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세계 신비의 순간5 - 나무와 버섯
2005년 11월 01일 | 글 | 이상엽ㆍnarciso@donga.com |
 


류방열·청주 중앙여고 (바이오예술상)

나무에서 자라는 버섯일까? 로즈제라늄 잎 뒷면의 잎맥 부위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것. 배율은 310배다. 로즈제라늄은 잎 표면에 털이 많고 기름주머니가 잘 발달한 허브의 일종이다. 잎맥이 마치 나무줄기처럼 보이고 털은 나무의 잔가지처럼 잎맥에서 돌출돼 있다. 잎맥과 주변 표피세포에 붙어 있는 기름주머니가 버섯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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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5-11-04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신기하군요. 현미경으로 보이는 그림 중 출품가치가 상당히 높은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中김치업체 “그럴줄 알았다”
[경향신문 2005-11-03 18:18]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사 등 중국 언론들은 3일 일제히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인민일보 웹사이트는 “한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온 것은 한국의 식품안전이 우려할 상황인 것을 보여주었다”며 “중·한 김치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중국 김치 제조업체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의 한 중국 제조업체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김치의 납성분과 기생충 알 검출을 발표했을 때부터 너무 서두르는 감이 있었다”며 “한국산은 그런 일이 없을 줄 어떻게 장담하느냐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한국산 김치의 기생충 알 검출을 계기로 자국산 김치 수출 검사를 강화하는 한편 한국산 김치, 고추장에 대한 집중적인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한국 때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중국 국가질검총국은 1일과 2일 베이징(北京)에서 전국 검역 담당자 회의를 소집해 “한국산 제품의 통관과 검역에 각별한 신경을 쓰라”고 지시했다고 산둥성 검역 당국 관계자가 3일 전했다. 이에 따라 산둥성 검역당국은 지역내 김치 제조업체들에 대해 “앞으로 김치 수출 검역을 강화한다”고 통보하는 한편 공장들에 대한 위생 검사에 착수했다.

한국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웨이하이(威海)와 옌타이(煙臺)의 10여개 영세 김치 제조업체들은 이미 당국의 지시로 문을 닫았다.

앞서 업체들은 ‘위생적인 문제가 드러날 경우 (식품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영업 허가증을 반납하겠다’는 각서를 검역당국에 제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당국이 수출 김치에 대한 위생 기준을 대폭 강화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준에 미달한 공장들에 대해서는 허가증을 취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칭다오 주재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중국내 김치업체 가운데 수출회사로 정식 등록된 기업은 23곳으로 현재 김치 수출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업체들에는 검역 당국이 수출을 위한 검역 신청을 접수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어 당분간 이 업체들의 김치 수출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편 북쪽의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남쪽의 하이난다오(海南島)에 이르기까지 중국 공무원들이 한국산 김치, 고추장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하고 있다.

슈퍼마켓이나 시장에서는 문제의 제품이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한국산 식품은 일단 매장에서 철수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품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산둥성 칭다오시의 공상관리국 관계자는 “문제가 된 제품들을 생산한 기업들의 제품은 일단 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소비자들에게 권유하고 있어 김치전쟁이 한국산 제품 전체로 확산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본전도 못 뽑는 한국...

'소비자'들은 소외되고 있네...
외롭잖아...
이런 저런 회충알들 먹은건 소비자인데, 너무 자기들끼리만 노는거 아닌가..

껴줘.. 껴줘... 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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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숨은아이 > ㅍ/크레인에서 내려오면 물을 먹여주겠단다

정부의 비정규직 방치가 사태 불렀다
[기고]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오마이뉴스(news)   
현대 하이스코 비정규 노동자의 크레인 농성이 벌써 열흘을 넘어섰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농성 사태는 우리 시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겪고 있는 불합리한 고용형태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인 요인은 무엇이고 또 해법은 무엇인지 김성희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경제학 박사)으로부터 들어봤다. <편집자 주>
▲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순천공장 벽면에 '해고자복직 투쟁'이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2005 시민의 소리
순천의 현대 하이스코 공장에서는 B급 노동자들의 처절한 생존권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 하이스코 하청업체 소속의 61명 비정규노동자들이 15m 상공의 크레인에 올라 공장가동을 멈추게 하고 열흘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기본급이 80만원이 채 안 된다. 일주일을 꼬박 8시간씩 일하고 잔업까지 해야 1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한 달에 두 번 쉬는데 이나마도 특근수당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렇게 해서 받은 연봉은 정규직의 절반인 1700만원이다. 비정규직의 차별대우는 외형적인 노동조건을 넘어 식당 이용 제한과 같은 인격 차별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매년 하청업체와 계약 갱신을 해야 그나마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이들은 올해 6월 13일 비정규직 노조를 건설하고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대 하이스코사는 교섭엔 응하지 않고 오히려 4개 하청업체를 폐업하여 120명의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그후 이들은 5개월 가량 삼보일배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교섭을 요구했지만 현대 하이스코는 "우리 직원이 아니다"는 말로 교섭 요구를 일축했다. 비정규노동자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공장 크레인 점거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8시간씩 일하고 잔업해야 120만원, 이것은 생존권 투쟁이다

▲ 현대하이스코 순천 공장 입구에 바리케이드가 세워져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진은 쇠사슬로 묶어버린 바리케이드와 그 뒤에서 외부인의 진입을 차단하고 있는 사측 고용 용역.
ⓒ2005 시민의 소리
현대 하이스코는 정규직이 약 300명에 비정규직은 약 500명인 '비정규직 공장'이다. 연속생산방식이 특징인 철강산업 생산공정에 비정규직이 더 많이 투입되어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원청인 현대 하이스코의 지시감독으로 하청 인력이 직접공정에 투입되는 것은 불법파견의 혐의가 짙다. "하청업체 직원이라 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사측 주장에 결정적인 허점이 있는 것이다.

현대 자본의 이런 '강짜 수법'은 비단 이 회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하이닉스매그너칩 등은 이미 '불법파견인력 활용' 판정을 받았다. 판정에 따라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함에도 현대 자본은 전혀 시정을 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 역시 행정수단 허점을 이유로 아무런 제재나 시정조처를 내리지 않고 있다.

현대 자본은 정부의 책임회피를 빌미로 불법파견 인력의 정규직 전환 요구를 무시하고 오히려 비정규노동자들의 농성을 폭력으로 탄압했다. 이 때도 현대 자본의 논리는 "너희들은 우리 직원이 아니므로 내 땅에서 나가라"는 것이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후안무치한 현대 자본을 탓할지, 말리는 척 팔짱만 끼고 있는 정부를 더 미워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불법파견 판정이 내려진 사업장에서도 적반하장격의 태도를 보인 현대 자본이 불법파견 진정이 제기되지 않은 현대 하이스코에서 보일 태도는 충분히 짐작이 가는 바이다. 하지만 이제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고공크레인을 점거한 노동자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대가로 회사쪽은 '공장 정상화'를 걸었다. 크레인에서 내려오면 물을 주겠다는 것이니 이걸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야 하나? 현대 자본은 '불법파견의 대표 주자' '비정규직 착취공장의 주역'에서 나아가 '비인간적·야수적 자본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비정규직이 더 많은 공장... "우리 직원이 아니니 나가라"고?

▲ 물과 음식물 반입 요구를 현대 하이스코 사측이 거부하자 현대 하이스코 농성 노동자 가족들이 "사람을 살려야 할 것 아니냐"고 호소하며 울부짖고 있다.
ⓒ2005 시민의 소리
현대 하이스코는 자동차의 필수자재인 냉연강판을 계열사에 납품하여 매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안정적인 생산과 납품이 보장되므로 정규인력 중심의 고용 유지가 가능한 회사인데도 1년짜리 파리 목숨 헐값 노동자 위주로 비정규직 착취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의 냄새가 진동하는데 오히려 목청은 더 높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첫째, 불법으로 규정된 제조업 직접공정에서의 비정규직 활용은 현대 계열사에서만 문제되는 게 아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GM대우 등 모든 재벌 대기업의 제조업 사업장에서 만연되어 있다. 한국의 파견업계에서는 정식파견은 면허유지용이고 불법파견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 상식처럼 되고 있다.

연속생산 공정인 자동차, 철강 등의 산업에서 불법파견 혐의가 확연히 드러나는 데다가 비정규노동자의 조직화가 앞서있어 문제제기의 주체가 있고, 여기에 현대 특유의 정면돌파식 대응도 현대 자본이 도드라지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래서 현대 자본은 "나만 하는 게 아닌데, 어쩔래"라고 되물으면서 "제조업 경쟁력 유지는 비정규 활용으로부터"라는 신자유주의 슬로건을 온 몸에 두르고 앞장서 나가는 고독한 자본의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둘째, 정부는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고도 아무런 제재 조처도 내리지 못하면서 형식적인 시정계획서 제출 얘기만 우물거리고 있다.

정부가 제출해 국회 계류 중인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경쟁력을 위해서는 노동유연화 즉, 비정규직 활용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과도한 비정규직 남용, 차별은 시정되어야 한다'는 판단이 조화를 이룬 모범 답안"이라는 주장이 있다. 불법파견에 대한 정부의 애매한 태도와 꼭 닮았다.

하지만 '활용 확대+남용 억제'라는 절묘한 묘책-한쪽에서 풀고 한쪽에서 담는다?-이 '헛소리'라는 것은 현대 하이스코 사태에 대해 입도 벙긋 못하는 정부의 처지에서도 알 수 있다. 아니, 오히려 경찰력을 동원해 현대 자본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현대 자본은 정부의 이런 애매한 처지를 잘 알고 초지일관 막무가내로 나가고 있다. 현대 자본이 스스로 제동장치를 달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이 일은 사회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첫 출발의 책임은 일단 법제도 실행의 책임당사자인 정부에게 있다.

비정규법안에 불법파견 시정조치는 없었다

▲ 현대하이스코 하청업체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 61명이 순천 B동과 Q동 크레인 7대를 점거농성에 들어간지 5일째인 28일 오후 하이스코 관리직으로 보이는 50여명이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농성 노동자들의 저항을 막기위해 A동 옥상에서 직원들이 소방호스를 이용해 계단에 물을 뿌리고 있다.
ⓒ2005 광주드림 안현주
이제 노무현 정부에 물을 때다. 현대 하이스코의 불법적인 비정규활용, 위장폐업을 통한 해고, 비정규직노조의 교섭요구 불응에 대해 어떤 조처를 내릴 것인가?

플랜트노동자들의 상경투쟁을 중재하고 파장을 수습한 뒤 돌아서서 대량구속을 자행한 것처럼 이번에도 기껏해야 미봉책으로 봉합하고 나중에 비정규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는 방식을 택할 것인가?

정부가 제출한 입법안에도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다. 법안을 대대적으로 손질해 불법파견에 대한 명확한 시정·제재 조처를 담아야 할 것이다. 그 시험대로서 현대하이스코 사태의 중재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의 생존권적 투쟁은 정당했지만, 지금 노동운동은 집단 이기주의에 불과하다"는 요지의 말을 한 바 있다. "노동운동단체들은 비리집단인 데다가 '비정규직과 연대'라는 노동자 정신을 망각하고 있는 세력"이라는 주장이 검찰 수사로 뒷받침된 바 있다. 그러면 비정규직과 연대하겠다는 현대 하이스코 정문 앞의 노동자들은 또 누구인가?

현대 하이스코 정규직들은 고용을 위협할 만한 사안이어서 연대투쟁이 어렵다고 한다. 정규직이 연대투쟁에 나설 경우 사측는 모든 권한을 동원해 큰 싸움판이 벌어질 것이다. 정문 봉쇄와 연대투쟁 저지에만 주력할 뿐 '법제도 제정과 실행'은 방치하고 있는 태도로 볼 때, 정부가 그런 사태를 전향적으로 조정할 리 만무하다.

어쨌든 가장 가까이 있는 정규직 노동자는 연대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역의 노동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을 불문하고 함께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외통수에 걸린 노무현 정부, 비정규착취공장을 멈춰라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노동운동에 대한 대통령의 실망과 분노는 '시대 지체 증상'으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라는 생존권적 투쟁만 수십년간 계속되고 있는 이 사회의 개탄스런 불평등한 현실에 대해 처방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또 그 중심에 비정규직 문제가 있는데 애매한 말만 늘어놓으면서 기존 노동운동에 책임전가하는 것만으로는 현실은 개선되지 않는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입으로 연대를 외쳐도 통하던 시대'가 아니다. 현대 하이스코 비정규직의 투쟁은 생존권적 요구이다. 이 정당한 투쟁에 현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현대 하이스코 자본의 방패막이 역할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노동유연화 정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노동경제정책과 사회통합을 부르짖는 사회정책, 그리고 비정규직 보호를 표방한 비정규정책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 아니 허점 한가운데에 현대 하이스코 비정규 착취공장이 서 있다.

▲ 김성희 소장
노무현 정부는 지금 외통수에 걸려 있다. "불법이니 시정해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고 하자니 자본이 정면으로 반발할 것이고, 그렇다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비정규직 활용은 불가피하다"고 하자니 현행 법률로는 불법이다.

노무현 정부는 민주개혁을 달성할 수도 있는, 지지할 만한 정부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양산과 착취에 눈을 감고, 확대되고 있는 불평등에 대해 눈을 돌리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추종자임은 분명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다시 묻는다. 노무현 정부는 현대 하이스코 비정규 착취공장을 멈춰 세울 의지가 있는가?
  2005-11-02 20:21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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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류사 > 히라노 게이치로를 만나다.

<장송>의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를 만나다.

토요일 오후의 도심은 수많은 인파로 넘쳐났다.
청계천의 시원한 물줄기를 따라 걷는 사람들과 카메라를 바라보며 웃음 짓는 사람들의 얼굴에선 동심이 묻어났다. 가족과 연인, 아이들과 마실 나온 노인들의 시선에서도 저마다 공지(空地)를 찾는 즐거움이 보였다.
하지만 여유로운 사람들의 행렬과 대비되는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정체 된 도로.
히라노 게이치로를 만나기로 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좌회전이 금지된 종로. 그리고 신호에 걸린 차량들 때문에 잠시 한산해진 반대편 도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약속 장소는 좌회전만 하면 바로 도착 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불법유턴을 감행했다.
어김없이 달려드는 경찰관의 훈계 그리고 ‘싼 걸로 부탁 한다’는 애원으로 끊은 3만 원짜리 범칙금을 들고서야 겨우 사인회가 열리는 대형서점에 들어설 수 있었다.
사인회는 밀려드는 인파로 인해 예정시간 보다 길어졌다.



사람들 틈을 비집어 몇 컷의 사진을 찍고, 녹음기의 배터리를 교환했다.



드디어 사인회가 끝나고 한적한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준비해간 녹음기가 말썽을 부려 녹음은 포기해야 했다.



사진보다는 조금 순해 보이는 인상.
<문명의 우울>에 실린 흑백 사진의 이미지와 최연소 나이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이라는 수식어 때문인지 몰라도 날카로운 인상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사진 속 20대의 치기어린 눈빛과는 다르게 30대 초반의 차분하면서도 깊어진 눈빛은, 그의 작품이 얼마나 더 성숙되어졌는지를 말하고 있는 듯 했다.

류사(이하 류) - 동양권에서 문학적으로 도움을 주신 분이나 주목할 만한 작가가 있는가?
히라노 게이치로(이하 히)- 일본 작가도 포함되는가?
- 아니다. 일본 밖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 파리에 1년 동안 머물면서 정명훈의 연주회를 접했었다. 그의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전해지는 느낌이라 깊은 감동 받았었다.
한국 작가는 번역된 작품이 많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웃음). 중국 작가 중에는 모옌을 좋아한다.
- 묘엔?
- (냅킨을 바닥에 깔더니 한자로 적는다.) 모옌!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



- (웃음) 이 냅킨은 기념으로 가져가겠다.
- (웃음)
- <일식>과 <달>, 그리고 <장송>으로 이어지는 작품을 보면, 각각의 작품이 새로운 현대성을 발견하는 시기 즉, ‘르네상스로의 전환기’, ‘근대화의 시작’, ‘공화제로의 이행’과 같이 전환기적 시기를 배경으로 그렸다. 다음 작품의 주제가 살인으로 알고 있는데, 차기 작품 역시 역사적 태동과 맞물리는 시기를 배경으로 그릴 것인가?
- 아니다. 다음 작품은 현대를 무대로 할 것이다. 하지만 격변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현대라는 격변기 속에서도 인정(人情)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다.
- <문명의 우울>에서 묘사한 ‘열쇠’에 대한 정의가 흥미로웠는데, 과연 문학이라는 열쇠를 쥐고 있는 입장에서 본인이 풀어내야 할 문학적 과제(문제의식)는 무엇인가?
-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살고 죽느냐의 문제, 동시에 현대인이 안고 있는 불안과 우울함이 그것이다. 요즘 현대인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것이 없다. 일상에 빠져 불안과 우울한 나날을 보낼 뿐이다. 난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바라는 것들을 서술하는 대변인이 되고 싶다. 그래서 그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한 본인이 지닌 근원적인 문학적의 힘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자기 작품에 대한 PR을 부탁한다.
- 문학의 힘은 ‘언어의 명확성. 즉 생각이나 사고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체화시키는 명확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근원적인 문학적 힘 역시 언어를 구체화 시키는 명확성에 기인한다.
- 작품을 쓰기에 앞서 방대한 자료 수집과 현지답사를 많이 다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작품 구상을 마친 상태에서 자료수집과 답사를 떠나는 것인가? 아니면 답사를 통해 구상을 해나가는 편인가?
- 어떤 것이 먼저라고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동시에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 그렇다면 제목은 어떤가?
- 이것 역시 우선순위를 따질 수 없다. 단지 에세이 같은 종류는 작품을 다 쓴 후에 붙이는 편이다. <문명의 우울>이 그런 경우다. <장송>과 <달>은 제목을 먼저 만든 후 작품을 썼다. 하지만 제목 붙이는 것에 그리 의미를 두는 편이 아니다. 제목 짓는 것을 싫어한다.(웃음)



- 첫 번째 답변에서도 언급됐지만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소설 외에 오페라나 뮤지컬 등 음악에 관련된 다른 장르의 작품을 써볼 의향은 없는가?
- 당장은 없다. 하지만 음악과 연극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언젠가는 시도해 볼 생각이다.
- 다음 질문은 우리 리더스 가이드에 올라온 회원의 질문이다.
일식을 읽다 보면 움비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비교된다. 추리 소설의 냄새도 나지만 전체적으로 지적이면서도 고풍스런 느낌이 드는데, 왜 그런 문체를 썼는지, 보통 문체보다 표현하는 다른 잇점이 있는지, 조금 더 쉽게 쓸 수는 없었는지 알고 싶다
.
- 작품을 쓸 때 그 시대의 문체에 맞게 쓸려고 한다. 지금 쓰고 있는 현대 단편은 현대의 문체로 쓰고 있다. 그리고 내 문체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굳이 따지면 5000매의 원고에서 겨우 40~50매 정도가 어려운 문장으로 쓰였을 뿐이다 (웃음)
- 그 시대의 문체를 쓸려고 하는 이유는 뭔가?
- 감각적이 되기 위해서다. 그 시대의 감각에 맞춰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
- 언제나 최신작이다. (웃음) 아직 최신작이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는데 조만간 번역되길 바란다.
- 이건 여담인데, 아쿠타가와상 수상 얘기를 할 때마다 무라카미 류의 이름도 함께 거론 되는 줄 안다. 재학 중 아쿠다가와상을 받은 사람이 둘뿐이기 때문인데, 류의 작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다.
- 대면한 적은 없는가?
-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좋은 분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다. (웃음)
- 오늘 일본으로 가는가?
- 1시간 정도 인사동을 둘러보고 갈 생각이다.
- 이건, <문명의 우울>을 읽다 생각나서 준비한 거다. 장정일이라는 한국 작가가 쓴 <생각>이란 에세이인데 <문명의 우울>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슷해서 기념으로 준비했다.
- 표지가 예쁘다. 장식으로 써도 되겠다.(웃음)
류 - 일본어 번역어판이 없어서 아쉽다. 빨간 표지가 이쁘긴 하다. (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히라노 게이치로’에게 ‘아쿠타가와상’의 영예를 주었던 <일식>을 볼 때마다 ‘아쿠타가와’의 <월식>이란 단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천재와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再來)라는 평을 듣는 살아있는 천재가 시간을 뛰어넘어 <일식>과 <월식>이라는 진검으로 대결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 ‘문학 동네’에서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신간 <다카시가와>와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을 번역 중이다.
특히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은 전쟁, 가족, 죽음, 근대화, 테크놀러지 등 아홉 편의 단편을 모은 최신작이라서 개인적로도 기대가 된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한가로이 청계천을 바라보고 있는 문학동네 편집팀장과 통역을 해주신 두 분을 카메라에 담았다.

◈ 자고로 열쇠라는 건 그 들쭉날쭉한 복잡한 모양에 묘한 맛이 있는 법이다. 그것은 원래 밝혀져서는 안 될 자물쇠 내부의 비밀을 정밀하게 베낀 것이다. 그 자물쇠의 비밀이야말로 안쪽에 숨겨진 자물쇠가 지켜야 할 비밀과 직접적으로 통하는 것이므로, 열쇠의 형태는 말하자면 자물쇠 안쪽에 숨겨진 음화(陰畵)라는 것이다. 보물을 넣어 둔 상자의 열쇠라면 그것은 보물 자체가 가진 비밀의 교묘한 물질화다. 여인의 방 열쇠라면 그녀라는 비밀을 손바닥에 움켜쥘 수 있을 정도로 응축된 모습이 그것인 것이다. 도시 아이들이 목에 걸려있는 것은 작은 금속제의 부제, 아무도 없는 그 아이들 집의 공허다. 내가 열쇠를 가지는 맛이 어쩌고 하는 말을 쓰는 것은 그것이 각각의 비밀을 정밀히 가시화 하면서도 결코 적나라하지 않게 그 복잡한 모양 뒤로 교묘하게 비밀을 감추어버리기 때문이다.
<우울한 문명 - 자물쇠와 열쇠를 둘러싼 이미지 중 일부를 발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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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에게,

   네 개 선거구에서 열린 10·26 재선거가 한나라당의 전승으로 끝났습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대통령의 대연정 논란을 통해서도, 강정구 교수의 ‘통일전쟁’ 발언 소동을 통해서도 이득을 본 듯합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는 강정구 교수 발언과 관련된 논란 속에서 국가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는데, 그것이 긍정적 효과를 보았다고 믿기 때문에 앞으로도 거듭 제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년은 부디 잊지 말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정체성은 반공이 아니라 헌법 제1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듯이 ‘민주공화국’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역설이 관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신독재체제로 민주주의를 압살한 사람의 후광을 업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민주주의를 기본정신으로 갖는 우리나라의 국가정체성을 거론하는 역설을 보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적반하장’이라고 말합니다. “무지는 죄악인가?” 연전에 프랑스 대학입학자격고사 철학시험에 나왔던 논제 중의 하나인데, 무지는 그 자체로 죄악이 아닐 수 있어도 뻔뻔함의 토양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만 ‘국가정체성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구하기’에 나선 게 아닙니다. 조중동도 대한민국 구하기에 나섰습니다. 동아일보는 “대한민국 자살을 강요하는 숭김파의 ‘체제 물타기’ 공세는 멈출 조짐이 아니다”라고 열 올렸고, 중앙일보는 “적화는 됐고 통일만 남았나”라는 제목의 시평을 실었습니다. 대한민국이 곧 공산화될 듯한 위기감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동아와 중앙은 역시 조선일보에 미치지 못합니다. 조선일보는 10월18일치 류근일 칼럼 “‘대한민국 세력’의 불가피한 선택”을 통하여 “가만히 앉은 채 당하느냐, 혼신의 힘으로 결사항전을 하느냐가 ‘대한민국 세력’에 닥친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못 비장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곧 총이라도 들고 뛰쳐나갈 듯합니다. 그 총구가 어디를 겨냥할지, 즉 ‘결사항전’의 대상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이런 글이 실리는 신문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신문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1948년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나라의 정체성을 규정했다면, 그 날 이후 대한민국의 공교육의 일차적 소명은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을 길러내는데 있습니다. 공교육 과정을 통하여 사회구성원 모두 민주적 시민의식과 공공성의 가치를 갖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소년은 지금 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받고 있나요? 불행하게도 그런 교육을 받은 사회구성원이 없었고 지금도 거의 없습니다. 우리 학교는 오랜 동안 어린 사회구성원들에게 반공, 안보 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민주공화국의 기본 정신을 배반하도록 해왔습니다. 그 결과 사회구성원들은 우리나라의 국가정체성을 민주공화국이 아닌 반공이나 안보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국가정체성에 관한 역설이 관철되는 이유입니다.

   소년은 국가정체성을 배반한 세력이 국가정체성을 제기하는 역설과, 그런 역설이 관철되도록 앞장선 세력들의 뻔뻔함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뻔뻔함은 대중의 무지 위에 피어나는 독버섯입니다. 글은 기록으로 영원히 남는 것인데, 신문 칼럼이나 시평을 쓰는 사람들이 그런 글을 쓰는 용감성은 사익 추구의 추동력을 빼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광신자들이 열성을 부리는 이유가 광신 그 자체에 있다면, 사익을 추구하기 세력이 열성을 보이는 것 또한 사익 추구 그 자체에 있습니다.

   “광신자들이 열성을 부리는 것이 수치스런 일이라면, 지혜로운 사람들이 열의를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수치스런 일이다.” 볼테르의 말을 빌려 다음 말로 이번 주 수요편지를 마칩니다.

   “사익추구 집단이 열성을 부리는 것이 수치스런 일이라면, 공익과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열의를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수치스런 일이다.”

   남대문이나 서울시청 건물이 작아 보인 것은 ‘성장의 그늘’처럼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한겨레 제2창간 독자배가추진단장 홍세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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