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면음식을 우격다짐으로 구겨넣다 보면 꼭 주기적으로 위염이 온다. 고객 상대하는 일을 그만두면
나는 더이상 카페인으로 나를 각성시킬 필요가 없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커피를 마셔야 하는 이유는
시시각각 튀어 나오니 나의 위는 낭패일 수밖에. 담배를 못피워서 비행기를 못탄다는 예전 팀장님 얘기를
이제 나는 진실로 이해할 수 있다. 커피가 없는 하루를 나는 상상할 수 없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있으니 두돌 딸내미가 묻는다.
 

"엄마, 아퍼?", "마니 아퍼?" 그리고는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돈다. 신이 난 눈치다. 아프다는 것의 의미는 알지만
타인의 고통을 동감해 주지는 못하는 시기인 건지, 아니면 얘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엄마, 추워?", "어불(이불) 더퍼." 그리고는 돌아나간다. 

드문드문 정말 뜬금없이 "아빠, 머찌다!"를 되뇌이기도 한다. 아빠가 출근할 때 모직 코트를 걸치고 현관에 나서면
딸내미는 감탄을 보낸다. "우와! 아빠 머찌다!" 살이 쩌서 나날이 성인 곰돌이가 되어가는 아빠가
멋지면 또 얼마나 멋지겠는가. 

정말 신기하다. 프로이트의 구강기, 항문기 같은 도식을 그닥 동감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데 생식기(3~5세)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눈으로 보게 되니(비약일 수도 있지만) 거참 신통하다. 아이는 만 두 돌을 넘어가면서
정말 아빠가 너무 멋지다고 극찬을 해댄다. 연애시절 나에게도 못들었던 찬사를 휘감고 다니는 푸우님께서는
몸둘 바를 모르는 눈치다.  

  

엄마는 이런 파스타까지 준비하여 너를 기쁘게 해 주려고 하는데 너는 아빠만 멋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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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2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딸에게 질투하시는군요.^^
딸들은 그래서 이 다음에 아빠랑 결혼한다고 선언하잖아요.ㅋㅋ
아들을 낳으세요~ 그럼 엄마랑 결혼한다고 할테니까요.^^

우리도 어릴 때 엄마보다 아버지를 더 좋아하지 않았던가요?
난 그런 거 같은데~~^^

blanca 2010-01-27 21:29   좋아요 0 | URL
아들을. 성별이 마음대로 조절이 되야 말이죠 ㅋㅋㅋ

라로 2010-01-2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파스타로 파스타를 만들어 봤지만 성공한적이 없어요,,,엄청 오래 삶아야 할껄요~.ㅎㅎㅎ
님의 아이가 정말 제 막내랑 동갑이군요!!!!
그런데 그런 말까지 한다는 말이죠!!!!딸아이들이 빠른건지? 우리 녀석이 늦된건지??ㅠㅠ

blanca 2010-01-27 21:31   좋아요 0 | URL
nabee님 안녕하세요~ 안그래도 오늘 대박 실패봤답니다. 참으로 설명하기 힘든 맛이던군요-..- 아, 저 이런 얘길 들을 때마다 너무 부러워서. 막내가 제 맏딸이랑 동갑이라 하면 제가 갈 길이 너무 먼 것 같이 느껴져 가슴이 답답해진답니다.

302moon 2010-01-2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 쓰림은 어떠세요?
위염이라면, 음식도 가리고 그래야 하죠?
저는 중학교 때까지 위염이 있었는데,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던 기억이/
맛난 걸 마음대로 못 먹었던 게 젤 안 좋았어요. ㅜ
물이랑 과일을 커피랑 같이 드시면 어떨까요?
아이가 곰돌이 캐릭터를 많이 좋아하는 듯^^
제가 아는 녀석 중에도 딱 아빠 곰 같은 애가 있는데,
은근히 그 녀석에게 아이들이 신기하다며(;) 많이 붙던/

blanca 2010-01-28 14:06   좋아요 0 | URL
ㅋㅋㅋ 나아지고 있어서 다시 카페인을 들이키고 있답니다. 음식을 가려야 하는데 그게 참. 아빠 곰. 이건 딱 제 옆지기 얘긴데. 그래서 딸도 판박이 곰이랍니다.
 

시간은 뒤통수가 없어 잡을 수가 없다고 했던가. 나이가 들수록 되레 뒤를 더 돌아보게 된다. 노년이 되면 추억으로
호흡할 지경까지 이른다. 가장 나다운 모습, 혹은 가장 나답지 않은 모습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과거를 들추다 보면
아슴푸레한 유년기 추억이 비죽이 나온다. 그리고 나는 가끔 울게 된다. 너무 그리워서. 너무 아쉬워서. 

성장소설은 일종의 대리체험을 통한 치유다. 우리는 되감기할 수 없는 어린 나의 편린들을 작품 속에서 발견하고
나의 기억을 교차시킨다. 그 접점에서 우리는 세상을 마음대로 오해하고 마음대로 해석해도 되었던 그 특권 속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오해하고 왜곡해도 되는 권한은 이제 영영 주어질 일이 없으니 말이다. 
 

성장 소설 속 아이들은 하나같이 암팡지고 성에 대해서도 비교적 일찍 눈뜨고 어른들 세계에의 개입도 빈번하다.
유순하고 아이다운 캐릭터는 그닥 인기가 없다. 어쩌면 아이답다,는 것은 어른들이 설정해 놓은 역겨운 특일지도 모른다.
그 틀 속에서 빠져나온 악동들이 춤추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자. 
일단 이 악동들이 그려내는 서사들은 무조건 재미는 기본적으로 보장한다. 지루할 틈이 없다.
소설에 거부감이 있거나 책읽는 것에 흥미를 못느끼는 사람들이 성장소설로 시작하는 것이 괜찮은 이유다.
적어도 잘된 성장소설을 읽다 던져버리는 일은 그리 자주 마주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모든 성장소설의 모태가 되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오정희의 <유년의 뜰> 첫 장면에서 진하게 화장을 하고 외출준비를 하는 엄마 옆에서 중학생 오빠가 변성기에 접어든 목소리로 화내듯 외쳐대던 "홧 아 유 두잉?"은 전후세대들의 아픈 곳을 찌르르하게 한다. 전쟁중 소식이 끊긴 아버지를 대신하는 가장 노릇은 오빠의 동생 매질과 영어 공부에의 집착, 엄마의 밤외출로 이어진다. 노랑눈이(나)는 밤에 오줌을 싸고 엄마 밥을, 엄마 돈을 훔쳐내며 위로를 받는다. 

재미도 재미지만 문장 하나 하나에 쓰인 그 수많은 아름다운 어휘들과 묘사들이 엮어내는 직조물은 보는 것만으로 그저 눈부시다. 한 번 읽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소설이다. 

 

 

 <새의 선물>은 두툼하지만 정말 빨리 읽을 수 있다. 중견 작가인 은희경이 초짜 신인일때 내어놓은 이 작품은 문학동네소설상 심사위원들도 너무 재미있다고 탄복했다고 할 정도였다. 열두 살에 성장을 멈추었다고 주장하는 여자애의 당돌한 선언 속에서 펼쳐지는 그 이야기의 향연들에 빠져들다 보면 갑자기 시간의 축지법을 확인하게 될지도 모른다. 

공지영의 자전적 얘기인 <봉순이 언니> 식모 봉순이 언니와 다섯 살 짱아가 엮어나가는 6,70년대의 그 슬픈 여인들의 신산한 삶에 대한 관찰은 가슴을 아릿하게 한다.  

 

 

무조건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었다. 그 때 리뷰들이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던 이 작품은 정말 우연하게 왔다. 그리고 나는 이공계 석사까지 마친 심윤경 작가에게 진심으로 경탄을 보내게 됐다.   

한겨레 문학상을 받은 이 작품이 난독증을 앓는 동구라는 사내아이가 욕쟁이 친할머니와 할머니한테 핍박받는 (동구의 시선) 엄마, 방관자인 아빠, 그런 동구를 품어주는 박선생과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너무 익살스럽고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사랑하면서 질투했던 어린 여동생이 죽고 마는 대목(스포일러)에서는 어린 시절들의 방비벽이 얼마나 연약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아프다. 나도 하나의 기억을 얹으며 잠시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심윤경 작가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중 가장 많이 팔렸다는 바로 그 책.  정말 못생긴 여자들은 세상살기 힘들다고 너무 불쌍하다고 읊조리는 열 여섯살의 콜필드. 가수 소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큰 제스추어로 한참을 마치 곁에 있는 친구처럼 얘기했던 그에 대한 얘기를 읽는 데 너무 늦은 순간은 없다. 

사람들이 하도 입에 붙이고 다녀 진부해 보였던 콜필드가 정작 되고 싶었던 것은 절벽 위의 아이들을 떨어지지 않도록 그들의 동심을 지켜주는 파수꾼의 역할이었다.  

그 파수꾼은 영원히 어린아이로 성장을 멈추고 싶어했던 피터팬의 이야기만큼 허황되지만 우리가 결코 떨쳐낼 수 없는 유혹의 역할이다. 우리는 때로는 지켜주고 싶고 때로는 안전하게 보호받고 싶다. 그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시간들을. 

 

 

 

처음 에밀 아자르로맹가리라고 했을 때 이름값한다고 생각했다. 프랑스 문학의 무슨 브랜드 마냥 로맹가리 타령이 이어졌을 때 그 타령조만으로도 충분히 지루한 책일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성장소설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창녀의 아들. 아랍아이 모모. 그리고 그 자신 창녀였다 창녀의 아이들을 거두게 된 로자 아줌마. 성장소설의 평범한 도식인 되바라진 아이와 물렁한 어른의 구도가 어떻게 성취의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장 하나 하나에 덧칠한 노작가의 능수능란한 익살과 삶에 대한 비관적이지만 정감어린 통찰은 왜 로맹가리 타령이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는 지를 보여준다. 

슬픈 결말이지만 모모가 결국 어딘가로 도약하며 사랑을 삶의 키워드로 추려 내었을 때 우리는 그 결말에 감사하게 된다. 어느 누군가가 인터넷을 배회하며 꼭 이것같은 책을 찾아달라는 부탁에 또 어느 익명의 누군가가 로맹가리에게서 이것 같은 책은 더이상 찾을 수 없으며 차라리 오정희의 유년의 뜰을 읽어보라는 말을 덧붙인 대목에서 나는 우리 세 사람이 한데 만났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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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25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건 다음블로거 뉴스 특종감인데요.^^
예~ 저는 아직도 성장중이라 성장소설 좋아해요.
여기 수록된 거 외에 루이스 새커의 '구덩이'를 추천해요.
http://blog.aladdin.co.kr/714960143/1709444

blanca 2010-01-25 22:05   좋아요 0 | URL
성장중^^ 구덩이도 당장 찾아봐야겠네요. 그런데 혹시 순오기님 제가 아주 예전글에 댓글 단거 보셨나요?

순오기 2010-01-26 01:25   좋아요 0 | URL
어떤 글에 단 댓글을 말할까요?
브리핑에 뜨는 댓글 수가 제한되어 미처 못 보고 넘어가기도 하는데...
어떤 글이었는지 기억나면 알려주세요. 그럼 다시 찾아보면 되니까요.^^

순오기 2010-01-26 16:23   좋아요 0 | URL
친절하게 댓글 남겨주셔서 옛날 글에 남긴 댓글 봤어요. 답글도 달았고요.^^

무해한모리군 2010-01-25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장소설은 싫은데 이 책들중 몇몇은 무척무척 좋아하는 것들이군요 ㅎㅎㅎ

blanca 2010-01-25 22:06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성장 소설이 알고 보면 다 뻔해서 유치해질 위험이 있더라구요.

무해한모리군 2010-01-25 23:10   좋아요 0 | URL
전 마음이 너무 아파서 싫어요 --;;
막 아리고 간질거리고 그러잖아요 ㅠ.ㅠ

기억의집 2010-01-27 09:00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안 아픈 성장소설도 많은데.....^^

기억의집 2010-01-27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정희 선생님 작품 좋아하는데(그래서 한때 선생의 작품 다 읽었는데
한국소설 안 읽게 되면서 이번에 나온 가을여자도 안 읽게 되더라구요^^)
유년의 뜰을 우리나라 최초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저도 성장소설 좋아해요. 문제의식이 결국엔 자신이 세계를 자신의 앵글로 맞춰 보기 시작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좋아하는데 전 외국의 성장소설이 더 좋아요. 다양하거든요.
구덩이같은 경우는 원서로 읽었는데 진짜 재밌게 읽었어요. 가슴이 뒤근거릴정도로.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후트>도 좋고 <기버>라는 작품도 추천 받아서 함 읽어보려고요.
제가 미국의 뉴베리상에 관심을 갖는 것도
괜찮은 성장 소설을 발견하고 싶어서 그런가봐요^^

blanca 2010-01-27 14:05   좋아요 0 | URL
이러면 구덩이는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생기네요. 맞아요. 이거 원서로 읽으면 참 좋다고 리뷰에 써 있더라구요.! 또 보관함에^^ 감사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1-29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희경 <새의 선물> 좋았어요.초기작 특유의 해맑은 느낌도 좋았구요.동향의 신경숙에 비해 요즘 작품활동이 좀 주춤한 느낌이죠?

blanca 2010-01-29 21:40   좋아요 0 | URL
저도...요새 주춤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인터넷 연재를 시작한 것 같더라구요. 새의 선물은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진짜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나요.

순오기 2010-01-29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의 선물은 정말 괜찮은 작품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끝부분은 맘에 안 들었지만...타인에게 말걸기도 좋았어요.
제가 멍석 깔았더니 블로거뉴스 당첨됐네요.^^

blanca 2010-01-30 15:2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순오기님 생각했어요^^ 제 생각엔 순오기님 댓글 보고 알라딘에서 움찔^^해서 당첨시켜준 거 아닌지. 순오기님의 존재감이 알라딘에서 음청나잖아요! 감사합니다.

2010-01-31 0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주변에 사랑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사람들은 뚱보가 된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옆지기 : 그건 맞는 것 같아.  (지금 살들을 실하게 채워가고 있으며 밤12시경 항상 정크푸드를 보충) 

---------------------------------------------------------------------------------

: 바렐라라는 학자는 임종할 때 전부인이랑 현부인이랑 다 같이 지켰대. 

옆지기 : 그건 문화차이다. 우리나라에서 그게 가능할 것 같아?  

--------------------------------------------------------------------------------- 

옆지기 : 그래서 가장 권해주고 싶은 책이 뭐야? 감동을 떠나서 가장 재미있는 책. 

:  태백산맥. 아, 진짜 식음을 전폐하고 열권을 읽게 되.
  

옆지기 : 나는 영웅문. 

: 그건 무협지잖아. 

옆지기 : 무협지가 어때서? 읽어보지도 않았으면서 그렇게 얘기하지마.  

---------------------------------------------------------------------------------------------- 

결국 항상 <영웅문> 얘기가 나오고 만다. 정말 읽어보고 얘기해 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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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25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정말이지 책은 안 읽고서 뭐라 할 자격이 없지요.ㅋㅋ
아~ 태백산맥 3권까지만 읽어서 끝내야 하는데...서평단을 하지 말아야지 정작 내가 읽고 싶은 책은 못 읽어요.
만날 숙제하기 바빠요. 어흐흑~ ㅜㅜ

blanca 2010-01-25 08:57   좋아요 0 | URL
서평단이 은근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게다가 순오기님 원고도 쓰셔야 하잖아요. 그래도 그런 걸로 바쁜 거는 진짜 부러워용~

프레이야 2010-01-25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열두 시 넘어 빵 먹었어요.ㅜㅜ
태백산맥!!

blanca 2010-01-25 08:58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은 날씬하실 것 같은데. 옆지기는 엄연한 비만이랍니다. 살도 가속도가 붙는 것 같아요 ㅋㅋㅋ 태백산맥 진짜 넘 재미있어요~

하이드 2010-01-25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무문, 재미있었다는 기억만 있네요. 주인공이라도 함 살펴봐야지 기억날듯. ㅎ

blanca 2010-01-25 08:56   좋아요 0 | URL
^^;; 영웅문이었더라구요.

저절로 2010-01-25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름신 왕림하사 태백산맥,토지 크윽 한번에 지름..이번엔 영웅문도 확 질러버려?

blanca 2010-01-25 13:04   좋아요 0 | URL
에파타님! 태백산맥과 토지를 한번에요? 우왕. 대단해요.토지만 해도 스무 권 넘지 않나요? 저는 도저히 용기가 안나서요. 글구 토지를 드라마로 두 번 보고 나니까 다 읽은 줄 완전 착각하고 있어서--;; 저 태백산맥 읽다가 하도 눈이 아파서 대하 소설은 함부로 시작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잖아요. <아리랑>도 최명희 <<혼불>도 홍명희 <임꺽정>도 다 읽고 싶은데 눈을 한쌍 더 만들고 시간도 한무더기 퍼와야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에파타님 화이팅! 참, 글구 <영웅문>은 ㅋㅋ지르지 마시고 빌려 읽으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0-01-25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지도 않았으면서 그렇게 얘기하지마.


아하! 그러고 보니! 읽지도 않고 말하면 안되지, 하고 끄덕끄덕.

blanca 2010-01-25 15:08   좋아요 0 | URL
저도 은연중 무협지라고 괜히 선입견 가지고 그랬던 것 같아요. Jude님 말씀이 맞지요. 오늘 참회를 좀하고^^;; 격려도 좀 해주고 그래야 겠어요.

루체오페르 2010-01-25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안녕하세요.^^ 즐찾해놓고 들르고 했는데 댓글도 답니다.
영웅문! 저도 한 표 보탭니다. 정말 읽어보고 말을 해야 합니다. 무협의 수준을 넘어선 문학이죠. 저자가 김용 인데 세계적으로도 유명하고 중국에선 신필 이라고 불리고 그의 작품을 분석한 학술집,전집도 있고,여러모로 대단한 작가,작품입니다. 영웅문 말고도 천룡팔부, 소오강호(영화 동방불패의 출처), 녹정기 등 여러 작품이 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영웅문이고요. 전 1,2,3부 중에서 2부 신조협려를 가장 좋아합니다. 분위기를 잘 표현한 글이 있어 남깁니다. 여튼 영웅문은 그냥 무협소설이라 하기엔 하나의 문학으로 이미 대접받고 있으니 한번 보셔도 후회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판타지소설 중에서도 그런 작품이 가끔 있듯이요. 예를 들어 교과서에도 실린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같은 작품.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인가? -원호문(元好問)-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삶과 죽음을 함께 하도록 하는가? 천지의 남북을 짝지어 나는 새들아, 너희들은 몇번의 여름과 겨울을 함께 보내었더냐? 사랑의 기쁨과 이별이 고통, 그 사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여인이 있으니, 그대는 마땅히 무슨 말이 있어야 하리. 아득한 만리에 구름만 자욱하고, 온산에 저녁 눈 내릴 때, 그 홀로 누구를 찾아가야 좋은가를...! 조기매피당은 금(金)나라의 시인 원호문이 지은 사패(詞牌)이다. 이 시가는 신조협려라는 김용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 주제가 주인공인 양과와 소용녀의 지고지순한, 생과 사를 초월한 사랑에 있는데 이 시가가 하도 절묘하게 그 마음을 잘 표현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름하느뇨 그 사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여인이 있으니...'
출처:빅토리오의 쉼터(http://victorio.egloos.com/3429895)

blanca 2010-01-25 15:10   좋아요 0 | URL
아. 루체오페르님 반갑습니다. 정말 그렇군요. 이런 댓글 환영입니다. 저 솔직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막 퉁박주고 여러번 그랬는데 옆지기는 꾸준히 영웅문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렇군요. 이 답글을 보여주어야 겠어요^^ 감사합니다.

302moon 2010-01-25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마을에는, 옆지기 분들과의 훈훈한 이야기가 가득해서 또 좋은 듯. 저는 아직 옆지기가 없으니까, 동생&친구들과의 에피소드로 채워볼까. (웃음)

blanca 2010-01-26 11:06   좋아요 0 | URL
그런게 더 잼나요. 채워주세요~

기억의집 2010-01-2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협지는 좀 아니었는데 김용의 영웅문은 중국교과서에 실릴 정도라고 하던데요.
언젠가 한 나이 60 넘어 영웅문 읽어볼테야요^^

blanca 2010-01-27 14:04   좋아요 0 | URL
진짜요? 우와, 그렇군요. 옆지기는 중학교 때 읽고 대학교 때 울면서 또 몇 번이나 읽었다고 해서. 저는 표지보고 야설인지 알았어요--;;

하이드 2010-01-28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웅문이라면...
전 1,2,3부 한 열번씩은 읽은 듯. 동생두요.

생각해보니, 정무문은 주윤발 나오는 도박영화였던듯도 ^^a

blanca 2010-01-28 14:04   좋아요 0 | URL
우와! 하이드님 읽었어요? 정무문 ㅋㅋㅋ 맞아요. ㅋㅋㅋ 갑자기 웃음이...
 
윤리적 노하우 아우또노미아총서 21
프란시스코 바렐라 지음, 박충식.유권종 옮김 / 갈무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나를 더 많이 생각하고 나의 의식의 흐름에 더 집중할수록 더 이기적으로 변해 간다.
타인과 나 중심의 소통을 원하고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역설적으로 나는 더 불행해진다.
나에게 집중하는 삶이 아닌, 타인의 삶에 연대하는 삶의 만족도가 더 높다는 것은 새로울게 없는 얘기다.
 

인지생물학자인 칠레태생의 프란시스코 J. 바렐라가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초청되어 윤리학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실은 이 책은 본문이 백페이지가량 정도밖에 안될 정도로 얇은 책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인지학, 구성주의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상당부분 내용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조금은 불친절한 책이다. 그러니 나 같은 독자는 두 번을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해제도 잘 되어 있고 번역자들도 기본적으로 인접학문을 전공하여 충실한 번역을 하려 애쓴 노고가 돋보이지만
평범한 독자들이 철학과 컴퓨터과학, 뇌과학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 눈부시도록 놀라운 바렐라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빛나지만 따올 수는 없는 별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심정이라고 할까. 
조금이라도 쉽게 읽으려면 말미에 실린 역자의 해제와 바렐라의 생애를 역으로 먼저 읽어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바렐라의 이론을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윤리의 노하우는 점진적이고 직접적으로 자아의 가상성과 익숙해지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바렐라는 자아는 허구의 참조점이라고 본다. 바렐라만의 독창적인 이론은 아니지만 자아는 허구의 개념임을
체화하면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자비와 연대가 생겨난다는 주장의 독창성은 놀랍다.
'나'는 없다. 타인과 관계하기 위한 언어, 여러 사회적 활동 사이의 다리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타인에 대한 동정은 욕망의 광기로 전염되어 있기 쉽다.
그 어떤 욕망도 끼어들지 않은 공의 상태에서 자비는 충동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그가 거론한 맹자의 성선설도 이 부분에서 재조명된다. 나는 여즉까지 맹자의 성선설을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이 머나먼 이국의 학자는 맹자의 성선설을 더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 선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의 만개
라고. 그러니 반드시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모든 인간에게 존재하는 타자에 대한 관심은 보통 자아의 느낌과 뒤섞여 있기 때문인정받고 평가받으려는
열망을 충족하려는 욕구와 혼동
되기 쉽다. p.106 

결국 나를 비울 일이다. 도교, 불교, 유교와 서구과학의 접점에서 타인에 대한 연대의 지도의 참조점을 설명해 준
그는 결국 도덕적 행위란 공리적 윤리체계나 실천적인 강령이 아닌 허구의 자아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외치고 있다. 비어있는 나의 허전함은 타인에 대한 참된 돌봄으로 채워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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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2010-01-26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타인에 대한 동정은 욕망의 광기로 전염되어 있기 쉽다..그리고 '나'는 없다..

문득 '자아는 만들어진 자기방어의 정체성'이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블랑카님.나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音과 音사이,사물과 사물사이,나와 너 사이의 여백쯤일까요?)

blanca 2010-01-26 22:26   좋아요 0 | URL
자아라는 개념에 집착할수록 더 불행해진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좀 그런 경향이 있어요--; 있지도 않은 걸 가지고 사실은 에파타님 말씀하신 것처럼 그 사이에서 떠돌아다니는 것들이 마냥 나인 것처럼 오해하고 집착하고 속단하고. 정말 만들어진 자기방어의 정체성이라는 표현이 맞네요. 그런데 또 심리학 정신분석에서는 자아를 강화하는게 치료의 첫걸음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어서 참 헷갈립니다. 개념 자체가 서로 다른 건지.

저절로 2010-01-27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정신분석' 아주 순하게 표현하자면 회의적입니다. 조작된 개념으로서의 '정신'은 결코 보편화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강화'라니요(천만에 말씀 만만에 꼬딱지!). 요즘 저는 '無'를 의식(?)하고 있습니다.


blanca 2010-01-27 14:0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도 요즘들어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프로이트씨도 좀 그렇고. 솔직히 잘 알지는 못해요.^^;; 공부가 더 필요한 분야지요. 마음이 약해질 때는 또 솔깃해지고 그러네요.
 
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리뷰도 두괄식이 좋다.
당신이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이나 직장 출퇴근길에 시간 때우기용으로 이 책을 골랐다면,
그것은 명백한 실수다. 연인의 귀여운 익살도 시한이 촉박한 업무도 갑자기 더없이 진부하고 사소한 것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한 번 펼치면 도저히 내려놓을 수가 없다. 작품성 같은 진지한 얘기는 집어치우더라도
정말 너무 재미있어서 되레 뒷장이 얼마나 남았나 아쉬워하며 자꾸 확인하게 된다. 

에밀 아자르로맹가리다. 자기 자신에 싫증나 있던 위대한 로맹가리가 또다른 분신을 세상에 내어놓고
시침을 뚝 떼고 사후에야 알게 한 것은 세상에 대한 완벽한 조롱이 아니라 다급한 자기 위로였다고 해두자.
그는 사람들이 작가에게 만들어 준 그 얼굴이 그렇게도 싫었다고 하니. 사실 나는 로맹가리를 잘 모른다.
이름이 발음하면 저도 모르게 쫙쫙 달라붙어 건망증을 이길 정도여서 기억해 둔 정도다.
그가 필명 에밀 아자르를 썼다는 것도 주워들은 얘기다. 프랑스 영화, 소설에 대한 묘한 두려움이 있어 그의 책을
읽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다 이름이 아무리 해도 잊어지지 않아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모모. 창녀의 아이. 로자아줌마. 창녀였다 쇠락하고 외로워서 살찐 육체로 동지(창녀)들의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는
유태인 여자. 맞다. 그녀는 정말 7층을 힘겹게 오르락내리락하며 고통과 병마에 버려져도 괜찮은 그런 여자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괜찮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안괜찮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둘의 슬프지만 익살스러운 이야기.
성장소설의 구도는 대체로 비슷한 것 같다. 잔망스러운 아이와 그 아이에게 속아주는 서글프고 설익고 늙은 어른과의
특별한 감정들. 그 결 사이로 스며드는 시간에 침식당하며 외로워지는 인생에 대한 통찰들.
그런 도식 속에서도 이 작품이 유독 돌올한 것은 소외된 인간군상에 대한 섬세한 형상화와 생 그 자체에 대한 묘한
애정들이 뿜어내는 웃음들 때문일 거다. 

모모는 프랑스에 사는 아랍아이다. 그의 엄마도 창녀고 그의 아빠는 그녀를 질투로 살해하고 정신병원에 갇힌다.
그녀를 돌보아 주는 로자 아줌마는 독일유태인 수용소에 갇힌 경험이 있는 유태인 노인이다.
로자 아줌마가 늙고 병들어 거동이 불편하게 되자 그런 그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이웃룰라아줌마는
세네갈 태생에 여장남자다. 모두 세속적인 시선으로 한없이 비난받고 소외받는 자격요건이다.
이방인들. 노인들. 그리고 여장남자. 주류에서 비틀어져 사각지대로 밀려난 그네들이 서로에게 베푸는 사랑은
눈물겹고 아름답다. 그들에게도 행복할 필요가 그럴 권리가 있다는 그 당연한 명제가 불편하게 여겨졌던 그 오만한
관성은 여기에서 무너지고 만다. 그렇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 꽉 끌어안아야 한다. 

로자 아주머니의 곁에서 그녀가 숨을 멈추고도 사흘을 함께 지냈던 모모가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하는 말은.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p.307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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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24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에밀 아자르는 우리 고딩때 굉장했어요~ 서로 돌아가며 순서를 기다려서 봤지요.
자기 앞의 생과 회색노우트가 있었지요.
자기 앞의 생은 우리 큰딸 보라고 작년에 사줬는데 안 보더라고요.ㅠㅠ

blanca 2010-01-25 08:59   좋아요 0 | URL
이 재미있는 책을 왜 이제서야 봤는지 참 아쉽더라구요. 역시 순오기님은 문학소녀셨군요^^ 서로 돌아가며 순서 ㅋㅋㅋ 저희땐 염상섭의 삼대를 강제로 읽어야 되서 제가 샀더니 반아이들이 다 안사고 기다리더라구요. 결국 실종되고 말았답니다. 큰따님한테 한 번 다시 권해 보세요.^^

2010-01-25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01-25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다니까요. 채만식이랑 염상섭이랑 짬뽕해서 잘못 알고 있었더라구요.^^;;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당~삼대는 두 권인가 세 권. ㅋㅋㅋ 우리는 무조건 읽으라고 해서 수학시간에도 깔고 보고 했어요. 그러다가 친구들끼리 거기 대사가 유행했었죠. 너 따위를 두기가 불찰이다! 맨날 그러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