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 선거의 결과를 보면, 일희일비가 엇갈린다는, 다소 진부한 표현부터 떠오릅니다. 긍정적 측면부터 보자면, 일단 "북풍"과 같은 정치 쇼들의 약발이 더이상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부터 참 반가운 일입니다. 6.25의 불행한 세대는 물론이고 1968년의 이북 정권의 실패된 "빨치산식 공격" 작전을 목격한 세대까지만 해도 좀 달랐지만, 이제 20대나 30대들에게는 "북한 도발"보다 그 "도발"의 가능성을 재탕삼탱 이용하면서 현실보다 백배, 천배로 "뻥튀기"하는 남쪽 정치꾼들은 더 위험해 보입니다. 지금 정권은 1970년대형 토건형 부양책에다가 1970년대를 연상케 할 정도의 대북대결형 국민통합정책을 추진하는 셈인데, 그게 1970년대에 유치원에 다녔거나 1970년대를 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는 말그대로 "과거의 망령"처럼 느껴지죠.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만, 이제 당로자들이 북한을 이용하는 저질 정치쇼들의 "비용 대 효력" 효율성이 낮다는 점을 간파하시어 더이상 "북한 납치범"들의 유령들과 싸우다가 결국 불명예 퇴장되어버린 고이즈미나 부시의 흉내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뭐, 직업적으로 머리회전이 빠르신 분들이니 알아서들 잘 하시겠지요?
 
그런데 이와 동시에 더 한 가지 실감한 것은, 한국 자유주의자 (한명숙씨나 유시민씨 형의 "온건" 부르주아 정객)들의 엄청나게 강한 "소생 능력"입니다. 노무현 정권 말기 같으면, 비정규직 양산과 성장률의 경향적 저하, 부동산대책 실패, 그리고 한미FTA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망동으로 "노빠" 그룹은 거의 고립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시는지 모르지만 그 때는 "놈현스럼다" 같은 단어들이 사전에 수록될 뻔한, 그런 분위기이었지요. 경제에 대한 이해 수준이 낮아 비정규직 양산과 내수 저하, 그리고 중소기업의 구조적인 고질적 위기와 해외경기에의 의존 등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연결돼 있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신 듯한 분들은, 사실상 "개혁"이라는 양두구육형 불량 정치상품의 인기 폭락으로 정치 시장 퇴출 위기에 몰려 있었지요. 그런데, 약 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이들의 정치자본이 거의 회복된 셈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시절에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이 사실상 전혀 증가되지 않아 가난의 대물림이 일상화된 반면 "부동산 부자", "주식 부자"들의 호강이 날로 심해졌다는 것도, 국가의 고용자측 두둔이나 단순 무관심으로 분쇄 당한 고속철도 여승무원이나 기륭전자의 비극적인 세계사상 최장기 파업들도, "개혁주의자"들의 극단적인 무능과 비겁함으로 인해 끝내 없어지지 않아 살아남은 국보법도, 다 망각되거나 "용서" 받은 모양이었습니다. 거의 사냥 수준의 탄압을 당해온 쌍용 파업 노동자와 달리 별 방해없이 그 정치 활동을 해온 "개혁" 판매업자들이 20여년 전처럼 "독재 대 민주"라는 구도를 잡아 매우 편안한 중상층 상류의 생활을 해온 자신들을 "민주 투사"처럼 치장했는데, 사회의 상당부분은 이를 액면대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자유주의자들의 패러다임에 이끌리게 된 그 "시민 사회"의 압력이 얼마나 거세기에 심상정씨처럼 산전수전 다 겪은 노동운동가까지도 이라크 파병을 수긍한 사람에게 표를 주라 하면서 퇴장하게 이른 것입니까? 그러면 저들이 정치시장에서의 위치를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렇게 회복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이 질문에 상당수 독자들이 "대북대결과 4대강 망동 등을 더이상 좌시 못한다 싶은 수많은 이들이 될성싶은 자유주의 정치인들에게 표를 모은 게 당연한 게 아니냐" 반문할 것입니다. 그건 다 맞는 이야기인데 노회찬과 같은 진정한 진보주의자들이 "나야말로 이명박의 진정한 대항마"라는 의식을 유권자들에게 심지 못한 이유가 뭐냐는 건 제 질문의 핵심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상투적인 답 역시 "언론 외면, 당세 미약, 풀뿌리 조직 미비" 정도일 테고, 그것도 다 맞는 말이지만, 저는 거기에다 더 몇 가지 첨가하고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자유주의 정치인들을 받들고 그 담론을 생산해주고 그 메시지를 전파해주는 "시민 사회"의 핵심들 - 주요 비정부 기구들의 지도자나 상당수 교수, "온건한" 조합 관료, 그리고 언론인 등 - 이 "노빠", "유빠"와 같은 그룹들의 정치시장 점유율 제고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한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20대 "백수", 즉 노동시장 진출 실패자 등 사회적 하층은 독립적인 조직을 갖지 않으며 독립적으로 정치, 사회적 담론을 생산하지 못합니다. 젊은 가난뱅이들이 아나키스트가 되어 하나의 유력한 사회, 정치적 담론의 자장 안으로 흡수될 수 있는 희랍과 너무나 보수적인 "저강도 민주" (케빈 그래이 교수의 용어) 국가 대한민국은 그러한 차원에서는 천양지차를 보이죠. 국내 하층은 결국 정치, 사회적으로 중산층에게 종속돼 있는데, 중산층은 "반MB연대론"을 생산, 전파하는 NGO주역들과 교수, 기자들의 그 점잖은 문화 자본에 잘 이끌리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현실적인 자기이익 계산의 차원에서 노회찬에게 정직한 한 표를 던질 것 같은 사람들 - 예컨대 살인적 등록금에 약탈 당하고 졸업후에 입장 장벽이 계속 높아지는 노동 시장에 진압조차 못할 가능성이 높은 대학생, 특히 "비문명대" 대학생 -마저도 결국 자유주의자들의 유효기간이 지난 정치상품의 구매자가 됩니다. 그 광고의 포섭력은 그 정도로 강한 것이죠.
 
그 포섭력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일까요? IMF충격으로 노동운동이 결국 정치화를 결정해 민노당을 창당한 10년 전의 일을 회상해보면 하나의 관건이 경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천문학적인 (주로 토건에의) 부양책과 극소수 재벌들의 수출 성과 지속으로는 토건, 수출형 경제는 아직까지 그럭저럭 굴러갑니다. 그런데 지금부터 유럽 준주변부 위기, 나아가서 국가 채무의 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돼 장기 공황이 본격화되고 주요 수출시장들부터 본격적으로 흔들리게 되면, 몇 년후에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나라빛 늘려 성장률 2-3% 달성하지 못하는, 그런 임계 상황이 온다면 매우 대대적인 복지 증강은 수많은 서민들에게 사활의 문제가 될 것이고, 젊은이들의 소극적인 절망은 그리스형 적극적 절망, 즉 대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절망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러한 상황에서는 매우 대폭적 복지 확대를 도모하면서 근본적으로 토건, 수출의존형 경제 전체를 뜯어고치려는 진보신당형 훨씬 더 강한 설득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일단 인내심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게 최선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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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6 03: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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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6 1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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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10-06-04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복을 두려워 하라..
생식은 버려...
입맛은 절대 떨어지지 않아...

L.SHIN 2010-06-07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궁금하지만... '집에 가서 조용히 혼자 봐야지' 하고...( -_-)ㅋ
 

진중권 전 중앙대 교수가 트위터에서 논쟁중이다. 노회찬 후보가 사퇴하지 않아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었다는 비난이 일자 진중권 교수가 발끈하고 나섰다.


진 교수는 “선거 전에는 단일화 압박. 선거 후에는 비난. 늘 있었던 일이 또 연례행사처럼 반복된다”며 “한명숙 낙선의 불똥이 노회찬에게? 노회찬이 오세훈의 당선을 도왔다고. 그 분들은 명박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게 바로 당신 안의 명박이입니다”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진 교수는 “밴드 왜건 심리 때문에 초기 노회찬 지지율 15%에서 빠진 표가 한명숙에게 간 겁니다”며, “다른 건 모르겠는데 내 꿈을 왜 당신이 대신 꿔 주려고 하세요? 노회찬이 반드시 서울시장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왜 비난을 받아야 하나요?”라며 노회찬 지지 입장을 표했다.


반MB주장에 대해서도 “님은 어땠는지 몰라도 나도 명박이한테 당할 만큼 당한 사람이예요... 그런 내가 노회찬을 선택했을 때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한번 물어는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며 반문한 뒤, “이런 걸 비난의 사유로 삼는 그 어법 자체가 해괴하다”며 반발했다.


또 “왜 당신 세상을 남에게 강요합니까? 경기도에서 양보해줬으면 됐지, 뭘 더 바래요? 아예 히틀러처럼 진보정당을 해산시키세요. 인터넷 보니 버젓이 그런 얘기도 나옵디다”며 진보신당 책임론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진 교수는 노회찬 후보를 지지한 이유에 대해 민주당이 대안이 아니라며 민주당의 대안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당신이 좋아하는 세상(김대중, 노무현-편집자주)에서 10년 동안 살아봤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못 살겠다고 이명박 찍읍디다”라며 대안적인 정치세력의 필요성을 주창했다.


또 “노회찬 찍은 15만 명의 유권자들은 민초가 아니라 잡초입니까? 슬프지만, 그게 대한민국 진보의 양입니다”며, “민주당 찍어서 그게 아니면, 나중에 누구 찍으려구요? 한나라당이요? 대안 세력은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언제 키울 거예요? 4년 뒤예요?”라고 반문했다.


이런 진교수의 입장에 대해 동조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들이 트위터에 동시에 올라왔다.


@gay365은 “이명박은 4대강. 지난 정권에서는 새만금 사업 했지요. 3보 일배부터 별 짓을 다하면서 말려도 말 안 듣더라구요”라며 “새천년진보당, 국민진보당. 전교조 교사만 잘립니까? 지난 정권 10년 동안 잘린 사람의 수,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세요. 그럼 그 잘난 국민들이 왜 마왕을 불렀는지 이해 되겠지요”라며 진 교수 의견에 지지를 보냈다.


@archwain도 “마왕 물리치고 10년 동안 살았더니 국민들이 차라리 마왕을 부르더라구요.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살게 된 거 아닌가요? 아니면 우리가 서로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건가요?”라며 노무현 정부의 실정이 이명박을 불러 왔고 민주당이 대안이 아니라며 동조했다.

반면, @seoul1984은 “못살겠다고 이명박 찍을 때 대안 없기는 매 한가지였을 거 같군요. 변두리에서 짖지 말고 대안이 될 수 있기는 했었는지”라며 진 교수 의견을 비꼬았다.


또 @GreyHarlequin도 “때로는 주방의 주전자보다도 단순해질 때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든 일에 이유와 논리가 필요한 건 아닌 것 같네요”라며 “고로 저는 아주 단순히 생각하겠습니다. 앞으로 진보신당에게는 표 던지지 않겠습니다”라고 진보신당을 힐난했다.


이렇게 찬반이 확산되자 진 교수는 “문제로 인터넷 토론 한번 할까요? 그 동네에서 대표 선수들 뽑아서 연락주세요”라며 정식으로 토론을 해보자며 제안하기도 했다.


진 교수는 “2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며 내내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7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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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4 13: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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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4 1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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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4 13: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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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4 14: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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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4 14: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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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10-06-04 15:04   좋아요 0 | URL
저런 얘기들 많이 하죠. 조국 교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많아요. 이와 반대로 격렬하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눈에 띄는거겠죠. 되게 성향이 다양해서 (심지어 노무현 지지자까지 있음) 각 당원의 열망을 응축시키는 조직력이나 구심점이 없다는게 문제라고 봐요. 노회찬과 심상정이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걸 또 경계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진보신당이 노심의 사당이냐고...

저도 되게 답답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용. 민노당은 결속력이 장난아니라서 그만큼 경직된 느낌도 주지만, 부러울 때도 있고 그러네용. 뭔가를 결정해서 확실하게 한다면 이런 꼴을 당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봐요. 심상정과 부산시당, 몇몇 지구에서 자기들끼리 결정해서 사퇴하거나 단일화를 하는 경우를 보더라도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은 정당처럼 보이기까지 하네용.

진보정치가 훼손되기 쉬운 부분이라서 오히려 더 원칙론을 내세우는 면도 있다고 봐요. 좌파들이 우파로 전향하는 경우가 알다시피 흔하거든요. 자기강화와 외연확대. 두가지를 해야하는데 후자를 못하고 있으니 '자폐증'처럼 보이는거겠죠. 이번 선거에 민노당이 진보신당과 상당히 대비되는데요. 원래 그 정도 당선 시켰다고 해요. 결국은 뭐냐면 민주당이 민노당을 파트너로 선택한겁니다. 진보신당은 신생정당이니 배제시킨거구요.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나 지역이 겹치는게 많거든요. 같이 가기 힘들죠. 차라리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연대를 했으면 더 보기좋은 구도였을 수도 있다고 보구요. 진보신당은 연대의 가능성은 늘 열어놨어요 민노당은 거부했고(당 내부에도 반대론자 꽤 있고), 민주당은 무시했습니다.

인터넷 여론은 지금 오바라고 보여져요. 온라인은 감정적으로 펼치기 쉬운 공간이라 늘 저랬으니 뭐(이제 월드컵이네요 쑥 들어가겠죠 4년 후에는 또 사표방지랍시고 유령들처럼 몰려다니겠죠). 진보정치의 숙제는 풀어야 할 문제이지 진보신당이 안고 무덤으로 가야할 문제는 아니잖아요.

집권 가능세력으로 비춰지길 바라지 않는 정당이 어딨겠어용. 그걸 알면 이미 좌파정권 나왔겠죠 흐흐흐...그렇다고 대중이 원하는데로 따라 갈 수 없잖아요. 이명박도 시민이 뽑았고, 노무현도 시민이 뽑았어요. 대중은 옳은 것도 아니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분명한건 진보는 대중을 배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저런 요인을 다 고려하면 발걸음을 뗄 수 없죠. 한국의 진보정치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득표율만큼 전진하고 있습니다. 아주 힘들게... 얼마나 더 빨리 나아갈 수 있느냐. 시민들과 같이 고민해야 할텐데... 단일화나 하라고 저러고 있으니... -_-; 그게 민심이라면 민주당은 민심을 따르지 않은거죠.

제 기본입장은 진보신당은 만들어지고 있는 정당이다. 레토르트 식품처럼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는 정당이 아니라는 거에요. 도와주세용.

잘 모르겠어요... 제가 당원이지만 아는 바가 깊지 않아서 .. 느낌만 이렇습니다.


일부러 공개했습니다. 이런 얘기 같이하면 좋잖아요.

2010-06-04 14: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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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4 14: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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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가 출마를 했으면 후원자와 지지자들의 뜻이 바뀌기 전에는 그냥 완주하는 게 원칙적으로 옳다. 진보신당 내에서도, 그의 팬들에서도, "이제 그만 패 접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게 원칙이다만...

현실적으로, 민주당 기초 단체장 출마자들이 얻은 표를 다 더한 것보다 한명숙 표가 적다. 보통은 서울 시장이 얻은 표와 기초에서 얻은 표가 거의 기계적으로 일치할 정도로 같은 게 예전의 경우였는데, 지금 이 경우는 한명숙 후보다 전체 표를 좀 깎아먹었다고 보는 게 맞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서울시장 경선과정은, 진짜로 기가 막혔다.

두 사람이 아주 문제였는데, 입 지저분해질까 봐, 직접 말하기는 싫다.

어떻게 보면 한명숙 후보도 그 권력놀음의 희생자이기는 하다만...

한명숙 후보께서 자신은 토론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무슨 그런 말쌰믈...

TV 토론할 시간이 안 생기게 후보 선언을 확 뒤로 옮겨놓고, 등등.

할 말은 꽤 있다만...

나는 이계안과 노회찬 사이의 정책연합 정도를 상상했었는데, 그럴 기회는 생략된 경선으로 생겨나지 않았다.

나는 탈당하고 나와 같이 진보신당으로 가서 노회찬 선거를 돕거나, 아니면 길 바닥에 자리 깔고 앉아서 전북 등 황당한 경선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 단식 농성이라고 하라고, 두 가지 얘기를 했다.

다른 사람은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하라고 했다.

참, 이계안도, 정치인으로서는 '부드러움'을 지키고 싶다고...

이계안은, 그야말로 그냥 독배를 마셨는데, 그 때 우리가 생각했던 것은 TV 토론 3번이면 이계안이 무난하게 민주당 시장후보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거야 TV 토론을 본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일 것이고...

나는 내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와 나머지 선거를 치루었다.

그리고 노회찬과의 단일화에 대해서...

실제로 요구도 없었고, 접촉도 없었다. 심상정의 경우는 유시민이 공식적으로 단일화 제안을 했지만, 한명숙 측에서는 노회찬에게 공식적인 제안이 없었다.

그냥 알아서 죽으라는 판인데, 어떻게 공당의 대표라는 위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알아서 다 내려놓고 죽을 수 있나.

심상정과 노회찬은 그 위치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

부탁도 없고, 요구도 없고, 접촉도 없는데, 그냥 알아서 죽는 게 가능한가?

아마 단일화 요구가 공식적으로 있었다면 노회찬 대표도 상당한 고심에 빠졌을 것인지만, 실제로는 아무 것도 없었다.
만약 오세훈이 졌다면 그게 끝까지 뛰었던 선진당 때문이고, 이회창의 고집 때문인가? 진보신당과 노회찬의 관계도 그러한 관계이다.

나는 단일화와 연정체계, 모두 지지하는 편이지만, 아무 조건도 없이 그냥 죽으라고 하는 건, 암 것도 아니다.

민주당은 서울시에서 아주 이상한 경선을 했고, 그렇게 해서 야권의 힘을 모으는 데 실패했고, 노회찬에게도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노회찬에게 "패 접으라"고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은 일정 기간 당원 활동을 해서 당내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진성 당원들이고, 그렇게 당원들의 의견이 모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심상정의 경우에 말이 많은 것은, 당연한 그런 절차를 약식으로도 거치지 않고 본인의 결단으로 문제를 처리했기 때문에, 당운영의 기본 원칙인 상향식 민주주의라는 절차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무조건 한명숙"으로 패를 구상한 기획자, 그 사람들이 한명숙 패배에 대해서 책임을 지거나 사과하기 전에, 노회찬이 사과하거나 해명할 것은 없다고 본다.

순서도 그게 맞다. 자기 쪽 흠에 대해서 먼저 짚고, 바깥의 흠에 대해서 짚는 게 맞다.

우리 쪽은 다 잘 했고, 너희는 다 잘못했다고 하면, 앞으로 남은 선거에서도 단일화나 연정에 대한 논의는 다시 하기 어렵게 된다.

노회찬과 진보신당 후보들이 다시 출마하는 게 싫다면, 얼마 되지 않는 진보신당의 진성당원의 규모를 훨씬 넘을 정도로 집단적으로 입당하여 진보신당의 진성당원이 되고, 그리고 나서 "우리는 후보를 내지 않겠습니다"라고 결의를 하면 된다.

실제 그런 적이 유시민의 개혁당에서 생긴 적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유시민이 다 들고 튀었다만.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 절차와 권한 그리고 이 쪽과 저 쪽의 흠결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다면, 남는 건 감정과 분노 밖에는 없다.

진보와 좌파, 비슷해보지이만 엄연히 가는 길이 다르다, 시민단체와 민중단체, 그리고 좌파정당은 다 미래를 위하는 것 같지만, 방법과 수단이 엄연히 다르다.

정말로 말하고 싶었다면, 민주당의 이상한 경선 때부터 얘기를 했다면, 민주당 당원들의 힘으로 민주당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었다.

당내 민주화라고 한다면, 진보신당은 민주당보다 100배는 민주적으로 운용되는 당이다. 민주당 경선 과정을 보라.

물론 누구나 아쉬움을 표할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면 남의 당에 대한 월권 행위가 된다.

고루해 보이는 운동권 끝물 같아 보이는 진보신당의 근본주의자들은, 많은 경우 자신의 청춘과 삶을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바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에게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 것은, 민주화 역사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진보신당의 많은 당원들은 '민주화'가 아니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는 또 다른 역사적 임무를 자신의 소명으로 생각한다. 그것도 중요한 임무이다.

대학 중퇴하고 노조 만든다고 공장으로 떠났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진보신당의 진성당원들을 구성하고, 나도 멀쩡히 대학을 그냥 졸업했기 때문에 그 사람들에게 머리를 먼저 숙이고, 예를 갖추고, 그 다음에 "제 생각은요"라고 말을 한다.

염려가 지나치면 무례가 된다. 민주주의의 산 역사와 노조 역사의 당사자들에게, 그들의 삶을 가로채간 명망가들을 위해서 현장 활동가에게 욕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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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4 23: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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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5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그레이효과 2010-06-05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쌓아놓은 역사가 있고, 그 역사의 산물을 통해 우리가 분명 고마워하고 살아갈 부분이 있는건데,,정말 우박사님 말대로,,예의가 아니죠..이건.

2010-06-05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10-06-05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의 진보는 얼마나 더 오래 기다려야 발디딜 틈이 생길까요? 때로 동의하고 때로 동의하지 않지만 그들이 받아야하는 지나친 비난과 필요이상의 과도한 요구는 가슴아픈 일입니다.

라주미힌 2010-06-05 19:23   좋아요 0 | URL
요즘 많이 나오는 얘기지만, 정부의 민주화는 이뤄졌지만, 사회의 민주화는 덜 됐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우선 오해를 피하기 위해 밝혀둬야 할 것이 있다. 필자는 민주노동당 당원이다. 그리고 이런 얘기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개인적으로 노회찬 후보에게 그다지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MB정부 심판을 전면에 내걸고 민주당 후보들이 곳곳에서 당선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서울에서 한명숙 후보가 박빙의 차이로 낙선한 것에 대해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한명숙 패배 아쉬움 속에 진보신당 게시판 '시끌'

 







  
ⓒ 진보신당
노회찬



지금 진보신당 게시판은 외부 방문객들의 글폭풍으로 난리다. 한나라당 2중대, 노회창(노회찬과 이회창의 합성어) 등의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 한마디로 진보신당 노회찬 때문에 민주당 한명숙이 떨어지고 한나라당 오세훈이 당선됐다는 것이다.

 

실제 노회찬이 얻은 3,2%의 14만 3천여 표는 한명숙이 당선에 모자란 2만 5천여 표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이고, 정치적 성향으로 보았을 때 노회찬 후보가 사퇴를 했다면 상당수가 한명숙의 지지표로 옮겨 갔을 것이다.

 

게다가 노회찬의 완주는 같은 당 소속 심상정의 후보 사퇴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서울시에서 MB정부 심판이라는 '대의명분'을 거스른 진보신당과 노회찬은 졸지에 역적으로 몰리고 있다.

 

물론 최후까지 피 말리는 접전을 펼치다가 정말 간발의 차이로 고배를 마신 한명숙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의 그 애타는 마음을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서울에서도 민심은 MB정부와 한나라당의 역주행에 확실한 경고장을 보여주기를 원했고, 한명숙 후보가 당선됐다면 그것보다 더 확실한 경고장은 없었을 것이다. 그 절절한 안타까움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 1인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손에 들고 있는 돌을 노회찬 후보 1인에게 던지기 전에 한 가지는 꼭 고려했으면 좋겠다. 노회찬 후보는 1인이지만 그에게 투표한 서울시민은 14만3천명을 넘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한명숙 후보에게 투표한 205만9천여 명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분명 단순히 노회찬 1인과 그를 지지한 14만3천여 명은 그 무게감이 다르다.

 

노회찬 지지한 14만3천표는 정말 사표인가

 









  
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저녁 서울 명동입구에서 마지막 선거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권우성
노회찬



그러면 이 14만3천여 명이 노회찬을 지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MB정부 심판을 방해하고 오세훈을 당선시키겠다는 굳은 결의로 노회찬을 지지했을까? 진보신당의 노회찬 후보에게 돌을 던지기 전에 이 14만3천여 명의 고민에 대해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생각해 본 적은 있는지 묻고 싶다.

 

진보신당 노회찬에게 투표한 14만3천여 명이 MB정부 심판을 방해하고 오세훈을 당선시키겠다는 일념으로 투표장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노회찬을 지지한 14만3천여 명 대부분은 그 누구보다도 더 가열차게 MB정부의 미국산 광우병 위험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고 4대강 삽질에 분노하며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에 분노하는 사람들일 게다.

 

하지만 그들은 MB정부의 그런 작태들에만 분노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미국산 광우병 위험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만큼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추진에 반대했고, 4대강 삽질에 반대하는 만큼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부역하는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반대했으며,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대량해고에 슬퍼하는 만큼 노무현 정부 때 경찰에 맞아 사망한 두 농민의 억울한 죽음에 슬퍼했다.

 

그렇다. 진보신당 노회찬을 지지한 14만3천여 명은 MB정부 심판이라는 다른 이의 '대의명분'이 아닌 보수양당체제 심판이라는 자신들의 '대의명분'으로 노회찬을 지지한 것이다. 설사 한나라당의 오세훈이 당선되는 한이 있더라도 '보수양당체제'를 심판해야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진보할 수 있고 희망찬 미래가 가능하다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14만3천여 명의 씨앗, 우리 사회 진보 위한 밑거름

 

현재 전 세계는 기존의 보수양당체제가 무너지는 양상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자민당 정권이 몰락한 데 이어 민주당 정권마저 지지율이 바닥을 치며 하토야마 총리가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영국에서도 최근 총선에서 보수당과 노동당 양당체제가 균열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진작 보수양당체제가 무너진 중남미에서는 진보정권들이 도미노처럼 당선되어서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진보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민중들이 기존의 정치구조로는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기존의 구태의연한 양자택일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선택을 할 때 사회는 변화하고 진보하는 것이다.

 

진보신당과 노회찬 1인에게, 아니 '보수양당체제'를 끝장내야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가 가능하다고 믿는 14만3천여 명에게 과연 돌을 던질 수 있는가? 당신이 든 그 돌이 진정 다양한 의견을 품을 수 있는 '민주주의'를 위한 돌인지 묻고 싶다. 단순히 보수양당 중 다른 쪽을 지지해 주는 것이 MB정부 심판의 모든 것은 아닐 테다. 오히려 '보수양당체제'를 거부하고 새로운 미래에 투자한 저 14만3천여 명의 씨앗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한 진정한 밑거름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94070&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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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6-03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게 공감할 글입니다.
저는 호남에서 영남에서 진보정당이 많은 표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기뻤습니다.
진보정당이 선진당 같은 웃기는 지역정당들 쪼인트 깔 수 있게 자라났으면 합니다.

-또다른 민주노동당 당원이.

라주미힌 2010-06-03 17:18   좋아요 0 | URL
경남에서의 승리, 인천에서 민노당의 승리.. 눈에 띄는 성과죠.
그리고 3명의 광역의원, 22명의 기초의원을 배출한 진보신당의 승리...

왜 이것들을 기억안하고.. 한명숙, 유시민 타령을 할까요 -_-;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드는구만.

머큐리 2010-06-0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님 저도 선거패배의 희생양으로 '진보'정당을 까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한명숙의 패배는 심은하 때문이요. 심은하가 열심히 선거운동해서 오세훈의 표를 못가져가서 한명숙이 졌으니까요...^^;
서로 뜯어대지 말고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유연하게 정책공조를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당장 집에서 부터 전투를 해야 하는지라...ㅎㅎ

라주미힌 2010-06-03 18:20   좋아요 0 | URL
결과는 나왔으니.. 얼마나 잘 할지 두고 볼래용.
딴건 몰라도 4대강이라도 당장 막았으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