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추리해 보이지  않을 설익음과 당당함이 있었다. 이제는 비를 맞고 있으면 조금 불쌍해 보일 만한 처지가 되었다. 비를 맞지 않고 빗소리를 들을 수 있어 다행스럽다. 빗소리는 그 어떤 배경음악보다 단조롭고 거슬리지 않는다.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었다. 소설 같았다. 김용철 변호사의 얘기가 신뢰성이 부족해 봬서가 아니라 그가 외부에 나와 토해낸 내부의 얘기들이 모이니 하나의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대기업들의 눈가리고 아웅식의 편법 승계와 횡행하는 부조리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도 삼성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와 그 신화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욕하더라도 마지막은 그래도 삼성이잖아,라고 변명거리를 만들어 주었었다. 그래서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불편했을런지도 몰랐다. 언론에 의해 주입되고 각종 경제 지표에 깊게 물려 있는 거대 기업의 아우라에 물들어 우리는 그의 얘기를 경청하는 데 인색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삼성이 진심으로 불편해졌다. 거대 이익 밑에 깔린 도덕을 목도하는 일은 괴롭고도 아픈 일이었다. 언제까지나 이런 모습에 익숙해져서는 안될 터다. 불편하고도 아픈 진실을 들추어 내고 타성과 관성을 벗겨 내는 일은 숙명적으로 저항과 거부감을 동반한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존재의 방점을 찍어가며 살고자 한다면 그 소롯길을 피할 도리가 없다. 상쾌한 기분전환을 필요로 한다면 권할 수 없는 책이다.  

   

한 때 <냉정과 열정 사이>의 열풍이 대단했었다. 두 작가가 나란히 연인의 입장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고백한다는 발상 자체가 파격적이고 신선했던 것 같다. 잘 뽑아낸 작가들의 사진도 홍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츠치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의 얼굴선은 그대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환영을 만들어 냈다. 텍스트가 작가의 존재로 이미지화되는 경험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배경인 이탈리아의 두오모도 더불어 각광받았었다.  

그리고 에쿠니 가오리의 책들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녀의 책은 일단 잘 읽힌다. 복잡한 심리묘사도 지루한 배경 묘사도 없다. 푹 꺼지는 낡은 소파에 드러누워 졸며졸며 읽어도 왠지 다 작가는 이해해 줄 것만 같은 안온함이 있었다. 지극히 단조롭고 그 날이 그 날 같은 정말 드라마틱하지 않은 일상의 얘기들을 줄세워 놓았는데 그것을 하나하나 만져 보는 일에 중독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작 <빨간 장화>는 그런 단조로움이 더이상 나와 소통되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이별의 예감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나는 그 자리를 떠나려고 하나 보다. 식상하다고 감히 얘기할 수 없는 것은 나는 이 작가를 좋아했고 지금도 미련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를 여전히 사랑하는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은 지금 가고 있다.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말미에 실린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해설이 돋을새김처럼 떠오른다. 좀 과장하자면 신부측 하객이 신부보다 더 예쁜 경우 같다. 해설이 너무 좋았다,는 어느 리뷰어의 말에 말미의 피로감을 누르고 주의깊게 읽었다. 시적인 언어로 쓰인 작품에 대한 사려깊고 진지한 해설은 기대이상이었다. 맥락의 독서는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수전 손택의 소설론이 인용되었고, 체호프의 단편의 떨림이 전해졌다. 김연수가 번역하고 오마주를 바친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도 들이민다. 그러니 내 시야 반경 안에 들어올리 없었던 수전 손택의 책들이 들어왔고, 체호프의 단편에 압도되어 미친듯이 중고로 산 단편집에 줄을 좍좍 그어대고, 마침내 카버의 <대성당>까지 읽게 된 것이다. 이 정도라면 나는 신형철에게 오마주를 바쳐야 하는 건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은 <대성당>을 읽고 있는데, 아니 레이먼드 카버를 읽고 있는데(참 이상한게 왜 작가의 작품보다 작가를 읽는다고 해야 간지가 나는지, 착각인지도 모르지만) 아주 좋아 죽겠다고 과장하지는 못하겠다. 단편이 정말 끝내준다,는 생각을 줬던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하고 싶은 얘기들과 아퀴를 지어야 하는 얘기들이 엉키는 그 교차로에 선 작가의 혼란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대단하다고 느꼈던 단편선은 솔제니친과 오정희 정도다.  

레이먼드 카버의 얘기들은(아직 표제작도 읽지 못했지만) 그리 대단한 얘기들도 아닌데 일단 재미있다. 동료집에 방문했다 그 집의 아기를 계속 보여 달라고 졸라대는데 안주인이 지금은 자게 하고 깨면 데려오겠다고 못 박는 그런 얘기.(사실 내가 그랬었다. 하도 시달리다 보니 손님들에게 아기를 깨워 보여주고픈 마음까지 사그라들더라.) 그렇게 귀하게 용안을 대면할 기회를 얻었으나 막상 못생긴 아이를 보고 거짓으로 예쁘다,고 못해주며 여럿이 무안해지는 그런 장면들에 대한 얘기. 그러니 너무 사실적이고 너무 적나라해서 되레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이런 얘기는 누가 소설로 써주기 전까지는 대놓고 하기 참 힘든 사연들이다. 

그리고 오고 있다. 이 책들이. 괜히 이런 책들이 읽고 싶어지는 때다. 뜨고 싶은가 보다. 

 

 

 

 

 

 

 

언제나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빠지기를 거듭하는 책들.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이 너무 사랑한다고 외쳐대는 바로 그 책들. 나는 언제쯤 읽게 될까. 그리고 이 망설임은 뭘까. 

 

 

 

 

 

 

 

망설임의 이유는 단 하나다. 책장이 잘 안 넘어갈까 걱정되서다. 좋은 책이 언제나 기똥차게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누가 좀 재미있어 죽겠다고 당장 읽으라고 등좀 떠밀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요즘 드는 걱정들은 독서 편식이다. 문학과 심리학, 처세술, 자녀교육 쪽으로만 기우뚱하고 인문사회과학쪽으로는 담을 쌓은 독서가 현실감각을 마비시키고 있지 않나 심히 걱정된다. 꿈만 꾸지 그 꿈으로 가는 현실적인 이정표에는 청맹과니처럼 우둔하다. 그러니 각종 사회 현안들을 나의 열등감이나 투사시켜 극도로 흥분하고 떠들기나 했지 나름대로의 프리즘을 통해 통찰력 있게 해석하고 제대로 비판하는 일에 서툴다. 욕하기 위한 욕을 주워섬기는 일에 매달리다 보면 사람이 추해진다. 그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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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4-13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때마다 느끼지만 글을 참 잘 써요.
나는 대체 묘사가 안돼서 있는 그대로만 옮기니 재미가 없어요.ㅜㅜ
나도 이런 거 써야 하는데...읽었던 책, 읽다만 책, 읽어야 할 책~ ^^

blanca 2010-04-13 17:0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칭찬은 언제나 기분이 좋아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유명 블로거인 순오기님 글이 재미가 없다니요. 순오기님 글 읽다 가슴 찡한 감동을 많이 받았답니다.

다락방 2010-04-13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마지막의 세권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과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마치 저를 위한 선택인것 같아요. 제가 모두 대단히 사랑하는 책들이에요. 특히 [엄청나게~]는 제 인생의 책이라고 선택할 만큼 아름답고 감동이 충분한 책이지요. 책장이 잘 안넘어 갈 것 같다는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엄청나게~]는 가끔 처음에 멈추는 사람들을 보긴 했지만, 사실 몇장만 읽어도 꽤 사랑스러운 소설이거든요. 저도 최근에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을 읽고 엄청 충격 받아서 중권도 사두었어요. 세 권 다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실 거에요. 정말로요. 제가 지금 등 떠밀고 있는거에요, blanca 님.

blanca 2010-04-13 17:0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오셨군요. 위 세 책을 다 읽으셨군요. 우와! 저 책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봤답니다. 알고는 있는데 항상 뒤로 미루어 두게 되요. 꼭 읽게 될 거니 자꾸 미루는 건지, 참, 이상하죠?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에는 쌍둥이 형제가 나와 서로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면서요? 제 기억이 맞는 건지. 세 권인 줄 몰랐는데 알고 마음을 접었었는데 다락방님의 추천이라니 꼭 읽어야 겠습니다.

마노아 2010-04-1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너무 맛있어서 출력해서 읽었어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데, 일단 눈과 코를 자극하는 글맛이 있네요. 제시하신 책들도 분명 그럴 것 같아요. 저 중에서 제가 읽은 책들은 그랬어요. 저도 다락방님처럼 등 떠밀어요. 마지막줄 책들 강추예요~

blanca 2010-04-13 17:10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제 글을 출력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마노아님과 다락방님 함께 등떠밀어 주시니 기꺼이 떠밀리겠습니다.

프레이야 2010-04-13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 동감이에요.
김연수의 저 소설집, 읽다만 책이에요.
읽어야할 책들은 부지기수로 쌓여있구요.
좋은 하루 보내요, 블랑카님^^

blanca 2010-04-13 17:1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이 글을 아침에 봤어야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을 텐데 거시기한 날씨 속에 아기가 길거리에서 떼도 한바탕 써주셔셔 아주 고단한 하루를 보냈답니다.--;; 저는 요즘 최대한 책을 천천히 사고 안 쌓아두려 분투중이랍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stillyours 2010-04-13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나게->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내 인생의 책이라 감히 말할 수 있었던 책들!
표지만 보고도 두근거려요.
저도 다락방 님 뒤에서 같이 등 떠밀래요!

그리고 <엄청나게-> 읽고 나서 그의 아내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도 읽으시기를 바란다는 !

다락방 2010-04-13 10:23   좋아요 0 | URL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도 좋아요! 이것도 등 떠밀어 주세요. ㅎㅎ [사랑의 역사]보다는 제게는 [오스카 와오~]가 더 좋았어요. 어쩌면 니콜 크라우스가 사프란 포어의 아내라서 질투와 시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ㅎㅎ

그리고요 blanca님,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도요! 많은분들이 [엄청나게~]보다 [군인은~]을 더 좋아하시더라구요. 물론 저는 그래도 여전히 꿋꿋이 [엄청나게~] 가 더 좋지만 말입니다.

stillyours 2010-04-13 11:07   좋아요 0 | URL
아, 나도 시기와 질투에 한표! <오스카 와오>도 좋았는데 결말에서 다소 손발이 오그라들었..다는..거ㅋ
그나저나 <군인은->도 읽어야지 했는데, 이 댓글에 등 떠밀렸어요ㅋ [훈훈한 등 떠밀기군요]

blanca 2010-04-13 17:13   좋아요 0 | URL
moon님 반갑습니다. 인생의 책이라니 이 이상 더 강력한 추천이 있을까요? 그런데 부부 소설가라니, 정말 질투가 솟구치네요--;; <군인은-> 책도 찾아 봐야 겠어요.^^

마녀고양이 2010-04-13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이네요.. 그런데 글을 보면서 실실 웃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블랑카 님과 저랑 책 취향이 영 딴판인거 같아요,, 심리 쪽만 비슷하고.. ㅋㅋ
댓글다신 분들이 너무 좋은 책이라고 동의하시는데,, 전 평생 손이 안 갈거 같아요,, ^^
대체 소설 쪽은 고전이나 스릴러 추리 소설 빼고는 왜이리 손을 못 대겠는지,, 반성 중이랍니다. 흐흐.

blanca 2010-04-13 17:16   좋아요 0 | URL
소설을 한동안 안읽다 작년들어서인가부터 갑자기 이 쪽으로 너무 집중되서 그것도 균형을 위해서는 그렇게 좋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갈등했답니다. 취향이 다양한게 좋은 거지요. 제 여동생도 소설을 절대 읽지 않는답니다. 아무리 재미있다고 꼬셔도 그러는걸요.

JJini 2010-04-14 17:35   좋아요 0 | URL
저도 고등학교 때부터 20대초반까지는 소설을 읽지 않았었어요ㅎ그때는 소설은 너무 유치하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생각은 미쳐 못하고 말이에요~ㅋㅋ
시간이 지나니 자연히 손이가고 눈이 가더라구요.

2010-04-14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4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덕수맘 2010-04-1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고있으니 저책들에 푸욱 빠져보고싶네요..어쩜이래도 제맘같은지...너무 급하게 독서를 해서인지 요즘은 언친듯 쉽게 책을 못잡고 있는 제게 활력소를 넣어주셨어요..헤헤 오늘부터 다시 독서님과 친해지고싶네요..울아들의 방해만 아니면..ㅋㅋ같이 읽는걸 좋아해서..전 늘 동화를 읽어야하는,,,ㅋㅋ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위주의 동화책을 산후 후회한적이 많았죠..ㅋㅋ덕수가 안읽더라구여..난 재미있는데 스타일이 좀 다른가봐여..ㅋㅋ

blanca 2010-04-14 12:39   좋아요 0 | URL
덕수맘님 반갑습니다. 저도 그렇게 산 책이 있어요. 호랑이 할머니 얘기인데 구름빵 작업한 작가가 한 거라고 해서 너무 신나게 사서 딸애 앞에 주었더니 울고불고 난리났더랍니다. 이 책 너무 예쁘고 좋은데 한 번도 제대로 읽히지도 못했답니다. 저도 딸내미랑 스타일이 다른가봐요.--;;

blanca 2010-04-14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eaf0309님 누구나 그런 시기가 있나 봅니다.^^;; 저는 거의 한 오년 동안 그러다가 김훈의 칼의 노래로 다시 소설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2010-04-15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4-20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는 이상하게 엄청나게 시끄럽고~~와 존재의 세가지 비밀 모두 별로였어요.
많은 리뷰어분들의 엄청난 호응에 저도 읽었는데 저는 그저 그랬어요. 제 감성이 별난건지 이해력이 떨어지는 것인지... 하핫!

가오리여사도 제 취향이 전혀 아니었다는.
그러고보면 취향이란 것을 무시 못 해요. 그쵸?
안 되겠다.^^ 오늘 블랑카님 글은 여기까지~~ 하늘같은 남편 와서 밥 차려야해요^^
낼 다시 올께요^^

blanca 2010-04-21 12:08   좋아요 0 | URL
저 지금 엄청나게~ 읽고 있는데 몰입이 안되네요--;; 아...요새 잡는 소설들은 제가 취향이 변한건지 대체로 자꾸 허술한 부분이 보여요. 당분간은 논픽션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 순서를 거꾸로 달고 있네요. 기억의집님 가장 먼저 단 댓글인데 가장 나중에 답합니다.^^
 

 

# 어제 갑자기 내 이를 보더니 세 살 딸이 "이빨이 못생겼네." 했다. 앞니가 덧니인데 이십대에는 귀엽다고 자위 ㅋㅋ 하며 지냈는데 삼십 대를 넘어 귀여움과 거리가 멀어져 가니 도드라지는 덧니. 할머니도 치아가 가지런해야 이쁘다는데 육십대에도 교정하는 분도 보고 딸아이한테 이런 얘기까지 듣게 되니 고민하게 된다. 돈과 시간, 교정기를 끼고 변할 얼굴 등에 대한 부담으로 망설여지기도 하고.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미란다가 늦게 교정을 시작해 소개팅 나갔다 교정기 사이에 음식 부스러기 다 끼우고 박장대소하다 딱지 맞는 장면도 맴돌고. 그래서 미란다는 신경질내며 교정기를 떼어 버렸지, 아마. 

# 무릎팍 도사를 챙겨 보는 편인데 어제 엄정화 편이 참 좋았다. 가수활동과 나이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활짝 웃던 그녀가 갑자기 "정말 최선을 다했거든요." 하며 울먹이는 장면에서 참 많은 생각들이 오고갔다. 자신의 지난 인생을 최선을 다했다고 회고할 수 있는 그녀가 진정으로 부러웠고, 그 얘기를 울면서 해야하는 그녀의 처지가 안쓰럽기도 했다. 어느 분야든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는 들어둘 만한 것 같다. 윤여정의 돈이 절실할 때 최선의 연기가 나온다던 그 가식없던 고백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었다.  돈과 성에 대한 얘기에 대한 고백은 언제나 치부 같아 어려운데 정정당당하게 양지로 내보낸 그녀의 고백은 그녀가 그것에 대한 콤플렉스나 양가적 감정을 극복했다는 얘기도 되니까. 또 한 편 부럽다. 

# 봄이 오긴 왔나 보다. 오전에 바람맞고 복수하듯 카라멜 마끼아또를 들이키고 있다. 기분 안좋을 때 좋은 날씨는 말리는 시누이처럼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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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4-08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주 심하지 않으시면 그냥 있으심이.... 어때요?

엄정화는 받는 거 없이 미워서.. 왜 그런지 저도 몰라요^^ 전 양미경이 좋아요. 언젠가 인터뷰하다가 자기는 말하는 거 너무 싫어해서 가족하고도 별로 말이 없이 지낸데요. 근데 그 말이 왜 그렇게 솔직하게 느껴지던지.. 나이 들면 타인에게 잘 보일려고 하잖아요. 근데 그녀한테 그런 게 없어서 너무 좋았어요. 말 없어도 편한 사이를 만들어야겠어요.

마끼아또 너무 달달 하지 않아요. 전 모카쪽이 좋아요. 하기사 시럽면에서는 오십보 백보죠!

blanca 2010-04-08 22:42   좋아요 0 | URL
딸애 말 듣고 충격받아서요. 못생겼다니, 어흑-..- 제 옆지기도 엄정화를 별로 안좋아해서 안보더라구요. 너무 싫어해서 ㅋㅋㅋ 진짜 솔직하네요. 사실 가족 안에서 가장 처절하고 치사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데 다들 숨기고 싶어하잖아요.마끼아또는 먹고 나면 항상 후회하는데 열받을 때는 단것을 먹어줘야 해서요--;;

순오기 2010-04-08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인생모토가 '생긴대로 산다'여서 그냥 동지하면 안 될까요?^^
기분 안 좋을 때 좋은 날씨~ 못말리는 시누이라니, 어쩜 이리도 심사를 잘 표현했을까 싶어 웃어요.

blanca 2010-04-08 22:43   좋아요 0 | URL
ㅋㅋㅋ 기분 안좋을 때는 날씨 좋은 것도 얄미워요. 교정하면 치아건강이 상한다고 해서 사실 이러다가 말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0-04-08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 어린 딸이 벌써 타박을 줄 나이가 되었네요?
엄정화 어제 너무 이쁘더군요. 열심히 사는 그녀가 좋아졌답니다. 그런데 신랑과 둘이서 저렇게 이뻐진다면 계속 성형할 만 하겠다 했어요... 요즘 연예인들 다들 고친 아름다움이라,, 이젠 별로 부럽지 않더군요. 저도 돈 벌어서 고치면 이뻐질거 같아서. ㅋㅋ

blanca 2010-04-08 22:44   좋아요 0 | URL
어제 보니 또 확 변했더라구요. 목소리가 생각보다 참 사근사근하더라구요. 성형도 시작하면 중독될 것 같아요. 책처럼^^;;

프레이야 2010-04-0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맞고 카라멜 마끼아또요??^^
달콤한 것 먹고싶은 때가 있지요.
엄정화 연기, 꽤 좋은 편 같아요.
주연 신작영화 '베스트셀러' 괜찮을까나요?
근데 덧니가 살짝 애교스러울 것 같은 블랑카님^^

blanca 2010-04-09 14:55   좋아요 0 | URL
아, 베스트셀러^^;; 그랬군요. 제 딸은 못생겼다고 퉁박을 주네요.--;;

꿈꾸는섬 2010-04-09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덧니라 이가 참 못생겼었는데, 전 사고로 치아를 상해서 가짜이를 달고 있어요.ㅠ.ㅠ 가지런하긴 한데 제 이가 아니니 너무 불편하더라구요. 못생겼던 제 이가 그리워요.ㅜ.ㅜ

blanca 2010-04-09 21:10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꿈꾸는섬님 얘기를 듣고 마음을 잡아야 겠어요.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박완서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모든 독자는 자기 자신의 독자다. 책이란, 그것이 없었다면 독자가 결코 자신에게서 경험하지 못했을 무언가를 분별해낼 수 있도록,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 기구일 뿐이다. 따라서 책이 말하는 바를 독자가 자기 자신 속에서 깨달을 때, 그 책은 진실하다고 입증된다.                                                                                                - 프루스트

우리는 삶 속에 포박당해 근시가 된다. 삶의 이미지를 제대로 굴절시켜 줄 광학기구가 필요한 것이다. 살아 있는 우리가 삶 속에 발을 담그고 있고 잊혀진 추억들과 잊혀진 사람들이 죽음 속에 갇혀 있다면, 소설가들은 삶과 죽음 그 가파른 경계를 유영하고 다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얘기를 듣는다. 경계선상에서 두 세계를 흘낏 둘러볼 수라도 있는 그들의 얘기는 언제나 생경하고도 항상 익숙하게 들린다. 생경한 것은 흐릿하게 보이던 세상이 갑자기 또렷하게 떠오르는 순간이고 기시감을 느끼는 것은 결국 그 얘기들은 우리 안에 있었던 것들을 건져 올린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박완서, 이동하, 윤후명, 김채원, 양귀자, 최수철, 김인숙, 박성원, 조경란.
우리 시대의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자신의 삶을 기꺼이 소설에 헌납했다. 언뜻 그들의 단편소설들은 소설적 장치를 빌린 자기고백서 같은 성격을 띤다. 소설집이 일종의 에세이이자 작가들의 뼈아픈 자기 성찰록으로 치환되어 떠오르는 것은 소설적 허구의 한계를 깨고 도약하고자 하는 그들의 처절한 몸부림 같아 경이롭다. 이야기가 삶 그 자체로 용해되어 버린다.  

이 책의 제목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는 박완서의 표제작에서 왔다. 유년시절 작은 어머니의 등에 업혀 본 노을은 두려움과 슬픔으로 채색된다. 이는 이동하의 입을 빌어 한 생의 일몰에 대한 목격으로 연결된다. 서로 다른 작가 둘이 해거름 풍경에서 조우한다. 해가 지며 주홍빛으로 풀어내는 그 아스레함이 애잔하고 처연한 것은 삶의 마침표, 죽음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순환적 풍경은 삶과 죽음의 현현이다. 유년기 작가 둘의 눈동자는 그것을 어렴풋이 체감한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그 둘은 소설가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사물들과 자연현상들에서 삶과 죽음의 추상적인 화두들을 휘핑크림처럼 걷어낼 수 있는 재능은 글쓰는 자들만의 특권이자 업고이다. 윤후명과도 이 작가 둘은 교차한다. 전쟁에 관한 얘기다. 

우리에게는 도저히 필설로 다 말할 수 없는 전쟁, 전쟁이라는 것이 있지 않았던가.-윤후명 <모래의 시> 중 

6.25의 경험을 공유하는 작가들은 저마다의 이향을 겪는다. 그들은 고향을 떠나가 길 위에서 방황한다. 한 명(박완서)은 고향의 개념을 확장하여 사람 사는 곳으로 발을 디딤으로써 귀향의 과제를 완수하고, 다른 한 명(이동하)은 귀향 의지 자체를 포기한다. 이는 의미의 완성을 포기한 윤후명과도 상통하는 대목이다. 나름대로 귀향의 과제를 마무리 짓기 위해 그들은 증언의 욕구를 달래야 했다. 그것이 바로 소설을 쓰는 일로 연결된다. 자기 인생의 증언은 가장 절실하고 진실할 수 있는 작품의 소재가 되지만 그 함정 안에 웅숭그리고 있다 보면 그 자신도 청자도 모두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소설 작업의 실마리를 풀어 나갔던 소재가 어느새 소설을 더 넓은 지평으로 확대하지 못하는 하나의 한계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것을 깨는 일은 이 소설가들이 영원한 과업으로 현재진행형이 아닐까.

양귀자의 요절한 천재 화가 오빠의 얘기가 인상에 남는다. 동네 슈퍼에서 우연히 만난 오빠의 후배에게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스스로 생의 마침표를 찍은 셋째 오빠의 회상은 생을 견디어 나가는 것에 실패한 피붙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더불어 천재로서 기억되는데 드라마틱한 방점을 찍은 자살의 선택에 대한 근원적 의문과 호기심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여정의 이정표가 된다. 양귀자의 소설은 뜻밖에 최수철의 <페스트에 걸린 남자>에서 조언들을 얻는다. 죽음에 대한 소설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삶의 충동인 에로스와 죽음의 욕망인 타나토스의 만남을 목격한다. 자살충동은 기실 삶에 대한 강력한 욕구와 구조적으로 동일하다는 얘기는 양귀자의 오빠가 견디어 내지 못한 것은 죽음에 대한 충동이 아니라 삶의 분출하는 충동을 일상의 자잘한 고충들에 녹여내는 일이었다.

언젠가 사라질 시간을 지금 살아주고 있다고 여자는 느낀다. 현재를 살고 있다기보다 사라질 것이 분명한 시간을 살아주고 있다고 느낀다. 언젠가는 이미 먼 과거가 되어 있을 시간을 살아주고 있는 사람들......-김채원의 <등 뒤의 세상> 

브라우닝의 시구처럼 현재는 과거로 허물어져 가고 있다. 우리는 과거를 반추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가 과거로 스러지는 길목에서 그저 시간의 흐름에 무기력하게 몸을 싣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죽음도 삶도 결국 시간의 흐름 속 인간의 인식의 한계가 명명한 하나의 참조점 이상이 아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항시 망각하고 말아버리는 이 중요한 진리들을 문장 사이의 공백에 사려깊게 물려 놓은 작가들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그렇게 삶을 견디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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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4-08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서 읽고 있어요. 단편이라 심심풀이 땅콩처럼 읽고 있는데, 양귀자선생님때문에 샀어요. 아주 오랜 만에 글 쓰셨다고하셔서 샀지요. 그런대로 괜찮았어요. 아주 오랜만에 읽는 것이라서 약간 거리감이 있긴 했지만..... 근데 이야기삘은 많이 떨어지신 거 같았어요. 블랑카님 말씀대로 이동하의 작품이 결말이라고 생각해야겠네요^^

blanca 2010-04-08 22:46   좋아요 0 | URL
양귀자 좋아하세요? 그죠, 너무 오랫동안 안 나와서 저는 이런 생각까지 했어요. 소설가가 소설을 안 쓰며 사는 삶은 어떨까, 하고. 그렇다고 안써지고 쓰기 싫은데 계속 억지로 쓸 수도 없고 원래 이런 구석에 관심이 많아서요^^;; 책을 읽고 나면 작가의 삶이랑 일상이 너무 궁금해져요. <모순>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더라구요.

기억의집 2010-04-09 09:44   좋아요 0 | URL
양귀자 선생님은 글 써서 성공했으면 그길로 문단에 몸 바쳤어야했는데, 엉뚱하게 음식점을 내거나 해서 그런데 많이 신경쓰시는 거 같아요. 도서출판 살림도 양귀자 선생님 부군이 운영할걸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처음 출판사 그만두고 차린 출판사가 살림이었는데..

전 우리나라 작가들에게 불만이 많아요. 주제도 이야기도 소재도 너무 한정되어 있어서... 게다가 이야기의 끈을 단편이든 장편이든, 그러니깐 양귀자 선생의 이번 단편 제목처럼 단절을 이어주어야하는데 그걸 못하더라구요. 장정일씨도 이번 구월의 이틀 실망했어요. 예전과 같은 에너지가 하나 없더라구요.

2010-04-09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9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덕혜옹주 (양장) -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혼마 야스코 지음, 이훈 옮김 / 역사공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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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갑자기 인다. 그 해궁의 문 옆 향나무 가지에.
파도가 쳐 올라온다. 내 배가 있는 곳간 밖까지.
바다 위로 흰 구름이 북쪽을 향해 흘러간다.
밀물도 북쪽으로 서둘러 흘러간다.
그리운 아내여, 해궁의 회랑에도 바닷물 치는 소리가 들리는가. 

많은 새들이 무리지어 날개치고 있는가.
당신은 외딴집 붉은 서까래에
내가 준 하얀 진주를 걸어놓고 홀로 한숨짓고 있는가.
 

그리운 아내여, 이젠 오갈 길 마저 끊어져
사랑하는 아이를 나는 그저 안고 내내 서있을 뿐이요. 

- 소 타케유키(덕혜의 전남편)의 시 <한회> 중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 <덕혜옹주>가 일본인 혼마 야스코의 이 책에 빚진 바가 크다는 작가의 고백에 관심이 갔다. 덕혜옹주가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이자 일본의 조선왕공족 일본인화의 정책에 의한 정략결혼의 희생양으로 간주되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여성사 연구가가 덕혜옹주를 근대여성사 연구의 일환으로 택한 것은 의외이기도 하지만 그 연구가 과연 편향적이지 않을 수 있느냐의 회의를 숙명적으로 업고 갈 수밖에 없다.  

저자는 그런 회의와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녀는 무엇보다 일본 제국주의하에 그들의 노리개로 전락한 대한제국의 왕족에 인간적인 연민과 죄책감을 간직하고 있었고, 덕헤옹주의 여자로서의 비참하고 유린당한 삶울 지근거리에서 조망하며 진심으로 아파하고 있었다. 다만 덕혜의 남편 소 타케유키가 대마도에서 소년시절을 보낼 당시 유숙했던 히라야마 타메타로 부부가 저자의 외가였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타케유키를 일관되게 호의적으로 그려내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이 책의 무게 중심은 덕혜와 타케유키의 드러나지 않고 증명되지 않은 애정으로 기울고 있다.(작가 자신도 작가의 말에서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 정책에 의한 결혼이었지만 이 부부가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시인이기도 했던 타케유키의 여러 작품들을 해석하며 추정하고 있다. 사랑을 추측하고 그것의 논리를 세워나가는 모습이 낯설고 거부감이 드는 점이 없진 않았지만 거기에서 흘러나가는 지류들이 파고드는 작은 진실들은 유현했다. 사실과 추측을 엄밀하게 구분하고 시종일관 우리나라 독자를 인식한 듯 겸손하고 조금은 자신없는 듯 머뭇대는 그녀의 얘기들에 그래서 되레 더 공명하게 된다. 

고종이 환갑을 넘어 얻게 된 막내딸 덕혜옹주에 대한 사랑은 그가 그녀를 위해 궁내에 유치원을 만들 정도였다. 아름답고 다사로웠던 유년기는 그녀의 인생의 팔할을 덮어버린 정신병으로의 고통과 고립으로 더 애잔하게 빛난다. 그녀가 행복했던 너무나 짧고 유일한 시간들이었다. 뒤이어 일본으로 강제로 보내져 대마번주의 후예와 결혼하고 딸아이 마사에를 낳지만 그녀의 정신병 발병으로 일본에서도 대부분을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지내다 박정희 정권하에서야 비로소 오매불망 그리던 낙선재에 와서 여생을 보내다 최후를 맞게 된다. 

덕혜의 삶은 그녀가 자신의 삶에서 철저히 조연으로 전락한 데에 그 비극의 핵이 있지 않나 싶다. 그녀에게 선택이라는 단어는 하나의 금기어이자 금제였다. 게다가 그녀의 인생을 무자비하게 조종한 것은 조국을 강제로 점령하고 가족을 유린한 일본이었다. 저자가 그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군데군데마다 그녀는 일본의 죄업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미안해 하고 통렬히 분노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과도하게 옹호한다는 인상을 떨쳐낼 수 없는 덕혜의 남편 타케유키가 덕혜의 삶 전체가 망가진 근본적인 요인을 결과적으로 희석시키고 있지 않나 싶다.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의식을 의식적으로 떨쳐낼 수 없는 독자의 한계도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같은 작품을 일본인이 읽었다면 또다른 감상을 가질 것이다.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일제 감정기의 역사적 사실들이 때로는 생경하고 언뜻 바로 이해되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는 과연 내가 독자로서 제대로 된 자격을 갖추고나 있나 회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일본인에게 한국의 역사를 배워가고 있었다. 3.1운동은 완벽하게 비폭력이었고 질서를 존중하고 공명정대하고자 했던 공약의 완전한 실현이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의친왕 이강이 독립국 조선의 일개 서민이 되더라도 일본 황족의 일원이 되지는 않겠다며 상하이로 가서 독립운동을 하려 했다고는 대목을 읽었을 때, 다음 문장으로 달음질치려는 나의 시선은 그들의 대의를 위한 투신에 붙잡히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의친왕의 아들 이우가 히로시마 원자 폭탄에 희생되었다는 얘기도 악연했다. 우리가 쓰고 우리가 가르치고 우리가 배우고 우리가 내면화한 역사가 한때 가해자의 후손의 프리즘을 통과해서 다시 돌아왔을 때 그 반향은 역설적으로 더 강렬하고 더 의미심장했다. 개별적 역사적 사실들이 외부자의 시선으로 걸러진 진실로 응축되어 스스로 둔중한 울림을 보내고 있었다. 그 울림은 몸 전체로 가득찼다.  

한국의 덕혜님이 오신다는 것을 아버지에게 말했더니, 아버지가 한국에 대해서는 일본이 아주 몹쓸 짓을 했으니까 언젠가는 보상을 해야 한다."라고 한 것이 머리에 남아 있습니다. 내가 덕혜님에게, "내가 당신 입장이라면 독립운동을 하고 있을 텐데, 왜 당신은 하지 않나요?"라고 물어도 가만히 계실 뿐이었습니다. 
                   -소마 유키카의 여자 학습원 생활 회고 중.(*그의 아버지는 일본 헌정의 신이라 불리는 오자키 유키오다.)

일본인이 한 얘기다. 정작 친일파 청산과 일본의 보상과 전범 처벌에 대한 더없는 관용을 베출고 있는 것은 우리다. 지금까지도 잊을만 하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논란들, 그것이 과연 미래지향적인 관용에서 덮어두고 갈 문제인지를 직시해봐야 하지 않을까. 풀어내지 않은 고들은 살을 눌러 아프게 한다. 무책임과 무관심, 자기기만, 사리사욕으로 아무리 생채기를 감싼들 굳어진 진물 아래 상처들은 저마다의 고통의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다.

 
인형이 입고 있는 치마.저고리의 색이 바래버린 소매 끝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음새 안에 원래의 색이 남아있어요."라고. 자세히 들여다 보니 정말 망가지기 시작한 이음새 안쪽으로 아름다운 선홍색이 또렷이 보였다.
                                                                                                                                                   -프롤로그 중 

덕혜의 삶은 바래버린 소매 끝으로 떠올랐지만 그 망가지기 시작한 이음새 안쪽의 아름다운 선홍색도 분명 그녀의 것이다. 누구의 삶인들 소중하지 않고 나름의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그녀 전체를 뒤흔든 시대의 질곡에는 분명 비극적 장치가 난무하지만 아버지 고종으로부터 받은 가없는 사랑들과 딸 마사에를 낳아 키우면서 순간순간 느꼈을 경이들, 남편 타케유키와의 교감들에서 눈물어린 진주나마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아름다운 선홍색 순간순간들이 덕혜에게도 있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녀를 동정하는 것이 덕혜의 삶 전체를 비하하는 것으로 변질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덕혜를 기억하는 것은 한 비련의 여인의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에 대한 말초적인 호기심의 발로가 아니라, 우리가 눙치려 드는 우리의 상처부위를 또렷이 들여다 보고 깨끗하게 닦아 내는 일이다. 가슴을 에이고 시리는 그 느낌들을 소중하게 모아 하나으 진주로 만들 일이다. 역사에서의 자기 반성은 현재를 담고 미래를 기탄없이 조망하는 거울을 닦는 것과 같다. 덕혜의 슬픈 눈동자가 떠오르는 그 거울을 선물해 준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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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4-07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블랑카님의 리뷰가 정말 좋아요.^^
덕혜옹주의 눈, 참 깊고 슬프네요.

blanca 2010-04-08 14:0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눈만 봐도 참, 자신의 슬픈 미래를 머금고 있는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0-04-07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비영의 <덕혜옹주>에도 그 쓰시마 남자에 대해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했다는데 그런 점이 낫다고 봐요.사실 거의 진부하다시피 한,일본인은 못된 가해자...류의 도식은 좀 질리니까요.권비영 씨가 이 책을 꽤 좋게 평가하더라구요.

blanca 2010-04-08 14:05   좋아요 0 | URL
타케유키가 온갖 비난 속에서도 침묵을 지켰다는 사실은 그가 분명 막돼먹은 인간은 아니라는 방증 같아요. 이 책이 훌륭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후애(厚愛) 2010-04-08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를 만들기 위하여> 제목이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리뷰가 정말 좋아요.^^ 감사~
리뷰 잘 쓰시는 알라디너 분들이 정말 부러워요~

blanca 2010-04-08 14:05   좋아요 0 | URL
후애님의 맛깔스러운 글솜씨도 부러운걸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의집 2010-04-08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시오노 나나미를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라는 책을 읽고 무척이나 실망했는데, 노인네의 편협성과 고집불통 그리고 우익적인 시각때문이었어요. 그 책에 이런 대목이 있어요. 드니로와 메릴 스트립을 깐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구로사와 아끼라의 팔월의 광시곡이라는 작품에 대해 한 기자가 원폭피해자로서의 일본이 아닌 전쟁가해자로서의 일본에 대해 역사적 책임에 대해 질문을 한, 에피소드가 있어요. 그러자 이 나나미 노인네가 아니 그런 역사적인 문제를 왜 개인한테 묻느냐고 개인이 어떻게 역사를 책임질 수 있느냐는 식으로 글을 전개한 적이 있어요.
글쎄, 저는 역사를 책임지는 것이 어떤 국가나 시스템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어차피 역사라는 게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시각인데, 유명감독이 역사의 책임없이 그런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보거든요. 우리가 몰랐던, 저 덕혜옹주의 개인사가 일반적인 대중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틀이나 시각을 바꿀 수 있다면 그건 개인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꼭 우리가 역사가들이 만들어낸 역사가 아닌 개인의 시각으로 본 역사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게 역사에 대한 오독이든 아니면 성찰이던지 간에 말이죠. 한국인의 시각이 아닌 일본인의 시각으로 덕혜옹주의 틀이 께졌다면 그건 대단한 일이라고 봐요^^ 리뷰 너무 잘 읽었어요^^

blanca 2010-04-08 14:08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의 긴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시오노 나나미 책은 솔직히 읽어 본 것이 없는데 저는 왠지 내키지 않더라구요. 무슨 얘기를 들었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는데 아마 기억의 집님과 비슷한 얘기였나 봐요. 무책임한 발언을 했었군요. 그러고 나니 이 저자를 더욱 칭찬해 주고 싶어집니다. 아. 그럼요. 개인을 내세우며 역사의 민감한 부분을 살짝 피해가는 저렴한 센스는 지양되어야겠지요.

마녀고양이 2010-04-0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인생을 만들 수 있는 가치관이나 굳센 성격의 사람이 아니라면, 저렇게 의무에 얽어매히는 자리에는 태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나'로서 살 수 있는 곳이 가장 소중한거 같아요.

blanca 2010-04-08 14:08   좋아요 0 | URL
저도 최근에서야 자유인으로^^;; 태어나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았답니다. 시켜줘도 못할 것 같아요 ㅋㅋㅋ

순오기 2010-04-08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보셨군요, 아직 안 샀는데.... 리뷰를 보니 더 보고 싶어지네요.

blanca 2010-04-08 22:47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리뷰보고 서점가서 바로 질렀어요. 소설을 읽으셨으니 더 깊이있는 독서가 되지 않을까요? 책 표지도 참 이쁘답니다.
 

일요일 밤 여덟시 반. 즉흥적으로 영풍문고 종로점에 가게 되었다. 
대형서점은 가고 또 가도 질리지 않고 언제나 그리운 장소다. 학창시절 시험이 끝나면 나는 언제나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 
한 이만 원 정도이면 네 권 정도의 책을 살 수 있었다. 요즘에야 두 권도 벅찬 금액이지만 말이다. 고르고 또 고르다 다리가 아플 때쯤 네 권의 책을 품고 아빠를 기다렸다. 이제는 그 곳에 나의 아이를 데리고 간다. 

아기는 통로에만 관심이 있고 뽀로로 책 정도에 눈독을 들인다. 책 그 자체에는 관심이 없이 나 잡아봐라, 이 곳 저 곳으로 날쌔게도 몸을 숨겨주신다. 이 정도면 서점은 더이상 나에게 아름다운 장소가 아니라 곤욕스러운 곳이 되고 만다. 그래도 그 와중에 민음사 전집 코너를 둘러본다. 항상 인터넷으로만 봐 오던 책 표지가 실물로 치환되니 되레 적응이 안된다. 인터넷으로만 책을 구입하다 보니 실물을 보고 고른다는 행동 자체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고 컴퓨터 모니터로 보던 책 표지를 실물로 느끼게 되니 얼떨떨하기까지 하다. 알라딘 서재에서 자주 봤던 <애도하는 사람>의 두께에 놀라고 김별아라는 작가가 <미실>의 작가였는데 에세이를 냈다는 사실에도 놀란다. 이미지의 재현에 인이 박히다 보니 오히려 현실 세계가 몽환적으로 느껴졌다.  

 

 

 

 

 

 

 

 

 

젊은 남녀들이 많았다. 서점은 나에게는 언제나 왠지 에로틱하다.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발전될 것만 같다. <연애시대>의 여운 때문인가. 평소 좋아하는 감우성이 대형서점 직원으로 나왔던 드라마. 동창회에선가. 첫사랑과 재회하고 다시 만나기로 한 날 아침부터 하늘로 솟아오를 듯 통통거리며 비밀스러운 웃음을 칠칠맞게 흘리고 다니던 그 서점. 그 설렘의 미숙한 노출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이해되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이 시작되려는 지점. 누구나 칠칠맞게 그 비밀을 흘리고 다니게 마련이다. 좋아 죽겠는데 어쩌겠는가. 나는 낯선 사람한테도 막 자랑하고 싶었었는데 말이다.



 

순오기님 서재에서 본 혼마 야스코의 <덕혜옹주>의 꽃분홍 표지가 연연했다. 잠시 망설이다 집어들게 되었다. 소설은 취향이나 상황의 망에 걸린 망설임을 동반하지만 그 소설에 영감과 골격을 제공한 역사적 사실의 보고는 소장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고 합리화하며. 일본 사람이 쓴 일본에 끌려가다시피 한 우리나라 마지막 황녀의 얘기는 어떨까? 날것 그대로일까? 나름의 시선으로 윤색되고 말아버렸을까.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었다.

 

옆지기는 비싼 책을 조른다. 인터넷으로 할인받고 적립금 받아 주문해주겠다고 꼬셔 봤지만 사고 싶을 때 사야 한다고 해서. 그리고 관심있었던 책이기도 해서 둘이 읽는다고 합리화 하며 또 구입. 

평소 존경하던 함세웅 신부님이 보수단체에 의하여 반국가 인사로 지명된 상황과 그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고문으로 처음 박종철 변호사를 맞았다는 사실이 묘하게 맞물린다. 차례가 돌아오면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아이는 예외없이 뽀로로 책을 골랐다. 자장가 몇 곡 녹음되어 있는 책인데 참 비싸더라. 언제쯤 뽀로로 얼음나라에서 빠져나올지 궁금하다. 뽀로로가 팔할은 아이를 키웠다.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일요일 밤에 서점에 가곤 한다,고 쓰고 싶어진다. 힘들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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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4-0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삼성을 생각한다>는 오프에서 사기 왠지 아깝다. 그죠? ㅎㅎ 예전에 광화문 근처에서 회사 다닐때는 막 한 번 가면 쇼핑백 두개 바리바리 들고 오곤 했어요. 요즘은 바로드림도 한 두권씩 사는 정도지만요.

<애도하는 사람>의 두께는 ... 편집이 널널해서 두껍지만, 많은 분량은 아니에요. 요즘 문동의 책이 한페이지 21줄이 많더라구요. 예전엔 23줄도 적게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 21줄이면, 정말 페이지가 후딱후딱 넘어가요.

blanca 2010-04-05 22:34   좋아요 0 | URL
이만 원 넘는 책은 부담스러워요^^;; 그런데 요즘 책값들이 기본적으로 만오천원선으로 가고 있더라구요. 바로드림 서비스는 하이드님 통해 알게 되었지요.

문동이 비교적 여백이 많고 열린책이 하이드님 말씀처럼 빽뺵한 편집으로 가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0-04-0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서점가기 너무 좋아합니다. 솔직히 서점에 누군가와 가서 즐거웠던 적이 별로 없었던 듯해여. 저만 즐거워서 이거저거 만지작대고, 푹 빠져서 어슬렁거리고, 다른 사람들은 지루해하는 듯 하고. 딸아이는 먼저 책을 사줘서, 교보문고 아동코너 안쪽 좌석에 앉아있도록 하고 돌아다니곤 했습니다.

아가야가 뽀로로 볼 나이가 되었나봐요? 귀엽겠어요. 울 딸두 뽀로로에 한때 미쳐있었더랬죠. 그담에는 캐릭캐릭 체인지에.. 지금은.. 리젠드 작가의 만화에 홀랑 빠져있더라구요... ^^ 조금 더크면 따님과 잠실 삼성 어린이 박물관(? 제목이 정확하지 않네요)에 가보셔요... 재미납니다~

blanca 2010-04-06 18:58   좋아요 0 | URL
하루종일 뽀로로의 세계에 빠져 산답니다. 아, 그 정도로 키우면 서점 나들이가 우아할 수 있겠어요. 안그래도 삼성 박물관 가보고 싶었는데 욕심납니다. 글구 서점나들이 저도 누구랑 가서 즐겁게 한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0-04-08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점 아이들하고 많이 다녔어요. 그림책코너에 가서 책도 읽어주고...인터넷 서점에서 사면 휠 쌀텐데 기어이 오프에서 산다고 해서 눈물을 머믐고 제 값 다 내고 애들 그림책을 사 오곤 했지요. 아이하고 많이 다니세요, 블랑카님. 저는 애들하고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서점이나 야외에 많이 나갔었거든요. 지금도 징그럽게 많이도 붙어있긴 하지요~~~ 어제는 이마트 가는 길에 딸애가 엄마, 우리 저런 곳에서 낙엽 주워서 엄마한테 내가 뿌렸지? 그러더라구요. 너, 그거 기억나? 물었더니 기억난다고 배시시 웃는데, 정말 이뻤어요^^

애도하는 사람, 혹 집에 암으로 투병하신 분 있으세요? 있으시다면 절대 읽지 마세요. 후유증이 대단해요. 저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가 너무 힘들었던 책이에요. 많이 울었구요. 작가 자신이 많은 환자들과 가족들을 만난 것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진짜 리얼하게 묘사했어요. 지금도 후유증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중!

삼성을 생각하다, 저도 읽어보려고 맘은 먹고 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 주문할 때마다 제동이 걸리는 거 있죠. 부군 말씀이 옳아요. 사려고 맘 먹을 때 사는 게, 정답이더라구요^^ 그래도 우린 아까워 하죠?

blanca 2010-04-08 14:11   좋아요 0 | URL
아....구구절절이 맞는 얘기입니다. 애도하는 사람은 기억의집님 얘기를 들으니 무서워지네요. 요즘은 슬픈게 무서워요. 삼성을 생각하다,는 책값을 뽑아내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읽어볼 참입니다.^^;; 요즘 책값들이 너무 올라서 두 권 사면 삼만원이 넘더라구요. 요즘 책을 사는 욕구와 싸우는 중입니다. 한 달 오만원 꼭 지킬랍니다,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