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글목을 돌다 - 2011년 제3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공지영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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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골목을 돌다>인 줄 알았다.
기성 유명 작가이고 읽히는 재미와 반비례해 문학적 성과에 있어서는 때로 혹평을 받는 공지영이 대상을 받았다.
아주 힘들 때 밤을 서성이다 인터넷 화면보다 훨씬 못해 실망했던 티테일블에 엎어져 있던 에세이집에서
그녀는 힘든 고백을 하며 울고 있었다. 나는 한잠도 자지 못했고 그녀의 아픔을, 이제는 마침표를 찍은
과거형의 고통들은 선뜩하게 나의 가슴으로 배어 들고 있었다.
독자와 작가로서가 아니라 그 순간 만큼은 우리 둘다 어느 지점에서 절절하게 교감하는 여자들이었다. 
지천에 허벅지게 피어난 산수유를 배경으로 독사진을 찍고 이제 그만 아파하기로 했다.
산수유를 처음 봤을 때 상상했던 붉은 빛이 아니라 개나리 같은 노란색임을 알고 나는 배신이라도 당한 기분이었다.

<맨발로 글목을 돌다>였다.
글목은 사전에는 없는 공지영만의 어휘였다. '글이 모퉁이를 도는 길목'
작가에게는 삶이 선회하는 곳이기도 했다.
작품 속 '나'는 적나라한 '작가 공지영'이었다. 소설의 일본판 출간 기념으로 일본을 방문한 길, 공항에서 처음 만난 H는 북한에 납치되어 이십사 년간을 살고 돌아와 한국작품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의 삶 속에서 벌어진 그 무자비한 폭력은 그의 선의에 의해 수긍되고 적절히 체념된다. '나'는 삶을 덮치는 그 가혹한 운명의 파고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던 지난 날들을 갈피 갈피 사이로 끼워 놓으며 '살아가고 쓴다는 것'의 의미를 더듬는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우는 것이 하찮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에, 가슴을 좀 웅크리고 편한 자세를 취해보았는데, 그때 문장들이, 장대비처럼 내게 내렸다. 

 
   

폭력으로 망가진 결혼생활의 회고,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대면, 언어로 하는 일들이 맞닥뜨리는 궁극의 한계, 평범하고 행복하고 무난한 결혼생활로 잔인한 비교우위를 보여주는 친구의 모습, 고통이지만 정확히 과녁을 맞추는 것들이 주는 쾌감, 수용소에서 끝까지 살아 남았지만 노년에 자살하고 마는 프리모 레비,  <토니오 크뢰거>... 

이 짧은 소설 안에는 공지영 작가의 무수한 고백들과 좌절들과 그럼에도 밀고 나아가 생을 긍정하는 그녀의 모습이 고스란이 축약되어 있다.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서사 대신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진성성 어린 고백들이 서사의 도식을 해체하고 포박해 들어온다. 소설 아닌 소설은 그래서 심사위원들도 독자들도 뭉클하게 만들고 말아 버렸다.  

정지아의 <목욕 가는 날>은 친정 엄마와 함께 목간을 가는 자매의 정감어리고 훈훈한 정경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따사롭게 그려진다. 늙고 무기력해진 어미와 이제 장년의 어미를 복기하는 듯한 두 딸이 서로를 어루만지는 풍경은 주머니 속에 던져 넣고 오래도록 조물락대고 싶어진다. 

김숨의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은 역시나 놀라웠다. <간과 쓸개>라는 단편에서 노년의 심리의 결을 사무치게 그려냈던 저력은 병든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의 이중적 심리 상태를 적나라하고도 여실하게 보여주고 끝내 돌아오지 않는 남편과 시아버지의 사연을 꿀꺽 넘겨버리고 마침표를 찍어 버리는 능청스러움으로 애닯게 한다. 오랜만에 결말이 궁금해 초조하게 하는 단편이었다. 

김언수의 <금고에 갇히다>는 금고를 열었다고 신나서 뛰어다니다 실수로 버팀목을 발로 차버려 금고 안에 갇혀 버리는 도둑 두 명과 여자의 얘기다. 상황 설정 자체도 극적이고 코믹하지만 유통되고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 물질들의 무력함을 일거에 조롱해버리는 작가의 기지가 번뜩였다. 도둑들이 심심하다고 화툿장을 찾아 헤매다 금으로 만든 주사위를 가지고 뱀놀이를 하는 풍경을 보고 빵 터져 버렸다.  

올해의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예전의 그 읽는 재미와 여운을 다시 상기시켰다. 참신해야 한다는 강박도 한동안 멀미를 일으켰다. 다시 이야기다운 이야기로 회귀한 느낌이다. 다만 바로 들어와 꽂히는 영상 이미지와 대적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명료한 대안은 여전히 찾기 힘든 것 같다.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글을 쓰고 읽는 행위는 생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과 만나는 것 같다. 무언가를 어루만지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한 이야기는 쭈욱 계속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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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30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공지영은 자신의 이야기로 이상문학상을 탔군요. 궁금했어요, 어떤 이야기일까. 그러면서도 뭔가가 마음에 계속 걸려있어 이 책을 사진 않을 거란 생각을 줄곧 했었거든요.

"다시 이야기다운 이야기로 회귀한 느낌"은 황순원문학상 작품집에서도 그랬어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의지, 그런게 느껴졌거든요.

blanca 2011-01-30 13:03   좋아요 0 | URL
황순원문학상!도 그렇군요. 저는 이런 돌아옴이 더 좋아요. 전위적, 해체적, 이런 것들이 전 영 낯설고 그렇더라구요. 구수하고 재미있고 진진한 이야기들이 좋아요. 그 예전의 즐거움, 재미. 사실 그 땐 이 정도로 자극적인 재미들이 없었으니 상대적으로 더 재미있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요.

반딧불이 2011-01-30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상하게 공지영의 책은 관심이 안갔어요. 그래서인지 읽은 책이 하나도 없는데 이번 책은 보고싶은 생각이 드네요. 블랑카님 리뷰때문일까요? '글목'이라는 단어도 마음에 들고요.

blanca 2011-01-30 13:02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일단 공작가의 글은 잘 읽힌답니다. 그게 비판의 지점이기도 하고요. 한번 접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글목! 저는 골목으로 알고 시작해서 더 기억에 남네요^^

순오기 2011-01-30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9년 8월 공지영작가 강연회 가느라고 열심히 찾아 읽었는데...이상문학상을 받아서 좀 놀랐어요.
리뷰를 보니 읽어보고 싶네요~ '글목'이라니 신선한 느낌!!
추운날 이사하느라 고생하셨어요~ 그곳에서도 편안하고 곧 익숙한 느낌을 갖게 되겠죠.^^

blanca 2011-01-30 13:0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공지영 작가 강연회 가셨었어요? 서재에서 한 번 찾아볼게요. 아저씨들과 아주머니가 고생 많이 하셨어요. 정리안되던 저의 살림의 각을 잡아 두시고 가셔서 찬장 문을 열어 볼 때마다 괜히 맘이 뭉클해요. 기억난 김에 아줌마 칭찬글을 올려야 겠어요^^;; 예, 그렇게 되겠죠? 방금 새로운 버스 노선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중이랍니다.

세실 2011-01-3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뭐래도 전 공지영 팬입니다. 그녀의 아픔을 감싸주고 싶었어요. 그래야만 할꺼 같아서요.....
그녀의 이야기였군요.

blanca 2011-01-30 12:59   좋아요 0 | URL
세실님, 공지영 팬이셨군요. 저도 잘 몰랐을 때는 그저 잘 읽히고 재미가 있다, 이 정도로 그녀의 글을 생각했었는데 과거의 아픔들을 알게 되니 또다르게 보이더라구요. 그녀에게는 글이 세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생계수단이기도 하다는 면. 아픔을 뚫고 나온 절절함. 이런 것들. 그리고 트위터에서 가끔씩 날려주는 날것의 말들도 그렇고요.

stella.K 2011-01-30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별 세개군요.
하긴 요즘 작가 재미없더라구요. 고만고만한데 상을 준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너무 심했나...ㅜ)
공지영은 제 취향은 아닌데 그녀가 이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는 게 새삼스럽더라구요.
이건 김연수 보다 늦은거라 더하더라구요.
작가로서 존재감은 공지영이 먼저인 것 같은데, 비교할건 못 되지만
김연수는 이제야 꽃을 피우는 것 같고, 공지영은 그전부터 꽃이 피우긴했는데
잘 몰라본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blanca 2011-01-30 12:56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말씀 잘 해주셨어요. 제가 별점을 잘못 매겼어요--;; 죄송합니다. 네 개를 입력한다는 게 세 개를... 이상문학상은 공지영 작가가 참 늦게 받았죠. 과거 이상 문학상 수상작품들을 보니 참 흥미롭더라구요.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도 보이고. 최근 몇 년간 재미가 좀 덜해진 것 같긴 해요. 다 못 읽은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이번 것은 잘 읽히고 재미도 있었어요. 김연수 작가는 상을 참 많이 받았더라구요. 저번에 한겨레에서 보니가 문학성에서 아주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고요.

노이에자이트 2011-01-3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김숨의 소설 '투견'읽어보셨어요? 기분이 참 묘한 소설이에요.식용견 농장 이야긴데...음산하기도 하고...

blanca 2011-01-31 22:23   좋아요 0 | URL
신형철의 평론집에 소개된 걸 보았어요. 그것만 읽어도 정말 음산하던걸요. 김숨이라는 작가 저력이 있는 것 같아요. 나오는 작품마다 놀라워요.

cyrus 2011-01-30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번에 처음으로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어보게 되었는데요,,
이 상의 권위를 어느 정도 알겠더라구요. 원래 저도 스텔라님처럼
한국소설 잘 안 읽는 편인데,, 제 생각이지만 우수상 작품들도 대상 못지 않게 좋더군요.
왜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많이 읽혀지는지 알게 되었어요.


blanca 2011-01-31 22:24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저도 요 몇 년 간은 식상하다, 지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올해는 정말 좋은 작품 일색이더라구요. 역시 기성작가들의 힘일까요? 올해는 신인이 한 명 정도밖에 안 보였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1-31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황순원문학상작품집을 읽고 있어요. 신선했습니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공지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사실 그닥 선호하는 작가가 아니라서.. 하긴 제 또래가 공지영을 선호해요 한다면 그 친구가 다소 특이한 거겠지요 ^^;;) 사지말까 생각했는데.. 읽어보고 싶네요. 연휴때 한번 도전해봐야겠어요.

blanca 2011-01-31 22:25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황순원문학상작품집 재미있어요? 저는 지금 책 다 떨구고 휘모리님 추천하신 만화책 주문할 생각에^^ 신나 있어요. 공지영 작가도 이제 나이가 제법 들었죠. 386세대라는 수식이 예전에는 젊음으로 통했는데 그렇게 되버렸네요.

프레이야 2011-01-31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골목이 아니라, 글목!
어감이 좋으네요. 예전엔 그저 그랬는데 갈수록 느낌이 좋은 작가에요.
지리산행복학교를 찜해놓고 있어요.

blanca 2011-01-31 22:2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지리산행복학교 사인회 하러 나온 공작가를 교보에서 봤답니다. 저는 예전 상사가 '봉순이 언니' 읽어 보라고 해서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 나오는 족족 신간을 챙겨 봤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새는 좀 심드렁했었어요. <맨발로 글목을 돌다>는 줄을 많이 긋데 되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1-01-3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한동안 참신해야 한다는 강박증, 우리나라 문학계를 지배하는 듯 했어요.
이번 이상 문학상 작품집 좋은가 보네요. 방금 사이러스님 서재에서도 보고 왔는데.... ^^

블랑카님 이사 잘 했지만, 좀 외로운가 봐여? 곧 내 집처럼 될거예요~
분홍공주님 유치원 잘 알아보셨나요? 어제가 막바지 추위였대요.
즐거운 설 연휴 되세요.

blanca 2011-01-31 22:29   좋아요 0 | URL
그러셨어요? 전 집에 정이 많이 들었나 봐요. 오늘도 지나쳐 오는데 불쑥 들어가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오시는 분들도 인상도 좋고 그러셔서 행복하게 잘 사시겠지만. 저는 이상한 욕구가 예전에 살던 집들을 어떻게 바꿔서들 사시나 한 번씩 방문해 보고 싶은 충동을 가끔 느낀답니다. 신혼때 살던 집도 너무 궁금하고.ㅋㅋ 마고님도 잘 보내세요!!
 

1월 22일 토요일. 아침 눈발이 날렸다.
1월 22일 토요일 기다리던 아이를 가지고 낳고 3년을 키워낸 집에서 이사를 나가게 되었다. 
나의 이사를 정작 주도하는 아저씨들에게 괜히 면구스럽기도 계면쩍기도 해서
구석에서 핸드폰을 조물딱거리다 
1월 22일 아주 오랜만에 박완서 샘이 인기검색어 1위에 오른 것을 알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두부> 정말 좋더라. 정말." 

거짓말과 칭찬을 동격으로 싫어하는 여동생이 <두부>에 반하며 박완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책을 동생은 사지 않고 동생이 선수친 책은 내가 뒤따라 읽으며 샘의 책을 모았다.
둘 다 결혼을 하고 책장이 분리되면서 우리는 똑같은 책을 한 권씩 가지게 됐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빌려줄까?" 

"이미 읽었어."

  

 

 

 

 

 

 

 

혼수로 해 온 거실탁자의 상판 유리가 깨지고 내부순환 도로의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파아란 하늘과 구름을 눈썹에 달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멋진 방이 발치에 잔잔한 곰팡이 포자들을
무수히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그 교통상황은 귀로도 확인가능할 정도로라는 것을
수긍해야 할 때쯤 이사가 끝났다.  

침대에 누웠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왜 아픈지 하나하나 헤아려 갔다. 

내가 떠나온 집은 나의 것도 아니었고 이별한 친구처럼 작별인사마저 없었다는 점.
그럼에도 나는 부른 배를 부여잡고 뒤뚱거리며 올라가 만났던 너.
안아달라는 아이를 끌고 밀여 올라가서 만났던 너.
잘 돌보지 않았다고 야단맞아야 했던 너. 

를 헤어진 연인마냥 미워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런 너를 떠나오며
동생과 나누던 무수한 에세이들.
아이를 안고 읽었던 그 누군가를 속이거나 의식하지 않는 삶의 이야기들과
아직은 한번쯤 더,라고 기대했던 그 분이 하필 이제 영영 가버리셨다는 거.  

명치 끝이 계속 서늘했다.
모든 익숙한 것들과 반드시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그 명제는
나의 것이기도 했다.  

이사하는 와중에 잃어버린 줄 알았던,
거의 일 주일을 넘게 읽다 말다 눕혔다 꽂았다 하는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가 얌전히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조금 실망했다.
없어져서 다 읽지 못했다고 하고 싶었나 보다.
변명거리로 맞춤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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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1-25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하셨군요. 추운 날 고생하셨어요.
'주기율표'는 저도 끝을 못 내고 눕혀뒀어요.
전 박완서님의 '나목'을 쓸어봤답니다.
알라딘 서재 어여쁜 님이 주신 거라 더더 생각하면서요.

blanca 2011-01-25 22:4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 그냥 안끝내기로 했어요^^;; 집중도 안되고 너무 질질 끌다 말다 하니 의욕도 안 생겨서 오늘 새로 온 책들 읽기로 했답니다. '나목' 그런 소중한 사연이 있었군요. 저는 교과서였나, 참고서에 발췌된 것으로만 읽었다 최근에서야 전문을 읽었답니다.

양철나무꾼 2011-01-25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결혼 초창기에, 남편이 사업을 말아 잡수셔서 이사를 엄청 많이 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집이랑 정들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마구 옮겨다녔었어요.
글에서 님의 애잔한 마음이 느껴져 짠 하지만요, 또 정 붙이고 그렇게 살다보면 추억이 되어 있겠죠.
이사하시느라고 고생하셨겠어요, 이젠 용이랑 돼지랑 블루스 추는 꿈만 꾸시면 되는 건가요?^^

blanca 2011-01-25 22:47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ㅋㅋ 슬픈 사연을 재미있게 말씀하셔서 죄송하지만 웃었답니다. 안 그래도 삼일 지내니 또 정이 차차 들어가네요. 다만 대중교통이 너무 불편해서 다리품좀 팔아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이긴 한데 용이랑 돼지랑 블루스 추는 꿈이라면^^;; 무슨 의미이신지. 제가 형광등이라는 소리를 좀 들어서 망설이다 질문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1-25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태어난 집에서 스무해를 살아서 서울살이에 가장 힘든 점이 이사예요.
집 뿐만 아니라 동네, 타고다니던 버스에 마저 정을 붙이고 마는 저같은 촌년에겐 정말 도전이예요.

blanca님 여튼 날도 추운데 고생 많으셨어요.
곰팡이들이랑 헤어지신건 잘된거 같아요.
새집에서 더 행복한 기억들이 많아지시길.

blanca 2011-01-25 22:49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안그래도 오이지군과의 결혼 축하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니 자꾸 멋쩍어 못드렸어요. 정말 축하드려요. 이쁜 새댁이 되셨군요. 스무해나 사셨어요? 맞아요. 도전 맞아요. 고작 사 년 살고도 맘이 참 휑하던걸요. 행복한 기억 만들어 갈게요. 감사합니다.

stella.K 2011-01-25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이사한 거군요.
난 벌써 하신 줄 알았는데.
어제 고 박완서님 추모 특집하는 거 보다 잤어요.
그걸 보다 자다니...ㅠ
그러고 보면 박완서님 책 제목은 정말 기가막히게 잘 지으시는 것 같아요.
얼마나 서민적이고, 사람의 마음을 파고 드는지.

여담이지만, 예전엔 두부 좋은 줄 몰랐거든요. 그냥 덥덥하고 밍밍한 게.
그런데 요즘들어 부쩍 두부가 좋아졌어요.
아무래도 추모하는 마음으로 박완서 선생님 책 한 권 읽어줘야 할 것 같아요.
언제고 블랑카님 동네 좀 사진 찍어 올려주세요. 궁금해요.^^


blanca 2011-01-25 22:51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네, 그랬답니다. 저도 요새 두부 좋아지던데 어쩜 같아요. 이제 맛을 알겠어요. 예전엔 정말 맛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새는 김치만 걸쳐 먹어도 어찌나 맛있는지. 된장찌개에 넣은 두부는 한 마디로 화룡점정^^;;이지요. 저도 잠깐 그 프로 보긴 했는데 졸리던걸요. 그 분을 좋아하는 마음과는 별개로요^^;; 그러고 보니 동네 사진 좀 찍어야겠네요!

책가방 2011-01-25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사는 집에서 10년을 살았네요.
이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환경을 접해보고 싶어요.
여긴... 너무 재미없어요 ..ㅜ.ㅠ;;

blanca 2011-01-25 22:52   좋아요 0 | URL
책가방님, 저도 이사 좀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랬는데 막상 떠나오니 참 섭섭하더라구요. 다만 이사를 하며 버릴 것 버리고 정리할 것 정리하는 과정이 또 좋긴 하더라구요.

비로그인 2011-01-2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으셨어요. 전 담 월요일에 이사랍니다. 추운 때 낯선 집으로의 이사는 좀 황량하고 심란하지요?
봄이 오면 그 용문고등학교 고갯길이 그리워지시려나요?

blanca 2011-01-25 22:54   좋아요 0 | URL
만치님은 월요일이군요.만치님 기억력 정말! 우아, 어쩌면 이제 몇 개월 지나면 만치님만 용문고등학교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저 기억력은 정말--;; 아, 그 고딩들의 시끄러움도 그리워지네요 ㅋㅋㅋ 정말 쉬는 시간, 점심 시간마다 얼마나 아우성을 치는지. 합창대회 연습기간에는 정말 대박이었답니다. 대회하기 직전 연습하던 모습 보고 혼자서 얼마나 웃었는지.

cyrus 2011-01-25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추운 날씨 속에 이사하느라 고생이 많으셨어요.
블랑카님은 집에 책을 많이 소장하셨을거 같은데,, 이사하는데 힘들지 않던가요?
아직 이사 걱정할 정도는 아닌데,, 방 안에 있는 책이랑 책장을 보니
괜시리 막막해지네요ㅎㅎ;;

blanca 2011-01-25 22:55   좋아요 0 | URL
cyrus님 안 그래도 이사할 때 책 많으면 정말 힘들다면서요. 저는 게다가 정리도 잘 안 되어 있어서. 아저씨들이 알아서 구멍구멍마다 잘 꽂아 놓으셨더라구요. 찾기는 힘든데 되레 정리가 되더라니까요. 안그래도 그래서 책을 사기 전에 조금씩 주저하게 됩니다. 이사를 겪어 보니 참 부담스럽더라구요.

카스피 2011-01-25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운날 이사하셨네요.고생이 많으셨겠네요.새로운 집에세 아가와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당^^

blanca 2011-01-25 22:56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고맙습니다. 안그래도 아이는 이 집이 더 좋다네요 ㅋㅋ 몸고생은 아저씨들이 다 하셨고 저는 맘고생을 좀 많이 했답니다.

꿈꾸는섬 2011-01-26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추운날 이사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저도 이사하는 날의 그 쓸쓸한 감정을 알아요.ㅜㅜ
게다가 박완서 선생님 소식은 더더욱 가슴 아픈 일이죠.
전 요새 <못 가본 길이 아름답다> 읽고 있어요. 선생님께서 이 글 쓰시면서 죽음을 준비하고 계셨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ㅜㅜ

blanca 2011-01-27 18:47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이 책 읽고 계시군요. 이사는 하기 전보다는 지금 맘이 더 정리되고 무언가 할 일을 한 것 같아 가뿐한 느낌도 있고 그래요.약간 낯선 느낌도 있지만요. 책을 통 못 읽네요.

세실 2011-01-28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는 참 번잡스럽기는 하지만 새로움에 대한 설레임도 교차하지요. 저도 슬슬 떠날때가 되었는데....ㅋ
두부 음 집에 있을듯한데 찾아봐야 겠습니다.
전 박완서 작가님 책중 '그남자네 집'이 참 좋았어요.

blanca 2011-01-29 23:44   좋아요 0 | URL
세실님, '그 남자네 집' 저도 참 좋아해요. 우연찮게 그 남자네 집이 저희 집 근처이기도 했구요^^;; 갑작스레 알고는 다시 읽어 보기도 했답니다. 역시나 좋더라구요.

2011-01-28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9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9 15: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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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9 2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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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1-29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저는 아직도

문 앞에서 나를 맞아 주던 봄 바람.

고개를 젖히면 조각처럼 보이는 하늘.

사계절 마당을 늘 어슬렁 거리던 고양이.

수줍게 바람에 흔들리던 이름 모를 식물들.


이런 것들이 아른거려요. 사진에 담으면 잊을까, 마음에 새기고 왔습니다. 마음에 새기니 더 기억에 꺼내기가 쉽네요.
이사는 끝나셨겠지만 마음은 아직 그자리에 머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툭툭.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어내지만 여전이 조금은 바지에 묻어 있는 것처럼.. 그렇게요.

blanca 2011-01-29 23:50   좋아요 0 | URL
혹 유년 시절의 집 얘기인지요. 바람결님 같은 집에 대한 기억을 저도 가지고 싶었는데 애석하게도 없어요. 지금도 가슴이 조금씩 저릿해요. 상황에 밀려 이렇게 되어 더 그런가 봐요. 작지만 아주 따사로운 집이었는데. 그리워지네요.
 

아이폰의 어플 ireaditnow(알라딘 서재 모분이 만드셨단다)는 일종의 독서기록장 어플이다. 별점도 매기고 간략한 코멘트도 덧붙이고인용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인터넷에서 책 이미지를 바로 불러와 읽는 진행 상태를 기록해 둘 수 있고 독서량 통계도 낼 수 있는 아주 사랑스러운 어플리케이션이다. 

나름대로 책을 좋아하고 어설픈 다독가라고 자평하지만 기록에 인색하니 읽은 책을 또 읽고 열심히 읽은 책 얘기를 남에게서 듣고 생소해하는 지경에 이르니 허무해서 시작한 서재활동은 그러나 보여진다,는 것을 의식하는 피로감이 있었다. 그리고 리뷰를 다 작성하기는 여력도 없고 능력도 없고 해서 숭덩숭덩 건너뛰니 독서 목록과 어느 기간 동안 얼마 만큼 읽었다,는 수치상의 합산 개념을 가질 수 없어 아쉬웠다. 이 어플은 정말 맞춤하였다. 한 달에 몇 권을 읽나, 별점 다섯 개인 책은, 세 개인 책은 어떤 게 있나, 이런 식의 조망이 가능해지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괜히 스마트한 척 주변 사람들한테 자랑도 하고 했는데. 

바보처럼 인터넷에 연결해서 동기화를 잘못 하는 바람에 다 깡그리 모조리 아주 시원하게 날아가 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애플에서 세 번째 무기한 병가를 내고 퇴장했다는 스티브 잡스의 어느 대학에서 했다는 연설문이 출력되어 옆에 놓여있고. 

최고의 최신의 삶을 살아간다고 회자되는 그가 대학생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입양아였고 췌장암진단으로 죽음 가까이 다가가 본 경험을 통해 죽음이 당신이 무엇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의 함정을 벗어나는 최고의 길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온라인으로 이미지화되고 저장되는 것들은 어쩌면 실물이 아닌 하나의 허상, 환상일지도 모른다.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간직하고 있다고 믿고 견디는 것은 아닌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오만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아주 시원하게 다 날려 버리고도 또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지. 잃어버린다는 것이 대체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개념과 어긋나는 건지 하나인 건지 모르겠다. 놀라웠던 것은 다 날아가 버린 것들을 애타게 그리워하지 않는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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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1-21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날아가 버린 것을 애타게 그리워하지 않는 쿨함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blanca 2011-01-21 21:35   좋아요 0 | URL
여기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계획을 세워 놓았다 갑자기 이사 가게 된 것만 봐도 그런 것 같아요. 이제는 하나씩 버리고 추리는 연습도 해야 할까봐요, 순오기님.

양철나무꾼 2011-01-21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폰으로 바꿔봐 했던 게 아이폰의 어플 ireaditnow때문이었는데 말이죠.
시원하게 날아가 버린 건...시원하게 잊어버리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는 순오기님 말씀에 한표요~!^^

이사 준비하시느라 바쁘시죠?
이사 끝내고 차근 차근 다시 시작해 보세요.
그때쯤 제가 혹 아이폰을 장만하기라도 하면, 선배로서 조언도 해주시구요~^^

blanca 2011-01-21 21:3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도 아이폰 장만하시려구요? 저는 먼저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에 걸맞는 내공은 전무하답니다.--;; 오죽하면 다 날려 버렸겠어요 ㅋㅋㅋ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는 것들도 컴퓨터처럼 백업을 해야 겠더라구요. 결국 정말 소중한 것들은 수고를 해서 담아 놓고 관리해 주고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저 내일 이사인데 집안 정리도 안되고 지금 무언가 중요한 일을 안 해 놓은 것 같고 서재에서 이러고 있고 --;;

turnleft 2011-01-21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거걱.. 죄송합니다. 미리미리 백업 기능을 제공했어야 하는데.. ㅠ_ㅠ
혹시 iTunes 에서 아이폰 이름에 오른 클릭 하신 후 Restore 선택해 보셨나요? 그럼 최근 백업한 데이터로 되살려지기는 하는데..;;

blanca 2011-01-21 21:39   좋아요 0 | URL
TurnLeft님이 왕림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그런데 이제 소심증이 왔어요. 이 좋은 정보를 막 날아갔을 때 알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이후로 또 이거저거 깔고 그래서 불안불안하답니다. 다시 시작할게요. 좋은 어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탓이지요.

비로그인 2011-01-21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중한 기록이 있었어요. 내 기억의 한자락.
내가 들었던 말들과 내가 했던 말들을 다 기록했어요. 유아원 때, 집에 가기 전 동화책 한 단락을 읽어주는 걸 듣고 집에 가자마자 그걸 그대로 기록하게 하는 기억력 훈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지요.
그걸 내도록 곱씹으며 몇 번을 다시 봤는데, 아, 세상에.

정품을 사용하다가 탈옥을 하다가 다시 정품으로 돌아오는 그 순간, 백업도 소용없이 그게 다 날아갔지 뭡니까.

행여나 아니 올까 그 님이 아니올까 기다리는 이 마음 허무해라

그 마음이었어요. 그 마음이었어요.

다 잃었다고 생각하고 털석 주저앉아 버렸는데, 제 기억 속에서 어떤 부분은 이제 잊혀져서 기억이 나지 않고 어떤 부분만 더 빛을 발합니다. 결국 기록하지 않고 있는다는 건 잊는다는 것이 아니라 더 생생하게 보관하는 일일거란 생각을 했어요. 양각과 음각이 있어 더 도드라지고 더 생생해집니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도 볼에 홍조가 생기고,내 표정이 들뜨곤 해요.

결론-이제 탈옥 안합니다(응?)

blanca 2011-01-21 21:43   좋아요 0 | URL
쥬드님도 저와 똑같은 경험을 하셨군요--;; 순간 정말 벙찌다,는 표현이 절절하게 와닿더라구요. 게다가 쥬드님은 그토록 소중한 기억의 기록이었다니 순간 얼마나 허무하셨을까요. 양각과 음각. 이 말이 너무 좋아요. 책을 몇 권 읽고 별점 몇 개를 줬다는 데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란 가르침일까요?

결론 그러나 또 시작합니다.^^;;

saint236 2011-01-22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쿨럭...저도 그래서 아이튠즈는 거의 사용 안합니다. 노래 넣을 때나 영상을 넣을 때는 다른 프로그램으로...동기화로 몇번 날린 기억이 있어서...컴퓨터에 데이터화해서 집어 넣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대단한 휘발성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blanca 2011-01-22 20:33   좋아요 0 | URL
saint236님, 정말 그래요. 저도 두 번째랍니다. 눈 깜짝할 새에 그렇게 되더라구요. 백업을 해 두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그게 또 쉽지가 않네요.

like 2011-01-24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오래전 아이팟에 녹음한거 날라가서 국제전화까지 한적있어요..ㅎㅎ 편리하긴해도 저장매체로서 안정성은 최악이라는 글을 보면서 동감100%

blanca 2011-01-24 22:50   좋아요 0 | URL
저는 솔직히 제 잘못이라고만 자학했는데 댓글들에 위로를 받아요^^;; 아이팟! 넘 귀엽더라구요. 드라마도 다운받아 보는 거 보고 넘 귀엽고 간지럽고 하더라구요 ㅋㅋ 저 하도 저장 관련해서 식겁한 적이 많아서 이제는 정말 백업좀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역시나 안 하는 중이랍니다.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 살림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고3때 독서실에서 이른 저녁을 먹으러 집에 다니러 갔다 다시 돌아가는 길은 정말이지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이었다. 나를 달래려고 나를 끌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곤 했다. 쓸데없이 코끼리 분식점도 기웃거려 보고 88.89 버스 종점도 찍어 보고 레코드점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 가사도 곱씹다 보면 꼭 누구 아는 얼굴 한 사람을 만나 구태여 하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될 말들을 섞으며 시간을 죽이다 사람 좋은 독서실 아저씨에게 목례를 하고 2층으로 올라가 혼곤한 식곤증에 허덕이다 한 시간도 제대로 책을 못 보고 신 나게 책가방을 싸던 시절이었다. 그 때는 무지개 건너편의 허황한 꿈을 향해 나의 별을 쏘아 올렸지만 정작 그 과정의 고단함은 내가 두 발 붙인 우리 동네를 기웃거리며 허덕허덕 살아가는 아줌마, 아저씨들의 그 파닥거리는 일상을 구경하며 달래곤 했다. 그리고 무언가 아주 대단한 저 편에 살게 될 줄 알았던 삶은 이 편의 동네에서 이럭저럭 타박타박 걸어가는 일상으로 건너와 버렸다. 이제 원래 삶이란 그런 것이고 그 와중에 건져 올리는 아기자기한 즐거움만으로도 어떤 순간은 충만해질 수 있다는 것을 수긍한다. 견디는 것이 삶이라고 얘기하는 음성이 꼭 비애로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삶이 몇 년 째인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오늘이 며칠이지"하고 묻는 생활. 또 다른 십구일과 지금까지의 수많은 십구일들을 지나 오면서 그는 매번 십구일 이외의 다른 날만을 꿈꾼다. 오늘이 십구일이고 또 내일이 이십일이라면 그러한 날들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이십일 혹은 팔일인 줄 알면서도 이십일 혹은 팔일이 아니길 기대하며 눈을 뜨는 아침을 숱하게 지내온 그였다.
-<멀고 아름다운 동네> 

이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천시 원미구 23통의 원미지물포, 행복사진관, 써니전자, 강남부동산, 형제 슈퍼의 그들. 번갈아 가며 때로는 주인공으로 관찰자로 주변 인물로 변주되면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연작소설집은 환상이나 희망, 기대를 과장하고 꾸역꾸역 들이미는 대신, 삶의 그 적나라한 모순, 추레한 우리들의 속물 근성을 아찔하게 보여준다. 들키니까 아찔하고 날카로운 추억을 끄집어 내니 아프고 별 수 없음을 불쑥 들이미니 아연하다.  

그는 지하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지상으로 올라갈 날이 있기도 하겠지만 지금은 지하의 방 한 칸도, 지하의 일자리 하나도 목숨처럼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의 소망은 그저 일하기 위해 먹은 밥이었으므로 응당 자유롭게 배설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아주 소박한 것이었다.
-<지하 생활자> 

자동차 바닥 커버를 재단하는 일로 목구멍에 풀칠을 하고 공동주택 단 하나의 화장실은 주인집의 안온한 은신처에서 꽉 입을 다물어 버리고 있으니 그는 매일 싸는 일이 전쟁이었다. 이 지하 생활자는 변의를 느끼는 일에서 가장 삶의 비애를 절절히 체감했다. 이리저리 낑낑 거리며 쌀 곳을 찾아 헤매다 거리에 주차해 놓은 자가용, 봉고차의 뒤켠에서 죄인처럼 안도감을 느끼는 그의 모습이 아렸다. 먹고 싸는 일차적 문제는 인간의 존엄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생존이 걸린 문제 앞에서 도덕과 예의, 염치를 논하는 작태는 때로 몰이해에서 나온 오만이 될 수 있다.  

부딪치고, 아등바등 연명하며 기어나가는 삶의 주인들에게는 다른 이름의 진리는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인생이란 탐구하고 사색하는 무엇이 아니라 몸으로 밀어가며 안간힘으로 두들겨야 하는 굳건한 쇠문이었다.
-<한계령> 

 

주말 저녁 <아프리카의 눈물> 다큐에서 기근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이주하여 일하는 인접국경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여긴 본토 노동자들이 그들을 산 채로 불태우고 죽이는 광경이 지나갔다. 그저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뼈가 부서지도록 일했던 아버지가 불태워진 아들은 그럼에도 또 그 아버지가 죽은 나라로 일하러 갈 것을 얘기한다. 삶이란 고작 이런 것인가 싶을 때 아이의 어머니는 다 쓰러져 가는 움막 속에서 구식 다리미로 아들의 하얀 교복을 다린다. 그건 실오라기 같은,하지만 우리가 죽을 때까지 포기할 수 없는 하나의 별이다. 희망이다. 기만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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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1-17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귀자에서 이토록 전혜린이 진하게 느껴지다뇨.
전 다리미로 주름 한점 없이 다리는 것도 좋지만,
탈탈 털어 햇볕에 내어 말리는 것도 좋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blanca 2011-01-17 22:02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빨래 탈탈 털어 정말 햇볕에 말리고 싶어요. 나무꾼님 댓글 읽으니 봄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네요. 요즘 너무 추워서 아파트에서 빨래도 자제해 달라는 방송이 나온다면서요.

후애(厚愛) 2011-01-17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귀자님 작품은 한 번도 못 읽은 것 같아요.^^;;
<원미동 사람들> 읽고 싶네요.^^

활기차고 즐거운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blanca 2011-01-17 22:03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읽으시면 좋아하실 것 같아요. 아스라한 옛 동네풍경이 정감있게 펼쳐진답니다.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그렇더라구요. 여기는 정말 너무 너무 추워요. 후애님도 즐겁고 활기찬 한 주가 되기를 바랍니다.

cyrus 2011-01-1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창 시절 때 <원미동 시인>을 감명깊게 읽으면서 배웠던게 생각나네요.
저는 <아프리카의 눈물>에 대한 내용을 인터넷 뉴스로서 접했는데,,
안타깝더라구요,,

blanca 2011-01-17 22:04   좋아요 0 | URL
원미동 시인! 저는 이걸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나서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두 번째인 것 같은데 도무지 언제 처음 읽었는지 기억할 수가 없더라구요. 아프리카의 눈물은 챙겨서 보고 무언가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 보려고 한다고 결심만 한 지 이 주가 되어가네요. 이삿짐을 풀면 꼭 행동으로 옮겨야 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마녀고양이 2011-01-1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 것과 배설하는 것... 가장 기본적인 기쁨.
춥다고 우울함에 빠져있는 나에게, 반성하고 있는 중입니다.
블랑카님... 너무 추워요. 그져?

blanca 2011-01-17 22:05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 이번 주 토요일 이사. 후덜덜입니다. 짐 옮기는 아저씨들한테 미안하고 가족들도 심란하고 이래저래 참 그래요. 버릴 것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고 다독이고 있는데. 그래도 엄동설한의 이사는 무서버요--;;

잘잘라 2011-01-1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8,89버스 종점. 쌍다리 건너 그 종점이요?

blanca님, 당신은 누구신가요.
원미동 사람들을 읽고, 코끼리 분식과 88,89번 종점을 얘기하는, blanca님.

blanca 2011-01-17 22:07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쌍다리를 잘 모르겠지만 88,89종점과 코끼리 분식을 아신다면 혹시 같은 동네에서 자란 건 아닐까요?^^;; 긴장되는걸요^^;;;;;

비로그인 2011-01-17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쓰신글 알싸하네요.

알싸하다.. 사이다 한 병이랑 삶은 계란 손에 들고 기차 창문 너머 보던 기억이 납니다. 기차 안은 다들 왁자지껄, 지금의 삶과 저 너머 소리없이 흘러가는 풍경이 묘하게 같이 공존하던 그 기억말이죠..

비좁게만 느껴졌던, 길고 지리하게만 느껴졌던, 너무 많은 사람들로 매케한 냄새가 나던 그 기차안과 기차가 데려다 주는 길. 열차의 무거운 바퀴는 돌고 또 돌지만, 튼튼한 땅 위의 레일이 있어 길을 가는 것이겠지요..? 오늘도 나는 그 땅 위에 다시 섰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덜컹거리는 발 밑 진동을 느끼며 말이지요..

blanca 2011-01-17 22:09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은 댓글도 시 같은걸요. 저는 기차 타는 걸 참 좋아했어요. 할머니집에 항상 타고 갔던 기차. 음악을 들으며 어둑어둑해지는 차창 뒤로 밀려나는 풍경 보며 눈물날 만큼 좋아했었는데. 그 기차를 이제 다시는 탈 수 없는 걸까요? 아니 바람결님 말씀처럼 또다른 기차를 타고 계속 꾸역꾸역 가고 있으니 지나간 풍경은 더듬더듬 추억 속에 묻어 버리고 말아야 하나 봐요.

프레이야 2011-01-17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희망이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제겐 슬프게 들려요.
그게 정말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때, 아니 희망이라는 단어 자체를 떠올릴 필요가 없을 때가
희망적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요.
고3 때의 회고담이 왠지 사랑스럽게 느껴져요.
아, 제게도 고3의 잊지 못할 시간이었지요.
기만일지라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저 믿는 것밖에 달리 뭐가 있겠어요.^^

blanca 2011-01-17 22:1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며칠 전에 김훈이 인터뷰한 거 티비에서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제 희망과 사랑을 얘기하고 싶다던 그의 모습은 삶의 의미 그 자체보다도 견뎌야 한다고, 별 수 있냐고 반문하는 그의 모습 뒤로 밀려나더라구요. 그 만큼 살고 또 보통 사람들보다 몇 갑절은 더 느끼고 고민했을 사람이 삶은 견디는 거라고 얘기해 버리니 저도 낙망해 버리고 말았어요. 프레이야님 행 간의 의미가 미진하게나마 와닿습니다. 고3.....나중에 대학생이 되어 우연히 다시 찾게 된 모교 근처 육교에 서서 그 지나간 시간들을 눈물 흘리며 추억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필 밤이었고 너무 일찍 찾아 버려 그런 것인지 사무치게 그립더라구요. 이제는 그리워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어요.

2011-01-17 2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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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7 2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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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1-18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점 희망이 기만이 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어요, 우리가~~~~~
혹한에 이사라뇨? 우째 이런 일이... 조심조심 이사도 잘 하시고 건강관리도 잘 하세요.

blanca 2011-01-19 21:47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그래도 다행히 토요일에는 날이 좀 풀린다네요. 감사합니다. 몸살기도 있고 이래저래 지치지만 힘낼게요.
 

언젠가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는 것이 올바른 책의 선택인양 호도하는 얘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시간의 혹독한 세례를 견뎌내지 못할 책들은 읽을 가치가 없다는 식의 논조는 베스트셀러는 흥미를 끌고 쉽게 읽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이 될 수 없다는 단정를 품고 있었다. 

베스트셀러 순위를 자주 확인하고 또 그것에 기대어 책을 사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에는 항상 이유가 있었다. 적어도 읽고 나서 들인 시간과 비용이 어처구니 없다,고 짜증이 확 치미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일단 가독성이 좋다. 잘 읽히고  그 시간이 즐거우면 그것만으로도 더할나위 없는 역할을 한 셈이다. 정말 좋아하는 친구일지라도 반 나절을 보내면서 항상 즐겁고 너무 유익했다,고 느끼기란 쉽지 않다.  책에도 너무 큰 기대와 과업을 걸지 말고 기다려 주고 그저 친근감 있게 반겨 주다 의외로 선전할 때는 어깨를 두드려 주는 그런 봐주기가 필요한 시간인 것 같다.   

  

 

 

 

 

 

 

 

나란히 꽤나 오랫동안 1,2위를 지키고 있는 두 책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르포도 아니고 달착지근한 로맨스 소설도 아니고 독자의 허를 찌르는 의외의 결말을 품고 있는 추리소설도 아니다. 인문학. 거의 사장되다시피 한 그 분야에서 막말로 의외의 대박을 터뜨려 준 두 책이 읽는 내내 묘하게 서로 겹쳤다. 같은 논지를 펴는 대목도 있었고 깔끔하고 평이한 문체도 많이 닮아 있었다. 아무래도 영어 원작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시차는 좀 있었지만 만나는 부분들을 정리해 보았다.

*두 책 모두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사례가 거의 서사의 매혹을 띠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하준은 아동 노동을 얘기하며 아들을 데리고 들어오고 마이클 센델은 표류하는 구명 보트 안에서 한 사람의 인육을 먹어 나머지 세 사람이 살 수 있는 비극적인 공리주의의 실현 현장으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이 밖에도 다양한 현안, 시사적인 문제부터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사례들이 졸릴 만하면 툭툭 끼어들어 눈꺼풀을 치켜올리게 한다. 인문 사회 과학서들이 대중화할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건드린 것 같다.

*또한 두 저자는 약속이나 한 듯  분배정의에 대한 얘기를 언급한다. 평등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기회적 평등만을 강조하는 형식에 치우칠 때 실질적으로 불평등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평등에 관한 얘기는 대부분의 사람을 이입시킨다. 왜냐하면 끊임없이 더 높은 곳, 더나은 곳의 이미지가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 자신이 루저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등에 관한 언급은 주는 입장이 아니라 받는 입장에서 괜시리 극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부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식 자본주의, 패권주의에 대한 경종
장하준은 결국 미국 선도의 자유시장경제 모델이 나쁜 자본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들에게 스스로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나쁜 게임의 룰을 강요하는 패악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마이클 센델은 미군이 용병화되고 군 기능을 민간기능에 맡기면서 전쟁을 점점 우습게 생각하게 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공공 서비스, 기능까지 시장에서 거래하는 재화처럼 만들어 버리며 방기하는 책임에 대하여 센델은 우려하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안 드림>과도 만난다.

*인간의 연대, 공적인 책임에 대한 갈망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와 <정의란 무엇인가>가 이토록 우리를 자극하는 것은 인간 존재의 긍정과 연대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얘기를 찾아 읽으며 몸을 떨지만 결국 괜찮아, 괜찮아,라고 다독거리는 어머니의 손길 아래 잠들기를 원하는 모순적인 존재이다. 도덕을 얘기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인간이 그래도 될 만하다,는 확신에서 나온 굉장히 자신감 있는 행동이다. 고로 두 책이 가지는 지나치게 이상화된 결말, 그 자체는 책의 완결성을 방해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강한 정부 그 자체가 도덕적으로 타락하거나 독재로 치닫게 될 경우를 간과하지는 않았는지,<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그저 인간의 미덕과 연대감에 무작정 기대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문제를 지적하는 인문 사회서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대안과 지향해야 할 좋은 자본주의의 모델을 탐색해 보는 책들이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오를 때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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穀雨(곡우) 2011-01-12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샌든의 <정의>를 요즘 시간내어 시청하고 있는데, 명쾌한 강의가 인상적이더군요. 책에 없던 비유, 어렵고 난해하던 도덕론에 대해 자유분방하고 확고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더군요. 블랑카님 말씀처럼 인간 존재의 긍정과 연대를 강조하는 이유, 적확하고 날카롭습니다. 다시 읽어 봐야 겠습니다.

아, 늦은 새해 인사와 감사의 마음, 함께 전합니다.^^

blanca 2011-01-12 22:58   좋아요 0 | URL
곡우님, 저도 챙겨 보려고는 하는데 항상 졸면서--;; 흐지부지 되버리네요. 그런 강의를 듣고 학생과 교수가 쌍방향으로 생각을 주고 받는 하버드의 풍경이 참 부럽더라구요. 감사합니다. 곡우님은 벌써 좋은 출발하셨죠!

마녀고양이 2011-01-1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러피안 드림을 읽어봐야하는데 말이죠.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추천하시던 책이죠? 저는 정의란 무엇인가도 읽지 않았기에... 아하하.

공적인 책임... 반드시 있다 봅니다. 딱 좋은 단어입니다.

blanca 2011-01-12 22:59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제가 읽게 된 계기가 노무현 대통령 책상 위에 마지막까지 펼쳐져 있었다는 그리고 그 책을 너무 좋아했다는 기사를 읽고 나서였어요. 사실 이 분야는 아무래도 많이 읽지 못했는데도 참 아름다운 책이더라구요. 심란한 마음으로 슬퍼하며 아이는 옆에서 쌀놀이를 하고 저는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cyrus 2011-01-12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두 책을 같이 보는 것도 참 좋은거 같아요. 이 두 책은 꼭 구입해야겠네요.

blanca 2011-01-12 23:01   좋아요 0 | URL
cyrus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지만, 이 두 책은 먹을 것이 많더라구요^^;; 아무래도 너도 나도 읽고 얘기하니 나도 덩달아 가봐야겠다 해서 접하게 된 책이지만 그렇게 덩달아 간 발걸음이 아깝지 않았답니다. 시간 나시면 꼭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2011-01-13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3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