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마프>가 끝났다. 젊은 남녀의 빈부차를 뛰어 넘은 사랑도 불륜과 출생의 비밀이 없어도 재벌가의 그들만의 리그가 없어도 하였다. 청춘에는 환상이 개입하지만 노년에는 착각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젊음은 찰나이고 나이듦은 태반인데 우리는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시선을 돌리곤 했다. 우리가 아이를 낳을 때 사춘기의 반항아를 연상하지 않듯 '삶'을 이야기할 때 거동의 자유를 잃고 소통의 기회를 박탈 당한 독거 노인을 떠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진실은 흔히 이야기되지 않는 곳에 묻어 있는 경우가 많다. 노년을 온전히 동행하는 우정에 대한 환상, 경제력 등이 현실을 닮지 않았다 비판할 지점이 있다 하더라고 이야기가 온전히 현실을 복제할 필요는 없다는 데에 변명을 보탠다. 노년도 얼마쯤 해피엔딩을 가질 자유가 있지 않은가. 가난하고 고독하고 비참하게 확대한 이야기를 모두가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얼마쯤 판타지가 덧대어진 그들의 노년의 풍경에 안심이 된다. 그러한 이야기조차 노년에는 허락되지 않았었다.

 

 

 

을씨년스러운 늙음의 풍경은 난무한다.

 

 

 

 

 

 

 

 

 

 

 

 

 

 

 

 

 

 

여기, 사람들이 앉아 서로 토해내는 신음을 듣는 곳,

중풍 환자가 몇 가닥 남지 않은 마지막 을씨년스런 머리카락을 흔드는 곳,

젊은이가 창백해지고 유령처럼 마르다가 이내 죽는 곳,

무슨 생각만 해도 곧 그득한 슬픔이 밀려오는 곳......

 

존 키츠 , <나이팅게일>

 

- 필립 로스 <에브리맨> 중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은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러한 쓸쓸하고 고적하고 황량한 노년의 풍경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러한 풍경은 특이한 소수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에브리맨'의 것이다. 장 아메리는 시간의 무게를 감지하고 이제 자신 앞에 남은 삶을 더 이상 삶이 펼쳐지는 공간이 아닌 죽음이 유예된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노년의 그 비참한 인식을 강조한다. 노화는 불치의 병이라 역설한다.

 

모든 삶의 당연한 명제를 비관을 냉철한 인식으로 변주하는 것에 저항감이 느껴진다. 당연하다. 태어나고 죽는 그 공간 안에 담긴 삶의 풍경과 무게는 엄혹하고 지난하다. 그렇다고 매일 울 수는 없지 않는가. 그렇다고 항상 젊음만 칭송하고 그들의 이야기만 말하고 들으며 어제보다 분명 늙어가고 있는 우리를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을까.

 

분명 나의 다크서클은 나날이 짙어지고 그 면적을 확대하며 내가 늙어가고 있음을 몸에 아로새기고 있다. 거꾸로 걸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나친 동안 열풍도 그래서 때로 불편하다. 그 안의 몸은 온전히 시간을 품고 있다.

 

따뜻하고 견딜 만한 노인의 삶들이 비록 환상일지라도 그러한 환상을 보여주는 것에 그래서 속고 만다. 그게 더 견디기 낫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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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07-03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한 노년, 좋아요.
제가 요새 연세 지긋하신 분들을 뵙는데 젊은 시절 열심히 사셨던 분들이 노년의 생활도 적극 즐기시더라구요.
신체와 연령을 극복하는 건 역시 정신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사고가 유연하고 깨어 있더라구요.
우리도 곧 노년이 다가오겠죠. 그래도 정신은 청춘으로 살아가자구요.^^

blanca 2016-07-04 08:20   좋아요 0 | URL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조언이나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게 나이들면서 쉽게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러려면 무엇보다 내실을 키우고 꿈섬님 말씀처럼 사고를 유연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 같아요. 아웅, 잘 늙어가고 싶어요.

카스피 2016-07-03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어마이 프렌드의 노년정도라면 참 해피한 편이지요.국내 노인의 약 50%가 가난하다고 하는데 폐지줍는 노인만 175만명이라고 하는군요 ㅜ.ㅜ

blanca 2016-07-04 08:23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노인 빈곤 비율이 훨씬 높군요. 세계에서 노인 우울증 수준도 거의 수위라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무엇보다 노인 복지가 가족의 부담으로 전가되어 있는 경우가 우리나라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자녀들과의 갈등도 많고.... <디어마이프렌드>의 노년은 경제적 곤란 문제와는 살짝 떨어져 있는 게 한계 같기도 하고 또 그래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도 같고...모든 것들을 잘 책임지면서 늙어간다는 게 참 말처럼 쉬운 노릇이 아닌 듯합니다.
 
밤으로의 긴 여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9
유진 오닐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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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와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게시판에서 우연히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너무 슬프고 절망적이라는 이야기에 끌려  유진 오닐이 아내 칼로타에게 쓴 눈물 어린 헌사를 시작으로 티론 가족 네 사람이 각자의 절망이 소통하지 못하고 한없이 반목하고 빗겨가는 그 자리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열두 번째 결혼 기념일에 유진 오닐은 차마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표현해 내기 어려울 만큼 슬프고 비참했던 가족사를 자신이 가장 잘 형상화할 수 있었던 희곡의 형태로 사랑하는 아내에게 선물로 바친다. 실제 유명한 연극배우였고 극단을 따라 호텔을 전전하며 아이들을 낳고 키웠던 유진 오닐 아버지의 이야기가 극중 티론에게 그대로 투영되어 티론의 여름별장의 거실에 모인 부부와 두 아들의 4막으로 이어진 대화로 슬픈 가족사와 서로 간의 갈등, 상처를 짐작할 수 있다.

 

 

1912년 8월, 제임스 티론의 여름 별장의 거실에 나타난 어머니 메리는 진통제 처방이 우연히 마약 중독으로 이어진 상태로 마약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가족에게 다시 돌아온 그녀의 모습에는 여전히 마약에 오염되어 있는 모습이다. 선병질적인 모습과 연극적인 자기 고백, 과거로의 끊임없는 귀환은 그녀가 방탕한 큰 아들과 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둘째 아들, 가족들에게 인색하고 탐욕스러운 남편이 만들어 내는 건조하고 차가운 현실과 유리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머니는, 아내는 현실을 부정하고 아버지는 절망과 삶에 대한 탐욕스러운 애착을 묘하게 섞어 아들들을 괴롭힌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그 사람과 아이를 낳았을 때에 이러한 미래를 감안하거나 꿈꾸는 것은 아닐 테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보다 앞질러 정거장에 당도해 있는 미래는 얼마쯤 우리가 삶에 기대했던 그 자비와 관용, 환상을 여지없이 박살내어 버린다. 유진 오닐은 먼저 이 정거장에 도착해 자신의 원가족을 담담하게 지켜보고 이야기한다. 아버지와 반목하는 아들들. 어쩌면 내일이면 완전히 헤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이 위태위태한 가족의 모습에는 인간이 삶이라는 그물에 걸리는 한 어쩌지 못하는 그 필멸의 명제가 살아 있다.

 

 

인간이 되는 바람에 항상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고, 진정으로 누구를 원하지도, 누가 진정으로 원하는 대상이 되지도 못하고, 어디 속하지도 못하고, 늘 조금은 죽음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된 거죠!

 

유진은 자신의 사후 25년 동안 이 작품이 발표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결혼기념일에 이 희곡을 이미 자신의 것으로 받은 아내 칼로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아이러니하게 그에게 네 번째 퓰리처 상을 받게 한다. "빛으로의, 사랑으로의 여로"라 칭했던 그녀와의 결혼 생활도 결국은 '밤으로의 긴 여로'가 되고 말았다. 그것은 모든 삶의 보편적인 은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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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6-07-07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이 인용하신 구절을 제가 다시 인용했습니다...그래도 되었을까요? 문득....이 책을 저도 오래전에 읽었습니다. 당시 유진 오닐의 희곡을 여럿 읽었지요. 일부러 찾아 읽진 않았고 어쩌다보니, 그리 되었지요. ..그런데..이 구절은.....아무튼....

blanca 2016-07-08 16:15   좋아요 0 | URL
테레사님, 어차피 저의 문장이 아닌걸요. 혹시 유진 오닐의 다른 희곡 중 좋았던 것 추천해 주세요.

테레사 2016-07-13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좀 오래전 그러니까, 1900년대에 읽었어요..ㅜㅜ ㅋㅋ 1990년대 후반에요..생각해 보니,,많진 않았네요..느릅나무 밑의 욕망이 기억나네요...그건 잘 알려진 것이라..블랑카님도 ..아실터...
 
교수와 광인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사전을 다 씹어 먹으면 그 단어들을 다 외울 수 있어. 그 사람은 정말 다 씹어먹었다니까.

 

정말 한번 한 장만 먹어볼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기도 하고 어쩌다가 종이를 장난으로 가끔 먹어보기도 했지만 사전의 그 얇은 지질의 종이를 몇 백장을 먹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럴 수는 없으니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친구와 맞바꾼 영어 사전을 부지런히 찾았다. 그러면서 사전은 내 손에 길이 들어 모르는 단어를 어느날 한번에 펼쳐 찾는 그 사소한 행운에 놀라기도 했다. 이제 모르는 영어 단어가 나오면 대신 인터넷 검색을 한다. 편리하기도 하지만 그 손으로 내가 찾던 단어를 지목하며 그 주변부의 숱한 단어들을 우연히 맞닥뜨리는 그런 묘한 경험은 과거가 되었다. 딱 내가 궁금한 그 단어만 만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세계는 점점 더 내 본위로 좁아져 간다.

 

사전을 만든 사람들. 듣기만 해도 설명하기 힘든 묘한 친근감, 경외감이 든다.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과는 또 다른 지점에서 끌어당긴다. 모든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지만 모든 어휘를 다 설명하려 했던 그 지난한 시도와 여정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하나 하나 정복해 나가며 가능한 최대치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과정이었다. 19세기 중반 시작된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편찬은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보낸 작가들이 문학 작품에서 사용한 어휘의 인용문 수집 과정을 통한 것이었다는 것이 놀랍다. 돈을 받거나 어떤 명예를 얻는 것도 아닌데도 수많은 지원자들이 속출했고 물론 중간에 그만둬 버리거나 책임감 없이 행동한 이들도 있었지만 끝까지 그 지난한 편찬 과정에 무보수로 동행한 많은 이들이 있었고 언어학자보다 더 심도 있고 적확하게 그 어휘가 최초로 쓰인 문학 작품을 찾아 인용하여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완성에 혁혁한 공을 세운 자원봉사자 닥터 마이너와 사전의 편찬 작업을 전두 지휘했던 편집인 제임스 머리의 우정이 있었다. 그 둘은 닮은 외모, 비슷한 연배였지만 국적도 성격도 삶의 여정도 천양지차여서 사전 편찬이라는 공통된 화두가 없었다면 결코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사전의 자원봉사자와 편집인으로 만난 둘은 서신 교환으로만 접촉하다 거의 이십 년이 지나서야 서로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찬의날실과 씨실에 파고든 공적인 역사보다 더 끈질기고 드라마틱하고 비참하고 그럼에도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적인 연대기가 얽혀 있다.

 

충실하게 사전의 편찬 역사에 동행했던 자원 봉사자 닥터 사이먼에게는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었다. 그는 상류층 선교사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 미국의 남북전쟁 시기 북군의 군의관으로 참전했다 후에 정신병이 발병하여 전역한 후 건너간  런던에서 망상에 사로잡혀 가난한 한 집안의 가장을 살해하게 된다. 그 후로 그는 사회와 격리되어 정신 병원의 수용소에서 여생을 보내게 되고 여기에서 그의 재력과 사회적 위치로 얻은 독특한 자유와 장서로 영국의 영어 사전 편찬에 성실히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장서를 동원하여 성실하게 본인이 직접 만든 작은 어휘집에 제임스 머리가 요청한 어휘들의 용례를 충실히 수집해 주옥 같은 자료를 정기적으로 꾸준히 보내게 된다. 끊임없이 성적 망상에 사로잡히면서도 그의 성실함, 언어에 대한 깊은 애정과 천착의 깊이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을 완성하는 데에 혁혁한 역할을 하게 된다. 편집인 제임스 머리는 이 성실하고 명민한 자원 봉사자에 대한 깊은 경탄과 호기심을 떨치지 못하고 마침내 그를 만나게 되고 그가 정신병자에 살인까지 저질러 감금되다시피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면회와 서신 교환을 중단하지 않고 심지어 노년기에 접어든 닥터 사이먼을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는데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죽음이 그들을 갈라 놓을 때까지 충실한 친구의 역할을 저버리지 않게 된다.

 

70년도 넘는 세월에 걸쳐 50만 개가 넘는 어휘의 정의와 역사, 용례를 담아 내어 '영어'의 위상을 재정립한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이런 두 사내의 우정과 상호존중, 신뢰가 있었기게 가능한 것이었다. 저자는 더불어 닥터 마이어가 죽인 젊은 아버지 조지 메리트의 잊혀진 삶을 추적하고 이 책의 제사를 그에게 바침으로써 이 익명의 희생자가 될 뻔한 사전 편찬의 사연에 숨어 든 한 남자를 살려낸다.

 

일어났던 모든 일.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일들. 윌리엄이 런던에 건너가 살인을 저지르고 수용소에 감금되지 않았다면 오늘날과 같은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우리 앞에 없었을 것이다. 그의 편지를 제임스가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사전 작업에 활용하지 않았다면, 혹은 후에 그의 무서운 배경을 알아차리고 그와의 접촉을 끊었더라면, 그 작은 하나의 가정들이 모여 다른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이러한 사슬 고리마다 저자의 사려 깊고 세심한 시선은 가 닿아 그 모든 퍼즐 조각들이 맞춤하게 맞아 떨어져 그려 낸 그림을 그려낸다. 한 가여운 남자의 죽음, 그리고 두 남자의 편견과 계급을 뛰어 넘은 우정을 가로질러 마침내 그 모든 언어들의 태어나 자라 살고 죽은 그 유장한 역사가 남게 된 것이다.

 

사전을 다 먹어버리고 마침내 그 모든 언어를 다 머릿속에 넣어버렸다는 그 사람은 대체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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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6-27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다시 새로 나왔나 봐요. 예전에 나왔었는데...
블랑카님 <행복한 사전>이란 영화 보셨나요?
혹시 안 봤으면 한번 보세요.
진짜 사전 만드는 사람 보면 존경스러워요.
줄리언 반즈도 사전 만드는 일에 참여한 적이 있다잖아요.^^

blanca 2016-06-27 18:10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안 그래도 그 영화 좋다 해서 봐야겠다,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이 참에 봐야겠어요. 안 그래도 이 책이 개정판이더라고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
 

몇 년 전에 다시 시작한 피아노를 둘째 아이를 가지면서 그만두게 되어 버렸다. 그러다 혼자 또 다시 시작했다. 나날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혼자 즐기게 된다. 어제 안 되던 마디가 오늘은 되는 경우, 시간만 잡아 먹는 게 나이 드는 게 아닌 것 같아 기분이 한결 낫다. 시험 공부는 괴로웠지만 시험이 끝난 뒤를 상상하는 시간이 행복했고 시험이 끝난 당일 그 말로 다 옮길 수 없는 시원한 기분이 좋아서 시험 끝나는 날을 기다리다 보니 대학생이 되어 버렸다. 하고 싶은 많은 것들을 시험이 끝난 뒤로 미뤄야 하는 인내의 시간의 무게가 시험이 끝난 뒤의 홀가분함을 이기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제 끝내야 할 시험이 없는 시간이 막막하다. 더 이상 다음 주, 내년, 십년 뒤를 설레어 하며 기다릴 나이는 아닌 것이다. 이제 무언가를 스스로 배우지 않는 한, 노력하지 않는 한, 등을 떠밀어 주고 격려해 주며 도착지를 안내해 줄 어른의 굳건한 지지는 없다. 잠들기 전, 잠과 잠 사이, 잠이 깰 때, 나이듦을 느끼는 것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소풍도 시험도 소개팅도 데이트도 알아가야 할 미지의 것들도 이제 다 어딘가 시간들이 쌓여 풍화하는 그곳에서 삭고 있거나 할 것이다.

 

 

 

 

 

 

 

 

 

 

 

 

 

 

 

 

 

제목이 참 쓸쓸하다. 중년을 훌쩍 넘겨 버린 프랑스의 철학 교사는 니체를 페소아를 쇼펜하우어를, 몽테뉴와 프로이트를 인용하지만 결국은 자신이 생에 느낀 배신감, 그 황량함, 부조리함을 고백한다.

 

독일인들은 우울을 '세월병'이라 부른다. 마치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 속에 섞여 있지만 보이지는 않는 부식성 물질처럼, 초,분, 시, 일, 주, 월, 년의 흐름이 우리를 갉아먹는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 프레데리크 시프테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중.

 

 

그렇구나, 세월병. 요가를 하면서 때로 '몸'이라는 이 세월이 흔적을 매일 부지런히 쉬지 않고 아로새기는 바탕을 강렬하게 실감할 때가 있다. 내가 마음대로 구부리고 펼 수 있는 이 느낌도 결국은 영원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 묘한 기분이 든다. 그냥 그 찰나에 모든 것을 구겨넣고 싶은 심정이다. 철학 교사의 글은 철학자의 글 같은 깨달음으로 가득하다. 막간의 자신의 이야기는 살짝 귀엽다. 영원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 결국 마지막에는 여자를 향한 사랑에 대한 모순적인 소회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 그렇지, 내일 죽을 것을 알아도 아름다움의 빛에는 반응하고 하나의 환상이 매개한다 해도 거기에 더한층 진실한 것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나아가는 것, 뼛속까지 물든 염세주의자는 도저히 삶을 이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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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6-20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안 되던 마디는 연습하면 나아지기도 하겠지만 ... 이젠 끝내야 할 시험이 없다는 블랑카님 문장이 마음에 콕 박히네요...

blanca 2016-06-21 10:17   좋아요 0 | URL
줄줄이 시험이 있을 때에는 그리도 괴롭더만 이제 무언가를 준비하고 기대할 시험이 없는 나이가 되어 버리니 이것 또한 허무하네요. 자기가 스스로 뭔가에 도전하지 않는 한 주어지는 시험은 없으니까요. 만들어서 시험이나 도전 과제라도 저 자신에게 주어야 할 까봐요.

2016-06-20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1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6-20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피아노를 다시 쳐보고 싶은데, 기회를 자꾸만 미루고 있습니다. 이제 저의 두 손은 책을 받쳐주는 노예가 되어버렸습니다. ^^

blanca 2016-06-21 10:18   좋아요 0 | URL
아직 늦지 않았어요. 꼭 다시 시작해 보세요. 책을 받쳐주는 노예도 좋긴 하네요.^^;;

마녀고양이 2016-06-21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새로 나온 악보집을 보면서, 정말 다시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졌어요.
수 년 전에 디지털 피아노도 다시 사놨는데... ㅠㅠ.

블랑카님, 몸이 구부러지지 않는 것이 제 현실입니다. 틀림없이 십 년 전에는, 아니 오륙 년 전에는 허리를 비틀어서 왼쪽 무릎이 오른쪽 바닥에 닿았던 것 같은데.......... 잃어버린 것들을 많이 생각하는 날들입니다, 물론 하고 싶은 것들과 하고 있는 것들, 해내야 할 것들로 머리가 분주하기도 한 날이기도 합니다. 머, 이래 저래 초조감이 생애를 지배하네요. ㅋ

blanca 2016-06-21 17:1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빨리 시작하세요. 이게 또 다른 말도 못하는 재미가 있어요. 저는 레슨은 아직 아이 때문에 못 받아서 그 점이 어찌나 아쉬운지... 그래도 참 신기한 게 오늘보다 내일이 낫고 어제보다 오늘이 분명 더 좋아요. 살면서 사실 그런 건 별로 없잖아요.


희선 2016-06-22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이 정해져 있는 시험은 없다 해도 아주 없는 건 아닌 것도 같아요 정해지지 않은 답을 찾아야 하는 건 시험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천천히 하는 것도 괜찮죠 그런 게 있는 것도 아니군요 그걸 생각하고 하시는 분을 알뿐이네요 끝은 알 수 없고 끝이 없을지 몰라도 날마다 뭔가 하면 조금씩 쌓이겠죠 그날그날 할 것을 정해두어도 괜찮겠네요 피아노도 그래야 할 듯합니다 오늘 잘 안 되면 내일은 좀 나을 거야 하고... 피아노 즐겁게 하세요


희선

blanca 2016-06-22 11:42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희선님, 더 열심히 즐겁게 피아노를 쳐야 할 것 같아요. 사는 일 자체가 어쩌면 하나 하나 시험을 치루어 내는 과정일 지도 모르겠어요. 예전처럼 그 결과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건 또 나이듦의 장점이 될 수도 있겠어요.

테레사 2016-07-05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피아노가 집에 있다니..정말 부럽습니다. 저는 직장다니면서 유일한 꿈이라면,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한곡이라도 칠 수 있을 정도의 피아노실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바이엘40번인가에서 멈췄습니다...손은 이미...지멋대로 ..빳빳합니다.

blanca 2016-07-05 16:30   좋아요 0 | URL
언제 다시 시작하셔도 삼개월 안에 손이 다시 풀릴 거예요. 손은 다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테레사님의 꿈도 조만간 이루어지기를...
 
비 온 뒤
윌리엄 트레버 지음, 정영목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이야기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언어의 그물코는 듬성해서 때로 많은 것을 놓치고 현실과 유리된다. 그 지점부터 이야기는 공허해진다. 사람들이 더 이상 이야기를 원하지 않게 된다면 때로 현실이 이야기보다 더 지루하고 아무것도 아닌 듯하면서도 이어져 나가고 더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면서도 그 사슬 고리를 결코 끊어버리지 않는다는 엄혹한 진리를 이야기가 외면했다는 것을 간파하게 되기 때문이다. 삶은 결코 그렇게 단순하거나 만만한 게 아니다.

 

하지만 윌리엄 트레버는 달랐다. 그의 이야기는 그런 우리 청자들의 갈급함을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대응한다. 그의 이야기는 삶과 철저히 닮아 있으면서도 삶을 함부로 폄하하거나 유치하게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제 할 말을 다 하고 제 갈 길을 유유히 간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읽다가 멈춘다면 반칙 같다. 그의 이야기를 읽는 행위 자체가 삶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첫 이야기의 첫 문장은 수수께끼 같다. "바이얼릿은 피아노 조율사가 젊은 시절에 결혼했다. 벨은 그가 늙었을 때 결혼했다." 다시 돌아가 읽는다. 그러다 거의 한 대목을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조율사의 아내들>의 이 첫 문장을 이해한다. 늙은 맹인 피아노 조율사는 아내 바이얼릿과 사별한 후 비로소 자신을 내도록 지켜보았던 벨과 재혼한다. 이제 이미 죽어버린 바이얼릿과 살아 있는 벨은 한 남자를 공유하게 된다.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바이얼릿은 남편에게 세상을 묘사하는 눈의 역할을 맡아 세상 그 자체의 인상을 자신의 눈과 언어로 만들어 조율사에게 각인시켜 놓는다. 맹인이 보는 세상은 아내 바이얼릿이 묘사한 그것이었다. 벨은 그러한 세상에 대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섭섭하고 괴로운 일이다. 남편은 죽은 아내의 눈으로 세상을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는 벨을 아프게 한다. 트레버의 위트는 날카롭다. "살아 있는 사람이 늘 이기는 법"이라는 그의 말은 벨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다. 덧붙이는 이야기는 더 젊은 더 나은 시절의 남편을 소유했던 전처 바이올렛의 이점이니 말이다. 그래서 아내들은 비로소 동등해지는 것일까.

 

트레버의 노부부들에게는 찬란한 시절, 어려운 시간들을 통과한 삶의 동지애적 유대가 있다. 그래서 그들은 웬만한 일에는 놀라거나 낙담하지 않는다. 하나뿐인 아들이 동성애자로 나이 든 남자가 남겨준 재산으로 먹고 살며 자신의 생일날에도 건달 같은 친구를 대신 보내 부모가 아끼는 물건들을 훔쳐가더라도 <티머시의 생일>, 딸이 아버지의 늙고 무능력한 한량 친구와 사랑에 빠져도 <데이미언과 결혼하기>, 그들은 "있는 것은 있는 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가슴앓이는 해봐야 소용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은 무기력한 체념과도 또 다르다. 교통사고처럼 벌어지는 비보들 앞에서 시간과 세월의 무게는 때로 지혜가 된다. 아등바등 안달하고 이미 일어나버린 일들을 뒤집어 보려 억지로 삶과 겨루려 하지 않는다. 받아들이는 것에는 그들이 낳았지만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닌 자식이 포함된다.

 

실연하고 어린 시절 묵었던 숙소 '펜시오네 체사리나'에 홀로 체류하게 된 젊은 해리엇 <비온뒤> 도 남편의 외도를 눈치챘지만 그가 어쩌면 낳아 올지도 모를 혼외 자식이 성장하는 미래를 그려보며 저녁을 준비하는 중년의 레스웨스 부인 <하루> 도 고통스러운 상실과 결핍에 압도되는 대신 묵묵히 평범한 하루로 돌아오고 내일로 걸어들어간다. 현실의 엄혹한 진실의 핵에 가 닿을 때 비수처럼 찌르는 그 칼끝도 결국은 살아내는 일 앞에서 무뎌지는 것임을 트레버는 담담히 변주한다.

 

사는 것은 때로 비루하고 치사하고 비참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결코 전부는 아니다. 결국은 그것을 헤치고 나아가야 하는 것임을 윌리엄 트레버의 결곡하고 간명한 음성으로 듣는 일은 그러한 삶의 막간을 채우는 아름답게 채우는 일이다. 충분한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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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6-17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이 별 다섯을 던지시다니
읽고싶어지네요^^

blanca 2016-06-17 15:00   좋아요 0 | URL
이것은 정말 너무 좋더라고요.^^ 제가 단편의 정점은 카버,체호프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트레버로 바꾸렵니다.

시이소오 2016-06-17 15:48   좋아요 0 | URL
저역시 단편의 정점은 카버,체홉이라고 여겼는데요. 우와,읽고시포라ㅎ ㅎ

단발머리 2016-06-17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트레버라는 작가는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예요.
정영목 번역자님이 더 눈에 띄네요. (우리의 필립 로스^^)
진짜 별 다섯인가요?
그럼 저도..... ㅎㅎㅎㅎ

blanca 2016-06-17 15:01   좋아요 0 | URL
영미권에서는 대단히 유명한 작가인데 우리나라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로 알아요. 저도 처음 만났는데 과장 좀 해서 너무 놀라웠어요. 저도 좋아하는 번역가인데 이번 책에는 몇 가지 아쉬운 대목이 있어요. 직역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트레버의 문장 자체가 그런 것인지 몇 번을 되풀이 읽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sslmo 2016-06-18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추천인데다가 정영목 님의 번역이라니, 저도 당근 장바구니로 직행입니다.
정영목 님이라면 꼼꼼한 번역으로 출판가에서 소문이 자자하다죠.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출판사 사장님께서 이분이랑 작업을 해봤는데,
좀 대충 빨리 하자고 해도, 시종일관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신답니다.
덕분에 제가 아는 사장님도, 그때 이분도 주머니가 아주 홀쭉하셨다는데...지금은 어떠시려나 모르겠네요~^^

이런 분들의 처우가 개선 되어야, 우리나라 출판, 번역 계의 앞날이 밝을텐데 말이죠~--;

blanca 2016-06-18 13:45   좋아요 0 | URL
아, 트레버 할아버지 아직 생존해 계신다고 하네요. 필립 로스와 더불어 이야기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라는 전범이 되어 줄 것 같아요. 이야기와 관련된 사람들이 좀 경제적으로 너무 시달리지 않아서 쓰고 번역하고 노래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게 되었으면 합니다.

자목련 2016-06-2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려고 곁에 둔 책인데, 더 빨리 읽게 만드는 리뷰네요.

blanca 2016-06-21 17:11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은 분명 좋아하실 겁니다. 이런 작가라니, 정말 어디 숨어 있다 이제 나오셨는지... 그런데 이미 충분히 유명한 작가였더라고요.

Jeanne_Hebuterne 2016-07-04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즈음 제가 사는 곳에서는 앤 타일러와 줄리언 반스라는 대가들의 신작이 나와 꼭 잔칫날 같아요. 앤 타일러는 작년 이맘때 푸른 실타래를 내고서 한동안 신작이 없을 것으로 알았는데 지난주에 한 권이 출간되어 얼른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그 필력이 마치 이런 것은 수천 번도 더 써보았다는 양 당당하게 스타일을 유지해서 역시나, 싶어요. 우디 알렌, 앤 타일러, 줄리언 반스, 필립 로스(더이상 신작을 쓰지 않지만..) 이 작가들의 글을 천천히 읽고 있어요. 이 책 다음에 무엇을 읽을까, 생각해 봤는데 블랑카 님의 리뷰에 아마존과 동네 서점을 뒤적일 것 같습니다. 고마워요.

blanca 2016-07-04 08:25   좋아요 0 | URL
저는 앤 타일러는 못 읽어봤는데 좋은지 궁금하네요. 아, 전 우디 알렌의 영화도 너무 좋아요! 쟌느님, 혹시 <블루 자스민> 보셨어요? 필립 로스는 대중 강연도 안 한다고 선언했다는데 왜 그런지 이야기 좀 들어보고 싶어요. (마치 아는 사람처럼 ) 쟌느님 어디 사시는 지 궁금하네요. 어디 살아도 잔느님 계신 곳은 여기보다 한뼘 쯤 더 근사해 보인다고요.^^;;

Jeanne_Hebuterne 2016-07-07 22:00   좋아요 0 | URL
blanca님, 앤 타일러는 제게는 미국의 박완서 같은 느낌이에요. 두 사람 다 수다를 뼈대를 가진 이야기로, 옛시절의 향수와 그분들이 살았던 무섭게 추운 겨울, 숨막히게 더운 여름을 생동감 있게 살려내곤 하거든요. 박완서의 글을 읽으면 늘 창밖 어딘가에 찹쌀떡이나 군밤장수가 있을 것만 같고, 앤 타일러를 읽으면 음악소리를 내며 아이스크림 트럭이 지나가고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해요.
블루 자스민, 봤지요! 기본 아이템은 좋은 걸로 살수록 좋다는 교훈(샤넬 트위드 자켓을 야무지게도 돌려 입더라고요 호호)은 둘째치고, 우디 알렌 특유의 인물을 수렁에 빠져들게 하는 개미지옥같은 솜씨라니...젊은 시절 순이와의 스캔들에 대해 물어보니, 미국인들도 난감해 하더라고요. 그래, 정말 미친짓이었지..관계도 깨어버리고 여간해서는 벌일 수 없는 짓이었잖아? 용서받아선 안될 일이었어. 그런데 그게 또, 그래도 우디 알렌이잖아? 어쩌겠어. 라고 말하는 걸 보니, 이 양반의 세계가 얼마나 독보적인지가 보이더라고요. 스캔들과 영화라는 작업의 접점보다는, 한 개인의 스타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장난꾸러기 같은 그의 영화가 정말 좋아요. 히힛

제가 사는 곳은요, 길에 사슴도 다니고 아이스크림 트럭도 다녀요. 스컹크, 너구리, 엄마 사슴, 아기 사슴, 고양이도 길에서 봤지 뭐여요. 햇빛이 타들어가고 밤은 서늘하죠. 그치만 언제나 일상은 무채색이고 반짝임은 찰나같아요. 잘 지내고 계시죠, 그리운 블랑카님? 늘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blanca 2016-07-08 16:16   좋아요 0 | URL
호옥시...텍사스 주 오스틴 아닌가요? 두근두근 ㅋㅋ 아, 쟌느님이 박완서에 비유해 주시니 앤 타일러의 색깔이 확 와닿으면서 빨리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자냥 2016-07-23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오히려 번역이 별로인 것 같더군요. 트레버 팬이 되셨다면 이 책보다는 현대문학 세계단편 15번째 <윌리엄 트레버 - 그 시절의 연인들>을 추천합니다. 저는 현대문학 버전으로 트레버를 먼저 만나고 최근에 이 책을 읽었는데....<비 온 뒤>에서는 이상하게 문장이 읭? 스러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blanca 2016-07-23 19:34   좋아요 0 | URL
아, 잠자냥님, 꼭 읽어볼게요. 안 그래도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있었는데 곧 주문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