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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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년 미 서부 캘리포니아에 금광이 개발되면서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금맥을 찾으려 몰려 들던 시기를 지나 10년 후 대륙 횡단 철도 개통과 맞물려 북아메리카 대륙 개척을 너머 바다 탐험 항해를 나서는 시대가 도래 했다.

탐험과 개척의 시대에 대륙에선 원주민 인디언들과 생태계들이 무참히 짓밟혔고 바다의 생명체들 역시 무자비한 방법으로 개체군의 종을 멸종 시켜 버렸다.

미 대륙의 침입자들은 북극해 탐험에서 유럽의 탐험가들에 비해서 한 세기 늦게 뛰어들었지만 어떤 국가보다도 더 빠르고 기술적인 방법으로 고래잡이에 나서서 단 몇 년 만에 고래종의 씨를 말려 버렸다.

불과 반 세기 만에 바닷속 해저 깊은 곳에서 석유를 끌어 올리는 것 만큼 수 많은 바다 생명체들이 사라져갔고 여러 규제와 협약, 환경단체의 보호와 보존의 양 날개를 펼치며 기후 위기, 생태계 보존을 외치고 있지만 생태계 먹이 사슬에서 가장 잔혹한 학살자인 인간종이 이룩한 고도의 문명과 산업화로 지구는 점점 뜨거워져서 눈 앞에 재해와 재난은 현실이 되어 버린 지 오래 되었다.

개체수도 많지 않고 포획하기 힘든 동물들이 살고 있는 북극은 지구촌의 거대한 물류와 교통, 통신 선로가 뒤엉켜 있는 곳으로 거대한 석유 개발과 광산 개발을 위한 굴착기들이 바다 속에 우뚝 서있는 곳이다.

눈에 보이는 것 만큼만 북극의 생태계 보존을 하면서 유전과 광산 개발 채굴에 혈안이 되어 땅과 바다는 인간 종의 착취로 처참하게 파괴 되고 있다.

북극의 얼음이 2센티만 녹아버려도 대륙의 일부가 불어난 바닷물에 침수 되고 기후 이상으로 계절의 주기까지 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실질적으로 이 모든 위기와 위험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자원에서 추출한 것으로 인간 생태계를 유지 해 왔기에 보존과 보호는 영구불멸의 구호 일뿐 머나먼 북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에스키모 인들의 보존된 지혜와 야생의 땅이 가진 신성한 존재 같은 건 책과 영화에서나 간간이 마주 할 뿐이다.


[11월에 내륙 얼음 위로 귀환 하려다가 79피오르에서 사망. 나는 약한 달빛에 의지해 이곳에 왔지만 얼어붙은 다리와 어둠 때문에 더 갈 수 없다. 다른 이들의 시체는 빙하에서 좀 떨어진 (약 12킬로미터) 피오르 한가운데에 있다. 하겐은 11월 15일에 죽었고, 에릭센은 열흘 뒤에 죽었다.]



1900년 그린란드 북동쪽 해안 북위 82도 37분 지점에 돌 무더기를 하나 쌓은 덴마크 국적의 탐험가들은 이전 탐험가들과 달리 25년 동안 그린란드 동해안의 외진 곳들을 샅샅이 탐사하며 반도와 내륙 해안 곳곳을 조사했지만 해수면 아래 숨겨진 빙산에 막히고 부딪쳐서 결국 북극점 도달엔 실패하고 이들 중 몇 명은 얼어 죽었다.

미지의 북극 땅을 탐험하면 할 수록 막대한 인명 손실이 발생해도 유럽인들과 미 대륙 침략자 백인들은 북극으로 탐험대를 보내는 걸 포기 하지 않았다.

백인 탐험가들이 북극 땅에 발을 들여 놓기 휠씬 이전부터 이 땅에서 생존 하고 있었던 에스키모들은 계절의 주기에 맞춰 이동하며 자신들의 땅을 탐험하고 있었다.


북극의 동식물의 생육 주기는 다른 대륙과 달랐고 뚜렷하게 구분 되어지지 않았다.

어떤 곳에는 계절적으로만 존재하는 개체군이 있었고 수 세기 동안 존재했던 번식지와 군락지들 역시 계절의 변화에 맞춰 사라졌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따라서 외지인들의 눈에 북극의 어떤 땅은 비어 있거나 드문 드문 보일 뿐이다.


수 세기 전에 미지의 땅을 찾아 나선 탐험가들처럼 땅과 바다가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눈 앞에서 본 빛과 바람 새의 지저귀는 소리, 동물들의 움직임을 찾아 떠난 사람이 있다.


세계를 이루는 모든 존재들이 간직하고 있는 신비함을 자연의 언어와 목소리로 들려 준 미국 태생의 생태주의자이자 자연주의자 배리 로페즈가 남긴 <북극을 꿈꾸다>는 1986년에 출간 된 책으로 이 책을 펼치면 첫 장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생에 한 번 쯤 기억된 대지에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

자신이 경험한 특정한 대지에 넋을 놓아야 한다.

가능한 모든 방향에서 바라보고 경탄 하고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대지의 매 계절을 매만지고 그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상상을 해야 한다.

대지의 생명들과 숨죽인 바람의 모든 움직임을 상상 해야 한다.

달의 광휘와 황혼과 여명의 모든 색깔을 기억해야 한다.

-N.스콧 모마데이

어느 여름 밤, 친구와 함께 알래스카 브룩스 산맥 서쪽에서 야영을 하던 중에 텐트를 친 산등성이에서 서북극 카리부 무리의 번식지 남쪽에 펼쳐진 툰드라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동물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베리 로페즈가 목격한 생명체들은 새끼가 든 굴을 홀로 지키는 일년 생 늑대가 아직 덜 자란 회색 아기곰과 대치하고 있었고,라플란드긴발톱멧새들과 마주치거나 흰 올빼미 두 마리가 두 눈을 감고 있는 둥지 앞을 지나거나 물떼 새들의 사나운 날개짓을 관찰하는 동안 길들 지 않는 생명체들의 강인한 생명력에 경이감을 느끼며 북극으로 향했다.

5년 동안의 북극을 탐험한 기록이 담긴 이 책 속에는 북극 대륙의 땅과 하늘, 바다의 사계절 속에 그곳에 서식하고 있는 큰곰, 사향소, 북극곰, 일각고래 그리고 새들의 대 이동의 순간을 지난 시대와 현 시대의 인간의 열정과 탐욕, 욕망으로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현재 남아 있는 생명체들은 어떤 모습으로 종족을 보존 시키는데 안간힘을 쓰는지 뛰어난 관찰력과 유려한 문체로 고요히 생동 하고 있는 경의로운 자연의 신비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냈다.

이 책에는 수많은 지형과 인명, 동 식물들의 이름들이 줄줄이 나오고 상세한 주석이 달려 있지만 지형을 보여주는 지도를 제외하고는 북극 땅에 살고 있는 동물과 식물, 생명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도판이 실려 있지 않다.

사진이나 그림 같은 부차적인 설명이 없어도 이 책의 첫 장을 여는 순간부터 미지의 동토 속을 찾아 모험과 탐욕의 역사로 시간 여행 하듯 빨려 들어가게 된다.

우리가 지각하는 세상은 우리 시야에 포착된 '자기 세계'일 뿐을 자연 생태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의 삶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이해 할 수 없다.

특히 다양한 매체와 기록, 책과 여러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보여지는 야생의 세계는 여러 학자들의 연구 결과물로 이들에 의해 동물들의 행동과 삶의 양상이 숫자로 축소 되거나 과장 되어 버렸다.

배리 로페즈는 학자들의 연구 결과물이 아닌 자신의 눈과 귀로 목격한 북극의 생태계를 이렇게 묘사했다.


[탁 트인 툰드라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어디에서나 완전한 모양을 갖춘 채 죽은 이파리들과 그대로 보존된 꽃잎들, 나뭇가지들, 몇 년 째 그대로 쌓여 있는 유기 퇴적물들을 보게 된다. 북극에서는 아주 적은 수의 유기체가 아주 짧은 기간에만 작용할 수 있어서 부패가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발 밑에 토양층의 깊이와 성질이 바뀐다.

따라서 토양에 따라 서식하는 동물과 식물의 종류가 달라지고 점점 줄어드는 태양 에너지에 적응할 수 있는 종이 줄어들면서 수가 감소할 것이다.마지막 까지 남은 녀석들은 추위와 어둠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거나 아예 활동을 멈춘다. 계속 가다 보면 결국에는 지렁이도 송장벌레도 없는 지역, 흙도 부패도 거의 볼 수 없는, 생명이라곤 없는 북극의 자갈 사막에 서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북극과 떨어진 대륙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1년의 주기는 사계절 또는 두 계절로 구분 하고 있지만 북극의 계절과 주기는 단 몇 주 사이에 지나가는 현상으로 겨울과 여름 이 두 계절 사이의 기온 변화가 전 지구의 온도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도시에 삶의 터전이 있는 이들에게 특정지역에서 살아가는 동물들 간의 먹이 사슬 관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툰드라 지역의 가장 큰 먹이 사슬인 사향소는 새들과 친밀하게 지내며 사냥을 하는데 도움을 받고 흰 멧새와 라플란드긴발톱멧새들은 사향소들의 털로 척박한 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튼튼한 둥지를 만든다.

사향소가 지나간 자리에서 북극토끼들은 먹잇감을 발견하고 토끼들이 파헤친 땅 속에서 얼음과 이끼를 뚫고 버드나무 순이 나와 나무로 성장한다.

사향소가 죽으며 온갖 곤충들이 달려들어 부패와 분해 되는 과정에서 새들의 먹이와 다양한 유기물의 양분으로 나눠진다.

하지만 지구 상에서 닥치는대로 사냥하고 포획하는 인간의 눈에 땅 위에 군림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먹잇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다며 얼음 덩어리 위에 홀로 앉아 있는 새하얀 북극곰의 모습은 곧잘 여러 매체에서 자주 보고 있으면서도 정작 이 북극곰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거의 없다.

북극 가장 자리에 살고 있는 북극곰이 해빙 테두리와 해수면 대륙 해안에서 사냥으로 먹고 살고 있는 얼음곰이자 민첩한 사냥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수컷의 정교한 사냥 솜씨는 인간이 만들고 개발한 최첨단 기기보다 정교하고 암컷이 파놓은 굴은 인간이 얼음 땅 위에 절대로 세우지 못할 정도로 최첨단 보온 구조로 지어졌다는 사실도 직접 눈과 발로 관찰하고 기록한 배리 로페즈를 통해 알게 되었다.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행동을 하며 한 계절 한 계절 지혜롭게 삶의 고비를 잘 넘긴 북극곰의 생은 30년 정도로 인류학자들과 동물학자, 생태학자들은 곰의 습성이 인간의 습성과 거의 비슷하다는 말을 한다.

억척스럽고, 끈질기고, 이해가 빠르고 지극히 현실적인 북극곰처럼 선사시대부터 인류는 무언가에 사냥 당하는 공포가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고 세기를 거듭해서 진화하는 동안 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생태계를 포획하고 사냥하며 수 많은 개체수와 종을 멸종 시켜 버렸다.

사라지는 멸종 동물을 보존하려고 표식을 확인하고 테이터를 기록하고 위성용 위치 추적 목줄을 채우기 위해 마취제를 투입하는 이런 모든 과정 역시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보호 하지 않으면 인간들이 모두 멸종 시켜 버릴 것이다.

수렵 사냥꾼은 단순히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짐승을 죽이고 그 짐승의 모든 종을 잡아 먹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였다.

숨을 쉬며 살아 가는 공간에서 함께 공존 하며 서로 분리 되지 않은 조화와 균형을 맞추며 살아갔지만 오랜 세기 동안 인류는 이 사실을 잊고 살았다.

게다가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일이 아닌 이상 자신들의 삶과 관련 없다는 생각으로 무분별한 살상과 사냥 포획으로 자연의 생태계는 처참하게 파괴되고 있다.

(c)The Icebergs, 1861, Frederic Edwin Church


1859년 뉴펀들랜드 앞 바다 항해를 나섰던 풍경화가 프레드릭 에드윈 처치는 자신의 두 눈으로 목격한 빙산을 스케치를 들고 뉴욕 작업실로 돌아와 완성한다.

왼쪽으로 급격하게 솟아 오른 빙산 일부처럼 보이는 전경의 얼음 바닥이 그림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그림은 화가 처치가 그림 맨 아래에 '이상한 초자연'이라는 글귀를 적어 놓을 정도로 그가 본 빙산은 거대한 빙산들 중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해수면의 온도에 따라 이동하는 빙산들은 평소에 물에 잠겨 있다가 비 바람이 불고 해수면이 요동치면 모습을 드러내는데 마치 육지에 있는 거대한 절벽의 모습이 되었다가 계곡처럼 한 가운데가 푹 파여져 있거나 소용돌이 치듯 자잘한 얼음 조각으로 부서져서 물보라처럼 눈 앞에 펼쳐지기에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떤 사람들에게 그저 텅 빈 것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는 것처럼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무수히 많은 생명 모두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 어떤 문화와 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지도 않다.

인간의 지성과 지혜가 닿지 않는 곳에는 말과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땅다람쥐를 찾아 땅을 파헤치는 툰드라의 회색곰을 사냥하는 늑대,살육의 무시 무시한 현장 속에서도 결연하게 둥지를 지키는 해변 종다리들이 공존 하는 모습에서 땅 위의 생명체들의 숨소리 바다 속을 유영하는 거대한 생명체,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아 다니는 어마 어마한 군락의 철새 무리들까지 5년 동안 북극을 탐험하고 기록한 베리 로페즈의 <북극을 꿈꾸다>는 매 페이지 마다 경이로운 자연과 생명체를 만나게 되고 인간의 탐욕적인 욕망과 지난 역사 속의 모험과 탐험으로 인해 파괴된 원시 자연의 안타까운 모습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져 있다.

지난 세기 서구 열강 세력들은 앞다퉈서 사냥을 하듯 대륙과 대륙 사이, 바다와 섬 사이를 마구 잡이로 지배하고 짓밟으며 폭력적으로 포획하고 날 것으로 집어 삼켰다.

이런 약탈과 살육의 시간 동안 멸종된 동 식물 개체군 만큼 사라진 원주민과 피지배 식민지 사람들은 지구의 생태계가 몇 백 번 바뀌어도 영원히 살아 돌아 오지 못한다.

미 개발된 대륙과 바다를 차지 해서 부를 키우고 세계의 모든 자원을 포식하는 동안 지구는 점점 뜨거워져서 이전 시대에 인간의 몸과 뼈를 살찌우게 만든 식량군들도 사라지고 있다.

야만적인 살육의 인간의 손에서 살아 남은 자연과 생명체들이 과연 언제까지 버텨내고 생존 할 수 있을까?

반 세기 전 배리 로페즈는 북극을 여행하고 탐험하는 동안 마주한 북극은 선명한 석양과 오로라가 펼쳐진 곳으로 겨울의 북극 하늘은 오래 도록 새벽과 어스름의 색깔들을 지니고 정오 즈음에 남쪽 하늘이 잠깐 밝아지면 얇디 얇은 노란 금색 줄과 익숙한 연보라색 위로 짙은 푸른색과 멍든 것 같은 자주색, 여러 층의 짙은 보라색이 지평선 위 80도까지 펼쳐지는 광경을 바라 보며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그 너머에 있는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에 고개를 숙였다.

도시에 살고 있는 도시 유목민들의 시야에는 보이는 것이라곤 건축물과 도로, 자동차 물결들 뿐이지만 북극의 봄과 가을의 일출과 일몰 사이의 풍광은 장미색, 담홍색, 엷은 청록색, 살구색, 진청색이 어우러지고 그 사이 사이 선명한 빨간색과 주황색, 노란색이 스며있다.

학부 시절에 노르웨이에서 오로라를 본 적이 있다.


부활절 방학 시기였던 3월 늦은 저녁부터 시작된 빛의 향연은 하늘에서 파스텔 톤의 빛의 세기가 넓게 퍼지더니 자정 즈음에 땅 속 깊은 곳 까지 노란색이 스며들어서 시간이 흐를 수록 서서히 태양 빛에 반사되듯 짙은 주황색으로 주변을 밝히기 시작했다.

가볍게 하늘과 땅 위를 가로지르는 빛과 색이 빚어낸 거대한 장막이 펼쳐지는 현상을 두 눈으로 보는 순간 자연을 향한 경외심이 솟구쳐 올랐다.

1986년에 배리 로페즈가 북극을 탐험한 곳과 현재의 북극의 모습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몇 세기의 것이든 불과 몇 년 전의 것이든 눈을 떼고 멀리 바라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땅과 하늘 그리고 바다는 하나의 모습으로 지구 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점처럼 이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고 있지 않은 또 다른 대륙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진과 해일 그리고 재난의 모습을 리모콘으로 돌려 보다 일 순간 정지 시키는 장면처럼 스쳐 지나갈 뿐이다.

지구 상에 모든 생명체들은 단 하나의 땅과 바다를 공유하는 하나의 개체군으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받아 들여야 하지만 약육강식의 인간 세계에서 한 국가와 한 개인의 도덕적 책임감 만으로 무너져버린 생태계를 구해 내지 못한다.

환경 보존과 보호는 어쩌면 영원히 답이 없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쳐 버릴 지라도 인간의 삶은 미지의 영역을 끊임없이 헤엄치고 탐험하며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갔듯이 인간의 삶이 땅과 바다에 맞닿아 있는 한 우리 모두 이 모순되고 불공평한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 공간을 초월하는 땅에서 솟아나는 생명 그 이상에 대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꼼꼼한 관찰력과 경이로운 현상을 시적인 문체로 서술한 배리 로페즈의 <북극을 꿈꾸다>는 척박한 도시 속 유목민들에게 4만년 동안 살아 숨 쉬었던 대지 위에서 어떻게 하면 모든 인류가 현명하게 공존하며 살아 갈 수 있을지 반 세기 전 북극의 대지 위를 거닐며 사유하고 꿈꾸고 상상한 한 인간의 통찰력이 담긴 사유물이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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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26 0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극 얼음도 빠르게 녹고 있겠지요 지금도... 1986년엔 좀 달랐겠습니다 그때도 기후위기 말한 사람 있을 텐데, 그런 걸 왜 더 빨리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니 지구가 따듯해진다는 건 19세기에도 알았던 것 같던데... 그때는 조금씩 달라졌겠지요 지금은 아주 빨리 바뀌는군요 브라질은 무척 덥다가 비가 많이 왔다고 합니다 북극 남극이 얼음 빙하 다 중요한데... 지구는 이어져 있고 그런 게 다 영향을 미치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네요


희선

2024-03-29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랜섬은 보자마자 방금 그녀가 드러낸 유약함은 금세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다시 몸을 바로 세웠고 황막함 속에서도 꿋꿋했다. 그녀 얼굴의 표정은 영원히 그와 함께 남을 터였다.'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 중에서


미시시피 출신의 변호사로 남북전쟁에 참전한 보수주의자인 베이질 랜섬은 자신의 먼 친척이자 여성 참정권 운동가 올리브 챈슬러의 초대를 받아 보스턴에 온다.

그는 이곳에서 여성의 고난에 대해 연설 하는 보스턴 시 캠브리지의 돌팔이 의사의 연약하면서 매혹적인 노예 폐지론을 주장하는 딸 버리나 타란트에게 한눈에 반한다.

버리나에게 반한 것은 랜섬만이 아니었다.

올리브 챈슬러 역시 '새로운 사상'과 비전을 보여주는 버리나의 말과 행동에 홀려버린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중심축은 여성 참정권 운동이 벌어졌던 19세기 보스턴을 배경으로 세 남녀의 삼각관계 속에서 야기되는 충돌과 갈등에 관한 이야기 이지만 서사 전체를 움직이는 건 남북전쟁 승리로 기세 등등한 북부인들과 굴욕적으로 패배한 남부인들 사이에 극한의 대립 속에서 여성과 남성의 가치관과 사상의 충돌,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며 사회 개혁을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들과 변혁의 조류와 가치관의 변화 속에서 굳건하게 자신들이 살아 왔던 방식을 고집하는 보수주의자들의 끝도 없이 밀고 당기는 긴장감이다.


184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헨리 제임스의 가문 사람들은 끊임없이 전 세계를 유랑하며 새로운 시대의 사상과 조류를 쫓았던 사람들로 그의 아버지 헨리 1세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시대의 변혁을 위한 사회 개혁과 새로운 사상을 불어 넣어 주었다.

헨리 1세는 보스턴의 보수주의자들 틈에서 가장 먼저 노예 해방을 주장하며 노예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모금 운동을 시작했고 흑인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학교 설립과 당시에는 존재 하지 않았던 남녀 공학 학제를 추진했다.

헨리 제임스의 형들 모두 남북 전쟁 당시 군에 입대해서 최초의 흑인 연대를 지휘한 로버트 굴드 쇼 연대장 부관으로 군복무를 했지만 심각한 중상으로 겨우 목숨을 구하고 살아 돌아 와 아버지의 지원으로 플로리다 주의 농장을 구입했다.

큰 아들은 백인 주인의 악랄한 폭력으로 도망간 노예들을 농장에 고용해서 미국 남부에서 처음으로 품삯을 지급했지만 경영능력이 미숙해서 사업에 실패했다.

남북전쟁이 끝난 후에도 전쟁에 패배한 남부인들은  여전히 노예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불법으로 노예들을 감금하고 노동을 시켰던 시대에 헨리 제임스 가문은 온갖 협박에 굴하지 않고 용감 하게도 노예들이 미국 사회에 정착 해서 인간 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행동으로 실천했다.

시대 변혁의 중심에 있었던 제임스 가문 사람들은 심리와 철학 사상 뿐만 아니라 연금술과 심령술에도 심취해서 평생 동안 강신술을 신봉하며 채식 식단을 죽기 전까지 고집했을 정도로 양면성을 보였다.

제임스 가문 사람들 중에서 가장 냉철한 지성과 현실주의적 비관론자인 막내 헨리 제임스는 자신의 가문 사람들을 가장 뻔뻔하고 공허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1913년 일흔 살 생일을 2주 앞둔 헨리 제임스는 자신의 형수이자 일기 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앨리스 제임스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다.


'사실, 앉아서 잘 생각해 보면 케임브리지의 이상함은 그 메마른 황량함으로 요약되는 것 같군.'


헨리 제임스가 살았던 시대의 미국 땅은 지적으로 메말라 있었고 마음은 공허 할 정도로 황량해서 온갖 새로운 사상의 조류에 휩쓸리며 세련된 외모와 좌중을 휘어 잡는 연설가들의 연설장을 따라다니며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열광하며 이들의 세력에 합류해서 여론 몰이로 정치적 선동에 앞장섰던 언론들이 쓰레기 같은 말들을 쏟아 냈던  시대였다.

헨리 제임스는 <보스턴 사람들> 이라는 작품에서 수도 워싱턴이 세워지기 이전에 미국 땅에 가장 먼저 둥지를 튼 보수주의자들의 정착지였던 뉴잉글랜드의 <보스턴> 지역을 중심으로 시대의 변화를 몰고 오는 사상이 어떻게 출판과 연설로 수익을 벌어 들여 그럴듯하게 보이는 이미지와 상품으로 맞바꿔서 오로지 신문에 실리는 것이 행복한 삶, 안정된 미래를 보장 할 수 있는지 자신이 창조한 인물인 진보 사상가 올리브의 입과 버리나의 행동 그리고 이들의 사상을 글로 써서 이윤을 챙기는 랜섬의 모습을 주도 면밀하게 탐구 했다.

헨리 제임스는 여성의 참정권이나 자유가 없었던 시대에 페미니즘 사상과 신분 해방, 물질 만능주의를 추구 하는 자본주의 사상을 <보스턴 사람들>을 통해 왜곡된 말과 사상이 인간의 현실을 어떻게 어지럽히고 착취하는지 이 연설자에게서 저 연설자로 떠다니며 구름 같이 모여든 대중의 시선에서 터져 나오는 죽은 구호 같은 메아리가 어떻게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뒤흔들어서 사회가 진보 했는지 당대 넘쳐 났던 거짓 사상가들과 선동가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펼쳐 보인다.



'랜섬은 북적거리는 찰나에도 환각을 보았다. 가시처럼 수많은 칼에 찔리거나 섬뜩한 불길에 휩싸여 그때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다면, 그녀 답게 , 여주인공 답게, 일말의 전율도 없이 달려나가 죽음을 맞았을 거라고.'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은 출판 당시에도 인기가 없었고 세기를 훌쩍 넘기고도 판매량이 치솟았던 적은 없었다.

출간 당시 이 작품에 대한 여러 혹평이 쏟아졌지만 헨리 제임스는 기성의 관습과 고루한 사상을 고집하며 현란한 혀와 펜을 움직이는 평론가들의 비판에 어떤 상처도 받지 않고 꾸준히 자신이 추구하는 사상과 철학을 담은 소설과 평론을 썼다.

그의 희곡 작품 출간을 줄기차게 거절했던 어느 예술 협회 위원회는 말년에 접어든 헨리 제임스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다.


'사람들은 귀하가 쓴 예술 작품을 원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책을 통해 실질적인 조언과 도움을 얻기를 바랄 뿐이지 귀하의 작품을 읽고 종교적, 정치적, 철학적 신념까지 바꾸지 않습니다.

그러니 귀하께서는 피상적이고 오도 할 가능성이 높은 글은 더 이상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편지를 받은 헨리 제임스는 답장에 이렇게 썼다.


'나는 삶과 문학에 대한 관점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우리 문학의 형태가 훌륭해지는 건, 바로 그 범위와 다양성, 가소성과 거침없음, 개인적 행위자의 진지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험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믿을 뿐입니다. 삶을 만들고 흥미를 만들고 중요성을 만들어서 우리가 고려하고 적용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예술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의 힘과 아름다움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없고 인간의 삶과 사상을 확장 시킬 수 있는 건 소설이 유일합니다.'

-헨리 제임스

1분 안팎의 짧게 편집 된 '숏폼' 영상의 미끼성 전략에 현혹되어   다양한 콘텐츠를 더 보고 싶은 욕망을 건드리는 자극적인 영상이 대세인 시대에 700페이지 분량의 책을 몇 날 몇 일 씩 읽는 이들이 드물다.

국내 한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숏폼 평균 시청 시간이 월평균 46시간 29분으로 조사 결과 4명 가운데 3명이 숏폼을 보고 있고, 시청 시간이 늘고 있다고 답한 경우도 응답자의 30%에 달했다.

이 조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사람들은 무료한 시간을 보낼 때도 우울해지고 힘들 때도 잠들기 전에도 출 퇴근 길에도 수시로 숏폼 영상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TV 채널을 1분마다 계속 돌리는 것처럼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가 무궁 무진한 숏폼에 중독되면 말과 행동에도 깊은 영향을 끼쳐서 영상을 보지 않으면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상태가 될 수 있다.


'신문에 실리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며 까다로운 사람들이나 그 특권에 따라붙는 단서를 따진다는 믿음이었다. 이 천진 난만한 시대의 아들들에게 인간과 예술가 사이의 모든 구분은 이미 존재 하지 않게 된 지 오래였다. 작가는 사적이었고 인간은 신문팔이 소년을 위한 먹이였고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들이 참견할 문제 였다.'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 중에서


2024년 누군가 <서울 사람들> 이라는 소설을 쓴다면 어떤 인물들이 등장하게 될까?

4월 총선거를 앞둔 현재 드라마,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한 현실이 우리 눈 앞에서 실시간 벌어지고 있다.

모호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치적 구호와 선전, 선동 그리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파업과 투쟁을 일삼는 단체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진보하고 살고 있는 인종도 사람도 바뀌어도 결코 바뀌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그는 대비되는 인간의 운명을 생각하며 이를 약간 갈았다. 이 폭신한 여성적 둥지에 앉아 있자니 자기는 집도 없고 잘 먹지도 못한 느낌이 들었다.'


암담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태어난 이상 희망을 져버릴 수 없기에 몇 세기 전의 지식인들이 쓴 책들을 읽으며 말의 홍수, 영상의 시대에 새로운 통찰력을 가져다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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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4-03-04 14: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헨리 제임스가 그렇게 지루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요 책도 그러한가요??

scott 2024-03-04 14:38   좋아요 2 | URL
저는 10대 때 헨리 제임스 책 읽다가 이렇게 지루 할 수 있을까?
했었는데..
사회 생활에 찌들려 보니
제임스옹은 선견 지명을 갖춘 예지적 능력의 작가 였음요 ^^

물감 2024-03-04 14:43   좋아요 2 | URL
아이고ㅋㅋㅋ 혹시나는 역시나군요... 책이 이뻐서 혹했는데 다시 생각해봐야겠슴다ㅋㅋㅋㅋ

북깨비 2024-03-05 00:40   좋아요 1 | URL
저는 그런 소문 들은 적은 없지만 이제 소문을 들었으니 다시 생각중이에요 ㅋㅋㅋㅋ 저도 표지가 예뻐서 북친님들 리뷰 검색중이었지요. 그럼 저는 좀 더 많은 리뷰를 기다려보는 걸로.

scott 2024-03-05 11:30   좋아요 3 | URL
물감님 취향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저는 전적으로 흥미 재미로 읽는 책도 있지만
고전은 쉽게 읽혀지지 않아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헨리 제임스 책이 영미권 사람들에게도 큰 인기가 없는 건 문체와 어조 스토리 전개 방법이 흥미진진하게 전개 되지 않아서 이지만(때로는 설교처럼 읽혀짐)
오히려 현 시대에 문제와 갈등의 일어나고 있는 페미니즘, 동성애, 쇼비지니스, 쓰레기 기사로 도배되는 언론, 얇팍한 상술로 먹고 사는 나팔수들까지 현 시대를 예견 한 것 같은 사회 양상과 지식인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scott 2024-03-05 11:31   좋아요 1 | URL
네 다른 분들 리뷰 올라 오겠죠
깨비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북깨비 2024-03-09 18:05   좋아요 1 | URL
결국 사고야 말았습니다 ㅠㅠ

scott 2024-03-09 23:39   좋아요 1 | URL
깨비님 이 책은 고전으로 평가 받는 이유가 있고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요즘 시대와 겹치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단 문장이 길고 장황해서 이 고비만 넘기면 ^^

희선 2024-03-05 0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지는 않았지만, 《나사의 회전》 이 소설 제목은 아는군요 헨리 제임스 소설이 그 시대에 읽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니, 그래도 헨리 제임스는 자기 글에 자신 있어 보입니다 소설이 사람한테 영향을 미치리라고 믿는 것 같네요

집안 사람이 열린 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그러면서도 연금술이나 심령술 강신술을 믿은 사람도 있었다니... 사람 마음이 약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scott 2024-03-05 11:32   좋아요 1 | URL
나사의 회전도 시대를 앞서는 작품이죠
장르물 분야에서 영화 드라마에서도 많이 패러디 되고 있고
헨리 제임스는 분명 저 시대에 맞지 않는 지식인이자 지성인으로 동성애와 페미니즘에 큰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진보적 사상을 갖췄으면서도 보수적인 사고는 유지했던 독특한 금수저 ^^

호시우행 2024-03-05 0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들은 종종 도서를 읽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럼에도 도전해서 완독한다면 뿌듯함을 느낄 듯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국, 미국 소설을 읽기에 앞서 두 나라의 역사를 먼저 이해하면 독서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미국 작가 헨리 제임스는 죽기 1년 전에 영국으로 귀화했어요. 그들의 고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scott 2024-03-05 11:35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안 읽혀지는 고전은 동시대 사회 문화 언어 정치적 배경을 섭렵한 후에 다시 집어 듭니다
세기의 고전이라는 타이틀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의 지성인들은 현재도 영국을 사상적 정신적 뿌리로 여기고 있습니다.

헨리 제임스 시대는 참으로 모순적인 시대로 노예제를 반대했던 지식인들도 집안에 하인을 부릴 때 흑일을 고용했습니다.
1960년대 중반 까지 미국 백인들은 흑인과 함께 버스를 타는 것도 식당에서 한 자리에 앉아 먹는 것도 금기 된 주가 많았죠
 
드립백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할로 베리티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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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를 뜯으면 은은한 꽃향기가 풍기고 30초씩 나눠서 두 번 드립을 150ml(200ml양은 예가체프 고유의 풍미를 느끼지 못함)으로 마시면 신맛과 단맛의 조화가 느껴집니다. 3월에 마시기 딱 좋은 예가체프 할로 베리,원두 알보다 드립백 원두향이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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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04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 샀는데, scott 님이 글을 써서 잘됐네요 그러고 보니 지난달에도 했군요 땡스투... 얼마 안 되지만... 삼월이어서 꽃인가 싶기도 하네요 지난달에 나오기는 했지만...


희선

2024-03-04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4-03-05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커피를 사려고 했더니 일시품절이에요 지난달부터 나왔으니 그랬겠네요 이 커피는 나중에 사야겠습니다 어제 새벽에는 있었는데, 어쩌면 그때도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쉬는 날이니 일시품절 표시를 못 했겠습니다 제가 사려는 책이 등록이 안 돼서 그걸 해달라고 해야 했는데, 그것도 어제 새벽에 썼어요 이 커피하고 사려고 했는데... 새로운 커피가 나왔지만, 사람이 없어서 땡스투는 못했네요 커피는 거의 모르는 사람한테 땡스투 했는데, 이번에는 못했네요 책만 사도 됐는데... 사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다니...

말했으니 이건 다음에 나오면 사야겠습니다


희선
 
















'무언가를 쓰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그저 머릿 속의 사그락거림에 불과하다.'

-이사벨 아옌데


칠레 출신의 작가 이사벨 아옌데는 매년 1월 8일 이면 새로운 작품을 쓰기 시작한다.

그녀는 플롯을 세우지도 않고 여러 날 동안 구상 했던 계획조차 없이 1월 8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물 한 컵과 커피 한 잔을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노트북 자판을 두드린다.

한 참을 두드리고 나면 그녀의 앞에 여러 인물들의 삶이 펼쳐져 있고 한 편의 이야기가 완성되면 자신의 저작권 에이전트에게 원고를 보낸다.

저음의 편종은 그의 외투

찢어진 그래서 빨간 글자로 고친

이 오랜 신은 헤어지고 닳은 채 일어서서

안개를 향해 박수 치고 주먹을 날리며

강림절의 종을 울린다.

​-<굿바이, 부다페스트> 중에서



투비컨티뉴드에 2023년 6월 9일 첫 창작 소설

-그해 여름의 수수께끼-https://tobe.aladin.co.kr/s/5871를 완성하고 나서 6개월이 지나서 2024년  두 번째 창작물 <굿바이, 부다페스트>를 2월 1일부터 쓰기 시작했다.


​-굿바이, 부다페스트

https://tobe.aladin.co.kr/s/9373


나의 하루 수면 시간은 5시간을 채 넘지 않는다.

아침 출근 길에 나서자 마자 사회라는 챗바퀴 속으로 들어 가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노트북의 전원을 켜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3-4시간 정도 뿐이다.

세상의 모든 생물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은 정확하게 24시간이다.

이 시간 안에 유충에서 번데기가 되어서 날개 짓을 펴고 하늘을 나는 나비가 되고, 하루 반나절 동안 울어 대는 매미들도 8일 동안의 생을 다하기 위해 강렬한 태양 빛을 받으며 울어댄다.











'살기 위해 읽고 쓰고 번역하는 동안 나는 마흔 일곱이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만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리디아 데이비스


이 세상에서 한 곳에 오랫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업 중 하나는 창작이고 그 작업은 바로 글쓰기다.

글을 쓰는 동안 한꺼번에 이것 저것을 향해 팔을 뻗을 수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다.

쓰는 동안엔 오로지 노트북 한 대를 마주 보며 쉼없이 양손을 움직여야 한다.

창작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망상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흥미로운 것들은 이미 다 책으로 나와 있으므로 내겐 독창적인 글감이 아무것도 없다.

-지금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글은 좀 더 나중에 시작할 것이다.

-언젠가는 쓸 것이다.

-내 글을 누군가가 읽는다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오르한 파묵은  수개국어로 자신의 책이 널리  번역 출간 되고 나서도 지금까지 모눈지로 된 노트에 손으로 글을 쓰고 맞은편 페이지에는 수정할 사항을 적기 위해 비워둔다.

몇 년전 오랜 투병으로 세상을 떠난 작가 힐러리 맨텔은   맨 부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작품 튜더시대 역사 소설 3부작을 집필하는 동안 수시로 떠오르는 것들을 메모해 놓은 종이가 천장 높이까지 가득 차있었다.

영국 작가 앤서니 트롤럽은 매일 5시에 눈을 뜨면 30분 후에 책상 앞에 앉아서 8시 30분까지 시계를 맞춰 놓고 15분당 250단어를 지속적으로 써서 살아 생전 동시대 소설가 중에 가장 많은 양의 작품과 분량을 완성했다.


<굿바이, 부다페스트>

1화 '비밀의 사제관'

https://tobe.aladin.co.kr/n/149538

2화 이슈트반 저택의 이방인들

https://tobe.aladin.co.kr/n/152393

3화 토끼섬의 고아들

https://tobe.aladin.co.kr/n/155186


4화 불행의 씨앗

https://tobe.aladin.co.kr/n/158203


5화 황태자의 야간 특급 열차

https://tobe.aladin.co.kr/n/161200


1화 비밀의 사제관의 글자수는 총 6889자로 2화 이슈트반 저택의 이방인들의 글자수는 8716자를 넘겼고  3화 토끼섬의 고아들, 4화 불행의 씨앗, 5화 황태자의 야간 특급 열차까지 회당 평균 글자 수 8천자를 쓰고 있다.


2월 1일 부터 연재를 시작한 <굿바이, 부다페스트>의 시대 배경은 1914년으로 격동의 20세기 유럽 전역을 뒤덮은 혁명과 반혁명의 조류의 풍랑 속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가문 이슈트반을 중심으로 역사의 수레바퀴와 맞물려 움직이는 이들의 삶과 운명을 대서사드라마를 펼쳐 볼 예정이다.



'독자의 관심을 즉각 이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면 열정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작가들은 종종 성공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열정 뿐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퓰리처 상을 비롯해 미국의 유수한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필립 로스는 살아 생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매일 새벽 5시에 깨서 잠이 오지 않고 일을 하고 싶으면 일을 하러 나갑니다. 마치 의사가 응급실에 호출을 받고 구급차에서 실려 나온 환자상태를 보러 가는 것처럼 저는 쓰고 싶다는 어떤 의지에 이끌려서 불려 나가듯 서재로 건너가 책상 앞에 앉습니다.

응급 의사도 환자도 저 밖에 없으니 매일 새 하얀 종이를 채워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필립 로스




나는 지난 시절 케이블을 타고 부다 언덕에도 올라갔고 페스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를 활보 하는 동안 어느 날 이 도시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게 되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고 언젠가 쓰기 위해 움직일 때마다 메모나 기록조차 하지 않았다.


살다 보면 심장 속에서 머릿 속에서 꿈틀거리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을 글로 쓰지 않으면 어느 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 이야기는 어느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쓸 수 없고 내가 아니면 아무도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투비컨티뉴드에 매일 글을 쓰면서 생각과 행동을 정리하며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혼돈의 상황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https://tobe.aladin.co.kr/t/scott

글을 쓰면서 나는 이전 보다 더 의식을 또렷하게 하고 나만의 속도로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글을 쓰는 법, 수업은 이 세상에 넘쳐 나고 영상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쓰는 법을 귀로 눈으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문장을 써나가는 건 귀로 눈으로 듣고 보고 터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쓰고 싶은 종류의 글을 읽고 공부 하면서 한 문장 씩 써나가는 것이 유일한 글쓰기 비법이다.

나는 이제 쓰기 위해서 책을 읽고 있고 쓰기 위해서 공부하고 있다.

한국에서 살았던 시간 보다  외국에서 살았던 시간이 더 많았던 나는 외국어 실력에 따라 삶의 많은 부분이 변할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했기에 새롭게 헝가리어 공부를 시작했다.










2월 1일부터 쓰기 시작한 <굿바이, 부다페스트>는 총 50화 완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50화가 끝나면 2024년 한 해가 끝이 난다.

영상물과 독백으로 넘쳐 나는 시대에 나는 더 이상 유툽이나 OTT 채널에 시간을 허비 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나름의 고난의 산길이 있고 글을 쓰는 동안에도 매 순간 고통과 고난의 벽에 부딪치게 된다.

어느 누가 쓰라고 강요도 명령도 부탁도 하지 않았지만 내 삶의 두 개의 채널 중 하나인 글쓰기 작업은 이제 내 삶의 소명으로 날마다 쓰면서 나의 경험, 기억, 추억을 하나의 문장, 한편의 글에 농축 시켜 나가고 있다.

그렇게 한 편 씩 완성한 이야기들 쓰기 위해서 매일 꿈을 꾸고 기억하고 상상하다 보면 어느 새 나만의 창작의 옷장 속에 빼곡하게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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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3-01 0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 끝나고 돌아가는대로 읽을겁니다~

2024-03-01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24-03-01 0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존경합니다. scott님^^

2024-03-01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1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망고 2024-03-01 0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헝가리어까지👏👏👏👏아침에 눈뜨자마자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편 때린 저는ㅠㅠ 공부하고 글쓰는 스콧님 존경스럽습니당

2024-03-01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1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1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망고 2024-03-01 12:08   좋아요 1 | URL
ㅠㅠ

희선 2024-03-03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해 동안 쓰실 거군요 대단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해 나가면 끝이 나겠습니다 조급하게 여기지 않고 해야겠네요 scott 님 글을 쓰는 시간이 즐겁기를 바랍니다


희선

2024-03-03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4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4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쩌다냥장판 2024-03-05 1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50화까지였군요 몰아볼 생각을 했더니 올라오는 데로 읽어야 겠어요 뒤가 넘 궁금해져서 연재는 급한 성격이라 몰아보는걸 선호하는데 틈틈이 읽어 볼께요
와 근데 영어에 일어에 이번엔 헝가리어 까지 진짜 대단하세요 전 냥이들 케어한다고 잠을 두세시간인데 ㅋㅋㅋㅋ
 
풀코스 창작론
미우라 시온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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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대학 문학부에서 연극을 전공한 작가 미우라 시온은 졸업을 앞두고 출판사에서 편집 보조일을 하던 중 그녀의 글쓰기 재능을 발견한 편집자의 권유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2000년에 발표한 첫 장편<격투 하는 사람에게 동그라미>는 원고를 들고 가자마자 편집자가 그 자리에서 단행본 출간을 결정 했을 정도로 신인의 미흡함이 거의 없는 흡인력이 대단한 작품으로 출간 즉시 단숨에 독자들을 사로잡아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미우라 시온은 습작 시절이나 출간 거절의 경험 없이 곧장 베스트 작가 대열에 들어가서 2006년에 발표한 장편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 했고 2012년 <배를 엮다>로 서점인들이 주는 대상을 차지 하며 문학성과 대중적 인기를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이후 발표하는 장, 단편 작품들 모두 여러 문학상을 휩쓸며 데뷔 5년 차 부터 단편 소설 부분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굵직한 문학상을 두루 심사하며 데뷔 20년 만에 2020년 나오키 상 심사위원으로 위촉 되었다.

미우라 시온은 20년이 넘는 창작 기간 동안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소설 뿐만 아니라 일상에 대한 에세이, 여행기, 서평집을 출간하며 데뷔 이후 꾸준히 다양한 장르의 글을 출간하고 있다.

이 정도의 글쓰기 살력이라면 당연히 창작론, 작법서를 출간해도 될 정도이고 주변의 강력한 바램으로 드디어 전방위적인 글쓰기 실력으로 무장한 미우라 시온의 <풀코스 창작론>에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창작의 비결을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 했다.

미우라 시온은 가장 먼저 창작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우선 순위에 '퇴고'를 '풀코스 창작론'의 첫 번째 접시에 담았다.

창작물을 완성본으로 세상 밖으로 내놓기 전에 반드시 여러 번 해야 하는 건 '오탈자' 수정으로 작가들 대부분 자신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야가 좁기 때문에 원고를 여러 번 수정하고 퇴고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두 번째 코스 접시에 담기는 건 '매수 감각'으로 그녀가 제시하는 단편의 기준은 원고지 60매다.

이 분량을 단숨에 쓸 수 있는 창작자들이 있을 테지만 쓰지 못하는 이들은 매일 원고지 10매를 채울 정도의 끈기와 성실함,포기 하지 않는 근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원고지 10매는 A4 용지 10장 분량으로 보통 출판사에서 소설이나 에세이를 의뢰하는 기준이 150매(소설), 20매(에세이)다.

단편 소설 신인 응모작의 기준이 50-60매이니 창작자는 원고지 1매에 어느 정도의 스토리 분량을 담을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연습, 쓰고 또 써야 한다.

작가가 강조하는 매수 분량 감각을 키우는 연습이 왜 중요하냐면 아무리 정교하게 구성한 스토리도 매수에 차지 않으면 스토리의 전체적인 서사와 균형이 맞지 않고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도중에 툭 끝이 나기 때문이다.


창작 코스 세 번째 접시에 담기는 건 '단편 소설'의 상황과 감정을 문장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이야기의 영감이 떠오르는 방식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눠진다.

  1. 등장 인물 간의 대화, 처한 상황등이 떠오른다.

  2. 등장인물에 관한 정보나 내용이 아닌 어떤 감정이나 작품의 분위기, 주제 같은 것이 떠오른다.

미우라 시온은 글을 쓸 때 2번에 해당되는데 단편의 경우 도입부의 시작이 결말까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결말을 구상했다면  구성 단계부터 지나치게 세세하게 묘사하지 말아야 한다.

허구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에게 현실감을 불러 일으키려면 머릿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문자화 시키지 말고 그려내고 싶은 감정이나 주제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장면을 구성해서 적절한 위치에 배치해서 이야기의 흐름을 유려하게 이끌고 가야한다.

60매 기준의 단편은 도입부(독자들을 단숨에 작품 세계로 끌어당기는 부분)-심장(이야기 전개가 물살을 타는 부분)-결말(여운을 자아내거나 웃음, 슬픔, 연민의 감정으로 마무리)인 3단 구성으로 진행 마무리 해야 한다.

그럼 네 번째 창작 코스 접시에 담겨진 미우라 시온의 단편 <작은 별 드라이브>의 첫 도입부를 읽어보자.


[정말로 물정 어둡게도, 나는 가나의 죽음을 한동안 알아채지 못했다.]


첫 문장을 읽은 독자들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1인칭 시점, 화자의 감정을 어렴풋이 알아채고 <가나>라는 사람의 죽음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 다음 이야기의 중심부를 읽어 보자.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길 가다 만나도 유령처럼 서로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가는 대부분의 사람들, 그들에게 나는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고 내게 있어 그들도 마찬가지다. 밤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벌써 저승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유령-죽은 사람-밤의 거리-저승 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첫 도입부에 등장한 화자인 '나'와 '가나'라는 두 인물 중에서 누군가는 유령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 날까?


[가나에게 남은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젠가 옅어질까? 감정이 사라지면 가나도 완전히 사라질까? 그런 날이 빨리 오길 바라는 것 같기도, 내 심장 박동이 멈출 때까지는 사라지지 않고 있어주길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두 가지 마음을 품은 채 별 하늘 아래서 차를 몰았다.]


읽혀지는 이야기마다 각기 다른 리듬이 있는데 첫 문장에서 시작된 리듬이 이야기의 실타래를 따라 마지막 결말에 다다랐을 때 여운이 느껴지게 되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면 독자들은 다시 맨 첫 페이지로 돌아가 책장을 넘기게 된다.

미우라 시온의 창작 풀코스는 퇴고 부터 시작해서 매수 감각 능력을 키우는 것, 단편의 완성도를 높이는 법으로 진행되어 시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창작자가 자신의 이야기 속에 매몰 되어 시야가 좁아져 이야기 전체의 흐름을 일탈 하지 말아야 할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장편의 매수는 1000매가 기준으로 이 정도 분량에서 시점을 정확하게 선택하지 않으면 전체 이야기가 무너져 버린다.

따라서 미우라 시온은 일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시작 할 때 상황 별, 장소별, 인물 별 묘사를 뒷받침해 줄 양념 같은 요소를 알려준다.

소설을 쓰는 방법은 저마다 제각각이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과 형식이 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요령이 있어야 하고 말과 글에는 논리가 정연 해야 읽혀지기에 그저 어떤 규칙이나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두루뭉술하게 써나간다면 그 글은 한 편의 읽혀지는 이야기가 되지 못한다.

미우라 시온은 일본에서 작가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와세다 대학 문학부 출신으로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문학부에서 영화(시나리오)를 전공했고 오가와 요코도 같은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타 대학에 비해 와세다 대학 출신 문인들이 많은 이유는 이 대학에 특별 영상관이 있는데 이곳은 유명 고전 명화부터 영화사에 기록되는 훌륭한 영화나 영상 자료를 전부 볼 수 있고 아카이브 도서관까지 있어서 미우라 시온도 오가와 요코도 무라카미 하루키도 대학 시절에 엄청난 양의 영화와 영상물을 보았고 이는 후에 글을 쓰는데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미우라 시온은 영화를 통해서 장면 전환과 사건의 실마리를 부각 시키는 법과  대사 처리하는 법을  배웠고 거리나 실내를 묘사 할 때는 도로의 상태와 가구의 배치 위치등을 종이에 그린 후에 그 그림을 보며 글로 스케치하는 연습을 하며 터득해 나갔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단 한 번에 시작 한다 해도 원고지 20매를 채우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서 다양한 작품을 읽고 거리나 특정 장소에서 사람들이 어떤 대화를 하고 행동을 하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분석하라는 조언을 한다.

이런 습득 과정이나 연습 없이 곧바로 휘리릭 써내는 작가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읽어서 재밌는 글이 다른 이들이 읽어서 재밌어 한다는 보장이 없다.

소설가는 자신이 쓸 수 있는 주제와 인물의 형태가 잡히면 그 안의 세상을 창조 해나가야 하고 그렇게 완성된 글에 전체 스토리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제목을 제대로 붙여야 이야기의 생명력에 색깔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현재 미우라 시온은 연재 작업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는 즉시 검토와 수정 편집이 완성되면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작가로 출판계에서 흥행 보증 탑에 들어가는 몇 안되는 스타 작가다.

일본의 문학 시장은 연재의 시험대에 여러 명의 작가들 작품을 올려 놓고 독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지켜 보고 나서 정식으로 종이책으로 출간이 확정하는 시스템으로

이름이 잘 알려진 유명한 작가도 연재 제의를 주저 하지 않는 이유는 독자들의 반응을 실시간 확인하며 작가의 좁은 시야가 아닌 읽혀지고 팔리는 이야기를 완성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우라 시온이 대학 졸업 전에 완성한 첫 장편 <격투 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는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서점 주인이 어느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마라톤이 열리는 곳으로 달려가 눈과 귀로 경기 상황을 스케치하고 나서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원고를 처음 읽은 출판사 편집부는 출간을 결정하고 나서 여러 부분을 지적을 했다.

처음으로 글을 썼던 미우라 시온은 모든 걸 묘사해서 늘어지는 문장, 모든 걸 설명해서 지루해지는 문장,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문장을 쳐내고 잘라내고 수정하면서 문장을 지속적으로 다시 쓰고 또 쓰는 동안 불필요하게 이어진 여러 문단을 간결하게 줄여서 그 안에 상황과 인물의 심리, 이야기의 전개 방향을 한 번에 쓰는 법을 배워 나갔다.

작가는 그렇게 고쳐 쓰는 동안 등장 인물의 생각과 감정 , 행동을 떠올리며 독자는 이 문장을 어떻게 읽을지 상상하면서 쓰기 시작하자 묘사의 정도나 분량, 빈도를 조절하는 연습을 지금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허구의 이야기를 쓰는데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과 마음 자세로 글을 쓰는지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나와 다른 이들의 삶을 헤아리고 이를 글로 표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끈기가 창작을 하는데 가장 필요한 자질이라 생각한다.

한 인간이 실제로 경험 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적이고 자료 조사 할 수 있는 능력도 제한적이다.

따라서 글 쓰는 이들은 무한의 상상력을 펼쳐서 자신이 있는 장소를 너머 시 공간을 넘나들며 타인의 인생을 제 2의 창작의 시선으로 보며 쓸 수 있어야 한다.

스포츠, 음악, 수학 같은 경우 어린 시절 부터 뛰어난 재능을 발휘 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십 대 나이에 영원불멸한 작품을 써내는 이들은 극 소수 이고 십 대 초반부터 출판 시장을 장악하는 이야기를 써내는 작가들 역시 드물다.

글을 쓰려면 가장 기본적으로 언어 능력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습득해서 글 쓰는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만일 톨스토이가 어린 시절에 어머니를 일찍 여의지 않고 전쟁터를 나가지 않았다면 불멸의 작품을 써내지 못했을 것이고 창창한 미래를 앞두었던 도스토옙프스키가 사형 선고를 받고 시베리아 유형지로 끌려가지 않았다면 그는 작가의 길이 아닌 군인의 길로 갔을 것이다.

보이는 풍경, 경험한 일들에서 일어난 다양한 감정들 모두 언어화 되어 문장으로 빚어 져서 깊이 있는 사고와 감정을 성숙 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고 상상력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체험과 폭넓은 독서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글쓰기는 어떤 분야보다 더 많은 시간과 다양한 경험의 축적 되어야 가능한 분야로 수학의 공식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법칙도 규율도 형식도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쓴다고 해서 읽혀지는 글로 완성되지 않는다.

목표가 없으면 달리기에 기록을 낼 수 없고 목적이 없으면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나는 2024년 2월 1일 부터 생애 두 번째 창작 소설 <굿바이, 부다페스트>을 쓰기 시작했다.

https://tobe.aladin.co.kr/s/9373


두 번째 창작 소설을 써 나가면서 미우라 시온이 차려 놓은 글쓰기 코스 요리를 하나 씩 맛보고 나만의 창작 접시에 담아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서 창작의 완주를 마치기로 결심했다.

창작론에 관한 비법을 알려주는 책과 영상물, 글쓰기 훈련 클래스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넘치지만 직접 써보지 않고는 창작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쓴다고 해서 창작이 완성 되지 않는다.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은 항상 열려 있고 누구든지 쓸 수 있는 시대다.

그러니 자신만의 이야기의 우물이 차 올랐다면 프로 작가의 글쓰기 비법도 참고 하면서 창작의 우물을 퍼 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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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2-20 0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이 책 나온 거 봤는데, scott 님은 벌써 보셨군요 이 책이 scott 님이 글 쓰기에 도움을 주겠습니다 한국은 이백자 원고지지만 일본은 기본이 사백자 원고지였던 것 같은데... 그런 거 생각해야 할 듯합니다 지금은 원고지는 별로 말 안 하는 듯하지만... 지금은 거의 A4로 말하거나 몇 자라고 하는군요 영어는 글자수(낱말수)로 말하는군요 이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거네요 쓰는 게 중요하지...

새로 쓰시는 소설 끝까지 쓰시기 바랍니다


희선

2024-02-24 0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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