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 살림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고3때 독서실에서 이른 저녁을 먹으러 집에 다니러 갔다 다시 돌아가는 길은 정말이지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이었다. 나를 달래려고 나를 끌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곤 했다. 쓸데없이 코끼리 분식점도 기웃거려 보고 88.89 버스 종점도 찍어 보고 레코드점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 가사도 곱씹다 보면 꼭 누구 아는 얼굴 한 사람을 만나 구태여 하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될 말들을 섞으며 시간을 죽이다 사람 좋은 독서실 아저씨에게 목례를 하고 2층으로 올라가 혼곤한 식곤증에 허덕이다 한 시간도 제대로 책을 못 보고 신 나게 책가방을 싸던 시절이었다. 그 때는 무지개 건너편의 허황한 꿈을 향해 나의 별을 쏘아 올렸지만 정작 그 과정의 고단함은 내가 두 발 붙인 우리 동네를 기웃거리며 허덕허덕 살아가는 아줌마, 아저씨들의 그 파닥거리는 일상을 구경하며 달래곤 했다. 그리고 무언가 아주 대단한 저 편에 살게 될 줄 알았던 삶은 이 편의 동네에서 이럭저럭 타박타박 걸어가는 일상으로 건너와 버렸다. 이제 원래 삶이란 그런 것이고 그 와중에 건져 올리는 아기자기한 즐거움만으로도 어떤 순간은 충만해질 수 있다는 것을 수긍한다. 견디는 것이 삶이라고 얘기하는 음성이 꼭 비애로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삶이 몇 년 째인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오늘이 며칠이지"하고 묻는 생활. 또 다른 십구일과 지금까지의 수많은 십구일들을 지나 오면서 그는 매번 십구일 이외의 다른 날만을 꿈꾼다. 오늘이 십구일이고 또 내일이 이십일이라면 그러한 날들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이십일 혹은 팔일인 줄 알면서도 이십일 혹은 팔일이 아니길 기대하며 눈을 뜨는 아침을 숱하게 지내온 그였다.
-<멀고 아름다운 동네> 

이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천시 원미구 23통의 원미지물포, 행복사진관, 써니전자, 강남부동산, 형제 슈퍼의 그들. 번갈아 가며 때로는 주인공으로 관찰자로 주변 인물로 변주되면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연작소설집은 환상이나 희망, 기대를 과장하고 꾸역꾸역 들이미는 대신, 삶의 그 적나라한 모순, 추레한 우리들의 속물 근성을 아찔하게 보여준다. 들키니까 아찔하고 날카로운 추억을 끄집어 내니 아프고 별 수 없음을 불쑥 들이미니 아연하다.  

그는 지하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지상으로 올라갈 날이 있기도 하겠지만 지금은 지하의 방 한 칸도, 지하의 일자리 하나도 목숨처럼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의 소망은 그저 일하기 위해 먹은 밥이었으므로 응당 자유롭게 배설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아주 소박한 것이었다.
-<지하 생활자> 

자동차 바닥 커버를 재단하는 일로 목구멍에 풀칠을 하고 공동주택 단 하나의 화장실은 주인집의 안온한 은신처에서 꽉 입을 다물어 버리고 있으니 그는 매일 싸는 일이 전쟁이었다. 이 지하 생활자는 변의를 느끼는 일에서 가장 삶의 비애를 절절히 체감했다. 이리저리 낑낑 거리며 쌀 곳을 찾아 헤매다 거리에 주차해 놓은 자가용, 봉고차의 뒤켠에서 죄인처럼 안도감을 느끼는 그의 모습이 아렸다. 먹고 싸는 일차적 문제는 인간의 존엄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생존이 걸린 문제 앞에서 도덕과 예의, 염치를 논하는 작태는 때로 몰이해에서 나온 오만이 될 수 있다.  

부딪치고, 아등바등 연명하며 기어나가는 삶의 주인들에게는 다른 이름의 진리는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인생이란 탐구하고 사색하는 무엇이 아니라 몸으로 밀어가며 안간힘으로 두들겨야 하는 굳건한 쇠문이었다.
-<한계령> 

 

주말 저녁 <아프리카의 눈물> 다큐에서 기근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이주하여 일하는 인접국경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여긴 본토 노동자들이 그들을 산 채로 불태우고 죽이는 광경이 지나갔다. 그저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뼈가 부서지도록 일했던 아버지가 불태워진 아들은 그럼에도 또 그 아버지가 죽은 나라로 일하러 갈 것을 얘기한다. 삶이란 고작 이런 것인가 싶을 때 아이의 어머니는 다 쓰러져 가는 움막 속에서 구식 다리미로 아들의 하얀 교복을 다린다. 그건 실오라기 같은,하지만 우리가 죽을 때까지 포기할 수 없는 하나의 별이다. 희망이다. 기만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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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1-17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귀자에서 이토록 전혜린이 진하게 느껴지다뇨.
전 다리미로 주름 한점 없이 다리는 것도 좋지만,
탈탈 털어 햇볕에 내어 말리는 것도 좋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blanca 2011-01-17 22:02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빨래 탈탈 털어 정말 햇볕에 말리고 싶어요. 나무꾼님 댓글 읽으니 봄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네요. 요즘 너무 추워서 아파트에서 빨래도 자제해 달라는 방송이 나온다면서요.

후애(厚愛) 2011-01-17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귀자님 작품은 한 번도 못 읽은 것 같아요.^^;;
<원미동 사람들> 읽고 싶네요.^^

활기차고 즐거운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blanca 2011-01-17 22:03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읽으시면 좋아하실 것 같아요. 아스라한 옛 동네풍경이 정감있게 펼쳐진답니다.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그렇더라구요. 여기는 정말 너무 너무 추워요. 후애님도 즐겁고 활기찬 한 주가 되기를 바랍니다.

cyrus 2011-01-1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창 시절 때 <원미동 시인>을 감명깊게 읽으면서 배웠던게 생각나네요.
저는 <아프리카의 눈물>에 대한 내용을 인터넷 뉴스로서 접했는데,,
안타깝더라구요,,

blanca 2011-01-17 22:04   좋아요 0 | URL
원미동 시인! 저는 이걸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나서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두 번째인 것 같은데 도무지 언제 처음 읽었는지 기억할 수가 없더라구요. 아프리카의 눈물은 챙겨서 보고 무언가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 보려고 한다고 결심만 한 지 이 주가 되어가네요. 이삿짐을 풀면 꼭 행동으로 옮겨야 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마녀고양이 2011-01-1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 것과 배설하는 것... 가장 기본적인 기쁨.
춥다고 우울함에 빠져있는 나에게, 반성하고 있는 중입니다.
블랑카님... 너무 추워요. 그져?

blanca 2011-01-17 22:05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 이번 주 토요일 이사. 후덜덜입니다. 짐 옮기는 아저씨들한테 미안하고 가족들도 심란하고 이래저래 참 그래요. 버릴 것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고 다독이고 있는데. 그래도 엄동설한의 이사는 무서버요--;;

잘잘라 2011-01-1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8,89버스 종점. 쌍다리 건너 그 종점이요?

blanca님, 당신은 누구신가요.
원미동 사람들을 읽고, 코끼리 분식과 88,89번 종점을 얘기하는, blanca님.

blanca 2011-01-17 22:07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쌍다리를 잘 모르겠지만 88,89종점과 코끼리 분식을 아신다면 혹시 같은 동네에서 자란 건 아닐까요?^^;; 긴장되는걸요^^;;;;;

비로그인 2011-01-17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쓰신글 알싸하네요.

알싸하다.. 사이다 한 병이랑 삶은 계란 손에 들고 기차 창문 너머 보던 기억이 납니다. 기차 안은 다들 왁자지껄, 지금의 삶과 저 너머 소리없이 흘러가는 풍경이 묘하게 같이 공존하던 그 기억말이죠..

비좁게만 느껴졌던, 길고 지리하게만 느껴졌던, 너무 많은 사람들로 매케한 냄새가 나던 그 기차안과 기차가 데려다 주는 길. 열차의 무거운 바퀴는 돌고 또 돌지만, 튼튼한 땅 위의 레일이 있어 길을 가는 것이겠지요..? 오늘도 나는 그 땅 위에 다시 섰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덜컹거리는 발 밑 진동을 느끼며 말이지요..

blanca 2011-01-17 22:09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은 댓글도 시 같은걸요. 저는 기차 타는 걸 참 좋아했어요. 할머니집에 항상 타고 갔던 기차. 음악을 들으며 어둑어둑해지는 차창 뒤로 밀려나는 풍경 보며 눈물날 만큼 좋아했었는데. 그 기차를 이제 다시는 탈 수 없는 걸까요? 아니 바람결님 말씀처럼 또다른 기차를 타고 계속 꾸역꾸역 가고 있으니 지나간 풍경은 더듬더듬 추억 속에 묻어 버리고 말아야 하나 봐요.

프레이야 2011-01-17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희망이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제겐 슬프게 들려요.
그게 정말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때, 아니 희망이라는 단어 자체를 떠올릴 필요가 없을 때가
희망적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요.
고3 때의 회고담이 왠지 사랑스럽게 느껴져요.
아, 제게도 고3의 잊지 못할 시간이었지요.
기만일지라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저 믿는 것밖에 달리 뭐가 있겠어요.^^

blanca 2011-01-17 22:1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며칠 전에 김훈이 인터뷰한 거 티비에서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제 희망과 사랑을 얘기하고 싶다던 그의 모습은 삶의 의미 그 자체보다도 견뎌야 한다고, 별 수 있냐고 반문하는 그의 모습 뒤로 밀려나더라구요. 그 만큼 살고 또 보통 사람들보다 몇 갑절은 더 느끼고 고민했을 사람이 삶은 견디는 거라고 얘기해 버리니 저도 낙망해 버리고 말았어요. 프레이야님 행 간의 의미가 미진하게나마 와닿습니다. 고3.....나중에 대학생이 되어 우연히 다시 찾게 된 모교 근처 육교에 서서 그 지나간 시간들을 눈물 흘리며 추억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필 밤이었고 너무 일찍 찾아 버려 그런 것인지 사무치게 그립더라구요. 이제는 그리워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어요.

2011-01-17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7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1-18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점 희망이 기만이 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어요, 우리가~~~~~
혹한에 이사라뇨? 우째 이런 일이... 조심조심 이사도 잘 하시고 건강관리도 잘 하세요.

blanca 2011-01-19 21:47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그래도 다행히 토요일에는 날이 좀 풀린다네요. 감사합니다. 몸살기도 있고 이래저래 지치지만 힘낼게요.
 

언젠가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는 것이 올바른 책의 선택인양 호도하는 얘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시간의 혹독한 세례를 견뎌내지 못할 책들은 읽을 가치가 없다는 식의 논조는 베스트셀러는 흥미를 끌고 쉽게 읽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이 될 수 없다는 단정를 품고 있었다. 

베스트셀러 순위를 자주 확인하고 또 그것에 기대어 책을 사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에는 항상 이유가 있었다. 적어도 읽고 나서 들인 시간과 비용이 어처구니 없다,고 짜증이 확 치미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일단 가독성이 좋다. 잘 읽히고  그 시간이 즐거우면 그것만으로도 더할나위 없는 역할을 한 셈이다. 정말 좋아하는 친구일지라도 반 나절을 보내면서 항상 즐겁고 너무 유익했다,고 느끼기란 쉽지 않다.  책에도 너무 큰 기대와 과업을 걸지 말고 기다려 주고 그저 친근감 있게 반겨 주다 의외로 선전할 때는 어깨를 두드려 주는 그런 봐주기가 필요한 시간인 것 같다.   

  

 

 

 

 

 

 

 

나란히 꽤나 오랫동안 1,2위를 지키고 있는 두 책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르포도 아니고 달착지근한 로맨스 소설도 아니고 독자의 허를 찌르는 의외의 결말을 품고 있는 추리소설도 아니다. 인문학. 거의 사장되다시피 한 그 분야에서 막말로 의외의 대박을 터뜨려 준 두 책이 읽는 내내 묘하게 서로 겹쳤다. 같은 논지를 펴는 대목도 있었고 깔끔하고 평이한 문체도 많이 닮아 있었다. 아무래도 영어 원작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시차는 좀 있었지만 만나는 부분들을 정리해 보았다.

*두 책 모두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사례가 거의 서사의 매혹을 띠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하준은 아동 노동을 얘기하며 아들을 데리고 들어오고 마이클 센델은 표류하는 구명 보트 안에서 한 사람의 인육을 먹어 나머지 세 사람이 살 수 있는 비극적인 공리주의의 실현 현장으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이 밖에도 다양한 현안, 시사적인 문제부터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사례들이 졸릴 만하면 툭툭 끼어들어 눈꺼풀을 치켜올리게 한다. 인문 사회 과학서들이 대중화할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건드린 것 같다.

*또한 두 저자는 약속이나 한 듯  분배정의에 대한 얘기를 언급한다. 평등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기회적 평등만을 강조하는 형식에 치우칠 때 실질적으로 불평등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평등에 관한 얘기는 대부분의 사람을 이입시킨다. 왜냐하면 끊임없이 더 높은 곳, 더나은 곳의 이미지가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 자신이 루저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등에 관한 언급은 주는 입장이 아니라 받는 입장에서 괜시리 극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부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식 자본주의, 패권주의에 대한 경종
장하준은 결국 미국 선도의 자유시장경제 모델이 나쁜 자본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들에게 스스로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나쁜 게임의 룰을 강요하는 패악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마이클 센델은 미군이 용병화되고 군 기능을 민간기능에 맡기면서 전쟁을 점점 우습게 생각하게 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공공 서비스, 기능까지 시장에서 거래하는 재화처럼 만들어 버리며 방기하는 책임에 대하여 센델은 우려하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안 드림>과도 만난다.

*인간의 연대, 공적인 책임에 대한 갈망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와 <정의란 무엇인가>가 이토록 우리를 자극하는 것은 인간 존재의 긍정과 연대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얘기를 찾아 읽으며 몸을 떨지만 결국 괜찮아, 괜찮아,라고 다독거리는 어머니의 손길 아래 잠들기를 원하는 모순적인 존재이다. 도덕을 얘기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인간이 그래도 될 만하다,는 확신에서 나온 굉장히 자신감 있는 행동이다. 고로 두 책이 가지는 지나치게 이상화된 결말, 그 자체는 책의 완결성을 방해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강한 정부 그 자체가 도덕적으로 타락하거나 독재로 치닫게 될 경우를 간과하지는 않았는지,<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그저 인간의 미덕과 연대감에 무작정 기대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문제를 지적하는 인문 사회서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대안과 지향해야 할 좋은 자본주의의 모델을 탐색해 보는 책들이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오를 때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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穀雨(곡우) 2011-01-12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샌든의 <정의>를 요즘 시간내어 시청하고 있는데, 명쾌한 강의가 인상적이더군요. 책에 없던 비유, 어렵고 난해하던 도덕론에 대해 자유분방하고 확고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더군요. 블랑카님 말씀처럼 인간 존재의 긍정과 연대를 강조하는 이유, 적확하고 날카롭습니다. 다시 읽어 봐야 겠습니다.

아, 늦은 새해 인사와 감사의 마음, 함께 전합니다.^^

blanca 2011-01-12 22:58   좋아요 0 | URL
곡우님, 저도 챙겨 보려고는 하는데 항상 졸면서--;; 흐지부지 되버리네요. 그런 강의를 듣고 학생과 교수가 쌍방향으로 생각을 주고 받는 하버드의 풍경이 참 부럽더라구요. 감사합니다. 곡우님은 벌써 좋은 출발하셨죠!

마녀고양이 2011-01-1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러피안 드림을 읽어봐야하는데 말이죠.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추천하시던 책이죠? 저는 정의란 무엇인가도 읽지 않았기에... 아하하.

공적인 책임... 반드시 있다 봅니다. 딱 좋은 단어입니다.

blanca 2011-01-12 22:59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제가 읽게 된 계기가 노무현 대통령 책상 위에 마지막까지 펼쳐져 있었다는 그리고 그 책을 너무 좋아했다는 기사를 읽고 나서였어요. 사실 이 분야는 아무래도 많이 읽지 못했는데도 참 아름다운 책이더라구요. 심란한 마음으로 슬퍼하며 아이는 옆에서 쌀놀이를 하고 저는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cyrus 2011-01-12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두 책을 같이 보는 것도 참 좋은거 같아요. 이 두 책은 꼭 구입해야겠네요.

blanca 2011-01-12 23:01   좋아요 0 | URL
cyrus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지만, 이 두 책은 먹을 것이 많더라구요^^;; 아무래도 너도 나도 읽고 얘기하니 나도 덩달아 가봐야겠다 해서 접하게 된 책이지만 그렇게 덩달아 간 발걸음이 아깝지 않았답니다. 시간 나시면 꼭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2011-01-13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3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연수가 김영수인 걸 처음부터 알았다면 김연수의 책을 읽을 생각을 안 했을것 같다. 김연수를 관심 있어 하게 된 건 딱 두 가지 이유에서다. 이름이 이뻐서. 둘째 작가 시국 선언에 당당히 내민 얼굴이 비겁해 보이지 않아서. 

 

 

 

 

 

 

 

그리고 시작했다. 일단 그의 문장들은 시인 등단 경력 덕택인지 노래 같고 경구 같아 참 이쁘다. 나는 소설을 읽었는데 줄 친 문장들을 모으면 시가 된다.  연인과의 프렌치 키스를 이런 식으로 묘사한다.

그 순간, 그때까지의 내 인생은 물론이고 과연 있을지 없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내 전생과, 그 전생의 전생과, 그 전생의 전생의 전생과, 그 나머지 모든 전생들까지도 아주 근사한 것으로 바뀌었다. 나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공부하는 소설가, 인문학적 지식을 소설에 녹여내는 재능이 있는 작가로 칭찬 받지만 때로 그는 자신의 지식과 공부를 과도하게 소설적 서사에 끼워 놓고 싶어하는 듯 넘친다. 천문학적 지식, 한문학, 근현대 역사가 졸아든 상상력을 눙치는 데 쓰이는 것은 아닌지 가끔 갸우뚱하게 되기도 한다. 김연수를 편애하지만 이 지점에서는 멈칫하게 된다. 오늘보다 항상 내일이 나아지고 있다는 연수님은 그러나 이런 약간 모호하고 넘치는 부분도 곧 귀퉁이를 잘 접어 매끈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이 에세이집은 정말 그야말로 완전 근사하고 완전 웃기고 눈물난다. 작가 초년병 시절의 그 절절한 배고픔과 열망이 김연수의 재기와 솔직함과 만나 어떤 향연을 펼치는 지 김연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꼭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로 마침내 등단하고 학생 식당에서 눈 마주치는 모든 학생에게 미소를 지어 주는 연수는 짝사랑했던 사람과 손 처음 잡은 날 길거리 사람들마다 다 등을 치고 다니며 여보쇼! 내가 오늘 뭘 한지 얘기좀 들어 주소!라고 하고 싶어했던 나의 그 어처구니없던 시간과 닮았다. 솔직하고 투박하고 여린 나날들을 잘 쓰고 잘 읽히고 싶다는 이차적인 욕심에서 물러나 그려 냈다는 느낌은 독자를 속일 수 없는 작가의 진정성을 추억하게 한다. 이 책 이후로 자기 얘기는 쓰고 싶지 않다던 그가 자신이 읽었던 책에 대한 얘기에 짤막한 소회를 곁들인 이런 책. 

 

  

소설의 인상적인 대목을 인용하고 거기에 겹치는 김연수의 체험과 감상을 한 페이지 정도 덧붙인 한 권과 현대 한국시들을 싣고 역시 개인적 소회를 곁들인 한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 부분에서는 사실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는 문구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 만큼 추천 도서 목록을 제시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작 책에 대한 내용은 한 줄 단 한 단어 정도 아, 맞지, 이 책 얘기해야지, 정도로 첨언한 경우도 있다. 청춘의 연수와 마흔 중년의 연수는 많이 달라져 있고 익어 있다. 너무 이쁘고 너무 이뻐서 그었던 줄들은, 이제 고개를 끄덕이며 선배의 말을 경청하듯 사뭇 다른 자세로 그어지게 된다. 

 

 

   
 

그러지 말고, 가능하면 편애하도록 노력합시다. 모든 걸 미적지근하게 좋아하느니 차라리 편애하고, 차라리 편애하는 것들을 하나씩 늘려가도록 합시다. <중략>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학고, 싫어하는 사람을 싫어합시다. 우리가 이 세상의 판관도 아닌데, 공연히 공정해지려고 반대로 행하지 맙시다. 

................................................................................................................................................................................

그러므로 우리의 기분이 자주 더러워지는 걸 이상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가만히 놔두면 비뚤어진다. 노력하지 않으면 매사에 하고자 하는 의욕이 사라진다. 

 
   

고로 사람 싫어하는 걸 극도로 두려워하고 중립적인 척 하고 걸핏하면 기분이 더러워지는 나로서는 김연수에 대한 사랑이 쭈욱 지속될 도리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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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7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8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9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9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9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0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1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1-01-0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가 보낸 순간>은 일단 샀는데 구성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다시 안펼쳐봤었어요... 자기글이 1/3인 책이라뇨라뇨라뇨라뇨 ㅜㅜ 블랑카님 덕에 이제 다시 마음을 열고 볼 생각이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저도 연수가 영수지만 연수로 좋아요~ 좋아한 연수가 언 몇년째인가 ㅋㅋㅋ

... 2011-01-07 18:15   좋아요 0 | URL
저는 <우리가 보낸 순간> 2권짜리를 오프서점에서 들춰보고 아, 이건 구매를 하지 않겠어, 하고 결심했다죠. 예전에 김연수의 문장배달에서 이메일로 부쳐주던거 모아서 낸 책 같던데요? 그대신 <7번국도 Revisited>를 샀지요 ^^ 근데 김연수 소설은 에세이보다 잘 안 읽게되요, 제게 있어선 마치 하루키같아요.

그건 그렇고, 저는 웬디양님은 새벽에만 서재를 돌아다니는 여자사람인 (아니 뱀파이어?) 줄 알았어요, 오후에도 돌아다닐 수 있으신 거군요. 해가 빨리져서 오후에도 어두어둑하니까 그런가? 하하핫.

blanca 2011-01-08 20:27   좋아요 0 | URL
그런데 웬디양님, 저는 소설편은 좋았는데 시편은 영 난해하더라구요. 김연수의 글은 정말 조금이죠. 아무래도 작업하고 있다는 그 일본에 가서 신부가 된 형제 얘기때문에 바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연수님 특유의 그 재기와 말하다 만 것 같은 귀여운 문체가 참 반갑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1-01-07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연수님 책 한번 읽고 너무 안 맞아서 다 팔아버렸는데,
블랑카님의 인용구 너무 괜찮잖아요! 헉........ 이걸 어쩐다~~~

blanca 2011-01-08 20:28   좋아요 0 | URL
하하하, 마고님 말씀처럼 호불호가 확 갈리는 작가더라구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 모르겠다고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데 샀다 팔아 버리셨어요? 저도 그런 작가가 있나 기억을 더듬어 보는 중이에요.^^;; 김연수는 소설보다는 산문이 더 좋더라구요.

순오기 2011-01-07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수가 영수인지도 몰랐고, 그의 소설은 하나도 못(안) 읽었지만...메일로 받아 본 문장배달은 좋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보낸 순간>세트도 구매했어요. 내가 보낸 순간을 생각하며 천천히 보려고요~ ^^
새해에도 분홍공주님과 알콩달콩 재미지게 사시고, 좋은 리뷰와 페이퍼 기대할게요!!

blanca 2011-01-08 20:29   좋아요 0 | URL
메일로 문장배달 받아 보셨군요. 천천히 조금씩 읽어야 하는데 저는 약간 책을 숙제하듯이 읽어 치운다,는 강박이 있어서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아요. 순오기님도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서재의 큰 언니 자리도 지금처럼 쭈욱 계속 지켜주시기를....

poptrash 2011-01-07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이 페이퍼 제목 너무 귀여워요.

blanca 2011-01-08 20:30   좋아요 0 | URL
poptrash님이 7번 국도가 왜 절판(맞나요?) 됐는지 심히 안타까워하셨던 페이퍼를 기억해요. 더 멋지게 나왔더라구요. 귀엽다니, 고맙네요^^;;

세실 2011-01-08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글 읽으니 청춘의 문장들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걸요. 전 평범하게 읽은거 같은데.....

blanca 2011-01-08 20:32   좋아요 0 | URL
세실님~ 아마 읽었던 저의 시점과 감정 상태로 더 인상 깊게 남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연수에게 빠져 있던 상태라 전작주의를 해보자고 호기를 부리던 때였거든요. 하지만 전작은 커녕 몇 권 읽다 그만 두었지요--;;

후애(厚愛) 2011-01-08 0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blanca 2011-01-08 20:32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그러고 계시죠? 저는 오늘 밤 버킷 리스트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2011-01-08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8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1-08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따님이 잘 자라서 친구하심.. 참 재밌으실듯 합니다. ^^
막 상상을 하니, 킄 웃겨요!!
김연수. 전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좀 깊이 읽을지도 모르겠지만요 ㅎ

오늘 아주 잠깐 눈 많이 왔는데요. 신경쓸 일 많으시겠지만 잠깐이라도 즐거운 토요일 되셨음 합니다.

blanca 2011-01-09 13:50   좋아요 0 | URL
커도 저랑 놀아줄까요 ㅋㅋ 김연수는 바람결님과도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요. 두 분 다 시적인 면이 있어요.

아시마 2011-01-08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연수는 안그럴것 같은데 뜻밖에 호오가 굉장히 분명한 작가같아요.
흠. 사실 달리 말하면 매니아도 있지만 그다지 넓은 독자층을 가지지는 못한 작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럼에도 매번 많은 사람들이 나도 이제,라고 말을 하는 걸 보면, 뭔가가 있는(또는 있어보이는) 작가 인 것도 같고. ^^

글이 평이하다기보다는 맛이 뭐랄까, 아주 강한 맛을 내는 작가는 아니라서, 그냥 평이하게 두루두루 읽힐 것 같은 작간데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이렇다는게 전 사실 신기해요.

그러나 저러나 나도 김연수가 영수가 아닌 연수라서 좋아합니다. 하. 하. 하.

blanca 2011-01-09 13:53   좋아요 0 | URL
그래요. 글은 말랑말랑한데 의외로 호오가 갈려요. 전 딸 연두를 자전거에 태우고 달리는 산문을 읽고 이끌리더라구요. 그 맘이 상상이 되어서요. 벌써 열 살이라지요. 아시마님. 저는 왜이리 작가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 걸까요--;;

아시마 2011-01-09 16:42   좋아요 0 | URL
김연수 딸 이름이 연두 였나요? 전 왜 열무로 기억하고 있을까요 -_-;;;
하기야, 열무라는 이름은 써 놓고보니 좀 심했다. 그때는 와 신선한 이름이다!! 했는데.
아니야, 아무래도 열무 아니었나? 잠시만요. 확인좀 해 보고. (아 이놈의 집착)

ㅎㅎㅎ <청춘의 문장들>을 확인한 결과 딸아이의 이름은 열무가 되겠습니다. ㅎㅎp.24

하긴 뭐, 진짜 이름은 연두이고 김연수가 그냥 열무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제가 울 딸들을 이름으로 잘 지칭하지 않듯... ^^

저도 작가 사생활에 아주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중 하납니다. 우리 나중에, 작가 스토킹 협회 이런거라도... ㅎㅎㅎ

cyrus 2011-01-09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김연수 작가의 글을 좋아하시면 그가 번역한 그레이엄 그린의 <권력과 영광>(열린책들)을 추천합니다.
사실, 이 책 이벤트로 받은거라서 아직 안 읽어봤지만,, ^^;; 김연수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분들은
이 분의 번역한 작품도 읽게 되더라구요. 블랑카님도 아시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블랑카님이 세계문학에도 관심이 많으신거 같아서 댓글로 남겨봅니다.
즐거운 일요일 되세요. ^^

blanca 2011-01-09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 그래도 그래서 카버의 대성당을 읽게 됐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즐거운 일요일 보내고 계시죠 !
 

초등학교 시절 계몽사의 <<세계 소년소녀문학전집>>에서 톨스토이를 만났다. 그가 쓴 몇 편의 단편 소설(아마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을)은 죄다 '이반'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나왔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술주정뱅이가 우연히 거리에서 구해 준 벌거벗은 천사는 사람은 결국 '사랑'으로 사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고는 하늘로 올라가 버렸나 그랬던 것 같다.  

그 후 언젠가 <부활>을 지루하게 읽었고 사순절 기간 함세웅 신부님이 예수의 부활과 그 작품을 함께 언급한 강론에 감동받았고 서재에 와서 문학동네의 <안나 카레니나>의 몽환적인 표지에 사로잡혀 다시 톨스토이를 조금은 더 진지하게 만나게 되었다. 

<안나 카레니나>는 사실 안나 카레니나의 불륜에 초점이 맞추어진 소설이 아니다. 그랬다면 안나 카레니나가 철로에서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지는 장면에서 덧붙여질 이야기들이 없을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가 죽고도 이야기는 더 멀고 깊은 곳으로 뻗어나간다. 사회의 인습, 편견, 고정 관념에 역행하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의 이야기는 그 중간 지점 정도 될 것이다. 톨스토이는 여기에 등장하는 '레빈'이라는 모든 것을 다 갖춘 남자가 그것을 뛰어넘는 철학적 성찰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유한하고 모순 투성이의 삶이 가지는 무한한 의미를 찾아 헤매는 그의 모습은 톨스토이의 그것이기도 하다. 어떤 이야기가 주인공으로 여겨지지 않는 주변부의 인물의 머릿 속을 유영하는 수많은 생각들의 향연으로 이다지도 멋지게 끝맺음하기는 힘들 것 같다. 현학적이지도 추상적이지도 지루하지도 않게 울림을 가지는 결말을 완성하는 힘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 켠에 슬며시 밀어넣고 더듬게 되는 삶 그자체 대한 허무감, 모순,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에 놓고 싶은 이야기들의 공명 때문일 것이다. 

 

톨스토이는 상류층 출신이다. 백작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고 막대한 영지를 상속받았다. 젊은 시절 그는 잠깐이나마 가진 것을 절제 없이 누린 경험도 있다. 그러나 그 잠깐을 제외한다면 그는 평생을 자신이 가진 것때문에 미안하고 괴로워했다. 가난한 농부들 앞에서 무위도식하는 듯이 보이는 귀족의 생활을 누리는 것은 그에게 흡사 형벌이었다. 노년에 접어들어 러시아에서 차르에 버금가는 권력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그의 영향력이 막강해졌을 때에도 그는 스스로를 여든 둘 먹은 바보 멍청이라고 자학한다. 그에게는 열여덟이나 어린 아내 소피야가 있었고 그녀에게는 양육해야 할 자녀들과 톨스토이가 포기하려는 세속적 가치들에 기대야 할 지난한 삶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저작물들의 가치를 포기하고 지팡이만 짚은 현자처럼 세상의 온갖 고매한 기대에 부응하려는 남편의 모습은 그녀에게 증오와 분노를 안겨 주었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죽음을 앞두고서도 아내에게 살인자, 짐승이라는 욕설을 듣게 된다. 그녀에게 그는 그저 무책임하게 가족들을 방기하고 떠나려는 증오스러운 가장으로 보이는 지경에 이른다. 그가 시골 기차역장의 집에서 객사하게 되는 최후는 슬프기 그지없다. 모든 것을 버리고 높아지라!는 주변의 기대와 요구는 서머싯 몸의 말처럼 톨스토이가 스스로의 메시지에 갇히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톨스토이가 진정 원했든 그렇지 않든 그가 말년에 추구한 무소유의 삶은 가족 전체를 뿌리부터 흔드는 결과를 낳았다. 고통스러워하며 그악스러운 아내에게서 도망친 톨스토이는 죽어가는 그 와중에도 끊잆없이 무언가를 쓰는 시늉을 하고 진리를 추구했음을 잇새로 힘겹게 내뱉었다.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의 고뇌로 맺은 결말은 톨스토이의 최후와 만난다. 톨스토이가 아내 소피야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는 끊잆없이 아내를 의식했고 그녀를 때로 측은하게 느꼈다. 그가 추구했던 형이상학적 가치들과 형이하학적 일상들이 어긋나는 지점에 오뚝 서 있는 소피야는 우리가 지향하면서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들을 의식하게 한다. 삶 그 자체의 의미와 고매한 가치들을 목이 부러져라 쳐다 보아도 결국 우리가 딛고 서 있는 곳은 땅이다. 그의 비극적 최후는 우리가 아무리 별을 쳐다 보아도 결국은 고개를 떨구고 발을 옮겨야 함을 가르쳐 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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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0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봤어요? 우리 동네는 상영도 안 했어요... ㅠㅠ
대체 일산 메가박스랑 CGV는 머하는지 몰겠어요... 투덜투덜.
톨스토이 평전을 샀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봐도 없네.. 이젠 무슨 책을 샀는지도 잘 몰겠으니.

톨스토이의 모순에 이젠 공감할 수 있을거 같아요, 그런 나이가 됐나봐.

blanca 2011-01-05 17:11   좋아요 0 | URL
마고님, 저 삼년 간 개봉영화를 못 봤답니다.--;; 갑자기 서러움이 치밀어 오르네요--;; 안그래도 이 영화 너무 보고 싶어서 마침 시간이 날 것 같아 찾아 보니 상영 시간이 너무 간격이 크더라구요. 생각보다 호응이 없나 봐요. 근처에서는 안하더라구요. 마고님, 저도 갑자기 책이 또 꽂을 데가 없고 엉망진창이고 난리났어요. 한 번 정리하던지 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좀 팔아야 하나, 그 생각 중인데 다 줄 긋고 그러네요..<클라라>가 개봉했는지 그 영화도 넘 보고 싶고. 어흑--;;

프레이야 2011-01-06 02:59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클라라는 강추하고 싶어요.
작년 마지막 날 보았던 영화에요.
아, 너무 좋았어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도 기대중인데 아직 하질 않네요 여긴.

cyrus 2011-01-05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영화로는 보지 못했지만 책으로나마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소피야와의 관계에 관한 톨스토이가 쓴 또 다른 작품이 있는걸로 아는데
제목이 생각이 안 나네요.^^;;


blanca 2011-01-06 23:12   좋아요 0 | URL
cyrus님,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 쓴 톨스토이의 작품이 있군요. 영화도 꼭 보고 싶은데 기회가 안 되네요^^;;

2011-01-06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6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1-08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상하게 도스토예프스키는 정이 가는데 톨스토이는 정이 안 갑니다.
왜일까.. 아마도 어릴때 혹은 고등학교 다닐때 만들어진 어떤 선입견 같은 것이 있나 봅니다.

요새 톨스토이 책 많이 나오던데, 저도 쫌 두께 있는 책 하나 옆에 누워 있는데 좀처럼 깨우기가.. 싫습니다. ^^

blanca 2011-01-0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는 뭐랄까 약간 윤리샘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좋기도 하고 멀리하게 되는 것도 같아요. 뭐든지 마음이 가는 대로 가는 게 좋죠. 바람결님 좋아하시는 음악, 책이 그 자체로 특별하고 아름다운 것처럼요.
 

프랑소아 모리악의 <떼레즈 데께루>를 정말 힘겹게 읽으며 2011년을 맞았다. 걱정거리를 달고 사는 편인데다 하필이면 어둑신한 이런 책으로 새해를 열고 말았다. 전혜린을 생각했다. 

 

 

 

 

 

 

 

 

그녀의 죽음을 당시는 자살이라 단정짓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천재 소리를 들으며 경기여중고, 서울대 법대, 뮌헨대, 그리고 귀국하여 대학에 출강하고 어린 딸까지 두었던 그녀가 서른한 살에 죽음으로 걸어들어간 이유에 대하여 분분하던 의견들과 그녀의 미처 개화하지 못했던 문학적 열망이 맞물려 그녀의 유고 에세이들은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1965년에 죽은 그녀의 글들은 당시 시대상을 감안할 때 상당히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면면들이 있다. 삶 그 자체가 딛고 서 있는 일상성에 매몰되는 것을 그녀는 꽤나 두려워했던 듯싶다. 끊임없이 권태와 순응에 대한 두려움을 얘기하고 있다. 기억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장 아제베도'로 가면을 쓴 누군가에게 거의 절규하듯 보낸 편지 내용은 그가 등장하는 <떼레즈 데께루>를 언젠가 읽어보겠다는 막연한 다짐과 함께 잊혀졌다. 소설 등장인물의 이름을 준 그에게 "내가 원소로 환원되지 않도록 도와줘!" 라고 외치고 사흘 뒤 그녀는 원소로 산화되어버리고 만다. 

장 아제베도. 많은 것들을 쉽게 잊어버리지만 이상스레이 뇌리에 박혀 빠져 나오지 않는 이름이었다. 죽을 때 유언에 따라 작가와 함께 관에 들어갔다는 <깊은 강>은 결국 나를 <떼레즈 데께루>로 끌고 갔다. 

 

아내의 죽음을 맞아 고뇌하는 남편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인도 단체 여행으로 우연히 만나게 되는 네 사람의 지나간 삶의 궤적과 인생의 의미, 죽음에 대한 성찰로 집대성된다. 죽음을 흘려보내는 물에 함께 산 사람이 들어가 자신의 삶을 위해 기도하는 갠지스 강의 풍광은 삶과 죽음이 대척점에 놓여 서로를 집어삼키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섞여 하나의 의미로 나아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살기 위해 전장에서 동료의 인육을 먹어야 했던 처절한 상황, 죽음을 환생으로 환원하여 이해하려는 죽은 자와 남은 자의 상실을 채우는 모습, 타락으로 보란듯이 삶과 고귀한 가치들을 조롱하려 드는 여인의 오기 들은 갠지스 강을 흘러가는 시체를 태우고 남은 재가 섞인 물로 목욕하며 기도하는 이들의 그것들에 그대로 녹아 떠내려 간다. 그리고 짐짓 뜬금없이 군데군데 또 <떼레즈 데께루>가 나온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 안에 의식적으로 '자기'를 안착시키며 끊임없이 파편화된 나머지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며 괴로워하는 미쓰코는 떼레즈를 끌고 들어온다. 떼레즈. 

 

   
  난 누구의 역할을 하는 게 싫었고, 강요된 행동을 하는 게 싫었고, 판에 박힌 얘기를 하는 게 싫었고, 순간순간 진정한 나 떼레즈를 배반하는 게 싫었어요......  
   

 전혜린은 다시 돌아왔다. 이건 흡사 그녀의 육성 고백 같다. 가족이 없는 여자가 되는 것, 자기 마음대로 자기 가족을 결정하는 것에 대한 소망을 얘기하는 떼레즈는 비소 몇 방울로 천천히 남편을 독살했다는 혐의를 받게 된다. 이것의 진실 여부와 관계 없이 그녀가 가족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과 그녀의 심연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이 부딪는 지점에서 피어나는 비극은 인간이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정상의 테두리'안에 스스로를 가두기 위하여 얼마나 처절하고 소모적인 분투를 해야 하는 지에 대한 하나의 은유다. '인형의 집'을 나가는 노라와는 비껴가는 지점이다.  장 아제베도는 하나의 상징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의 맹렬한 욕망과 악의를 슬슬 건드려 깨우는.

내면의 파충류를 재우는 것. '교과서적으로 살지 않는 사람이 결국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강변했던 교수님의 얘기와 만났다 헤어진다. 모순과 불완전함과 때로는 악덕으로 일그러진 인간의 삶을 직시할 때는 언제나 아프고 불편하다. '척'의 비늘들을 다 벗기고 나면 나에게는 무엇이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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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1-03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는 미시마 유키오를 보태고 싶네요. <미시마 유키오 대 동경대 전공투>에 보니 문제의 강의실에서 미시마가 <테레즈 데케루> 얘기로 말문을 열더군요. 남편을 독살한 테레즈가 "남편의 눈동자 속에서 불안을 보고 싶었다"고 말한 대목을 인용하며 체제의 눈 속에서 불안을 보고 싶다는 데는 자신과 전공투가 같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할복했으니, 전혜린의 자살과는 성격이 좀 다르겠지만 어쨌든 프랑수아 모리악이 이상하게 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 같습니다... 잘 봤습니다^^

blanca 2011-01-04 16:01   좋아요 0 | URL
아, 미시마 유키오는 금각사를 읽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그랬군요. <떼레즈 데께루>가 많은 사람들한테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직시하고 형상화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리 몰입이 되지는 않더라구요. 너무 그런 부분이 강조되니 좀 불편하기도 하구요.

... 2011-01-04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혜린에 대해 궁금해서 막 찾아보던 때가 있었어요. 그 뒷이야기 듣고 좀 많이 놀랐어요. 최근에는 그의 동생 전채린교수의 요절한 남편이 하길중감독이란 것과(하명중감독 형) 그 아드님이 하지현교수라는 것을 알고 놀랐구요. 전혜린의 에세이는 중고등학교 다닐때 읽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

<떼레즈 데께루>의 전채린교수 번역본은 지금 찾아보니 품절이군요. 저도 그럼 청목것을 보관함에~

blanca 2011-01-04 16:04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아. 그렇군요. 에세이집에 나오는 그 여동생인지 모르겠어요. 역시 집안에 비범하지 않은 재능이... 맞아요. 저 고등학교 때는 완전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은데 지금 읽으면 그렇게 열중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떼레즈 데께루> 지금 나오는 건 청목 것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아쉬운 점도 있어요. 오래된 번역본이라서 그런건지. 새로 번역되어 나올 법도 한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전채린교수 번역본도 있었다니 더 궁금해집니다.

아시마 2011-01-04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혜린이 전 이상하게 불편해요.
성격이 약간 이상해서, 내가 불편하고 좋아하지 않는 것에 남들(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남들)이 열광하거나 하면, 왜지? 하고 돌아보는 성격인데, 이상하게, 정말 이상하게 전혜린에는 손이 안가요. 전혜린 책은 거의 다 사 놨으면서도 아직 읽지도 않고 있다는. 그런데 또 뜻밖에 제 주변에 전혜린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많거든요.

전혜린, 좋아요? 어디가 좋아요? (질문이 이상하게 비꼬는 것 같은데, 그거 아닌 거 아시죠?)

다락방 2011-01-04 11:24   좋아요 0 | URL
아시마님, 제 주변에도 전혜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도 한번' 하고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를 주문했는데 도저히 못읽겠더라구요. 오십페이지쯤 읽었나, 무거운 숙제처럼 내내 책장에 꽂혀있는데, 저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더라구요. 그게 일년이고 이년이고 꽂혀있어도 제가 다시 들춰볼 것 같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전혜린을 읽고 싶다던 친구에게 줬어요. 그랬는데 그 친구는 그 책을 다 읽고 엄청 좋아하더라구요. 저도 아마 돌아보지 않을것 같아요.

blanca 2011-01-04 16:06   좋아요 0 | URL
아시마님, 다락방님 ㅋㅋㅋ 저도 그녀를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사실 전혜린 책을 고등학교 때 읽어서 지금은 그 내용이 희미할 정도이니까요. 좋아했는지 지금도 좋아하는지 제 자신에게 물어보니 잘 모르겠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니 권태를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사치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합니다.

꿈꾸는섬 2011-01-04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혜린 에세이 읽고 열병을 앓던 때가 있었지요. 문득 그때 생각이 나네요.

blanca 2011-01-04 16:06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그러셨어요? 이게 아마 제 고등학교 때 한창 화제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 때 다 찾아 읽은 걸 보면요.

마녀고양이 2011-01-04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한 중학교 친구들이 경기 여고로 진학했어요. 그리고 그애들 때문에, 전혜린 에세이를 읽었죠. 그 충격이라니. 아마 딱 그 시점에 만나는 전혜린님이 제일 충격적일거 같아요. 10대 후반이나 20대 전반의. 아직도....... 레몬빛 가로등이 있는 뮌헨을 그리워하는 문구를 잊지 못 해요.

그런데 떼레즈는 못 접해봤군요. 노라 이야기두 갑자기 떠오르네요. 인형의 집,, 참,, 인상 깊었죠, 고등학교 때.

blanca 2011-01-04 16:08   좋아요 0 | URL
마고님 친구분들이 경기 여고로 많이 가셨군요. 그럼 선배 얘기를 읽는 후배들의 느낌은 더 남다를 수도 있겠어요. 전혜린은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아, 그런 구절까지 기억하세요? 저는 새벽에 독서로 깊어진 눈, 이런 구절만 아주 흐릿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1-04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톨릭 소설가를 섭렵하기 시작했군요.모리악은 좀 따분하다는 평이죠.모리악보다 엔도 슈샤쿠가 소설구성은 더 낫다는 평이 많아요. 동양인을 알아주지 않는 서양평론가나 작가들도 엔도 슈샤쿠를 상당히 높이 평가하더군요.

blanca 2011-01-04 21:15   좋아요 0 | URL
노자님, 저만 따분했던 것이 아니군요. 재미 없더라구요--;; <깊은 강>이 잘 읽히기는 하는데 결론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이 알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소설은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불가지론쪽으로 흐른다는 느낌이 들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