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로 돌아오다 - <벼랑에서 살다> 조은의 아주 특별한 도착
조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절판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알고 지내는 사람의 가족 공간 안으로 들어갈 때의 기분은 참 묘하다. 그 가족들이 오래 정제한 물을 나눠 마시는 듯한 기분이 된다고나 할까. 몇몇 병리적 경우를 제외하면 가족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람들은 모두 믿을 만하다.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가족으로 둔 사람들도 큰 복을 타고났다. 그들에게서는 가족을 불신하며 자란 사람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너그러움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그 점을 간파해 그들 곁으로 모여든다. -152쪽

시를 쓴 시인도 읽는 독자도, 정말로 사람이 살지 않는 섬 무인도를 그리워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두고두고 그리워하는 대상은 무인도와도 같은 경지를 통해 빛나는 의미를 알게 되는 실존적 존재, 즉 사람인 것이다. -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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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 만화가 이우일의 추억을 담은 여행책
이우일 글 그림 / 시공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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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여행이란 없다. 나쁜 기억이 있는 여행이 있을 뿐이다.

어딘지 조금 무기력하고, 소심한데다, 계획성도 없는 이우일작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내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쿡쿡..웃음이 나왔다.

많은 기대를 하고 여행을 떠나지만 여행도 일상과 같아서 좋은 일이 있는가 하면 손해보는 일이 있기도 하다. 단 2박3일을 여행하더라도 함께하는 이가 누군가에 따라 감정의 굴곡 또한 느껴지는 법이다. 일상을 벗어나고자 떠나지만 마음이 편치 않으면 떠난 그곳에서 조차 마음이 편치 않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여행은 일상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일상에 불평이 많은 자는 여행 가서조차 불평이고, 일상 생활 속에서도 보석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은 여행에서의 모든 것이 기쁨으로 다가온다.

별 기대없이 읽었다가 재밌게 봤다. 다큐멘터리 촬영 차 캄보디아에 갔다가 거미를 먹어야 했던 일.. 이거 어디에서 한건지 TV로 못본 것 같다. 맛있는 거 먹으러 도쿄도 가고 싶고.. 하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이 많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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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배케이션
김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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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설을 읽다가 외국의 그 낯선 곳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얼마전에 읽은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특히 그랬다. 이 책은 저자 김경이 강력히 추천하는 책인데 어딘지 나만 알고 있으면 했던 보물이 드러나버린 느낌이다. ㅋㅋ 리스본이 배경인 책으로는 존 버거의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도 있다. 이 책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읽어봐야겠다. <몰타의 매>로 부터 몰타라는 실세계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저자가 말한대로 음악이나 책, 영화는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에 몰입하는 순간 공중부양하듯 허공으로 들어올려졌다가 어느 순간 다시 그 자리로 내려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행 또한 비슷할 것이다. 뭔가 생산적인 활동은 잠시 잊고 시간 속으로 느릿하게 어슬렁거리게 해주는 일상의 묘약같은 것.. 나는 사실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낯선 환경이 싫다. 화장실도 못가고 잠도 잘 못잔다. 그래서 누군가는 여행을 하며 이런 책을 쓰고 나 같은 사람은 이런 책을 읽고 거꾸로 여행으로 이끌었던 그 책들에게로 다가간다. 남는 것은 여행지의 매혹이 아니라 결국 이 책에서 인용된 책이라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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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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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에 관련된 책을 여러권 읽었고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비교해볼 때 조금 다르다. 다른 책들이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가 되었다면 이 책은 저자 자신과 동행인 치타(물론 닉네임)와의 갈등이 주를 이룬다. 물론 그 갈등 속에서 종교적 영성을 얻고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측면에서는 그녀가 그렇게 불렀던 하나님의 계시가 아니었까하는 생각을 한다. 절대적 가치를 찾아 떠난 길에서 하나님의 부르심도 받고 제2의 인생을 찾게 되었다니 한편으로 나도 한번 떠나볼까,하는 마음이 들게도 한다. 노란 화살표는 마치 인생의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되어 그녀에게 나타났다.   

치타라는 동행과의 마찰은 여행 내내 끊이지 않는다. 글에 서술되어있는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부분은 겉으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치타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리는 형태로 쓰여있는데 나중에 이 책을 대할 치타(?)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그녀의 느낌을 이런식으로 책에 기술하는 건 글쓰는 사람의 일종의 권력이라고 까지 생각된다. 그녀는 혼자 떠났어야 했다. 이러한 태도에 내가 읽는 내내 불편했던 것은 어쩌면 상당부분 저자의 성격이나 행동이 내 것과 많이 닮아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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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만나러 갑니다 - 행복한 고양이를 찾아가는 일본여행
고경원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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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보니 일본이라는 나라는 정말 고양이를 사랑하는 나라인 것 같다. 골목 여기저기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대로의 삶을 영위하는 걸 보면.. 그곳이 바로 고양이들을 위한 천국이지 싶다. 카페, 미술관, 박물관까지 고양이를 좋아하는 민족답게 잘 꾸며진 곳들을 저자는 여행을 하며 고양이의 숨결을 느낀다. 복을 부른다는 복고양이(마네키네코)의 유래를 읽는 재미도 좋고 다양한 사진들을 보며 마치 '고양이결핍증후군'을 겪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나 고양이를 좋아하다보니 이들 나름대로의 피곤함도 느껴진다. 카페의 점원으로 둔갑한 고양이는 그렇다 치고 우리나라 유원지에 가면 가끔 볼 수 있는 말끄는 마차 처럼 고양이를 만지며 탈 수 있는 인력거도 있다. ㅠㅠ 압권은 마지막에 고양이 놀이방이다. ㅠㅠ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을 위해 꾸며놓은 놀이방인데 마음대로 고양이를 만져볼 수 있고 유리 진열장안에 전시되기도 한단다. 고양이가 무슨 죄란 말인가..  그래도 고양이의 여러면모를 볼 수 있었고 어떻게된 상품화시키는 일본의 장점은 나름대로 본받을 만하다.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은 넨네코야라는 카페.. 고양이얼굴 모양 카레도 먹어보고 싶고 후식으로 나오는 고양이발바닥 모양의 찹쌀떡.. 아 너무 귀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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