겠어요)


에라바바 선생님이 만들어낸 옷이 '마법의 옷'이 아니라 본인 설명 대로 '발명한 옷'이라면, 이 책에는 어떤 마법도 등장하지 않는다. 어린이가 된 두 할머니가 벌이고 겪는 모험들은 모두 자기들 힘으로 해내는 것들이다. 고심해서 편지를 쓰고, 적당한 사람에게 부탁을 하고, 필요할 땐 '삽질'을 해가면서 자기 몸으로 사건을 만들고 돌파한다. 


"오늘 대작전은 할머니 두 사람에게는 너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고 싶었지만, 손수레를 끌고 가야만 했습니다."(148쪽) 


모험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고단한 대작전 끝에 두 할머니에게 조그마한 마법이 일어난다. 할머니들이 모르는 사이,  비밀 옷을 입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아이들처럼 즐겁게 말하고 거리낌없이 행동하게 된 것이다. 조그마하지만 더없이 따뜻한 보상이다. 이따 다시 만나서 놀 약속을 잡는 두 할머니를 보여주는 엔딩에서 나도 모르게 빙긋 웃었다. 재미와 감동이 있는 책. 나는 동화책에 대한 더 좋은 찬사를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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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3-07-23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랑 뮤지컬이나 영화를 보러 가면 애가 완전히 몰입해서 주인공이 되어 소리지르고 안타까워하고 까르르 웃느라 넘어가고 하던 게 생각나요. 나도 이럴 때가 있었을까 싶어지지요. 따스해요. 이야기도, 네꼬님의 글도요. ^^

다락방 2013-07-23 16:46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2월~6월까지의 책정리는 안해주실건가요? 네? 문나잇님 서재는 1월이 땡이라구욧!!!

네꼬 2013-07-23 17:05   좋아요 0 | URL
다락님 말이 내 말이에요. 문나잇님은 이 댓글 쓸 시간 아껴서 얼른 책 정리를 하시오! (약간 버럭)

moonnight 2013-07-25 17:10   좋아요 0 | URL
아..앗... ㅠ_ㅠ;;;

다락방 2013-07-2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은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게 리뷰에서도 다 티가 나요.
:)

네꼬 2013-07-23 17:05   좋아요 0 | URL
스포일러 안 밝혀서? ㅎㅎ (아이 참, 왜 그래요 삼겹살 먹고 싶게..)

다락방 2013-07-2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싸.
네꼬님 신간평가단에 뽑혔다. 이제 지금보다 더 자주 글을 올릴 수 밖에 없겠네요.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네꼬 2013-07-23 17:06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 "도배"가 뭔지 보여 드리지. 하하하하하하

서니데이 2013-07-24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저도 잘 읽고 가요. 이 책 이야기, 재미있었어요.

네꼬 2013-07-24 20:49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책 보시면 더 재밌을 텐데요!
 
안녕, 내 모든 것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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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지만 여러 곳에서, 특히 문학에서 90년대는 없는 것이거나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청춘들이 그랬다. 80년대 청춘들은 우리한테 학생운동 안 해봤으면 말을 말라고 했다. 00년대 청춘들은 취직의 고단함도 모르면서 훈수 두지 말라고 했다. 우리 스스로도 그때 얘기를 할라치면 고작 IMF 얘기를 했다. (나는 왠지 그게 우리도 그런 거 뭐 하나 있다고 조그맣게 항변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곤 했다.) 앞뒤 세대들과 비교하자면 확실히 덜 불안한 20대를 보냈다. 그래서 다시 말할 엄두를 못낸 건지 모르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을 따져 보면 어디 별일 없는 청춘이 있을까. 게다가 그때는 다리와 백화점이 무너지고, 언젠가는 죽는 것이 당연했던 김일성의 죽음이 한때 사회를 뒤흔들었으며, 이름도 생경한 '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되었다. 그랬던 때 십대를 서둘러 마무리짓고 싶었던, 혹은 마무리를 미루고 싶었던 보통의 아이들 이야기가 『안녕, 내 모든 것』에 담겨 있다.

 

입력된 정보란 정보는 모두 세세히 기억하기 때문에 피곤한 지혜는 배워야 할 것이 폭발하던 그때 우리를 말해주는 것 같다. 그러니 준모가 틱과 뚜렛증후군을 앓아 말끝마다 킁킁대고 욕설을 내뱉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부모의 파산과 이혼으로 부유한 조부모에게 얹혀 살아야 하는 세미는 겉으로는 번듯해도 속은 허허해 언제나 의식적으로 등에 힘을 주어야 하는 고단한 일상을 산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반포'로 대변되는 강남 일대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대학에서 처음 (낯을 무척 가리던) 강남 친구를 사귈 때까지, 나에게 강남 애들은 '우리 학교 전교 5등이랑 8학군의 반 5등이랑 비슷하다'는 식의 비교 속의 아이들이었다. 어려운 것 모르고 자라 구김 없고, 한편으론 입시 준비로 개인주의를 다진 아이들. 그 선입견이 아직도 적잖이 남아 있었는지, 세미가 할머니를 따라 강북의 어느 점집을 찾아가며 이런 말을 할 때 나는 놀랐다.

 

"차는 남산터널을 지나 시내 한가운데로 진입해 들어갔다. 서울 시내에 오면 나는 항상 어안이 벙벙해지는 느낌을 받곤 했다. 나에게는 너무도 낯선 풍경들이 차창 밖을 훅훅 지나갔다. 내 머릿속의 서울은 한강 이남 뿐이었다. 반듯반듯, 고만고만하게 지은 성냥갑 같은 아파드들, 그 틈 사이의 풀밭들, 천장이 낮고 베니어판으로 칸막이를 한 아파트 상가들. 내가 나고 자란 동네가 이 오래되고 거대한 도시의 극히 일부라는 불가사의한 사실이 나를 주눅들게 했다." (82쪽)

 

그래, 내가 난생 처음 강남역에 갔을 때 느낀 당황스러움 같은 게, 그애들한테도 있었을 테지. 강남 사는 친구를 만나 들어간 까페가 한여름에도 유난히 추웠듯, 그애들한테도 오래된 건물들이 주는 두려움 같은 게 있을 테지. 어떤 면에서는,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던 이들이 오히려 어른의 세계에 진입하는 데 더 중압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세상이라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것은 보통의 십대라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감지하는 사실이니까. 그렇다면 세미가 사랑하고 따랐던 자유분방한 고모가 남편의 폭력을 감수하며 나름의 안정된 생활을 고수하려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고모의 안주는 조금만 다른 방식으로 세미에게도 이어진다. 

 

세 친구는 십대를 마무리하면서 커다란 비밀을 나누어 갖고 헤어진다.(스포일러가 될까봐 밝힐 수 없는 이 비밀은 실제로는 범죄이지만 내게는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런데 같은 비밀을 안고도 셋은 전혀 다른 인생을 산다. 한 명은 먼 곳으로 떠나 자유로운 삶을 시작하고, 한 명은 썬글라스 없이는 밖을 나설 수 없는 팍팍한 삶을 살고, 한 명은 세속의 삶을 받아들인다. 다시 찾아 정리하려 해도 할 수 없는 비밀은 그곳에 묻어둔 채로,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속의 나는 자주색 더운 교복을, 또는 대학입학 기념으로 산 짧은 주름청치마를 입고 있었다.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누군가 나의 지난날을, 그때를 이야기해주길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그때가 있었다고 불러주고 돌아봐주었기 때문에 비로소 '안녕'을 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문인지 책을 읽을 때가 아니라 작가의 말까지 꼼꼼하게 읽기를 마치고 책을 덮었을 때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들을 거기 두고 나는 오늘을 살아야 하니까. 그말은 곧 그때의 나, 그때의 내 모든 것에게 안녕을 고하고 오늘을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가, 다르다. 다른가, 같다. 그 생각을 하다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내 모든 것」을 찾아 들었다. 길에서 나는 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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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7-08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1학년때 주유소에서 알바했는데 김일성이 죽었다고 손님이 이야기 해주던게 기억나네요.
참 엄청 더웠던 여름으로 기억이 됩니다. 아마도 땡볕에서 12시간 이상 이리뛰고 저리뛰면서
일하느라 더 덥게 느껴졌나봐요.
비도 내리고 이것저것 옛 생각이 나네요.

네꼬 2013-07-08 16: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해가 기록적으로 더웠어요. 손에 쥐면 체온 때문에 펜대 색깔이 변하는 볼펜이 그때 유행이었는데, 그냥 책상 위에 둬도 저절로 색이 변했지요;; 생각만 해도 또 덥네요. 어휴.

moonnight 2013-07-09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지 마세요. 네꼬님. 토닥토닥.

네꼬 2013-07-10 16:25   좋아요 0 | URL
크헝. "내 모든 것" 멜로디가 시작되니까 울컥하더라고요.
 
거인 산적 그랍쉬와 땅딸보 부인 1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52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김영진 옮김, 롤프 레티히 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대부분 서로 너무 다른 남녀가 만나 싸우고 친해지고 밀고 당기다가 연인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분이든 성격이든 취향이든, 주인공들이 '서로 너무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나에게 없는 것, 나와 다른 것 때문에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고, 연애가 성사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마찬기지다. 연인이라면 모름지기 나와 달라야 매력이 있다. 하지만 또 그 차이 때문에 헤어지는 일도 다반사. 만나는 이유도 헤어지는 이유도 사실은 그런 것이다. "너는 나랑 너무 달라."

 

『거인 산적 그랍쉬와 땅딸보 부인』은 그렇게 만난 연인의 그 다음 이야기, 그래서 결혼까지 한 사람들의 다음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거인'이라 불릴 만큼 덩치 큰 그랍쉬는 마을 사람들을 모두 벌벌 떨게 하는 무서운 산적이다. 올리는 깐깐한 이모 아래서 조신하게 사는 데 지친 작고 통통한 아가씨다. 이 둘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주변(이라고 해야 올리의 이모밖에 없지만)의 반대를 물리치고 결혼한다. 여기까지는 이야기가 쌩하니 진행된다. 문제는 이 '해피엔딩' 다음부터다.

 

그랍쉬는 어렸을 때 엄마가 집을 나갔고, 아빠는 감옥에서 생을 마쳤다. 할아버지 혼자서 그랍쉬를 키우면서 훌륭한 산적으로 만들어,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게 되었다. 도둑질에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얼마쯤 자기 직업을 좋아하기까지 한다. 덤불이 우거진 동굴 속에서 쓰레기 더미와 더불어 살았고, 머리며 수염이며 자라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용감하고 당찬 올리는 그랍쉬를 무려 "새끼 양"이라고 부르며(처음 이 말을 들은 그랍쉬는 잠을 설쳤다) 수염도 다듬고 동굴도 청소한다. 그랍쉬는 그런 정도는 올리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참아 보지만, 도둑질은 어떻게 되질 않는 것이다! 그랍쉬는 산적이므로 도둑질을 해야 한다. 정체성의 문제다. 게다가 도둑질을 하지 않으면 이제 먹고살 수가 없다. (동네로 내려가면 감옥에 갇힐 게 뻔하다.) 올리로서는 도둑질로 먹고사는 일이 도무지 내키지 않는다. 돼지저금통에 코를 그려 넣는 일이 지겨웠던 걸 생각하면 숲 속의 모험은 너무나 신나지만 가끔은 문화생활도 누리고 싶다. 무엇보다 떳떳하게 살고 싶다. 둘은 사랑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심지어 아기까지 생겼다! 그랍쉬는 아기를 위해서 도둑질을 해야 하고, 올리는 아기를 위해서 도둑질을 받아들일 수 없다.

 

여기서 서로에게 얼마나 잘 맞추어갔는지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나는 책을 덮었을 것이다. (무려 두 권이나 된다고!) 둘은 아주 잘 싸운다. 끈질기게 고집을 부린다. 이러다 둘이 화해 못하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다. 다행히 싸우는 와중에도 짬짬이 애정 행각을 잊지 않는다. 둘은 서로를 다양한 애칭으로 부르는데, "쪽쪽 주둥이, 귀여운 꼬꼬닭, 기쁨 핥아 먹는 거인" 등 눈 뜨고 봐줄 수가 없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올리가 그랍쉬더러 "꼬마 킹콩"이라고 한 것이다. 얼마나 적절해?) 애정을 바탕으로 한 끈질긴 싸움 끝에 둘은 차근차근 답을 찾아간다. 그랍쉬는 도둑질을 봐가면서 하고(응?) 올리는 라디오보다 개구리 소리 듣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된다. 그랍쉬는 동굴은 별장처럼 두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새 집을 짓고, 올리는 그랍쉬가 훔쳐 온 병에 잼을 담아 팔아서 먹고살 길을 찾는다.  

 

산 속에 고립되어 살 던 그랍쉬는 결혼과 더불어 온갖 사건에 휘말리면서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때로는 도움을 주고, 더 큰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랍쉬는 차차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올리는 숲 속에서 발가벗고 목욕하고 뛰놀면서 자유를 만끽한다. 엄마가 되고, 농사를 짓고, 꾀를 내어 먹고살 궁리를 한다. 2권까지 이어지도록 내내 둘은 싸우고, 화해하고, 모험을 함께하고, 자식을 낳고(많이도 낳는다), 한걸음씩 성장하다 아주 성대하고 따뜻한 결말을 맺는다.

 

친구든 연인이든 서로 달라서 좋아하고 그래서 갈등하는 사람이라면 어린이나 어른, 누가 읽어도 좋을 책이다. 서로를 위해 맞추는 것만큼이나 고집도 잘 부려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속 깊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구드룬 파우제방 특유의 재치 넘치는 문장, 빙긋 웃게 되는 사랑스러운 장면들이 짧지 않은 책을 끝까지 읽게 한다. 그림을 그린 롤프 레티히는 그 유명한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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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13-05-09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요. 고집도 잘 부릴 줄 알아야 해요. 잘 지냈어요, 네꼬님?

네꼬 2013-06-12 16:18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잘 지내고 계세요? 저야 고집스럽게 놀고먹고 있죠. 호호. (노는 데 조금 지치고 있어요...)

도넛공주 2013-06-10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못 본 사이에 막 유부녀가 되어있는 네꼬님...

네꼬 2013-06-12 16:18   좋아요 0 | URL
도넛공주님! 못 본 사이에 저 유부녀도 됐고 백수도 됐어요!! 크하하. 공주님도 잘 있어요?
 
내가 찾는 친구 웅진책마을 49
슈르트 카위퍼 지음, 김영진 옮김, 정승희 그림 / 웅진주니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일곱살 메스는 단짝인 팀이 전학 갈 예정이란 소식에 상심하지만, 남은 몇 주 동안 둘만의 언어를 만들고 장난도 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마지막 날 둘은 (아마도 난생 처음일) 어색한 작별을 하고 돌아서는데, 그날 밤에야 메스는 자기가 팀의 멋진 주머니칼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친구의 그토록 소중한 물건이 나에게 있다니! 메스는 다음날 일찍 팀의 집을 찾아가지만 이미 친구네는 이사간 뒤. 설상가상으로 일이 꼬여 부모님한테도 사태를 설명할 수 없게 된 팀은 홀로 기차를 타는 모험을 하고, 신문에 광고를 내고, 노래자랑에 참가하는 등 고군분투한다.

 

정말이지 너무나 쿨한 주머니칼, 내 물건이 아닌 걸 갖고 있는 불편함, 애타게 보고 싶은 친구,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는 막막함, "하도 커서 메스 머릿속에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계획. 아이들에게 공감을 얻을 만한 고민과 나름대로 긴박한 사건 전개가 책을 끝까지 읽게 한다. (무엇보다 친구를 만나는지 못 만나는지 알아내야 하니까!) 네덜란드 동화작가 슈르트 카위퍼의 1991년 작품으로, 네덜란드에서는 TV 시리즈와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부모라면 혹시 주머니'칼'이란 소재 때문에 저어할 수도... 그래서일까? 작품성과 재미에 비해 덜 알려진 것 같다. 아이들은 소설적 재미에, 어른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엿보는 즐거움과 교훈(-_- 남의 물건 갖고 있으면 안 된다~, 농담입니다)에 더 점수를 줄 것 같다. 나로서는 조금 더 웃겼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 놓칠 수 없는 재미: 닭어

메스와 팀이 만든 둘만의 언어로, 닭의 "꼬꼬"처럼 모든 음절을 "오"로 끝나게 변형하는 것이다.

"오곳 좀 보" (이것 좀 봐.)

"오 촉 촘 조모옸오." (이 책 참 재미있어.)

눈으로 읽다가도 이 대사들은 소리내어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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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5-0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 촌고논 오도 옸올꼬? 노도 촌고 촞오고고 솦오조오~
또로호조 옪올 소고 옶오오 헥헥~

네꼬 2013-05-03 11:23   좋아요 0 | URL
호호호. 온존 조모옸오오! 온곤 종독송옸오오. 조도 고롰도노꼬오.

(헥헥. 이거 하다 보면 막 저도 모르게 입이 닭처럼 돼요. 낄낄낄. 아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