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MB론 비판] '비지론', 정치적 질병…자유주의자 '형'들에 의탁

한국을 연구하는 사람이면 보통 꼭 관심을 집중하는 일군의 '코드'들이 있습니다. 사회 분야에서의 '교육열'이라든가, 정치 분야의 지역주의라든가, 그리고 경제에 있어서의 원-하청 이중 구조와 재벌체제 등등입니다.

정체성 포기, 기회주의적 투표

논문을 쓰거나 강의를 할 때에 보통 이 부분에 대해 꼭 언급을 하고 넘어가곤 합니다. 특히 비전문가들을 독자로 상정했을 때에는, 이 '코드'들을 설명하지 않고서는 계속 논리 전개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 요즘 지방 선거 유세전의 현상을 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만 - 이 '코드' 뭉치에다가 하나를 꼭 더 집어넣어야 합니다. 바로 '비지론'(비판적 지지론), 즉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표 심리 등등으로 인한 자기 자신의 본래적 정치 정체성 포기와 기회주의적 투표 현상입니다.

물론 '비지론'을 순수한 국산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지요. 대개는 어느 정도 주류 정치에 진입할 만큼 힘이 있는 진보(사회주의)정당이 없는 보수주의적 민주주의 국가마다 '진보 지식인'들이 좀 '비지론'이라는 정치적 질병을 앓게 돼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우리 상국을 예를 들 수 있는데, 거기 같으면 촘스키와 같은 '사림의 사표'마저도 '차악'이라고 하여 종종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 지지 발언을 하곤 하죠. 물론 아방의 '비지론자'들보다 이 촘스키라는 분은 한 수 위라고 봐야죠.

민주당을 차악이라고 부르면서도 "공화당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의 정당일 뿐"이라고 꼭 못을 박곤 합니다. 그러니까 좋아서 지지하는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일단 명확히 한다는 것이죠. 한국의 '온건한 진보' 지식인들이 "위대한 민주주의자 노무현의 유지를 받들어" 창당되었다는 당을 지지한다고 했을 때에는 그렇게 입바른 소리를 대개 잘 하지 못합니다.

실용을 내세우는 무리들이 권병을 잡든, '개혁'을 팔아 성공하겠다는 정객들이 다시 그리운 청와대를 되찾든 간에 경제, 사회 정책의 윤곽을 어차피 삼성경제연구소 등 이 나라의 실질적 권력자들의 브레인들이 그릴 것이라는 말을, 우리의 '얌전한 진보 지식인들'이 잘 못한단 말이죠. 그런 면에서는 같은 '비지론자' 치고도 촘스키는 그나마 멋이있기라도 하지요.

촘스키의 경우

한국에서의 비지론 같으면, 큰 역사적 안목으로 본다면 사회주의자를 학살해버리고 진정한 진보정당들을 파괴시켜버린 독재 권력의 또 하나의 유산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운형계가 남한에서 제대로 정계에서 남았거나 진보당이 '민족의 태양 이승만 박사'에게 완전히 박살나지 않았다면 김철수와 같은 거물 사회주의자가 신익희 후보 지지 발언을 했었겠어요?

사회주의자가 몸을 둘 수 있는 '진보의 집'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차악이라고 생각하여 부르주아 자유주의자에게라도 '투탁'을 하는 셈이지요. '민족의 태양'이나 '조국 근대화 지도자'보다 그나마 근대적 합리성이라도 좀 있겠다 싶어서입니다.

사실, 작년에 서거한 김대중 선생도 애당초에 그런 케이스에 속했죠. 원래 건준계, 즉 여운형 등이 지도한 범진보계에 속했다가 결국 진보가 다 박살이 난 시절에 한민당 후계자들에게 간 셈입니다. 또 김대중과 같은 카리스마적인 '약간 좌파적 자유주의자'마저도 주류 자유주의 정치에 몸 담았다는 것은, 1987년의 미완의 혁명은 민주노조의 성립으로 이어져도 민중 정당 창당으로 바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된 것이지요.

IMF 충격이 오고 김대중이 반민중적 신자유주의 노선으로 돌아서고 그 주류정치인으로서의 '본색'을 드러내자 드디어 거의 40년 만에 민노당의 창당으로 '혁신계'(개혁적 사회민주주의) 노선이 다시 소생된 것입니다.

문제는, '민족의 태양'과 '조국 근대화'의 광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아도 극도로 보수적인 한국 정치의 전체적 '판'이 전혀 업그레이드되지 않았다는 점이죠. 구 민노당의 좌파민족주의자들도 계속 김대중계에 대한 '보조원 노릇'을 해왔지만, 분당 이후의 지금의 (잔류)민노당도 반세기 동안의 비지론을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비지론 벗어나지 못해

스스로의 무력함을 고백하고 주류 부르주아 자유주의자 '형'들에게 '몸과 마음'을 맡긴다는 게 이제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자칭 '진보계'의 전통이 아닌 전통이 다 된 셈이죠. 이를 좋은 말로는 '반MB' 전선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도저히 대북 정책 이외에는 MB가 그 전 자유주의 정권과 뭐가 그리 다른지를, 전혀 모르겠어요.

예컨대 쌍용자동차를 보면, 파업 파괴를 MB때 했지만 쌍용의 비극의 씨앗이 된 해외 매각을 과연 누구 때에 했습니까? MB야 사라질 때가 되면 사라지고 또 새로운 극우 정객에 의해서 교체되겠지만, MB가 있든 없든 간에 이미 무한 경쟁의 정글이 다 된 대한민국의 전체적 상황이 전혀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공기업 매각부터 국외 파병까지 거의 모든 반민중적 정책을 지지 내지 방관해온 부르주아 자유주의자들을 "비판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진보정당으로서는 일종의 '자기 부정'에 가깝습니다. 진보정당의 힘과 슬기란 한국을 신자유주의화시킨 사람들에게 들러리 서줄 정도 밖에 안된다면 그러면 진보정당을 굳이 할 필요는 뭐가 있겠습니까?

그러한 측면에서는 '반MB 연합'에 참여한 자칭 진보 정치인에 대해서는 아주 실망하고 만 것입니다. 그리고 개인으로서의 '비지'는 결국 일종의 정치적인 '자아 포기'가 아닌가 싶어요. 정치란 꼭 권력을 획득하는 장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정치라는 장에서는 사람마다 그 소신, 그 생각을 외면화시켜 타자들과의 소통과 연대를 모색하는 것이죠. 그러한 측면에서는 정치의 장이란 대자적 자아 형성의 장이기도 해요. 그래서 자신의 내면에 전혀 맞지 않은 정치인을 오로지 '사표 심리' 등 정치공학적 고려 때문에 찍는다는 것은 결국 자율적인 자아 형성 및 외면화에 대한 스스로의 포기 정도입니다.

에릭 홉스봄의 경우

자율적 개인으로 살지 않겠단 이야기죠. 영국 사학계 석학 에릭 홉스봄이 영국 공산당의 집권 가능성을 믿어서 평생 공산당원으로 산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집권 가능성은 당연히 제로이었지만, 공산주의에 대한 꿈을 떠나서 홈스봄이라는 개인이 도대체 존재할 수 없었던 것이죠. 결국 그로서는 당비를 내고 공산당에 투표한다는 것은 자아의 외면화의 한 표현이었어요. 그는 그렇게 해서 세상과 소통한 것이죠.

그런데 대한민국의 소위 진보적 지식인 중에서는 그렇게 살만한 용기가 있는 사람은 좀 적은 것 같아요. 압도적 힘에 머리를 숙이는 훈련이 하도 잘 돼서 그런 것인지, 어쨌든 '비지론'의 망령은 이 땅을 쉽게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8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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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tn.co.kr/_ln/0101_201005232007161513 

 

 

곶감 빼먹듯 .. 하나 하나씩.. 때되면 빼먹는 구만 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거의 공범들 수준인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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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5-24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정보와 국내주요대학 현황이 무슨 정보라고 =.=
 

<TV광고비> 모금 캠페인


- 진보신당 정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 제고를 위하여

 

 

2008년 총선, 진보신당 정당득표 2.94%로 통한의 눈물

 

2008년 3월 새로운 진보정치의 이름으로 진보신당을 창당한지 1개월 만인 2008년 국회의원 총선에 도전했지만 원내진출에는 실패했습니다. 노회찬, 심상정의 아쉬운 패배와 정당투표에서 0.06%가 부족해서 통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투표수로는 10,300여표가 부족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2008년 4월 총선에서 원내진출의 실패에 대한 아픔과 지·못·미의 감동이 새록새록 기억납니다. 마지막 정당 지지율에 기대를 걸고 미개표 지역인 관악과 마포와 울산의 정당투표 결과를 문의하면서 마지막 기대를 걸었지만 끝내 0.06%가 모자란 2.94%를 확인하고 많은 당원들이 회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기획실에서 3% 득표는 실패하고 2.92%에서 2.95%가 득표예상이라고 보고를 드려도 믿지 않으시고 3%는 넘는다는 이덕우 대표님과 김상봉 교수님, 김혜경 고문님의 희망에 울음으로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당시 투쟁하고 있는 이랜드노조의 아줌마, 누님들의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이남신 동지와 이랜드노조의 김경욱 위원장, 홍윤경 동지에게 전화를 걸어 “죄송하다고..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목 너머로 올라오는 울음을 삼키느라 힘들었습니다.

 

전 당원들의 문자보내기의 감동... 그러나 끝내 부족한 0.06%

 

2008년 총선 당시 많은 당원들이 핸드폰에 보관된 지인들의 전화번호로 “정당투표는 진보신당을 찍어달라”고 문자 보내고 호소했던 경험담이 당 홈페이지에 감동의 물결로 도배되었습니다. 이랜드 동지들의 눈물어린 호소와 당원들의 피눈물 나는 글들이 가슴을 미어지게 했습니다.

 

당시 회한으로 남은 것이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공보물도 1장짜리로 줄여야 했고, TV 광고도 2분에서 1분으로 줄여야 했습니다. 신문광고는 엄두가 나지 않아 끝내 포기했습니다.

 

당시 '유럽모임의 당원'들이 우리나라 돈으로 '1천만원'을 모금하여 특별당비를 보내주셔서 그나마 수도권 지하철 무가지신문에 진보신당 정당광고를 한 것을 위안을 삼았습니다. 지금도 TV 광고를 2분으로 했다면, 경향신문이나 한겨례 신문에라도 신문광고를 했다면 3%는 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징검다리님은 “돈이 부족하면 부족하다고... 좀 더 모아달라고, 얼마를 더 모아야 티비광고 더 할 수 있다고.. 당원들에게 좀 더 얘기했더라면 좋았을것을... 그런 얘기가 나중에야 들려왔습니다”라는 지적에, 당원들에게 더 호소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가슴깊이 남아 있습니다.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TV광고를 위한 후원금 모금을 호소합니다..

 

이번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정책대결, 공약토론은 없고, 전혀 새롭지 않은 비판적 지지의 이름으로 민주노동당은 진보대연합을 폐기하고, 반MB를 위해 진보정치 10년의 역사를 민주당에 헌납했습니다. 1992년의 ‘민주연립정부론’이 2010년 공동지방정부로 재포장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대표는 “이번에는 2번 민주당 종자를 뽑아달라고” 하면서 진보정치의 종자를 뿌리 채 뽑고 있습니다. 정리해고법을 도입하고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투쟁에 공권력을 투입하고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를 야만적으로 폭행하였던 민주당... 비정규직보호법이라는 미명하에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었던 이랜드노조 비정규직 투쟁에 공권력을 3번이나 투입하여 비정규직의 희망의 싹을 잘랐던 열린우리당... 우리는 민주노동당을 보면서 무엇이 슬픔인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진보정치의 싹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지만 솔직히 많이 힘듭니다. 다른 정당은 인터넷, 종이신문, TV에 정당광고와 후보광고를 내고 있지만 진보신당은 선관위로부터 8억 2천의 선거보조금을 받았지만 지방선거 후보들 지원하고 나니 바닥이라, 정당지지 광고는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진보신당은 정당 득표 5%를 넘어 서울, 경기도와 인천에서 광역비례후보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처지는 지난 2008년 총선 정당지지율이 3%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방송토론위원회 초청대상에서도 빠져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각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재정 사정은 더욱 열악하여 노회찬 서울시장후보나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조차도 공보물을 1장(2P)이나 2장(4P)으로 줄이고, 광고는 엄두도 못냅니다.

 

당원 및 지지자 여러분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의 정당 지지율이 3%를 넘으면, 최소한 다음 선거에서는 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와 방송사 초청토론회에 당연히 출연할 수 있는 자격을 얻습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통일된 지정 기호를 받습니다. 이번에는 진보신당은 7번이지만 우리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지역에 국민참여당 후보가 출마하면 7번이 됩니다. 3%를 넘으면 이런 일은 없습니다.

 

지난 2008년처럼 또다시 통한의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당원 여러분들도 우리 후보들을 위해 특별당비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염치를 무릅쓰고 다시 한번 힘을 보태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당원 여러분은 당 홈페이지에 있는 신용카드 결재나 포인트 결재 또는 아래 공지한 진보신당 통장계좌로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당원이 아니지만 힘을 보태주시려는 지지자 여러분은 아래에 공지한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의 후원회 계좌로 적더라도 소중한 힘을 보태주시기를 부탁합니다. 

 

※ 애초에는 수도권 후보들의 공동 TV광고를 추진했는데, 중앙선관위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문이나 인터넷과는 달리 TV광고에서는 정당지지만 담는 광고는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의 TV광고 속에 진보신당의 정당 지지를 호소하고,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을 홍보하는 TV광고로 만들려고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 입금할 계좌

당원 입금계좌:

신한은행 100-023-942703(예금주: 진보신당)




비당원과 지지자 입금계좌 :  


신한은행 100-026-262299 (예금주: 서울시장후보자 노회찬후원회)

 

※ 현재까지 미리 확보한 TV방송 시간대(비용을 못치르면 광고가 못나가게 됩니다)

KBS 5/29(토) 심야토론 끝난 직후

MBC 5/27(목) 9시뉴스 끝난 직후

MBC 5/28(금) 9시뉴스 끝난 직후

MBC 5/30(일) 9시뉴스 끝난 직후

MBC 5/31(월) 월화드라마 ‘동이’ 끝난 직후




대략 매회 광고비용은 700만원을 조금 넘는 액수입니다.

제작비는 이와 별개로 1회 광고비를 넘는 수준에서 소요될 듯합니다.

 

 

2010년 5월 21일(토) 저녁 진보신당 중앙당 선대위원장 정종권이 드립니다.

 

 

□ 정치후원금은 

연말정산 시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를 통해 전액 현금으로 돌려받고, 1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하여는 소득공제를 통해 돌려받습니다.(정치자금법 제59조 면세 1항, 조세특례제한법 제76조 정치자금의 손금산입특례 1항)

 

지지자나 비당원은 노회찬 서울시장후보자 후원회 계좌로 직접 입금하시고, 성명 · 생년월일 · 주소 · 연락처를 이메일(okhcr@hanmail.net) 로 보내주세요.. 연말정산을 위한 선관위 영수증을 발급해드립니다. 2011년 1월 연말정산시 10만원까지는 전액 현금으로 돌려받습니다.

 

http://www.newjinbo.org/xe/576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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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10-05-2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눈물이 앞을... ㅠ
 
- Poetr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생(生)의 갈망 속에서 내가 아직도 마음 속 깊이 사랑하고 싶은 단어가 있다면 바로 오늘이라는 아름다운 꽃이 시들어가는 완숙함이 되겠죠.”

시간보다 기억을 지워내는 속도가 앞지르기 시작한다.
덧없는 세월, 아름다운 것들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세상…

‘시를 쓸 수가 없어요. 시를 어떻게 써야 하죠. 아름다움이 시를 쓰게 하는데 나는 도저히 쓸 수가 없어요’

어찌 아름다움만으로 채울 수 있겠습니까. 추한 것들로 하여금 아름답게 하고, 어둠이 빛을 눈부시게 합니다. 시를 쓰려면 보아야 합니다. 제대로 봐야만이 비로소 쓸 수 있습니다. 늙어감이 죽어감이 아니고, 망각이 퇴행이 아닐 수 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자식의 자식의 죄를 묻습니다.
인정하기, 받아들임, 보고 싶은 것만 보던 인간의 성장은 이렇게 이루어집니다.

“짐승도 지 흔적을 지운다고 했어!!!”


그 흔적들을 지우고, 새로운 것들로 채우려고 합니다.
이 어울리지 않는 세상에 홀로 남겨지기 싫어 나는 강물과 하나가 됩니다.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이것은 죽음이 아닙니다. 생에 대한 간절함입니다.
여백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이 깊고 순수한 여백의 문을 열겠지만, 그 한가운데에 핀 붉은 꽃의 화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가 죽어가는 세계, 시가 죽어도 마땅한 시대… 창조는 늘 파괴의 고통을 뚫고 자라난다는 것을 알 것도 같습니다.

“시를 쓴다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시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게 더 어려운 거죠”


쥐를 몰아내자.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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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창동 <시>' 칸은 각본상, 영진위는 0점
    from 7:30 2010-05-25 10:55 
    칸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수상한 것이다. 등급을 따지자면 황금종려상과 심사위원대상에 이은 3등 상에 해당하지만, 무엇보다 시나리오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세계 최고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수상한 것에 왠지 유인촌의 문광부와 한국영화산업을 총괄하는 영화진흥위원회는 맘이 편치 못 할 것 같다. 특히나 다른 상도 아닌 각본상을 수상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7
 
 
무해한모리군 2010-05-24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쥐를 몰아내자. 6.2

머큐리 2010-05-2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쥐를 몰아내자. 6.2 투

2010-05-24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4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