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안 1 - 마리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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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솔직히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 넘 탐닉해서 또 이상하게 그녀에게 탐닉하는 것이 마치 나 단순하고 여성성에 기댄다는 것을 광고하는 것 같아서..(어디까지 나의 생각임) 사실 여러 에세이류에서 그녀의 소설을 폄하하는 문구가 많이 등장하고 그럴 때마다 화가 난다기 보다는 그녀의 팬인 내 목이 움츠러든다. 이 책만큼은 미뤄두려고 하다가 또 읽기 시작하니 그 마력이 대단하다. 

그녀의 소설은 아삭아삭한 오이를 베어무는 느낌이 든다. 계속 아삭아삭 베어 먹다 보면 목이 어찌나 시원한지...특히나 이번 작품은 마리의 일대기여서 그 무게가 가벼움이 아니라 진중함으로 드리워진다. 어렸을 때 죽은 오빠 소이치로가 가슴속에 살아 그녀의 인생 군데군데 마다 불쑥불쑥 튀어 나온다. 오빠와 함께 어울렸던 동네친구 큐는 마치 조수처럼 드문드문 밀려와서 그녀의 인생의 한 대목이 된다. 츠치 히토나리가 큐의 입장에서 '우안'으로 작품화했다. 사실 우안은 안읽을 예정이긴 하지만... 

딸 사키에게까지 이어지는 그녀의 얘기는 춤을 좋아하고 바를 경영하며 바람처럼 오고가는 남자들과의 자유분방한 사랑...그리고 사랑을 찾아 집을 나간 엄마, 그 엄마를 잊지 못하는 아버지와의 접점까지 어찌 보면 파란만장해질 수 있는 얘기가 에쿠니 특유의 문체로 상큼하고 가녀리게 그려진다. 

가독력은 언제나처럼 최고이고...마리의 삶의 자세가 이상적이거나 교과서적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일상에서 아름다운 요소를 찾아내는 그녀의 매력과 어우러져 영롱하게 반짝이는 소설...큐의 초능력이 좀 뜬금없기는 하지만...우안을 읽으면 이해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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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 터키편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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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마타타' 드라마에서 아역 배우가 아빠한테 힘내라고 인용한 아프리카어가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오소희 작가의 책제목에서 비롯된 것으로 안다. 육아잡지에서 인터뷰를 읽고 흔하디 흔한 여행서와 차별점이 36개월밖에 안된 귀여운 동반자를 대동한 것이라는 데에 흥미를 느끼고 아무래도 가장 어릴 때 동반한 것이 더 와닿을 것 같아(지금은 그 동반자가 6살 정도가 된 듯)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일단 사진이 참 좋다. 아무래도 귀여운 모델이 있어 그런지 더 그런 듯...터키여행기이며 중간중간 육아에 대한 단상이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마음을 다잡는 데에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외국 아이들과 어른들과 금새 친구가 되고 성인이 홀로 여행 갔을 때는 체험할 수 없는 어른들의 무방비 개방(아무래도 아기앞에서는)과 또 작가 자신이 아마추어로서는 가지기 힘든 철학적 성찰이 있어 확실히 다른 여행서들과는 차별성이 있다. 

17개월 육아에 지쳐 힘들어하는 프랑스여인에게 들려주는 그녀의 얘기가 넘 좋아서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 지루하고 힘든 이 시간들도 또다른 나를 만들어 가는 하나의 과정이고 가치가 있다고...마치 나에게 하는 얘기인 것 같다. 

혼자서도 무서워 패키지 아니면 여행 떠날 엄두를 못내는 나에게 정말 용기를 내보고 싶게 만들고, 이제는 집어치운 영어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책...그녀의 책을 모두 읽을란다....일상의 사소한 치사함에 얽매여 점점 작아지는 나의 세계의 수문을 살짝 열어 준 책...이 책을 강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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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일찍 늙는 법 10년 늦게 늙는 법
조지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 나무와숲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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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심리학 강의 시간에 그랜트 연구에 관해 잠깐 들은 기억이 난다. 하버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몇십년간을 종단연구한 것이라는 짤막한 언급이었던 듯 하나 뇌리에 깊이 박혀, 언제 기회가 되면 꼭 관련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접어두었었다. 

대학졸업후 거의 십년이 되어가는 마당에 그랜트 연구결과 발표를 기사에서 접하고 너무나 반가웠다. 행복한 노년에 인간관계가 절대적이라는 얘기였고, 이 참에 꼭 조지 베일런트가 쓴 관련 저작을 찾아보겠다고 결심했으나 대부분 품절이라 오프라인으로 어렵게 이 책을 구하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그랜트 연구뿐 아니라, 소년원에 수감된 소년들과 비교 대조 표준 집단이었던 이너 시티 집단, 지능지수 140이상인 아이들을 연구대상으로 했던 터먼의 여성 집단 포함 세 집단을 대상으로 거의 일생을 추적하여 행복한 노화의 표지자를 찾고자 했다. 

조지 베일런트는 성인이 이루어야 할 여섯가지 발달 과제를 중심으로 행복한 노년의 필수 지침을 세우게 된다. 요는 정체성,친밀감,직업적 성공,생산성,의미의 담지자이다. 각각의 사례 등에 이 기준을 적용해 보며 과연 행복한 노년의 필수 요건은 무엇인가에 접근해 가는 과정은 참으로 흥미롭고도 약간은 비감어린 것이었다.  

유년기와 노년기가 유효한 상관관계를 꼭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조금 안도하면서도 대체로 유년기가 행복하면 노년도 그러하다는 결론에는 또 착찹해 지는 것은 나름대로 행복한 유년은 아니었다는 결론 때문일까...가장 인상깊었던 대상자는 판사 홈스...삼대가 모두 행복한 모습의 묘사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부러움이 일었다. 홈스 판사의 어머니를 방문했을 당시, 거실에서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며 미소짓던 모습이 홈스 판사의 노년과 오버랩되었다는 얘기에서는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했다. 또한 그가 77세가 되었을 때에 죽을 때가 가까워질수록 아내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져만 간다고 고백했을 때에는, 행복한 노년과 행복한 결혼생활과의 깊은 상관관계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노년까지 큰 굴곡없이 충만하기만 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삼대까지 걸쳐 나타날 수 있다는 데에는, 정말 이기적인 유전자가 누리는 행복아닌가 하는 약간 삐딱한 생각도 해본다. 제일 부럽고도 얄미웠던 ㅋㅋㅋ 그리고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노년을 보내고 있는 그가 인상깊었다. 어린 시절 부모가 아이의 슬픔이나 사랑,분노의 감정을 잘 다독거려주고 자상하게 보살펴 주었는가, 아니면 아이의 다양한 감정 표현을 부정적으로 치부해 버렸는 가에 다라 노년이 좌우될 수 있다니 명심해야겠다. 

노년의 삶의 질은 금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단정지었던 나에게 그렇지 않다는 실증적인 예를 접하게 해주었고, 그러나 사회복지수준이 떨어지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부분이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드느 부분이 있다. 또한 내리사랑을 강조하고 자식의 부모부양이 고통이 될 수 있고 삶의 질을 저해한다고 단정짓는 부분은 공감이 가면서도 문화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책은 술술 읽히는 편이며, 아무래도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데에 묘한 흥미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철저한 논픽션이다 보니 일관적인 결론인 아닌 유동적인 가치관 적용에 혼란이 들고 그 사람의 삶을 전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닌, 진술에 의존하는 것으로 허구가 될 수도 있다는 데에 한계가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빛나는 것은 노년이 사회적 계급이나 유년의 성장 배경에 절대적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본인의 삶에 대한 가치관, 의지, 배우자 등에 의해 재구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지평을 보여준다는 데에 그리고 노년이 되어서도 충분히 많이 행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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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로저스의 사람-중심 상담
칼 로저스 지음, 오제은 옮김 / 학지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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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에 관심을 가지면서 '상담계의 대부'격이라는 로저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딱딱한 이론서부터 출발한 자신이 없어 그가 말년에 자신의 인생의 회고와 더불어 이론에 대한 개관서라 할 수 있는 'A Way of Being'을 접하게 되었다. 

스스로가 매우 개인적인 글이라 칭한 제 1부는 정말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이렇게 진솔하게 이렇게 겸손한 통찰이 가미된 한 대가의 인생을 접할 때는 인생이란 좀더 고차원적이고 천상의 가치에 닿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절고 가지게 된다. 특히 그의 노년에 대한 고백과 성찰은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인 상념까지 젖어들게 만든다. 

 1장의 의사소통 경험은 그의 상담가로서의 기본 철학과 경청에 대한 중요성이 서술되어 있다. '진실로 듣게 되면 모든 사람의 이야기 뒤에는 질서정연한 심리적인 규칙들이 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을 듣는다는 만족감과 자신이 우주적인 진리와 만나고 있다는 느낌에서 오는 만족감...(중략)' '사람들은 단지 그 사람이 그 자신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해 주기만 하면 석양만큼이나 아름답습니다.' 이런 대목에서는 로저스가 마치 나의 상담가가 되어 내 앞에 앉아 있는 듯한 환영이 보이는 것 같다. 나도 그의 앞에서는 내자신이 될 수 있는 자신감이 든다... 특히나 이런 아름다운 시어 같은 표현을 할 수 있는 그의 감수성 앞에서 그의 감정의 깊이와 인간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 있다. 

  2장은 인간관계에 대한 그의 철학 형성 과정을 서술하였다. 특히나 그가 동양의 도가 사상에 깊이 관심을 보인 부분이 흥미롭다. 노자의 무위사상이 그것이다. 부버의 사상과 그것의 교착점과 로저스의 사상이 합치되는 부분을 서술해 놓은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힘을 행사하는 자는 드러나 보이기는 하나 작은 힘을 소유한 자요, 힘을 행사하지 않는 자는 숨겨져 있지만 큰 힘을 소유한 자다'  3장도 그의 지난 46년 간의 회고로 2장과 연속선상이다. 

 4장..아, 나는 이 장을 읽으면서 내가 노년에 대한 얼마나 깊은 오해에 사로잡혀 있었나를 깨달았다. 감정의 파고가 더욱 깊고 강한 반응이 온다는 대목에서는 노인은 언제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잠자코 있어야 하며, 목석 같은 존재라고 판단하고 몰아가는 사회적 통념이 얼마나 얄팍하고, 이기적인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예전보다 모든 감정과 더욱 친해진다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 온다...아내 헬렌의 오랜 투병과 죽음...또한 죽음에 대한 로저스의 해석 부분도 소중하다. 너무나 솔직하게 오랜 병구완으로 지친 심리 상태를 고백하고 자신 또한 길고 고통스런 질병으로 죽을까 두렵다는 얘기에는 인간의 근원적 한계가 곰감되어 가슴이 답답해 오면서도 순간 순간에 충실해야 겠다는 자성을 하게 한다... 

 5장부터는 그의 비지시적 상담, 사람중심 상담의 기초가 제공된다. 특히나 7장의 공감 부분이 최근 공부한 '비폭력 대화법'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많이 와닿았다. '상대방과 함께해 주는 것은 당신이 편견없이 상대방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하여 당분간 자신의 견해와 가치들을 내려놓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당신 자신을 내려놓는 것을 말한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인간으로서 하기 힘든 부분인 것 같다. 노련한 상담자는 오랜 숙련과 자기 성찰이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공감의 기본을 내재화 하여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후반부는 실제로 그가 엔카운터 그룹을 조직하여 사람중심 상담을 하면서 겪은 사례들과 교육현장에 대한 견해, 더 나아가 미래철학까지 개진하고 있다. 이 부분을 솔직히 조금 딱딱하고 이론적인 부분이라 혼자 술술 읽어간다기 보다는 어떤 스터디나 강의를 병행하는 것이 더 이해가 쉽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직 상담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도 전무하고, 로저스에 대한 이해도 얕은 수준이라 이 책을 완전히 소화했다고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적어도 상담에 대한 관심의 개관이 될 수 있다는 것, 상담자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에 대한 성찰이 조금이라도 가능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을 펼쳐 보았다는 것에 무한한 행복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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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인류학자 - 뇌신경과의사가 만난 일곱 명의 기묘한 환자들
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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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는 가수 호란이 인터뷰에서 추천한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첫만남을 가지게 됐다. 호란의 극찬이 모자랄 정도로 정말 나에게는 대단한 충격과 감동을 준 책이었다. 의학도가 이렇게 글을 잘써도 되는 건지...시샘이 날 지경이었다. 외부사건을 묘사하는 그 섬세한 관찰력과 너무나 아름답고도 가식적이지 않은 표현들이 어우러져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에는 가슴에 촉촉한 단비가 내리는 느낌이었다. 각설하고 그의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싶었고, 비교적 최근이면서 많이 판매된 책이라 가독력도 있을 듯하여 구입하였다. 

역시나...올리버 색스는 대단했다. 솔직히 '아내를...'보다는 재미라는 면에서 조금은 약하지만, 그리고 너무 닮아서 새로울 것도 없을 것 같지만, '화성의 인류학자' 부분에서는 인간이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깊은 성찰과 너무나 사랑스러운 시선에 매료되어 그만 가슴이 먹먹해지고 마는 것이다. 자폐증 교수 템플....자폐증을 극복한 것 같으면서도 인간 간의 감정적 교류와 외부사건의 주체적인 해석과 맥락적 해석이 불가능한 그녀...그럼에도 마지막으로 올리버 색스 박사와 포옹 속에 자폐증의 딱딱한 석회껍질이 약간은 부드러워진 듯한 마지막 울림을 남긴 그녀...여기에 이르러서는 이 책을 읽은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값지게 느껴지게 된다.... 

 투렛증후군 외과의사 부분에서는 혼자 폭소를 떠뜨리게 된다. 그가 모는 비행기에 동승하여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되어 갑자기 밖으로 뛰어내려 프로펠러를 만진다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박사의 모습이 상상되어 웃음이 터졌다...또 어머니가 외과의사여서 외래때 함께 앉아 있던 유년의 아름다운 풍경을 추억하는 장면에서는 푸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 냄새가 나는 듯 하여 코를 킁킁되게 된다....향기있는 추억...또한 이 부분이 박사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아..이제서야 이런 작가를 알게 되어서 너무 아쉽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다음은 '색맹의 섬'이다... '소생'이 국내에 출간되지 않아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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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산책 2009-11-2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재밌게 읽었다고 하는데..저는 왜 재미가 하나도 없는겐지,,도대체 왜..'아내를..'을 선물받아 읽다가 덮었어요.ㅠ.ㅠ

blanca 2009-11-26 13:30   좋아요 0 | URL
재미없다는 사람도 많아요 ㅋㅋㅋ 다 취향이 다른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