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이 세상에는 없는 카톡 친구의 프로필을 보면 형언하기 힘든 감정이 든다. 나는 그를 차마 삭제할 수 없다. 모르는 사람이 나의 카톡 친구 목록을 본다면 설마 이 친구가 이미 세상에 없다는 가정은 하기 힘들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은 의도치 않게 망자를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고정시켜 놓았다.
심리학자 일레인 카스켓은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죽음에 대해 여러 사례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의 의견,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여기, 이 서재에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이 남기는 디지털 발자국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우리의 일상과 우리의 자아는 이제 더 이상 내밀한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 인스타 등에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지인들과의 대화의 족적은 수시로 메신저앱으로 남는다. 이 조각들은 다 한데 뭉쳐서 우리가 더 이상 존재하기를 멈추게 될 때 특별하고 번거로운 유산이 된다. 그것은 유족들에게 숙제로 남는다. 더 이상 손으로 쓴 편지, 사진 몇 장, 일기책 몇 권의 유물이 망자의 유산의 전부가 되던 시대가 아닌 것이다. 여전히 삭제되지 않은 페이스북 계정, 트위터, 이메일 계정에서 때로 적절한 마침표를 얻지 못하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는 어쩐지 좀 섬뜩하기도 하다.
매번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마다, 당신은 죽은 뒤 남길 디지털 기념비에 벽돌 하나를 더 얹거나 자서전에 문장 하나를 더 추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레인 카스켓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
저자는 이러한 디지털 자아의 접근성이 특히 가족에게 남기는 딜레마를 지적한다. 가족은 역설적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의 친구가 아니다. 심지어 망자의 애도를 위해 모인 친구들의 사이트에 접근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그것은 때로 판도라의 상자가 되기도 한다. 이미 죽은 자의 프라이버시는 자연인의 법률적 권리에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논쟁적 지점도 있다. 우리가 형성해 놓은 고인의 이미지가 때로는 와르르 무너져내리기도 한다. 이것은 21세기 디지털 시대가 여전히 죽음 앞에서 제대로 된 합의나 충분한 숙고가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기업들도 유족들도 죽음과는 멀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용자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눈부신 기술의 최첨단의 시대에 불멸의 환상을 자본주의적 욕망에 덧씌우지만 여전히 그것은 죽음에서 백전백패다.
이 책이 그런 딜레마, 모순에 대한 방향이나 해법을 제시해주는데까지 나아간 것은 아니다. 그건 다시 여기 현재에서의 삶으로 회귀하는 한계를 깨지 못한다. 그럼에도 아무도 감히 묻지 못했던 디지털 시대의 죽음 이후에 대한 질문들은 유효적절하다. 내가 인터넷에 쓰는 댓글, 블로그에 올리는 글, 친구들과 주고받는 카톡 메시지들이 죽어서도 남는다고 생각하면 그것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자세의 전환을 요구한다.
디지털은 우리가 원하지 않든 원하지 않든 우리의 족적을 남긴다. 그것은 영원할 것 같지만 허무하게 삭제되어 버릴 수 있는 불안정한 것이다. 때로는 편항적인 왜곡으로 선별 편집될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때로 남은 자들은 그 흔적에서 때로 위안을 얻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여기에서 통제할 도리는 없다.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는 한계이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