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 중 이런 스타일의 영화는 아마도 처음 본 듯 하다.

영화의 심연에 담긴 주제의식의 압박감과 무게감은 상당하지만,

황당한 소재와 엉뚱한 소품으로 영화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경계에 올려 놓는다.

 

엽기, 발랄, 잔혹 SF라고 불러줘야 하나...

만화같은 상상력에 '미저리'같은 집착과 광기,

'화성침공'에서 보여준 듯한 풍자와 '싸이코'에서 볼 수 있었던 스릴

 

진지모드, 처절모드, 발랄모드 이리 저리 바뀔때마다

모호한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은 묘한 영화적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주연, 조연 모두의 연기에서 모자람이 없었고, 신하균과 그의 단짝 순이가

보여주는 캐릭터의 개성은 근래에 본 영화 중 최고였다. 

순이의 눈망울과 눈썹 ㅡ.ㅡ; 으어~ 

 

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이 가져온 광기와 파괴,

광기와 파괴가 가져온 지구의 파멸...

지켜야 했던 사람들을 지키지 못한 그의 운명이 전하는 비극은

희망에 죽음을 선고한다...

 

엔딩 크래딧이 상당히 우울하네요...

 

이런 개성 강한 영화가 너무 좋다~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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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작가정신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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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화적 상징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을 거는 회화, 조각, 혹은 건축물을 하나씩 제시하고, 그 대상에 묻어 있는 신화의 의미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추적하는 '신화 거꾸로 읽기'...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어 온다. 조각은 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축물은 스스로 자신을 밝힌다. 우리가 말을 걸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 말도 걸지 않는다. 상징은 독백이 아닌 상호간의 감각적 대화. 고도의 정신작용이다. 신화적 상징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책을 위해 배경지식으로 프로이트나 융이 말하는 상징의 의미를 깊이 있게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신화를 통하여 문화의 뿌리를 더듬더듬 찾아가는 작업은 즐겁고, 재미있다는 것을 느껴 본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서역의 금강역사와 고대 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라스의 관계, 행사의 장식으로 자주 쓰이는 '풍요의 뿔'이 담은 신화적 의미와 상징 등을 살피다 보면 고대와 현대, 상상과 실제의 영역을 넘나들게 된다.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무한한 영감을 발견하게 된다. 숨은 그림 찾기가 아닌 숨은 의미 찾기, 신화와의 숨바꼭질, 결국에는 술래가 되는 신화의 영웅과 신들.

음악이 빠진 영화를 본다는 것은 메마르고 건조한 감성의 뒤틀림을 동반할 것이다.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영화의 음악과도 같은 수많은 회화, 조각, 건축물들의 사진이 글과 함께 적절 또는 과도하게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당연하지 않게 풍부한 자료들이다. 풍부한 도판에 담긴 몸짓, 눈빛, 행위, 사물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이윤기씨의 신화 지식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걸음마는 그렇게 떼는 것이라 생각된다.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pegasus)는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페게(pege, 물의 샘솟음)는 영감의 샘솟음이고 그것은 영원할 것이기에 신화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나보다. 이윤기씨의 신화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기도 하고, 신화를 색다르게 읽는 맛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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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 '수유+너머'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
고미숙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신의 '고향'에 나오는 일부분으로 이 책과 딱 어울리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라... 바람처럼 흘러흘러 가는 곳마다 길이며 그 길은 모두에게 연결되어 있다. 멈춰있는 바람은 바람의 이름을 갖지 아니하니 역동성 그것은 생명력 자체이다. 이 책에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실천하고 있는 자들의 삶의 방식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모두가 따르는 세상의 이치'를 거부하는 발랄한 '반동분자'들의 일상에는 풍요로움과 기쁨이 가득하다.

그런데 개개인의 가치와 독립성을 중시하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고질적 획일화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너와 나의 경계를 구분짓고, 손에 쥔 것을 포기하지 않으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몸짓들은 조류독감마냥 막기 힘든 것인가. 저자는 이에 대한 면역력을 지식의 욕구, 앎의 기쁨, 코뮌주의, 노마디즘, 체력이었다고 씩씩하게 고백했다. 누구에 의한 것이 아닌 스스로의 요구로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익히며, 타인과의 '지적 사랑'을 공간적 한계를 깨고 외부로까지 영향력을 넓히기 위하여 시간과 공간의 성숙을 이끌어내는 작업들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은 했다. 경계없는 삶이 주는 행복에 불안감은 없었을까? 그러나 저자의 독특한 계산법은 언제나 흑자인 것 같다. 사람과의 연대와 지적 성숙만큼 커다란 이익은 없다는 논리. 물질은 유한하나 정신은 무한하다.

지식의 횡단, 체력과 유머의 멀티태스킹. 사상과 사상의 교접. 그들이 담을 수 없는 것은 없는 듯하다. '십 년을 경영하여 초가삼간 지어내니 나 한 칸 달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 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보고 보리라.' 옛 선조의 시조에서 처럼 집착, 경계없이 둘러보면 한없이 평화롭고, 풍요로운 것을 우리는 왜 잊고 사는지. 학문 뿐만 아니라 생활의 발견은 분명히 내 안에서, 내 위치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상적인 것일 것이다.

연구공간 수유+너머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모유 먹이기 운동본부'가 아닐까라는 추측도 했었지만, 그들의 연구공간에서는 가진것 없고, 식욕은 왕성한, 그리고 앎의 기쁨을 누릴 줄 아는 자들의 위대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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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1 (양장) - 제1부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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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이 책이 출간된지 10년이 넘어버렸다. 시간이 흘러도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소설로써의 재미와 페로몬처럼 강렬한 메세지는 여전한 것 같다. 걷다가 무심결에 밟히는 개미라도 그들 나름대로의 세계가 질서있게 존재해 왔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의식하고 있지는 않다. 인간의 오만함이랄까. 작고 보잘 것 없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나의 힘에 무기력한 것에는 한없이 잔인해지는 습성은 이미 무의식 속에 굳게 자리 잡은 듯 하다. 지구에 서식하는 하나의 생명체에 불과하던 인간이 지구와 자연을 소유로 생각하고 그것을 다루고 이용하려고만 하는 욕망은 인간을 지구의 암적인 존재로 성장하게끔 했다. 2050년 쯤이면 지구상의 생명체의 25%가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과학잡지에 실린 기사들은 자연의 심각한 경고의 메세지임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의 목소리에 실린 사회를 움직일 만한 힘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경제와 현실의 문제에만 집착하게 만드는 사회구조가 문제인 것일까?

그래서 이 책이 그토록 인기가 있지 않았나 싶다. 관심 밖의 대상에게서 발견한 의미있는 존재와 가치 그리고 함께 공유해야 할 생존법칙. 인간 중심의 사고와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으로 보지 못하는 세계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러한 세계와의 교류는 관념의 틀을 깨는 것부터 시작한다. 왜냐하면 문명과 문명이 만났을 때의 충격과 혼돈보다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닫힌 마음이 더욱 커다란 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자주 나오는 성냥개비, 숫자 수수께끼는 뒷통수를 탁탁 치게하면서 관념의 변화를 강조한다.

소설 '개미'는 정찰 개미들의 압사사건을 계기로 두 문명의 충돌을 보여주고 그 과정 중에 생기는 사건과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이끌어 간다. 개미의 시선으로 개미 사회를 그려내고, 인간의 시선으로 인간 사회를 그려내는 작업은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미 관련 서적을 많이 참고했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사실적이게 묘사한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한계가 눈에 보인다. 개미 사회를 그려냈지만 저자의 상상력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사고의 틀 안의 것임을 반증하는 것 아닌가.

2권 3권으로 이어지는 음모와 분열, 전쟁.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문명이 만나는 것은 모험이였고, 그것은 분열과 무질서로 이어진다. 무지와 선입견에 의한 막연한 공격성, 신격화, 오해를 충분히 겪은 후에 얻은 깨달음은 초개체 집단인 개미들에게 자아를 인식하게 만들었고, 몇몇의 인간에게 또다른 문명을 인식하게 했다. 무질서가 이끌어낸 새로운 질서인 것이다. 때로는 추리소설처럼 사건을 이끌어가고, 한편으로는 과학소설답게 인공지능 로봇을 등장시키며, 상상력으로는 개미 사회를 그림그리듯 표현한다. 신과 동양사상이 등장하고, 인간에 대한 증오로 원정을 떠나는 개미들을 십자군에 비유하는 것들 모두 각각의 색을 가졌지만, 통일성있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작가의 글재주가 놀랍다. 늘 열어 놓았던 창을 닫고, 다른 창을 열어보는 맛이 아주 좋은 소설이라는 점은 앞으로도 쉽게 지워지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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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 - 부자들이 들려주는 '돈'과 '투자'의 비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샤론 레흐트 지음 | 형선호 옮김 / 민음인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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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솔깃한 내용들이다. 세금과 노동력을 착취하는 직장에서 박차고 나와서 돈으로 돈을 벌어라. 세금은 금융지식을 많이 습득하면 할 수록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고, 간단하게 몇 시간만에 고수익을 벌 수도 있는 기회도 있다. 이런 내용들은 스팸메일이나 다단계 회사에서 사람을 홀리는 골격과 매우 비슷하다. 정말 이렇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수긍할 만한 부분들은 분명히 있다. 노동력으로 벌 수 있는 자본의 한계는 분명히 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테크와 금융지식은 돈을 버는 가장 기본 요소라는 것쯤은 상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자본가가 되어, 지주가 되어 굴리고 굴리면 목돈이 된다는것쯤은 알고 있지만, 너무 장미빛 미래만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변수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별로 고려하지 않은 듯 하다.

즉 파산, 손해의 위험, 시간낭비를 그리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과 절차가 복잡하고 필요로 하는 지식이 매우 방대하고 깊다는 것을 깊게 다루지 않았다. 위험이 큰 도전일 수록 고소득을 올릴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이미 부자를 향한 목표를 위해 다른 것을 고의적으로 감춘 흔적이 역력하다. 또한 미국과 한국은 상황이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책내용을 동일하게 적용될 수는 없기 때문에 더더욱 독이 될 수가 있다. 원리는 '환상적으로 아름다우나',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가장 불만족스러운 것은 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되고 있고, 깊이가 없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 답답한 서민들의 심리를 이용한 상술의 냄새가 지독하게 난다. 독자들의 비판적 책읽기를 요구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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