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조선인 > 추억 여행 - 메모광이었던 나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수첩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메모광'이라는 수필을 본 뒤 수첩에 좀 더 집착하기 시작했다.
이는 점점 도가 심해져서 중3때 수첩을 보니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빽빽하게 끄적여놨다.

마야-뿌띠 디아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깜찍한 소녀. 비록 실수는 잘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알 수 있고 표현하는 멋진 능력의 소유자. 평범한 소녀지만 이 재능으로 빛을 발하는 소녀. 작년 12월 24일 만약 그 약속의 장소에 조퇴를 하고 갔다면 전 생애동안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났을 것 같다. 하지만 그곳에 아무도 없었다면-마야를 기억하는 사람이- 나눈 절망해서 꿈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내 이름은 마야"라는 소설을 아는지. 소설 속의 여주인공들은 10년 후 만나기로 약속했고, 이 날짜는 1986년 12월 24일이었다. 난 그 장소에 가고 싶어 아주 진지하게 조퇴를 고민했다. 개근상에 눈이 멀어 못 갔었는데, 그 다음해까지 미련이 남았었나 보다.

다음은 고1때 수첩. 주로 보충수업 시간표가 빽빽하다. 여름 방학동안 더위를 핑계로 책을 많이 못 읽었다고 반성하는 문구가 눈에 띈다.

고1때 수첩의 마지막 장. 내가 그때 이런 책을 읽었단 말인가. 나로서도 깜짝 놀랄 일이다. -.-;;
1월에 수첩을 정리할 때 office란에 서초중학교라고 써놨다가,
1년 내내 후회했던 기억도 난다.













반면 고3때 수첩은 좀 삭막하다.
첫장부터 결연하다.

승자는 넘어지면 일어나 앞을 보지만 패자는 넘어지면 일어나 뒤를 본다

12월 18일이 수험일이었군. 게다가 학생회수권구입표라니, 요즘 학생들은 저게 뭔지나 알까?
수첩안에 넣어둘 수 없는 건 연습장에 따로 붙여두곤 했다.


수험실 안내지에 체력검사수검표.
무엇보다 친구들과 수업 시간에 선생님 몰래 돌리던 쪽지까지.
아, 합격통지서도 있다. 그리고 시험 끝나고 처음으로 놀러갔던 임옥상 회화전 입장권까지.


고3 겨울방학 권장도서목록도 있다. 꽤 많이 읽었네.


















