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노회찬 무서워…KBS vs 칼라TV 한판? 

“이상림씨 아십니까?”, 여유롭던 오세훈 후보의 표정이 굳었다. “양회성씨, 한대성씨, 윤용현씨, 이성수씨, 김남훈 경사, 아십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서울시장 토론회’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는 유일하게 용산참사 문제를 거론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을 역임하며 벌였던 디자인 정책, 복지, 교육 부분의 맹점에 대해 지적하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노 후보 한 명의 가세로 오세훈-한명숙 후보 간 단조롭게 이어진 토론의 내용이 풍부해졌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후 서울 유권자들은 노회찬 후보를 토론회에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28일 마지막으로 열리는 서울시 선관위 주최 <KBS> 토론에도 노회찬 후보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각 방송사 별로 토론회 참석 기준이 있지만, <MBC> 이후의 모든 토론에 노 후보가 참석하지 못한 이유는 또 하나가 있다. 오세훈 후보의 거부다.

28일 <KBS>토론의 기준은 ‘국회의석 5석 이상, 4월19일~5월19일 평균 지지율 5% 이상’이다. 진보신당의 당세와 노 후보의 지지율, 모두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예외 조항이 있다. ‘TV토론에 참석하는 다른 후보들이 동의할 경우’에 한해 노 후보는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다. 그런데 오세훈 후보가 끝내 사인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미약하지만 서울에서 지지율 3위를 기록하고 있는 후보이자 원내 정당의 후보, 가장 먼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으며, 정책공약집을 통해 지난 4년 간 서울시정을 책임있게 비판해 온 노회찬 후보의 정견과 정책을 들을 기회를, 유권자들은 빼앗겼다.

토론회를 보고 유권자들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이는 온전히 유권자의 몫이다. 하지만 방송사의 높은 토론 참석 기준과 오세훈 후보의 의지로 노 후보는 유권자들 앞에 설 기회도 박탈당했다.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유시민 한나라당 후보의 동의로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는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비교해 볼 때 진보신당이 그를 "비겁하다"고 쏘아붙인 것도 무리가 아니다. 

노회찬 후보를 빼려는 오 후보 측의 이유도 4차원이다. 보도에 따르면 “야당에게만 유리하기 때문”이란다. “다른 후보들이 (노 후보 참석에) 동의를 한 것은 셋이서 우리를 공격하면 더 좋으니깐 얼른 동의서를 써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당 후보는 당연히 1명이다. 무서우면 여당 후보를 2명, 3명, 4명 내면 될 것 아닌가?

"무서우면 여당 후보를 많이 내든지"

더욱이 오 후보가 4년의 서울시정에 자신이 있다면 상대방 토론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 어느 후보든 근거를 들어 문제점을 제시하면, 더 나은 근거를 들어 이를 반박하면 되는 일이다. 그것이 오 후보에게 더 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토론이다.

결국 오 후보가 동의서에 사인하지 않은 것은 노회찬 후보의 존재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비교적 토론에 약한 한명숙 후보와의 토론으로 우월감을 즐기겠다는 것이고,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지상욱 후보를 압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오 후보의 거부는 노회찬 후보가 그동안의 서울시정에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딱히 할 말 없다’는 답변으로 들리기도 한다. 앞서 오 후보 측의 설명도 그와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영화 ‘타짜’의 대사 하나를 빌리자면, “쫄리면(무서우면) 사퇴하시든지”

결국 노회찬 후보는 28일, <KBS> 스튜디오가 아닌 선본 사무실에서 진중권 전 중앙대 겸임교수와 우석훈 2.1연구소장과 함께 ‘서울시민을 위한 노회찬 인터넷 초청토론회’를 단독 개최한다고 밝혔다. TV카메라가 아닌 <칼라TV> 카메라 앞에 서게 된다.

이 자리에서 노 후보는 방송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인 10시부터 오세훈 시정을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천안함 등 현 정국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아울러 토론이 시작되는 11시부터는 오세훈, 한명숙 후보의 발언에 대해 노 후보가 견해와 대안을 밝히고, 두 패널이 이에 대해 평가하는 식으로 토론에 ‘참석’한다.

KBS 대 칼라TV

재미로 치면 <칼라TV> 쪽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실한 내용도 풍부하게 나올 것 같다. <KBS>와 <칼라TV> 시청률 경쟁을 한번 벌여보자고 말하고 싶지만, 접근성에서 한쪽이 너무 불리한 조건이라 여기서 '기염'을 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칼라TV> 조회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선거 때만 되면 ‘투표율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한나라당 후보들은 정작 자신들의 ‘토론에 참여하지 않을 자유’를 누려가며 유권자들의 선택을 방해하고 있다. 오세훈 후보 역시 자신은 토론회에 참석하지만, 다른 후보들이 동의하는 노 후보의 토론 참여를 막아섬으로써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을 축소시키고 있다. 큰 격차의 지지율 1위 후보치고는 꽤나 겁이 많다
 

   
 ▲ 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5일 낮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사무실이 입주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앞에서 '오세훈 후보가 노회찬 후보의 TV토론 참석을 가로막고, 예정된 TV토론을 의도적으로 무산시키고 있다"며 규탄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오세훈 캠프의 '4차원 설명'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8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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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0-05-2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노회찬시의 서슬퍼렇고 날카로운 말빨은 최곱니다. 서울시장 후보 중에 가장 진지하게 정책으로 밀고나오는 것 같아서 지지합니다.
 

지난 5월 11일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 앞에서 한 가지 자랑을 했다. 청와대 자체 여론 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51.7%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5년 전 2005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20~3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자랑할 만한 성적이다.

청와대 조사가 아니더라도 이대통령이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다른 여론 조사 기관의 결과와 비교할 때 이론의 여지가 없다.

청와대가 자랑할 만한 수치

그런데도 지방 선거에서 이대통령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기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떨어지기는커녕 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통령을 견제하자고 많은 시민들이 벼르고 있다. 이상한 일이다. 아니, 국정 운영을 잘한다는 대통령을 심판하겠다니 불공정한 일이다.

그의 지지율로 그를 심판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나라를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갔을 뿐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며 서민들의 삶을 위기에 빠뜨린 국정의 실상과 지지율간의 괴리는 다른 설명을 필요로 한다. 즉, 야당의 역할이라는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민주당의 지리멸렬, 무능과 무기력, 정체성 상실에 관해 논해야 한다. 민주당이 MB에 맞서 싸우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 반대이다.

우선 민주당은 반MB가 어떤 전망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제시하지 못했다. MB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대안적인 지도력, 노선, 조직이 필요한지 고민하지도 않았다. 다만,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원죄를 감추기라도 하려는 듯, 그 원죄를 사면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도 되는 듯 이명박 정권 반대에 앞장섰다. 그러나 왜 반대하고 무엇을 위해 반대하는 것인가라는, 반대 너머의 것이 없는 공허한 반대였다.

당연하게도 이 대안 없는 반대 혹은 대결은 이명박 정권을 견제하는데 효과적이지 못했다. 아무런 준비도 비전도 없는 이 대결은, 이명박 정권이 간단(間斷)없이 던지는 의제를 뒤따라가며 반MB를 외치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반MB로는 이명박 정권의 독단과 독주를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민주당이 이렇게 세월을 보내는 사이 민주당에 일말의 기대감을 품고 있었던 시민들은 민주당으로부터 멀어져갔고 민주당에 대해 이런 실망은 ‘이명박 정권이 잘 해주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다’는 체념적 지지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이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도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반영된 결과인 것이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집권세력에게 자양분을 제공하는 해당행위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체념적 지지

그런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홀로 치를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민주당이 이같이 지방선거에서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지도 않고, 자신감도 없을 때 등장한 것이 반MB 연합론이다. 이명박을 반대하는 세력이 무조건 뭉쳐야 한다는 이 담론은 하나의 권력이 되더니 곧 야당이 준수해야 할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뭉쳐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출발했던 야당 연합논의는 뭉치면 승리할 수 있다는 낙관론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MB 연대는 민주당 중심의 무조건 결집으로 왜곡되었다. 민주당이 집권세력을 심판하는 장에서 중심을 차지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지 따져 보아야 했지만, 그런 노력은 민주당 내에서도 민주당 밖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연합은 단순하게 각자의 무게를 합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창조적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에너지의 폭발이어야 했다. 민주당이 혁신을 통해 반MB 연합을 주도하지 않았다 해도 연합의 과정을 통해 혁신의 계기를 찾았다면, 반MB연합이 단순히 반대에 머물지 않았을 것이고, 그 때문에 진보정당과의 연대도 자극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민주당은 조직과 노선, 정책을 재점검하고 신뢰할 만한 야당으로 거듭나고 이명박 정권에 맞설 야당의 구심으로 자리 잡는 전기를 맞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 인사가 야당 연합을 위한 공동 정책 과제를 준비하기는 했지만, 그 것은 그 내용이 빈약할 뿐 더러 형식적인데다 최소 합의주의에 기반한 것이어서 실패한 과거를 성찰하게 하거나 혁신을 자극할 만한 것이 되지 못했다. 대신 단일화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해주는 기능만 했을 뿐이다. 그 때문에 야당 연합 논의 혹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이 특별히 잘해 보려 할 이유가 없었다.

민주노동당, 진보정당일 필요 있나

오히려 민주당은 제1야당이라는 기득권을 활용해 내외부의 도전으로부터 견고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 선거라는 중요하고도 민감한 시점을 맞아 더욱 긴장해야 할 때 민주당이 긴장감을 잃었지만, 시민들은 그런 민주당을 관용했다.

평소 민주당에 대한 반신반의, 민주당으로는 안 된다는 불신과 비관, 비판은 사라졌다. ‘이도 저도 안 되니 민주당이 알아서 잘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이겠지만, 그런 체념은 오히려 민주당을 해방시켰다. 민주당이 변화의 압박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게다가 혁신에 실패한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승인도 이루어졌다.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을 민주노동당이 담당했다.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자기의 존재 의의를 진보성의 구현이 아닌, 반MB의 선명성에서 찾은 나머지 민주당의 후원세력이 되어 민주당 가림막 역할을 했다.

변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도 민주당에게 진보의 월계관을 씌워준 민주노동당은 반MB의 단순함에 진보적 내용을 채워야 하는 진보정당의 책무를 방기한 것이다. 허약한 민주당에 긴장과 자극을 줌으로써 강한 민주당이 될 기회를 열어 주기 보다 자기 만족과 불감증에서 헤어나지 못하도록 했다. 민주노동당이 반드시 진보정당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사실 지방선거에서 이겨도 민주당은 이대통령의 상대가 되지는 않는다. 그 때문에 민주당이 반MB를 넘어 MB의 대안이 되려는 꿈을 접고 제1야당의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는다.

민주당이 이겨도 이대통령 상대 안돼

선거에서 이긴다 해도 대안이 되지는 못하는 이런 이상한 불균형을 깨는 것, 이 잘못된 판을 뒤 흔드는 것, 이 것이야 말로 이명박 정권 심판의 본질이다. 그런 정치적 진보를 위해서는 노무현 정권, 이명박 정권의 한계를 모두 뛰어 넘어야 한다.

사실 그 것은 어려운 일도,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명박 정권 지지가 50%를 넘나든다고 하지만 잠재적 다수가 존재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일련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견제론이 안정론보다 많다.

물론 반MB로는 이 잠재적 다수를 조직할 수 없다. 지난 정부의 부정적 유산을 계승한 과거 세력과 실패한 세력의 대결로는 이 다수를 차지할 수 없다. MB와 민주당의 적대적 공존 구조를 깨지 않고는 이 다수를 얻을 수 없다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8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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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사 선거를 둘러싼 정치세력 간 ‘마지막 진검 승부’가 펼쳐진다.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와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27일 밤, 마지막 토론회를 갖는 것이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이번 토론회는 이날 밤 11시 <MBC>와 <KBS>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그동안 진행된 몇 차례의 경기도지사 토론회에서 심상정 후보는 진보의 비전과 가치를 비교적 잘 전달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지사는 유시민 후보로 대표되는 과거세력과 김문수 후보로 대표되는 현재세력, 그리고 진보진영의 미래세력이 3파전으로 정면 격돌하는 것”이라며 “심 후보가 이 구도에서 잘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파전으로 선거가 진행되는 만큼, 서울보다 심 후보에게 많은 토론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며 “심 후보도 그동안의 토론 기회를 잘 살려 두 후보와의 차별성과 정책을 확실하게 유권자들에게 알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심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2개의 공중파 방송에서 동시에 방송되는 이번 토론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졌다. 단일화 프레임이 선거판을 주도할 당시 1~2%정도에 머물렀던 심 후보는 최근 몇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4~8%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심 후보는 같은 날 오후 1시 경기지역케이블연합회가 주관하는 ‘경기도지사후보 초청토론회’에서 1차전을 갖은 뒤, 밤 11시 10분 공중파 토론에서 본격적인 격돌에 나설 계획이다.

심 후보 측 관계자는 “오늘이 마지막 토론이고, 공중파 2개가 동시에 방송할 것이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볼 것”이라며 “우리의 입장이 되도록 선명하고 분명히 전달될 수 있도록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늘 토론회까지 토론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이후에는 유세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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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neopolitan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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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10-05-26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B를 경멸하지만 반MB는 내가 찾는 답이 아님.. 진보정당을 성장시키는 시민들의 선택이 가장 절실 할 때다. 진보 완제품 기다린다고 신자유주의 정당과 극우 정당의 놀음판에서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한국처럼 보수정치와 진보정치의 구분이 저마다인 사회도 없지만, 보수정치와 진보정치의 가장 보편적인 구분 지점은 역시 대변하는 계급이다. 보수정치는 부자들의 삶을 대변하고, 진보정치는 서민대중의 삶을 대변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부자들이 지배하는 사회이기에 서민대중의 처지에서 얼마나 살만한 사회인가는 대개 진보정치가 얼마나 센가에 달려 있다. 서민대중의 처지에서 한국이 참으로 나쁜 사회인 이유는 진보정치가 약하기 때문이고, 서유럽이나 북유럽 사회가 한국보다 살만한 사회인 이유는 진보정치가 세기 때문이다.

극우반공독재 정권이 지배하는 동안 진보정치는 아예 씨가 말랐다.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절차를 요구하는 김대중씨 같은 보수정치인이 간첩으로 몰리는 판이었으니 그럴밖에. 그런 사회, 즉 제도정치가 서민대중들의 삶을 대변할 수 없는 사회에선 주요한 사회적 변화는 결국 정치권 밖에서 인민들의 직접 행동으로 일어나게 된다. 4·19, 광주민중항쟁, 6월항쟁 등 한국 사회의 변화와 관련한 주요한 국면들이 모두 그랬다.

2000년 1월 민주노동당이 창당함으로써 비로소 한국에도 진보정당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진보정당(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의석수는 전체 296석 가운데 고작 6석이다. 부자의 삶을 대변하는 290명의 의원과 서민대중의 삶을 대변하는 6명의 의원이 만들어내는 정치가 ‘부자의 무한천국’을 만들어내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대중들의 사회의식은 갈수록 진전되고 있는데 여전히 진보정치가 이토록 미미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제도정치권 밖의 진보적인 정치세력들이 대거 보수정치로 투항했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에 있는 이른바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다. 그들은 적어도 극우정치인들과 비교해서 훨씬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정치 역시 부자들을 대변한다. 그들의 정권 10년 동안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화하고, 농민은 국가로부터 버려졌고, 삼성은 한국 사회의 절대군주가 되었다.

둘째는 그나마 남은 진보정치의 세를 싹쓸이하는 ‘비판적 지지’라는 것이다. 비판적 지지는 ‘최악을 막기 위한 연대’다. 최악을 막는 일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어떤 일의 양면을 함께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비판적 지지는 최악을 막는 데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실재하는 진보정치의 씨앗을 보수정치로 흡수하는 진보정치의 미래를 없애버리는 굿판이기도 하다.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최악인가 차악인가, 이를테면 오세훈인가 한명숙인가 혹은 김문수인가 유시민인가는 허투루 볼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서민대중의 삶에서 노회찬과 심상정의 득표율은 최악인가 차악인가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진보후보의 득표율은 그 자체로 진보정치의 세와 힘으로 작동하며 그게 얼마나 느는가에 한국 정치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당선과 무관한 표는 ‘사표’라거나 비판적 지지를 반대하는 건 근본주의적 태도라는 주장은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지지만 실은 사기다.

그래서 최악이 이겨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그거야말로 이미 우리가 잘 아는 문제다. 중앙정치든 지방정치든 그 안에서 도무지 해결이 안 되면 언제든 촛불을 들고 짱돌을 들고 나가면 된다. 나가서 직접민주주의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면 된다. 앞서 말했듯 한국의 진짜 정치는 오히려 제도정치권 밖에서 존재했으며 290 대 6의 정치구조를 가진 지금도 그럴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의 패악질을 잠시나마 멈추게 한 건 한명숙도 유시민도 아닌, 촛불을 든 시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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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5-27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김규항이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 심사가 격한가봅니다.

라주미힌 2010-05-2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의 진짜 정치는 오히려 제도정치권 밖에서 존재했다"

이런 선거구도에서 그들을 위한 투표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늘 들곤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