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깊어 시와서 산문선
나쓰메 소세키.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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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아이들이 연상되는 구절. 아름다운 것도 추한 것도 맑은 것도 흐린 것도 미처 다 못 보고 죽음을 맞게 되는 아이들을 생각한다. 다자이 오사무가 ‘바다’를 소재로 쓴 글의 도입부에 코끝이 찡해진다.

도쿄의 미타카 집에 살던 무렵에는 매일같이 근처에 폭탄이 떨어졌는데, 나는 죽어도 상관없지만 이 아이의 머리 위에 폭탄이 떨어진다면, 이 아이는 결국 바다라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어 버리는구나, 하고 생각하니마음이 괴로웠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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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책을 나는 이십대에 처음으로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다시 읽는 내용은 마치 처음으로 읽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분명 올드하거나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설정들이 있다. 그럼에도 그 시대로부터 지금 얼마나 진보했는지 확신할 수가 없을 정도로 여전히 시의성을 가진 작품임에 분명하다. 무책임한 알콜 중독자 아버지, 실질적인 가장으로서의 억척스러운 어머니, 그 어머니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쌍둥이 이모. 이십대 중반의 여주인공 안진진은 자신에게 안락한 삶을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남자와 자신의 아버지와 닮은 면을 지녔기에 또 다른 고달픈 삶을 예고하는 듯한 남자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 
















새삼스런 강조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란 누구나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볼 일이다. 행복의 이면에는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 마찬가지다. 풍요의 뒷면을 들추면 반드시 빈곤이 있고, 빈곤의 뒷면에는 우리가 찾지 못한 풍요가 숨어있다. 

-양귀자 <모순>  작가노트


모든 인간은 모순적이다. 그 인간이 영위하는 삶의 필연적 모순성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안진진의 선택이 가지는 양면성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어머니와 이모가 쌍둥이로 삶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설정 또한 이 모순의 형상화의 일환일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그 사람의 전부를 그 이면의 삶을 판단하거나 심판할 수 없다. 그 복잡미묘하고 모순적인 내면은 타인들의 일면적인 해석으로 함부로 요약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하는 선택과 나의 언행과 나의 삶은 일치하기를 바라지만 그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게 생명의 모순이니까.
















<모순>이 너무 좋아서 양귀자의 작품들을 찾아 읽게 됐다. 세월이 한참 지났음에도 여전히 어떤 파격을 지닌 작품이다. 역시 이십대의 여성이 주인공이고 그녀가 유명 남자 배우를 납치하고 세상에 선포하는 자기 선언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극단주의적이고 노골적으로 보인다. 다만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가부장적 사회 구조 속에서의 여성의 소외에 대한 발언은 여전히 울림을 가진다. 다른 단점들이나 한계를 뚫고 이 작품이 가지는 무게는 거기에서 나온다. 언제나 소극적이었던 여성 인물들, 삶과 사회와 남자에 순종적이거나 타협했던 캐릭터를 정면에서 부수어 버리는 그 시원하고 극적인 주인공의 모습은 분명 어떤 쾌감을 준다. 주인공이 남성적 폭력에 또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대응한 점과 경제적 약자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착취의 당사자가 된 것은 이야기의 모순으로 지적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대를 뛰어넘는 두드러지는 장점이 빛나는 이야기다. 
















제목만으로도 예견이 되는 이야기다. 여기 이곳에서도 두 늙은 여자가 가질 인상과 무게는 어떤 한계와 편견 안에 갇힌다. 하물며 극한의 알래스카에서 부족들이 두 늙은 여자를 버린 것은 그리고 그 두 여자가 생존해 나가는 것은 어떠한가. 살라고 버린 것이 아니고 존중해서 헤어진 것이 아닌 것임을 알고 시작하는 살아내기는 고통의 여정 그 자체다. 인간에 대해 실망하고 자신들이 과연 살아남을 가치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은 처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생존하고 부족들은 그들에게 돌아간다. 이 아이러니한 결말은 우리가 이 시대에 귀하게 여기는 것들을 뒤집는다. 반드시 쓸모 있어야 하고 젊어야 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그 당연한 불편한 명제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전제로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그 틈바구니에서 소외되는 자들의 존귀함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시대에서 읽혀야 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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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3-17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닿는 내용 가득해서 이 글도 너무 좋고 양귀자의 모순도 관심있던 책인데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blanca 2022-03-17 14:11   좋아요 1 | URL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또 다른 차원에서 해석되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일단 아주 재미있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답니다.

페크pek0501 2022-03-17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순>을 오래전 읽었어요. 흡인력 있던 책으로 기억합니다.
<나는 소망한다~>도 읽었어요. 양귀자 님은 그 시절엔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것 같아요.
남자 영화배우를 납치해서 가두고 연극을 하게 하는 게 둘 중 어떤 소설인가요? 이게 기억에 남아요.
그때 소설 속 영화배우가 안성기, 를 염두에 두고 쓴 게 아니냐는 소문이 있었죠.
그 소문을 들어서인지 읽는 내내 안성기로 생각하고 소설을 읽었었죠. ^^
옛 소설을 다시 찾아 읽어 보고 싶네요. ^^

blanca 2022-03-17 19:00   좋아요 1 | URL
아, 페크님 말씀하신 건 <나는 소망한다 내가 금지된 것을> 이에요. 아, 안성기였어요? ^^;; 누군가 모델이 있을 것 같다는 심증은 갔지만 안성기인지는 몰랐어요.

페크pek0501 2022-03-18 09:33   좋아요 1 | URL
그 책이 나올 당시 남자 영화배우 톱스타는 안성기 님이 1위였거든요.ㅋㅋ

라로 2022-03-18 15:08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이 인용하신 글은 페크님의 칼럼 내용과 비슷하군요!!^^
 

위대한 이야기의 등장인물은 정말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인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죄와 벌>의 라스꼴리니꼬프, <이방인>의 뫼르소, <레베카>의 레베카, <혼불>의 강수. 작가들은 그런 인물들을 무에서 그저 만들어내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이 작가에게 숙명적으로 오는 걸까. 어느 쪽이든 언어로 인물에 혼을 불어넣고 질감, 양감, 색감을 부여하여 독자 마음에 파고드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와 몰입을 요구하는 일일 것이다. 천하의 미시마 유키오가 이렇게 고백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소설가이다. 책상에 앉아 있다.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를 합성해 어떤 약품을 만드는 사람처럼 나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무엇인가 원소를 추출해서 그것을 문장으로 고정한다. 이런 일을 벌써 십수 년 계속하는데도 아직 기술에 기복이 있어서, 쉽게 써질 때도 있고 쓰지 못할 때도 있다. 

-미시마 유키오 <문장독본>















미시마 유키오의 문장의 밀도와 강도, 아름다움은 무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문장독본>에는 일본 문학뿐 아니라 동서고금의 문학작품들의 문장의 특색과 장단점을 미시마 유키오의 예리한 시선으로 분석, 비교, 종합하여 문학 장르별로 이상적인 문장의 전범을 제시하고 있다. 그 특유의 감각적이고 섬세한 미문들만으로 충분히 읽는 재미가 있다. 흔히 떠올리는 미시마 유키오에 대한 편견은 그가 의외로 수많은 문학작품을 제대로 읽고 최대한 거리를 두고 중립적으로 판단, 평가, 취합하려는 기본 자세에서 깨진다. 끊임없이 스스로의 쓰기를 의심하고 교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발견도 놀랍다. 과거의 작품들을 부끄럽다고 자평하는 대목도 그렇다. 그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떼어 놓고 글쓰기 장인으로만 평가한다면 배울 점이 많은 작가다. 


















실비 제르맹의 소설 속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페르소나주>는 도저히 창조하지 않고는, 쓰지 않고는 버틸 재간이 없는 필연적으로 오고야 마는 그 소설 속 인물들 '페르소나주'의 숙명에 대한 명문이다. 그 인물들은 이미 작가의 내면 속에 잠들어 있다 용암처럼 분출되고 만다. 이 지경에 이르면 작가는 무조건 써야 한다. 대단히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책이다.


우리 의식으로부터 생겨난 각 등장인물은 이제 새롭게, 아니 전혀 다르게 태어나길 소망한다. 언어로 태어나기를, 언어로 펼쳐지기를, 언어로 호흡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스스로 표현되기.

그렇다. 텍스트의 생을 원하는 것이다.

-실비 제르맹 <페르소나주>


미시마 유키오가 <문장독본>에서 그런 인물들의 표현을 위한 문장 자체에 집중했다면 실비 제르맹은 이 인물들의 필연적인 탄생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에게 작가의 운명은 다분히 숙명적이다. 우리 안에 가라앉아 있는 페르소나주들은 결국 자기 표현의 경로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작가는 그들의 소망을 충족시켜 줄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간다. 그것은 특권이기도 하고 때로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이 '탄원자'들을 내칠 방도가 그들에게는 없다. '텍스트의 생'을 요구하는 '이방인'들에게 작가는 복종하고 복속한다. 우리는 그 흔적을 따라가며 읽는다. 읽는 일은 종이 위에 누운 그 생을 줍는 일이다. 그렇게 사는 일은 입체적으로 확장된다. 내가 지금 여기에서 사는 단 하나의 생이 아닌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여기와 저기를 아우르는 삶 속에서 우리를 통과하는 시간들. 그 안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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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3-16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시마 유키오/다니자키 준이치로/나츠메 소세키 그리고 다자이 오사무 작가들 작품 생활 중에 <문장 독본> 같은 책을 출간 할 정도로 단순히 글쟁이를 넘어서 한 세대의 작품을 꿰뚫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글쓰기 내공이 탄탄하다는 사실에 감탄을!!

실비 제르맹 프라하 거리~ 밤의 책 만 읽었는데 이 책 페르소나주! 찜 ! 👆^^

blanca 2022-03-17 08:07   좋아요 1 | URL
미시마 유키오는 제가 상상한 바로는 오만하고 편협한 군국주의자의 모습이었거든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고 이 책에 나타난 바로만 본다면 겸손하고 자기 성찰적이고 유연하더라고요. 좋은 작품들에 대한 분석도 정말 좋았어요. 곧 소설 쓰기에 관련한 책도 나온다니 기대됩니다.

페크pek0501 2022-03-17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죄와 벌은 소설로, 레베카는 영화로 봤어요.
미시마 유키오는 다른 책을 읽었어요. 에세이였어요. 금각사, 라는 소설도 읽었는데 이 작가가 맞는지 모르겠네요.
님의 페이퍼에서 제가 읽은 작가가 거론되니깐 반가워 댓글을 씁니당~~ㅋㅋ
요즘 나오는 책은 별로 읽은 게 없어서 모르는데 예전에 나온 책이 등장하니 제가 할 말이 생기네욤.^^

blanca 2022-03-17 19:50   좋아요 1 | URL
레베카 영화 보셨군요! 금각사 맞아요. 저는 아직 못 읽어 봤어요. 요새는 자꾸 예전에 읽었던 걸 다시 읽게 되네요.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 같아 저의 빈곤한 기억력에 놀란답니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1 - 사라진 알베르틴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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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르셀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여정의 대단원의 막을 내릴 단계다. 우리 모두의 잃어버린 시간이 겹쳐지는 대목에서 프루스트와 역자와 독자가 합일하는 순간의 감동을 맛볼 수 있다. 마지막을 준비하는 과정은 언제나 슬프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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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3-05 14: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이 여정의 대단원을 잘 마무리하신 것 축하드려요. 전 아직도 이 행복할 여행길을 시작하지도 못했네요.
저는 집에 다섯권 준비해 두었구요. 얼른 시작하고 싶은데 솔직히 자신은 없네요^^

blanca 2022-03-05 19:27   좋아요 1 | URL
아직 두 권 출간 전이더라고요. 저는 나오는 순서대로 따라가며 읽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다만 그러다 보니 내용이 긴밀하게 잘 연결되거나 큰 그림으로 이해되는 건 잘 안 되죠. 자꾸 잊어버려서요. ^^;; 차라리 단발머리님처럼 한꺼번에 준비해두고 좍 읽는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1 - 사라진 알베르틴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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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베르틴 양이 떠났어요!"로 출발하는 이야기. <사라진 알베르틴>은 사람이 한 사람을 잃어버리고 마침내 망각의 작업을 완성하는 이야기다. 그것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작품의 본질적 특색이 가장 잘 구현된 부분이기도 하다. 프루스트의 상실의 이야기는 그것이 체념이나 애도에서 그치지 않고 한 인간의 삶에 서사로서 통합되는 과정으로 승화된다.


마르셀은 알베르틴을 사랑하면서도 그녀가 가진 동성애 성향에 대하여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투했다. 심지어 그녀의 죽음 이후로도 친구 생루를 알베르틴이 묵던 봉탕가에 보내 그녀의 뒷조사를 시킬 정도다. 소녀의 죽음 이후에도 생전에 구성하지 못한 그녀의 삶의 여백을 채우기 위해 염탐도 서슴지 않는 화자의 모습은 편집증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것은 알베르틴에 대한 집착이라기보다는 알베르틴을 사랑했던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들을 복원하고자 하는 욕망이 아닐까. 


모든 계절과 연결된 알베르틴의 추억을 지우려면, 마치 편측마비에 걸린 노인이 다시 읽고 쓰기를 배우듯, 비록 그 계절을 다시 알게 된다 해도 온 계절을 망각해야 했다. 온우주를 단념해야 했다. 오로지 나 자신의 진정한 죽음만이(그러나 불가능한 일인) 그녀의 죽음으로부터 내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pp.120


알베르틴이 화자를 사랑했느냐, 아니면 단순히 물질적 풍요를 교환할 수 있는 상대로 이용했느냐는 어쩌면 이 이야기의 핵심이 아닌지도 모른다. 알베르틴과 함께 보냈던 그 시간들이 부재하는 여인의 부활과 더불어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그 과정을 복기하는 여로에 독자들을 초대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들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진실이 드러나느냐, 아니면 영원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을 것이냐는 이 이야기의 핵심적 가치가 아닌 셈이다. 설사 그것이 기만일지라도 그렇다. 


마르셀은 알베르틴 때문에 유예했던 이탈리아 여행을 마침내 어머니와 함께 가게 된다. 그가 어머니를 홀로 보내고 석양이 지는 테라스에 앉아 한 가수가 부르는 '오 솔레 미오'를 들으며 어머니와의 이별을 예감하는 장면은 처연할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 이별은 비단 이번 행로에서 그칠 일이 아니라 결국 영구적인 것이 될 것이다. 모든 인간은 마침내 죽음으로 이별할 수밖에 없다. 그 숙명적인 단절의 예감이 자아내는 애조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이것은 프루스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시간이 결국 파괴하는 것들에 대하여 인간은 알지만 여전히 거기에 온몸을 담그고 분투하며 살아야 한다. 그 낙차 앞에서 아연해지는 모습.


왜냐하면 모든 것이 마멸되고 사라지는 이 세상에서 폐혀로 변하는 것, 아름다움보다 잔해를 덜 남기면서 보다 완전하게 파괴되는 것은 슬픔이다. 

-pp.471


시간 앞에서 파괴되는 슬픔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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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04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야 하는데 blanca님 리뷰를 읽다가 저도 모르게 앗! 했습니다. 저도 읽고 난 다음에 리뷰를 봐야겠네요~! 별 다섯 기대가 됩니다 ^^

blanca 2022-03-05 08:28   좋아요 3 | URL
헉, 죄송요. 제가 매너가 부족했네요. 스포일러 포함에 체크할게요.

새파랑 2022-03-05 08:32   좋아요 2 | URL
아니 그런건 아니구요 ㅋ 실눈뜨고 읽었어요 ^^ 저도 11권 빨리 읽고 싶네요. 우선 담주에 10권을 읽어야 겠습니다~!!

scott 2022-03-06 18: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간 앞에서 파괴되는 슬픔의 이야기]
11권 사라진 알베르틴은
잃시찾의 가장 마지막
<되찾은 시간>의 해설 같은 작품입니다.



------------------------이상 , 스포일러 담은 댓글 씀 ^ㅅ^

blanca 2022-03-06 18:22   좋아요 3 | URL
어? 그게 무슨 뜻이죠? 그렇다면 이 이후는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되는 거예요? 이게 결론인 건가요?

scott 2022-03-06 18:29   좋아요 2 | URL
11권을 읽지 않으면
맨 마지막 되찾은 시간에서
프루스트가 말하는 시간의 의미의 정확한 뜻을 이해 하지 못합니다

이 댓글도 스포! 🖐^^

blanca 2022-03-06 18:30   좋아요 3 | URL
아리송하네요.^^;; 혹시 12,13권 출간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긁적긁적.

blanca 2022-03-06 18:31   좋아요 3 | URL
제 기억력으로 지금 이어 읽지 않으면 11권 의미는 잃어버린 기억이 될 것이 확실해서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