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로저스의 사람-중심 상담
칼 로저스 지음, 오제은 옮김 / 학지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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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에 관심을 가지면서 '상담계의 대부'격이라는 로저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딱딱한 이론서부터 출발한 자신이 없어 그가 말년에 자신의 인생의 회고와 더불어 이론에 대한 개관서라 할 수 있는 'A Way of Being'을 접하게 되었다. 

스스로가 매우 개인적인 글이라 칭한 제 1부는 정말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이렇게 진솔하게 이렇게 겸손한 통찰이 가미된 한 대가의 인생을 접할 때는 인생이란 좀더 고차원적이고 천상의 가치에 닿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절고 가지게 된다. 특히 그의 노년에 대한 고백과 성찰은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인 상념까지 젖어들게 만든다. 

 1장의 의사소통 경험은 그의 상담가로서의 기본 철학과 경청에 대한 중요성이 서술되어 있다. '진실로 듣게 되면 모든 사람의 이야기 뒤에는 질서정연한 심리적인 규칙들이 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을 듣는다는 만족감과 자신이 우주적인 진리와 만나고 있다는 느낌에서 오는 만족감...(중략)' '사람들은 단지 그 사람이 그 자신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해 주기만 하면 석양만큼이나 아름답습니다.' 이런 대목에서는 로저스가 마치 나의 상담가가 되어 내 앞에 앉아 있는 듯한 환영이 보이는 것 같다. 나도 그의 앞에서는 내자신이 될 수 있는 자신감이 든다... 특히나 이런 아름다운 시어 같은 표현을 할 수 있는 그의 감수성 앞에서 그의 감정의 깊이와 인간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 있다. 

  2장은 인간관계에 대한 그의 철학 형성 과정을 서술하였다. 특히나 그가 동양의 도가 사상에 깊이 관심을 보인 부분이 흥미롭다. 노자의 무위사상이 그것이다. 부버의 사상과 그것의 교착점과 로저스의 사상이 합치되는 부분을 서술해 놓은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힘을 행사하는 자는 드러나 보이기는 하나 작은 힘을 소유한 자요, 힘을 행사하지 않는 자는 숨겨져 있지만 큰 힘을 소유한 자다'  3장도 그의 지난 46년 간의 회고로 2장과 연속선상이다. 

 4장..아, 나는 이 장을 읽으면서 내가 노년에 대한 얼마나 깊은 오해에 사로잡혀 있었나를 깨달았다. 감정의 파고가 더욱 깊고 강한 반응이 온다는 대목에서는 노인은 언제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잠자코 있어야 하며, 목석 같은 존재라고 판단하고 몰아가는 사회적 통념이 얼마나 얄팍하고, 이기적인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예전보다 모든 감정과 더욱 친해진다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 온다...아내 헬렌의 오랜 투병과 죽음...또한 죽음에 대한 로저스의 해석 부분도 소중하다. 너무나 솔직하게 오랜 병구완으로 지친 심리 상태를 고백하고 자신 또한 길고 고통스런 질병으로 죽을까 두렵다는 얘기에는 인간의 근원적 한계가 곰감되어 가슴이 답답해 오면서도 순간 순간에 충실해야 겠다는 자성을 하게 한다... 

 5장부터는 그의 비지시적 상담, 사람중심 상담의 기초가 제공된다. 특히나 7장의 공감 부분이 최근 공부한 '비폭력 대화법'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많이 와닿았다. '상대방과 함께해 주는 것은 당신이 편견없이 상대방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하여 당분간 자신의 견해와 가치들을 내려놓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당신 자신을 내려놓는 것을 말한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인간으로서 하기 힘든 부분인 것 같다. 노련한 상담자는 오랜 숙련과 자기 성찰이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공감의 기본을 내재화 하여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후반부는 실제로 그가 엔카운터 그룹을 조직하여 사람중심 상담을 하면서 겪은 사례들과 교육현장에 대한 견해, 더 나아가 미래철학까지 개진하고 있다. 이 부분을 솔직히 조금 딱딱하고 이론적인 부분이라 혼자 술술 읽어간다기 보다는 어떤 스터디나 강의를 병행하는 것이 더 이해가 쉽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직 상담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도 전무하고, 로저스에 대한 이해도 얕은 수준이라 이 책을 완전히 소화했다고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적어도 상담에 대한 관심의 개관이 될 수 있다는 것, 상담자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에 대한 성찰이 조금이라도 가능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을 펼쳐 보았다는 것에 무한한 행복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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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인류학자 - 뇌신경과의사가 만난 일곱 명의 기묘한 환자들
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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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는 가수 호란이 인터뷰에서 추천한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첫만남을 가지게 됐다. 호란의 극찬이 모자랄 정도로 정말 나에게는 대단한 충격과 감동을 준 책이었다. 의학도가 이렇게 글을 잘써도 되는 건지...시샘이 날 지경이었다. 외부사건을 묘사하는 그 섬세한 관찰력과 너무나 아름답고도 가식적이지 않은 표현들이 어우러져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에는 가슴에 촉촉한 단비가 내리는 느낌이었다. 각설하고 그의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싶었고, 비교적 최근이면서 많이 판매된 책이라 가독력도 있을 듯하여 구입하였다. 

역시나...올리버 색스는 대단했다. 솔직히 '아내를...'보다는 재미라는 면에서 조금은 약하지만, 그리고 너무 닮아서 새로울 것도 없을 것 같지만, '화성의 인류학자' 부분에서는 인간이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깊은 성찰과 너무나 사랑스러운 시선에 매료되어 그만 가슴이 먹먹해지고 마는 것이다. 자폐증 교수 템플....자폐증을 극복한 것 같으면서도 인간 간의 감정적 교류와 외부사건의 주체적인 해석과 맥락적 해석이 불가능한 그녀...그럼에도 마지막으로 올리버 색스 박사와 포옹 속에 자폐증의 딱딱한 석회껍질이 약간은 부드러워진 듯한 마지막 울림을 남긴 그녀...여기에 이르러서는 이 책을 읽은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값지게 느껴지게 된다.... 

 투렛증후군 외과의사 부분에서는 혼자 폭소를 떠뜨리게 된다. 그가 모는 비행기에 동승하여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되어 갑자기 밖으로 뛰어내려 프로펠러를 만진다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박사의 모습이 상상되어 웃음이 터졌다...또 어머니가 외과의사여서 외래때 함께 앉아 있던 유년의 아름다운 풍경을 추억하는 장면에서는 푸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 냄새가 나는 듯 하여 코를 킁킁되게 된다....향기있는 추억...또한 이 부분이 박사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아..이제서야 이런 작가를 알게 되어서 너무 아쉽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다음은 '색맹의 섬'이다... '소생'이 국내에 출간되지 않아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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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산책 2009-11-2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재밌게 읽었다고 하는데..저는 왜 재미가 하나도 없는겐지,,도대체 왜..'아내를..'을 선물받아 읽다가 덮었어요.ㅠ.ㅠ

blanca 2009-11-26 13:30   좋아요 0 | URL
재미없다는 사람도 많아요 ㅋㅋㅋ 다 취향이 다른 걸요.
 
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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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큰 기대 없었다. 

워낙 코드가 맞는 동생이 추천해 준 책이라, 구입하긴 했지만, 

글쎄다..비전문가가 또 심리학에 대해 어줍잖게 아는 척 하고, 유려한 말솜씨로  

독자들을 끌었겠구나,하는 자만심에 그득찬 철저한 오해 속에 첫장을 펼치자.. 

그대로 쭈욱 빨려들어갔다.. 

 

이 책은 넘 넘 좋은 책이다... 

소설가가 심리학에 대하여 얘기한다고 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랬기에 심리학에 대해 일반 사람들도 공감하고 철저히 발을 담글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결국 모든 문제는 유아기의 엄마와의 애착 관계에서 출발한다는 어떤 

공통의 화두가 있다. 유아기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성인이 된 후 갈등상황에서 

또 다시 재현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그렇기에 또 유아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한계에 부딪힌다는... 

특히 시기라는 감정(내가 요새 천착)이 가장 원시적이고 근원적인 감정이라는 데에 

놀랐다. 심리학적으로 참으로 궁금했던 감정이었는데  

무언가 답답했던 뇌관이 확 뚫리는 기분이었다. 

챕터마다 그 주제와 관련된 명구가 참 인상적이고 소중했다. 이 작가는 정말 독서량이 

어마어마한 것 같다... 

각자의 상황( 이 상황은 설정이겠지만)마다 작가가 상담을 해주는 형태인데, 

참 신기한 것이 나와 동떨어진 상황이라 생각하고 관심을 덜 기울이다 보면 작가의 카운셀러 

속에 무의식의 내가 발견되어 줄을 긋게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상황은 달라도,  

무언가 공통의 결핍을 가진다는 것이 참 재미있고 덜 외롭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듯... 

착하라고 인내하라고 무조건 긍정적이라고 강요하지 않는 카운셀링이 넘 신선하고 좋다.. 

군데군데 어린 시절의 힘들었던 나를 발견하는 힘든 여행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생을 더 사랑하게 된다...한 번 더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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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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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간 공지영 작가가 연이어 계속 베스트셀러 책을 내는 것에 그녀의 팬이지만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었다. 우리 사회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막연한 어떤 솜사탕 같은 허무함의 베일을 덧쒸운 것이 사실이므로... (이 점에 대해서도 이 책 안에 작가의 생각이 나온다^^)

 너무 상업적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다분히 주관적인 느낌과, 인터뷰 형식이라는 데에서 솔직히 깊이가 없거나 지난한 녹취록 형식이 아닐까 하는 우려까지 섞인 상태에서, 그러나, 그럼에도 그녀의 책은 읽어야 한다는, 모순의 강박에서 이 책은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일단 분량이 만만치 않음에도 상당히 가독력이 있다.

 무엇보다 외로움을 느낄 때, 인터뷰어 지승호와 공지영과 함께 외롭지 않을 수 있었고, (정말이다, 마치 두 사람이 함께 내 옆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듯한 느낌, 아니 더 나아가 마치 내 감정까지 다독여 주는 듯한 느낌), 무언가 알 수 없었던 작품 행간의 공백을 충실히 그녀가 설명해 주고 채워 주는 충만한 느낌..

 또한 무엇보다 굴곡 있는 삶(작가는 이런 표현에 또 정색을 하겠지만^^)을 통과해 온, 인생 선배로서 인생을 조망하고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에 대한 조언 등이 인터뷰라는 형식의 무게에 추를 하나 더 올려 주는 충만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미모라는 것, 문장이 현란하지 않다는 것(바꿔 잘 읽힌다는 얘기), 베스트셀러의 혜택을 누린다는 점, 그리고 세 아이를 가진 돌싱이라는 점, 비평가들, 그리고 보수적인 언론에서 자주 공격했던 이런 요소요소들에 대하여 작가가 입장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우리는 언론이 만들어낸, 혹은 어떤 체화된 선입견이 만들어낸 허상에 항변하는 조금은 귀여운 그녀의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

 일단 그녀가 낸 작품들로 테마를 구성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 점이 흥미롭고,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독자들 앞에서 무장해제하여 보여준 공작가의 용기, 또한 그러한 그녀의 고백을 과장없이 잘 풀어낸 인터뷰어 지승호의 비범한 진행실력 등이 어우러져 정말 괜찮은 작품이 하나 탄생한 것 같다.

 공지영 작가의 책을 접해보지 않은 독자들은 차라리 이 책부터 읽어 거꾸로 그녀에에 접근해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공지영 작가의 책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으로 그녀의 작품을 관통하는 어떤 체계를 설립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이런 모든 것을 차치하고, 삶에 지친 사람들이 정말 아무 부담없이 한 인생을 살아낸(아직도 진행중이기는 하나) 이의 자기 고백을 통하여 다시 내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도 있는 정말 괜찮은 길동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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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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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이란 작가는 사실 '수도원 기행'이라는 책을 보고 좋아하게 되었다. 오히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보다 더 많은 감동과 작가에 대한 친밀감을 느끼게 된 책이다. 그 책을 통해 공지영이라는 작가가 보이는 것과는 다른 많은 삶의 질곡을 겪고 아픔을 간직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작가의 사생활에 대해 호기심어린 시선들이 많은 것을 알고 ,처음에는 자전적 얘기라는 점에서 더 흥미를 느낀 것도 사실이다. 당연히 소설이라는 허구의 형식을 빌었으므로 소설을 액면 그대로 작가의 자전적 얘기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군데 군데 마치 작가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독자가 자꾸 사견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평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성이 다른 세아이를 양육하며 큰딸 위녕의 목소리를빌어 고백하는 '엄마가 된다는 것', 그리고 '엄마로 성숙한다는 것'과 '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세 변곡점에서의 에피소드와 어우러진 철학들은, 그냥 술술 읽히는 흥미의주의 소설이 아닌, 고뇌의 흔적이 엿보이는 나름대로의 삶의 제언서와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소설은 아껴 읽었고, 또 그럼에도 책장은 기다려주지 않고 잘 넘어가는 장점이 많은 작품이다. 아마도 나는 이 작가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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