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겉과 속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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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네크워크와 매체의 발달로 세계가 점점 좁아지는 현 시대에 문화의 국경은 사라졌다. 이것을 문화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의 증대라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칠수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로 무장한 상업성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기도 하다. 좋은 것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고, 그것을 누린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좋아하는 것이라고 유익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중문화와 대중매체에 대해 고민해 봐야한다.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대중매체, 스타, TV, 대중, 유행, 언론. 그들의 관계는 얽히고 얽혀 시작과 끝이 모호하다. 하지만 대중의 요구보다는 자본의 힘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중문화가 던져주는 먹이와 대중의 식성은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받아 먹기만 한다면 주체적 요구와 선택을 상실한체 먹이에 맹종하는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중문화의 습성을 이해하고 기존에 갖고 있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쉽게 쓰여진 이 책은 유행과 대중문화에 민감한 청소년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중문화의 겉과 속이 쬐끔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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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갈릴레오 총서 3
사이먼 싱 지음, 박병철 옮김 / 영림카디널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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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학문적 열의는 실패의 두려움을 지워버린다. 두려움 없는 도전이 무모함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그 결과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기에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사람의 모습은 숭고하게 비춰진다. 지식의 한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다. 수학 역사상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였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증명되는 바로 그 순간이 해당 될 것이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접근하기에 앞서 고대 그리스 수학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책의 도입부분은 하나의 수학 정리는 어느 한 순간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고대 지식부터 이어져 온 인류의 지적 유산임을 보여준다. 피타고라스부터 해결사 앤드류 와일즈까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중심으로 한 수학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많이 들어 본 유클리드, 라플라스, 가우스, 푸리에, 오일러, 튜링 같은 위대한 수학자들이 조연처럼 등장하지만 그들의 실패와 성과 또한 결국에는 와일즈의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하나의 열매를 얻기 위해 나무가 오랫동안 자라 듯 학문적 성과를 위해서는 오래 기다려야 한다' 수학의 완결성은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결과는 찬란한 것이었다. 결과에만 집착하여 순수과학을 등외시하는 현실에 있어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학자들이 보여주었던 열정은 인간의 지성을 대표하는 위대함이었다. 인간의 지적 호기심, 그것은 인류의 문화적, 기술적 진보를 이끌어 온 원동력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학교 다닐때는 느낄 수 없었던 수학에 대한 흥미를 부록에 실려있는 수학 정리들이 불러 일으키는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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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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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 <새의 선물>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더 이상 성장할 것이 없어 밑천이 드러나는 것도 더 빠르던가. 고독으로 말라 버린 삶. 그녀에게 남은 것은 고독뿐인듯 하다. 허무적이고, 회의적인 그녀의 시선 그러나 더욱 억세며 강인한 삶의 의지가 느껴진다. '나는 지금도 혐오감과 증오, 그리고 심지어는 사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극복의 대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 대상을 똑바로 바라보곤 한다'

요즘에 읽게 된 소설들은 상당수가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성장 소설이었다. 읽다보니 성장소설이었다. <새의 선물>은 액자형 소설로서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삶이 세세하고, 재미가 있다. 여기서 재미란? 삶이 삶으로 느껴지는 재미. 그들의 삶이 피부에 스며드는 수분처럼 촉촉하다. 애증, 허위, 순수, 절망, 고통 그 모든 것이 우리 삶이기에 비록 거칠더라도 따뜻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철없는 이모, 다른 말로 표현하면 순수한 이모의 편지 한장을 받아 보고 싶기도 하고, 미스 리의 유혹도 느껴보고 싶다.

'나는 언제나 내 삶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으며 당장 잃어버려도 상관없는 것들만 지니고 살아가는 삶이라고 생각해왔다. 삶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만이 그 삶에 성실하다는 것은 그다지 대단한 아이러니도 아니다.' 너무나 일찍 삶을 알아버린 30대의 주인공에게서 느껴지는 연민은 눈보라를 맞으며 중절 수술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이모의 눈동자만큼 쓸쓸하게 차오른다.

'그가 돌아보는 순간 그 모습은 내 눈 속에 그대로 멈춰버린다. 그리고는 찰칵 하는 소리에 이어 현상액에 담가지며 거기에서 물기를 머금고 빠져나와 커다랗게 확대된 뒤 네모난 테두리를 두른 채 내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가슴에 스며든 그 사진액자를 언제까지나 소중히 간직하겠다는 약속을 하기 위해 나는 두 손을 앞가슴에 모은다.' 시처럼 쓰여진 이 소설에서 발견한 비루하지 않고 차갑지만 뜨거운 마음은 내 마음에 그대로 멈춰버리고, 찰칵 소리와 함께 액자에 담겨 오랫동안 간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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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C++을 이용한 디지털 영상처리 - t-book 24
강동중.하종은 지음 / 사이텍미디어(희중당)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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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시작하면서 느끼는 것은 처음에 고르는 책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너무 두꺼우면 세세한 부분까지 볼 수 있지만, 쉽게 질려버린다. 그렇다고 너무 얇은 책을 선택한다면 머리에 남는 것이 없다. 물론 두 가지는 반대되는 개념이라서 동시에 취할 수는 없겠지만 굳이 나보고 선택하라고 하면 후자를 택하겠다.

그러나 사이텍미디어에서 출판한 <Visual C++을 이용한 디지털 영상처리>는 두껍지도 않으면서 영상처리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코드 하나하나 설명해 주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딱 맞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만드는 순서부터 기본 개념, 그리고 완성된 코드까지 나와 있다. 자세하니까 쉽게 느껴지고, 영상처리를 익히는데 속도감이 붙는다. 조금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만, 충분히 사서 볼 만한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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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 이야기 - 유라시아 초원에서 디지털 제국까지
김종래 지음 / 꿈엔들(꿈&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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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고원, 초원, 말, 염소, 이동식 주거공간... 그들에 대한 이미지는 몇 단어에서 그친다.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그들의 역사가 그러하기 때문인가? '유목민 이야기'에서의 답변은 '아니다'이다. '정착 문명인들은 식물을 중심에 두고 사고했으며, 오직 씨를 뿌려서 거두는 것을 삶의 기본이자 세상의 표본적 질서로 생각했다.

자기를 중심으로 세계를 파악했고 그러한 지식 체계를 형성했으며 그 바깥에 있는 것을 소위 '야만'이라는 이름으로 끝없이 추방하고 기피했다'. 유목민들은 폐쇄적이고 지역적인 문명과 국가들의 문화교류와 교역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만적인 시선으로 쓴 역사에 의해 폄하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편향된 역사를 지적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유목민에게서 발견한 21세기의 모습에 더 비중을 두었다. 공간보다 속도를 중시하고, 신분보다 능력이 존중받고, 폐쇄적인 것이 아닌 개방적인 마인드를 추구한 유목민은 세계가 축소된 요즘 시대에 적합하다.

이 책의 장점 몇가지를 꼽는다면, 우선 고서에서 발췌한 컬러 그림들과 유물사진이 많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에 이미지가 더하니 한층 흥미롭게 읽혀진다. 그리고 유목민의 문화, 전통도 비교적 쉽고 자세히 알 수 있으며, 거대한 유목민 제국을 이룩한 징기스칸의 일대기도 나와있다. 책 값에 비해 책이 전해주는 정보의 질과 양이 뛰어나다고 생각된다. 겉표지부터 내용까지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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